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7화 - 신입 받아라! (3)
장비 설정까지 마친 멤버들은 다시 모였다.
“아니, 엔지니어를 고르셨네?!”
시청자들과 마찬가지로 지놈은 이경복이 선택한 슈트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네, 해본 적 없는 걸 해보면 좋겠다 싶어서요.”
“아, 이러면 조합이⋯”
지놈의 눈이 빠르게 굴러갔다. 경험이 없는 데시벨과 이클립스는 의아함을 숨기지 않았다.
“서포트 있으면 좋은 거 아니에요? 물론 사부님이 직접 나서주시면 더 쉽긴 하겠지만요.”
“지놈 경, 임무 수행에 문제가 생길 정도요?”
돌아온 물음에 지놈은 피식 웃고는 어깨를 으쓱였다.
“에이, 아닙니다. 무슨 문제가 생겨도 저희가 해결해버리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즐겨보죠!”
“맞아요. 해보기도 전에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경복도 자신을 내비쳤다.
시청자들은 마침내 로드아웃이 확정되자 기대를 아끼지 않았다.
-즐기는 자 모드 ㅋㅋㅋㅋ
-이미 퍼자감 버프 걸은 거 아니냐고 ㅋㅋ
-오퍼레이션 퍼지데이 스타또!
-즉.시.숙.청
-지옥 싹빠라다스 가즈아!
-지옥을 지옥으로 만들어주마!
-?
게임 시작을 선택하자 오프닝에서 봤던 웜홀이 열렸다. 이윽고 배경인 줄 알았던 NPC 과학자들이 다가왔다.
“헬라포머스 여러분의 첫 임무는 전초기지 영역 확보입니다. 적들을 섬멸하고 신호기를 설치하시면 됩니다.”
“여러분에게 인류의 미래가 달려있습니다⋯!”
“무운을 빌겠습니다!”
간단한 미션 브리핑과 함께 쏟아지는 격려를 뒤로 한 채 멤버들은 웜홀로 진입했다.
“아니, 들어오자마자 닫아버리네.”
“들어온 이상 퇴로는 없다는 의미 같소이다.”
웜홀이 닫히고 멤버들은 주변을 확인했다.
“으아⋯ 진짜 딱 전형적인 지옥이네요.”
“다행히 덥지는 않구려.”
“뭐, 아직은 초입이니까요”
“그래도 분위기는 괜찮지 않습니까?”
적갈색 암석으로 이루어진 협곡과 잿빛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 있었다.
하늘은 검은 구름과 검붉은 화염빛이 뒤섞여 용암지대를 뒤집어 놓은 듯 했다.
-아 ㅋㅋ 이게 정통 지옥이지
-근본추 ㅋㅋㅋㅋ
-???: 유사품에 주의하세요!
-유사지옥은 뭔데 ㅋㅋㅋㅋㅋ
-하지만 지금은 인류의 에너지원이쥬?
시청자들도 간단히 소감을 표하는 사이 멤버들이 대열을 정비했다.
“처음이니까 아무래도 튜토리얼 미션이겠죠?”
“아, 맞습니다. 가장 간단한 미션인 ‘섬멸’이죠!”
“소인이 앞장서겠소이다. 지놈 경, 방향을 알려주시오.”
이클립스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다른 멤버들도 지놈을 돌아보았다.
그런데 지놈은 허허롭게 웃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아, 그게 사실 저도 길을 모릅니다.”
“네!? 아니, 해보셨다면서요? 설마 거짓말하신 거예요?”
-5252, 트최입벌구였냐구웃!
-여기서 데또속이?
-추놈 또 너야?
-데또속과 추또너, 과학과 과학의 만남이랄까?
-융합과학 ㅁㅊㄷㅁㅊㅇ
황당해하는 데시벨의 모습에 시청자들이 웃음을 흘렸다.
“에헤이, 당연히 아닙니다! 헬라포머스는 튜토리얼이라도 맵이 무작위 생성이거든요! 로그라이트라고 다들 아시죠?”
“아! 불렛타워도 로그라이트였는데.”
“으음, 그럼 직접 탐험해나가는 수밖에 없다는 뜻이구려.”
다들 상황을 이해하는 와중 이경복이 나섰다.
