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5화 - 신입 받아라! (1)
퍼플오피스 운영 종료 다음날.
큰 행사가 끝났지만 팀 퍼펙트의 회의는 평소처럼 예정되어 있었다.
“아, 진짜 어제 방송 보다가 울컥하는 거 있죠.”
“정말요. 저는 사장님이 마지막에 말씀하신 거 번역하는데, 크으…!”
“아니, 저는 내부사정 아는 데도 다음 팝업스토어 언제하나 싶더라니까요.”
“에이, 이 정도 반응이면 시즌 2는 확정이지.”
“음, 확실히. 다음에는 어느 정도가 될까가 오히려 관건이라고 봅니다.”
일찍 도착한 팀원들이 가볍게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 주제는 당연하다는 듯 이경복의 방송이었다.
이내 약속시간이 되자 이경복이 문을 열며 들어섰다.
“팀하! 다들 잘 주무셨죠?”
“아! 오셨습니까!”
“어서 오세요!”
그는 평소보다 들뜬 얼굴로 팀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 이유는 바로 알 수 있었다.
“아니, 근데 진짜 저 그 서프라이즈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감쪽같이 속았지?”
팀원들이 몰래 준비한 서프라이즈의 여운이 아직 남아있던 덕이었다.
“야, 5명이 작정하고 한 건데 당연히 속지.”
“아이러니하지만 네가 우릴 전적으로 신뢰한 덕도 있다.”
“진짜요! 메이킹 필름 검수하셨으면 의심 받았을 뻔…”
“맞네. 생각보다 길이가 짧다고 느끼셨을 테니까.”
이경복은 그에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봐도 몰랐을 것 같아요. 길이가 짧았으면 그냥 소통시간을 앞에 더 늘리고 말았을 겁니다. 뒤에 따로 뭘 더 준비했으리라고는 정말 생각도 못 했어요.”
“그거지! 그 덕분에 진짜 자연스러운 반응 나왔잖냐. 앞으로도 알려고 하지 마라. 다른 사람들도 계속 비밀 유지합시다!”
“아니, 본인 앞에서 그러면 어쩌자는 건데.”
최병훈이 장난스럽게 검지를 입에 올렸다. 그에 다들 웃음을 흘렸다.
“아, 근데 메이킹 영상에 그거 안 들어갔더라?”
“그거?”
이경복의 물음에 다들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어. 나 퍼플 오피스 간 거. 비하인드 영상으로 넣는다고 하지 않았어? 그게 없던데.”
“아, 그게 원래 계획은 그랬는데 분량이 약간 미묘해져서요.”
매드맨의 대답에 최병훈이 첨언했다.
“딱 너만 찍었으면 괜찮은데 데시벨 님 만났잖아. 그래서 예상했던 그림이랑 좀 다르게 나왔거든.”
“아, 그럴 수 있겠네.”
“그치. 원래는 네가 팬들을 지켜보는 게 메인이었단 말이야. 따로 너만 나온 부분 빼서 쓰자니 분량이 짧고, 데시벨 님 포함하자니 의도했던 느낌이 안 살았거든. 그리고 크루 얘기도 섞여 있었고.”
“아… 그러네. 내가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 했다야.”
이경복은 바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데시벨의 크루 합류 소식을 메이킹 필름으로 전할 수는 없었다.
“아니, 뭐 문제라거나 그런 건 아니니까. 그리고 영상 소스는 많을수록 좋아요. 지금 아니더라도 나중에 쓸 때가 생긴다?”
“그래, 그거야 네가 더 잘 아니까.”
이경복은 웃으며 긍정했다. 다른 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데시벨 님이랑 만난 게 잘 된 거지.’
최병훈은 그에 속으로 생각했다.
‘안 만났어도 따로 빼는 게 나았을 거야.’
영상 속에서 보여준 이경복의 모습은 그 예상보다 진솔했다. 이에 최병훈은 영상의 활용처를 바꾸기로 했다.
‘이 녀석이 고민 중이라면 나도 대비를 해야 하니까.’
당시 이경복은 데시벨과 이야기하며 짧게 얼굴 공개에 대한 고민을 언급했다.
박주호가 그 자리에서 놀랐듯, 최병훈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우리한테 얘기를 안 했다는 건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는 뜻이기는 해도…’
상황은 어떻게 변할지 몰랐다.
