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461화 (461/491)

461화 - 퍼펙트 포 아워스 (2)

늦은 밤, 샵팬덤 사옥.

퍼플오피스는 운영시간이 연장됐지만 이미 재고는 모두 소진됐다.

판매가 끝난 상황이니 샵팬덤 직원들은 이미 퇴근을 했어야 하지만.

“오늘이 마지막입니다! 조금만 더 힘내봅시다!”

직원들은 여전히 각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MD팀장은 그런 직원들을 격려했다.

“모두 봐서 알겠지만 샵팬덤 사상 역대급 성과가 아닙니까! 지금 관심이 최고조일 때 딱 공개를 해줘야 해요!”

이내 그는 바삐 걸음을 옮기며 작업 경과를 확인했다.

“아니, 이거 숫자를 너무 키웠네. 한 이 정도로 바꾸고 남은 공간은 아이콘으로 채워주세요.”

“음, 우리나라 사람이 많은 건 당연하니까, 외국인 고객님들 비율로만 그래프 만듭시다. 그게 좀 더 국제적인 느낌이 들잖아요?”

“아니, 이거 워딩을 좀 바꿉시다. 대주주는 좋은데 개미는 약간 좀 그래요. 최고액이랑 평균액수로 슴슴하게 가죠.”

팝업스토어 총방문자 숫자, 각 지점의 방문자 숫자, 방문자의 국적 비율, 고객들이 구매한 굿즈 개수, 종이증권 최고가 및 평균가 등등.

샵팬덤은 퍼플오피스를 운영하면서 누적된 통계와 기록을 보기 좋게 ‘인포그래픽’으로 작업 중이었다.

“다들 고생이 많습니다.”

그리 작업에 매진하는 와중 대표가 찾아왔다. 팀장은 깍듯하게 그를 맞이했다.

“아, 오셨습니까.”

“어떻게, 시간 맞출 수 있겠어요?”

“네, 거의 완성 되어갑니다. 무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팀장이 자신 있게 답하자 대표의 얼굴에도 미소가 떠올랐다.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갑작스럽게 지시한 일이지만 꼭 필요한 일이었거든요.”

대표는 직원들에게 직접 감사를 전했다.

“오로라에서도 연장 운영을 허용하지 않았습니까. 우리라고 가만히 있어서야 되겠어요?”

인포그래픽 제작은 이경복이 요청한 일이 아니었다.

“여러분이 공들여 만들어주신 이 인포그래픽이 있다면 퍼플 님이 방송에서 이번 이벤트를 쉽게 되돌아볼 수 있겠죠. 그리고 퍼플 님은 물론 시청자들도 저희 샵팬덤의 노력을 잊지 않으실 겁니다!”

그러나 대표는 마지막 순간에 시청자들에게 샵팬덤을 다시 한 번 더 주지시키고 싶었다.

그는 이어 법인카드를 꺼냈다.

“음료나 야식, 필요한 건 아무거나 팀장님께 말씀드리면 됩니다.”

대표는 팀장에게 카드를 건넸지만 뭔가 반응이 이상했다. 선뜻 카드를 받지도 않았고 직원들도 힐끔힐끔 눈치를 보는 게 아닌가.

왜 그러나 싶은데 팀장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대표님. 말씀드렸듯 작업이 거의 끝나가는 중이기도 하고, 직원들 중에 끝나자마자 퍼플오피스에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대표는 그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지만 이내 웃음을 흘렸다.

“아, 그러면 이게 필요한 게 아니겠네요. 좋습니다! 여러분 오늘은 전원 택시 타고 퇴근하세요! 어디를 가도 회사에서 전액 지원해주겠습니다!”

“오! 대박!”

“역시 대표님!”

그 선언에 직원들의 얼굴에 활기가 돌았다. 박수를 치며 환호하는 직원들의 모습에 대표는 미소로 답하고 걸음을 돌렸다.

“아, 맞다. 팀장님?”

“예?”

이내 대표가 깜빡했다는 듯 팀장을 다시 불렀다.

“그 영상 건도 전달했죠?”

“아, 네네! 인포그래픽에 앞서 먼저 작업 끝내고 드렸습니다.”

“알겠습니다. 혹시나 해서요.”

대표는 그에 안도하고는 짧은 탄사를 흘렸다.