“그럼 그 전에 정찰을 좀 해보죠.”
그는 허리 뒤로 손을 돌리더니 곧 야구공 크기의 금속 드론을 위로 던졌다.
이어 그가 손목을 돌리며 ‘탐사’ 모드를 활성화시키자 드론이 회전하며 주변 지형을 스캔했다.
“오? 미니맵이 밝아졌어요!”
“아, 이게 편합니다. 서로 습득한 정보는 공유가 되거든요.”
“과연! 이러면 미리 길을 다 밝혀둘 수 있는 것 아니오?”
이경복은 그에 미소지으며 손을 움직였다.
“아쉽게도 조종 범위가 한정되어 있어서요. 그래도 일단 가능 범위는 전부 훑어보죠.”
그의 조종에 따라 드론이 부드럽게 날아가며 지형을 스캔했다. 단순히 지형만이 아니라 그 뒤에 숨어있는 적들의 위치도 미니맵에 표기됐다.
-괴물쉑들 ㅋㅋㅋㅋ 위치 다 드러났쥬?
-역시 작전은 정보가 중요하다니깐!
-엔지니어 왜 안좋다는 거?(진짜모름)
-엔지니어가 초반에는 유용하긴 함 ㅋㅋㅋㅋ
시청자들과 마찬가지로 지놈도 감탄을 표했다. 다만 그 포인트가 달랐다.
“아니, 저도 엔지니어 해봐서 알거든요? 드론 조종, 이게 컨트롤이 꽤 까다로워요. 지금 대장님이 하시는 것처럼 제스처 방식이란 말이야. 손목이나 팔이나 쪼금만 더 기울여도 확 꺾인다니까? 와, 이걸 그냥 한 번에 해버리시네.”
-엌ㅋㅋㅋ 맞네 ㅋㅋㅋ
-너무 자연스러워서 눈치를 못 챈 거시고?
-아니 ㅋㅋ 근데 이 형 드론 조종도 왜케 잘함?
-갓플에게 연습이란 개념은 없는 것인가?
-누가 봐도 10년차 베테랑 아니냐고욬ㅋㅋㅋㅋ
이경복은 그 반응을 웃음으로 넘기고 가볍게 방향을 가리켰다.
“슬슬 출발해보죠. 이클 경, 전방을 부탁드립니다.”
“으음! 맡겨주시오!”
“사부님이 길잡이시면 미션 포인트까지는 금방이겠네요!”
멤버들은 안심하고 출발할 수 있었다.
* * *
데시벨의 예상은 사실이었다.
미션 포인트까지 가는 길 중 괴물들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와씨 데눈나 사격 실력 완전 떡상했네
-너무 잘해서 다른 멤버들 구경잼ㅋㅋㅋ
-이클 경은 장비로 무게 치는 중
-???: 오나? 못 오네. 이제 오나? 주겄네.
-킹직히 이정도면 3세트 했다 ㅋㅋㅋㅋ
-아 ㅋㅋ 퍼지데이 전용 튜토리얼을 준비했어야지 ㅋㅋㅋ
튜토리얼 개념의 첫 미션이라 그런지 괴물의 숫자가 많지 않았다. 나타난 괴물들은 모두 데시벨의 사격만으로도 처리가 가능했다.
“임무 지점에 도착했소이다.”
“이야, 이건 뭐 거의 산책수준인데요? 데시벨 님 진짜 잘 쏘시네.”
“에이, 다 사부님이 미리 정찰해두신 덕분이죠! 어디서 올지 다 보이니까 뭐, 너무 쉽던데요?”
데시벨이 그에 뿌듯해하자 다들 웃었다. 하지만 이내 이경복은 눈을 돌렸다.
‘이제 맛보기는 끝났다는 건가.’
자욱한 안개 너머에서 느껴지는 적의. 그러나 그 숫자는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달랐다.
다른 게임이었다면 그 느낌을 혼자만 알고 있었겠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쉴 시간을 그리 많이 주지는 않네요.”
이경복은 신속히 드론을 조종해 적을 탐지했다. 그에 웃고 있던 멤버들이 입을 벌렸다.
“이 숫자는⋯!?”
