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6화 – 퍼사장 문 열어! (1)
다음날, 팀 퍼펙트 회의.
평소에도 분위기가 좋았지만 오늘은 특히 더 활기가 넘쳤다.
“이번 광고 반응이 정말 좋네요. 종일 바쁘게 노력한 보람이 있었습니다.”
이경복은 물론 팀원들 모두 입에 걸린 미소가 떨어지질 않았다.
“아, 내 말이. 이번 서프라이즈는 나름 큰 프로젝트였잖아.”
“정말요. 진짜 피곤한데도 어제는 도통 잠이 안 오더라니까요.”
최병훈과 조대한이 특히 더 기뻐했다. 각기 광고영상의 감독과 각본을 맡았던 만큼 그 즐거움이 배가 된 것이 분명했다.
“이제는 자야지, 자야지 하는데 계속 커뮤에 글이 새로 올라오는 거예요.”
“아, 맞아. 그것도 다 인기글로 바로 떡상해버렸잖아.”
두 사람은 여전히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는 듯 흥분한 목소리로 말을 쏟아냈다.
박주호가 그에 옅은 미소와 함께 동조했다.
“이슈가 안 되면 이상한 거지. 오로라 백화점 콜라보만으로도 놀라운데 팬 분들을 직원으로 채용까지 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니까.”
“진짜 이건 최초 아니에요? 아, 지금 딱 퍼튜브에 영상을 올려야 되는데 그럴 수가 없네…”
매드맨이 아쉬움을 표했다.
관심이 최고조인 상황이지만 이번 광고 영상은 아직 퍼튜브에 올릴 수 없었다.
“뭐, 그건 저희가 이해해야죠. 원래 광고영상 찍은 게 오로라 쪽 SNS에 사람들 유입시키는 게 목적이었으니까요. 팝업스토어 시작까지만 참으면 됩니다.”
“그때쯤이면 아마 광고를 안 본 사람이 없을 거예요. 그래도 저희에게는 아직 비장의 무기가 남아 있잖아요?”
이경복의 설명에 퍼그말리온도 격려를 덧붙였다. 이미 광고를 질리도록 본 팬들도 좋아할 만한 것이 남아 있었다.
“하긴 메이킹 필름이 또 있으니까요.”
“아, 그거 오전에 오로라랑 샵팬덤 쪽에서 영상 소스 보냈더라.”
최병훈이 말을 받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거 활용해서 딱 퍼플오피스 개설과정 타임랩스로 보여주고 광고 제작과정이랑 모델 촬영 비하인드 씬까지 싹 정리해줘야지.”
“크으, 역시 팀장님이십니다. 퍼튜브에 컨텐츠가 마를 날이 없네요!”
조대한의 맞장구에 다들 웃음을 터트렸다. 이에 이경복은 가볍게 손뼉을 쳐 주의를 모았다.
“좋습니다. 팝업스토어 관련해서는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마무리됐네요. 이제 남은 건 운영뿐인데, 이쪽은 샵팬덤이랑 오로라 측 비중이 더 크니까 당분간은 좀 쉬엄쉬엄 가는 걸로 하죠.”
다들 그에 동의했다.
퍼플 오피스가 오픈하면 그 관리와 운영까지는 자신들이 개입할 부분이 없었다.
“달리 말하면 오픈 전 준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뜻이다.”
“알지. 근데 외부 업무는 너랑 내 몫이잖아.”
박주호의 말에 이경복은 미소를 지었다.
“마무리까지 잘해보자고.”
* * *
이른 오후, 샵팬덤 사옥.
대표와 MD팀장, 그리고 인사담당자가 이경복과 박주호를 맞이했다.
“이번 팝업스토어 반응이 정말 엄청납니다!”
“한국과 일본 모두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퍼플 님 덕분에 저희 샵팬덤 이름까지 확실하게 팬 분들께 각인됐네요.”
이경복은 그 말에 겸손하게 대응했다.
“샵팬덤에서 많이 도와주신 덕분이죠. 소품 준비도 그렇고 특히나 포토존에 설치해주신 1:1 사이즈 퍼무새 피규어는 정말 감격스러웠습니다.”
