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448화 (453/491)

448화 – 퍼사장 문 열어! (3)

늦은 밤, 지놈의 방송.

지놈은 평소처럼 1부 소통 방송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대화 주제는 평소와는 달랐다.

“아니, 사람이 많을 줄은 알았는데 그렇게나 사람이 많다고?”

-현실 대기열 수듄 ㅋㅋㅋ

-여기 대구인데 진짜 줄 겁나 김ㅋㅋㅋㅋ

-신촌점에서 골초조합이랑 사진찍음 개꿀 ㅎㅎ

-킹직히 난 내가 순위권일 줄 알았다 ㅅㅂ

-퍼청자들을 너무 얕봤고?

-평일 오픈런이 이정도면 주말은 진짜 박터지겠네 ㅎㄷㄷ

쏟아지는 시청자들의 제보에 지놈은 헛웃음을 흘렸다. 4개 지점 모두 오픈런을 위해 팬들이 장사진을 펼쳤다는 내용이었다.

“야, 그거 순위 너무 연연할 필요 없어. 솔직히 먼저 온 사람들 부지런하고 팬심 대단한 거 맞는데, 그렇다고 우리 사장님이 또 차별하시냐? 그거 아니거든.”

-고건 맞지 ㅋㅋㅋ

-오늘 보니까 후원 쌓인 것도 다 읽어주드만 ㅋㅋㅋ

-ㄹㅇㅋㅋ 그렇게 많이 오면 걍 스킵할 수도 있는데

-아! 나도 줄 서고 싶다!

-진짜 일만 아니었어도 ㅋㅋ

-이것도 다 추억이그등요 ㅋㅋㅋ

지놈은 채팅 반응에 미소 짓다가 이내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아, 근데 현장 분위기는 괜찮나? 이게 사람 많아지고 또 피곤해지면 신경이 예민해질 수가 있거든.”

초반에야 들뜬 마음에 태도가 관대하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피로가 쌓일 터였다. 원래 안 그런 사람이라도 힘든 상황에서는 날이 서지 않겠나.

지놈은 대기하는 팬들 사이 혹은 팬들과 다른 사람들 사이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염려했다.

-완전 조용함ㅋㅋㅋ

-다들 그냥 방송 보면서 대기중인듯?

-아 ㅋㅋ 팬카페에 올라온 안내서 안 봤냐고

-신기하게 다들 잘 지킴 ㅋㅋ

다행히 걱정할만한 낌새는 보이지 않았다는 답변들이 올라왔다. 그에 지놈은 물론 다른 시청자들도 놀라는 와중이었다. 새로운 후원 메시지에 그는 웃음을 흘렸다.

[‘Skullkim’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슨배임^^7, 신촌점은 이상 없슴다]

신촌에서 대기 중인 스컬킴이었다.

“아, 맞네. 우리 스 인턴이 또 현장에 있지. 아니, 근데 신촌은 약간 좀 더 위험하지 않나? 거긴 백화점 바로 건너가기만 해도 술집들이라서.”

[‘Skullkim’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저희 주주님들 모두 후드티로 맞춰 입고 오셔서 안 밀림다^^]

바로 돌아온 대답에 시청자들이 웃으며 동조했다.

-아 ㅋㅋ 하긴 단체로 옷 맞춰입은 사람들 앞에서 주정부리기 쉽지 않지 ㅋㅋ

-그정도 판단 못할 정도면 이미 바닥에 널브러져있음 ㅋㅋ

-주주단결력 ㅁㅊㄷㅁㅊㅇ

-역시 유니폼이 대단하다 이마리야

-피아식별 확실하쥬?

지놈도 그에 한결 안심하고 장난스럽게 멘트를 이어나갔다.

“크흠, 좋습니다. 특이사항 있으면 바로바로 알려주세요. 후원금은 뭐 나중에 회비로 쓰든가 합시다.”

-?

-여기서 도네 유도를?

-헉

-블랙기업식 보고 ㅎㄷㄷ

-인턴을 뜯어먹는 선임이 이따!?

