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2화 – 웰컴 투 퍼플오피스 (4)
퍼플오피스 오픈 첫날.
이경복의 방송시간이 찾아왔다.
“트하! 주주님들 강녕하셨습니까!”
이경복은 장난스럽게 평소의 인사와 더불어 넙죽 허리를 숙이며 등장했다.
-퍼하!
-퍼 사장 어서 오고 ㅋㅋㅋ
-인사각 ㅁㅊㄷㅁㅊㅇ
-주주를 대우해주는 기업이 이따!?
-아닠ㅋㅋㅋ 이게 맞는 거잖슴!
-원래 몇 주나 가졌냐고 묻는 게 정상 아님? (진짜 모름)
-헉!
시청자들 역시 장난으로 그 인사를 받았다. 이경복은 환한 미소와 함께 재차 감사를 표했다.
“이미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오늘 퍼플 오피스가 조기 완판을 달성했습니다. 모두 저희 주주님들의 성원 덕분이죠!”
-아니 ㅋㅋ 퀄리티가 멱살 잡고 사라고 하드만!
-ㄹㅇㅋㅋ 칼 들고 협박하는 수준임
-퍼칼협 뭔데 ㅋㅋㅋㅋ
-진심 기다린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니깐!
-???: 연출된 예시입니다
-???: 실물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아닠ㅋㅋ이게 이런 뜻이 아닌데?
-광고가 현실을 담지 못한다, 그게 상식이잖아?
-퍼플오피스는 퍼펙트 상식이 적용되는 세계관입니다만?
첫날 방문한 시청자들이 기다렸다는 듯 소감을 쏟아냈다.
-방송으로 보긴 봤는데 쩔긴 쩔더라 ㅋㅋㅋㅋ
-오늘 간 퍼청자들 개부럽
-아옼ㅋㅋ 첫날에 갔어야 됐는데
-아 스포 에반데
-아씨 스포당할까봐 눈 안 뜨고 다녔는데!
-뭔 미친 소리얔ㅋㅋㅋ
이에 아직 방문하지 못한 시청자들이 부러움을 표했다. 이경복은 쏟아지는 채팅에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오늘 성과에 대해 저랑 팀원들은 물론 샵팬덤 분들도 매우 기뻐했습니다. 사실, 이 정도로 많은 분들이 찾아올 줄은 몰랐거든요.”
-킹직히 완판은 예정된 수순이었짘ㅋㅋㅋ
-ㄹㅇㅋㅋ 얼마나 버티냐가 문제였음
-남은 6일도 전부 완판각이자너 ㅋㅋㅋ
-애초에 퍼펙트 굿즈는 없어서 못 팔았습니다만?
-형? 형은 좀 자기 성찰이 필요한 것 같아!
-아 ㅋㅋ 팝업이 아니라 상설매장 차리라구욧!
-퍼플 백화점에 오로라 오피스가 들어오는 게 맞는 거 아님?
-역전세계 뭔뎈ㅋㅋㅋㅋ
시청자들의 호응에 이경복은 멋쩍게 웃었다.
“아니, 정말로 기대 이상이었어요. 게다가 첫날이었잖아요? 혹시라도 문제 생길까 봐 걱정했는데 또 직원 분들이 정말로! 일을 너무 잘해주셔서 우려가 무색해졌습니다.”
-이건 진짜 칭찬해야지 ㅋㅋㅋ
-퍼펙트 알바분들 완전 친절하자넠ㅋㅋ
-ㄹㅇㅋㅋ 나 완전 응애 된 줄
-5분 대기조도 아니고 5초 대기조 수준 ㅋㅋㅋ
-어떻게 이런 분이 나랑 같은 트수?
-초면인데 트수라고 생각하니까 내적친밀감 급상승ㅋㅋㅋㅋ
-사람 진짜 많았는데 완전 쾌적했잖슴!
이경복은 고생해준 직원들의 노고도 잊지 않았다. 시청자들이 공감하자 그가 더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아, 맞습니다. 근데 제가 또 보면서 놀란 게 와주신 분들이 무척 질서 있게 행동해주시더라고요. 기다리는 시간이 상당했는데도 불평 하나 안 해주시고, 다른 주주 분들 배려까지 해주시는데… 와, 지 사원 방송 보면서 정말 감격스러웠습니다.”
