442화 - 개봉박두 (2)
축제주간이라고 해도 하는 일은 달라지지 않았다.
“네, 구매 감사드립니다.”
이경복은 노점을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능숙하게 상품을 포장해주었고.
“동일한 상품을 퍼플 오피스 2호점에서도 판매 중입니다!”
지 사원은 줄을 기다리는 손님들에게 2호점을 홍보하고 위치를 알려주었다.
-지 사원 열심모드 ㅋㅋㅋㅋ
-추놈이었으면 손님인척 줄 서서 뺑끼칠듯
-ㄹㅇㅋㅋ 퍼무새 빵 우물대면서 킹받게 서있을 듯
-아니 근데 ㅋㅋ 퍼무새 빵은 진짜 안 만들어주나?
-처음제당 보고 있지?
-아 ㅋㅋ 나도 줄서보고 싶다구욧!
그렇게 성황리에 축제주간 마지막 날이 끝났다.
“생각보다 축제에 참가하는 게 재미있네요. 가게에서 운영하는 것도 좋은데 탁 트인 곳에서 장사를 해보니 또 새로운 느낌입니다.”
-의외로 게임 잘 만들었음 ㅋㅋ
-퍼무새 축제인데 재미없을 수가 있냐고 ㅋㅋ
-진짜 ㅋㅋ 파는 상품으로 축제 테마를 변경하는 건 첨 봤자너
-보통 스머들은 이런 생각 안 하지 ㅋㅋㅋ
-퍼펙트 씽크빅이었다 이마리야
이경복은 간단히 소감을 밝히자 시청자들도 동감을 표했다. 이어 그가 폐점을 택하자 화면이 전환됐다.
“아, 이벤트라서 컷신이 있나 봐요.”
바로 날이 넘어가지 않았다.
축제 장소 곳곳에서 정리를 마친 상인들이 한데 모였다.
“아이고,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이야, 그간 축제를 여러 번 했지만 이 정도로 사람들이 많은 건 처음이네요.”
“그러니까요. 몸은 힘든데 오늘 매상 보니까 웃음이 자꾸 나온다니까요?”
그들은 너털웃음을 흘리며 주인공을 돌아봤다. 축제가 잘 된 게 누구 덕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번 축제에 가장 큰 후원을 해주신 퍼플 씨가 아니었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이죠.”
“정말요. 상인회에 가장 나중에 들어오셨는데 이렇게나⋯”
“이래서 젊은 회원들이 있어야 된다니까요? 우리처럼 머리가 굳으면 그냥 하던 대로만 하지, 이런 생각 절대로 못 합니다.”
상인들이 왁자지껄하게 목소리를 쏟아냈다. 주인공이 그에 멋쩍어하자 에단이 손을 들어 다른 상인들을 진정시켰다.
“자자, 제가 정리하지요. 퍼플 씨, 상인회를 대표해서 진심으로 감사드리겠습니다. 퍼플 씨의 투자와 아이디어 덕분에 지역 전체가 다시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에단이 대표로 감사를 표하자 시청자들도 흡족해했다.
-퍼플 코인 너무 달달한 거시고요?
-갓플 카르텔 잘 들어왔쥬?
-킹직히 이 형 혼자 축제 열어도 되긴 해 ㅋㅋㅋ
-ㄹㅇㅋㅋ 갓플이랑 퍼무새 시너지면 끝이자너
-커여운 퍼무새 못 참지 ㅋㅋㅋ
주인공은 그에 겸손히 감사를 받아들였다.
“아닙니다. 저도 축제가 즐거워졌으면 하는 바람이었으니까요.”
“음, 그래도 말입니다. 원래 상인회의 목적은 서로 돕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도움받기만 해서야 의미가 없어요. 안 그렇습니까, 여러분?”
에단이 돌아보자 다른 상인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러니 뭔가 필요한 게 있다면 말해주세요.”
그 말과 함께 컷신에서 플레이로 돌아왔다. 이경복은 이에 고민해보았다.
“음, 보상이 따로 정해져 있는 건 아닌 모양이네요. 뭘 받아야하려나⋯”
-이 정도면 상인회장 자리 맡아야 되는 거 아님?
-퍼펙트 보스라더니 상인회장 자리도 가져가는 거였고?
-찐 카르텔 가나요?