-회비(1인)

-추 사원, 또 너야?

시청자들의 놀림에 지놈은 과장스럽게 손을 흔들었다.

“아이고, 농담입니다 농담. 스 인턴, 후원 안 해도 됩니다? 아니, 아니다. 절대 하지 마세요. 내가 생각을 잘 못 했네. 내 쪽에서 연락을 했어야 되는 건데!”

-킹란일자 갓담ㅋㅋㅋ

-???: 아 내가 아주 큰 실수를 할 뻔했어!

-즉.시.추.놈

-진짴ㅋㅋ 꽁트각 잡는 거 보소 ㅋㅋㅋ

-이거 또 쇼츠로 잘라서 돌아다니겠넼ㅋㅋ

-WA! 소스다 소스!

시청자들이 웃자 지놈은 가볍게 목을 가다듬으며 시간을 확인했다.

“자, 장난은 이쯤하고 이제 슬슬 방송 끝내야겠다.”

이어지는 방송 종료 선언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아니, 나 내일 출근이라 오늘 2부 없다는 거 공지했잖아. 왜 또 모르는 척인데.”

-그래도 너무 빠르잖슴!

-뭐예요!? 왜 같이 대기 안 해줘요!?

-주주 버려? 주주 버려? 주주 버려?

-일반등급 직원 스펙 수듄ㅋㅋ

-이것도 고증이냐곸ㅋㅋㅋㅋ

-늙고 병든 추놈ㅠㅠㅠ

-늙병추는 킹정이야!

-막상 내일 또 추하게 지각하는 거 아님?

시청자들의 놀림에 지놈은 바로 장난스럽게 받아쳤다.

“어허, 이거 지금 로그 다 땄어! 내가 내일 다 출력해서 아이디 대조한다? 너희들 걸리면 포장 3배속해서 바로 내보내버릴 줄 알아!”

-너무 치졸한 복수 아니냐곸ㅋㅋ

-KIA! 가슴이 옹졸해진다!

-응~ 추놈 일하는 데로 안 가면 그만이야~

-퍼플오피스 4호점까지 있는데 어쩌쉴?

-아 ㅋㅋ 업무나 제대로 하시라고요 ㅋㅋㅋ

시청자들이 꿋꿋하게 놀리자 지놈은 실소를 흘리며 손을 흔들었다.

“으이그 하여간 꼭 한 마디를 안 져요. 아무튼 내일 야방에서 보자! 나 간다!”

그는 방송을 종료했다.

하지만 화면은 어두워지지 않았다. 잠깐 깜빡거린 화면은 이내 다른 방송을 보여주었다.

“아, 지놈 경의 가신들이 오셨구려. 어서들 오시오.”

지놈이 이클립스의 방송으로 호스팅을 해준 것이었다. 그는 시청자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아마 지놈 경께서는 퍼플 경의 영지 확장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을 거라 짐작되오. 본인도 가신들과 그 이야기를 하고 있었소.”

이클립스는 간단히 방송 주제에 대해 소개했다. 그 역시 팝업스토어에 대해 시청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팝업스토어가 영지확장ㅋㅋㅋ

-???: 아니라고는 할 수 없지

-오로라는 제국이라 불렀음 ㅋㅋ

-오로라 제국과 협약을 통해 영지를 4곳이나 확보한 갓플 경의 위업이란!

새로운 시청자들도 그에 상황을 파악하고 방송에 녹아들었다.

“다시 이야기를 이어가겠소이다. 지놈 경께서는 손수 영지 발전에 한몫하신다고 들었소이다. 허나 본인은 그럴 형편이 되지 않아 무척이나 아쉽구려.”

이클립스는 그리 말하며 검을 뽑아 스튜디오 바닥에 꽂았다.

“허나, 환경을 핑계 삼아 나태해지는 것은 기사의 덕목이 아니오! 더욱이 기사단의 일원인 퍼플 경의 일인 것을!”

