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1화 - 신입 받아라! (7)
성공적인 미션 수행으로 예산이 추가 됐다. 멤버들은 바로 장비 업그레이드를 위해 자리를 이동했다.
“여기가 정비소입니다. 보시다시피 작업대도 섹션이 구분되어 있죠? 테크 때처럼 다들 개조하고 다시 모이도록 하겠습니다.”
“음, 알겠소이다.”
“제발 좋은 거 있었으면⋯…!”
지놈의 안내대로 멤버들은 각기 작업대로 이동했다.
이경복이 자신의 작업대에 다가서자 스캐너가 그의 몸을 훑었다. 이윽고 작업대가 스스로 움직이더니 드론에 딱 맞는 틀이 생겼다.
“오, 확실히 SF 배경이라 그런지 신기한 게 많긴 하네요.”
-SF는 역시 요런 감성이제 ㅋㅋㅋㅋ
-철컥철컥하는 소리 너무 조쿠요?
-제발 아무 소리도 안 나는 나노머신 좀 그만 써!
-ㄹㅇㅋㅋ 부품끼리 마찰하면서 불똥도 좀 튀고! 기어 윙윙거리고!
-클래식이 괜히 클래식이 아니다 이마리야
그는 곧바로 드론을 꺼내 그 틀에 끼웠다. 홀로그램이 투사되며 가능한 개조 항목을 보여 주었다.
“아, 엔지니어는 드론이 아예 달라지는구나. 일단 총격 대신에 레이저로 바꿀 수 있네요.”
-WA! 레이저!
-아 ㅋㅋ 한번에 쭉 나가는 레이저가 아니네
-원래 탄환보다 뎀지도 적고 사정거리도 짧네?
-뭐예요? 왜 다운그레이드에요!?
-엔지니어라 공업용인듯ㅋㅋㅋ
-아 ㅋㅋ 약한 게 아니라 도트딜이네 ㅋㅋㅋ
-약간 애매하다잉
첫 번째 항목은 ‘레이저 드론’이었다. 탄환을 발사하는 게 아니라 토치처럼 레이저로 지지는 방식이었다.
“오! 배리어도 있네요. 이거는 유용하겠는데요?”
-오 ㅋㅋ 이건 완전 서폿용이네
-개구기 ON!
-근데 용량이 쵸큼;;;
-뭐임? 아까 쓴 소모품의 절반도 안 되네?
-따로 테크 업그레이드 좀 해야 할듯?
-그래도 자가충전이라 계속 쓸 수 있긴 하네
-요거도 좀 애매하다잉
다음은 ‘배리어 드론’이었다. 헬 스위퍼를 공략할 때 쓴 배리어 생성 장치와 기능은 같았다.
새로 해금된 드론의 종류는 이렇게 두 가지였다.
-뭔가 확 업그레이드 되는 느낌이 없네
-ㄹㅇㅋㅋ 그냥 다 아쉬움
-엔지니어 많이 안 하는 이유가 있었네
-아직 초반이라 그런덧ㅋㅋㅋㅋ
-하긴 ㅋㅋ 초반부터 사기 장비 주면 개노잼이지
시청자들은 그에 아쉬움을 표했다. 하지만 이경복은 실망하지 않았다.
“이것도 직접 써보면 다를 수도 있죠. 마침 드론도 2개인데 전부 바꿔보겠습니다.”
그가 선택을 마치자 작업대에서 공구가 튀어나와 자동으로 드론을 분해했다. 신속히 내부 부품이 교체되며 드론 2개 모두 개조가 진행됐다.
그 주저 없는 결정에 시청자들도 걱정을 덜어냈다.
-이 형이면 애매한 거 다 커버 가능하긴 해 ㅋㅋㅋ
-주인이 갓플이라는 것부터 이미 업그레이드 끝판왕 아니냐?
-???: 직접 쓰면 다르다(사람이)
-ㄹㅇㅋㅋ 퍼펙트 컨트롤이면 사정거리 무시 쌉가능이지
이경복은 시청자 반응에 미소 지으며 개조한 드론을 챙겼다.
