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0화 - 신입 받아라! (6)
헬 스위퍼의 스캔은 끝났지만 여전히 상황은 어려워 보였다. 시청자들은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버프로 펌핑했는데 왜 그대로임?
-이거 퍼뎀으로 버프 들어가는 거라 그런 듯?
-지금 다 장비가 노업글이라 ㅋㅋㅋ
-와씨;; 이거 그냥 잡으려면 종일 걸리것네
-합방이 길어진다고? ㅇㅎㄹㅈㅇ
-아닠ㅋㅋㅋ 노가다만 하면 뭔 재미임ㅋㅋㅋ
멤버들의 장비는 초기 상태였다. 퍼센트로 버프를 받아도 기준 자체가 현저하게 낮으니 큰 효용이 없었다. 물론 그 사실을 당사자들이 모를 리가 없었다.
스캔이 끝나길 기다린 이유는 따로 있었다.
“크리티컬 포인트 보이시죠? 머리 안쪽 윗부분입니다.”
이경복은 혹시 못 봤을 멤버들을 위해 활성화된 크리티컬 포인트를 다시 짚어 주었다.
당연하게도 외피에 둘러싸여 있었기에 외부에서의 공격은 무의미했다.
“위치만 잘 기억해 두시면 됩니다!”
“넵! 확인했슴다!”
“다음 단계로 갈 차례구려!”
“이클 경! 갑니다!”
멤버들은 대답과 동시에 작전대로 두 갈래로 나누어졌다.
지놈은 이클립스와 합류했고, 이클립스는 헬 스위퍼의 주의를 끄는 행동을 중지했다.
“데시벨 님!”
“알고 있슴다! 야 대머리! 이쪽이다!”
그 대신 미끼가 되는 건 데시벨의 역할이었다. 그녀는 신속히 우회하면서 헬 스위퍼에게 사격을 가했다.
덩치가 워낙 큰 놈이라 굳이 숨을 참지 않아도 적중시키는 데 문제가 없었다.
-아닠ㅋㅋ 대머맄ㅋㅋㅋㅋ
-헉!
-헬 스위퍼가 털이 없긴 한데!
-말넘심 ㅠㅠㅠ
-데눈나 어그로 끄는 실력 보소 ㅋㅋㅋㅋ
-이것이 데학원생의 스트레스 발산?
그 도발적인 언행 때문일까. 헬 스위퍼는 자신의 거체를 크게 돌리며 데시벨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에 그녀는 성공에 기뻐하면서도 절로 긴장이 됐다.
‘사부님 설명 들었을 때 될 것 같긴 했는데, 이거 진짜 되나…?’
들은 것과 실천하는 건 다른 법이다. 점점 더 커져 가는 헬 스위퍼의 모습에 그녀는 눈치를 살폈다.
-압박감 ㅁㅊㄷㅁㅊㅇ
-형? 이거 되는 거 맞지!? 그치?
-외피가 두꺼우면 안쪽을 노린다, 그게 상식이잖아?
-작전 자체는 심플한 거신디요ㅋㅋㅋㅋ
-근데 저 대머리는 가까이 있을 때만 입 벌리잖슴!
-까딱하면 꿀꺽이다 이마리야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심정도 그녀와 비슷했다. 이경복은 그 반응에도 자신했다.
“타이밍만 맞추면 됩니다. 너무 부담 가질 필요도 없어요. 꼭 성공해야 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예?”
“안 되더라도 그대로 탈출하면 되죠.”
“아, 그렇긴 하죠.”
데시벨은 자신을 위해 하는 말이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성공하는 편이 더 인정받을 수 있잖아!’
하지만 그녀는 부담을 덜기보다 의욕을 내는 쪽을 택했다. 데시벨은 각오를 다지며 심호흡했다.
“오히려 제 판단이 방해가 되겠어요! 사부님 지시만 듣겠습니다!”
이경복은 그에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았다. 어느새 헬 스위퍼가 시야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가까워졌다.
“계속 쏘세요!”
목적은 유인이다.
이경복의 명령에 데시벨은 제자리에 서서 방아쇠를 당겼다.
-온다! 온다!
-형? 형!?
-아직이니!?
-지금이니!?
-뭐하냐구! 빨리 피하라구!
“입 좀 벌려라아아아아!”