“아이고, 감격까지야!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고쿠키야에 부탁을 좀 한 것뿐인데요.”
“그렇게 사소한 디테일을 챙겨주셔서 감사한 거죠. 덕분에 팬 분들이 무척 기뻐할 것 같습니다.”
오가는 덕담 덕분에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 하지만 마냥 서로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한 자리는 아니었다.
회의실에 자리를 잡자 본론이 나왔다. 먼저 이야기를 꺼낸 건 인사담당자였다.
“메일로도 간략히 내용을 전달 드렸습니다만 이번 채용 건으로 방문을 부탁드리게 되었습니다.”
“아, 네네. 2천 명 넘게 지원을 해주셨다고.”
이경복과 박주호도 그에 진지한 표정으로 회의에 임했다.
“그게, 밤사이에 또 지원자 숫자가 늘었습니다.”
“네?”
“거기서 더요?”
두 사람의 눈이 휘둥그레지자 샵팬덤 측 사람들이 이해한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저도 오늘 출근하고 진짜 놀랐습니다.”
“이번에도 상상을 뛰어넘었죠.”
“2천이 아니라 5천 건을 돌파했습니다.”
공개된 숫자에 순간 정적이 흘렀다.
“그럼 산술적으로 경쟁률이 250:1을 넘어선 상황이라는 말씀이시군요.”
“아니, 그렇게나 많이…?”
박주호의 계산에 이경복이 눈을 껌뻑였다. 대표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저희도 정말 놀랐습니다만, 생각해보면 또 이상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아무래도 퍼플 님 팬의 주 연령대가 20대니까요. 다른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많은 분들이시죠.”
“맞습니다. 실제로 지원자 연령대 대부분이 20대였습니다.”
다른 직원들의 첨언에 대표는 양손에 깍지를 꼈다.
“더 놀라운 포인트는 바로 이겁니다. 팬분들 모두가 팝업스토어 오픈 지역 근처에 사시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이 정도 숫자라면 고정 시청자 분들 중 대부분이 지원을 했다고 볼 수 있죠.”
“확실히 그렇군요. 5천 명이면 평균 시청자의 3분의 1수준이지만 지역 분포와 연령대를 고려하면 꽤 놀라운 일입니다.”
“맞습니다. 아주 압도적인 충성도에요. 샵팬덤 역사상 이런 인플루언서 님이 없었습니다.”
박주호도 동의하자 대표가 너털웃음을 흘렸다. 이경복도 그에 기쁨이 컸지만 그만큼 우려도 있었다.
“아… 이야기를 들으니까 더 아쉽네요. 마음 같아서는 다 채용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으니…”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이 자리를 마련한 것이기도 하고요. 기준이 더 확실해야 팬 분들도 납득을 하실 테니까요.”
지원자는 많지만 자리는 한정되어 있었다. 기준이 투명하고 확실해야 그나마 탈락자들의 실망을 덜어낼 수 있을 터였다.
“기존에는 팬심의 상징으로 구독 개월 수, 그리고 직원으로서의 역량을 가늠하기 위해 아르바이트 경력을 기준으로 삼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지원해주시니 그 기준을 적용하기가 약간 힘든 상황이 되었습니다.”
인사 담당자가 조심스럽게 상황을 설명했다. 박주호는 바로 샵팬덤의 처지를 파악했다.
“하긴, 이렇게 되면 4개월 구독자들만 선출하게 되겠군요.”
이경복의 방송경력은 4개월밖에 되지 않았고 이제야 5개월 차를 바라보고 있었다.
방송 경력이 오래된 스트리머라면 구독개월 수가 선별 기준으로서 의미가 있겠지만 이경복은 아니었다.
“예, 그렇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 안에서도 골라내기가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20대가 많다 보니 경력을 보더라도 유의미한 차이가 있지는 않거든요.”
“아… 그럼 실제로는 그냥 무작위 추첨과 비슷한 거네요.”
이경복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그냥 진행해도 괜찮기야 하겠지만…’
비록 짧은 방송 경력이라 해도 초기부터 구독해준 팬들에게 기회를 먼저 주고, 그 안에서 추첨을 하는 방식이다.