“아니, 이거 드론 고장 난 거 아니에요?!”
“옵니다!”
미니맵에 적을 의미하는 붉은 점이 번지듯 늘어났다. 그 붉은 물결이 미션 포인트로 다가오고 있었다.
비단 미니맵을 보지 않아도 느껴졌다. 안개 너머에서 수많은 발소리와 더불어 그르렁거리는 짐승 소리가 들려온 덕분이었다.
-초반 물량러쉬는 반칙아니냐구욧!
-???: 개를 풀어라!
-데눈나가 잡을 때는 완전 잡몹이었는데 ㅅㅂ
-와씨ㅋㅋ 이렇게 보니까 쫄린다잉
-개떼처럼 몰려오네(진짜임)
이윽고 나타난 괴물은 지옥견, ‘헬하운드’ 무리였다. 다행히 미리 대비하고 있던 멤버들은 즉각 대응을 시작했다.
“오케이! 드디어 우수대원인 내가 나설 때로군!”
가장 먼저 행동한 건 지놈이었다. 그는 유탄 발사기를 높이 들며 방아쇠를 당겼다.
적의 숫자가 많은 만큼 정밀한 조준은 필요 없었다. 퉁하는 둔탁한 발사음과 함께 유탄이 무리 한가운데 떨어졌다.
커다란 폭음과 함께 폭발이 괴물 무리를 휩쓸고, 충격파에 헬하운드가 비산했다.
-캬! 이게 아틸러리지!
-유탄이 뻥! 속이 뻥!
-싹쓸어다스 너무 조쿠연?
-그 와중에 또 셀프 우수대원ㅋㅋㅋㅋ
-지금 활약해야지 언제 하겠냐고 ㅋㅋㅋㅋ
-근접전하면 바로 평소의 추놈이 되어버린다니깐!
지놈의 선공에 적의 숫자가 줄었지만 아직 잔당이 많이 남아 있었다. 그에 데시벨과 이클립스가 동시에 앞으로 뛰쳐나갔다.
“데시벨 경! 엄호를!”
“맡겨주세요!”
데시벨은 즉시 이클립스의 양 측을 조준했다. 그가 전방에 집중할 수 있도록 측면의 적들을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소총이 연달아 불을 뿜으며 달려드는 헬하운드를 타격했다.
-이거 아주 땍띠껄하그등요?
-불렛타워에서 우는 소리 했던 그 데눈나가 맞나?
-와씨 끊어치기 ㅁㅊㄷㅁㅊㅇ
-엉엉! 누나 날 가져요!
-잘 하는데 왜 벌을 주시죠?
-재장전도 진짜 빨라졌네 ㅋㅋㅋ
그녀의 엄호사격에 이클립스는 눈앞의 달려드는 적들에 집중할 수 있었다.
“훌륭하오!”
그는 감탄과 함께 자리를 잡았다. 파지직하며 전류가 흐르는 방패와 플라즈마 미늘창이 푸른빛을 뿜었다.
-엘든제이검 나가신다!
-지금은 제이창이라고 해야 되는 거 아니냐 ㅋㅋㅋ
-이클 경은 창도 잘 써서 ㅋㅋㅋ
-검이면 더 맛깔났을 것 같은데 아쉽고?
-코옵이니까 어쩔 수 없다 이마리야
이클립스가 유명해진 건 검술 덕분이지만 그렇다고 다른 무기를 못 다루는 건 아니었다.
그의 주력이었던 엘든 시리즈는 다양한 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게임이었고, 이클립스는 고인물답게 그 모든 걸 활용해보았다.
“단순하군!”
그저 이빨과 발톱을 들이대며 달려드는 헬하운드의 공격패턴에 당할 그가 아니었다.
더욱이 근접무기는 위험을 감수하는 만큼 총기류보다 강하게 설정된 바, 그의 미늘창에 적들은 말 그대로 썰려나갔다.
-WA! 이클무쌍!
-이 모습을 장비가 좋아합니다
-아아, 장판파의 동질감이랄까?
-아니 근데ㅋㅋㅋ 듬직한게 진짜 장비같넼ㅋㅋㅋ
하지만 그럼에도 미늘창으로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적은 한계가 있었다.