그의 진심 어린 말투와 표정에 채팅창에 웃음이 가득해졌다.
-엣? 갓플이 우리에게 감격을?!
-5252, 주주행동 보여줘 버린 거냐구웃!
-근데 진심 방송 보면서 내가 다 뿌듯하더라ㅋㅋㅋ
-이건 같이 줄 서있던 주주들도 놀랐자너 ㅋㅋㅋㅋ
-이게 어떻게 트수? 내가 알던 트수는 대체?
-킹직히 혼자만 지침 지켰으면 절대 못했음
-ㄹㅇㅋㅋ 다 같이 지키니까 그냥 당연해졌짜너
-퍼펙트 후드티 입고 있으니까 뭔가 조심하게 되던데 ㅋㅋㅋ
-이미 퍼청자들은 메탈펀치 대회 때 단결력이 입증됐다 이마리야
시청자들 역시 스스로를 뿌듯해했다. 어느 정도 방송 텐션이 오른 바, 이경복은 준비한 공지를 하기로 했다.
“네, 이렇게 다들 잘해주신 만큼 죄송스러운 마음도 컸습니다.”
죄송하다는 말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이경복이 그럴 일이 있었던가?
“완판이라는 게 정말 기쁘긴 하지만, 모처럼 시간 내주셔서 찾아와주신 분들 중에 빈손으로 돌아가시는 분들이 계셨으니까요. 그래서 제가 고민하다가 샵팬덤에 요청 드린 게 있습니다.”
채팅창에 다시 물음표가 떠올랐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른 의미였다.
-요청?
-굿즈 물량 더 푸나?
-그게 하루 아침에 되겠냐고 ㅋㅋㅋ
-HOXY 온라인 주문 오픈?
-오? 팝업 끝나고 하는 게 아니라?
-즉.시.접.속
-아 ㅋㅋ 또기열 생성되는 거 아니냐고욬ㅋㅋㅋ
시청자들은 그가 준비한 걸 전혀 유추하지 못했다. 대신 팝업스토어 판매 촉진을 위해 미뤄둔 온라인 판매 개시가 아닐까 기대했다.
“온라인 판매는 아니고, 바로 이겁니다.”
이경복은 그런 시청자들을 보며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각 팝업스토어에 설치된 포토존, 방송 스튜디오의 모습이 나타났다.
“광고에서도 보셨지만, 각 포토존에는 1:1 사이즈의 퍼무새 피규어가 있습니다. 팝업스토어 운영이 끝나면, 각 지점마다 방문해주신 주주 분들 중 한 분에게 추첨을 통해 선물하려 합니다.”
그가 대표와 합의한 내용을 공개했다. 일순간 채팅창이 멈추는가 싶더니 급속도로 채팅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
-ㅔ?
-미니가 아니라 찐 퍼무새 피규어를 준다?!
-WA! 한정판!
-전 세계에 단 4개!
-무친ㅋㅋㅋ 이걸 그냥 준다고?
-굿즈를 안 사도 방문만 하면 기회가 이따!?
-바보! 주주만 아는 바보!
-속보)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개명요청! ‘퍼플에 비하면 너무 아낀 것, 조금 아끼고 주는 나무로 바꾸겠다’
-하긴 ㅋㅋ 그 나무가 밑둥까지는 남았잖슴
-이형 대박이네 진짜 ㅋㅋㅋ
이경복은 그에 웃으면서도 손을 내저었다.
“아니, 그냥 드리려는 건 아니고요.”
역시 조건이 있는 걸까.
시청자들이 그에 집중한 순간 이경복이 마저 설명을 이어나갔다.
“아마 기억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제가 제일 처음 만든 굿즈, 게말콘 피규어 만들 때 레이저 각인을 해드렸거든요? 이번에도 한정판이니까 똑같이 당첨자분이 원하는 문구랑 제 사인을 각인해서 드릴 겁니다.”
그냥 주는 게 아니라 더 좋은 조건이 붙어 있었다. 시청자들은 이에 경악하며 함성을 내질렀다.