-ㄴㄴ 에단은 바지회장 맡아야됨
-바지회장은 또 뭔데 ㅅㅂㅋㅋㅋ
-블랙기업답게 흑막이 더 어울린다 이마리야 ㅋㅋ
시청자들이 장난스럽게 의견을 제시했다. 이경복은 그에 웃으며 게임을 잠시 멈추고 경영모드로 전환했다.
“축제 덕분에 인지도가 많이 올랐네요. 덕분에 3호점 개설 조건은 달성했는데, 아직 자금이 많이 필요하긴 하네요.”
현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결정을 내리는 게 옳기 때문이었다. 데이터가 보이자 채팅창에도 장난기가 빠졌다.
-투자비용 전부 회수는 못 했네
-3호점 부지 비용은 왜케 비쌈?
-2호점 만들 때 보다 거의 몇배는 되네 ㅋㅋㅋ
-원래 부동산은 도심으로 갈 수록 비싸진다, 그게 상식이잖아?
-와 ㅋㅋ 이정도면 축제 투자 안 했어도 못 했을듯
-저 돈 달라고 하면 안 됨?
-님;; 이건 RPG가 아니거등요?
-다른 상인들 수익을 왜 뺐엌ㅋㅋ
-블랙기업식 사고 멈춰!
-일단은 보상 킵해두고 나중에 쓰는 게?
이경복은 채팅을 보며 고민하던 중 미소를 지었다. 도움이 될 만한 의견이 있었다.
“아, 그거 좋네요. 이번 축제 수익에, 상인회의 도움을 더하면 3호점 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말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늘어났다. 이경복은 대답 대신 다시 운영 모드로 돌아와 에단에게 말했다.
“제가 3호점을 내려고 하는데, 상인회에서 제게 투자해보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3호점이요?”
“투자라니?”
에단과 상인들이 눈을 크게 뜨며 웅성거렸다. 시청자들도 놀랐지만 그들은 장난스럽게 이경복을 놀렸다.
-블랙기업식 사고에서 바로 행동이어가버리고?
-돈 벌게 해주고 돈 털기 ㅋㅋ
-역시 원조는 달라! 짜릿해!
-이게 그 크라우드 펀딩인가 그거냐?
-크라우드가 아니라 카르텔 펀딩입니다만?
-카르텔 펀딩은 또 뭐얔ㅋㅋㅋ
-투자(강제)
그러나 의외로 에단과 상인들은 진지했다.
“3호점의 수익을 나눠준다는 말이에요?”
“흐음, 퍼플 오피스가 잘 되는 거야 직접 봐서 알긴 하는데⋯”
“정확히 어떤 조건인지는 들어봐야 결정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요?”
이윽고 웅성거림이 잦아들더니 재차 에단이 대표로 말했다.
“퍼플 씨 장사 수완을 봤으니 긍정적인 제안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투자는 신중해야 하는 법이죠. 그러니 괜찮으시다면 정식으로 투자설명회를 준비해주십시오.”
“투자설명회요?”
이경복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직감적으로 될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예상보다 본격적인 용어가 나오지 않았나.
“예, 최종결정은 설명회를 듣고 나서 상인회 투표를 통해 결정하겠습니다.”
그 사이 에단의 대답과 함께 화면이 전환됐다. 다시 경영모드로 돌아오자마자 프레드의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오, 조카야! 투자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들었단다. 이제는 정말 네가 어엿한 사업가가 됐다는 기분이 드는구나.>
프레드는 너털웃음을 흘리더니 곧 진중한 목소리로 조언했다.
<지점을 늘리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란다. 네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점’도 좋지만, 보다 빠른 확장을 노린다면 ‘가맹점’을 모집하는 것도 훌륭한 선택이란다.>
-아 맞네 ㅋㅋㅋ 직영이랑 가맹점ㅋㅋㅋㅋ
-프랜차이즈 지점은 종류가 2가지다 이마리야
-가맹점은 가입희망자랑 비용을 같이 부담하니까 쉽긴 해 ㅋㅋ
-와씨 이것도 시스템이 따로 있던 거?
그 설명에 시청자들도 상황을 파악했다. 반면 게임을 아는 이들은 그저 웃음만이 나왔다.
-이 형 또 숏컷해버림ㅋㅋㅋ
-진짜 ㅋㅋ 투자설명회가 왜 벌써 해금되냐곸ㅋㅋㅋ
-아니;; 게임 시간으로 지금 반기도 안 지났는데?