갈라지는 동족의 뒤에서 헬하운드가 그를 급습했다. 순간 시청자들은 기겁했지만 그 우려는 감탄으로 바로 바뀌었다.
-어 ㅋㅋ 바로 전기구이야!
-이걸 방패로 구워버리넼ㅋㅋㅋ
-방패는 공격을 위한 거다, 그게 상식이잖아?
-WA! 일렉트릭 패링!
-엘든 시절 경험 어디 안 가버리고?
-아니 ㅋㅋ 10년 넘게 했는데 가겠냐고욬ㅋㅋㅋ
-엌ㅋㅋ 이러면 방전도 안 되겠는데?
이클립스가 격돌 순간 방패로 막으며 전기를 흘렸다. 원래대로라면 충전량이 한정되어 있지만 필요한 순간에만 스위치를 누른 것이다.
멤버들의 활약에 감탄하던 시청자들은 이내 아쉬움을 표했다.
-아 근데 진짜 엔지니어는 할 일이 없네
-비전투일 때는 개꿀인데 전투 상황에서는 할 게 없고?
-그냥 드론으로 몇 마리 어그로 끄는 게 전부인듯 ㅋㅋㅋ
-그래도 팀에 기여했음 됐제 ㅋㅋㅋ
언제나 두드러졌던 이경복이었던 만큼 빈자리가 확실히 느껴졌다. 그의 드론은 헬하운드 몇 마리 사이를 누비고 있었다.
시청자들은 그 모습에 곧 의아해했다.
-어그로 끄는 거면 걍 돌면 되는 거 아님?
-완전 곡예비행 중인거시고요?
-누가 보면 멍뭉이랑 같이 놀아주는 줄 ㅋㅋㅋ
-킹부러! 어그로도 어렵게 끌라고!
-어겜스 행동이었냐고 ㅋㅋㅋㅋ
그 의문의 답은 이경복이 아니라 시스템이 전해주었다.
[‘Hell Hound’ 분석 완료]
[>해당 개체 크리티컬 포인트 표시]
[>해당 개체 데미지 +10%]
시스템 메시지와 함께 헬하운드의 몸통 중 한 부분이 열화상 사진처럼 밝게 빛났다.
“이것은⋯?”
“어? 이게 뭐예요!?”
“아니, 뭐야?! 스캐닝을 벌써 다 했다고요?”
다들 놀라는 와중 지놈은 그 이유를 알기에 더 놀랐다. 그는 유탄 장전을 하며 이경복을 돌아보았다.
“아, 이런 식이구나.”
정작 당사자인 이경복은 유유히 손목을 돌렸다. 그가 ‘탐사’ 모드에서 ‘전투’ 모드로 전환하자 드론의 몸체에서 총구가 튀어나왔다.
“이러면 저도 싸울 수 있죠.”
그는 해맑게 웃으며 드론으로 사격을 개시했다. 비록 단발 사격밖에 되지 않았지만.
-?
-드론으로 원샷?
-여기서 또샷또킬이?
-아아, 그것이 근본이니까(끄덕)
-아닠ㅋㅋㅋ 컨트롤 수준 대체 뭔데에에에!
-진짜 ㅋㅋㅋ 자기가 직접 쏘는 것도 아닌데 ㅋㅋㅋㅋㅋ
-크리티컬 정중앙 뚫는 거 보솤ㅋㅋ
적을 처리하기에는 충분했다.
아니, 그조차도 쉬웠는지 이경복은 놀란 시청자들에게 설명까지 해주었다.
“엔지니어의 핵심 역할이 스캔이거든요. 방법은 보셔서 아시죠? 그냥 주변 맴돌면서 모든 부위를 스캔하면 됩니다.”
“아니, 대장님! 그게 무슨 그냥이에요! 1 미터 이내에서 돌아야 되는데!”
듣던 지놈이 어처구니없어하자 시청자들이 상황을 이해했다.
-아 그래서 곡예주행한 거였고?
-이겈ㅋㅋ 킹반인은 한 세월 걸릴 것 같은뎈ㅋㅋㅋ
-킹치만 조종사가 갓플이라면?
-첫 만남에 바로 끝내버리기 ㅋㅋㅋ
-5252, 드론도 퍼펙트 아이를 가져버린 거냐구웃!
