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464화 (464/491)

464화 - 퍼펙트 포 아워스 (5)

샵팬덤이 준비한 인포그래픽 속, 종이로 된 증권에 표기된 숫자는 맹렬히 회전하고 있었다.

이경복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진행을 이어나갔다.

“자, 가장 먼저 투자금액 1위! 퍼플오피스를 방문해주신 분 중 가장 높은 금액을 달성하신 대주주님을 공개하겠습니다.”

그가 가볍게 손가락으로 증권을 건드리자 회전하던 숫자가 멈추었다.

[‘Agent Q’ - 11,197,000 원]

액수와 계정이 공개됐지만 이경복은 물론 시청자들도 놀라지 않았다.

“아, 역시나! 기부천사 큐다리 님이시네요!”

-WA! 오피셜 기부천사!

-대주주 어서 오고 ㅋㅋㅋㅋ

-???: 뉴비 도와주시는 분이신가봐요?

-뉴비(이제 아님) 도와주는 분(아님)

-첫날에 지놈 방송에서 이미 스포당해버렸달까?

-추놈 또 너야?

이미 다들 예상한 바였기 때문이었다. 이경복은 가볍게 손뼉을 치며 감사와 축하를 건네고 진행을 이어나갔다.

“그렇죠. 아마 첫날 방송 보신 분들은 아실 거예요. 저희 지 사원과 또 막간 인터뷰까지 해주시며 기여를 해주셨거든요. 지금 계시면 1위 소감, 한 번 간단히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경복은 시청자 목록을 열었다. 무려 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지만 그의 계정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Agent Q’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1위(타의)가 된 것에 후회는 없습니다. 오히려 투자금에 비해 돌아오는 게 많았네요^^]

그런데 그가 채팅창을 따로 빼기도 전에 후원으로 소감이 돌아왔다.

“아, 제가 지금 막 채팅 따로 띄우려고 했는데, 이렇게 또 후원을! 정말 감사드립니다!”

-???: 내가 너무 빨리 왔나?!

-소감(유료)

-아 ㅋㅋ 대주주 가오가 있지 채팅 쓰겠냐곸ㅋㅋㅋ

-큐이츠www 즐기는 자 모드가 되어버린www

-이쯤 되면 큐다리로 정착하기로 한 걸지도?

-5252, 이제 큐요원의 명예는 포기해버린 거냐구웃!

다른 이들의 반응에도 큐다리는 꿋꿋이 후원으로 소통했다.

[인터뷰에서 얘기했는데, 당연히 큐요원으로서의 명예를 다시 찾아야죠^^ 그래서 더 좋다는 겁니다]

[2만명 넘는 시청자 앞에서 대주주 소리 들을 기회가 어디 있겠어요?]

[천만원으로 대주주 대접을 받는 데 오히려 저도 이득 본 게 아니겠습니까^^]

-오? 듣고 보니 그르네?

-현실에서 대주주 소리 들으려면 천단위로 안 되지 ㅋㅋ

-ㄹㅇㅋㅋ 억 단위가 기본일 텐데

-이것이 큰손의 마인드?

-빅핸드 협회 : 킹정합니다

-이거 완전 정신승…(읍읍!)

-아 ㅋㅋ 눈치챙기라구욧!

시청자들이 장난스럽게 공감하자 이경복도 그에 동조했다.

“아, 이렇게 또 긍정적으로 생각해주시니 정말 다행입니다. 지금 말씀해주신 것처럼 큐다리 님이 느끼는 명예를 위해 앞으로도 전력으로 퀘스트에 임하겠습니다!”

[물론이죠^^ 그런데 되도록 다양한 장르에 도전 부탁드릴게요]

[다른 뜻은 아니고 종겜스시니까…ㅎㅎ]

큐다리의 대답을 시청자들이 놓칠 리 없었다.

-다른 뜻(맞음)

-아 ㅋㅋ 이미 실패한 건 가망이 없긴 해 ㅋㅋㅋㅋ

-큐다리 형? 그렇게 해서 찾은 명예가 가치가 있을까?

-ㄹㅇㅋㅋ 재도전하시라고욬ㅋㅋ

-재도전(성실투자)

-과연 갓플이 못 하는 게 있을까?

