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7화 – 퍼사장 문 열어! (2)
늦은 저녁, 방송시간이 다가올 즈음.
이경복은 방송 시작 전부터 눈이 휘둥그레졌다.
‘2만이 넘었어…?’
본래 평균 시청자가 1.5만 명이다. 그마저도 방송 시작부터가 아니라 진행 중에 들어오는 사람들 덕분에 도달하는 숫자다.
그런데 오늘은 시작 전부터 2만이 넘어버렸다.
-퍼 사장! 얼른 문 열어!
-아 ㅋㅋ 도네 딱 대!
-으딜 감히 증권을 공짜로 팔아!
-더블 서프라이즈 아주 괘씸하그등요?
-나 도네 10만 원 만큼 화났어!
-죄인은 나와서 도네를 받으라!
-아닠ㅋㅋㅋ무슨 죄냐고 ㅋㅋㅋ
더욱이 채팅을 치는 시청자들의 기세도 평소와 달리 흉흉(?)했다.
엄포가 가득한 채팅창에 이경복은 웃음이 절로 나왔다.
‘정말 귀엽다니까.’
어느덧 다가온 방송 시간.
이경복은 표정을 관리하다가 이내 관두었다. 기쁜 걸 숨길 이유가 있겠나.
그는 만면에 미소를 띠며 스튜디오 앞으로 나섰다.
“트하! 퍼펙트한 저녁이네요!”
그의 등장에 채팅창의 속도가 달라졌다.
-퍼하!
-마참내!
-퍼세카이 사장 등장!
-이렇게 서프라이즈 두 번 하기 있냐구욧!
-뭐예요! 왜 이렇게 서비스가 낭낭해요!?
-아 ㅋㅋ 곱빼기로 안 시켰다고욬ㅋㅋㅋ
-킹부러! 더 많이 줘서 돈 더내게 할라고!
-블랙기업식 판매 무냐구웃!
-퍼플 홀의 중력 너무 강력하다아아앗!
쏟아지는 찬사와 감사는 물론 그와 더불어 쉴 새 없이 후원창이 눈앞에 나타났다.
[‘퍼펙트놀래미’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광고에 놀라서 심장이 떨어졌나 했는데 알고 보니 내 지갑이었고?]
[‘대체뭐가남냐고’님이 ‘3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얘! 세상에 공짜는 없단다! 얼른 넣어두렴!]
[‘근데어쩔건데?’님이 ‘5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갓플이 퍼주면 네들이 뭘 할 수 있는데 ㅋㅋㅋ 구독은 이미 했으니까 후원 말고 뭘 할 수 있냐곸ㅋㅋ]
이경복은 그에 놀라며 진심 어린 감사를 표했다.
“아, 후원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니, 근데 이렇게 후원을 받으려고 준비한 건 아닌데…”
그가 멋쩍게 웃으며 얼버무리자 채팅창에 웃음이 터졌다.
-어허, 우리 사이에 이럴 거야?
-에헤이, 넣어둬 넣어둬!
-아닠ㅋㅋㅋ 후원안 한 트수들이 왜 생색내는뎈ㅋㅋㅋ
-아 ㅋㅋ 아직 밀려있어서 안 나온 거라고
-킹직히 오늘은 후원만으로도 3시간 저챗 쌉가능일듯
-ㄹㅇㅋㅋ 후원 리액션 방송 가즈앜ㅋㅋㅋ
-아닠ㅋ 충전하고 온 사이에 대기열 다 찬거 무엇?
-또기열 뭔데 ㅋㅋㅋㅋ
-갓플이 있는 곳에는 줄이 생긴다, 그게 상식이잖아?
이경복은 이에 후원 창을 10개로 늘렸다. 아무리 그래도 후원만 받고 방송을 끝낼 수는 없지 않나.
“거듭 감사 합니다! 많은 분들이 후원해주셔서 개별적으로 리액션 못 드리는 점 양해 부탁드릴게요.”
빠르게 확인을 이어가던 그는 이내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후원 금액의 종류가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Fan_imnida’님이 ‘¥10,000’을 후원하셨습니다.]