-오? 뭔가 방도가 있는 것이오?!

-캬 ㅋㅋ 역시 이 시대의 참트루 나이츠!

-5252, 이클 경도 서프라이즈를 준비한 거냐구웃!

-아아, 그것이 기사도니까(끄덕)

-짜릿해! 늘 새로워! 기사도가 최고야!

시청자들의 기대에 이클립스는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그것은 캡슐에서도 모바일 게임을 구동하는 ‘블론드 스틱’이었다.

-????

-이클 경이 모바일 게임을 한다고?

-WA! 최초 공개!

-엌ㅋㅋㅋ 거그 쇼다운이넼ㅋㅋ

-퍼펙트 광고 효과가 또?

이클립스는 방송에 앞서 이미 게임을 설치해두었다. 거너그라운드 쇼다운을 실행한 그는 토너먼트 모드로 바로 진입했다.

“이미 아는 분들은 다 아시는 것 같구려. 오늘은 퍼플 경의 영지 입장을 기다리는 가신들이 심심치 않도록 행사를 열어볼까 하오.”

-오? 시참 이벤트?

-대기줄 심심할까봐 이런 배려를⋯!

-시참하면 시간 후딱이지!

-역시 기적의 이라클!

-기사는 가신들을 굽어살핀다, 그게 기사도잖아?

-이것이 퍼펙트 기사도⋯!

환호하는 시청자들의 반응에 이클립스도 즐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토너먼트에 상품이 빠질 수 없는 법! 우승자에게는 1년 동안 무상으로 통행할 수 있는 증서를 발급할 예정이외다. 또한 본인은 화기에 능숙하지 못하니, 프라이팬과 폭약만 사용하겠소.”

이어서 대회 상품과 규칙까지 설명해주니 호응이 더욱 커졌다.

-와앀ㅋㅋㅋ 1년 구독권ㅋㅋㅋ

-이클 경의 방탄 프라이팬은 킹정이지 ㅋㅋㅋ

-오ㅋㅋ 이러면 킹능성 있는데?

-역시 특급 직원다운 배포!

-과연 이클 경! 자기 살 길만 찾아가는 누군가와는 다르구려!

-벌써 안 그립읍니다⋯^^

-추놈 버려? 바로 버려!

기대가 큰 만큼 기다리는 시간도 즐거운 법이었다.

* * *

이른 새벽.

스컬킴은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다.

“트하, 스컬킴입니다. 으으으으으⋯!”

가볍게 인사를 건네고 그는 굳은 몸을 스트레칭했다.

-골하!

-생각보다 일찍 켰네 ㅋㅋㅋ

-오픈런이 진짜 힘들긴 하네ㅎㄷㄷ

-20대만 많이 모이는 이유가 또 있었고?

아주 이른 시간대였지만 생각보다 많은 시청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몸을 푼 스컬킴은 간단히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어우, 자기 전보다 줄이 더 길어졌어요. 여기서는 뭐 끝이 안 보여. 지상까지 이어진 것 같아요. 스트레칭도 좀 하고 바깥 공기도 좀 쐬러 갔다 올게요.”

그는 가볍게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와 비슷한 이유인지 줄 중간 중간에는 짐만 남아 있었다.

-ㅇㅇ 지금 줄 엄청 길음

-신촌점만 그런게 아니라 강남이랑 대구 부산 다 그럼 ㅋㅋㅋ

-진짜 ㅋㅋ 갓플이 쩔긴 해

올라오는 채팅에 스컬킴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 진짜요? 다른 데도 전부요? 아니, 어떻게 아셨대?”

-지금 오픈런 방송하는 스머들이 한 둘이 아님 ㅋㅋㅋ

-나도 다른 방송 보다가 골방 켜서 들어온 거 ㅋㅋㅋ

-진짜 이렇게 야외 카테고리 많아진 건 첨 보는 듯

-온 트라이가 갓플이다!

시청자들의 대답에 스컬킴은 바로 확인해보았다.

