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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449화 (448/491)

449화 – 웰컴 투 퍼플오피스 (1)

오전.

지놈에게는 평소와는 전혀 다른 방송 시간대였다. 그리고 그 시청자의 숫자 역시 남달랐다.

“아이고, 주주님들 어서오시고!”

방송을 켜자마자 시청자 숫자가 폭증하기 시작했다. 그 숫자는 순식간에 만 단위를 돌파했다.

-지하!

-추하!

-뭐예요? 왜 지각 설명회가 아니에요!?

-날 속였어!

-여기 어디임?

-벌써 백화점 도착?

-어느 지점인겨?

-아닠ㅋㅋ 이 형 얼굴만 보이네 ㅋㅋㅋㅋ

인사와 함께 쏟아지는 질문들.

그러나 지놈은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방송을 주도했다.

“자, 지금 백화점 도착했습니다. 아직 오픈 시간이 아니지만 저는 입장이 가능해요. 왜냐? 내가 오늘은 퍼플오피스 직원이니까!”

-직원 혜택 뭔데에에에에!

-아니 근데 무슨 짜장라면 요리사처럼 얘기를 하냐고 ㅋㅋㅋ

-딱 그 톤이네 진짴ㅋㅋㅋ

-야씨 ㅋㅋ 저 토스트랑 커핔ㅋㅋㅋ

-설마 티어원 토스트임?

-포장지 보니까 맞는덧ㅋㅋㅋㅋ

-일찍 온게 이거 때문이었네!

분주히 올라오는 채팅에 지놈은 자신있게 토스트를 들어 보였다.

“아니, 뭘 또 이것 때문이야! 물론 아니라고는 할 수 없는데, 나도 구독자니까 받아도 되지! 아무튼 원래 직원은 오픈 전에 준비를 미리 해야 돼서 일찍 나와야 돼요. 야씨, 손님이랑 직원이 같이 출근하면 그게 더 이상한 거지.”

그 말에 시청자들이 웃는 와중 지놈이 카메라를 돌렸다. 아직 오픈 전이니만큼 휑한 점내가 비춰졌다.

그리고 각기 영화관과 호텔로 이어지는 길이 보였다.

“자,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가 오늘 일할 곳은 바로! 강남점입니다!”

지점 공개와 더불어 그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덧붙였다.

“아, 근데 이번 푸드트럭 진짜 홍보 효과 대박이야. 터미널에서 나오면 진짜 눈에 확 띕니다. 역시 프로게이머들은 위치 선정이 기가 막히다니까.”

-아닠ㅋㅋㅋ 이게 뭔 상관인뎈ㅋㅋ

-벌써부터 트최입 시동 거는 거 보소 ㅋㅋㅋ

-근데 형? 형은 신촌점 가야 되는 거 아니야?

-킹부러! 일 덜 하려고!

-5252, 또 추하게 편한 쪽으로 빼달라고 한 거냐구웃!

-킹직히 사람은 신촌이 더 많을 것 같긴 해 ㅋㅋㅋ

-아 ㅋㅋ 골초조합이랑 마주치는 거 기대했는데 ㅋㅋ

시청자들의 놀림에 지놈은 바로 고개를 내저었다.

“야, 뭔 사람 수를 따지냐. 지금 어느 지점을 가도 인산인해에요. 아니, 퍼플오피스 몰라? 한국인들은 다 오는 곳이다 이 말이야.”

이내 그는 우뚝 멈추더니 감탄사를 터트렸다.

“야, 광고에서 보는 거랑 직접 보는 거랑 확실히 다르네.”

이어 돌아간 카메라는 장막을 치우고 완전히 공개된 퍼플오피스의 모습을 잡았다.

동시에 채팅창도 빠르게 솟구쳤다.

-오 뭐얔ㅋㅋㅋㅋㅋㅋㅋㅋ

-무친 ㅋㅋㅋ 생각보다 규모가 크네?

-행사장 하나 통째로 쓰는거였음?

-광고 보다 더 좋은 장소가 이따!?

-이것이 퍼펙트 현실? 내가 알던 현실은 대체?

-아니 ㅋㅋㅋ 핸디캠으로 보는 데 이정도면ㅋㅋㅋㅋ

-와씨 ㅋㅋㅋ 이건 어떻게든 가야겠는데?

빠르게 쌓여가는 극찬에 지놈은 자기 일처럼 미소 짓고는 더 가까이 접근했다.

