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460화 (460/491)

460화 - 퍼펙트 포 아워스 (1)

늦은 저녁, 퍼지데이 팬카페.

[오늘 진짜 휴방임?]

[주 7일 방송 시절이 그립읍니다ㅠㅠ]

[일주일이 8일이었으면 7일 방송인데 ㄲㅂ]

[야씨 ㅋㅋ 그럼 6일 출근해야 되잖슴!]

[지금은 안 할 것 같음?]

[앗…! 직장인 파이팅…!]

이경복의 방송이 없는 날에는 보통 게시글이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오늘은 달랐다.

[퍼플오피스 덕분에 퍼손실 좀 채워지고?]

[대기열 언제 빠지냐고요 ㅋㅋ]

[퍼무새 피규어 직관하니까 또 사고 싶네 ㅋㅋ]

[오늘은 취재 안해주나 ㅋㅋㅋ]

[내가 누구? 퍼피셜 빛청자!]

퍼플오피스 운영주간이었던 만큼 팬들이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덕이었다.

[대박! 데눈나한테 싸인 받음!]

개중에는 데시벨에 관련된 글도 있었다. 싸인 인증과 함께 기뻐하는 내용에 많은 팬들이 부러움을 표했다.

[-헐? 데눈나도 왔었음?]

[-가르침을 받으면 보은을 한다, 그게 상식이잖아?]

[-교수님 행사에 대학원생이 어케 안 감?]

[-데학원생은 킹정이야!]

[-아 ㅋㅋ 왜 방송 안켰냐구욧!]

[-와 이걸 방송각을 안 보네]

하지만 퍼플오피스 운영주간이기에 또 다른 아쉬움이 찾아오기도 했다.

[진짜 내일이 마지막 기회인 거?]

[퍼플오피스가 문을 닫는다…?]

[아 ㅋㅋ 거짓말하지 마라 진짜]

[오픈런에 대기줄 보면 누가 봐도 첫날 아님?]

[일주일 8일로 된 거 아니었음?]

[현실부정 뭐냐고 ㅋㅋㅋㅋ]

팝업스토어 마지막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 사실을 외면하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시간이 느리게 가지는 않았다.

도중 한 게시글이 빠르게 추천을 받았다.

[속보) 퍼플오피스 12시까지 연장 운영!]

오로라 백화점 스텔라그램에 올라온 공지를 누군가 퍼온 것이었다. 4개 지점 모두 마지막 날은 밤 12시까지 운영시간을 연장한다는 소식이었다.

[-캬 ㅋㅋㅋ 이거지!]

[-뭐예요? 왜 진짜 뉴스에요?]

[-오로라가 퍼플 코인 맛을 제대로 봐버렸고?]

[-역시 한국 기업이라니깐!]

[-앞으로 백화점 상품권은 오로라다]

[-인정해주지 오로라, 너는 갓플과 콜라보를 할 자격이 있다]

[-님이 왜 킹정해주는 건데욬ㅋㅋㅋ]

대부분의 팬들은 즐거워했지만 몇몇 이들은 의아해했다.

[-엥? 오로라가?]

[-어차피 굿즈는 4시 쯤 되면 품절되지 않나?]

[-자수 셔츠는 좀 더 많아졌다던디?]

[-그래봤자 어차피 5시 정도면 컷이잖슴 ㅋㅋㅋㅋ]

[-폐점 이후면 다른 데 돈 풀리는 것도 아닌데?]

[-설마 오로라가 갓플한테 뭔가 더 받아먹는 건?]

그들이 보기에 연장 운영으로 오로라가 얻을 이득은 없었다. 때문에 이경복이 뭔가 손해를 보는 게 아닐까 걱정했지만.

[<방송일정> 퍼플오피스는… 서비스 종료다… (에? 혼또?)]

새로 올라온 방송공지에 그것이 기우였음을 알 수 있었다.

[-공지 제목 미쳤냐곸ㅋㅋㅋ]

[-오? 연장운영 갓플이 요청한 거임?]