채용과정까지는 팬들이 상세하게 알 수는 없을 터이니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다.
‘모처럼의 기회인데 이 정도로 만족하면 안 되지.’
이경복은 아이디어를 고심했다. 가장 먼저 바꿔야 할 게 떠올랐다.
“이렇게 지원해주신 분들이 많다면 채용도 더 늘려야 될 것 같습니다.”
“뭐라고?”
“예?”
“채용을 늘린다니요?”
“아니, 지점당 5명으로도 여유로우실 텐데요…?”
그의 말에 샵팬덤 쪽은 물론 박주호도 어리둥절했다. 이경복이 그에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아니, 직원을 더 늘리자는 게 아닙니다. 5명 정원은 유지하되 매일 다른 직원으로 바꾸면 더 많은 분들을 채용할 수 있잖아요?”
“1주일 단기 알바가 아니라 일일알바로 말씀입니까?”
팝업스토어 운영 기간은 1주일이었다. 샵팬덤은 해당 기간 동안 일할 사람을 고용하는 쪽을 생각하고 있었다.
“과연…! 그러면 비용은 동일하지만 총채용 인원은 20명에서 140명으로 늘어나겠군.”
“그렇지. 그러면 더 많은 분들이 체험을 할 수 있잖아.”
박주호가 의도를 알아차리자 이경복이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애당초 팬들을 직원으로 채용하는 건 그 사람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고 싶기 때문이었다.
“나쁜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루만 체험해도 팬 분들은 만족하실 테니까요. 오히려 업무기간이 길어질수록 그 즐거움은 줄어들 겁니다.”
박주호는 이에 동조했다.
단순히 감성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실리적인 이유도 있었다.
“이전에도 말씀 드렸지만 팬으로서의 강점도 있습니다. 상품에 대한 교육기간이 없는 수준이니 바로 투입할 수 있습니다.”
“음… 그거야 확실히 그렇긴 하겠네요.”
“업무 숙련도가 필요한 일은 아니니까요.”
그 설명에 샵팬덤 쪽도 납득했다. 하지만 아직 문제는 남아 있었다.
“채용기준은…”
140명으로 늘어난 채용인원을 어떻게 선발할 것인가.
이경복은 잠시 말을 고르다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괜찮으시면 지원서를 다시 받을 수 있을까요?”
“…네?”
“이미 받은 것도 말입니까?”
다시금 의아해하는 사람들의 표정에 이경복은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각 지점마다 5명의 자리가 있잖아요? 이 자리를 각기 다른 기준으로 뽑아보면 어떨까 합니다.”
“일괄적으로 채용하는 게 아니라요?”
“네. 가령 말씀 주신 구독 개월 수나 알바 경력도 괜찮고, 아! 채널 포인트도 좋겠네요. 이런 식으로 지원자가 자신 있어 하는 부문에 지원하게 만들면 좋겠습니다.”
“아, 그건…”
그 의견에 인사담당자가 머뭇거리며 눈치를 살폈다. 이에 대표가 입을 열었다.
“죄송스러운 말씀이지만, 지원서를 다시 받으면 저희 서버 부담이 생길 수 있습니다.”
거절인가 싶었지만 그의 눈에는 호기심이 깃들어있었다.
“대신 메일로 지원서를 받는 방식으로 바꾸도록 하죠. 그리고 퍼플 님께서 직접 공지를 해주시는 편이 팬 분들이 이해를 해주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 물론이죠. 그건 제가 알려드리겠습니다.”
“네, 그런데… 왜 그런 방식으로 결정하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다들 궁금했는지 이경복의 입으로 시선을 모았다.
“대학 지원이랑 비슷한 느낌이죠.”
돌아온 이경복의 대답에 모두의 표정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갑자기 대학이라니?
“기본적으로는 성적순으로 당락이 갈리잖아요? 하지만 어느 대학에 지원서를 넣느냐는 것도 꽤 중요하거든요.”
“아, 그렇죠.”
“입시전략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니까요.”