-이미 존재만으로 한정판인데 커스텀 각인까지!?
-(게말콘)(게말콘)(게말콘)
-야앀ㅋㅋ 이러면 굿즈 사느냐 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네
-즉.시.출.발
-제가 찾던 우리집 가보, 여기 있었네요^^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성물인가 그거냐?
-퍼플홀 확장 속도 뭔데에에에에!
-사건의 지평선이 아니라 행복의 지평선이었고?
-아 ㅋㅋ 그냥 퍼플홀에 몸을 던지기만 하면 된다니깐?!
기대 가득한 시청자들의 반응에 이경복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네, 그러니까 퍼플오피스 방문해주시면 꼭! 잊지말고 종이 증권을 발급해주시고요! 아, 그리고 이건 다른 얘기인데요.”
마지막으로 공지할 게 하나 남았다. 이경복의 말에 시청자들의 주의가 바로 모였다.
“오늘은 특별히 지 사원이 강남점에서 근무를 해주었습니다. 먼저 노고에 깊이 감사드리며 오늘은 휴식, 내일은 지 사원과 함께 방송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바로 지놈과의 합방 소식이었다.
그가 먼저 방송각을 만들어보자며 제안했지만 이경복의 원칙은 한결 같았다.
호의에는 호의로 보답해야 하는 만큼 이경복이 지놈의 채널에 출현하기로 약속했다.
“퍼플오피스 근무에 대한 소감과 피드백을 들어볼 예정이니까 많은 기대 부탁드릴게요!”
-지 사원이랑 면담까지 현실 반영을?!
-옼ㅋㅋㅋ 직원 면담 시간ㅋㅋ
-킹직히 추놈은 놀았으니까 오히려 돈 내야지!
-???: 이런 건 돈 주고 봐야 돼!
-지적지 뭔데 ㅋㅋㅋㅋㅋ
-외국인 손님 울렸으니까 인사고과 반영해야 됨!
시청자들은 그 소식에 반가워하며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 * *
방송이 끝난 후, 퍼지데이 팬 카페.
[부산점 오픈런 현황.jpg]
[스 인턴한테 싸인 받고 인증샷 찍음 ㅋㅋ]
[헐ㅋㅋㅋ 메타게이머랑 인터뷰해봄]
[티어원에서 커피랑 토스트 보내줌.real]
[무친? 대기줄에 해마 님?]
[퍼청자 중에 스머가 이렇게 많았음?]
[아니 ㅋㅋㅋ 뭔 트라이 파티냐고]
첫날 방문한 선발대 팬들의 인증글들이 셀 수 없이 쌓여 있었다. 이경복의 방송마저 끝나자 밀려있던 인증 글들이 더욱 불어났다.
[와씨 ㅋㅋ 4개월이 아니라 4년차 스트리머인줄 ㅋㅋㅋㅋ]
[이제 나작스 갓플은 없는 거지! 그치!?]
[나작스는 갓플이 ‘LKB2202’ 때 정도면 킹정해준다]
[아닠ㅋㅋㅋ 첫날이잖슴ㅋㅋㅋ]
[사실 하루도 아님 ㅋㅋ]
[ㄹㅇㅋㅋ 그때 개껌이 트위티에 박제했자넠ㅋㅋ]
[메타게이머 기사도 인플루언서 탭 대문이던데?]
[킹직히 이쪽 업계에서는 오로라보다 갓플이 더 유명하제 ㅋㅋㅋ]
오픈런 대기 줄부터 티어원이 보낸 푸드트럭, 그리고 여러 스트리머의 목격담까지.
팬들은 새삼 이경복의 인지도를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방송 업계에 한정된 이야기였다.
[트수들은 다 아는데 킹반인들은 잘 모르더라]
[진짜 ㅋㅋ 큐튜버라고 하면 그나마 양반임]
[지나가는 사람 말하는 거 들으니까 패션 브랜드로 착각하던데 ㅋㅋㅋ]
[킹직히 오해할 정도로 디자인이 좋긴 해 ㅋㅋㅋ]
[게임 안 좋아하면 모를 수도 있긴 해 ㅋㅋ]
개인 방송이나 게임에 관심이 없는 이들에게는 아직 생소한 이름이었다.