다들 마음 졸이며 지켜보는 와중이었다. 데시벨의 말을 듣기라도 한 듯 마침내 헬 스위퍼가 그 커다란 입을 벌린 순간.
“가요!”
이경복이 신호를 보냈다.
데시벨은 자동반사적으로 몸을 내던지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사부님!?”
정작 이경복이 자신보다 늦게 반응하지 않나. 크게 뜨인 눈이 감겼다 다시 뜨자 그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 자리에는 헬 스위퍼가 바닥을 갈아엎으며 굉음을 터트렸고, 자욱한 먼지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데시벨 경!?”
“살았어요! 대장님은…!”
-????
-설마 늦은 거?
-우리 형이 늦었다고?
-바이탈!
다른 멤버들과 시청자들이 놀라 바이탈을 확인하려는 순간이었다.
“다음 단계 준비하세요!”
그보다 먼저 먼지 속에서 이경복이 태연하게 빠져나오며 소리를 높였다.
“역시!”
“아니, 사부님! 저 진짜 놀랐잖아요!”
“자자! 움직입시다!”
그에 멤버들이 반색하며 바로 행동에 나섰다. 가라앉은 먼지 뒤로 꿈틀거리는 헬 스위퍼의 모습이 보였다.
덕분에 시청자들도 작전의 성과를 알 수 있었다.
-엌ㅋㅋㅋ 이걸 진짜 해버렸넼ㅋ
-청소부쉑 ㅋㅋㅋ 입도 벙긋 못하쥬?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플레이(진짜임)
-배리어로 개구기 씌워버리기 ㅋㅋㅋ
-아아, 퍼펙트 씽크빅의 승리랄까?
헬 스위퍼는 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경복이 공격을 피하기 직전 배리어 장치를 활성화해 던졌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확장된 배리어는 헬 스위퍼의 치악력에 저항하며 입을 벌린 상태를 유지시켰다.
“좋았어요! 이제 크리티컬만 노리면…!”
“아니!?”
“이런…!”
멤버들은 이내 얼굴을 찡그렸다.
놈도 그리 순순히 당하지는 않겠다는 듯 제 몸을 높이 세워 입을 위쪽으로 향하게 했다.
-아 ㅅㅂ 다 됐는데!
-와씨 ㅋㅋ 지렁이 주제에 각을 보네 ㅋㅋㅋㅋ
-그대로 배리어 부서질 때까지 버티시겠다?
-킹치만 이것도 갓플은 예상했쥬?
-ㄹㅇㅋㅋ 이 정도에 무너질 퍼펙트 플랜이 아니다 이마리야
이경복이 이미 상정한 대응이었다. 이에 그는 바로 지시를 내렸다.
“배리어가 오래 버티지는 못 할 겁니다. 두 사람 다 준비 되셨죠?”
“음! 물론이외다!”
이클립스는 주저 없이 대답하며 놈을 향해 달려갔다. 그 뒤를 지놈이 빠르게 붙었다.
“지놈 경! 오시오!”
이윽고 이클립스가 속도를 늦추며 방패를 비스듬히 세웠다. 지놈은 잠시 마른침을 삼켰다. 그에게 주어진 역할이 막중했다.
“드디어 우수대원이 활약할 때가 왔군!”
하지만 그는 프로 방송인답게 쇼맨십을 발휘했다. 지놈이 체중을 실은 순간 이클립스는 바로 부스트를 발동해 뛰어올랐다.
그리고 최고점에 이른 순간.
“지금이외다!”
“이지 봄바!”
지놈은 다시 한 차례 도약해 벌어진 헬 스위퍼의 입을 내려 보았다. 이클립스의 보조를 받고 도약한 덕에 발사각이 확보된 것이다.
-이지 봄밬ㅋㅋㅋㅋㅋㅋㅋㅋ
-무슨 필살기냐곸ㅋㅋㅋㅋㅋ
-제발 그만 입 털고 쏘라구욧!
-배리어 이제 깨진다고!
배리어의 균열이 벌어지고 있었다. 시청자들의 재촉에도 지놈은 신중히 조준을 마친 뒤에야 방아쇠를 당겼다.
퉁하는 소음과 함께 냉동탄이 그 가운데로 쏘아졌다. 쩌쩍하는 소리와 함께 배리어를 중심으로 얼음이 퍼져나갔다.