[Travel & Outdoor]

[시청자 1.4만 명]

시청자들의 말대로였다.

스컬킴의 놀란 표정에 채팅은 웃음이 가득해졌다.

-카테고리 안 바꾸고 저챗인 스머도 많음

-ㅇㅇ 그거까지 포함하면 2만은 가뿐하게 넘을듯

-진짜 픽션이 현실을 못 따라감 ㅋㅋㅋ

-ㄹㅇㅋㅋ 게임에서는 인지도 높인다고 마케팅 겁나했는데 ㅋㅋ

-???: 자체제작 광고 하면 되는데요?

“와, 진짜네? 스트리머 중에 사장님 팬 분들이 이렇게 많으셨나?”

스컬킴은 의아해하다가 가볍게 손뼉을 치며 스스로 답을 떠올렸다.

“아, 맞네. 이게 사실 누구 팬이라고 밝히기가 힘들잖아요. 보통은 타스 언급이 금지니까. 저나 잡초처럼 인연이 되면 모를까 일방적으로 좋아하면 말하기가 쉽지 않죠.”

-그냥 넘어가면 되는데 꼭 걸고 넘어지는 놈들 있어서 그럼ㅋㅋ

-???: 님이 규칙 어겼는데 밴 왜 안함? 님이 정한 규칙 아님?

-아옼ㅋㅋㅋ 딱밤 마렵네 ㅋㅋ

-그거 말고도 빨대꼽는다고 몰아가는 놈들도 많음 ㅋㅋ

-상상만 해도 피곤해지네 ㅅㅂㅋㅋ

-방송 진짜 곱창날듯 ㅋㅋㅋ

시청자들도 그에 동조했다.

하지만 이런 행사에 참여하는 건 경우가 달랐다. 순수하게 팬심을 증명할 수 있기도 하고 방송 컨텐츠로도 좋기 때문이었다.

“햐, 진짜 사장님이 대단하시긴 하네. 뭔가 스트리머의 스트리머라는 느낌?”

-이참에 퍼밍아웃 한 거지 뭐 ㅋㅋㅋ

-퍼밍아웃은 또 뭔데 ㅋㅋㅋ

-야! 스트리머도 한국인이야 한국인!

-스머라고 퍼플 홀에 어케 안 빠짐?

-???: 갓플 좋아하지 말라고?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그리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새벽의 상쾌한 공기가 느껴졌다. 스컬킴은 심호흡을 하고는 화제를 바꾸었다.

“아, 확실히 좀 낫네요. 어제 대기한다고 늦게까지 깨 있어서 좀 출출하네요.”

이내 그는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말을 이었다.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때울까요?아니면 오픈런까지 기다렸다가 옆 푸드코트에서⋯”

그 물음에 시청자들이 의견을 내려는 와중이었다. 화면 속 스컬킴이 말을 멈추더니 눈동자가 휘둥그레지는 게 아닌가.

“와씨, 뭐야? 뭐야 이거?”

-????

-갑자기 왜 그럼?

-배고파서 눈 돌아간 거냐구웃!

-왜 이렇게 놀람?

-줄이 더 길어서?

-뭐예요? 우리도 보여줘요!

스컬킴은 들뜬 목소리로 카메라와 그 바깥쪽을 번갈아보았다.

“대박, 진짜 대박. 아니 근데 이거 찍어도 되나? 아, 잠깐만요.”

그가 부리나케 움직였다. 시청자들의 궁금증이 커지는 가운데 카메라가 바닥으로 향했다.

대체 뭔가 싶었는데 다시 스컬킴이 카메라를 올렸다.

“와, 미쳤다 진짜. 이거 보세요!”

그 말과 함께 화면이 깜빡였다.

스컬킴의 얼굴을 비추던 카메라의 방향이 바뀌었다.

-뭐야?

-티어 원? 티어 원이 왜 나옴?

