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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466화 (466/491)

466화 - 신입 받아라! (2)

퍼지데이 멤버들은 잔뜩 들떠있는 데시벨을 중앙 자리에 앉혔다.

“자, 본격적인 게임에 앞서 우리의 새로운 멤버! 데시벨 님의 합류 소감을 또 안 들어볼 수가 없거든요? 간단히 우리 크루에 들어오고 싶었던 계기를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지놈이 차분하게 질문을 던졌다. 사전에 이미 얘기를 해놨지만 데시벨이 분위기에 취해 깜빡했을 수도 있지 않겠나.

“아, 네! 멤버 분들도 그렇고 시청자분들도 아시다시피 제가 예전에는 리겜만 팠었잖아요?”

“아, 그렇죠. 정말 잘하시잖아요.”

“데시벨 경의 음률이 무척 뛰어나다고 들었소이다.”

“리겜 장인으로 또 제 해부학 방송에 나와주셨으니까요.”

멤버들이 맞장구를 쳐주자 데시벨은 멋쩍게 웃었다.

“네, 근데 이게… 사실 다르게 보면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거거든요. 그런데 정말 감사하게도 여기 두 분께서 메탈펀치 대회 때 저를 그 우물에서 꺼내주신 거죠.”

그녀는 당시를 회고하며 짧게 탄사를 흘렸다.

“와, 정말 그때는 진짜 믿기지가 않았어요. 저도 나름 대회를 여러 번 나가봤고 수상도 해봤거든요? 그런데 세트로 붙자는 정말…! 진심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었어요.”

-이거는 누구나 킹정할듯ㅋㅋㅋ

-트수 인생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레전드임

-ㄹㅇㅋㅋ 라이브로 본 게 진짜 내 인생 업적 중 하나자너

-갓직히 이거 보는 트수들도 그런데 직접 나간 데눈나는 뭐 ㅋㅋㅋ

-게다가 여성부 MVP까지 따버렸쥬?

시청자들의 공감에 힘입어 데시벨은 빠르게 말을 이어갔다.

“그렇다니까요! 그 뒤로 제 방송에 대격변이 일어난 거죠. 종겜스가 너무 하고 싶어졌는데, 그때 사부님이 또 큰 도움을 주셨잖아요.”

“에이, 그냥 재미있게 같이 논 거죠.”

“근데 저한테는 진짜 뜻깊은 경험이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이제 알겠더라고요. 제가 진짜 좋았던 건 우물에서 나온 게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좌우로 고개를 돌리며 멤버들과 눈을 마주쳤다.

“제가 즐거웠던 건 그냥 다른 게임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여기 멤버 분들과 같이했기 때문이구나.”

“캬…!”

“아니, 지놈 님. 저 아직 말 안 끝났어요.”

“아, 내가 너무 빨랐나?”

지놈이 너스레를 떨자 다른 멤버들은 물론 채팅창에도 웃음이 가득해졌다.

“아무튼, 이걸 딱 깨닫는 순간부터 너무 크루에 들어오고 싶어졌어요. 시도도 안 해보면 무조건 후회한다, 이런 확신이 들더라니까요? 그래서 바로 말씀을 드린 거죠.”

-데눈나 완전 꽂힌 거였네 ㅋㅋ

-킹직히 케미가 좋아서 그럴만하지 ㅋㅋ

-ㄹㅇㅋㅋ 데눈나랑 합방하면 꿀

잼되자너

-즉.시.합.류

-리겜러 순발력 ㅁㅊㄷㅁㅊㅇ

-너무 탁월한 선택이었고?

시청자들도 그에 즐거워하자 이경복이 가볍게 손뼉을 쳤다.

“맞습니다. 이제는 정식 멤버가 되셨으니까 같이 즐기시기만 하면 되겠네요.”

“덕분에 우리 기사단의 품격이 한 층 더 높아진 것 같소이다. 이번 임무 또한 데시벨 경이 준비해준 것이 아니오? 소인도 비슷한 경험이 있는 바, 다른 분야를 공부하는 건 힘들다는 걸 알고 있소이다.”

