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4화 - 어바웃 퍼플오피스 (1)
뜻밖의 오프라인 방송.
시청자들은 놀라움과 동시에 기대를 내비쳤다.
-퍼펙트 보스 ㅇㄷ?
-형? 방송은 카메라 앞에서 하는 거야!
-이분 방송 얼마 안된 뉴비라서 뭘 모르는 듯^^
-얼마 안 된 건 맞긴 해 ㅋㅋㅋ
-즉.시.출.현
-???: 나와라~ 나와라이~ 나와라예~
-브금 자동 재생 뭔데 ㅋㅋㅋ
이경복의 현실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지놈이 바로 못을 박았다.
“에헤이, 너희들 벌써 까먹었어? 톤 앤 매너! 오늘 사장님은 목소리 출현이다 이 말이야. 자꾸 이러면 오늘 방송 못 한다?”
이경복이 부담을 느끼지 않게 지놈은 더욱 과장스럽게 윽박질렀다. 그러나 채찍을 휘두르면 당근도 주어야 하는 법이었다.
“아니, 이럴 거면 오프 방송 왜 함? 이럴 게놈들이 있을 것 같은데. 자, 여기 잘 봐라.”
지놈은 자기 말에 반론을 먼저 꺼내 시청자들의 원성을 원천 차단하고 이유를 알려주었다.
[유료 광고 포함]
지놈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에 위치한 안내 메시지.
시청자들은 이에 상황을 파악했다.
-????????
-광고 방송이라고?
-뭐 협찬 받았음?
-아니 ㅋㅋㅋ 테이블에 굿즈말고 암 것도 없는디요
-그럼 굿즈 리뷰가 광고인 건가?
-아 맞네 그러면 오프로 해야되네
-굿즈 실물은 캡슐 스튜디오에서 못해서 킨 거였고?
-퍼펙트 보이스라서 한 번만 봐드리는 겁니다?
이경복은 채팅 반응에 멋쩍은 웃음을 흘렸다.
“네, 리뷰라고는 하지만 보시는 관점에 따라 광고처럼 느껴질 수 있으니까요. 차라리 붙이고 편하게 방송을 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결정했습니다.”
“아니, 근데 사장님. 솔직히 이거 광고는 안 붙여도 되지 않나요?”
상황을 정리하자 지놈이 바로 방송을 진행했다. 그 호칭에 이경복도 태도를 바꾸었다.
“지 사원, 그게 무슨 말이죠?”
“여기 있는 굿즈들 말입니다. 이거 전부 제가 산 거잖아요? 내돈내산인데 광고 표시를 해야 되나 싶어서요.”
지놈의 말에 이경복은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
“이 굿즈들, 근무 당일에 산 거잖아요?”
“네? 아, 그쵸.”
“당일 바로 일당 지급 받으셨죠?”
“바로 받았죠. 크으, 우리 사장님이 또 돈 계산은 확실하시니까.”
“그러면 제가 드린 돈으로 굿즈를 사신 거잖아요? 근데 그 돈은 회사 돈이잖아요.”
“어? 뭐지? 광고인데 왜 광고비가 없는 것이지?”
지놈이 어리둥절해하자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시작부터 바로 블랙기업 고증ㅋㅋㅋㅋ
-직원이 자사 제품을 제 돈 주고 산다, 그게 블랙기업이잖아?
-직원 사비로 광고를 집행하는 기업이 이따!?
-내돈내산이 굿즈가 아니라 광고였구연?
-???: 광고할 기회 팝니다!
-아 ㅋㅋ 퍼펙트 굿즈 광고는 아무한테나 주는 게 아니라고요
-퍼펙트 블랙 보스 수듄ㅋㅋㅋㅋ
가볍게 텐션을 올린 두 사람은 본격적으로 방송을 이어나갔다.
“자, 비용 이야기는 이쯤하고 예고한 것처럼 지 사원의 퍼플오피스 근무 소감을 들어보겠습니다. 굿즈 리뷰는 마지막에 하도록 할게요.”
이경복의 말에 시청자들이 웃음을 흘렸다.
-퍼사장! 추놈은 제대로 일도 안했는데 무슨 소감이냐구웃!
-근?무
-사실 소감이 아니라 고해성사 아님?
-ㄹㅇㅋㅋ 얼마나 놀았는지 이실직고 해야지
-연봉삭감 해버렷!