[-킹부러! 퍼청자들 종이증권 받게 하려고!]

[-인증샷 못 찍었으면 다 찍고 가라 이마리야 ㅋㅋㅋ]

[-그 와중에 퍼펙트 알바들 초과 근무 안 시키는 거 보소]

[-블랙기업이라며! 블랙기업이라며!]

[-오로라 직원들이 통제? 쵸큼 무서울지도?]

[-빛청자들은 질서 유지가 특기입니다만?]

해당 공지에는 연장 운영의 이유부터 마지막 날 퍼플오피스 상황에 대한 안내가 적혀 있었다.

연장 근무는 사전 협의된 상황이 아니니 마지막 날 근무자들 대신 안전요원들이 통제를 맡았다.

[-아 내일은 좀 늦뱅이네]

[-형? 그만큼 늦게 끝내주는 거맞지?]

[-아 ㅋㅋ 같이 퍼플오피스 마지막을 보자는 거잖슴]

[-갓플과 새벽까지? ㅇㅎㄹㅈㅇ]

[-캬 ㅋㅋ 내일 야식 다 뒤졌다]

[-킹직히 매일 먹으면서 ㅋㅋㅋ]

[-학생? 지금 분위기 파악이 안 돼?]

또한 퍼플오피스 마지막을 함께하기 위해 평소보다 방송 시작이 늦어진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팬들은 그에 기쁨을 표했다.

[-진짜 이 형은 청자들 생각만 한다니깐!]

[-ㄹㅇㅋㅋ 킹직히 오로라에 아쉬운 소리 할 필요 없을 텐데]

[-아아, 이게 바로 팬 서비스라는 것이다.]

[-마무리까지 퍼펙트 해버렸다!]

[-아씨 ㅋㅋ 한 번 더 가야 되나]

[-왜 또 감? 가면 뭐 있음?]

이런 상황이라면 내일은.

[-폐점 이후에는 오로라 백화점에 퍼청자만 있는 거잖슴]

[-???: 킹반인들은 냉큼 나가시지. 오늘 이곳은 퍼펙트 플레이스가 된다!]

[-옼ㅋㅋ 그러네?]

[-뭐예요? 왜 진짜에요!?]

[-퍼펙트 아지트 ㅁㅊㄷㅁㅊㅇ]

오로라 백화점은 이경복과 팬들만을 위한 장소가 될 터였다.

*       *       *

퍼플오피스 마지막 날.

이경복의 생활 루틴은 평소와 같았다.

‘자극이 좀 밋밋하네⋯’

오전 운동을 마친 그는 식사를 준비하며 고민했다. 단백질 위주의 식단이었기에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운동법을 좀 바꿔야겠다.’

그는 자리를 잡고 큐튜브를 실행했다. 오랜만에 운동에 대해 여러모로 신세를 졌던 채널, ‘머슬갤러리’을 찾아보니.

“⋯응?”

이경복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머슬갤러리의 주인, 민둥산이 큐튜브 라이브를 진행 중이었다. 그런데 그 썸네일에 나온 방송 장소가 매우 낯이 익었다.

‘퍼플오피스?’

이경복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바로 라이브에 접속했다.

<민둥산님⋯! 팬이에요!>

<아니? 어떻게 알아보셨지? 완벽한 분장이었는데?>

민둥산은 자신을 알아본 팬과 이야기 중이었다.

“아니⋯”

이경복의 입에서 실소가 나왔다.

민둥산은 특유의 실리콘 가면과 가짜 수염, 그 아래에는 보라색 퍼펙트 후드티를 입고있었다.

[-레깅스에 반바지 까지 입고 있는데 어떻게 모름ㅋㅋㅋㅋ]

[-이 정도면 그냥 알아달라고 한 거잖슴!]