-오? 지놈픽이 아님?

-헬라포머스를 데눈나가?

-엌ㅋㅋ 데눈나 겜잘알이었네

-역시 성실의 아이콘이라니깐!

-아아, 그것이 대학원생이니까 (끄덕)

-헉!

-아니 ㅋㅋ 데눈나는 자발적으로 성실한 거라구욧ㅋㅋㅋㅋ

시청자들의 감탄에 데시벨은 뿌듯해하며 입꼬리를 올렸다. 지놈이 이에 웃으며 박수를 보냈다.

“아, 좋습니다! 앞으로도 재미있는 방송 만들어가기로 하고요, 지금은 당장! 재미있는 방송을 시작해봅시다!”

“넵! 열심히 하겠슴다!”

간단히 이야기를 마무리 지은 멤버들은 이제 게임을 진행하기로 했다.

*       *       *

멤버들 모두 로딩이 끝나자 게임으로 진입했다.

[Hellaformers]

굵직한 로고가 나타났다가 사라지며 오프닝 컷신이 시작됐다.

“오? 일러스트네요?”

“아, 영상이 아니구나.”

“크흠, 어른의 사정이랄까?”

“비용절감이구려.”

게임 엔진을 이용한 영상이 아니라 일러스트 이미지를 슬라이드로 보여주는 방식이었다.

지놈은 그에 가볍게 목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제가 그래도 유경험자라 세계관에 대해서는 좀 압니다. 보면서 간단히 설명 드릴게요.”

-아 추놈 말고는 다 처음이구나

-킹부러! 아는 척할라고!

-트최입 시동 바로 걸쥬?

-무슨 도슨트냐곸ㅋㅋㅋㅋ

-지슨트 뭔데 ㅋㅋㅋㅋㅋ

-제대로 못하면 바로 추슨트 되는 거야!

첫 일러스트는 어떤 회의실이었다. 다양한 인종의 대표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뭔가를 논의하고 있었다.

“지금 보시면 ‘U.E’라고 써져 있죠? 이게 유나이티드 어스, 통일지구를 뜻합니다. 먼 미래 배경이라 단일공동체에요.”

“아, 그래서 국기 대신에 지구가 있는 거구나.”

지놈의 설명에 다들 고개를 주억거리는 사이 일러스트가 전환됐다.

대표자들이 언쟁을 벌이고 있었고 그 뒤에는 X자로 교차된 그래프가 놓여 있었다.

“이건 보시면 딱 감이 오시죠? 인구는 증가하는데 에너지가 부족한 겁니다. 기술 발전 덕분에 수명은 늘어나는데 에너지 수급이 어려운 상황인 거죠.”

-어? 이거?

-미?래

-헉!

-아 ㅋㅋ 아무튼 미래임!

-???: 현실 지구는 안전합니다 여러분!

이에 대표들은 해결책을 강구했다. 그리고 SF 장르에서 으레 그러하듯 그 방법은 하나로 귀결됐다.

“오? 이거 포탈인가요?”

“아, 비슷하지만 약간 다릅니다. 이게 워프 기술에 쓰이는 웜홀이에요! 이걸로 우주 진출해서 다른 행성을 개척하려는 계획인 겁니다. 그게 바로 ‘테라포밍’이거든요.”

과학자들이 워프 기술을 시연하는 일러스트가 나왔다. 그들은 자신 있게 시연을 생중계했고, 모든 인류가 지켜보는 가운데 웜홀이 형성됐다.

“어? 뭐야 이거?”

“음, 이것이 지옥으로 통하는 문이었구려.”

시연은 절반의 성공이었다.

과학자들이 연 웜홀은 우주가 아니라 완전히 다른 차원과 연결되어 있었다. 이윽고 일러스트는 이내 인게임 영상으로 바뀌었다.

“이, 이게 대체 무슨?!”

“맙소사, 오 이런 맙소사…!”

“지옥이 실존했다고!?”

과학자들은 기겁했다.

웜홀 너머는 불타는 지옥과 괴물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 괴물들 역시 웜홀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마, 막아!”