“햐, 참⋯ 퍼플 님도 대단하시긴 한데 그 주변도 만만치가 않아요. 그렇죠?”

“예, 정말 그렇습니다.”

“진짜 퍼튜브 편집자님은 밈이 아니라 PD 같으시다니까.”

“분명 모두 좋아하실 겁니다.”

“그러니까요.”

그는 슬쩍 시간을 확인했다.

이경복이 예고한 방송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다들 깜짝 놀랄 겁니다.”

*       *       *

밤 10시, 퍼플오피스 운영 종료 2시간 전.

이경복의 방송이 시작됐다.

“트하! 포근한 밤이네요!”

그의 인사에 시청자들이 빠르게 채팅을 올렸다.

-퍼하!

-퍼사장! 이제 퍼플오피스 시즌 2 공지해주는 거지?!

-ㄹㅇㅋㅋ 오늘이 마지막일리가 있겠냐고

-뭐래 ㅋㅋ 3차 굿즈 공개방송아님?

-히히! 퍼플오피스 못 닫아!

-아닠ㅋㅋ 벌써 나오겠냐고 ㅋㅋ

-킹니 갓써면 가능한 거 아님?(진짜모름)

환대와 더불어 시작부터 아쉬움 섞인 채팅이 쏟아졌다. 이경복은 옅은 미소와 함께 양손을 맞잡았다.

“아, 정말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흘러갔네요. 사실, 샵팬덤에서 듣기로 팝업스토어는 1주일 운영도 꽤 긴 편이라고 들었거든요? 이거 속은 거 아닌가 싶을 정도예요.”

-아니 ㅋㅋ 진짜 추놈 근무한게 엊그제 같은데 ㅋㅋㅋ

-이상하다? 블랙홀 안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간다고 했는데?

-퍼플홀은 그 반대였고?

-???: 날 속였어!

-근데 샵팬덤이 거짓말 한 건 아님 ㅋㅋㅋ

-진짜 ㅋㅋ 누가 첫 팝업을 1주일이나 하냐고 ㅋㅋㅋ

-이미 장소가 백화점인 것부터 달랐습니다만?

-ㄹㅇㅋㅋ 그것도 지점이 4개ㅋ

시청자들이 적극 공감했다. 이경복은 본격적인 진행에 앞서 상황을 파악하기로 했다.

“혹시 지금 퍼플오피스 현장에서도 방송 보시는 분들 계신가요? 달리 문제는 없죠?”

그 물음에 답변은 채팅은 물론 후원으로도 돌아왔다.

[‘퍼펙트메르헨’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현장 분위기 개쩔음 ㅋㅋㅋ 완전 동화속 너낌]

[‘빛청자의위엄’님이 ‘5,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완벽통제중임 ㅋㅋ 킹직히 DBC는 오늘 취재했어야 됐다 ㅋㅋ]

[‘블랙기업근무수듄ㅋㅋ’님이 ‘5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여기 대구점인데 직원분들 셀프 야근함 ㅋㅋㅋㅋ]

-바로 수금 유도 ㅎㄷㄷ

-???: 좋아! 자연스러웠어!

-막날이라고 바짝 땡기는 거냐구웃!

-퍼이츠www 자본주의의 파동에 눈을 떠버린www

-아 ㅋㅋ 미리 수금해야 시즌 2 빨리 나온다고 ㅋㅋ

이경복은 이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바로 손을 내저었다.

“아니, 채팅으로 답변해 주셔도 됩니다! 물론 후원은 감사히 받을게요. 그런데 지금 직원분들이 아직 계시다고요?”

-강남도 일하고 계시던디?

-엌ㅋㅋ 신촌도 직원들 계심

-5252, 부산도 마찬가지라구웃!

-블랙기업에서는 자발적으로 직원이 야근을 한다, 그게 상식이잖아?

-셀프로 야근? 내가 했던 야근들은 대체?

-역시 퍼플오피스는 퍼펙트 상식이 적용되어버린다니깐!

속속 전해지는 제보에 이경복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와⋯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자원봉사를 하게 할 수는 없어요. 음, 그러면 이렇게 하죠. 추가로 일하신 만큼 제가 샵팬덤 통해서 수당을 전달 드리겠습니다.”

-엣?