이경복에게 의존한 채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학교 다닐 때도 그렇고, 직장에서도 사람 구분이 확실했으니.’
학창시절을 함께 했음은 물론이고 이경복의 직장 생활 이야기도 종종 들은 바였다. 그 표현을 빌리자면, ‘불길’한 사람들의 눈에 자신을 기피하고 남들과 어울리는 이경복이 어떻게 보였겠나.
‘겉과 속이 다른, 가식적인 놈이라고 생각하겠지.’
그런데 이경복이 스트리머 퍼플이라는 걸 알게 되면?
시기와 질투, 열등감에 빠진 이들의 험담은 필연이었다. 자신들의 경험을 내밀며 이경복의 평판을 끌어내리려 할 것이다.
‘이 영상은 그딴 헛소리를 지워낼 증거가 될 거야.’
이 영상에는 팬들을 생각하는 이경복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그저 팬들이 즐거워하니 행복해하는 모습이 담겨 있지 않나.
“최병훈?”
“…어?”
이내 들려온 부름에 최병훈은 상념에서 빠져나왔다. 다른 팀원들이 모두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설마 졸았나?”
“아니, 졸기는 인마. 머릿속에서 편집 좀 하고 있었지.”
“으휴, 그게 변명이냐? 집중 좀 해!”
“아, 알았어. 야, 근데 내가 명색이 팀장인데. 에이, 내가 너한테 뭘 바라냐. 무슨 얘기 하고 있었지?”
최병훈이 짐짓 헛기침을 하며 되묻자 이경복이 말했다.
“아니, 그 서프라이즈 영상에 포함 안 된 소감 있다고 했잖아. 언제 볼 수 있나 해서.”
“아아, 그거! 회의 끝나고 바로 보내줄게.”
“오케이. 자, 그럼 본격적으로 회의 시작하죠.”
이경복은 밝게 웃으며 손뼉을 쳤다. 최병훈은 그런 친구를 보며 실소를 흘렸다.
‘뭐, 그런 수작질도 이 녀석을 제대로 모르니까 하는 거지.’
그렇게 사람을 구분해왔던 이경복이 아닌가.
그런 이경복이 시청자들과 더 멀어지기는커녕 가까워지기를 바라고 있었다.
‘퍼청자들이 그런 말에 휘둘리기야 하겠어.’
최병훈은 새삼 걱정을 털어냈다.
분명 시청자들은 이경복의 편이 되어줄 터였다.
* * *
그날 저녁, 방송 시간 즈음.
아직 약속된 시간이 아니었지만 수많은 시청자들이 방송을 기다리고 있었다.
-퍼사장! 문 열어!
-아 ㅋㅋ 이게 얼마만의 합방이냐
-숙청! 숙청! 숙청! 숙청!
-???: 오늘 저녁은 지옥에서 먹는다!(진짜임)
-이 퍼지데이, 지옥에선 어떨까?
-블랙기업인데 왜 정시출근?
-ㄹㅇㅋㅋ 1시간 전에 와야 되는 거 아니냐구욧!
퍼지데이 멤버들은 그 채팅을 보며 실소를 흘렸다. 하지만 다른 멤버와 달리 데시벨은 마냥 웃을 수가 없었다.
‘으아아…’
그녀는 속으로 앓는 소리를 냈다. 프로 리겜러다운 놀라운 동체시력을 가진 두 눈은 빠르게 움직이는 채팅창 대신 그 위에 고정되어 있었다.
[2.3만 명]
무려 2만 명이 넘는 사람들 앞으로 나서야 한다.
‘아으… 이거 대회랑은 또 다르구나…’
많은 사람들 앞에 선 경험이야 있었다. 메탈펀치 대회에서는 10만 관중 앞에 서지 않았던가.
그러나 그때와는 다른 중압감이 느껴졌다.
‘반응이 안 좋으면 어떡하지?’
대회는 1회성 이벤트였다.
그러나 퍼지데이 크루 합류는 오늘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었다. 만약 시청자들이 시큰둥하거나 거부감마저 보인다면?
‘아… 진짜 토할 것 같다.’
가상현실임에도 속이 안 좋아졌다. 그토록 바라던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어지는 건 아니었다.
“데시벨 님, 괜찮아요.”
“…예?”
겉으로 티가 난 것일까. 지놈이 그녀를 보며 가볍게 손을 내저었다.