-이쯤 되면 큐다리가 창의적인 퀘스트를 고민해야 되는 거 아니냐곸ㅋㅋ

채팅창 가득해지는 놀림이 과해지기 전에 이경복은 소감을 정리했다.

“아,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많은 투자 부탁드리겠습니다. 자! 대주주, 큐다리 님의 소감이었고요. 다음으로 발표할 것은 바로 투자금의 중앙값입니다!”

일렬로 나열된 종이증권 중 가운데 것이 하나 아래로 삐져나왔다.

“평균값은 아무래도 큐다리 님을 비롯한 대주주 분들 덕분에 상향될 수밖에 없잖아요? 이게 좀 더 현실적인 기록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고건 맞지 ㅋㅋㅋㅋ

-대기업도 임원 연봉 합산해서 평균 내버리면 개쩔자너 ㅋㅋㅋ

-역시 함정 피하기 장인 ㅎㄷㄷ

-아 ㅋㅋ 평균의 함정도 피해버렸냐곸ㅋㅋㅋ

-근본추 ㅋㅋㅋ

시청자들은 바로 그 의도를 이해했다. 이경복은 가볍게 증권을 터치해 금액을 공개했다.

[532,500원]

회전하던 숫자가 멈추자 이경복은 바로 탄성을 내질렀다.

“와! 무려 53만 원입니다! 저 이거 보고 정말 놀랐어요! 매달 평균 거의 10만 원을 넘게 써주신 거잖아요?”

꾸며낸 게 아니라 솔직한 감정이었다. 평균이 아니라 중앙값이기에 대다수의 시청자들에게 해당하는 액수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정작 시청자 반응은 달랐다.

-??????

-엥? 이거 밖에 안 된다고?

-아니;;; 이거 왜케 적음?

-내가 형한테 매달 겨우 10만원만 줬다고?

-뭐 빠진 거 아님?

이경복은 올라오는 채팅을 보며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결코 작은 금액이 아니지 않나.

그 사이 시청자들은 바로 검산에 들어갔다.

-빠진 게 아니라 오히려 들어갔지!

-ㄹㅇㅋㅋ 이거 이번 2차 굿즈 산 거도 포함이자너

-이거 대충 10만 원은 기본 아닌가?

-ㅇㅇ 프리미엄 빼면 10만원 정도 나옴

-그럼 실질적으로 40만 원인 거?

-아니;; 이러면 매달 10만원 언더인데?

“아니, 여러분? 10만 원도 엄청 큰 금액이에요! 그거 상관없이 매달 구독 해주신 것만으로도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이경복은 시청자들의 생각을 돌리려 재차 설명했다. 그러나 그것은 오히려 불난데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아 맞네 구독 ㅋㅋㅋㅋㅋ

-3티어가 5만원이잖슴?

-근데 그거 다 갓플한테 가는 거도 아니자너 ㅋㅋㅋㅋ

-ㄹㅇㅋㅋ 수수료 빼면 한 3만원 가나?

-야씨 ㅋㅋ 3만원이면 10연차 한 번 돌리면 끝인데

-가격 기준이 왜 가챠인데 ㅋㅋ

-그래도 치킨 하나 배달하면 끝나는 돈이긴 해

-야씨 ㅋㅋ 구독하면 OTP참여권에 이모티콘까지 쓸 수 있는데 어딜 비빔?

-진짜 ㅋㅋ 치킨은 한 번 먹고 끝인데

-와씨 이거 1차 굿즈까지 빼면 진짜 얼마 안 되는데?

경복은 당황스러우면서도 웃음이 나왔다.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지만 불길한 직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시청자들이 그를 생각하기에 나누는 대화기 때문이었다.

-아닠ㅋㅋ 계산해보니까 오히려 후원을 너무 안했넼ㅋㅋㅋ

-우리 형 방송 4개월차 인데 이게 맞음?

-팩트) 보통 4개월차 스트리머는 후원 경험이 손에 꼽는다.

-아 ㅋㅋ 갓플 얘기하는데 보통이 왜 나오냐고 ㅋㅋ

-킹직히 갓플이 우리한테 해준거에 비하면 너무 적음 ㅋㅋㅋ

-대주주는 못 되더라도 소액주주는 못 참아!