“아니, 뭐래. 나 진짜 열심히 일했거든? 기록 다 남았고 우리 사장님도 다 보셨는데 어디 가짜뉴스를 퍼뜨려!”
지놈이 그에 장단을 맞춰주자 이경복도 같이 웃었다.
“아니, 이게 소감을 듣는 것도 중요한데요. 실제로 지 사원이 일하면서 느낀 점들이 있잖아요? 뭐, 개선점이라든지 팁 같은 걸 들으면 내일부터 일하실 분들이 더 수월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러니까 일단 들어보도록 하죠.”
-앗…!
-이 또한 퍼청자를 위한 빅픽챠여따!?
-우린 그런 것도 모르고ㅠㅠㅠ
-주주만이 아니라 일일 알바마저 포용하는 대인배…!
-바보! 직원만 생각하는 바보!
-아! 뱁새가 황새의 뜻을 어찌 알겠는가!
시청자들의 반응에 지놈은 헛웃음을 흘렸다.
“아니, 너무하네 진짜. 온도차이가 무슨 북극이랑 사하라사막 수준이야.”
-HOXY 꼬우신가요?
-아 ㅋㅋ 킹받으면 님도 보스 해보시던가요 ㅋㅋㅋ
-얼굴 나온 지놈 vs 목소리만 나온 갓플
-밸붕 무엇?
-북극이 아니라 명왕성 수준아님?
-ㄹㅇㅋㅋ 갓플은 태양수준이지
-팩트) 태양계에서 가장 추운 행성은 천왕성이다
-고마워요 우주왜건!
시청자들이 바로 받아치자 지놈은 실소와 함께 웃어 넘겼다.
“으이그, 이런 녀석들도 청자라고. 크흠, 아무튼 다시 돌아와서 전체적인 소감을 말하자면…”
지놈은 가볍게 손을 맞잡으며 환하게 웃었다.
“진심!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오? 그래요?”
“네, 이게 사실 심술 나서 인정하기 싫은데, 채팅에 나온 말 중에 일부는 동의합니다. 솔직히 일이라기보다는 놀고 온 느낌이 더 강했거든요? 아니, 진짜 이게 개점부터 폐점까지 쭉 하이텐션이야.”
이경복이 웃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 그렇죠. 방송 보는데 진짜 텐션이 줄질 않더라고요.”
-ㄹㅇㅋㅋ 무슨 놀이동산 브이로그인줄
-게다가 추놈은 또 장난치기 딱 좋자너 ㅋㅋㅋ
-킹직히 실물 추놈 앞에서 어케 참음?
-특히 퍼청자 중에는 게놈들 중복비율이 높으니까 ㅋㅋㅋㅋ
-퍼청자 : 크윽…! 내안의 게놈이 깨어난다!
-놀려줄까 게? 물론이지 놈!
시청자들도 그에 동감을 표하자 지놈이 입꼬리를 올렸다.
“아, 근데 솔직히 난 좀 실망했어.”
“실망?”
“아니, 제가 진짜 나름 각오를 하고 갔거든요. 이 녀석들이 장난을 치면 어디까지 받아줘야 되나. 얼마나 매운 장난을 치려나 싶었는데, 정작 가보니까 무슨 후추끼도 안 느껴질 정도?”
지놈은 여유롭게 어깨를 으쓱였다. 그 모습에 시청자들이 자극 받았음은 물론이다.
-어? 이 사람 봐라?
-5252, 제대로 매운맛을 보고 싶은 거냐구웃!
-아 ㅋㅋ 펩사이신 맛 보쉴?
-???: 강한 말은 쓰지 마, 약해보인다고?
-틈새추놈으로 만들어줘야겠네 ㅋㅋㅋ
“이제 근무 끝났는데 어쩌실?”
하지만 지놈은 여유로웠다. 그가 약을 올리자 이경복이 웃으며 말했다.
“한 번 더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요?”
-즉.시.고.용
-아 ㅋㅋ 퍼사장! 지 사원 데려와!
-우리 형이 님 편인 줄 알았쥬?
-형? 이왕 이렇게 된 거 4개 지점 모두 순회공연 때리자!
-WA! 락 페스티벌!
-돌까지 던지냐고 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의 호응에 지놈이 바로 손을 내저었다.
“네? 에헤이, 사장님 이러지 맙시다. 자자, 소감으로 돌아와서…”
지놈은 조금 더 상세하게 느낌을 풀어냈다. 하지만 골자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경복은 가볍게 손뼉을 쳐 적당히 마무리를 지었다.