그에 다들 동감하자 이경복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제가 원한 것도 그겁니다. 자신은 잘했는데 전략이 안 좋았다, 운이 나빴다. 팬 분들이 그런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기회를 놓쳐도 스스로를 부족하다고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줄을 세우더라도 선택지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 줄이 하나뿐이라면 뒤에 있는 사람은 명확하게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선택지가 많은 쪽이 더 게임 같은 느낌이잖아요? 이번 채용지원도 팬 분들에게는 즐거운 이벤트가 됐으면 합니다.”
이경복이 웃으며 말을 맺었다.
그에 대표가 짧게 탄사를 흘렸다.
“참, 매번 느끼지만 퍼플 님은 생각지도 못한 부분까지 다 챙기시네요.”
“그러니까요. 이런 쪽으로는 전혀 생각을 못 했습니다.”
“팬분들께서 이런 모습도 아셔야 되는데 말이죠.”
다른 사람들이 그에 동조하자 이경복은 멋쩍게 웃었다.
“좋습니다! 그럼 선발 기준만 확정하면 되겠네요.”
“채널포인트는 좋은 아이디어 같습니다.”
“거리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멀리서 오시는 분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
이윽고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 논의가 이어졌다. 그렇게 전반적인 채용과정을 확정한 이후에야 회의가 끝났다.
“덕분에 무사히 정리가 됐네요. 방문 감사드립니다!”
“아하하, 아닙니다. 저희 일인데 당연히 와야죠.”
정리를 끝내고 자리를 파할 때였다. 대표는 감사와 함께 슬쩍 시간을 확인했다.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그의 말에 반사적으로 다들 시계를 바라보았다. 그와 함께 모두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과연 얼마나 좋아하실지 이번에도 기대가 되네요.”
“아유, 말해 뭐합니까. 무조건 대박이죠.”
MD팀장과 인사담당자의 말에 이경복이 웃으며 화답했다.
“재미있게 봐주시길 바라야죠.”
“돌아가면서 보면 되겠군.”
박주호가 가볍게 말했다.
어느덧 일본어 버전 영상이 올라올 때가 되었다.
* * *
오로라 백화점 스텔라그램.
새로운 광고 영상에 사람들이 즉각 몰려들었다.
[왔다! 드디어 왔다!]
[퍼플 씨의 영상 정말 기다렸다고!]
[퍼펙트보이스를 실제 육성으로? 게다가 일본어라고!?]
[에또, 학교 화장실 칸 만석인지? 그런데 어째서인지 다들 조용한www]
[어이어이, 회사라고 다르지 않다고? 전부 영상 보려는 거잖아 이거www]
어제와는 달리 수많은 일본어 댓글들이 그 아래 달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일본어만 있는 건 아니었다.
[일본 팬들 화력 보소 ㅋㅋㅋㅋ]
[김구선생님 보고 계십니까?]
[문화승리각 ㅁㅊㄷㅁㅊㅇ]
[해외동포는 킹정이지!]
[퍼펙트 광고 새버전? 못 참아!]
한국 팬들의 댓글 역시 많았다. 일본어 버전은 연출이 다르다는 소식이 커뮤니티를 통해 퍼졌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눈이 영상에 집중됐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일본어 버전의 초반부는 한국어 버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진짜다! 퍼플 씨가 진짜로 일본어를 하고 있어!]
[위험해 이거, 위험하다고? 완전히 귀가 중독되어버린다고?]
[어이어이, 한국인들은 이런 걸 독점하고 있었던 거냐아아앗!]
[우앗! 큰일이잖아 이거! 합성음으로도 만족했었는데! 이제 돌아갈 수 없게 되어버린다고www]
그럼에도 반응은 호평일색이었다. 이경복이 NPC 손님들을 환대하며 하는 말이 모두 일본어였기 때문이었다.
[아닠ㅋㅋ 이 형 의외로 일본어도 어울리네?]
[뭔가, 뭔가 애니 주인공 같음!]
[ㄹㅇㅋㅋ 일본어로 들으니까 느낌 완전 다르네]
[스텔라그램에서 덕밍아웃 뭔뎈ㅋㅋㅋ]
[와씨 ㅋㅋ 이래서 퍼튜브 멤버십 구독하는 거구나]
일본 팬들만이 아니라 한국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이미 익숙한 영상을 지나 비로소 연출이 달라지는 지점이 나왔다.