[-킹직히 가면 벗고 가면 아무도 못알아볼 텐데 ㅋㅋㅋ]

[-퍼펙트 후드티만 입고 있다고 숨을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욬ㅋㅋㅋ]

큐튜브 시청자들의 반응 역시 비슷했다. 민둥산은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며 말을 이어갔다.

<아니, 내가 진짜 솔직히 말할게요. 오면서도 사실 걱정이 좀 있었습니다. 혹시라도 저 때문에 이거 줄이 좀 어지러워지면 어쩌나, 정체되면 어쩌나 싶었거든요?>

그리 말한 민둥산은 카메라의 위쪽을 가린 채 돌려 대기줄이 유지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와, 이거 봐. 장난 아니야. 퍼청자 분들 질서 잘 지킨다고 뉴스 나온 거 봤거든요? 아니, 이 정도일 줄은 진짜 몰랐습니다.>

[-ㄹㅇㅋㅋ 퍼펙트 후드티 입으면 다 잘 지키게 됨]

[-아아, 그것이 퍼청자의 품격이랄까?]

[-템 옵션에 질서성향 붙어있는듯?]

[-뭔 소리야 ㅋㅋㅋㅋ]

민둥산의 시청자 칭찬에 이경복은 흐뭇한 표정으로 닭가슴살을 입에 넣었다.

<근데 그 와중에도 할 건 다 합니다. 여기 보세요. 앞이랑 뒤에서 사인 요청이 오고 있잖아요? 제가 뭐 사인을 많이 한 건 아닌데 이런 적은 또 처음이에요. 무서울 정도로 질서 유지에 진심이야.>

민둥산은 그리 말하면서도 빠르게 사인을 해주었다. 이경복이 그에 잠시 고민하다가 큐튜브 후원 기능, ‘하이퍼챗’을 열었다.

‘인사라도 드리는 게 도리지.’

<자, 우리 퍼청자분들에게 또 꿀팁이 하나 있습니다. 이렇게 서서 기다릴 때! 그냥 큐튜브만 보지 말고 또 간단히 할 수 있는 운동이 있거든요.>

이경복이 결제수단을 등록하는 동안 민둥산은 프로답게 오디오를 비우지 않았다.

<이거 좋아, 진짜 좋아! 게다가 쉽기까지 해요! 까치발 다들 아시죠? 이렇게 천천히 들었다 내렸다하면 종아리에 자극이 딱 옵니다. 이걸 카프레이즈 운동이라고 하는데⋯>

[-즉.시.운.동]

[-민이츠www 여기서도 근성장을 놓치지 않는www]

[-형 하나만 해!]

[-진짴ㅋㅋㅋ 사인하면서 운동 시연하지 말라구욬ㅋㅋㅋ]

시청자들이 그에 즐거워하는 와중이었다. 이경복은 후원 문구 작성을 마쳤다.

[‘퍼펙트플레이’ - ₩10,000]

[안녕하세요? 보이시나요?]

결제까지 마치자 화면에 하이퍼챗 알림음이 울렸다.

<와우! 하이퍼챗 감사⋯ 어잇!?>

민둥산은 낮게 탄사를 흘리며 리액션을 하다가 기겁했다.

[-??????????]

[-ㅁㅊ? 찐이심?]

[-로고 보니까 찐인듯?]

[-로고까지 사칭일수도?]

[-아닠ㅋㅋ 이건 찐이지ㅋㅋ]

[-ㄹㅇㅋㅋ 구매기록 다 남는데 누가 이걸로 사칭을 함 ㅋㅋ]

[-사장 본인 등판 ㅋㅋㅋㅋㅋㅋ]

시청자들 역시 비슷한 반응이었다. 큐튜브는 메일 인증만 하면 계정을 많이 만들 수 있어 사칭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하이퍼챗’을 하는 사칭 계정은 없었다.

<아니, 아니 퍼플 님? 어우, 나 진짜 너무 놀랐어요. 운동 끝내고 가방 열었는데 프로틴 쉐이크가 없을 때 정도로 놀랐습니다.>

“아, 진짜⋯”

정말 놀란 기색이었지만 그럼에도 프로는 프로였다. 이경복은 민둥산의 멘트에 웃음을 흘렸다.