“오케이!”
일반 유탄으로는 한 번에 처리할 체력이 아니었다. 이에 먼저 안쪽을 냉동시키고 파쇄해서 추가 데미지를 주는 게 작전의 요지였다.
‘유탄을 재장전할 틈이 없어.’
지놈은 허리춤에서 유탄을 잡았다. 그러나 그사이 그의 몸이 추락하기 시작했기에 발사각은 나오지 않았다.
그것이 이 작전의 문제점이었다.
‘원래대로라면 불가능한 일이지만…!’
지놈은 그에 웃으며 유탄을 위로 던졌다. 얼어붙은 표면에 떨어진 유탄은 당연하게도 폭발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문제를 가뿐하게 해결할 사람이 하나 있었다.
“대장니이이이임!”
자신이 맡은 역할은 완수했다. 지놈은 떨어지며 이경복을 불렀다.
“고생했어요, 지 대원.”
이경복의 대답과 함께 지놈의 시야에 드론이 들어왔다. 이윽고 그 작은 몸체에서 나온 총구 하나가 불을 뿜었다.
“캬! 이거지이이이이!”
한 발의 총성에 이어 폭음이 터져 나왔다. 그와 함께 얼어붙은 면이 박살 나며 헬 스위퍼의 머리가 절단됐다.
“와! 사부님! 잡았어요! 진짜 잡았어어어!”
“진짜 잡았… 꺽!”
“지놈 경? 괜찮소?”
이클립스는 추락하는 지놈을 낚아채며 물었다. 그는 기침을 하며 대답 대신 엄지를 세웠다.
-청소부 카뜨!
-(게말콘)(게말콘)(게말콘)
-와앀ㅋㅋㅋㅋ진짜 잡았네ㅋㅋㅋ
-퍼펙트 플랜은 항상 성공한다, 그게 상식이잖아?
-숙청! 숙청! 숙청! 숙청!
-아 ㅋㅋ 이맛에 퍼지데이 보는 거 아입니까!
-스텝 바이 스텝 ㅁㅊㄷㅁㅊㅇ
-뭐예요? 왜 조별과제 엔딩이 아니에요!?
-갓플의 화룡점정 찢었닼ㅋㅋㅋ
시청자들 역시 그 성공에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거봐요, 된다니까.”
이경복은 자신을 보며 기뻐하는 멤버들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물론 다들 할 수 있을 거라 믿고 세운 작전이지만요.”
그 역시 이 멤버가 아니었다면 시도하지 않을 방법이었다.
* * *
멤버들은 전초기지의 브리핑 룸으로 돌아왔다. 미션 클리어 결과가 반영됐는지 홀로그램 지도의 경로가 푸른색으로 변했다.
“어? 뭐지?”
“다른 경로도 색이 바뀌네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선택하지 않은 미션 경로도 색이 푸르게 변했다. 멤버들이 의아해하자 지놈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었다.
“이게 또 헬라포머스만의 특별한 점이죠. 저희가 플레이하지 않은 미션은 그냥 사라지는 게 아니라 NPC들이 수행합니다. 성공과 실패는 확률적으로 결정되죠. 물론 어려운 미션이 성공 확률이 낮습니다.”
그 설명에 멤버들도 시스템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어려운 미션을 하는 게 옳았구려.”
“오, 그러게요? NPC들이면 이번 구출 미션은 실패했을지도 몰라요!”
“그러니까요. 역시 우리 의원님들이 현명한 결정을 내려 주셨네요.”
이경복이 공을 돌리자 채팅창이 들썩였다.
-ㅔ?
-히히 꿀잼 하던 내가 현명한 의원!?
-퍼지데이가 어려운 미션을 수행한다, 그게 현명한 거잖아?
-가장 상식적인 게 가장 현명하다 이마리야
-근데 추놈은 이걸 알면서 쉬운 미션 하자고 한 거?
-소인배답게 대의 보다 자기 목숨이 중요한 거시고?
-추또너는 과학이라니깐!
시청자들이 다시 자신을 놀리자 지놈은 바로 항변했다.
“아니, 님들! 솔직히 생각해 보세요. 나 빼고 다 처음이야, 처음! 잘하실 줄이야 알았는데 설마 헬 스위퍼까지 잡을 줄은 누가 알았겠냐고!”