“좋습니다. 지 사원이 그렇게 즐겁게 즐겨주셨다니 기분이 좋네요. 그럼 이제 다음 근무자들을 위한 팁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아, 이거 또 이달의 우수사원인 제가 봐둔 게 있죠.”
-?
-언제 우수사원까지 된 건뎈ㅋㅋ
-셀프 수여 무엇 ㅋㅋㅋㅋㅋ
-3일도 안 지났는데 뭔 달이 나와 ㅋㅋㅋ
-대놓고 뻔뻔해서 웃기네 ㅅㅂㅋㅋㅋ
-이래놓고 별 거 아닐 수도?
-지수레가 요란하다 이마리야 ㅋㅋㅋ
지놈은 바로 손을 내저으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아니, 근데 이건 진짜 도움 됩니다. 가장 먼저 중요한 게 뭐냐? 바로 재고에요, 재고. 퍼플오피스 봐서 알잖아요? 손님들이 말 그대로 쉴 틈 없이 들어온단 말이야.”
“아, 정말 많이 와주셨죠.”
“그렇다니까요? 딱 들어와서 입구에서 출구까지 걷기만 하면 굿즈를 전부 볼 수 있도록 동선이 짜여 있습니다. 근데 중간에 물건이 빈다? 그 굿즈가 손님이 찾는 거다? 이러면 바로 정체 생기는 거예요.”
지놈은 그리 말하며 테이블 위에 놔둔 굿즈 하나를 옆으로 빼냈다.
“앞사람이야 상관없어요. 그런데 이 뒤는? 제치고 가? 그럴 수가 없잖아. 다들 질서 지키고 있단 말이야. 그런데 시간이 지체되면? 이거 스노우볼 굴러서 폐점 시간 되면 못 들어오는 사람이 늘어난단 말이에요.”
“아, 그렇죠…! 이건 정말 너무 아쉬운 상황이 됩니다.”
-지놈이 제대로 보긴 봤네 ㅋㅋㅋ
-굿즈 못 사는 건 상관없어도 못 들어가는 건 진짜 크지
-늦게 와서 그런 거면 상관없는데 밀려서 못 들어갔다?
-킹직히 그러면 좀 화날 듯
-사실상 직원이나 손님이나 타임어택하는 것이고?
-무슨 디펜스 겜이냐고 ㅋㅋㅋㅋ
이경복과 시청자들의 반응에 지놈은 더 자신 있게 설명했다.
“그렇다니까요? 근데 우리 직원들도 다 알잖아. 같은 주주니까! 그 마음 모를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무조건! 재고부터 먼저 채우고 흐름 유지하는 게 관건이라는 겁니다.”
“그러면 미리미리 준비를 좀 해두는 게 좋겠네요? 방송에서도 그렇게 하신 것 같던데.”
“아, 역시 사장님! 역시 퍼펙트 아이! 바로 그겁니다. 근데 이게 또 아무거나 먼저 꺼내면 안 되잖아요? 제가 그래서 또 소진 순서를 체크를 해뒀다 아입니까.”
지놈은 그리 말하며 올려둔 굿즈 중 3개를 앞으로 밀었다.
“사실상 인기 순위라고 볼 수 있는데, 이건 다 예상하실 거예요. 가장 먼저 소진된 건 역시 이 프리미엄 피규어 라인이거든요?”
“아, 이게 그래도 가격이 가장 비싼 건데?”
이경복은 의아해했다.
자신과 친구들의 캐릭터를 본뜬 피규어가 인기 있다는 말에 기분이 좋긴 했지만 궁금한 건 별개였다.
반면 시청자들은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이건 무적권이지 ㅋㅋㅋ
-형? 오픈런 뛰는 사람들은 비싼 게 문제가 아니야!
-ㄹㅇㅋㅋ 이미 계산기 다 두드려보고 간다 이마리야
-프리미엄이라 수량이 적기도 하고 ㅋㅋㅋㅋ
-???: 내가 돈이 없나? 한정판이 없지!
지놈도 시청자들에 동의하며 설명을 이었다.
“그래서 일단 프리미엄 피규어는 창고 말고 그냥 계산대 뒤에 쌓아두고 바로바로 채우는 게 제일 좋습니다.”
“아? 아예 미리?”