“아, 근데 생각보다 이득이 크긴 하네요. 일시 버프가 아니라 영구버프였네요. 이러면 게임이 좀 너무 쉬워지지 않나 싶기도 하고요.”
이경복이 웃으며 대답하자, 지놈은 즉시 유탄을 발사하고는 부정했다.
“아니, 아니! 여러분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원래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에요! 아무리 헬하운드가 튜토 몹이라고 해도 바보가 아니거든요? 나름 잘하는 사람도 2트나 3트는 해야 됩니다!”
-이거는 추놈 말이 맞음ㅋㅋㅋ
-엔지니어 한 번 해보면 다 알게 되자너 ㅋㅋㅋ
-ㄹㅇㅋㅋ 탐사 모드일 때는 저항도 못하고 회피기동밖에 안 됨
-드론 저거 완전 물몸이라 툭치면 부서진다구욧1
-원래는 긴장 개 빡세게 하고 해야 되는데 ㅋㅋㅋㅋㅋ
지놈을 비롯 엔지니어 유경험자인 시청자들의 증언이 채팅창을 메웠다.
이경복은 그에 눈을 껌뻑였다.
“당한다고요? 조작 딜레이도 없고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데 왜⋯”
시청자들은 그에 웃었다.
-우리는 원하는대로 안 된다고욬ㅋㅋㅋ
-퍼펙트 스탠다드가 또?
-으음! 오늘 기만숨결은 순도가 좋구요?
-아니 ㅋㅋㅋ 설마 보조직으로도 기만숨결을 할 줄은ㅋㅋㅋㅋ
-전투든 보조든 갓플은 갓플이다 이마리야 ㅋㅋㅋ
자신들이 아는 이경복의 모습이기 때문이었다.
* * *
잔당 섬멸은 금방 끝났다.
멤버들의 실력이 출중하기도 했고 이경복의 분석 버프로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진 덕분이었다.
[Hellafoming Complete!]
섬멸전이 끝나자 시스템 메시지와 함께 컷신이 시작됐다.
“아, 이게 그 신호기인가 보네요.”
멤버들이 신호기를 설치하자 그 뒤로 웜홀이 열렸다.
“오오! 성공하셨군요!”
“전원 스트롱홀드 프로토콜을 개시한다!”
웜홀 너머 과학자들을 비롯해, 대기하던 군인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이윽고 몇 사람 지날 정도의 크기였던 웜홀이 확장되며 차량 몇 대가 드나들 정도가 되었다.
물자와 병력들이 밀려 들어오며 진지를 구축하는 모습과 함께 화면이 전환됐다.
“오, 바로 완성됐나보네요?”
“그렇죠! 여기가 바로 전초기지 ‘스트롱홀드’입니다!”
“아니, 뭐야? 이럴 거면 왜 4명만 보내는 거예요?”
“음, 듣고 보니 이상하구려.”
플레이로 돌아오니 멤버들은 스트롱홀드 내부에 있었다. 데시벨이 꺼낸 의문에 시청자들도 공감을 표했다.
“아, 그건 저기 NPC한테 물어보면 알 수 있긴 한데요. 복잡하니까 제가 간단히 설명 드리겠습니다.”
-WA! 지슨트!
-나름 설정이 있는가벼?
-그냥 4인 플레이 강제하려고 한 게 아니었다?
-트최입 답게 제 역할 해버리기 ㅋㅋㅋ
지놈이 그에 앞으로 나서자 멤버들은 물론 시청자들도 귀를 기울였다.
“일단 지옥에 진입할 수 있는 건 전용 슈트를 장착한 헬라포머스 부대, 저희들 뿐입니다. 그 이유로는 뭐 ‘위상에너지’라는 설정이 있는데요. 쉽게 풀자면, 슈트 없이는 지옥에서 육체랑 영혼이 분리된다는 겁니다.”
“영혼 분리? 아! 지옥이라서요?”
“하지만 이들은 멀쩡하지 않소?”