-퍼사장? 좋은 말 할 때 후원 열어!

실적 발표 중에는 진행에 방해가 될까 후원을 막아두었다. 큐다리의 경우에는 당사자이니 박주호가 유연성을 발휘해 노출시킨 것이었다.

“아니, 주주님들 진정하세요! 전혀 적지 않다니까요? 정말 충분히! 아니, 오히려 많이 주시고 계십니다! 적게 보이는 건 다들 아시다시피 제가 후원 여는 시간이 적어서 그런 거예요.”

-그러니까 지금 열라니깐!?

-근데 또 이 형은 몰입하는 게 꿀잼이라 ㅋㅋㅋ

-야씨 ㅋㅋ 한정 후원 대체 뭐냐곸ㅋㅋㅋ

-ㄹㅇㅋㅋ 무슨 한정 픽업 가챠도 아니고ㅋㅋㅋㅋ

-가챠는 확률이지만 후원은 리액션 100%쥬?

-아 ㅋㅋ 가챠 왜함? 갓플한테 호방하게 투자하고 말지

-이것이 퍼펙트 실적발표회? 내가 알던 실적발표는 대체?

-현실에서는 왜 회사가 이 모양이냐고 난리치는데 ㅋㅋㅋㅋ

-퍼펙트 주주들은 투자를 더 못해서 안달이다 이마리야

시청자들의 반응에 이경복은 속으로 웃음을 흘렸다.

‘이것도 나를 다 좋아해주시는 거니까…’

마냥 거절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 아니, 솔직히 그 마음을 받고 싶었다.

사랑 받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이에 그는 미소와 함께 손뼉을 쳐 주의를 돌렸다.

“알겠습니다. 주주님들의 성원에 다시금 깊이 감사드리며! 의견을 적극 반영해 앞으로는 투자 시간을 더 확대하도록 할게요. 또한 앞으로도 풍족한 방송이 되도록 약속드리겠습니다!”

시청자들은 그 답변에 흡족함을 내비쳤다. 이경복 본인이 즐거운 방송을 하는 것.

-아 ㅋㅋ 이게 맞지!

-퍼펙트 사장은 주주의견을 잘 들어준다 이마리야

-형은 돈 걱정 없이 방송만 해야 된다니깐!

-갓플이 조으면 나도 조크등요

-???: 즐기시게 냅둬(진짜임)

그게 주주들에게는 최고의 배당이었다.

*       *       *

실적 발표 컨텐츠도 이내 막바지에 이르렀다. 그 마지막 기록은 바로 2차 굿즈의 소진까지 소요된 시간, 타임어택 기록이었다.

“7일 모두 완판! 역시나 주주님들의 성원 덕분인데요. 저는 보면서 신기한 게, 오히려 뒤로 갈수록 시간이 빨라지더라고요?”

-진짜 ㅋㅋ 보통은 뒤로 갈수록 소진이 늦는 게 맞지

-ㄹㅇㅋㅋ 살 사람은 다 샀으니까

-킹치만 퍼펙트 굿즈는 오히려 부족한 걸?

-이거는 직원들 숙련도 상승인 부분인거시고?

-방송 보면서 더 빨리 파는 법을 알아버렸다 이마리야 ㅋㅋ

-리트한 퍼청자들 덕분도 있을 듯 ㅋㅋㅋ

-엌ㅋㅋ 맞네 ㅋㅋ 못 산 사람들은 다시 가면 더 빨리 사겠네

그 기록마저 남달랐다.

이경복은 웃으며 손을 움직였다.

[감사합니다.]

인포그래픽의 마지막은 한 문장뿐이었다. 그러나 그 하나만으로도 충분했다.

“자, 이렇게 정말로 퍼플오피스가 끝났습니다.”

채팅창이 다시금 눈물 이모티콘으로 가득해졌지만 이경복은 밝게 웃었다.

“그리 길지 않은 방송경력이지만, 방송을 시작한 이후로 이렇게 기뻤던 적이 없었습니다.”

이경복은 조금 전의 텐션과 다르게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지난 1주일은 제게 가상현실보다 더 비현실적인, 너무나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그는 가슴 깊이 차오르는 감정을 숨길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자신이 느끼는 이 행복이 온전히 전달되지 않을까 조심스러웠다.