“그쵸! 아마 방송 다시 보면 보일 거예요. 직원들이 처음에는 창고 왔다갔다하다가 점점 그 주기가 빨라지거든요? 그게 처음에는 창고, 그다음에는 창고 문 옆에, 마지막으로 계산대 뒤에 다 꺼내 놓은 겁니다.”
-그랬었나?
-속지마라! 추놈의 함정이다
-킹부러! 다시보게 하려고!
-히히 안 속을 거지롱!
-아 ㅋㅋ 갓플 목소리 들을 거라구요
시청자들의 장난스러운 반응에 이경복이 웃음을 흘렸다. 지놈은 그에 혀를 차고는 다시 굿즈를 앞으로 밀었다.
“아무튼 제가 일한 강남점 기준이긴 한데, 이게 다른 곳도 크게 안 다를 거거든요? 2위랑 3위가 비슷하더라고.”
“아, 퍼무새 피규어가 조금 더?”
“제 기억으로는 좀 더 빨랐어요. 게말콘 자수 셔츠가 3위인데, 아 이것도 좀 놀란 게 있습니다.”
지놈은 눈을 크게 뜨며 손가락을 튕겼다.
“아니, 이게 옷이잖아. 보통 옷 살 때 어떻게 해요. 일단 한 번 대보잖아?”
“그래야죠? 사이즈가 맞는지 확인해야 되니까.”
“그러니까. 아까 내가 말한 정도는 아니더라도 이게 동선에서 잠깐 잠깐 멈춰야 될 수밖에 없잖아요?”
“그쵸. 어? 근데 안 그랬던 거 같은데?”
이경복은 동의하다가 눈을 굴렸다. 방송에서 봤을 때 셔츠 섹션에서 정체가 느껴진 적이 없었다.
이 역시 팬들은 답을 알고 있었다.
-캬 ㅋㅋㅋ 이 형 놀라는 거 보니까 보람차고?
-이것도 퍼펙트 지침의 힘이다 이마리야
-셔츠 살 때 미리 사이즈 체크하고 가기로 했었음 ㅋㅋ
-ㅇㅇ 괜히 방해하지 말고 미리 보고 가는 거 권장했음
-와 ㅋㅋ 이걸 근데 실제로 또 해버리네 ㅋㅋㅋ
-이것이 퍼청자? 내가 알던 청자들은 대체?
올라온 채팅에 이경복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 진짜요? 미리 다 사이즈 보고?”
“와, 근데 이게 별 거 아닌 거 같은데 진짜 도움 됐습니다. 처음에는 안내 담당 배치했는데 덕분에 필요가 없어지더라고. 그래서 대신에 포토존 관리 쪽으로 보냈잖아요.”
지놈이 말을 맺자 이경복은 절로 손뼉을 쳤다.
“아니, 와… 이건 진짜 감사드립니다. 제가 이런 디테일한 배려를 모를 뻔했네요. 아, 진짜 우리 퍼청자들 너무 자랑스럽다. 이러니까…”
감격에 말을 쏟아내던 그는 가까스로 끝말을 삼켰다.
‘DBC 얘기는 굳이 안 하는 게 낫겠지.’
뉴스와 관련해 오로라 측에서 귀띔을 해주었던 터였다. 시청자들의 훌륭한 노력 덕분이 분명했다.
‘기대가 너무 크면 실망할지도 모르니까.’
차라리 모르고 있다가 알 게 되는 편이 더 즐거울 터였다. 이번 팝업스토어 서프라이즈도 그러지 않았던가.
“…오로라 백화점 고객님들도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이경복은 자연스럽게 뒷말을 대체했다.
-트수인 내가 자랑스럽다!?
-갓플이 트수를 보셨다!
-P8! P8! P8! P8! P8!
-아 ㅋㅋ 킹반인들이 알아주는 건 상관없다고욬ㅋㅋㅋ
-ㄹㅇㅋㅋ 갓플이 좋아하니까 내가 다 기분이 좋고?
-우린 형만 있으면 된다니깐!
시청자들은 그에 즐겁게 환호했다. 이경복은 활기 가득한 채팅창을 보며 웃었다.
본인이 인정받는 것도 좋지만.
‘이거도 좋네.’
자신을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인정받는 것 역시 기쁜 일이었다.
* * *
비슷한 시각, 방송사 DBC의 사옥.
보도국 취재센터 산하에는 여러 부처가 있었다. 뉴스에도 각기 분야가 다르기 때문이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정치와 경제는 물론이고 과학과 기술, 그리고 해외 뉴스를 다루는 곳도 있었다. 그 중 하나인 ‘문화부’ 소속 기자들이 회의실에 모여 있었다.