[번역기 사용. 보라가 감동 주었다. 고마워요.]
[‘パーフェクトラブ’님이 ‘¥50,000’을 후원하셨습니다.]
[형님, 정말 고마워! 아직 미숙한데 한국어 공부한 보람 있었다!]
[‘あなたがぜんぶ’님이 ‘¥100,000’을 후원하셨습니다.]
[당신이 전부. 한국에 간다. 즐거운 기다림!]
후원을 한 사람은 한국 팬들만이 아니었다. 일본 팬들은 번역기를 사용하거나 아직 어색한 한국어로 감사를 표했다.
덕분에 이경복은 물론 모두 시청자 숫자가 2만을 돌파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캬 ㅋㅋ 월클 증명 바로 나오고?
-해외동포 씀씀이 보소 ㅋㅋㅋ
-WA! 외국인 투자자!
-아 ㅋㅋ 원래 기관이랑 외국인 주주들이 금액이 크다고 ㅋㅋ
-주가 상승 ㅁㅊㄷㅁㅊㅇ
-퍼플 코인은 천장이 없다, 그게 상식이잖아?
-킹직히 내가 일본인이어도 광고 영상 보면 후원마려울듯ㅋㅋㅋ
이경복은 그에 다시금 고개 숙여 감사하며 미소 지었다.
“아, 정말 감사드립니다. 모두 여러분들 덕분이죠. 2차 굿즈 출시도 1차 굿즈 때 잘 됐기 때문 아니겠어요? 방송을 재미있게 봐주시는 만큼, 이번 팝업스토어도 재미있게 즐겨주시면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
그가 공을 다시 시청자들에게 돌리자 채팅창에 웃음이 넘쳐났다. 그렇게 한동안 감사를 거듭한 끝에 밀린 후원을 모두 확인할 수 있었다.
“자, 진짜 하마터면 감사 방송이 될 뻔했네요. 이제 후원은 정지시켜뒀습니다.”
이어 이경복은 양손을 쥐었다. 그리고는 죄송스러운 표정으로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그런데 하나, 불가피하게 불편을 드리게 된 일이 있습니다.”
그 한마디에 채팅창 분위기가 뒤바뀌었다.
-????????
-이 형이 불편을?
-우리가 불편한 거? 아님 갓플이 불편한 거?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거냐구웃!
-HOXY 운영기간을 줄여야된다든가?
-으아 앙대! 막날에 연차 냈는데!
-헐? 오로라가 갑질한 거 아님?
-퍼플오피스 억까 멈춰!
시청자들이 불안해하자 이경복은 바로 손을 내저었다.
“아니, 운영상 문제는 전혀 없습니다. 오로라 쪽 문제도 아니고요. 이건 순전히 제 욕심으로 바꾼 일이라는 점 먼저 말씀드릴게요.”
그는 이내 바뀐 채용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그래서 이미 지원하신 분들께는 정말 죄송하지만 메일로 다시 지원서를 전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난 또 진짜 큰일 난 줄
-ㄹㅇㅋㅋ 이 형이 이런 말 하는 게 흔치 않자너 ㅋㅋㅋ
-이러면 오히려 좋은 거 아님?
-아 ㅋㅋ 메일 다시 넣는 게 뭐 어렵다고 ㅋㅋㅋ
-킹직히 이렇게 TO 늘려주면 퍼청자들은 땡큐지 ㅋㅋㅋ
-와 ㅋㅋ 20명보다 140명 관리하는 게 더 귀찮을텐데ㅋㅋㅋ
-이러면 구독 4개월 아니어도 희망이 보이는 것이고?
-이형은 진짜 ㅋㅋㅋ 퍼청자만 생각한다니깐!
-아 ㅋㅋ 어디로 지원할지 고민된다ㅋㅋㅋ
-퍼펙트 아이는 없어도 퍼펙트 눈치로 승부할 수 있다 이마리야
시청자들 중에 불만이 있는 사람은 없었다.