“아, 제가 가장 먼저 끝났나 보네요.”
작업대를 나왔지만 아직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만큼 그의 결정이 빨랐던 덕분일 터였다.
“오? 사부님! 벌써 끝나셨어요?”
이경복이 개조한 드론을 시범삼아 움직이던 와중 목소리가 들렸다. 2등으로 도착한 건 데시벨이었다.
“네. 개조가 간단하던데요?”
“그쵸그쵸! 우와, 뭐야? 이거 레이저예요?”
“배리어도 있습니다.”
“오오오오! 사부님의 배리어?! 이거 완전 안심인데요!?”
데시벨이 두 개의 드론을 보며 눈이 휘둥그레지자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데눈나 눈 커진 거 커엽ㅋㅋㅋ
-퍼교수님의 연구 결과를 보고 놀란 데학원생.jpg
-아 ㅋㅋ 이래서 대학원생이 만화에서 삐약이로 나오는 구나
-그냥 배리어가 아니라 갓플의 배리어라 안심이 된다 이마리야
-프로리겜러 답게 정확히 봐버리고?
데시벨은 이내 슬쩍 눈치를 살피다 짐짓 헛기침하는 척을 했다.
“흠흠, 사부님처럼 확 바뀐 건 아니지만 저도 개조를 좀 해왔죠.”
“아, 탄창 쪽에 뭐가 달렸네요?”
“역시 사부님! 바로 알아보시네요! 이게 바로 오토 리로드 모듈! 무려 자동 장전장치입니다!”
이경복이 달라진 점을 짚어주자 그녀는 입꼬리를 올렸다.
“이걸 어떻게 쓰는 거냐면요. 어, 그러니까 여기 탄창을 꽂아두면⋯ 아, 거꾸로 인가? 아니, 아니네! 아무튼 짠!”
-허둥지둥잼ㅋㅋㅋ
-아무튼 등판ㅋㅋㅋㅋ
-바로 삐약이 행동ㅋㅋㅋ
-리틀황새면 그럴 수 이찌!
-무슨 USB 끼우냐고 ㅋㅋㅋ
시청자들이 웃음을 흘렸지만 데시벨은 자랑스럽게 총기를 들어 모듈을 보여 주었다.
“이렇게 끼워두고 전투하다가 탄창이 다 떨어지잖아요? 그러면 여기 탄창 배출 버튼 누르면 모듈이 연동이 돼서⋯ 예비 탄창이 짠! 사실상 탄창이 2배가 되는 거죠!”
“오, 이거 확실히 편리하네요. 근데 이러면 게임이 너무 쉬워지는 거 아니에요?”
“아니, 사부님 걱정하지 마세요. 그렇게 쉽게 만들지는 않았더라고요. 이게 장전 실패 확률이 20%입니다.”
데시벨은 그리 말하며 다시 시범을 보였다. 몇 번 더 장전을 시연하자 교체되던 탄창이 중간에 걸렸다.
“아! 이거에요. 잼이라고 하던데? 이렇게 되면 또 수동으로 해야 해서 긴장을 늦추면 안 됩니다.”
-노잼이어야 장전이 된다?
-예스잼 = 어려움
-엌ㅋㅋㅋ 노잼이 쉬워서 재미 없다는 뜻이었네 ㅋㅋㅋ
-알고보니 어겜스 용어였구연?
-온 세상이 어겜스다!
시청자들이 그에 농담을 던지는 사이 3번째 멤버가 도착했다.
“아, 다들 빠르시구려.”
“얼마 안 됐습니다.”
“오, 이클 경! 그 손도끼는 뭐예요?”
이클립스는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제 손에 든 물건을 들어보였다.
“소인은 장비 개조가 아니라 보조 장비를 보급받기로 했소이다. 직접 쓸 수도 있지만 투척도 가능하다오.”
그는 그리 말하고는 위쪽으로 손도끼를 던졌다. 자연스럽게 모두의 시선이 그것을 쫓았다.
