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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462화 (462/491)

462화 - 퍼펙트 포 아워스 (3)

텅 비어있던 행사장에 각종 자재들이 쌓이고 사람들이 몰려왔다. 빨리 흐르는 시간 속에서 작업자들은 퍼플오피스의 토대를 세웠다.

“와, 이런 방식으로 지으셨구나…”

-형도 못 본 거?

-생각보다 사람 엄청 많네 ㅋㅋ

-어쩐지 퀄리티가 좋다더니!

-이것이 전설의 시작?

-퍼그말리온 님 디자인 완벽 구현 무엇?

-이렇게 보니까 오히려 게임 같네 ㅋㅋㅋㅋ

오로라에서 제공해준 타임랩스 영상이었다. 시청자들은 물론 이경복도 그 과정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감탄을 표했다.

“아, 지금 보시는 곳은 강남점입니다. 광고 촬영 일정 때문에 특별히 오로라 쪽에서 먼저 작업을 해주신 거예요.”

-무친 ㅋㅋ 오로라가 맞춰준 거?

-오로라 그룹이 일머리가 좀 있긴 하네

-아 ㅋㅋ 퍼플코인 타려면 그 정도는 해줘야지

-오로라 백화점을 움직이는 남자 ㅎㄷㄷ

-아아, 그것이 바로 퍼펙트 보스니까(끄덕)

시청자들이 장난스럽게 과장했지만 이경복은 웃어넘겼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기도 했다.

그렇게 타임랩스 영상이 끝나고 장면이 뒤바뀌었다.

-여긴 ㅇㄷ?

-아 ㅋㅋ 모델 촬영한 곳이네

-WA! 모델 촬영 비하인드!

-모델도 모델인데 배경이 진짜 좋음 ㅋㅋ

-이렇게 좋은 스튜디오는 또 어디서 찾은 거여 ㅋㅋㅋ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장소가 나오자 시청자들이 아는 체를 했다.

이경복은 슬쩍 눈을 굴리며 당시를 떠올렸다.

“아, 이때 약간 일정이 빡빡하긴 했습니다. 휴방일이었는데 힘들었다고 아마 제가 말했을 거예요. 이거 자수 셔츠 모델 촬영에 광고 촬영까지 하루 만에 끝냈습니다.”

-???

-아닠ㅋㅋㅋ 일정 소화력 무엇?

-하루만에? 그게 됨?

-???: 이제는 말이 됨

-제말콘 적절한 거 뭔데에에에!

-이 형이 힘들다고 할 정도면 찐 힘든 거임 ㅋㅋㅋ

시청자들이 놀라자 이경복은 미소와 함께 손을 내저었다.

“아니, 막 엄청 어렵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팀원들이 진짜 협력을 잘해주시기도 했고, 특히 퍼파고가 계획을 딱 잡아줬거든요. 저희들끼리 또 팀을 나눠서 일정을 진행하니까 괜찮더라고요.”

-효율의 퍼파고가 여기서 또?

-퍼파고 플랜은 킹정이지 ㅋㅋㅋ

-뭐예요? 퍼파고도 퍼무새처럼 보급해줘요!

-트수들은 일정 짜줘도 안 할 것 같은데 ㅋㅋㅋㅋ

-???: 5분만…

-시작부터 나가리였구연?

그리 가볍게 대화를 나누는 와중 비하인드 영상이 시작됐다. 화면에 잡힌 건 먼저 촬영을 한 박주호와 퍼그말리온이었다.

-얼굴에 스티커 붙인 거 뭔뎈ㅋㅋㅋ

-엌ㅋㅋㅋ 이거 브이로그 때 본 거네 ㅋㅋㅋ

-퍼파고 크롬 페이스 ㅁㅊㄷㅁㅊㅇ

-아닠ㅋㅋㅋ 얼굴에 금손 붙이니까 무섭잖아욧!

최병훈은 팀원들의 초상권 보호를 위해 얼굴을 스티커로 가렸다. 그에 웃던 시청자들은 이내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엥???