“자, 그럼 발제회의를 시작해보죠.”
기자들이 취재를 해도 그 취재내용이 전부 공개되는 것은 아니었다.
뉴스라고 해도 결국 방송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방송에는 주어진 시간이 있었다.
그 한정된 시간을 다시 각 부처에 할당하고, 그리 쪼개진 시간에 넣을 소식을 선별해야했다.
“이거는 메인으로 올리기는 좀 애매하지 않을까요?”
“부장님 선에서 컷 당할 것 같죠?”
“아쉽지만 아침 뉴스에 올리는 걸로.”
발제회의의 결정권자는 문화부장이었다. 원칙대로라면 같이 논의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으레 결정권자의 귀중한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는 아랫사람들이 먼저 정리를 해둬야 하는 법이었다.
“다음은… ‘오픈런의 명과 암’이네요.”
“이거 좀 애매하긴 하죠?”
“초기에는 메인뉴스에 자주 올리긴 했어서…”
“최근에 안 올라와서 가망성이 있지 않을까요?”
“쓰읍… 그런데 또 식상하긴 합니다.”
“그쵸. 오픈런 위험하다, 돈이 되니까 리셀러들이 차익을 노린다… 이런 얘기 질리도록 했잖아요.”
오픈런에 관한 뉴스는 여러 매체에서 다루었다. DBC 자체적으로도 몇 번 반복해서 보도를 했었다.
평소라면 바로 격하시킬 뉴스였지만 고민이 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래도 이례적인 부분이 있잖아요.”
“오로라 팝업스토어죠?”
“이게 진짜 특이하긴 한데…”
팝업스토어, 퍼플오피스 입장을 기다리는 팬들의 모습 때문이었다. 누구나 떠올리는 오픈런의 양상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아닌가.
그리고 그런 ‘특이’한 일을 보도하는 게 언론사의 일이었다.
“뭘 그렇게 심각하게들 서 있어?”
“아, 부장님.”
“오셨습니까.”
그 사이 문화부장이 회의실에 들어섰다. 기자들의 깍듯한 인사에 대강 고개를 주억거린 그는 빠르게 정리된 기사들을 살폈다.
“음, 좋아. 깔끔하네. 근데 이건 왜 빠져있어?”
“아, 그게…”
“뭐, 고민 될 정도야? 우리 문화부가 시청률 좀 ‘캐리’할 것 같아?”
방송은 시청률을 무시할 수 없다. 아니, 오히려 시청률이 전부다. 뉴스 방송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소식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
부장은 제 딴에는 최신 용어를 썼다는 자부심에 웃음을 흘리며 ‘오픈런의 명과 암’기사를 살폈다.
“아니, 이걸 왜 고민을…”
살짝 찌푸려진 미간은 이내 서서히 풀렸다. 이윽고 부장의 이마에는 세로 주름이 아니라 가로 주름이 생겼다.
그만큼 눈이 크게 뜨인 덕이었다.
“이거 진짜야? 무슨 플래시몹 이런 거 아니고?”
“네, 오로라에 확인했습니다.”
“이야, 이거 진짜 특이하네.”
부장의 눈이 빠르게 굴렀다.
그간 쌓인 경력 덕분에 이 뉴스의 핵심을 바로 파악할 수 있었다.
“이거 취재 누가 했어?”
“아, 접니다.”
“미안한데 팝업스토어 메인으로 다시 짜봐.”
“예?”
“봐봐. 오픈런의 문제점? 이건 유통기한 임박 식품이나 다름없어. 배고프면 먹기야 하겠지만 이걸 굳이? 바로 채널 돌아간다고.”
“아…”
“근데 이건 달라. 완전 신선하잖아! 이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란 말이야.”
문화부장은 기자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여기 주인이랑 컨택해서 인터뷰 따보고, 안 된다 싶으면 현장 가서 간단하게 손님들 인터뷰 따봐.”
“아, 네! 알겠습니다.”
“그래, 그래. 살 좀 더 붙여서 푸짐하게 내놓자고.”
결정권자가 결정을 내렸다.
이에 임무를 맡은 기자는 바로 결정을 수행했다.
‘연락처가 메일 주소 밖에 없네…’
그 시작은 팀 퍼펙트에게 비즈니스 메일을 보내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