구독 4개월 차보다 그 미만인 사람들이 많았고, 4개월 차인 구독자 중에서도 스스로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한 사람들에게도 선택지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이해 감사드립니다. 아, 그리고 말 나온 김에 간단히 팝업스토어 이용에 대해 안내를 해드릴게요.”
이경복은 채용과정 공지를 마치고 손을 움직였다. 그와 함께 대기하던 박주호가 자료화면을 송출했다.
“자, 이게 이번 종이증권 출력 장치인데요. 원래는 일괄적으로 같은 증권을 뽑으려고 했는데 샵팬덤에서 도움을 주셨습니다.”
이경복이 손가락으로 화면을 넘겼다. 출력장치 이용 과정이 단계별로 설명되어 있었다.
“보시는 것처럼 트라이 계정 연동 시스템이 적용됐습니다. 지문이나 홍채로 생체 인증을 해주시면 종이증권에 여러분의 아이디와 날짜가 기입됩니다!”
-헉!
-아이디가 공개된다고?
-아 ㅋㅋ 남 보여주기 부끄러운 아이디 쓰는 퍼청자 없제?
-제발 퍼청자라면 떳떳한 아이디 씁시다!
-필터링 효과 ㅁㅊㄷㅁㅊㅇ
-휴 나는 ‘피자에파인애플’이니까 괜찮을 듯 ㅎㅎ
-아 ㅋㅋ 그럼 ‘피자에생파인애플’도 되죠?
-뭐지? 영국 출신이신가?
시청자들의 장난스러운 채팅에 이경복도 웃으며 덧붙였다.
“거기서 끝이 아닙니다. 여기에 원하신다면 트라이 구독기간과 후원내역 그리고 샵팬덤 구매내역도 연동할 수 있는데요. 그렇게 하시면 실제로 종이증권에 해단 금액이 합산되어 표기가 됩니다. 실제로 방송에 투자를 해주신 느낌을 살릴 수 있죠!”
-오? 뭐임?
-진짜 증권같넼ㅋㅋㅋ
-캬 ㅋㅋ 역시 디테일 찢었고?
-야앀ㅋㅋ 이럴 줄 알았으면 더 크게 쐈지!
-퍼 사장! 다시 후원 열어!
-돈⋯ 있다고⋯ 투자 더 한다고⋯
-즉.시.수.금
-엌ㅋㅋㅋ 투자설명회가 따로 필요 없다 이마리야 ㅋㅋㅋ
-진짜 참신하게 수금하는구만!
-퍼펙트 도네 유도 뭔데에에에!
시청자들의 감탄과 더불어 쌓이는 놀림에 이경복은 바로 손을 흔들었다.
“아니, 후원 안 열거고요! 꼭 안 하셔도 됩니다. 어디까지나 옵션이에요. 연동 안 하면 금액에 ‘1억’으로 찍힙니다.”
시청자들의 재미를 위한 것이지만 혹시라도 서로 비교가 될 수도 있었다. 이에 이경복은 기본값을 억 단위로 높여 그 상황을 방지하고자 했다.
-예? 제가요? 1억이요?
-방구석 트수가 1억 증권 보유자?!
-지금 시청자만 해도 2만이니까 2조네?
-2조 가치의 블랙기업 ㅎㄷㄷ
-갓플의 가치를 생각하면 저평가일지도?
-ㄹㅇㅋㅋ 2조로 어딜 비빔?
-떨어진 적이 없는데 저평가주는 뭐냐고 ㅋㅋㅋㅋ
-오르기만 하니까 지금이 저평가다, 그게 주식이잖아?
-뭐예요? 왜 맞말이에요!?
즐거워하는 채팅에 이경복도 웃으며 자료를 치웠다.
“자, 좋습니다. 이렇게 여러모로 준비한 게 많으니까요. 많은 분들이 와주셨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오셔서 즐거운 경험을 해주시길 바랄게요!”
재미와 즐거움.
그의 바람은 언제나 한결같았다.
* * *
방송이 끝난 후, 퍼지데이 팬카페.
[트라이 후원 내역 어디서 확인 가능?]
[방송 꺼졌을 때도 후원 하는 방법 없나?]