“어서 닫아!”

뒤늦게 과학자들이 기겁하며 소리쳤다. 우주와 연결될 것으로 예상해 웜홀 형성 지점 인근을 격리해둔 터였다.

그러나 그 격벽은 지옥의 괴물들을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으아, 어떡해요!?”

“이런 낭패가…!”

-시작하자마자 멸망각?

-???: 네, 재밌었구요

-지옥이 된 지구를 되찾는 내용이었던 거?

-헬라포밍이 그 뜻이었음?

데시벨과 이클립스는 물론 대다수 시청자들이 그에 놀랐다. 그러나 게임을 아는 지놈과 시청자들의 반응은 달랐다.

그들은 이후 상황을 기대하며 웃음을 흘릴 따름이었다.

“사격개시!”

“전부 사살해!”

격벽을 깨진 순간 괴물들을 맞이한 건 다수의 무장 병력이었다. 괴물들은 그에 움찔하다가 압도적인 화력에 쓸려나갔다.

지놈이 그에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짜잔! 다른 지적생명체가 넘어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대기 병력이 있었습니다!”

-싹쓸어다스 ㅁㅊㄷㅁㅊㅇ

-아! 화력! 좋은 퇴마수단이지!

-자고로 납탄은 악마를 쫓는데 특효약이었다 이마리야

-지옥으로 돌아가라!(물리)

이경복이 놀라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병력이 화면에 잡히기 전부터 직감적으로 그들의 존재를 알 수 있었다.

“웜홀 폐쇄 완료!”

“후우, 다행이군.”

“하지만 이러면 실험은 완전히 실패입니다…!”

과학자들은 안도하다가 이내 암울해졌다. 하지만 개중 한 과학자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잠깐… 지옥과 연결이 된다? 지옥불은 꺼지지 않잖아?”

마치 전염되듯 다른 과학자들의 표정도 그와 비슷해졌다.

“꺼지지 않는 불이 있다면?”

“달리 말하면 영구동력이 아닌가?”

“지옥에서 에너지를 생산해 지구로 보낸다면…?”

-ㅔ?

-아닠ㅋㅋㅋ 미쳤냐곸ㅋㅋㅋ

-열역학배운 사람들 혼절잼ㅋㅋ

-열끼얏호우!

-아 ㅋㅋ 지옥이라서 가능하다니깐!

-근데 지옥불로 에너지가 나옴? 걍 뜨거운 거 아님?

-???: 물을 끓여서 터빈을 돌린다!

-아옼ㅋㅋ 그놈의 터빈 진짴ㅋㅋ

-근데 실제로 그게 효율이 좋음ㅋㅋㅋㅋㅋ

암울한 분위기는 완전히 사라졌다. 과학자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는 순간 다시 일러스트로 전환됐다.

“그렇습니다! 이 과학자들은 지옥불을 이용할 미친 계획을 세웠어요! 그래서 만들어진 게 바로, 이 지옥개척 특수부대, 헬라포머스입니다!”

과학자와 대표자들이 흡족한 표정으로 헬라포머스의 창설을 축하하는 것으로 컷신이 끝났다.

메인메뉴로 돌아오자 지놈은 가볍게 손뼉을 치며 웃었다.

“자, 스토리 라인은 요 정도로만 파악해도 무방합니다. 아무래도 코옵 중심 게임이라 스토리가 복잡하지는 않아서.”

“인류를 위해 지옥을 개척한다. 음, 이해했소이다.”

“그러니까요. 말 그대로 ‘제곧내’잖아요?”

“오, 데시벨 님 압축 요약 좋네요. 그럼 이제 시작하면 될까요?”

-ㄹㅇㅋㅋ 완전 간결하네

-역시 데학원생이라 요약을 잘 한다 이마리야

-실전압축요약 ㅎㄷㄷ

-인류: 히히! 지옥불 내놔! / 악마: 히익! 이 지옥에서 나가!

-어? 이거 완전 민주주의 배달아니냐?

-헉!

다들 수긍하며 웃었다.