“자, 여기 안내문이 세워져 있습니다. 이 지 사원이! 주주분들을 위해 한 번 보여드릴게요!”

지놈은 퍼플오피스 입구 옆에 세워진 팻말을 읽고 요약해주었다.

“자, 보다시피 운영 기간 동안 안쪽에서는 영상이 녹화된다는 거야. 그래서 들어온다는 건 뭐냐? 초상권 사용 동의로 간주하겠다. 왜? 샵팬덤이나 퍼튜브에 영상이 또 올라갈 수 있거든. 이걸 여러분이 안에서 찍어도 된다고 착각하면 절대 안 됩니다?”

촬영과 초상권 이용에 대한 공지였다. 물론 일방적으로 동의를 강제하는 건 아니었다.

“아무리 그래도 초상권은 좀? 그런 분들을 위해 여기 옆에 보면 마스크를 배부 중입니다. 이야, 이거 마스크도 좋은 거네. 식약처 마크 딱 붙어 있는 거 보이죠?”

-이런 거 없으면 나중에 트집 잡힐 수 있긴 해 ㅋㅋㅋ

-ㄹㅇㅋㅋ 괜히 분탕 꼬일 수도 있음

-하지만 사전에 차단해버렸죠?

-역시 샵팬덤이야!

-센스 조아따 ㅋㅋㅋㅋ

-촬영한다는 건 퍼튜브에 또 후일담 올려준다는 거지!?

-방구석 트수의 퍼튜브 데뷔!?

-양심있으면 마스크로 자체 필터링합시다^^

지놈은 이내 안으로 들어서서 카메라를 세워두었다.

“일단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올 테니까 구경 좀 하고 계십쇼들.”

그는 계산대 안쪽에 스탭룸으로 들어섰다.

-야? 갔냐?

-히히! 지놈 바보!

-아 ㅋㅋ 드디어 잘 보이네

-방송 깨끗해져서 좋네요^^

-즉.시.쾌.적

-이대로 그냥 방송하면 되는 거 아님?(진짜모름)

-추놈은 거들 뿐!

-아 ㅋㅋ 사실 카메라가 본체라구욬ㅋㅋ

장난스럽게 지놈을 놀리던 시청자들은 이내 감탄을 표했다.

-와 내부 인테리어 진짜 예쁘네

-게임이랑은 차원이 다름 ㅋㅋ

-굿즈 종류도 꽤 많네ㅋㅋㅋ

-이거는 바로 싹빠라다스지 ㅋㅋ

-ㄹㅇㅋㅋ 못 사도 샵팬덤에서 다 살듯

-아 여긴 진짜 구경만 가도 행복하겠다

-헐 지놈 옴

-올려!

-충성충성^^7

-영

-차

-영

-차

-아무일도⋯ 없었다!

지놈이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나오자 시청자들은 신속히 채팅을 올렸다.

“와, 이거 기대 안 했는데 옷감이 진짜 좋습니다. 진심 굿즈가 아니라 그냥 파는 옷 같아.”

다행히(?) 지놈은 채팅보다 유니폼에 더 관심이 컸다. 그가 탄사와 함께 설명하자 시청자들이 바로 반응했다.

-아닠ㅋㅋㅋ 핏 차이 너무 티나네 진짜ㅋㅋㅋ

-킹직히 이 형도 운동 좀 해서 괜찮은 몸인데ㅋㅋㅋㅋㅋ

-이건 확실히 광고가 압승인 거시고?

-광고가 아니라 퍼펙트 핏입니다만?

-ㄹㅇㅋㅋ 비교대상이 넘사벽임

지놈은 카메라를 잡았다. 평소대로 응수하리라 생각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야, 내가 진짜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쌓이는 와중 지놈이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혹시 방송 나와도 돼요?”

“네? 아, 저는 괜찮아요.”

“저도요.”

“지튜브랑 퍼튜브 둘 다 올라오는 거죠?”

“아, 난 좀 떨리는데⋯! 전 마스크 좀 쓸게요.”

그의 물음에 다른 직원들의 대답이 돌아왔다. 잠시 후 화면에는 지놈과 함께 일할 동료들이 나타났다.

“트하!”

“안녕하세요!”

“아니, 뭐야. 되게 자연스럽네?”

“기분 이상하다. 원래 내가 보는 입장이었는데.”

그들의 수줍은 인사에 시청자들은 경탄했다.

-?????????

-아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트수라며! 트수라며! 트수라며!

-뭐임? 직원들 비주얼 보고 뽑음?