[‘퍼펙트플레이’ - ₩10,000]

[운동법 찾다가 라이브 하시는 거 봤습니다. 방문 감사드려요!]

민둥산은 바로 손가락을 튕겼다.

<아, 좋아요. 너무 좋습니다! 역시 운동법 찾을 때는 어디다? 바로 머슬갤러리다! 우리 퍼플 님도 찾아와주시는 채널이라는 거!>

[-이 형 찐텐 웃음이넼ㅋㅋㅋ]

[-갓플 보증이면 그럴만하지

ㅋㅋ]

[-퍼피셜이면 킹정이자너 ㅋㅋ]

[-운동은⋯ 머슬갤러리⋯ 메모⋯]

시청자들도 민둥산의 팬이었던 바, 같이 즐거워했다. 이내 그는 빠르게 손을 움직였다.

<아니, 근데 제가 덕질하러 온 건데 돈을 쓰시면 안 되죠. 퍼플 님 채팅만 빼서 따로 띄워놓겠습니다. 자, 퍼플 님! 편하게 물어보세요! 오늘 어디 하시는 날입니까?>

이경복은 그에 잠시 고민하다가 채팅을 쳤다.

[-프로 중에 프로신데 제가 무료로 상담을 받을 수는 없죠]

[-퍼플오피스 방문해주셔서 감사드리려던거예요 ㅎㅎ]

민둥산은 탄사와 함께 손뼉을 쳤다.

<크으⋯! 이렇게 또 인정을 해주시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근데 진짜 기회가 되면 한 번 모셔서 제대로 운동 얘기 좀 해보고 싶거든요.>

[-옼ㅋㅋㅋ 그림 제대로 나오네]

[-퍼플도 진짜 운동 제대로 한 몸이던데]

[-퍼펙트플레이 X 머슬갤러리]

[-퍼펙트 머슬 ㅁㅊㄷㅁㅊㅇ]

[-뭐예요? 얼른 나와줘요!]

시청자들의 호응에 이경복은 미소와 함께 채팅을 써내려갔다.

[-실제로 머슬갤러리에서 꾸준히 러브콜을 보내주셨죠 ㅎㅎ]

[-사실 서운하실 법도 한데 계속 찾아주셔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방송 시작하고 매달 한 번씩은 머슬갤러리에서 제안을 해왔던 터였다. 시작부터 끝까지 전부 자신에게 맞춘 제안이었다.

<맞습니다. 제가 진짜 욕심이 나서 그래요. 이게 솔직히 방송각도 있긴 한데 개인적으로 팬심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특히 사격! 퍼플 님이 또 엄청나시지 않습니까? 이번 스틸스테일 방송 보고 또 놀랐어요. 데시벨 님께 포인트를 딱딱 잘 짚어주시더라고. 덕분에 저도 요즘에는 게임하다가 숨 참고 사격합니다. 진짜 좀 낫더라고요.>

민둥산의 대답에 이경복은 물론 시청자들도 놀랐다.

“아니⋯ 진짜 보셨네?”

[-이 형 진심보소 ㅋㅋㅋ]

[-요거는 립서비스 아니고 찐이다 ㅋㅋㅋㅋ]

[-갓플 방송 안 챙겨 보기가 쉽지 않긴 해 ㅋㅋㅋ]

[-한국 국적 유지하려면 킹쩔수 없자너 ㅋㅋㅋ]

민둥산은 채팅을 보더니 적극 어필했다.

<아니, 제가 진짜 팬이라서 그렇다니까요. 저 전에 나온 굿즈도 정말 다! 진짜 다 샀어요. 아, 이거도 있다. OTP 텀블러! 여기에 또 쉐이크 싹 해서 먹으면 정말 좋아! 진짜 좋아! 아니, 진심! 기대 별로 안 했는데 밀폐력이 굉장해요. 막 흔들어도 새는 게 없습니다.>

[-아니 ㅋㅋㅋ 뭔 PPL인줄]

[-이 형 자기 굿즈 파는 것보다 더 열심인 듯?]