“긴장되시죠?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게 오히려 자연스러운 거예요.”
“예, 맞습니다. 저도 합방 때는 매번 그렇습니다.”
“두 분이요?”
이클립스까지 맞장구를 치자 그녀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크루 원년 멤버들이 긴장을 할 이유가 뭐가 있나.
“아유, 그럼요. 이렇게 방송 규모가 커진 게 저희도 얼마 안 됐잖아요?”
“퍼플 님 만나기 전까지는 만 단위는 생각도 못 했으니까요. 저희도 뭔가를 따로 맞춰서 하는 게 아니라 하던 대로 하는 겁니다.”
“아…”
데시벨은 그에 천천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생각해보니 옳은 말이 아닌가.
이경복도 웃으며 첨언했다.
“시청자 숫자가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게 있잖아요? 데시벨 님이 왜 크루에 가입하고 싶었는지 떠올려 보세요.”
“그건, 같이 방송하니까 재미있고, 시청자들도 좋아해주고 그래서…”
“답을 다 알고 계시네.”
데시벨의 대답에 이경복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크루에 들어오셨으니까 더 자주, 편하게 같이 방송을 할 수 있게 된 거잖아요? 시청자들이 안 좋아할 이유가 없습니다.”
“네, 그렇죠…”
“그리고 사실, 안 좋아해도 상관없어요.”
이경복이 한 마디를 덧붙이자 데시벨은 물론 다른 멤버들도 눈이 휘둥그레졌다.
팬들을 위해 그렇게 노력하는 이경복의 입에서 나올 말이 아니지 않나?
“아니, 무시하라는 말은 당연히 아니고. 안 좋아하는 사람까지 신경 쓰지 말라는 거죠. 좋아해주는 분들 챙기기도 바쁘잖아요?”
그 시선에 이경복은 실소를 흘리며 손을 내저었다.
“음, 그건 확실히 그렇지.”
“모두에게 사랑 받는 건 욕심 아니겠습니까.”
“아… 그쵸. 사부님이 누누이 말씀하신 얘기네요!”
데시벨은 차근차근 그간 이경복에게 들었던 조언을 되새겼다.
‘방송의 중심은 나야. 나 스스로 즐겁지 않으면 시청자 분들도 즐겁지 않아.’
그것만으로도 서서히 마음이 안정되었다. 그녀는 또렷해진 눈으로 양 주먹을 쥐었다.
“사부님의 가르침, 다시금 명심하겠습니다!”
“아, 텐션 좋네요!”
“잘 해내실 겁니다.”
그에 다른 멤버들 모두 웃었다. 이내 지놈이 가볍게 손뼉을 쳤다.
“자자, 슬슬 시간입니다. 계획대로, 아시죠?”
“네!”
“오케이, 가봅시다!”
약속된 방송 시간이었다.
세 사람은 데시벨을 놔두고 스튜디오로 향했다.
“트하! 안녕하세요!”
“다들 반갑소이다!”
“얘들아, 우리 왔다!”
활기찬 인사에 채팅창이 빠르게 솟구치기 시작했다.
-왔다! 내 보약!
-캬 ㅋㅋㅋ 이게 얼마만의 쓰리샷이냐
-퍼지데이! 퍼지데이! 퍼지데이!
-오래전부터 당신들 같은 크루를 기다려왔다우
-즉.시.꿀.잼
시청자들의 환대에 세 사람 모두 가볍게 손을 흔들며 자리를 잡았다.
“자, 저희가 꽤 오랜만에 모였죠?”
“셋이 다 같이 모인 건 확실히 오랜만이외다.”
“맞네요. 따로따로는 꽤 자주 봤는데.”
본격적인 게임 시작 전 가벼운 잡담이 시작됐다.
-진짜 마지막이 언제였지?
-세트로붙자 아님?
-ㅇㅇ 메탈펀치 대회 때 셋이 같이 나옴
-근데 그걸 퍼지데이 합방이라고 봐야 되나?ㅋㅋㅋ
-ㄹㅇㅋㅋ 다른 사람들도 많았자너 ㅋㅋㅋ
시청자 반응에 지놈도 동의했다.
“아이, 세트로붙자는 확실히 아니지. 저는 해설로 참가한 거였으니까 그보다 더 거슬러 올라가야죠.”