-무친ㅋㅋㅋ 퍼그말리온 님도 모델이셨던 거?

-여성 모델분을 따로 고용한 게 아니었다고?

-와씨 퍼파고는 후드티 모델이니까 그러려니 했는데 ㅋㅋㅋㅋ

-이것이 퍼펙트 조형사의 위엄…?

박주호야 예상했지만 퍼그말리온 까지 촬영에 참여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퍼그말리온이 능숙하게 포즈까지 취하니 그 놀라움은 더욱 커졌다.

“아, 이거 저희 팀원들도 진짜 놀랐습니다. 퍼그말리온 님이 이 ‘포즈’는 완전 전문가시잖아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사진사 님이랑 같이 디렉팅까지 해주실 정도였어요.”

이경복이 그에 자랑스럽게 말을 늘어놓았다. 실제로 영상 속에서는 퍼그말리온의 디렉팅 모습이 나왔다.

다만 그 과정이 시청자들의 기대와는 약간 달랐다.

-아닠ㅋㅋㅋㅋ 왜 이렇게 눈치를 보시는 거옄ㅋㅋㅋ

-게다리 스탭 무냐구웃!

-???: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사진사 님 영역이라서 침범하기 어렵다구욧!

-ㄹㅇㅋㅋ 프로라서 프로를 알아보는 거지

박주호의 촬영 도중 뒤에서 사진사의 어깨너머로 프레임을 확인하고는 안절부절 못하다가 곧 결심한 듯 다가온다.

<저, 저기…>

<네?>

<이쪽에서 구도를 잡아보시면… 어, 더 좋을 것 같은데…>

<여기요? 크게 다를 거 없… 오?>

사진사의 반응이 나쁘지 않자 그녀도 용기를 얻은 모양이었다.

<괜찮으시죠? 그, 잠시만요! 매니저 님, 저 한 번 따라해보시겠어요?>

<이렇게 하면 될까요?>

<턱을 조금만 더… 네! 딱이에요! 얼굴은 안 나오시겠지만 몸선이 달라지거든요!>

퍼그말리온은 박주호와 사진사 사이를 바쁘게 뛰어다니며 세부 조정을 했다.

<햐, 이거 느낌이 딱 사네. 아니, 사진 쪽 공부하셨어요?>

<네? 아뇨 아뇨. 따로 공부한 건 아니고…>

<와, 그럼 센스가 타고나신 거네. 생각나는 거 있으면 바로바로 말해주세요.>

사진사의 감탄과 함께 촬영이 이어졌다.

-프로 사진사가 킹정해버리는 실력 ㅋㅋㅋㅋ

-아니 근데 저분도 진짜 마음이 열린 분이시네 ㅋㅋㅋ

-ㄹㅇㅋㅋ 옹졸했으면 바로 현장 분위기 곱창나지 ㅋㅋ

-두 분 다 실력이 쩔어서 그런 듯?

-진짜ㅋㅋ 어중간한 사람들이 오히려 고집이 셈ㅋㅋㅋ

-순간 포착의 달인 조합 ㅁㅊㄷㅁㅊㅇ

-모델샷이 잘 나와 버린 이유가 있었고?

시청자들이 그에 흡족해하는 와중 두 사람의 촬영이 끝났다. 이윽고 바톤을 넘겨받듯 나머지 팀원들이 도착했다.

“아, 이때 저랑 다른 사람들은 인게임 광고 촬영을 하고 있었습니다. 끝나고 바로 합류한 거예요. 광고 비하인드는 아마 한 번에 몰아서 나올 겁니다.”

그에 이경복이 설명을 곁들였다. 시청자들도 이해하고 바로 감상에 집중했다.

-엌ㅋㅋㅋ 예상하긴 했는뎈ㅋㅋ

-다른 모델들도 역시 다 팀원분들이네 ㅋㅋㅋㅋ

-곰PD님은 이미 체형이 스포 아니냐?