이대로 시작하는가 싶었는데 지놈이 손을 내저었다.

“아, 바로 시작하면 안 됩니다. 그럼 기본 장비로 진입하게 되는 거라 그 전에 로드아웃부터 설정해야죠. 여기 메뉴 보이시죠?”

멤버들이 그 안내를 따랐다. 4명 모두 선택을 마치자 배경이 뒤바뀌었다.

“오⋯”

“와, 뭐야?”

“으음! 훌륭한 무기고를 준비했구려!”

SF 영화에서나 볼 법한 광경이 펼쳐졌다. 권총부터 소총과 산탄총 등 다양한 총기류는 기본이고 검과 창, 도끼와 방패 같은 병기류도 비치되어 있었다.

그런 기본적인 전투 장비는 물론 여러 종류의 드론과 슈트까지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었다.

-캬 ㅋㅋㅋ 이게 미래지!

-그 와중에 갓플 핏 보소 ㅋㅋㅋ

-기본 복장인데도 이미 강해보임

-인자강 수듄 ㅋㅋㅋ

-아닠ㅋㅋㅋ 이클 경은 기사투구 쓰고 있네

-머리는 아바타대로 적용돼서 그럼 ㅋㅋㅋ

-근데 이것도 어울리는 게 함정

-ㄹㅇㅋㅋ 엄청 힙해보임

시청자들은 멤버들을 보며 감탄과 웃음을 흘렸다. 다들 미래 군인 복장이었는데 이클립스만 기사 투구를 쓰고 있기 때문이었다.

“자자! 헬라포머스에는 직업군이 나누어져 있습니다. 위에 보시면 섹션이 구분되어 있죠? 직업군마다 장비 제한도 있으니까 보시고 원하시는 걸 택하면 되겠습니다.”

지놈이 다시 주의를 돌리며 안내했다. 가장 먼저 결정을 내린 건 이클립스였다.

“소인이 최전방에 서겠소이다.”

그는 주저 없이 걸어가 ‘뱅가드’ 섹션으로 향했다. 지정된 위치에 발을 올리자 슈트의 파츠가 그의 몸에 달라붙었다.

-역시 이클 경!

-와씨 ㅋㅋ 포스 개쩐다

-뭔 거인인줄 ㅎㄷㄷ

-이클 경이 원래 덩치가 좀 있긴 한데 ㅋㅋㅋ

-뱅가드가 탱커 포지션이라 슈트도 겁나 두꺼움 ㅋㅋㅋㅋ

-내가 악마였으면 보자마자 문스텝 제로백으로 갈길 자신 있다

-???: 팍씨! 내가 여기 살지 말럤지?

-마블리가 아니라 이블리였고?

“와, 이클 경 진짜 든든하네요.”

“아니, 사부님. 이거 코옵 게임 맞나요? 혼자 다 쓸어버리실 것 같은데.”

다른 멤버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그 사이 슈트 착용을 마친 이클립스는 이리저리 몸을 움직여보고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갑옷 입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구려. 그럼 소인은 먼저 장비를 살펴보겠소이다.”

이클립스가 움직이자 남은 멤버들은 다른 섹션으로 눈을 돌렸다.

“어, 그다음은 제가 해도 될까요?”

“물론이죠.”

“뭐, 마음에 드시는 거라도?”

데시벨이 슬쩍 나서며 손을 뻗었다.

“저는 마크맨이요! 사부님한테 배운 사격술, 활용해보겠습니다!”

“아, 좋죠. 어느 조합이든 마크맨이 한 명은 필요하거든요!”

데시벨 역시 이클립스처럼 슈트를 착용했다. 뱅가드와 달린 날렵하고 매끄러운 디자인이었다.

-원딜은 무조건 있어야지 ㅋㅋ

-데눈나 사격이면 믿을 만함ㅋㅋㅋ

-ㄹㅇㅋㅋ 불렛타워도 깼으면 말 다했자너

-데눈나 은근히 실력 자랑하고 싶은 것 같은데 ㅋㅋㅋㅋ

-아 ㅋㅋ 데학원생 졸업하려면 논문 발표 해야된다구요

그녀 역시 장비를 선택하러 섹션으로 들어섰다. 이제 남은 건 두 사람뿐이었다.