“그리고 이 손도끼에는 신묘한 기능이 있소.”
이클립스의 말과 함께 빠르게 날아가던 손도끼가 우뚝 멈추었다. 그러더니 다시 돌아와 그의 손에 안착했다.
“우와! 뭐야? 마법이에요!?”
“아니, SF인데 마법은 아니겠죠.”
“마그네틱 핸드액스라고 하외다. 보다시피 자기력으로 회수할 수 있소이다. 다만, 이 역시 거리가 관건이오.”
-오? 이건 개꿀인것인디요?
-ㄹㅇㅋㅋ 이클 경이면 무조건 전방에 있어서 사정권이지
-킹직히 탱커라도 원딜 하나는 있어야 되긴 해 ㅋㅋㅋ
-한무 투척 ㅎㄷㄷ
-상남자 포스 찢었다 ㅋㅋㅋ
-이클 경, 이번 합방에서 좀 와일드 해질지도?
-야만기사 ㅁㅊㄷㅁㅊㅇ
그렇게 이클립스가 시연을 마칠 즈음 마지막으로 지놈이 돌아왔다.
“어? 뭐야, 내가 마지막이네?”
“아, 지놈 님! 근데 뭐 달라지신 게 없는 것 같은데?”
“어허, 모르시는 말씀! 제가 선택한 건 바로 이것, 비로소 아틸러리가 닉값을 하는 거치형 모듈입니다!”
데시벨의 말에 지놈은 호기롭게 소리치며 모듈을 작동시켰다. 유탄발사기와 접합된 모듈이 철컥거리며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이게 유탄발사기를 곡사포로 바꿔주거든요! 이동은 불가능한데 사정거리가 엄청 넓어집니다. 쉽게 말해 시즈 모드에요, 시즈 모드! 이게 방어전에서는 아주 기가 맥힙니다!”
-오 ㅋㅋ 이거 있었으면 부스트 없어도 헬스위퍼 잡았을덧
-그런데 시간이 좀 걸리네
-이동불가면 완전 후방에서 써야 되는 거 아님?
-킹부러! 어떻게든 전방으로는 안 가려고!
-추놈행동 너무 확실하고?
시청자들이 바로 이해하고 놀리자 지놈은 당당히 답했다.
“아니, 아틸러리가 전방에 나가는 게 오히려 민폐에요. 유탄 스플댐에 이클 경이 맞을 수도 있는 거 모릅니까? 아틸러리는 뭐다? 선제타격이 중점이다, 이 말입니다!”
이내 그는 다른 멤버들에게 눈을 돌리며 물었다.
“자, 다른 분들은 뭘 바꾸셨어요?”
“어차피 뒤에서 보실 텐데 직접 보면 될 것 같은데요?”
이경복이 그에 장난스럽게 대꾸하자 다른 멤버들도 그에 동조했다.
“아, 맞네요. 저희는 이미 이야기를 다 끝내서.”
“하기야 지놈 경은 여유가 있겠구려.”
“아잇! 대장님!? 다른 분들까지 왜 그러세요, 진짜!”
지놈이 그에 분위기를 맞추자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의구현 조아따 ㅋㅋㅋ
-추이츠www 동료들도 등을 돌린www
-데눈나랑 이클경 반사신경 보소 ㅋㅋㅋㅋ
-블랙부대 퍼지데이 ㅎㄷㄷ
-눈치 못 챙기면 살아남을 수 없다곸ㅋㅋㅋ
그에 멤버들 모두 웃었다. 이경복은 가볍게 손짓하며 말을 맺었다.
“당연히 농담입니다. 가면서 설명하죠.”
* * *
디펜스 페이즈의 3가지 미션.
시청자들은 그중 가장 어려운 ‘지뢰매설’ 미션을 선택했다.
-97% 투표율 뭔데 ㅋㅋㅋㅋ
-예스잼 = 어려움 공식에 입각한 결정입니다만?
-퍼지데이가 어려운 걸 맡아야 전쟁에서 이긴다구욧!