팬들은 아쉬웠지만 이유를 납득할 수 있었다.
[요즘 스머들이 너무 많아서 그렇기도 함 ㅋㅋㅋ]
[ㄹㅇㅋㅋ 나이 좀 있으신 분들은 공중파나 케이블 나와야 그나마 알아봄]
[근데 그쪽은 요리나 여행만 찾자너 ㅋㅋ]
[우리 형은 종겜스라 좀 힘들긴 하지]
[아오ㅋㅋㅋ 게임 쪽은 찐 월클인데!]
자신이 좋아하는 인물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면 좋겠지만 여건이 아쉬웠다.
[이 형은 오히려 국내보다 해외 쪽이 더 낫지 ㅋㅋㅋ]
[ㄹㅇㅋㅋ 리딧이나 트위티만 봐도 각이 나오자너]
[지 사원 방송 보니까 일본에 찐팬들 많으시던데]
[킹직히 한국 올 정도면 완전 골수팬들이지 ㅋㅋㅋ]
이에 그들은 더 여건이 좋은 해외 쪽으로 주제를 돌렸다.
[해외동포 후기 쪄옴 ㅋㅋ]
방송에서 공개된 일본 팬들의 반응 때문인지 몇몇 팬들이 트위티 반응을 번역해왔다.
[에에, 슌코 울어버렸어. 아아, 너무 부끄러운 모습이었다…! 그래도 슌코 후회는 절대 없음! 그치만 퍼플 씨, 직접 슌코에게 말 해줬는걸? 랄까, 퍼플 씨 진짜 천사! 너무 상냥해! 절대로 좋은 사람이라는 거 알아버렸다! 아, 진짜 초-위험해! 한국 너무 좋잖아!]
[우앗! 퍼플오피스 진짜 이세계였다! 랄까, 그곳은 천국이었다고? 모두 웃으며 행복해하고 있었다. 그 중에 하나가 됐다는 사실에 감격! 아니아니, 이러다가 일본 돌아가기 싫어진다고www]
[에또, 한국에 온 건 역시나 퍼플오피스 때문입니다만. 모처럼의 휴가, 즐겨야 되는 게 아닐지? 퍼펙트 굿즈와 함께 한국 여행 시작해볼까나www]
[아아, 퍼플오피스 신촌점! 정복 해버렸습니다. 퍼펙트 투어는 이제부터 시작! 내일은 강남, 그 다음날은 대구, 마지막은 부산! 퍼플 씨, 이거 혹시 나를 위한 코스? 바로 배 타고 돌아갈 수 있잖아wwwww]
좋아요와 리트윗 숫자가 상당한 글들이었다. 그나마 일본 팬들은 형편이 좋았다.
[찐 해외동포는 따로 있네 ㅋㅋ]
북미 커뮤니티 리딧의 반응을 살펴본 글도 있었다.
[WTF? 퍼플이 가게를 냈다고!?]
[Damn, 이건 가짜 뉴스여야 해! 난 믿지 않겠어!]
[Guys, 이건 더 믿을 수 없을 걸? 퍼플은 일본 팬들을 위해 따로 광고를 찍었다고!]
[Nah, 그것보다 우리는 배송 불가 지역이라고? 그걸 해결하는 게 먼저지!]
[OMG, 대체 뭐가 문제야? 한국과 미국은 동맹국가잖아? 왜 우리를 차별하는 거야?]
[Seriously, 나는 샵팬덤 쇼핑몰의 배송지역이 아시아를 벗어나야 된다고 생각해. 왜냐하면, 퍼플은 아시아만의 스트리머가 아니라고!]
[So funny, 그것보다는 메이비존에 연락해보는 게 어때? 어서 샵팬덤과 파트너쉽을 체결하라고 말이지. 그게 더 빠르지 않겠어? XD]
팝업스토어는커녕 해외배송도 지원받지 못하는 이들의 반응이었다.
시청자들은 그에 새삼 깨달았다.