-야근을 하면 수당을 주는 회사가 이따!?

-아니 ㅋㅋㅋ 그건 당연한 거잖앜ㅋㅋㅋㅋ

-당연할 거 같지? ㅋㅋ

-헉!

-근데 굳이 그럴 필요있음?

-ㄹㅇㅋㅋ 퍼펙트 알바들도 자기가 좋아서 하는 건데

시청자들은 그 결정에 놀라면서도 의아해했다.

“제가 프랜차이즈 테일 방송하면서 말한 적이 있습니다. 직원 분들이 내 일처럼 생각하게 하려면 그만큼 돌아오는 게 있어야 한다고요.”

그러나 이경복은 단호했다.

“이게 반대로 말하면, 사장은 내 일처럼 여기는 직원에게 무엇이든 더 주는 게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는 이내 시간을 가리키며 미소 지었다.

“그리고 아직 퍼플오피스의 운영시간이죠? 당연히 지금 일하시는 분들은 저희 퍼플오피스 소속입니다. 그러니까 수당을 드리는 게 맞죠.”

-크으! 이게 진짜 사장마인드지

-역시나 퍼펙트 보스답고?

-와 진짜 이건 우리 회사 사장도 좀 보고 배웠으면 ㅋㅋㅋ

-이러니까 잘 될 수밖에 없자너 ㅋㅋㅋㅋ

-ㄹㅇㅋㅋ 주주로서 투자할 수밖에 없다 이마리야

-이게 어떻게 블랙기업?

시청자들의 진심 어린 감탄이 채팅창을 물들였다. 이경복은 그리 정리를 마치고 가볍게 손뼉을 쳤다.

“자,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기다리는 것도 좋지만요. 마냥 기다리는 것보다는 같이 즐기면서 시간을 보내는 게 더 좋겠죠? 그래서 준비한 게 있습니다.”

-오?

-저챗만 하는 게 아니었음?

-공지에 시간만 적어둬서 오늘은 걍 야부리 터는 건줄 ㅋㅋㅋ

-큰 거 오나? 큰 거 오나?

-3차 굿즈랑 시즌2 발표 맞지!?

-아닠ㅋㅋㅋㅋ 어떻게 바로 나오냐곸ㅋㅋㅋ

시청자들이 호기심을 보이는 사이 이경복은 퍼튜브를 띄웠다. 그는 가장 최근에 올라온 영상을 가리켰다.

“퍼플오피스의 마지막, 그 순간을 맞이하기에 앞서 그 탄생과정을 같이 볼까 합니다.”

시청자들은 영상을 확인하고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WA! 메이킹 필름!

-자수 셔츠 비하인드도 포함된 거?

-엌ㅋㅋ 난 광고 촬영 과정이 궁금했음ㅋㅋㅋㅋ

-ㄹㅇㅋㅋ 이세계 트럭은 상상도 못함ㅋㅋㅋ

-이러면 대기 시간 또 순삭일듯 ㅋㅋㅋ

-같이보기 컨텐츠 너무 조쿠요?

오늘의 컨텐츠는 메이킹 필름 같이보기였다.

*       *       *

한편, 최병훈의 집.

평소라면 방송 중에는 여유롭게 모니터링을 하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오케이⋯ 다 됐다.”

최병훈은 작업을 마치고 바로 단톡방에 톡을 남겼다.

[>준비 완료!]

[>아 ㅋㅋ 세팅 완벽하다 ㅋㅋ]

그에 기다렸다는 듯 팀원들의 답이 바로 돌아왔다.

[>수고하셨어요!]

[>고생했네 ㅋㅋㅋ]

[>준비한 보람이 있을 겁니다!]

[>어떤 반응일지 기대가 되는군]

이경복의 답은 없었다.

비단 방송 중이기 때문이 아니라 이 단톡방에는 그가 처음부터 초대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팀원들이 서프라이즈를 위해 따로 방을 만들어둔 덕이었다.

<처음에는 장소 선정부터 신중했습니다. 오로라 백화점에서 감사하게도 여러 자리를 제안해주셨어요. 직접 보는 편이 확실하니까 4곳 모두 저희 팀에서 확인했습니다. 특히, 퍼그말리온 님은 대구랑 부산까지 직접 가주셨어요.>

최병훈은 슬쩍 시선을 돌렸다.