“다시 한 번 더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경복은 허리를 숙이는 대신 환한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었다.

퍼펙트 보스라는 컨셉이 아니라 그 자신, 스트리머 퍼플의 인사였다.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다음 방송에서 다시 뵐게요! 트바!”

-퍼바!

-형! 진짜 특별한 1주일이었어!

-마무리 깔끔한 거시고?

-그립부터 벌써읍니다ㅠㅠㅠ

-역시 최고얏!

시청자들도 다음 방송을 기약했다. 그렇게 방송이 끝난 후 팬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팬카페로 모였다.

[퍼플오피스 후유증 C DA C!]

[그래도 오뱅알이었구연?]

[아니 진짜 후원금 적은 거 보고 킹리둥절]

[난 갓플이 DBC 인터뷰에서 트수들 좋게 봐주는 게 후원 많이해서 그런 줄 ㅋㅋㅋㅋ]

[킹직히 퍼청자들은 후원태도 고쳐야됨]

[???: 결제태도가 나쁘다(진짜임)]

그들은 한데 모여 방송의 여운을 공유했다. 그리 밤이 깊어가는 도중 한 게시글이 주목받았다.

[사람이 다 거기서 거기네 ㅋㅋ]

팬들이 뭔가 싶어 보니 일본 팬들의 반응을 번역해온 글이었다.

[에에-? 진짜로? 퍼플 씨, 초-일류 스트리머인데 후원금 평균이 5만엔 정도라고?]

[어이어이, 농담이지? 월 평균으로 내려가버리면 1만 엔 정도뿐이라고? 이거 절대로 문제 있잖아! 한국 팬들의 문제인 거야?!]

[저기, 1만 엔이면 50연 가챠 가격도 아니라고요? 퍼플 씨의 가치, 생각해보면 그 100배는 넘지 않을지?]

이번 실적발표 컨텐츠가 번역되어 공유되면서 나온 반응이었다. 그들 역시 생각보다 후원금이 적다고 생각했는지 충격 받은 모습이었다.

얼핏 한국 팬들을 호도하는 모습이었지만 아무도 화를 내지 않았다.

[에또, 이건 한국의 문제가 아닙니다만? 일본 팬들은 대부분 라이브를 안 보니 말이죠? 트라이 구독, 하고 있지 않은 사람이 많다구요?]

[엣? 그러고 보니 그렇잖아? 나 말이지, 큐튜브 멤버십 구독밖에 안하고 있다고! 퍼펙트 멤버십 월 1천 엔이잖아? 초-저가라고?! 한국인들은 5천 엔씩 내면서 구독중이잖아! 5배나 차이난다고www]

[한국 팬 1명이 일본 팬 5명 분인거냐www 아니, 생각해보면 1차 퍼펙트 굿즈도 쉽게 구하지 못했잖아? 일본 팬들의 증권까지 뽑으면 중앙값, 더 낮아지지 않아?]

[하아-? 히카리 슌코는 정말 충격이야! 큐튜브 멤버십에 트라이 구독도 하는 게 당연하잖아!? 설마 내 팔로워들 중에 그런 파렴치한 사람은 없겠지? 들키면 바로 언팔로우 해버릴 테니까!]

그들 역시 스스로 검산한 결과 한국 팬을 비난할 처지가 아니라는 걸 깨달은 덕이었다.

이에 다들 웃으며 댓글을 달 수 있었다.

[-자아성찰 바로 하는 거 보소 ㅋㅋㅋ]

[-아닠ㅋ 저기도 가챠 얘기를 하넼ㅋㅋㅋ]

[-역시 가챠겜 종주국답쥬? 바로 환산 들어가쥬?]

[-일본은 시급이 더 높아서 금전감각이 다르긴 할 듯 ㅋㅋㅋ]

[-5252, 이러면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늘어나버린다구웃!]

그리 다들 즐거워하는 도중 새로운 글이 올라왔다.

[속보)메타게이머 뉴스 떴다!]

팬들에게도 익숙한 퍼플 전문 기자, 신혜림이 쓴 뉴스였다. 링크에 나온 제목을 본 팬들은 흡족함을 표했다.