바로 게임 영상이 현실로 바뀔 차례였다.
[에? 뭐야? 1인칭 시점이 되었다?]
[에또, NPC의 눈으로 보는 퍼플 씨인 것일까요?]
[한국어 버전과는 완전히 다르긴 한데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모르겠는데www]
NPC손님의 시점으로 바뀐 화면은 이내 가게를 나섰다. 다들 뭔가 싶어 하는 와중.
<빠아아아아앙!>
갑자기 큰 경적소리가 들리며 돌아간 화면에는 거대한 트럭이 비춰졌다. 그와 함께 암전된 화면에 댓글이 폭증했다.
[엣? 죽었어? 죽은 거야!?]
[어이어이 진짜냐www 이거 절대로 이세계 트럭이잖아!]
[잠깐, 잠깐! 환생트럭이라면 보통 현실에서 게임 세계로 가는 거잖아!]
[전혀 예상치 못한 연출! 그야말로 퍼펙트가 아닐지?]
이세계 트럭.
일본 팬들은 물론 이를 아는 한국 팬들도 웃음을 터트렸다.
[아닠ㅋㅋ 미쳤냐곸ㅋㅋㅋㅋㅋ]
[일본 맞춤 감성 찢었닼ㅋㅋㅋ]
[대한 씨, 토모다치였던 거냐구웃!]
[아아, 나카마 다로?]
[여기 스텔라그램맞음? 그것도 오로라인데?]
[인싸들은 냉큼 나가시지! 스텔라그램은 덕후의 성지로 변한다!]
익숙하든 익숙하지 않든 충격적인 전개. 사람들은 즉각 다음 영상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마치 깨어난 듯 밝아지는 화면은 여전히 1인칭 시점이었다. 카메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에? 여기는… 퍼플 오피스?)>
목소리 대신 화면 아래에 일본어 자막이 나타났다. 그 형태는 물론 효과음까지 게임의 것과 같았다.
<(나, 분명 트럭에 치였었는데…?)>
<아, 깨어나셨군요.>
이윽고 들려온 목소리에 카메라가 흠칫 놀라며 돌아갔다. 그 자리에는 계산대 너머에 자리한 이경복이 있었다.
<(다, 당신은!?)>
<퍼플오피스의 사장, 퍼플입니다.>
그의 여유로운 대답에 카메라가 당황한 듯 흔들렸다.
<(도대체 어떻게…? 죽은 뒤에 천국이라도 온 건가…!?)
<당신은 죽지 않았습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게임 속의 일이니까요.>
이경복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을 맺었다.
<이곳은 명백한 현실입니다.>
[역시! 역전이물이었다www]
[퍼플 씨, 서브컬쳐 이해도 높잖아!]
[아니아니, 각본은 따로 있다고?]
[퍼플 씨의 세계로 전이, 하고 싶어졌다…!]
댓글이 폭증하는 사이 영상 속 이경복이 무언가를 꺼내며 말했다.
<현실의 퍼플오피스를 찾아오신 주주 분들에게는 선물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에에-? 선물이라고?]
[어이어이, 이세계 치트라도 줄셈이냐고www]
[아아, 이해해버렸다. 퍼플 씨, 여신 포지션이었던 건가!]
[퍼플 씨 능력은 신급 레벨이니까 틀린 말이 아닐지도?]
[퍼펙트 캐스팅이잖아 이거www]
이윽고 이경복이 뭔가를 건넸다. 카메라에는 잡히지 않은 구도, 이윽고 화면이 내려가며 계산대 위에 놓인 종이를 잡았다.
<(에? 이것은?)>
<감사의 표시이자 주주로서의 증명, 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것은 방문 기념으로 증정하는 기념품인 종이증권이었다.
[에-?! 에에에에에!? 또 다시 서프라이즈?!]
[어이어이, 퍼플 씨! 이거 무리라고! 심장에 정말 무리라고! 진짜 신급 레벨의 서프라이즈잖아www]
[아아, 깨달아버렸다. 퍼플오피스는 정말로 이세계라는 거겠지. 랄까, 바로 갈 수 있잖아!? 비행기 티켓 남았으려나!?]