-아닠ㅋㅋㅋ 지원서에 사진 첨부하는 거 없었는데?

-왜 진짜 퍼펙트 시청자인데에에!

-이분들이 어떻게 트수?

-아 ㅋㅋ 나만 또 진심이었지!

-근데 이렇게 알바 지원할 정도면 인싸 비율 높은 게 맞긴 해 ㅋㅋㅋ

-퍼플 오피스 직원은 기만숨결을 쓸 줄 안다, 그게 상식이잖아?

-형? 형은 진짜 화면 밖으로 나가도 될 것 같아!

-ㄹㅇㅋㅋ 오히려 위화감 조성할듯

선남선녀.

4글자로 요약할 정도로 훤칠한 인물들이었다.

“야씨, 내가 뭐 어때서? 기강 함 잡아봐? 오디오 방송으로 가볼까?”

지놈이 과장스럽게 발끈하자 다른 직원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사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개장 시간 5분 전 안내 방송입니다. 사원 여러분께서는 준비를 바로 마무리하시고 즐거운 미소와 말끔한 몸가짐으로 고객님을 맞이해주시기 바랍니다.>

도중 장내에 안내 방송이 시작된다. 그와 함께 분위기가 바뀌었다.

“어, 개장한다.”

“으아, 긴장된다.”

“오케이 오케이, 다들 오늘 하루 힘내봅시다! 파이팅!”

“파, 파이팅!”

직원들이 자기 자리를 찾자 지놈이 목소리를 높였다.

-아닠ㅋㅋ 무근본 파이팅 뭔뎈ㅋㅋㅋ

-무능력선임특) 파이팅만 외침

-그 와중에 따라해줌ㅋㅋㅋ

-뭐지? 천사인가?

-마참내 오픈!

-어웈ㅋㅋ 내가 다 긴장되네

-오히려 떨어진 게 다행일수도?

시청자들도 이에 긴장했다.

지놈은 그에 긴장을 풀어주려 멘트를 고르다가 도리어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뭐야? 왜 후원이 나와?’

익숙한 효과음이 울린 덕이었다.

일에 방해가 될까 후원을 분명히 막아뒀었다. 그런데 후원이 들어왔다는 건 매니저가 허용해줬다는 뜻.

아니나 다를까 후원자가 그럴 만한 사람이었다.

[‘퍼펙트플레이’ 님이 ‘10,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지 사원, 지켜보고 있습니다. 허리 좀 펴세요.]

-??????

-헐? 찐임?!

-엌ㅋㅋㅋ진짜넼ㅋㅋㅋㅋㅋ

-???: 아빠 안 잔다

-블랙기업특) CCTV로 직원 감시함

-바로 블랙기업 행동 나와버리고?

-원격 코칭 뭔데에에에!

한 박자 먼저 확인한 시청자들이 유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지놈은 그에 바로 멘트를 쳤다.

“아이고, 사장님이 또 제 척추 건강을! 절대 감시하는 거 아닙니다! 암요, 우리 사장님이 그럴 분이 아니시거든요!”

“대박, 퍼플 님도 보고계세요?”

“사장님! 팬이에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퍼플 오피스에서 일할 수 있어서 정말 영광입니다!”

주변에 있던 직원들도 한 마디씩 멘트를 던졌다. 이에 이경복의 답이 돌아왔다.

[‘퍼펙트플레이’ 님이 ‘10,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지 사원이 딴 짓 못 하도록 잘 감시해주세요 ㅋㅋㅋ]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퍼피셜 떴다!

-정직원보다 알바를 믿는 사장이 이따!?

-그 직원이 추놈이라면 말이 된다 이마리야 ㅋㅋㅋ

-블랙기업사장특) 사내 갈등 조장함

-5252, 이것도 고증이었던 거냐구웃!

-이 형도 은근 장난기가 있다니까ㅋㅋㅋㅋ

시청자들을 비롯 다른 직원들도 웃음을 터트렸다. 지놈이 그에 과장스럽게 억울한 톤으로 답했다.

“에이, 사장님. 저 열심히 일하는 거 아시잖아요! 사장님? 사장님?!”

후원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이경복이 지놈의 의도를 읽은 덕이었다. 여기서는 무시하는 편이 더 방송각이 살 터였다. 실제로 채팅창에는 더 큰 웃음이 퍼졌다.

“아, 이거 안 되겠다. 제가 오늘 제대로 증명합니다. 진짜.”