-너무 빨라서 좀 걱정되긴 하는 것인디요 ㅋㅋㅋㅋ
-ㄹㅇㅋㅋ 이거 남의 돈 쓰는 거라 보상 책임도 있어서 잘못하면 망함
빠르게 올라오는 시청자 반응에 이경복은 여유롭게 미소를 지었다.
“에이, 리스크 없이 사업을 어떻게 하겠어요.”
그 대답에 모두가 만족했다.
-리스크=재미수준
-알고 보니 어겜스다운 루트를 열어버린 거였고?
-즉.시.확.장
-???: 잘못이 뭐지?
-???: 100% 수익보장!(진짜임)
-뭐예요? 왜 진짜 잘 돼요!?
-사기가⋯ 아니야?
위험할수록 이경복에게 잘 어울리는 플레이 방법이기 때문이었다.
* * *
이경복은 투자설명회에 관한 튜토리얼을 숙지했다.
“아, 이것도 미니게임 형식으로 진행이 되네요.”
설명회에 찾아온 투자자들의 불만이 수치로 나타나고 플레이어는 그 불만을 낮추어 설명회를 성공적으로 마쳐야 했다.
“자, 플레이 방식을 알았으니까 바로 한 번 해보죠!”
-아닠ㅋㅋ 왜 리트가 가능한 것처럼 말하는데 ㅋㅋㅋㅋ
-혀엉? 연습 말하는 거지?
-손가락이 연습모드랑 완전 반대 방향입니다만?
-???: ‘한 번’ 한다는 게 말이 어렵나?
-아 ㅋㅋ 첫트로 끝낸다는 뜻이었네
-첫트에 성공한다, 그게 상식이잖아?
이경복은 말과 달리 바로 설명회를 개최하지 않았다. 대신 미니게임의 설정 중 ‘투자금 대비 수익 분배비율’을 최소로 결정했다.
-?
-투자자에게 고것만 돌려주겠다?!
-5252, 자본주의 파동이 넘친 거냐구웃!
-블랙기업이 블랙기업한 것뿐인데 문제라도?
-아닠ㅋㅋㅋ 이러면 찐 악덕 프랜차이즈잖슴ㅋㅋㅋ
시청자들이 그에 놀라자 이경복이 웃으며 설명했다.
“아니, 이건 설명회 때만 이렇게 하고 나중에 정상복구할 겁니다. 조건이 나빠야 미니게임이 어려워지더라고요.”
당연하게도 수익 비율이 낮을수록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졌다. 미니게임마저도 어렵게 하기 위한 설정이었다.
시청자들이 역시나라며 웃는 와중 이경복은 설명회를 개최했다. 화면이 비추는 장소가 강당으로 바뀌었다.
[‘퍼플오피스’ 가맹점 모집 투자 설명회]
단상 뒤에 걸린 현수막 아래 이경복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의 맞은편에는 에단과 상인회 회원들을 포함 수십 명의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Play Tip!]
[>제한시간 내에 스크립트를 ‘올바른 발음’으로 읽어주세요!]
[>투자자의 불만이 폭발하기 전에 ‘아이컨택’으로 진정시켜주세요!]
미니게임에 진입하자 재차 플레이 방식이 간결하게 나타났다.
-무친ㅋㅋㅋ 아이트래킹 기술을 이렇게 써먹네 ㅋㅋ
-전부 불만 80%로 시작 ㅋㅋㅋ
-이렇게 화난 사람들을 눈빛만으로 달랜다고?
-근데 갓플이랑 실제로 눈 마주치면 화가 풀리긴 할 듯ㅋㅋㅋㅋ
-아아, 그것이 퍼펙트 아이니까(끄덕)
-하지만 과연 발음은 어떨까?
-간장공장공장장 해보쉴?
-사실상 설명회라기 보다는 아나운서 시험 아니냐고 ㅋㅋㅋ
-퍼펙트 말빨 나오나요 ㅋㅋㅋ
시청자들의 우려와 기대 속에 이경복은 가볍게 목을 가다듬었다. 이윽고 그가 단상위에 올라가 마이크를 잡자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그와 함께 시야 상단에 읽어야 스크립트가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퍼플 오피스 투자 설명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시작은 아주 간단했다.