-ㄹㅇㅋㅋ 진짜 곸이었넼ㅋㅋㅋ

-대한 씨는 전직 모델 포스 바로 나와버림 ㅋㅋㅋ

-매드맨 님은 손가락 총으로 복선 깔아뒀네 ㅋㅋ

팀원들의 촬영 씬은 짧게 지나갔다. 최병훈은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시청자들이 뭘 원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 바로 제 차례네요.”

이전까지는 어깨 위로 화면이 나오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환복과 더불어 헤어 세팅과 선글라스 착용까지 마친 이경복이 화면에 잡혔다.

광고에도 나왔던 컨셉, ‘퍼펙트 보스’의 차림이었다.

-캬 ㅋㅋㅋ 포스 보솤ㅋㅋ

-본격 국세청을 자극하는 원샷

-아 ㅋㅋ 형 세금 빨리 내라고!

-킹직히 양심세는 거둬야 된다

-무슨 준비하는 거 자체가 화보여 ㅋㅋㅋㅋ

감탄이 채팅창을 가득 채웠다. 그러다가도 시청자들은 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아닠ㅋㅋ 퍼그말리온 님 침묵 뭔뎈ㅋㅋ

-사진사 님도 말이 없어져버리고?

-프로의 디렉팅 ㅇㄷ?

-???: 말을 잊지 못하는…(진짜임)

-아 ㅋㅋ 아무렇게나 찍어도 그림 나온다고욬ㅋㅋㅋ

이전까지는 세세하게 디렉팅하던 퍼그말리온과 사진사의 목소리가 없어진 덕이었다.

<하, 정말 이번이 두 번째지만 퍼플 님 촬영은 너무 힘들다 진짜.>

빠르게 셔터를 누르던 사진사가 결국 입을 열었다.

<아, 자세가 좀 안 좋았나요?>

<아니아니, 그런 말이 아니라요. 모델이 너무 좋아서 내가 어떤 공을 들여도 티가 안 나서 그래요.>

사진사는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너스레를 떨었다.

“아니, 근데 이게 저는 좀 억울해요. 이렇게 말씀하시고 자세를 엄청 다양하게 주문하셨거든요? 진짜 아무렇게나 찍은 거 아닙니다.”

이경복의 항변에 채팅창에 웃음이 터졌다.

-형? 이번에는 사진사 님 말이 맞는 것 같아!

-아 ㅋㅋ 프로의 말을 귀담아 들으시라구욧!

-그거는 최대한 컷 많이 뽑으려고 주문하신 거자너ㅋㅋㅋ

-ㄹㅇㅋㅋ 가챠도 많이 해야 S급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고

-픽업 100%인데 어케 안 뽑음?

-가챠로 설명하는 거 뭔뎈ㅋㅋㅋ

-아 ㅋㅋ 됐고 3차 굿즈에 B컷으로 포토카드나 내시라고요 ㅋㅋㅋ

이윽고 이경복의 촬영 비하인드까지 마무리됐다. 화면이 암전되자 시청자들은 끝났으리라 판단했다.

<사장님, 센터로 오십쇼!>

그런데 까만 화면에 힘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뭔가 싶은데 화면이 밝아지며 한 데 모인 팀원들의 모습이 잡혔다.

<아, 좋습니다! 여기 보시고!>

사진사의 목소리에 시청자들은 상황을 파악했다. 셔터 소리와 함께 화면 그대로 사진이 프레임에 담겼다.

-오? 단체샷?

-뭐예요? 이건 왜 안 올라왔어요!?

-뭔가 회사 사진이 아니라 가족 사진 같은 구도인 것이고?

-블랙기업은 가족 같은 회사다, 그게 상식이잖아?

-(가)족 같은 회사가 아니야…?

-아닠ㅋㅋ 얼굴 가렸는데 왜 다 좋아하는 게 느껴짐?

-갓플이랑 일하는데 어케 안 좋아함?

-퍼플홀 안에 행복의 지평선이 있다니깐!

시청자들이 그에 덩달아 기뻐했다.

“제가 이번 촬영 중에 가장 잘 찍은 사진이라 자신합니다.”