돌아온 물음에 지놈이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그렇죠! 여긴 지옥이니까요! 그래서 ‘헬라포밍’이라는 절차가 필요한 겁니다. 아까 신호기 기억하시죠? 그걸로 일정 지옥 영역을 현실이랑 같은 위상으로 맞추는 겁니다. 그러면 인류가 지옥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지슨트 설명 간결해서 조아따
-오? 이런 식으로 땅따먹기 하는 거였고?
-난 또 지옥에서 나무 심고 그러는 건 줄 ㅋㅋㅋㅋ
-뭔ㅋㅋ 식목일이냐곸ㅋㅋㅋㅋ
멤버들은 물론 시청자들도 바로 이해했다. 지놈은 그에 가볍게 손뼉을 쳤다.
“자, 설정은 그런 거고 저희에게 중요한 건 따로 있습니다! 바로 영역이 확장되면 인류 쪽은 에너지가 확보되거든요? 그걸로 우리는 테크를 올릴 수 있습니다.”
그는 멤버들을 이끌고 연구실로 향했다. 로드아웃에서 설정한 슈트가 각기 비치되어 있었다.
“자, 원하시는 테크 마음대로 올리고 다시 모이도록 하죠!”
“오! 뭐 올리지? 뭐가 좋으려나?”
“장비를 단련하는 것 역시 중요한 법이지요.”
멤버들이 각기 테크를 살폈다. 이경복도 바로 엔지니어 테크를 확인했다.
“아, 테크도 종류가 또 있네요. 지금은 드론만 열려 있는데 나중에 또 해금될 것 같습니다. 포인트는 5개를 줬네요.”
-드론 내구도 좀 올려두는 게?
-ㄴㄴ 갓플 컨트롤이면 한 대도 안 맞음
-진짜 쿨탐 업글도 필요 없을듯 ㅋㅋㅋㅋ
-ㄹㅇㅋㅋ 차라리 속도 올리는 게 낫지
-스캔 순삭해서 버프 뿜뿜!
-연발사격도 괜찮지 않나?
-또샷또킬이 국룰이라 필요 없을지도?
시청자들이 그에 의견을 제시해주었다. 이경복도 비슷한 생각인바 고개를 주억거렸다.
“네, 속도가 더 낫겠네요. 사격이야 크리 노리면 되니까요. 지금은 전부 다 속도에⋯ 오?”
그는 드론 속도 업그레이드를 연달아 선택했다. 그런데 1포인트를 남겨두고 다음 티어가 해금되는 게 아닌가.
“아, 테크가 5단계 되면 다음 티어가 또 열리는 거네요.”
기존에 1단계였던 속도에 4포인트를 투자한 덕분이었다. 이경복은 그에 새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처럼 미소 지었다.
“이러면 또 얘기가 달라지죠.”
그는 곧바로 남은 1포인트를 사용했다. 채팅창에는 그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
-드론 개수를 추가한다고?
-예비 드론 필요 없지 않나?
-이 형이 이렇게 약한 모습을?
-당신 누구야! 우리 갓플 어디갔어!?
이경복이 선택한 건 드론 개수 추가였다. 보통은 드론이 파괴됐을 때를 대비한 예비용의 개념이지만.
“예비요? 왜요?”
이경복의 기준은 달랐다.
“둘 다 써도 되는 거 아니에요? 두 개 쓰면 스캔이 더 빨리 되잖아요.”
다른 사람들에게는 하나도 버거운 드론 조종이지만 그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ㅔ?
-동시에 드론 2개를요?
-아 맞넼ㅋㅋㅋ 이 형은 두 개 다 조종할듯
-데카코어 보유자 수듄 ㅋㅋㅋㅋ
-하나 보다 둘이 더 낫다, 그게 상식이잖아?
-아니ㅋㅋㅋㅋ 누가 몰라서 안쓰냐구웃!
시청자들은 그에 만족했다.
드론의 개수가 2배가 되었지만.
-이러면 실상 갓플이 둘인 거 아님?
-원쁠원인데 그게 갓플이다?
-셀프 시너지 뭔뎈ㅋㅋㅋㅋㅋㅋ
-무한+무한은 무한이다, 그게 수학이잖아?
-일단 적들 만나면 바로 버프각ㅋㅋㅋㅋ
-퍼이츠www 존재 자체가 버프인www
지옥 개척 속도는 그 이상이 될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