[아 ㅋㅋ 장외거래는 안된다고욬ㅋㅋㅋ]
[퍼플 오피스로 가는 길을.araboza]
[퍼사장? 내일 오픈 아닌 거 왜때문?]
[퍼사장! 제발 문 열어!]
[분명 방송을 봤는데 어째서 퍼손실이?]
당연하게도 가장 큰 화두는 팝업스토어였다. 팬들은 오픈 날을 고대하며 기대심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모두가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본인 채팅창 여포지만 오프에서는 찐트수인데 가능?]
[아 ㅋㅋ 가고 싶은데 인싸들 사이에서 겁나 튈듯]
[난 다 걸고 백화점 한 번도 안 가봄;;;]
[???: 아, 아싸들 전용 방문 시간대를 만들어주세요⋯!]
[트수야, 그게 무슨 소리니?]
팬층이 넓은 만큼 내향적이고 소심한 사람들의 비중도 상당했다. 그들 역시 팝업스토어에 가고 싶었지만 걱정이 컸다.
이런 고민에 팬들은 바로 댓글을 달아주었다.
[-아닠ㅋㅋㅋ 각자 오는 건데 뭘 ㅋㅋㅋ]
[-백화점이라도 진짜 별 거 없음
ㅋㅋㅋ]
[-오로라마트는 가보지 않았나? 그거 그냥 품목별로 층 구분한 거임 ㅋㅋㅋ]
[-내가 장담하는데 퍼청자들 다 퍼펙트 후드티 입고 온다 ㅋㅋ]
[-굿즈 사러 갈 때는 굿즈를 입는다, 그게 상식이잖아?]
그리 가볍게 조언하던 팬들은 이내 진지해졌다.
[백화점이라 다른 손님들도 많을듯?]
[ㅇㅇ 팝업스토어가 푸드코트 옆이라 가족단위 손님도 많을듯]
[아이들이 본다 이마린가?]
[뭔가 문제 생기면 갓플 이미지도 안 좋아질 것 같은데]
[백퍼 오픈런이라 관심 받을 수밖에 없음 ㅋㅋㅋㅋ]
[아니 거기서 이상한 짓거리 하는 트수가 있겠냐고 ㅋㅋㅋㅋ]
누구보다 이경복의 인기를 잘 알고 있는 게 팬들이 아닌가. 운영기간 동안 몰릴 인파를 생각하면 불상사가 생길지도 몰랐다.
[노파심에 쓰는 덕질 지침.beta]
개중 한 게시글이 빠른 추천을 받았다.
[트수 생활 하면서 이것저것 본 할배임
오프 행사 많이 가봐서 그냥 이런 거 준비하면 좋겠다 싶은 거 써봤다 ㅋㅋㅋ
뭐 이런 것까지? 느낌도 있을 텐데 알면 걍 넘어가주면 됨 ㅋㅋ
청결과 위생
처음부터 갈고리 바로 나오지?
근데 이게 의외로 모르는 사람은 모름 ㅋㅋㅋ
???: 뭐지? 그냥 평소대로 씻고 가면 되는 거 아닌가?
맞지! 그게 기본임 ㅋㅋㅋㅋ
목욕재계까지 바라는 것도 아니고 샤워정도면 충분해. 최소한 머리감고 세수라도 하면 되고.
내가 말하는 건 대기 중일 때 얘기임. 킹직히 갓플이면 딱 각이 나오잖아. 생각보다 줄을 오래 서야 됨ㅋㅋㅋ
근데 시간이 길어지면 땀이 날 수밖에 없자너? 그나마 백화점이니까 덜하긴 할 텐데 그래도 나긴 함
이게 진짜 탓하는 거 아니고 사람마다 체취가 다른데 본인은 자각을 잘못해
자기가 땀 좀 많이 흘린다 싶으면 데오도란트 쓰기 ㅇㅋ?
(링크)
*큐튭 링크 첨부 했으니까 모르는 사람은 보고 따라하면됨
2. 인증샷을 포함한 촬영매너
아 ㅋㅋ 인증샷이랑 기념샷 안 찍으면 팝업 왜 감?