[-퍼펙트 포 아워스?]

[-옼ㅋㅋ 기사 제목 찰떡이고?]

[-역시 갓플 전문다운 센스자너 ㅋㅋ]

[-연장운영은 레전드긴 해 ㅋㅋ]

이내 그 내용까지 확인한 팬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 했다.

[-??????]

[-엥? 12시 이후에도 안 끝남?]

[-어뜨케 된 겨 어뜨케 된 겨!]

[-갓플 방송 끝날 때까지 열어줬다고?]

기사 내용에 따르면 현장에서는 기존 영업 종료 시간인 12시가 됐음에도 운영이 이어졌다. 본래 오로라 쪽 안전요원들이 팬들을 내보내야 했지만 실상은 그 반대였다.

[-현장 팬들은 다 같이 방송 본 거?]

[-무친ㅋㅋㅋ 분위기 찢었네]

[-아니 ㅋㅋ 이런 얘기 없었잖슴!]

[-뭐지? 오로라도 서프라이즈 중독에 걸린 거신가?]

오로라 측에서는 천막을 올려 퍼플오피스를 가리고, 홀로그램 프로젝터를 이용해 천막을 배경으로 이경복의 방송을 송출했다.

[필자는 이것을 오로라 백화점 측에서 준비한 ‘커튼 콜’이라고 받아들였다.]

신혜림은 현장에서 느낀 감정을 담담하게 써내려 갔다. 이를 읽은 팬들은 아쉬움과 부러움을 표했다.

[-와씨… 막날이 진국이네]

[-이럴 줄 알았으면 다시 갔지!]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킨 보상이었고?]

[-현장에서 12시까지 기다린 팬들은 자격이 있긴 해 ㅋㅋㅋ]

[-아 ㅋㅋ 시즌2에는 알박기 간다]

[-아닠ㅋ 집에는 가시라고욬ㅋㅋ]

[-커튼콜까지 했으면 찐막이네ㅠ]

그 기사를 마지막으로 팬들은 정말 끝이라는 걸 실감했다. 그렇게 새삼 아쉬움에 잠겨있는 와중이었다.

[WA! 지놈 방송 ON!]

지놈이 방송을 시작했다는 게시글이 추천을 받기 시작했다. 팬들은 그게 뭔 대수냐 싶었지만.

[-?]

[-이 시간에?]

[-야씨 ㅋㅋ 이건 안 볼 수가 없네]

[-뭐임? 대체 뭐임?]

링크에 걸린 지놈의 방송 제목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오늘의 컨텐츠, 퍼지데이 합방!]

팬들은 즉각 지놈의 방송에 몰려갔다.

*       *       *

지놈의 방송.

그는 여유롭게 시청자들을 환영하며 설명했다.

“자, 오늘은 방송 시작이 좀 늦었는데, 이유는 다 알지? 퍼플오피스 마지막이었잖아. 끝까지 지켜보는 게 또 우수사원으로서 해야 할 일 아니겠냐.”

-고것은 킹정하는 부분이구요 ㅋㅋㅋ

-셀프로 우수하다는 거 너무 뻔뻔한거시고?

-우?수

-님 왜 혼자?

-퍼지데이 합방 ㅇㄷ?

시청자들은 그에 인정하면서도 의아해했다. 방송 제목은 합방이라더니 혼자가 아닌가.

“아니, 오늘 한다고 했지 지금 한다고는 안 했는데? 12시 넘었잖아?”

지놈은 그에 당당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아옼ㅋㅋㅋ 어그로 진짴ㅋㅋㅋ

-내 이랄 줄 알았다!

-추놈이 또 추놈한 것뿐이었고?

-즉.시.통.수

-덕분에 여운이 싹 가시네 ㅋㅋ

-근데 그럼 오늘은 한다는 거?

시청자들이 헛웃음을 흘리자 지놈은 가볍게 너스레를 떨었다.

“야, 어차피 너희 새벽반들 심심해서 온 거 다 알거든? 그리고 속이다니! 오늘 합방하는 거 맞고, 그거 알려주려고 방송 켠 건데. 아, 이런 반응이면 나 좀 섭섭해?”

-옹졸함이 바로 드러나버리쥬?

-추놈 또 삐짐?