[-동맹드립 ㅅㅂㅋㅋㅋㅋ]
[-미국 퍼청자들 너무 불쌍해 ㅠ]
[-아 ㅋㅋ 꼬우면 뱅기 타고 오시라구욬ㅋㅋㅋ]
[-킹직히 오려면 올 수 있지 않나?(진짜모름)]
[-이런 거 보면 공중파고 케이블이고 상관없긴 해 ㅋㅋㅋ]
[-전 세계가 퍼플홀에 빠지고 있다 이마리야]
[-갓직히 그쪽 업계는 트렌드에서 뒤쳐져있지 않나?]
[-ㄹㅇㅋㅋ 갓플이 안 알려진 게 아니라 방송계에서 너무 반응이 느린 거지]
기존의 방송계는 더 이상 미디어의 중심이 아니었다.
* * *
다음날 아침.
이경복은 평소대로 오전 운동을 마치고 가뿐하게 샤워를 했다.
‘음, 또 보고 싶은데.’
팝업스토어 현황이 궁금했다.
지놈의 방송으로 실컷 봤지만 오늘은 또 다르지 않겠나. 새로 온 팬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지놈 형은 없으니까.’
이에 그는 젖은 머리를 털어내며 트라이 어플리케이션을 실행했다.
[오늘은 꼭 산다! 퍼플오피스 굿즈 2트!]
[퍼플오피스 대기뱅]
[미니 퍼무새 사러옴^^]
[PurpleOffice With ME!]
꽤 많은 스트리머들이 퍼플오피스 탐방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개중에는 외국인 시청자 유입을 노렸는지 영어로 소통하는 이들도 더러 있었다.
‘으음…’
수많은 채널이 있었지만 이경복은 선뜻 방송에 입장하지 못했다.
‘뭔가 껄끄럽네.’
느낌이 별로 좋지 않았다.
현재 방송중인 이들은 지놈과 달리 그와 친분이 없는 스트리머들이었고 대다수가 시청자도 적었다. 그러나 비단 그것만이 이유가 아닐 터였다.
‘만약 내가 여기 들어가면…’
이경복은 신중히 그 직감의 이유를 유추해보았다. 잠시 고민하니 머릿속에 잡히는 게 있었다.
‘아마 내 아이디를 보고 알아차리시겠지.’
사람이 적은 방송에서는 시청자 목록이 쉽게 눈에 띈다. 그가 방송을 보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해당 스트리머에게는 좋은 일이 될 터였다. 그가 방문했다는 사실만으로 주목받을 수 있지 않겠나.
‘그게 문제네.’
그러나 그런 사례가 생기면 그 이득만을 노리고 달려드는 스트리머들도 생길 터였다.
원래 팬이 아니지만 이경복의 접속을, 이슈 하나를 노리고 무작정 방송을 하러 사람들이 몰려들지 않겠나.
‘여러모로 곤란해지겠어.’
이경복은 그에 대안을 생각했다.
로그아웃해서 그냥 방송만 살펴보는 건 어떨까.
“응?”
그때 미약한 진동과 함께 단톡방 알림이 나타났다.
[>메이킹 필름 거의 마무리 단계!]
[>적어도 모레 안에는 업로드 할 수 있을 듯?]
오늘 새벽, 영상팀에서 남긴 톡 아래로 박주호가 쓴 톡이 보였다.
[>팬카페 관리하다 봤다]
[>귀한 분 오셨네]
짧은 톡과 함께 링크 주소가 첨부되어 있었다. 그 주소를 본 이경복은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세렝게티?’
방송플랫폼 세렝게티TV의 주소였다. 링크 아래 같이 나온 썸네일과 제목을 본 이경복은 더욱 눈을 크게 떴다.
[야외방송) Here Comes New Customer!]
아주 친숙한 얼굴, 어깨의 방송이었다. 그가 퍼플오피스를 찾아온 것이었다.
‘아니, 어깨 님이?!’
이경복이 그에 놀라 링크를 누르려는 순간이었다.
[>혼자 오신 게 아니네?]
이어지는 박주호의 톡에 이경복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트리플 님이랑 얏타맨 님 가이드 해주시는 듯]
반가운 이름이 연이어 나왔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