-아 ㅋㅋ 우리 재미있으려고 선택한 게 아니라 다 인류를 위해서라고 ㅋㅋㅋ
선택하지 않은 다른 미션도 NPC들이 수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니 최고난이도 미션 선택의 명분은 더욱 강해졌다.
“어려운 일은 아니야, 긴장하지 말자. 작업만 마치고 돌아오면 돼⋯”
“이 임무가 무사히 끝나면 그녀에게 고백하겠어⋯!”
“모두 살아서 돌아가자!”
“헬라포머스 부대의 위명은 알지만⋯ 부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미션 시작과 더불어 두런두런 떠드는 NPC 공병들 중 대표가 멤버들에게 말했다.
“음음! 물론이죠! 저희가 미션 포인트까지 호위하고, 지뢰 매설 끝날 때까지 보호하면 되는 거죠?”
“맞습니다. 복잡한 미션은 아니에요.”
“흠, 뭔가⋯ 다들 불길한 말을 하고 있구려.”
멤버들은 공병들을 보호하는 대열을 꾸리고 출발했다. 시청자들은 NPC 대사에 실소를 흘렸다.
-아니 ㅋㅋㅋ 진짜 대놓고 플래그잖슴
-???: 대장님, 이 일 끝나면 맥주라도 사시는 겁니까?
-???: 맥주로 되겠어? 트하하하하!
-사망 플래그 멈춰!
-제발 그냥 속으로 생각하라곸ㅋㅋㅋㅋㅋ
-그래도 퍼지데이한테는 안 어렵쥬?
-사망 플래그는 퍼펙트 플래그가 막는다 이마리야
지놈이 그에 가볍게 혀를 찼다.
“아이고, 내 이럴 줄 알았지. 우리 의원님들이 또 모르시는 게 있습니다.”
“모르는 거요?”
채팅창에 떠오르는 물음표를 대변하듯 이경복이 물었다. 지놈은 그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게 미션 내용이 시스템 메시지에 나온 게 전부가 아니거든요.”
“어? 그래요? 혹시 추가 미션 같은 게 생긴다던가?”
“뭐, 그런 것도 나중에는 생기긴 할 텐데 지금은 아니고. 그보다는 상황 설명이 좀 미흡하다는 게 옳겠네요.”
앞서가던 데시벨이 눈을 돌리며 묻자 지놈은 잠시 고민하다 덧붙였다.
“음, 이건 스포라기보다는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니까 미리 말씀드릴게요. 이게 지뢰 매설 작업이 끝날 때까지 무슨 무적 버프가 생기는 건 아니잖아요?”
“아, 그렇죠.”
“그래서 전투 도중에 잘못하면 지뢰가 터지는 경우도 있거든요. 미션에서는 공병들만 지키라고 했지만, 사실 지뢰도 지켜야 됩니다.”
-오? 생각해 보니 그르네?
-공병 지키다가 지뢰 다 터지면 소용없지 ㅋㅋㅋ
-지뢰매설 미션 성공!(지뢰없음)
-아 ㅋㅋ 그래서 어려운 미션이었던 거였고?
-무지성 플레이 하면 안 되겠네 ㅋㅋ
-그건 어느 게임이나 마찬가지 아니냐 ㅋㅋㅋㅋ
시청자들과 멤버들 모두 그 설명을 이해했다. 하지만 그들은 걱정하지 않았다.
“그래도 저희는 사부님이 계시니까 괜찮지 않을까요?”
“맞소이다. 퍼플 경의 색적능력이 있다면 그런 불상사는 없지 않겠소?”
레이저와 배리어 드론으로 개조했다지만 기본적인 탐사 능력은 변하지 않았다.
지금도 이경복은 2개의 드론으로 주변 지형을 정찰 중이었다.
“흠흠. 이건 함구하겠습니다. 스포가 될 수 있어서.”
지놈은 더 설명하지 않았다.
덕분에 호기심은 더욱 커졌지만 다행히 주의는 다른 곳으로 돌아갔다.
“적습입니다.”
본격적인 보호 임무가 시작됐다.