그런데 우리가 퍼플 오피스가면 굉장히 들떠 있을 거란 말이지? 그래서 막 찍다보면 다른 손님들이 같이 찍힐수 있음
초상권은 다 알잖아?
???: 초상권? 그거 모자이크 하면 되는 거 아님?
아 ㅋㅋ 킹럴수 있지
근데 찍힌 분들 마음도 그럴까?
???: 뭐임? 나 찍힘? 모자이크 개꿀^^
이러시겠음?
그냥 넘어가시는 분들도 있지만 찝찝하실 분들이 더 많을 걸?
그 찝찝함이 어디로 간다? 바로 갓플한테 간다 이마리야
그러니까 웬만하면!(사실 무조건임ㅋ) 그냥 사진은 지정된 포토존에서만 찍자는 거지
이건 찐막, 찐찐막 외치는 마음으로 새겨두자
3. 팝업스토어 이용 시간
이건 뭐 정답이 없긴 해
좀 더 즐기고 싶은데 너무 버티면 또 뒷사람에게 민폐같기도 하잖아?
게다가 퍼청자들마다 또 입장이 다르잖슴?
멀리서 왔을 수도 있고, 오래 기다렸을 수도 있고, 없는 시간 쪼개서 왔을 수도 있고.
그러다 보면 또 예민해져요
???: 아니, 왜 이렇게 안 나옴?
???: 얼마 안 됐는데 눈치 주는 거 보소?
우리끼리도 감정 상할 수 있단 말이야
이럴 때 답은 뭐다?
무조건 스탭 지시에 순종한다!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오고 ㅇㅋ?
퍼플오피스 운영은 우리가 하는 게 아니잖슴 ㅋㅋㅋ
시간이나 흐름은 다 맡겨야 되는 거 ㅋㅋㅋ
우리는 걍 가서 주어진 조건에서 최대한 즐기기만 하면 되는거임
일단 생각나는대로 썼는데 따로 또 뭐 있으면 댓글 ㄱㄱ]
해당 게시글에는 팬들의 댓글이 빠르게 늘어났다.
[-오 ㅋㅋ 이런 거 정리해두면 좋을듯]
[-밤새 오픈런하는 사람도 1번은 필수지 ㅋㅋㅋ]
[-1번 추가> 그렇다고 백화점 화장실에서 씻거나 하지 말자]
[-아옼ㅋㅋ 진짜 싫다 그건ㅋㅋ]
[-2번 진짜 공감 ㅋㅋㅋ 뭐 따로 허락 구하는 것도 아니고 ㅋㅋ]
[-2번에 추가로 버스트샷 금지 안 됨? 그거 의외로 시끄러움 ㅋㅋ]
[-2번 관련해서 스텔라 라이브 하는 인싸 있을듯?]
[-자기 얼굴만 나오게 해라 진짜 ㅋㅋㅋ]
[-3번은 진짜 잘 짚었네 ㅋㅋㅋ]
[-킹직히 시간을 얼마나 줘도 아쉬울 수 밖에 없음ㅋㅋ]
[-친구들끼리 올 트수도 있을 텐데 욕이나 심한 드립은 자제했음 좋겠음]
[-같이 올 친구가⋯ 있어?]
[-친목밴입니다^^]
공감과 장난스러운 댓글 사이에도 새로운 제안이 나왔다. 그렇게 해당 게시글이 주목을 받으면서 지침에는 살이 붙었다.
[퍼플오피스를 방문하는 퍼청자를 위한 안내서(진짜최종v7)]
팬들은 합심해 내용을 덧붙이고 보기 좋게 정리까지 정리해 완성까지 시켰다.
[-마참내!]
[-이제 그마내!]
[-진짜 최종인데 7버전ㅅㅂㅋㅋㅋ]
[-여기서 더 늘어나면 뇌절이다 정말]
[-드레스 코드는 빼길 잘 한듯 ㅋㅋ]
[-ㄹㅇㅋㅋ 퍼펙트 후드티 권장이 적당함]
[-야씨 ㅋㅋ 미스틱메타에 퍼간 사람 눈구냐 ㅋㅋㅋ]
[-바크가 가장 먼저였는덧?]