방송에서 이경복이 팝업스토어 장소 선정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었다.

[>보니까 전혀 눈치 못 챈 거 같지?]

[>아예 생각도 못하고 있을 걸]

[>뭔가 저번 워크샵 때가 생각나네요 ㅎㅎ]

[>아 ㅋㅋ 그때 선글라스 산다고 달린 거 생각하면 ㅋㅋㅋ]

[>사장님이 방송하실 때는 진짜 눈치 백단이신데 저희가 뭉치면 모를 수밖에 없죠 ㅋㅋㅋ]

조대한의 말에 매드맨이 웃으며 동조했다.

[>게다가 이번에는 더 모를 수 밖에 없어요 ㅋㅋ]

[>영상편집은 전적으로 맡겨버리시니까]

최병훈이 그에 낮은 웃음을 흘렸다.

[>그게 오히려 좋지 ㅋㅋㅋ]

[>아예 짐작을 못해야 찐 반응이 나오자너 ㅋㅋㅋㅋ]

[>그래도 혹시 몰라 방송시간까지 맞춰서 업로드 한 거고]

이번 서프라이즈를 위해 팀원들 전부가 협력했다. 박주호는 그간의 노력을 회고했다.

[>퍼플오피스 직접 간다고 해서 정말 놀랐습니다]

[>아, 정말요;;]

[>하마터면 들킬 뻔했죠 ㅋㅋㅋ]

[>그래도 매니저님이 같이 가셔서 다행입니다 ㅎㅎ]

[>저는 달리 한 거 없습니다. 데시벨 님이랑 만나서 주의가 완전히 돌아갔으니까요]

그가 이경복을 따라 간 건 돌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있었지만 서프라이즈를 유지하기 위한 이유도 있었다.

[>그럼 이제 같이보기 끝나기만 기다리면 되는 거죠?]

[>ㅇㅇ 영상 끝나면 나오도록 설정했어요]

[>영상 속에 영상을 숨긴다, 다시 생각해도 신기하군]

[>역시 팀장님이 관록이 대단하시다니까요!]

팀원들의 반응에 최병훈은 뿌듯함을 느끼며 답을 달았다.

[>아 ㅋㅋ 진짜 알고보면 별 거 아님]

[>그냥 영상 공개범위로 트릭을 좀 쓴 거지]

[>큐튜브 좀 만져본 사람은 다 아는 거여 ㅋㅋㅋ]

보통 사람들은 큐튜브에 올라오는 영상이 ‘공개’와 ‘비공개’로만 나뉘는 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가운데, 회색영역 같은 설정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일부공개’, 이것으로 공개범위를 설정해두면 특정 방식을 통해서만 영상을 시청할 수 있었다.

[>그래도 일부공개를 활용하는 아이디어는 대단한 거죠]

[>진짜 ㅋㅋ 퍼플 님도 그렇고 시청자분들도 전혀 예상 못하실듯]

[>팝업스토어 오신 분들은 샵팬덤이 갖고 있을 거라 생각할 테니까요 ㅋㅋ]

[>솔직히 그냥 보내면 좀 아깝잖아 ㅋㅋㅋ]

최병훈은 이번 서프라이즈를 기획하며 박주호를 통해 샵팬덤에 한 가지 부탁을 했다.

‘영상은 결국 순간의 집합이지.’

퍼플오피스 포토존 출구에 카메라를 하나 더 설치하는 것. 팬들은 그 앞에서 간단히 방문 소감을 이경복에게 전할 수 있었다.

‘개인방송은 쌍방향 소통이 핵심이고.’

최병훈은 슬쩍 고개를 돌렸다. 편집프로그램에 그가 작업한 서프라이즈 영상이 남아 있었다.

팬들의 짧은 소감 영상을 총합해 하나의 영상으로 만들었다.

[>자, 그럼 느긋하게 기다려 보자고 ㅋㅋㅋ]

최병훈은 의자에 몸을 눕힌 채 방송 속 친구를 바라보았다.

이번 메이킹 필름 영상이 모두 끝나고 다들 아쉬워하는 순간.

‘클라이막스로 딱이지.’

영상이 끝나고 나오는 추천 영상 목록에 이 서프라이즈 영상이 떠오를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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