이경복도 온화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같이 노력해준 팀원들에게 다시금 감사를 전하고 싶네요.”

그의 방송은 혼자서 만드는 게 아니었다.

*       *       *

광고 비하인드 영상은 주로 현실 촬영분이 많았다.

<캇! NG!>

그 대부분이 NG 모음집이었다. 최병훈의 큰 목소리에 이경복은 머쓱한 표정으로 입을 풀었다.

<아, 미안미안. 이건 내가 들어도 좀 별로였다.>

-즉.시.사.과

-빠른 인정 조아따 ㅋㅋㅋ

-킹간미 낭낭한 거시고?

-이 형 은근히 NG 좀 나오네 ㅋㅋ

-갓플의 약점… 외국어… 메모…

-난 괜찮은 것 같은데 ㅋㅋㅋ

-곰PD님 성에 안 찬다 이마리야

시청자들이 그에 웃는 사이 조대한이 다가왔다.

<아뇨, 사장님! 아주 안 좋은 건 아니었습니다. 자, 제가 프롬프트에 퍼플오피스라고 쓰긴 했는데, 이게 실제 영어 발음은 퍼펄에 가깝거든요?>

<퍼펄, 퍼펄. 이런 느낌인가요?>

<네네! 비슷합니다. 자, 퍼펄오피스노 사쵸데스. 이번에는 사쵸가 사쬬로 들렸어요. 그럼 이게 약간 경박한 느낌이 들거든요?>

<사쵸, 사쵸. 천천히 다시 해볼게요.>

<넵! 파이팅이십니다!>

조대한이 세세하게 디렉팅을 하며 수정을 거듭했다.

“여기 화면에는 안 나오는데 퍼파고가 대사 프롬프트를 띄워주고 있거든요. 근데 이게 제가 일본어를 읽을 줄 모르잖아요? 그래서 전부 다 한글로 써놨습니다.”

이경복이 그에 웃으며 덧붙였다.

“근데 또 아시잖아요. 그냥 줄글 읽으면 자기도 모르게 국어책 읽기가 되기도 하고, 어색해져서 대한 씨가 제 어투를 진짜 많이 고쳐주셨습니다.”

-진짜 ㅋㅋ 이번에는 대한 씨가 많이 노력했네

-대한 씨 발음 진짜 원어민 수준임ㅋㅋㅋㅋ

-각본까지 자기가 썼으니까 디테일도 다 잡아버리고?

-ㄹㅇㅋㅋ 피드백도 효과 좋음

-갓플도 진짜 잘 고치는 거 ㅋㅋ

-갈수록 광고에서 들은 그 목소리 되는 거 신기하네 ㅋㅋㅋ

시청자들 역시 조대한의 노력을 인정했다. 이경복은 그에 즐거워하며 멘트를 이어갔다.

“발음 코칭도 잘 해주셨는데 나름 연기도 엄청 하셨어요. 이 장면에서 보면 이세계에 떨어진 손님 역할 있잖아요? 크레딧에도 나왔을 텐데 그거 대한 씨가 했습니다. 아, 마침 나오네요.”

영상 속 조대한은 바디캠을 달고 바닥에 누워 연기를 이어나갔다. 시청자들은 그 광경을 보며 탄사를 흘렸다.

-무성연기인데 의외로 잘 하시네 ㅋㅋㅋ

-진자 ㅋㅋ 오히려 대사 없으면 더 빡셀 텐데 ㅋㅋㅋ

-각본가 겸 연기자는 다르다 이마리야

-자기가 쓴 각본이라서 너무 흐름을 잘 알아버리고?

-내각내연 폼 ㅁㅊㄷㅁㅊㅇ

-내돈내산도 아니고 뭔ㅋㅋㅋ

시청자들 반응에 흡족해하던 이경복은 이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니, 얼마 안 남았네?’

남은 영상 길이가 많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메이킹 필름 영상이 끝날 터였다.

‘근데 아직 종료 시간은 멀었는데?’