이경복은 차분한 목소리로 스크립트를 읽으며 투자자들에게 시선을 주었다.
“먼저 퍼플 오피스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저희는 다른 곳에서는 찾을 수 없는, 독특하고 훌륭한 선물을 세심하게 선별하여 고객 님들께 제공해 드립니다.”
-아니ㅋㅋㅋ 왜 이렇게 잘하는데에에!
-불만지수 쭉쭉 내려가는 거 보소 ㅋㅋㅋㅋㅋ
-퍼펙트 보이스에 게말콘 자수 셔츠? 이거 어케 참음?
-퍼펙트 사장 앞에서 지갑이 열린다, 그게 상식이잖아?
-퍼사장! 진짜로 펀딩 열어달라구웃!
시청자들이 그 광경에 흡족해하는 사이 이경복은 차분히 플레이를 이어갔다.
모든 스크립트를 읽어 내려갈 때까지 발음 하나 틀리지 않았고 적절하게 시선을 분배한 결과.
[투자 설명회 종료!]
[투자자들의 불만은…]
[0%입니다!]
축포가 터지며 투자자들이 일어나 손뼉을 쳤다. 만면에 미소가 가득한 투자자들의 얼굴에 시청자들도 따라 웃음지었다.
-무친ㅋㅋㅋ 기립박수가 나오넼ㅋㅋ
-이거도 스트리머 모드 있음?
-저 투자자들 사실 퍼청자 아니냐곸ㅋㅋ
-역시 주주들은 다 똑같다니깐!
-뭐래 ㅋㅋ 우리가 갓플 방송에 불만 하나 없고 방송 할 때마다 기립박수라도 침?
-ㄹㅇㅋㅋ 퍼단증상 시달리면서 방송 더 해달라 그러고 기립박수가 아니라 동서남북으로 기함을 하는데 ㅋㅋㅋ
-아 ㅋㅋ NPC들이 어딜 비비냐 이마리야
그중 게임을 해본 이들은 다른 관점에서 감탄을 표했다.
-아닠ㅋㅋ 0%가 나오는 거였음?
-그것도 최고난이도로 0% ㅁㅊㄷㅁㅊㅇ
-이거 실제로하면 진짜 불가능한 수준인데 ㅋㅋㅋㅋ
-스크립트랑 투자자들 번갈아 봐야 되는데 ㅅㅂㅋㅋ
-그러다가 발음 하나 꼬이기 시작하면 끝이자너 ㅋㅋ
-다른 스머들은 에라 모르겠다 지맘대로 말하던뎈ㅋㅋ
-이번에는 눈동자도 조용하던데 진짜 어케 함?
평소와 달리 이경복의 눈이 바삐 움직이지도 않았다. 말 그대로 자연스럽게 설명회가 끝났기에 놀라움이 더 커졌다.
이경복은 그에 옅은 미소로 팁을 알려주었다.
“시선도 동선을 짜두면 쉬워요. 그리고 오히려 어려워서 쉬웠습니다.”
그의 역설적인 표현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이미 예상했다는 듯 이경복은 바로 설명을 이었다.
“원래는 불만이 있는 투자자를 찾아야 하잖아요? 그러면 시선이 분산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같은 경우는 기본이 다 불만 상태라서 오히려 제가 순서를 정할 수가 있었죠.”
-오? 그러네?
-와 맞네 ㅋㅋㅋ 갓플이 진정시킨 순서대로 다시 불만게이지가 차니까 ㅋㅋ
-여기서 또 퍼펙트 씽크빅이?
-어쩐지 퍼펙트 아이가 무빙이 적다했다 ㅋㅋㅋㅋ
-퍼교수님 경영수업 수듄ㅋㅋㅋ
시청자들도 그에 이해하고 탄사를 흘렸다. 다시 경영모드로 돌아온 이경복은 확충된 자금을 보고 미소 지었다.
“투자도 성공적으로 유치했고, 이제 3호점을 열어보죠!”
3번째 퍼플 오피스.
오늘의 목표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 * *
비슷한 시간, 샵팬덤 사옥.
늦은 밤이었지만 전 직원이 퇴근을 하지 않았다.
“오, 3호점 착공 끝났다.”
“아니, 진짜 이클립스 님으로 고용하시네.”
“기사 복장 같은 게 있었으면 딱일 텐데 아쉽네요.”