“우리 퍼 사장님, 아니 여기서는 퍼 대장님이시지. 먼저 고르시죠!”

지놈이 너스레를 떨며 기회를 양보했다. 단순히 컨셉 때문은 아니었다.

“그래도 제가 경험이 있으니까 고르시는 거 보고 조합 맞추겠습니다.”

-유경험자가 양보하는 게 맞긴 하지 ㅋㅋㅋ

-코옵에서 조합 꼬이면 또 빡세자너 ㅋㅋㅋ

-그래도 퍼지데이라서 걱정이 안 되긴 하는데 ㅋㅋㅋㅋ

-조합 짜는 것도 게임의 일부다 이마리야

이경복은 그의 배려에 미소를 지었다.

“그럼 저번에 하실 때도 조합을 짜셨어요?”

“아, 물론이죠.”

“그럼 이번에는 지 대원이 먼저 선택하시죠.”

이경복은 웃으며 지놈의 호칭에 장단을 맞춰주었다. 하지만 그의 양보는 거절했다.

“예? 아니, 설마 대장님, 저 못 믿으시는 건? 어우, 이러면 저 진짜 섭섭합니다?”

-즉.시.불.신

-엌ㅋㅋㅋ 추 대원이면 못 믿을 만해 ㅋㅋ

-그래도 조합 짜고 가야 되는 거 아님?

-HOXY 어겜스가 또?

-킹부러! 멤버들 다 어렵게 게임 하게 하려고!

-???: 재미있는(어려운) 방송을 하자

돌아온 반응에 이경복은 실소를 흘렸다.

“아, 물론 게임이 좀 어려웠으면 하는 마음이 있긴 한데요.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다른 이유가 있죠.”

그 말에 시청자들은 물론 지놈도 얼굴에 물음표를 그렸다. 다른 이유라니 그게 대체 뭐란 말인가?

“우리 지 대원 방송 오래 본 분들은 아마 다 아실 겁니다. 이렇게 합방이 있으면 매번 게스트들에게 맞춰주잖아요? 저도 이걸 보고 많이 배웠지만, 달리 말하면 본인이 하고 싶은 것보다 최적의 선택을 해왔다는 뜻이죠.”

이경복은 그리 말하며 지놈을 돌아봤다.

“근데 우리가 시작할 때 말했잖아요. 오늘은 ‘게스트’가 없다고.”

“어, 그건 그랬죠.”

“그러니까 각자 하고 싶은 거 해보죠. 플레이가 좀 꼬여도 뭐 어때요? 그건 그 나름대로 재미있을 것 같은데, 안 그래요?”

그제야 지놈은 이경복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부담을 느끼지 말라는 건가.’

그것은 비단 데시벨에게만 한 말이 아니었다. 이경복은 크루 멤버들이 모두 즐겁기를 바란 게 분명했다.

‘게스트는 없다라⋯’

크루의 멤버는 대등한 관계다. 서로 돕는 건 당연하지만 누군가 희생을 떠안을 필요는 없었다.

이경복은 말 그대로 ‘다 같이’ 즐겁게 놀고 싶어 했다.

지놈은 그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아, 맞네. 여러분! 우리가 그냥 헬라포머스입니까? 아이, 아니지! 우리가 누구야? 바로 퍼지데이 아닙니까! 이 멤버라면 직업군이 문제가 아니야, 이미 이 조합 자체만으로도 포텐 쩔거든!”

-인자강 조합인데 어쩌쉴?

-ㄹㅇㅋㅋ 이 조합이면 다 씹어먹지

-지옥도 숙청을 피할 수 없다 이마리야

-???: 지옥을 케이크처럼 쉽게 먹는법

-퍼지데이 하고 싶은 대로 다 해!

-이상한 조합이면 오히려 꿀잼일듯 ㅋㅋㅋ

지놈이 멘트를 치자 시청자들이 즉각 호응했다. 이에 그는 웃으며 이경복을 돌아봤다.