-아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로 대박이넼ㅋㅋㅋㅋㅋ

-퍼펙트 사장 클라스 보소ㅋㅋㅋ

-진심 상상도 못했다 ㅅㅂㅋㅋㅋ

-(게말콘)(게말콘)(게말콘)

-아닠ㅋㅋ 갓플은 오프라인 행사도 게말콘 튀어나오게 하네

순식간에 치솟는 채팅창.

그 이유는 바로 화면에 잡힌 프로게이머 구단, ‘Tier1’의 마크 때문이었다.

[퍼플오피스 개업을 축하드립니다!]

[퍼청자를 위한 무료 토스트&커피!]

백화점 앞 도로에 세워진 두 대의 푸드트럭, 커피차와 토스트차였다.

그 위에 걸린 현수막에는 퍼펙트플레이 로고와 티어 원의 로고가 나란히 표기되어 있었다.

“아니, 저는 순간 내가 잠이 덜깼나 싶었어. 와, 와 진짜 어떻게 티어 원이 직접 축하를⋯”

스컬킴은 연신 감탄하며 조심스럽게 토스트와 커피를 주문했다. 이윽고 다른 팬들도 곧 푸드트럭의 존재를 눈치챘다.

“뭐야? 티어 원이야!?”

“야씨, 대박이다!”

“이게 진짜 월클이지.”

“우리 형이 진짜 개쩌는구나”

방송을 통해 들어오는 다른 팬들의 감탄에 시청자들은 즐거워했다.

-와 ㅋㅋㅋ 구독 인증만 하면 바로 주네

-티어원 한테 조공 받는 스머가 이따?!

-이게 어떻게 현실?

-블랙기업 삼신기 중 인맥을 발동해버렸고?

-티어원이 사주는 토스트와 커피의 맛⋯!

-오픈런 간 사람들 진짜 행복할듯

-아 무친 ㅋㅋ 개부럽네 ㅋㅋㅋ

-뭐했던 거냐 과거의 나! 고민 말고 갔어야지!

이경복을 향한 팬심은 어떤 식으로든 보상받기 마련이었다.

* * *

늦은 아침.

이경복은 운동을 마치고 전화를 걸었다. 이 시간대라면 연락해도 실례가 되지 않을 터였다.

<어, 경복아.>

“아, 선생님! 통화 괜찮으세요?”

상대는 티어원의 감독인 백강민이었다.

<그럼 괜찮지.>

“제가 푸드트럭 보내주신 거 지금 알아서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단톡방을 통해 알게 된 사실에 당장이라도 감사를 표하고 싶었지만 참았다가 한 연락이었다.

그의 목소리에 백강민은 너털웃음을 흘렸다.

<아이고, 뭐 그 정도 가지고 그래.>

“그 정도라뇨. 4개 지점 전부 보내주셨잖아요. 진짜, 정말 너무 감사드립니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라⋯”

<에이, 아니다. 최근 리그 준비 때문에 바빠서 연락은 통 못했지만 그래도 틈틈이 퍼튜브는 보고 있거든.>

백강민은 이내 깜빡했다는 듯 덧붙였다.

<아, 근데 이건 또 내 아이디어는 아니야. 나는 이런 문화는 잘 몰라서 그냥 컨펌만 해줬다.>

“네? 그럼⋯?”

<그야 상준이 아이디어지. 그 녀석이 언제 조사를 해놨는지 견적까지 딱 다 내놓고 해달라 그러더라.>

“아, 엘리펀트 님이요?”

이경복은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이벤트 매치만 해도 충분했는데⋯’

엘리펀트를 도와준 보답은 미스틱리그 대회, ‘미친스머프’ 피날레에 참여해준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이번에 또 축하를 보내온 것이었다.

“꼭 감사 전해주세요. 저뿐만 아니라 팀원들, 그리고 기다려주신 팬 분들도 정말 기뻐하고 있다고요.”

<그래, 이거 들으면 그 녀석도 좋아할 거다.>

백강민은 흡족한 목소리로 답했다.