[-무친 ㅋㅋ올라온지 얼마나 됐다고 ㅋㅋㅋ]
해당 내용은 이내 각종 커뮤니티로 빠르게 퍼졌다. 그리고 그에 대한 반응을 캡처해온 게시글들이 다시금 주목을 받았다.
[-엣? 우리가 개념?]
[-그저 갓플이 욕을 먹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인 것인데?]
[-임영걸 팬덤얘기인줄 알았다는 건 또 뭐얔ㅋㅋㅋ]
[-아니 근데 갓플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네?]
[-야씨ㅋㅋ 저긴 자동차커뮤잖슴ㅋㅋㅋ]
[-그래도 다 좋게 봐주시네 ㅋㅋㅋㅋ]
이경복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도 그 게시글만으로 느끼는 바가 있었다.
[-그스그시의 좋은 예라고 하니 뭔가 민망한 것이고?]
[-킹직히 갓플 아니면 이렇게까지 안 하지 ㅋㅋ]
[-ㄹㅇㅋㅋ 우리 형 첫 팝업이잖슴]
훌륭한 스트리머에게는 훌륭한 팬이 따르기 마련이었다.
* * *
팝업스토어 오픈 전날 밤.
시간이 흐르고 흘러 기다리던 때가 다가왔다. 메타게이머 기자, 신혜림은 눈을 빛내며 지하철에서 내렸다.
‘카메라랑 마이크, 다 됐고.’
기자로서의 본분.
그녀는 퍼플오피스 취재를 위해 신촌역을 찾았다.
‘일 핑계로 오픈런도 하고 너무 좋다⋯!’
비단 업무 때문만은 아니었다. 개인적인 팬심으로라도 찾아올 곳이었다.
그녀는 생글생글 웃으며 백화점으로 향하다가 이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니⋯ 벌써!?’
신촌점으로 통하는 지하통로에 이미 길게 줄이 늘어서 있었다. 다들 색색의 퍼펙트 후드티를 입고 있었기에 오해할 여지가 없었다.
“저기, 실례합니다. 웹진 메타게이머에서 나왔는데요. 혹시 이 줄이 퍼플오피스 대기 줄인가요?”
하지만 그럼에도 취재는 해야 했기에 그녀는 조심스레 맨 뒤편의 줄을 선 남자에게 다가가 물었다.
마스크에 후드티를 뒤집어쓰고 있던 그는 고개를 돌리더니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오, 메타게이머! 네, 맞습니다!”
“아! 역시⋯! 혹시 잠깐 인터뷰 괜찮으실까요?”
“네네, 물론이죠.”
그는 흔쾌히 대답하고는 이내 질문에 답했다.
“아, 저도 진짜 놀랐습니다. 지금 시간이⋯ 8시 조금 넘었네요. 이 정도면 빨리 온 거라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미 줄이 이 정도로 서 있더라고요.”
“그러니까요. 정말 열정이 대단합니다. 말씀 감사드려요.”
신혜림은 짧게 인터뷰를 마치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어느새 뒤쪽으로도 줄이 늘어나 있었다.
‘아⋯ 제일 뒤로 밀리겠네.’
마음 같아서는 그대로 줄을 서고 있지만 가장 먼저 도착한 팬의 이야기를 또 들어봐야 하지 않겠나.
이에 그녀가 아쉬움을 삼키며 나서려는 순간이었다.
“취재하셔야 되는 거죠? 괜찮으시면 자리 맡아드릴까요?”
“네? 어⋯”
반가운 제안이었지만 이내 그녀는 고민했다. 아무리 같은 팬이라지만 선뜻 낯선 사람에게 짐을 맡기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에 약간 기분이 나빠진 걸까. 팬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 혹시 저 못 알아 보신건가요?”
“네?”
신혜림이 어리둥절해하자 그는 실소를 흘리며 마스크를 내렸다. 이에 그 얼굴을 살피던 신혜림의 눈동자가 커졌다.