이미 긴장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지놈을 비롯한 직원들의 얼굴에는 자연스러운 미소가 자리 잡았다.

“자! 제대로 주주 분들 맞이해봅시다!”

* * *

비슷한 시각, 서영선의 사무실.

“광고 영상 모두 100만 조회수를 돌파했습니다.”

그녀는 비서로부터 이번 광고 영상에 대한 성과를 보고 받는 중이었다.

“팔로워 숫자 역시 4개 지점 모두 이례적인 상승폭을 기록하며 증가했습니다.”

본래 보고는 담백해야 했다.

하지만 비서는 자신 있게 ‘이례적인’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그것이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지금 우리 공식 계정 팔로워 숫자가 80만이 조금 넘죠?”

“네, 맞습니다.”

서영선은 홀로그램으로 투사된 자료를 살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신촌, 강남, 대구, 부산. 4개 모두 지금은 90만이네요? 원래 신촌 외에는 40만도 못 넘었는데?”

“그렇습니다. 광고 게시 하루 만에 공식 계정의 팔로워 수를 넘어섰습니다.”

비서는 그리 말하며 안경을 고쳐 썼다.

“물론 이 팔로워 숫자가 그대로 유지되기는 힘들 것입니다. 이번 이벤트가 끝나면 팔로우를 해제하시는 고객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렇죠. 그걸 감안하더라도 꽤 고무적인 결과로군요.”

팔로워 숫자가 늘어나면 좋지만 서영선이 보다 중요시여기는 건 숫자보다 팔로워들의 태도 변화였다.

“팔로우 조건이 없는데도 팔로우를 누르는 수고를 들였다. 이 점이 시사하는 바가 커요. 오로라 백화점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최소 50만 명은 늘었다는 뜻이죠.”

서영선이 바라던 결과였다.

그만큼 그녀는 상황을 정확히 짚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퍼플에게 빌려온 이미지예요. 협업상태가 유지되는 동안에만 지속력이 있겠죠.”

그녀는 자료를 치우고 뒤에 있던 비서를 바라보았다.

“이 기간 동안 우리가 얻은 긍정적인 이미지를 고착화시켜야 합니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알고 있겠죠?”

“운영기간 동안 어떤 잡음도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겠습니다.”

“맞아요. 이렇게 팬들의 충성도가 높으면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책임을 우리 쪽에 물을 거예요. 샵팬덤에게도 화살이 돌아가겠지만, 그쪽도 퍼플과 연이 깊으니 우리가 더 쉽게 노출 될 겁니다.”

서영선은 그리 정리해주고 다시 질문을 던졌다.

“안전요원 배치는 확실히 해뒀겠죠?”

“예, 어제 오픈런 대기줄 형성을 확인하자마자 각 지점에 공지했습니다. 각 행사장에 시큐리티 직원들을 집중 배치해두었습니다.”

“그래요. 수고했어요.”

명품이나 한정판 오픈런은 이제 뉴스거리도 안 될 정도로 흔한 현상이 아닌가. 종류는 다르지만 오픈런에 대처한 경험이 적지는 않았다.

‘더욱이 젊은 친구들이니 의욕이 앞설 수도 있고.’

개중에는 급히 서두르다가 다치는 손님들도 더러 있었다. 이경복의 팬덤이 20대가 주류인 만큼 각별히 신경을 써야 했다.

“저, 사장님?”

“왜 그러죠?”

“방금 전 보고가 들어왔습니다만⋯”

비서는 잘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이었다. 서영선은 그에 눈을 가늘게 떴다.

역시 문제가 생긴 걸까?

“혹시 구급차가 필요할 정도로 사안이 커졌나요?”

“네? 아,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반대?”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인원 배치를 다시 조정해도 될지 문의가 들어왔습니다.”

그제야 서영선의 표정도 비서와 비슷해졌다. 이내 그녀는 바로 손을 움직여 CCTV로 각 지점의 팝업스토어 상황을 확인했다. 오픈 직후 시점으로 영상을 돌리자 나온 화면.

“이건⋯ 꽤 인상적이네요.”

보통은 문이 열리자마자 레이스를 하듯 뛰어가는 경우가 생긴다. 누군가 뛰기 시작하면 급한 마음에 다른 대기자들도 같이 뛰게 된다.

그러나 이경복의 팬들은 달랐다.

“줄을 선 그대로 입장을 하다니⋯”

개점과 함께 모두가 감격한 표정이었다. 누군가 손뼉을 치자 다들 즐거워하며 그대로 팝업스토어 쪽으로 향했다.