그에 채팅창은 물론 멤버들도 웃음을 흘렸다. 지놈은 무어라 더 말하려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 잠깐! 맞네, 헬 스위퍼 잡았지!”
뭔가 깨달았다는 듯 그는 홀로그램 지도를 조작했다. 다른 멤버들이 왜 그러나 싶은데 그가 손뼉을 크게 쳤다.
“와! 이거 바로 됐네!”
“뭐가 됐다는 거요?”
“혹시 헬 스위퍼 잡으면 뭐가 있는 거예요?”
그 반응에 멤버들이 더욱 호기심을 지놈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제가 아까 말씀 드렸죠? 저희가 미션 수행하는 동안 NPC들이 다른 미션을 맡는단 말이에요. 근데 이게 헬 스위퍼는 거기서도 확률 출현이거든! 그래서 최종 성공 확률에 영향을 준단 말이에요?”
“아, 어쩐지 헬 스위퍼 스캔 버프에 NPC 대응 성공 확률이 있더라니, 그거 때문이었네요.”
이경복은 헬 스위퍼의 스캔 결과를 되새기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런데 저희가 헬 스위퍼를 잡았다는 거네요?”
“바로 그거죠! 자, 여기 보세요! 헬 스위퍼 스캔으로 NPC 미션 성공률이 15%나 올랐다니까요!?”
그가 미소 지으며 되묻자 지놈이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15%요?! 그럼 많이 높아진 거 아닌가?”
“과연! 인류가 헬 스위퍼의 위협에서 벗어난 덕분이라는 것이구려!”
-옼ㅋㅋㅋ 결과반영 조코조코
-생각보다 시스템이 잘 되어있구연?
-즉.시.갓.겜
-이러면 인류 쪽이 겁나 유리한 거 아님?
-퍼지데이답게 바로 스노우볼 굴려버리기 ㅋㅋㅋ
-안 잡고 갔으면 후회할 뻔 ㅋㅋ
-갓플의 선택도 현명해버렸쥬?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은 진리자너 ㅋㅋㅋ
멤버들과 시청자들 모두 흡족해했다. 지놈은 그에 웃으며 홀로그램 지도를 닫았다.
“아 놀래라! 이건 또 뭐죠?”
데시벨은 웃다가 이내 흠칫했다.지도가 있던 자리에는 검은 실루엣이 홀로그램으로 떠올랐다. 그 물음의 답은 본인에게서 나왔다.
<친애하는 헬라포머스 부대 여러분, U.E에서 전달드립니다. 현재 지구는 여러분의 성공적인 임무 수행에 무척이나 고무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작중 인류 대표들의 전언이었다.
<여러분의 헌신으로 인류는 다시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이번 헬라포밍에 대해 의구심을 가진 이들도 많았지만, 작금의 성과로 그 마음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이에 U.E는 헬라포머스 부대에 추가 예산을 배정하였습니다. 이번 결정이 임무 수행에 도움이 되길 바라겠습니다.>
짧은 전언이 끝났다.
긍정적인 소식이었지만 멤버들의 얼굴에는 물음표가 그려져 있었다.
“추가 예산이요? 여기 올인한 거 아니었어요?”
데시벨이 대표로 그들이 느끼는 의문을 입 밖으로 꺼냈다. 시청자들도 그에 적극 공감했다.
-아니 ㅋㅋ 이거 안 하면 망하는 거 아니었냐구욬ㅋㅋ
-ㄹㅇㅋㅋ 나도 듣자마자 읭? 해버림
-???: 너네 헬라포밍 안 하면 진짜 망한다고!
-버럭하는 개구리가 보인다 보여!
“흠흠, 여기서는 우수대원인 제가 또 설명을 해 드릴 필요가 있겠네요.”
지놈이 그에 가볍게 헛기침으로 주의를 끌었다.
“보셔서 아시겠지만 지구는 에너지난에 허덕이고 있거든요. 그런데 여기서 헬라포밍에 몰빵한다? 그러면 지구가 먼저 망할 처지인 겁니다. 그래서 지금 대표들도 각을 보고 있는 거죠.”
“아, 지금은 약간 찔러보는 단계다?”
“그쵸! 원래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어야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지놈은 이내 손뼉을 치며 화제를 전환했다.