문제는 퍼플오피스 운영 종료까지 남은 시간이 넉넉했다는 사실이었다. 그에 이경복은 순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너무 말을 안 했나?’

최병훈에게 전달받기로는 소통하면서 영상을 보면 충분히 시간이 맞을 거라 들었다.

이경복은 자신의 실수인가 싶었지만.

‘이상하다. 그러면 그 전에 뭔가 불길한 게 느껴졌을 텐데…’

그랬다면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을 터였다. 그런데 여전히 느낌은 평화로웠다.

‘아무튼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야. 남은 시간부터 채우는 게 중요하지.’

이경복은 일단 중요한 일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그 사이 몇몇 시청자들도 상황을 깨달았다.

-엥? 메이킹 필름 벌써 끝?

-메이킹 필름이니까 광고가 마지막이긴 하지 ㅋㅋ

-시간이 좀 붕 뜨네 ㅋㅋㅋ

-다시 저챗 타임?

-수다나 떨면서 기다리자구욧!

다행히 시청자들은 큰 걱정이 없었다. 마지막 날인 만큼 그들로서는 이경복과 소통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덕이었다.

‘확실히 뭘 억지로 하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흐르게 놔둬도 괜찮겠는데?’

이경복이 그리 채팅창 반응을 확인하며 고심하는 와중이었다.

-?

-어?

-엌ㅋㅋㅋㅋ 이거 뭐임ㅋㅋㅋ

-와 ㅋㅋ 이래서 찍었던 거구나

갑자기 채팅창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경복이 그에 왜 그러나 싶어 영상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

메이킹 필름 영상이 끝날 즈음이 되자 추천 영상 링크가 나타났다. 그런데 추천 영상으로 나온 게 전혀 못 보던 영상이 아닌가.

[After Purple Office]

영상의 썸네일은 포토존 출구였다. 이경복은 이게 뭔가 싶었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달랐다.

-시간이 남은 이유가 있었고?

-출구에 카메라 설치해둔 게 여기서 써먹은 거였네 ㅋㅋㅋ

-아 ㅋㅋ 이렇게 공개될 줄 알았으면 좀 더 멋진 말 준비했지!

-퍼펙트 빅픽쳐 의심한 사람 없제?

-전부 다 계획이 있던 거시고?

-근데 이 형 왜 이렇게 놀란 척 함?ㅋㅋㅋㅋ

-ㄹㅇㅋㅋ 왜 자기도 몰랐다는 표정이여 ㅋㅋㅋ

다들 알고 있었다는 분위기에 이경복은 더욱 어리둥절했다.

“출구 카메라? 소감이요?”

그 반응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하지만 이내 시청자들도 눈치챌 수 있었다.

이경복은 진짜 모르고 있었다.

그 확신은 이내 화면에 나타난 메시지로 굳어졌다.

[퍼플은 진짜 모릅니다. 팀원들끼리만 준비했습니다.]

모니터링 중이던 박주호가 올린 메시지였다. 그에 채팅창이 빠르게 치솟았다.

-찐으로 몰랐다고?

-퍼플(진짜모름)

-???: 유 노 낫띵 퍼 스노우!

-아닠ㅋㅋㅋ 마지막에 또 서프라이즈가?

-여긴 뭐 서프라이즈에 미친 사람들만 모인 거냐고 ㅋㅋㅋㅋ

-블랙기업특) 방심하면 통수맞음

-사장을 속이는 직원이 이따!?

-이것이 퍼펙트 블랙기업? 내가 알던 블랙기업은 대체?

-직원이 사장을 따돌린다, 그게 상식이잖아?

-맞말인데ㅋㅋㅋㅋ 의미가 전혀 다르잖슴!

전말을 파악한 시청자들이 즐거워하자 이경복도 절로 웃음이 나왔다.

“아니, 뭐야. 이게 대체 뭔데…”

놀라우면서도 즐거웠다. 그의 팀원들과 시청자들이 뭘 준비했을지 기대가 됐다.

이에 그는 주저 없이 영상을 틀었다.