[-라방에 야외방송에서 이정도 텐션을?]

[-찐으로 신나셨넼ㅋㅋㅋ]

[-그 와중에 사용감 ㅁㅊㄷㅁㅊㅇ]

그는 챙겨온 가방에서 OTP 텀블러를 꺼내 카메라에 비췄다.

<그리고 오늘도 종이증권 딱 뽑고 스텔라그램에 인증하려고 했습니다. 제가 정말 한 번 보고 싶어서 그래요. 퍼플 님, 한 번 생각해주세요. 이제는 어느 정도 시청자 분들께 드러내고도 계시잖습니까.>

이경복은 민둥산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긴 처음이랑은 상황이 달라지긴 했어.’

메타게이머 인터뷰 때도 이와 비슷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얼굴 공개에 전혀 생각이 없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렇긴 하죠. 그런데 당장 답을 드리기는 어렵네요 ㅎㅎ;]

아직은 고민하는 단계였다.

그리고 만약 그럴 마음이 들었다고 하더라도.

‘내 채널에서 가장 먼저 하는 게 시청자들을 위한 거지.’

다른 사람보다 자신의 시청자들을 우선하는 게 옳았다.

<아⋯>

그 답변에 민둥산이 작게 탄식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하지만 제가 여기서 하나는 약속 드리겠습니다.]

<약속이요?>

[-운동 관련 방송을 하게 된다면 머슬갤러리가 1순위일 거예요.]

호의는 호의로 돌려줘야 했다.

민둥산의 노력을 헛되이 할 생각은 없었다.

<아, 좋습니다! 지금 다들 보셨죠!? 퍼플 님이 약속 하셨어요! 제가 지금 마음 같아서는 바로 그랜절 하고 싶은데, 지금은 저도 퍼청자거든요? 질서 유지를 위해서 꾹 참겠습니다.>

[-WA! 퍼피셜!]

[-와 이게 되네 ㅋㅋㅋㅋ]

[-퍼펙트 머슬! 퍼펙트 머슬! 퍼펙트 머슬!]

[-콜라보 실화냐? 대흉근이 웅장해진다]

[-이 남자, 3대 측정은 어떨까?]

[-갓플 사격장 데려가면 개꿀잼일듯 ㅋㅋㅋ]

[-오프라인에서도 그 실력 나오나?]

[-벌써부터 꿀잼인 거 나만 그래?]

민둥산은 물론 채팅창 역시 환희로 가득해졌다.

[-그랜절은 마음만 받을게요 ㅋㅋㅋㅋ]

[-아무쪼록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이경복은 그에 웃으며 채팅을 남기고 방송에서 나왔다. 계속 보고 있으면 민둥산도 부담이 될 터였다.

‘확실히 재미있긴 하겠네.’

그는 머슬갤러리 출현을 상상해보며 미소지었다.

*       *       *

늦은 저녁, 오로라 백화점 강남점.

“아, 배불러⋯”

메타게이머 기자, 신혜림은 행사장 옆 푸드코트에서 저녁식사를 마쳤다. 퇴식구에 빈 그릇을 가져가기 전 그녀는 자리를 살폈다.

‘놓고 가는 거 없지?’

가장 중요한 건 핸디캠이었다.

퍼플오피스의 시작을 취재한 바, 그 마지막도 기사로 남기기 위해 이곳을 방문한 게 아닌가.

‘오늘은 확실히 다르네.’

늦은 시간이었지만 여전히 대기줄이 길었다. 원래대로라면 시간 관계상 입장불가로 못 들어갈 팬들이었지만 오늘은 시간이 넉넉했다.