-고것도 맞지 ㅋㅋ
-킹직히 그때는 추놈 혼자 꿀 빨았자너 ㅋㅋㅋ
-ㄹㅇㅋㅋ 다른 멤버들은 트라이의 명예를 걸고 싸우고 있었쥬?
-킹부러! 치사하게! 1열에서 직관하고!
-추놈 또 너야?
채팅창이 바로 놀림으로 가득해지자 지놈은 과장스럽게 어처구니 없음을 표했다.
“아니, 그거는 진짜 억까지. 내가 무슨 꿀을 빨았어요? 그때 편파해설이었던 거 다 알면서 그런다 진짜! 아니, 설전 몰라? 그것도 전투고, 솔직히 난 해설도 트라이 승리라고 생각합니다!”
-억울잼ㅋㅋㅋㅋ
-근데 킹직히 그때 해설 쩔긴 했지 ㅋㅋㅋㅋ
-ㄹㅇㅋㅋ 분위기 완전 잡았자너
-트최입 쇼앤프루브 해버리기 ㅋㅋㅋ
-팩트라서 이번 한 번만 봐드리는 겁니다?
시청자들은 물론 다른 두 사람도 그 때를 떠올리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 그렇죠. 그때 진짜 해설 찰지게 했죠.”
“맞소이다. 가신들도 인정해줄 건 인정하셔야 하오.”
“햐, 그럼 그 전이면 언제야? 미친스머프 때네? 좀 오래되긴 했네.”
지놈은 그에 정리하며 가볍게 손뼉을 쳤다. 이경복이 그에 말을 받으며 진행을 이어갔다.
“그쵸. 이 정도면 시청자 분들이 합방 원하시는 게 이해가 될 만한 텀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오랜만에 준비한 합방인데, 오늘의 컨텐츠가 뭔지는 새벽에 소개를 하셨죠?”
“크흠, 제가 어그로를 좀 끌었죠?”
“소인은 보면서 지놈 경께서 시간을 착각했나 싶었을 정도였소이다.”
“자, 그래도 모를 수 있는 분들이 있으니까 간단히 소개 드리겠습니다.”
이경복은 그에 웃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와 함께 화면에 ‘헬라포머스’ 게임 소개 페이지가 나왔다.
“보아하니 지옥을 정복하는 임무외다. 이 역시 기사단의 의무에 아주 적절하다고 여겨지오.”
“아, 물론입니다. 이클 경께서 기사답게 최전선에 서주실 수 있는 전장이거든요!”
-권선징악, 그게 기사도잖아?
-지옥 다 뒤졌다 ㅋㅋㅋㅋ
-핫하! 이제부터 지옥의 주인은 퍼지데이다!
-지옥 거주자들 방 뺄 준비하라구욧!
-사탄: 저희는 어디로 가라는 겁니까?!
-젠트리피케이션이 아니라 헬트리피케이션이었고?
-무쳤냐곸ㅋㅋㅋ
시청자들이 그에 즐거워하며 기대를 내비쳤다. 지놈은 슬쩍 멤버들과 눈짓을 나누고는 운을 띄웠다.
“자, 그런데 다들 알다시피 헬라포머스는 4인용이거든요? 그래서 하나 알려드릴 게 있습니다.”
사전에 기획된 연출이었다.
하지만 상황을 모르는 시청자들은 지레 짐작했다.
-WA! 몰래 왔는데 들킨 손님!
-역시 게스트가 있었고?
-아 ㅋㅋ 빨리 나오시라구욬ㅋㅋ
-이미 추놈이 다 스포했다 이마리야
-이랬는데 막 큐다리 나오는 거 아님?
-아닠ㅋㅋㅋ 큐다리가 왜나왘ㅋㅋㅋ
시청자들 반응에 세 사람은 미소 지었다.
“자, 다들 뭔가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 게스트는 없습니다.”
“그렇소. 기사단의 임무에 어찌 손님을 모실 수 있겠소이까?”
“오늘 합방은 저희 크루 멤버들로만 진행할 거예요.”
세 사람의 말에 채팅창에는 물음표가 번졌다. 그러면 봇 플레이어를 쓴다는 것일까? 하지만 그래서야 지놈의 말과 상충되지 않나.
-어?
-뭐임?
-헐? 방송 꺼짐?
-5252, 방송사고냐구웃!
-설마 트래픽 때문?
-아니 ㅋㅋㅋ 2만으로 뭔 트래픽이여
-뭐예요? 빨리 돌아와요!