그들은 다 같이 이경복의 방송을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방송의 재미 덕분에 야근임에도 얼굴에는 찡그림 하나 없었다.
“자자, 슬슬 때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진짜 마지막으로 점검 다시 한 번 하고 가죠.”
이를 지켜보던 MD팀장이 가볍게 손뼉을 치며 주의를 끌었다.
그의 지시에 따라 직원들은 제각기 맡은 바 업무를 확인했다.
“2차 굿즈 상품페이지 문제없습니다.”
“팝업스토어 안내페이지도 이상 없습니다.”
“현재 서버 상태 양호, 트래픽 분산과 대기열 시스템 모두 정상입니다.”
이윽고 돌아온 보고에 팀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에 그가 재차 직원들을 격려하려는 순간이었다.
“다들 고생이 많으십니다.”
대표가 나와 그 말을 대신했다.
“아, 대표님. 안 그래도 다시 보고를…”
팀장이 상황을 취합해 보고하려 했지만 대표가 손을 내저었다.
“아니, 뒤에서 들었으니까 괜찮아요. 그런데 서버 쪽은 해외, 특히 일본도 포함해서 확인한 거죠?”
대표의 물음에 팀장은 눈을 돌렸다. 그런데 바로 답이 돌아오지 않자 다른 직원들 모두 서버 담당자를 돌아봤다.
“어, 저… 일본 2차굿즈는 고쿠키야 담당이 아닌가요?”
담당자는 당황한 게 역력한 표정이었다. 대표가 그 대답에 얼굴을 굳히더니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맞습니다, 맞는데. 고쿠키야 상황 모르십니까? 출시 일정 나오고 어떻게 됐는지?”
“아, 그…”
“그쪽도 서버가 일시 마비 됐습니다. 단순히 굿즈 출시만 해도 그랬어요. 그런데 팝업스토어 소식이 나오면 일본 팬분들이 가만히 있을까요?”
담당자는 바로 눈치챘다.
형식은 질문이지만 대표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해, 해외 트래픽 쪽도 바로 정비하겠습니다!”
“…네, 퍼플 님 팬은 한국인 분들 뿐만이 아니라는 거 꼭 명심해주시길 바랍니다.”
대표는 그리 말하고는 시선을 돌렸다.
“마찬가지 이유인데, 트위티 쪽 공지는 어떻습니까? 일본어로도 준비해놨나요?”
“바,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SNS 담당자 역시 눈치껏 바로 작업에 착수했다. 그나마 다행히 이쪽은 번역만 하면 되니 큰 문제는 되지 않을 터였다.
그럼에도 대표의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순식간에 싸늘해진 분위기에 팀장은 물론 모든 직원이 눈치를 살폈다.
그러나 대표는 화를 내지 않았다.
“후우, 제가 좀 예민하게 반응한 건 사과드리겠습니다. 여러분도 이틀 연속 야근으로 힘든 점, 알고 있습니다.”
그는 호흡을 고르고는 오히려 직원들을 격려했다.
“하지만 다들 아실 겁니다. 이번 팝업스토어는 저희 샵팬덤의 역사를 바꿀 수도 있는 이벤트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일본 진출, 고쿠키야와의 협약 그리고 이번에는 오로라 백화점과의 연결점이었다.
“저희뿐만 아니라 지금 오로라 쪽에서도 스탠바이 중일 겁니다. 그러니 힘드시더라도 조금만, 조금만 더 집중해주세요.”
단순히 온라인 쇼핑에만 집중했던 샵팬덤에게는 기회이자 변화의 순간이었다.
“예, 알겠습니다!”
“퍼펙트하게 가야죠!”
팀장을 비롯해 팀원들이 그에 활기차게 대답했다. 대표는 이에 미소로 화답하며 자리를 떠났다.
괜히 지켜보면서 부담을 줄 이유가 없었다.
‘이제 곧이다.’
사무실로 돌아온 대표는 마음을 추슬렀다. 직원들 앞에서는 괜찮은 척 했지만 그 역시 긴장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초조함 속에서 이경복의 방송을 지켜보는 와중.
<3호점도 아주 안정적이네요.>
모두가 기다리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슬슬 오늘의 마지막 목표, 4호점 확장으로 가보겠습니다!>
긴장하는 모두와 달리.
그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즐거워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