<오늘도 저희 오로라 백화점을 찾아 주신 고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어느덧 시각이 폐점 시간, 8시에 가까워지자 안내 방송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에 일반 손님들은 슬슬 퇴장을 하기 시작했지만 퍼펙트 후드티를 입고 있는 사람들은 그 자리를 지켰다.

“응⋯?”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신혜림은 이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안 돌아가시네?’

입구가 아니라 출구, 포토존에서 나온 팬들까지 자리를 지켰다. 그들은 방해가 되지 않으려는 듯 구석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기자로서 지나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녀는 신속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인터뷰를 청했다.

“아, 오늘이 마지막이잖아요. 끝까지 지켜보고 싶은 마음이죠.”

“집에 가서 하는 일은 똑같은데, 오늘은 다시 안 돌아오잖아요.”

“오늘 방송에서 폐점식, 맞나? 그거 하는데 여기서 보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요.”

퍼플오피스의 마지막을 함께하고 싶다. 표현이 조금 다를 뿐 다들 비슷한 마음이었다.

신혜림은 그 심정에 적극 공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실례합니다. 여기는 셔터가 내려와서요. 이동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내 오로라 안전요원들이 통제를 위해 배치됐다. 신혜림을 비롯 팬들은 그 지시에 순순히 응했다.

‘어? 이건 또 왜⋯?’

안전요원들은 외부는 물론 점내로도 들어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들어간 안전 요원들이 그대로 나오는 게 아닌가.

신혜림은 바로 접근해 그 이유를 물었다.

“아, 원래 저희가 내부 통제를 해야 하는데…”

“근무하시는 분들이 계속해도 되냐고 물어보셔서요.”

안전요원들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신혜림은 그에 입을 벌렸다.

‘알바 분들도 마지막까지 함께하시려는 거구나.’

본래 8시까지 근무지만 자발적으로 남은 것이다. 신혜림도 팬이었기에 그 이유는 따로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안전요원들이 대신 서 있으면 위화감이 생길 수밖에 없으니까.’

당연하게도 안전요원들은 검은 양복을 입고 있었다. 퍼플오피스 유니폼인 게말콘 자수 셔츠와는  느낌이 전혀 달랐다.

그러니 그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8시 이후에 입장하는 팬들로서는 몰입감이 깨질 수밖에 없었다.

그 경험을 지켜주기 위해 직원들이 연장 근로를 자처한 것이다. 그들 또한 팬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햐, 이런 게 기사감이지.’

신혜림의 머릿속이 번뜩거렸다. 이런 점들을 널리 알려야 하지 않겠나.

그녀는 재빠르게 메모를 써내려갔다.

“오…”

“불 꺼진다.”

“다 나갔나 보네.”

모든 손님이 나간 걸 확인한 것일까. 푸드코트를 비롯해 지하 곳곳의 조명이 소등했다.

통로 역시 셔터가 내려와 막혔고 팬들이 들어오는 입구만이 유일하게 열려 있었다.

“와.”

“이야…”

“대박이네.”

이윽고 여기저기서 탄사가 흘러나왔다. 신혜림도 입을 벌리며 핸디캠을 들었다.

어둑해진 지하 행사장, 그 가운데 입구부터 퍼플오피스로 이어지는 통로만이 불이 켜져 있었다.

마치 빛으로 만들어진 길의 끝에는 보라색이 어우러진 가게가 세워져 있었다.

“…진짜 다른 세계에 온 것 같네.”

신혜림은 시선을 뗄 수 없었다.

광고에서 나온 것처럼 이세계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앞으로 4시간인가…’

주어진 시간이 짧다는 게 애석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이내 그녀는 눈을 부릅떴다.

‘4시간?’

그녀의 머릿속에 전구가 연달아 켜졌다.

‘이거 딱이네!’

그녀는 한 줄의 메모를 적었다.

그것은 이번 기사의 제목이었다.

[퍼펙트 포 아워스]

4시간(4hours).

우리의 것(Ours).

그 모든 게 완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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