“그런 설정인데 보다 저희에게 중요한 건 뭐냐? 바로 이 예산으로 장비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오, 테크 업그레이드처럼?”
“맞습니다! 헬라포밍 영역 확장으로 동력이 확보되면 테크를 올리고, 예산이 배정되면 더 좋은 장비로 개조하는 식으로 성장해나가는 겁니다.”
그에 멤버들 모두 고개를 주억거렸다.
-퍼지데이가 인자강이긴 한데 장비빨은 또 못 참지 ㅋㅋㅋ
-ㄹㅇㅋㅋ 장비만 좀 좋았으면 헬스위퍼쉑 순삭이었음
-즉.시.개.조
-뭐하냐구! 얼른 가자구!
-핫하! 지옥놈들 과학의 힘 맛 좀 쬐끔만 보거라!
시청자들의 재촉에 멤버들도 막 발을 떼려는 순간 지놈이 제지했다.
“아! 장비 업그레이드 전에 이건 알아두고 가셔야 됩니다.”
지놈은 바로 브리핑 지도를 껐다가 켰다. 그러자 곧 기지 내 조명이 붉게 변하며 밖이 부산스러워졌다.
“이건 비상등이오?”
“아니, 지놈 님? 뭘 하신 거예요!?”
“네? 아니, 제가 뭘 저지른 게 아니라 원래 이런 거예요! 일단 지도부터 봐 주십쇼!”
-데눈낰ㅋㅋ 바로 원흉으로 추놈 지목ㅋㅋㅋㅋㅋ
-데이츠www 추또너에 절여져버린www
-킹치만? 그렇게밖에 생각이 되지 않는 걸?
-근데 진짜 왜 이럼?
-지도에 뭔가 붉은 점이 많아진 거신디요?
시청자들도 멤버들과 덩달아 지도에 집중했다. 인류가 확보한 헬라포밍 영역 바깥에서 붉은 점들이 불어나고 있었다.
“자, 여기서 또 헬라포머스의 특징이 나옵니다. 이게 인류와 지옥의 전쟁이잖아요? 우리가 선빵을 치면 저쪽에서도 카운터가 온단 말이에요.”
“괴물들이 기지를 습격한다는 거네요?”
“이거 숫자가 꽤 상당하구려.”
“으아⋯ 설마 이걸 저희가 다 막아야 되는 거예요?”
지놈은 데시벨의 물음에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전부 막는 건 아니고 일단은 방어에 관련된 미션을 수행할 차례, 디펜스 페이즈로 넘어온 겁니다. 자, 여기 미션 나온 거 보이시죠?”
-오 페이즈가 2개구나
-생각보다 전략적인 요소도 있는 겜이었고?
-ㄹㅇㅋㅋ 약간 턴제 전략인 너낌
-이번 미션은 물자 수송, 진지 구축, 지뢰매설임!
-전부 NPC 보호하고 버티는 미션인듯?
-이런 거도 생각하고 장비 맞춰야겠네
-그럼 방어에 좀 투자해야?
시청자들은 물론 멤버들도 방어에 신경을 쏟았다. 하지만 그 가운데 이경복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었다.
“이거도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되지 않나요?”
“네?”
“어차피 전부 다 처치하면 방어 성공일 텐데.”
그가 내놓은 대답에 멤버들과 시청자들 모두 눈을 껌뻑이다가 웃음을 터트렸다.
“퍼플 경께서는 역시 마음가짐부터 다르시구려.”
“아니, 대장님은 애초에 적을 놓친다는 생각을 안 하신다니까.”
“아, 그렇죠. 사부님은 그러실 수 있죠.”
-방어를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적! 적을 전부 처단한다!
-???: 방어에 성공하려면 공격력을 더 높여야 되는 거 아닌가?
-아 ㅋㅋ 남은 적이 없으면 방어 성공이 맞긴 해 ㅋㅋㅋ
-뭐가 나오든 다 처치해버릴 자신감 ㅎㄷㄷ
-평소의 퍼자감입니다만?
-이게 그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거 맞지?
-뭐예요? 왜 진짜 최선이에요!?
-퍼캄의 면도날이냐곸ㅋㅋㅋ
때로 가장 단순한 해법이 가장 완벽한 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