“아⋯! 박잡초 님?!”
“네. 맞아요. 박잡초입니다. 저는 또 알아봐주신 줄 알고⋯”
“아니, 죄송해요! 마스크 때문에 전혀 몰랐어요⋯!”
“하하, 괜찮습니다. 원래는 스컬킴이랑 같이 오려고 했는데 제가 좀 늦게 왔거든요. 근데 이 자식이 치사하게 기다려주질 않더라고요.”
“아, 그럼 스컬킴 님도?”
“아마 앞에 있을 겁니다. 다녀오세요.”
“어, 그럼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한결 편해진 마음으로 그녀는 줄을 따라 앞으로 나아갔다. 이내 그녀는 속으로 탄사를 흘렸다.
‘진짜 다들 조용하시네.’
대기하는 사람들 대다수가 20대인 팬들이었고 친구끼리 왔는지 서로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언성이 전혀 크지 않았다.
‘팬카페 지침 덕분인가.’
그렇게 줄을 따라간 끝에 가장 먼저 도착한 팬을 마주할 수 있었다.
신혜림이 신원을 밝히고 인터뷰를 요청하자 팬이 흔쾌히 답했다.
“어, 저녁 먹고부터 대기했으니까 한 6시 조금 넘었을 거예요.”
“이렇게까지 일찍 오신 이유가 있을까요?”
“그냥 욕심이죠. 신촌점 1호 주주가 될 기회잖아요?”
“아, 1호 주주! 확실히 특별한 느낌이 있네요.”
“물론 퍼플 님이 그런 걸로 차별대우하실 분은 아닌데, 개인적인 만족이죠.”
신혜림은 이후 인터뷰를 더 진행한 뒤 다음 타겟을 찾았다.
바로 팬들과 사진을 찍고 있는 스컬킴이었다. 그 역시 방송에선 시끌벅적하건만 지금은 조용조용하게 사진만 찍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메타게이머 신혜림 기자인데요, 잠시 시간 괜찮으실까요?”
“메타게이머요?”
“어? 퍼플 님 전문 기자님이시다!”
신혜림의 이름을 알아보는 팬도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뿌듯해하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제가 진짜 퍼플 님도 좋아하는데 스컬킴 님도 팬이거든요. 솔직히 막 소리 지르고 싶은데 또 공공장소라서 자제하는 중입니다.”
“아, 역시 그 커뮤니티에 돌아다니는 지침 때문일까요?”
“기자님도 그거 보셨어요? 아, 근데 이게 생각해보면 당연한 건데 막상 지키기가 힘든 것도 있더라고요.”
팬은 약간 멋쩍게 웃었지만 이내 열의를 보였다.
“그래도 그 지침을 지키는 게 퍼플 님이 방송에서 보여주시는 것보다는 쉽잖아요?”
“아, 확실히 그렇죠.”
“네네, 퍼플 님이 이렇게 준비해주셨는데 이 정도 불편한 거 감수하는 건 괜찮지 않나? 싶습니다.”
스컬킴이 그에 웃으며 첨언했다.
“제가 이런 걸 보면 또 우리 퍼 사장님께 배웁니다.”
“아, 스컬킴 님 그게 뭐죠?”
“저희 사장님 곁에는 좋은 분들이 많잖아요? 이제 보니 그 비결이 퍼 사장님 본인이 좋은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거죠.”
“오, 그거 정말 좋은 말씀이네요. 저는 또 골절이 나올 줄 알았는데.”
“에이, 중요한 건 ‘본’질 아니겠습니까.”
그 말에 다들 웃음을 흘렸다.
신혜림은 이후 몇 차례 더 취재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왔다.
‘시간 좀 지나고 다시 해야지.’
박잡초가 그녀를 반겨주었다.
“고생하셨어요.”
“에이, 이제부터 시작이죠.”
“빨리 내일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니까요.”
신혜림은 절로 지어지는 미소와 함께 말했다.
“아, 재미있겠다.”
지금은 그녀도 오픈을 기다리는 한 사람의 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