다들 어리둥절해하는 와중 화면이 갑자기 암전됐다. 무슨 문제가 있나 싶었지만 곧 화면이 돌아왔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더욱 큰 물음표를 그릴 수밖에 없었다.
[‘퍼펙트플레이’님이 ‘데시벨’님에게 ‘23,927’명을 호스팅했습니다.]
화면에 나타난 메시지.
조금 전 화면이 꺼진 건 사고가 아니라 호스팅이었다.
-????????
-나, 난민 받아라?
-난민이 2만 4천ㅋㅋㅋㅋㅋ
-여기가 데눈나 채널이라고?
-퍼펙트 스튜디오인데?
-어뜨케 된 겨 어뜨케 된 겨!?
-무친 ㅋㅋㅋ 설마?
다들 황당해하는 와중 화면은 스튜디오의 입구 쪽으로 줌인됐다.
“트하! 세상을 시끄럽게! 데시벨입니다!”
그와 함께 기다리고 있던 데시벨이 힘찬 목소리와 함께 나왔다. 그녀의 등장에 채팅창이 더욱 요동쳤다.
-데눈나가 게스트였음!?
-게스트 없다며?
-갓플이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는 것인디요?
-왘ㅋㅋㅋㅋㅋ 이겈ㅋㅋㅋㅋㅋㅋ
-무친ㅋㅋ 추놈이 방송에서 게스트 얘기 안한 이유가 이거였넼ㅋㅋㅋ
-진짜? 진심? 내가 생각하는 거 맞음?
시청자들은 조금 전 퍼지데이 멤버들의 말과 현 상황을 토대로 추론을 마쳤다.
그 사이 데시벨은 다른 멤버들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자! 여러분께 소개드립니다! 더 이상은 게스트가 아니다! 퍼지데이 크루 전격 합류! 데시벨 님입니다!”
지놈이 기다렸다는 듯 빠르게 멘트를 쏟아냈다. 그의 발표와 함께 이경복과 이클립스가 박수를 보냈다.
“아, 정말 잘 오셨어요!”
“데시벨 경의 합류를 감축드리오!”
“아, 감사해요!”
데시벨은 그에 마주 손뼉을 치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입꼬리가 완전히 경직되어 있었고, 눈동자는 채팅창에 고정되어 있었다.
‘제발…!’
과연 시청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그녀는 간절한 바람과 함께 화산처럼 분출하는 채팅들을 눈으로 잡아냈다.
-데눈나! 데눈나! 데눈나!
-멤버 영입도 또프라이즈로?!
-서프라이즈에 미친 사람들 ㅎㄷㄷ
-이것이 퍼지데이 연출? 내가 알던 연출은 대체?
-(게말콘)(게말콘)(게말콘)
-캬 ㅋㅋㅋ 데눈나는 킹정이지!
-데학원생이 결국 퍼지데이 랩에 와버렸고?
-교수를 따라 연구실에 들어온다, 그게 대학원생이잖아?
-퍼지데이의 마지막 조각 달성!
-와 ㅋㅋ 진짜 데눈나만 오면 딱이라고 생각했는뎈ㅋㅋ
-퍼지데이 완전체 ㅁㅊㄷㅁㅊㅇ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지만 나갈 때는 가지 마요!
-히히! 이제 못 나가!
-킹직히 추놈보다 데눈나가 어울리면 개추 ㅋㅋㅋㅋ
데시벨의 입이 절로 벌어졌다.
걱정이 무색하게 채팅창은 완전히 축제 분위기였다.
“이러면 싫어하는 사람 찾기가 더 어렵겠는데요?”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녀가 시선을 돌렸다. 이경복이 그것보라는 듯 여유롭게 웃고 있었다.
“데시벨 경,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소이다!”
“퍼지데이 완전체! 비바 퍼지데이!”
이어 이클립스와 지놈도 경쾌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데시벨은 그에 웃었다.
내면에서 차오르는 감격에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데시벨 님?”
이경복의 눈짓에 그녀는 의미를 알아차렸다. 데시벨은 정면을, 자신을 지켜보고 있을 시청자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기다리시던 퍼지데이 합방!”
그녀는 확신했다.
지금 자신이 느끼는 기쁨이라면 시청자들도 충분히 즐거워할 터였다.
그리고 놀랍게도.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