<퍼하!>

가장 먼저 화면에 나온 건 익숙한 얼굴이었다.

-?

-형이 거기서 왜 나와?

-5252, 시작부터 추놈 등판 뭐냐구웃!

-얼른 소금 가져왓!

-아닠ㅋㅋ너무한 거 아니냐곸ㅋㅋㅋ

-첫날 찍은 건가 보넼ㅋㅋㅋㅋ

유니폼 차림의 지놈이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신장개업! 퍼플오피스 오픈을 축하드립니다! 햐, 이거 사장님이 저랑 딱 상담했을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그는 가볍게 손뼉을 치며 축하를 건넸다. 이내 그는 기억을 되짚어보듯 이리저리 눈을 굴렸다.

<그때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팬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고 싶다. 아니, 그래도 내가 팝업스토어 많이 봐왔는데 이런 이유로 시작하는 건 또 처음이야.>

-전부 퍼청자들을 위해서였다 이마린가?

-청자! 바보만 생각하는 청자!

-립서비스가 아니야…?

-뭐예요? 왜 방송 밖이나 안이나 같아요!?

-그저 갓…!

지놈은 이내 탄사와 함께 손가락을 튕겼다.

<그렇다고 말뿐이냐? 그게 또 아니에요! 오늘 보니까 진짜! 완전! 전부 팬 분들한테 다 맞춰버렸어!>

-아닠ㅋㅋㅋ 이형은 녹방에도 텐션이 안 죽넼ㅋㅋ

-일 끝나고 피곤할 때 아님?

-이게 그 회광반조인가 그거냐?

-사람 죽이려고 하지 말라고욬ㅋㅋㅋ

-트최입이라 입에 가장 에너지가 많은 듯?

이경복은 그에 실소를 흘렸다.

그 사이 지놈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정말 많이 느낀 게 많은데, 진짜 같은 스트리머로서 자랑스럽고 내가 이런 이벤트에서 일조하게 돼서 기쁘다. 정말 내가 딱 하나만 바랄게.>

그는 옅은 미소와 함께 카메라를 가리켰다.

<앞으로도 퍼플, 네가 팬들을 사랑하는 만큼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그 한마디에 채팅창이 빠르게 솟구쳤다.

-캬 ㅋㅋ 요거지! 요게 맞지!

-당신 누구야? 추놈 어디갔어?!

-지놈 폼 바로 돌아오고?

-이 형 진지할 때는 맞말만 한다니깐!

-트최입 수듄 ㅋㅋㅋㅋㅋ

-아닌뒈? 난 더 좋아할 건데?!

-무한에 +1을 해도 무한입니다만?

-수학적으로 증명 돼버렸으면 끝났쥬?

시청자들의 호응에 이경복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아, 우리 지 사원이 또 좋은 말을 해주셨네요. 정말 감사… 어?”

이경복이 그에 감사를 표하는 사이 영상 속 지놈의 화면이 줄어들었다. 이내 그 화면은 검은 배경에 빛나는 점 하나가 되었다.

이에 다들 뭔가 싶어 하는 와중이었다. 그 검은 화면 위에 빛나는 점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더니 이내 빠르게 확산됐다.

-햨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씨 ㅋㅋ 연출 무엇?

-곰PD 님 진짜 제대로 갈았넼ㅋㅋㅋ

-이걸 또 포인트를 잡아버리시네

-영상에 미친 사람 ㅎㄷㄷ

그 빛나는 점 하나하나가 감사 영상이었다.

-은하수네? 은하수여!

-???: 그분께서 별빛으로 속삭이셨다.

-빛청자(진짜임)

-ㄹㅇㅋㅋ 딱 보니까 노리고 만든 거자넠ㅋㅋㅋ

-찢었다 진짜 ㅋㅋㅋ

-이런 맛에 퍼튜브 보는 거 아입니까!

검은 화면은 이내 밤하늘이 되었고, 빛나는 점들은 별빛으로 뭉쳤다.

이경복은 그저 감탄했다.

“와…”

그 모두가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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