[퍼펙트 주주가 될 수 있다고? 이건 얼마를 내더라도 살 수밖에 없잖아wwww]
한국어 버전에서도 공개되지 않았던 만큼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뭐야? 이거 뭐임?]
[아닠ㅋㅋㅋ 굿즈가 또 있어?!]
[더 이상 시크릿 주주가 아니다?]
[뭐예요!? 왜 이렇게 고봉밥으로 퍼줘요!?]
[아놬ㅋㅋ 진짜 연차 무조건 써야겠넼ㅋㅋㅋ]
그러나 아직 놀랄만한 일이 남아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종이증권 역시 파는 굿즈라고 생각했지만.
<(이거, 얼마나 하는 건가요…?)>
<방문하신 것만으로도 증명은 끝. 주주분의 성원으로 값은 이미 치렀습니다.>
이 기념품은 무료였다.
[?????????????????????]
[에-? 무료? 돈, 필요 없어?]
[아니아니아니아니, 말이 안 되잖아? 공짜라고?]
[이거 절대로 이세계의 이야기잖아? 현실에 이런 퍼펙트 팝업스토어가 있다고?]
[에또, 뭔가 상식이 무너져버렸다랄까. 이것이 퍼펙트 상식이라는 것인지?]
[아닠ㅋㅋ 이형 진짜 안 되겠네!]
[아 ㅋㅋ 오랜만에 버릇 좀 단단히 고쳐줘야겠네]
[누구 마음대로 돈을 안 받겠다는 거야?!]
[ㄹㅇㅋㅋ 오늘 후원 딱 대!]
[야앀ㅋㅋ 화장실 다른 칸에서 동시에 ‘미친’ 소리 나옴ㅋㅋㅋ]
댓글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지만 이미 녹화된 영상인 바, 화면 속 인물들은 대화를 이어나갔다.
<(내가… 주주? 퍼플 오피스의? 이게 말이 돼?)>
깜빡이는 자막에 이경복이 미소를 지었다.
<이제는, 말이 됩니다.>
이윽고 카메라가 이경복에게 줌인했다. 1인칭 시점에서 벗어나 완전히 카메라가 된 것이다.
<퍼플오피스는 많은 주주분들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경복은 가볍게 선글라스를 고쳐 쓰며 정중히 마지막 대사를 꺼냈다.
이윽고 카메라가 서서히 줌아웃되며 퍼플오피스의 전경을 보여주었다.
그와 함께 서서히 화면이 하얗게 변하며 퍼펙트플레이 로고와 오로라 로고가 떠올랐다.
그것으로 엔딩이었다.
[우앗, 어째서인지 뭔가 눈물이 나버렸다www]
[행복해서 나온 눈물이랄까. 퍼플 씨, 일본 팬들도 엄청 생각해주네.]
[아니아니, 정말로. 사실 퍼플 씨, 일본 팬들은 신경 안 써줘도 되잖아…!]
[위험해, 정말 위험하다고? 어떻게든 한국 가고 싶어졌다! 퍼플 오피스, 꼭 가보고 싶어!]
[뭐랄까, 이세계 동경하는 놈들 전부 바보라고 생각했는데. 조금 이해해버렸다www]
국적불문 모두가 만족을 표했다.
언어는 달라도 감정은 같은 법이었다.
[와앀ㅋ 솔직히 오픈런 못하면 허탕이라 생각했는데 ㅋㅋㅋ]
[퍼청자들 헛걸음 안 하게 하려는 배려ㅋㅋㅋㅋㅋ]
[그냥 가기만 해도 기념품을 준다고? 이러면 무조건 가야짘ㅋㅋ]
[사실 진짜 별 거 아니긴 한데 ㅋㅋ 이런 거 챙겨주는 게 또 퍼펙트 하거등요?]
[자고로 옛적부터 이런 사람은 돈쭐을 내주는 게 전통입니다만?]
[이 형은 맨날 이름값을 해버린다니까!]
[이게 퍼펙트 팬 서비스? 내가 알던 팬 서비스는 대체?]
퍼펙트 팬 서비스에 대한 감상은 만국 공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