“사실, 저는 이거 한 번 해보고 싶었습니다. 압도적인 화력으로!”

그의 선택은 중화기포병 슈트, ‘아틸러리’였다. 시청자들은 그 선택에 놀라면서도 바로 지놈을 몰아갔다.

-아닠ㅋㅋ 찐으로 자기 하고 싶은 거 하네

-형? 이거 맞아? 아틸러리 맞아?

-킹부러! 후위에서 꿀 빨려고!

-무슨 말년 병장 마인드냐곸ㅋ

-추놈, 또 너야?

-추이즈www 멤버들을 방패로 삼으려는www

슈트 장착을 마친 지놈은 그에 과장스럽게 역정을 냈다.

“어허, 추한 게 아니라 전략입니다! 아니, 그리고 우리 퍼 대장님이 허락해줬는데 님들이 왜 트집 잡음? 진짜 딱 보고 있어 봐. 내가 아주 그냥 싹쓸어다스 보여준다!”

“정 추하다 싶으면 앞에서 쏘라고 하면 되겠죠?”

“아잇! 퍼 대장님! 각자 포지션이 있는 건데!”

이경복이 그에 덧붙이자 지놈도 장난을 치며 웃었다. 이내 그 역시 장비를 선택하러 들어가고 이경복의 차례만이 남았다.

“자, 그럼 저만 결정하면 되겠네요. 어디 보자⋯”

그가 새삼 섹션을 훑는 사이 채팅창에는 여러 의견이 솟아올랐다.

-이클 경이랑 같이 전방 ㄱ?

-유일검과 제이검의 듀오?

-그럼 거의 무적 버프 아니냐ㅋㅋㅋ

-아 ㅋㅋㅋ 이미 끝났쥬?

-데눈나랑 같이 중위를 맡는 것도 좋을 덧

-퍼교수와 데학원생의 공동논문ㅋㅋㅋㅋㅋㅋ

-이클 경이 버티는 동안 싹 치워버릴 듯 ㅋㅋㅋ

-아님 추놈이랑 같이 중화기?

-ㄹㅇㅋㅋ 추놈은 걍 장전 맡고 갓플이 쏘면 되겠다 ㅋㅋㅋㅋ

-아닠ㅋ그냥 장전보조 취급이냐곸ㅋㅋㅋ

-싹쓸어다스(진짜임)

-이 형은 뭐 어디 붙여도 다 잘어울려섴ㅋㅋㅋ

이경복은 채팅 반응을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추천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아까 지 대원에게 말한 것처럼, 이번에는 하고 싶은 걸 해볼게요. 저도 새로운 걸 해보고 싶습니다.”

대답과 함께 그는 결정한 섹션으로 향해 슈트를 착용했다. 다른 멤버들과는 달리 육중하거나 날렵한 혹은 위압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하늘하늘 흔들리는 나노섬유로 만들어진 로브 안에는 몸선이 드러날 정도로 가벼운 방호복이 전부였다.

-엔지니어?

-이 형이 서포트를?

-아니;; 이거 잘못하면 순삭인디

-ㄹㅇㅋㅋ 보호 안 받으면 바로 끔살당함

이경복이 착용한 것은 갑옷이 아니라 ‘연구복’에 가까웠다. 그의 선택은 보조직업군인 ‘엔지니어’였기 때문이었다.

시청자들은 그에 놀랐지만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엔지니어’보다.

-근데 이 형이면 보호가 필요 업긴 해 ㅋㅋㅋ

-ㄹㅇㅋㅋ 절대 안 당하지

-고냥 셀프로 난이도 올린 거였구연?

-결국 하고싶은 게 어겜스였냐구웃!

-그냥 엔지니어 = 끔살 / 퍼펙트 엔지니어 = 끔살(상대)

-갓플이면 백퍼 평범한 엔지니어 플레이 안 나온다 ㅋㅋ

이경복이 플레이하는 ‘퍼펙트’ 엔지니어에 더 방점을 두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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