<너한테는 그리 큰일이 아니었을지 몰라도 상준이한테는 남다른 의미였을 거야. 오히려 이 정도만으로 충분할지 걱정하더라고.>

“어우, 이 정도면 차고 넘치죠.”

<그래그래. 아이고, 더 이야기하고 싶은데 슬슬 일정이 있어서 말이다.>

“아, 네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안 될 거란 걱정은 전혀 안 되지만, 팝업스토어 잘 되길 바라마.>

백강민은 장난스럽게 통화를 마쳤다. 이경복도 그에 시간을 확인했다.

들뜬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제 얼마 안 남았네.’

백화점 오픈 시간이 가까워진 덕이었다.

‘별문제는 없겠지만.’

몇 번이고 신기로 가늠해보았지만 불안한 느낌은 없었다. 그럼에도 진정이 되지 않았다.

불안보다는 기대가 컸다.

그리고 그런 심정인 사람은 이경복 혼자만이 아니었다.

[>시계 고장난 거 아님? 아까 봤을 때랑 똑같네?]

[>아씨, 너 때문에 시계 봤잖아!]

[>으으⋯ 시간이 너무 안 가네요⋯]

[>저는 심장 소리가 크게 들리는 것 같아욬ㅋㅋㅋ]

[>비슷한 기분 낼 겸 토스트랑 커피를 드셔보는 걸 추천합니다]

단톡방에 팀원들이 활발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평소라면 박주호만 깨어있겠지만 지금은 모두가 대기 중이었다.

[>야야, 커뮤 반응 보면 일단 대박은 확정이야]

[>메타게이머도 실시간으로 기사 업데이트 중이더라]

[>그것도 그렇고 새벽부터 화력 엄청나던데요 ㅋㅋㅋ]

[>티어원 푸드트럭 때문에 커뮤에 쫙 도배가 됐더라고요 ㅋㅋ]

최병훈과 조대한이 유쾌하게 채팅을 쏟아냈다.

[>시작 전부터 각이 딱 보이네요 ㅋㅋㅋ]

[>사실 걱정할 필요는 없죠 ㅎㅎ]

[>걱정이라기 보다는 얼마나 즐겨주실까하는⋯]

[>에이ㅋㅋ 다 직접 봤잖아요 퍼그말리온님 디자인 백퍼 먹힌다니까요?]

[>그런 면에서 우리는 특혜를 본 거나 다름 없긴 하네요 ㅋㅋ]

[>대기시간 없이 구경도 하고 기념사진도 자유롭게 찍고 ㅋㅋ]

매드맨과 퍼그말리온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경복은 그에 웃으며 채팅에 참여했다.

[>다들 노력해주신 덕분입니다

ㅎㅎ]

[>백화점 오픈 시간이 정확히 10시 반이죠?]

[>팝업스토어도 같이 열리고?]

[>ㅇㅇ 맞다]

[>그보다는 닫는 시간이 걱정이었지]

[>그래도 네 요청대로 완판해도 매장은 계속 열어둘 거다]

박주호의 대답에 이경복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시간 내서 찾아와 주신 건데 헛걸음 하면 안 되니까]

[>그렇죠 ㅋㅋㅋ 종이 증권도 그래서 만든 거고]

[>굿즈는 나중에 사더라도 기념샷은 남겨야 되니까요!]

[>분명 다들 만족할 겁니다!]

[>이미 샵팬덤에서 품절 사태 겪어봐서 청자들도 익숙할 걸 ㅋㅋㅋ]

팀원들의 대답에 이경복은 실소를 흘렸다.

‘직접 가지 못하는 게 아쉽네⋯’

즐거워하는 팬들의 모습을 직접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내 나타난 메시지에 그는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GENOME’ 님이 생방송 중입니다!]

[지 사원, 퍼플오피스에 서다!]

일일 직원 지놈의 라이브 방송이 시작됐다. 이경복은 바로 지놈의 채널로 접속하며 웃었다.

‘이러면 이것도 같이 보기인 셈인가?’

다른 의미의 같이 보기 컨텐츠를 시작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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