같은 옷을 입고 일렬로 나아가니 모르는 사람이 보면 퍼레이드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이것 참, 다시 또 평가를 수정해야겠네요.”

서영선은 그에 실소를 흘렸다.

이경복에 대한 평가를 이미 한 차례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았건만, 자신이 또 틀렸다는 걸 인정해야 할 순간이 찾아올 줄이야.

‘전부 한 사람을 위해서.’

저 많은 사람들 모두가 자신의 욕심을 억누르고 이경복의 이미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이거 더 길게 봐야겠는걸.’

이경복은 서영선의 예상보다 더 강한 영향력을 지녔다.

* * *

팝업스토어를 찾아준 팬들의 모습에 가장 감격한 사람은 따로 있었다.

‘문제가 없을 줄은 알았지만⋯’

이경복은 지놈의 방송을 통해 본 팬들의 질서정연한 태도에 감격했다.

팝업스토어 이용 역시 순조로웠다.

<형! 괜찮으시면 사진 찍어도 될까요?>

<아, 제가 업무 중이라 진짜 바쁜데 특별히 허락해드리는 겁니다?>

포토존에 선 팬의 요청에 지놈이 장난스럽게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지놈의 팬도 만만치 않았다.

<형, 왜 거기 계세요? 좀 나와 주세요!>

<어? 아, 나 찍는 게 아니야?>

지놈이 황당해한 순간 셔터음이 울렸다.

[-엌ㅋㅋㅋㅋ 바로 낚였고?]

[-프로 트수 수듄ㅋㅋㅋㅋㅋ]

[-퍼청자 겸 게놈 기량 보소 ㅋㅋㅋ]

[-추놈아! 또 속냐!]

[-이건 진짜 큐튭각이다 ㅋㅋ]

이경복은 물론 채팅창에도 웃음이 터졌다.

<아씨, 야! 그거 양심 있으면 필터 넣어라!>

<그건 생각해볼게요! 저 이제 퍼무새랑 사진 찍어야 돼서!>

<와⋯ 현장 트수들 씨다 씨!>

출구로 사라지는 팬의 모습에 지놈은 장난스럽게 혀를 내둘렀다.

그렇게 즐겁게 일이 이어지는 와중이었다.

<어? 무슨 소리야?>

<인쇄 장치요!>

<설마 고장 난 거?>

<어떡해!?>

갑자기 울리는 소리 모두의 시선이 돌아갔다. 기념품인 종이증권 출력장치에 빨간 불과 함께 삑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에 직원들이 당황하는 와중 지놈이 손을 내저었다.

<괜찮아요! 이거 용지 떨어진 겁니다! 교체하면 되니까 걱정들 마시고!>

[-올ㅋㅋㅋㅋ 정직원 바이브]

[-지 사원 드디어 일한다!]

[-아닠ㅋㅋ 지금까지는 놀았냐곸ㅋㅋ]

[-근데 벌써 용지 교체함?]

[-그만큼 사람들이 많이 왔다는 거짘ㅋㅋㅋ]

[-마지막으로 쓴 사람은 식겁했을 듯ㅋㅋㅋ]

지놈은 솔선수범해 용지를 교체했다. 그런데 그 앞에 선 팬의 반응이 좀 미묘했다.

선글라스에 마스크로 얼굴을 완전 가린 남자였다. 그는 불안한 듯 고개를 돌리고 자리를 떠나려는 듯 주춤거렸다.

<아니, 이거 고장 난 거 아니에요. 바로 나옵니다.>

지놈은 그 태도를 기기 고장을 걱정한 것이라 생각했다. 이내 용지 교체를 마치자 미리 입력된 종이증권이 출력됐다.

아래부터 출력되기 때문에 금액이 먼저 화면에 잡혔다.

[-???????]

[-무친ㅋㅋㅋㅋ 천만원이 넘어?]

[-극초기 청자라고 해도 4개월인데 천만원이 되나?]

[-와씨 월 평균 250만원 아님?]

[-큰.손.등.장]

[-이건 구독이랑 굿즈만으로 감당되는 금액이 아닌데?]

그 금액에 시청자들은 물론 이경복도 놀랐다. 하지만 더 놀라운 건 따로 있었다.

<아니, 어?>

방송 경력이 상당한 지놈조차 순간 말문이 막혔다.

종이 증권에 적힌 아이디가 모두에게 익숙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바로.

[Agent Q]

기부천사, 큐다리의 본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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