-추또삐 ㅋㅋㅋㅋㅋㅋㅋㅋ

-응~ 절대 안 달래줄 거야~

-아 ㅋㅋ 됐고 뭐 하는지 알려나주쇼

-추씨! 얼른 풀기나 하라구웃!

시청자들의 놀림에 지놈은 실소를 흘리며 혀를 찼다.

“아오, 진짜 사장님 방송에서 울던 애들이 맞나 싶네. 으휴, 내가 말을 말지. 무튼, 오늘 합방에서는 코옵 게임을 할 거야.”

-오? 협동겜?

-퍼지데이 어셈블!

-다 같이 숙청을 해버리는 것인가!

-3인 코옵은 거의 없지 않나?

-ㄹㅇㅋㅋ 보통 다 인원수가 짝수라서 ㅋㅋ

-HOXY? 시참 1명 가능?

-퍼지데이 일일 체험각?

시청자들이 기대에 부풀자 지놈은 바로 손을 내저었다.

“에헤이, 뭔 시참이야. 한다고 해도 1명만 초대하면 감질나서 하겠음? 아무튼 이번에는 노 시참이고 게임은 바로 이거!”

그가 손가락을 움직이자 화면에 게임 소개 페이지가 나타났다.

[Hellafomers]

금속질감의 양각으로 새겨진 게임 로고가 나타나자 채팅창이 즉각 반응했다.

-옼ㅋㅋㅋㅋㅋㅋㅋㅋ

-지.옥.조.아

-헬라포마스 초이스 조쿠욘?

-아 ㅋㅋ 역시 이 형이 겜잘알이긴해

-이거면 이클 경도 바로 적응하지 ㅋㅋㅋ

-근데 이거 4인용이잖슴?

-시참 아니면 봇으로 하나 껴서 하나?

-아 그럼 좀 답답한 거신디요

시청자들은 게임 선정에 흡족해하면서도 우려를 표했다.

실제 사람이 하는 플레이와 AI의 플레이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에헤이, 그걸 우리가 모를까. 이미 다 준비해놨으니까 걱정 말고 본방 사수나 하셔들.”

지놈은 그에 웃으며 자신했다.

‘데시벨 님은 깜짝 등장하는 편이 낫겠지.’

데시벨의 크루 합류 소식을 미리 알려봐야 얻을 게 없었다. 오히려 이를 빌미로 삼아 분탕을 치려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었다.

그보다는 방송에서 공개하고 확정짓는 편이 더 깔끔했다.

‘그쪽이 더 재미있기도 하고.’

이내 지놈은 짧게 헛기침을 하며 주의를 돌렸다.

“자, 아무튼 그래서 오늘 합방이 예정되어있으니까 오늘은 1부만 하고 갈 거야. 그래서 1부는 뭐다? 바로 ‘유전자 레벨로 트나잇 읽는 남자!’ 시간!”

-WA! 날먹!

-이 형 체력보존하려는 거 보소 ㅋㅋㅋㅋ

-나이가 나이인지라…

-늙병추 ㅠㅠㅠ

-형? 킹직히 게스트 준비했지?

-아 ㅋㅋ 봇 아니면 빼박이지

-AI였으면 바로 말했음 ㅋㅋㅋ

시청자들은 지놈을 놀리면서도 합방에 대해 유추해 냈다.

“어허! 거참, 트나잇이나 읽자니까! 그냥 본방보면 다 알게 된다 이 말이야.”

이에 그는 과장스럽게 리액션을 보여주었다. 게스트가 온다는 사실 자체는 완전히 숨기기보다는 흘리는 편이 더 유입을 끌어오기에 좋았다.

-아 ㅋㅋ 딱 걸렸쥬?

-게스트 누구지?

-막 큐다리 나오는 거 아님?

-아닠ㅋㅋ 시참 아니라고 했잖슴ㅋㅋㅋ

-아니면 인턴들 다시 불러주나?

-엥? 골초까지 끼면 다섯이 되어버리는데?

-아 ㅋㅋ 추놈은 나가있으면 되자너

-엌ㅋㅋ 딱이넼ㅋㅋㅋㅋㅋ

-누가 나오든 꿀잼예약임!

실제로 시청자들은 벌써부터 기대심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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