멤버들은 몇 차례의 습격을 받았지만 다행히 큰 문제는 없었다. 오히려 시청자들은 즐거워했다.
-연습상대 너무 조코?
-캬 ㅋㅋ 업글하니까 티가 확 나네
-진짜 이클 경 도끼투척 개간지 ㅋㅋㅋㅋ
-데눈나도 한 큐에 다 쏴버리네 ㅋㅋㅋㅋ
-공병들 퍼펙트 배리어 넘모 든든한 거시고?
-추놈 시즈 모드는 나올 틈이 없넼ㅋㅋㅋ
-역시 꿀빠는 게 맞았고?
나타난 적들이 바뀐 장비 환경에 적응하도록 도움이 된 덕이었다. 그에 데시벨은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지놈 님이 괜히 겁주시려고 한 거 같은데요? 이제 저도 그렇게 쉽게 안 속거든요?”
이경복은 그에 웃으면서도 손을 내저었다.
“그래도 지 대원이 안전에 관한 걸로 농담을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긴장은 늦추지 말아요.”
“아, 넵! 물론입니다, 사부님!”
“옳은 말이오. 본격적인 적습은 임무 장소에 도착하면 시작할 것 같구려.”
그 대화에 지놈은 과장스럽게 입술을 삐죽였다.
“아니, 진짜 아는 내 말보다 왜 대장님 말을 더 잘 들으시는 거지?”
“지놈 경이 우리 입장이라면 다를 것 같소?”
이클립스가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되묻자 지놈은 눈을 굴리더니 고개를 주억거렸다.
“음, 하기야 우리 퍼대장님 말이 더 믿음직스럽긴 하겠네요. 나라도 믿을 듯.”
-아닠ㅋㅋ 왜 본인이 본인을 못 믿는뎈ㅋㅋㅋ
-???: 자신을 믿었음? 추놈킥!
-통수의 극의! 스스로를 배신한다!
-추적추 뭔데 ㅋㅋㅋㅋㅋㅋ
-공신력은 갓플이 압승이지 ㅋㅋㅋㅋ
그에 다들 웃는 사이 이경복은 미니맵을 확인하고 말했다.
“자, 미션 포인트에 거의 다 왔습니다.”
그 말대로 얼마간 더 걸어가자 다른 곳보다 길목이 좁은 협곡지역이 나왔다.
“사상자 0명! 이상 무!”
“헬라포머스 부대 명성은 진짜였어!”
“이대로라면 아무 문제없겠는걸?”
NPC 공병들이 기뻐하며 분주히 움직였다. 그들은 바로 매설 작업을 개시했다.
“음, 확실히 적들이 이쪽으로 온다면 꽤 큰 피해를 입겠소이다.”
“여기서 쾅! 터지면 뭐 바로 끝이죠!”
“저는 일단 미리 시즈 모드 박아두겠습니다.”
멤버들도 그에 따라 바로 경계태세에 들어갔다. 이경복은 감각에 집중하며 적들의 위치를 살폈다.
이윽고 미니맵에 붉은 점들이 증식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협곡 쪽에서 오네요.”
적들이 오는 방향은 좁은 협곡이었다. 그에 데시벨과 이클립스는 안도했다.
“그리 어렵지 않게 막을 수 있겠소이다.”
“여기가 방어에도 유리한 장소라서 금방 처리하겠는데요?”
그러나 그들과 달리 이경복은 눈가를 찌푸렸다.
‘뭔가 더 있는데?’
이질적인 위협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방향은 지금 몰려오는 적들이 있는 쪽이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면 높이가 달랐다.
“위쪽에도 적이 있습니다!”
이경복은 바로 드론의 스캔 방향을 돌려 표시했다. 높다란 절벽 위에도 붉은 점이 불어났다.
-헐? 뭐임?
-오히려 매복하고 있었던 거?
-아니;; 근데 저긴 내려올 경사가 아닌것인디요?
-저기서 내려오면 그냥 추락하는 거 아님?
시청자들은 어리둥절했지만 실제로 위쪽을 바라본 멤버들은 상황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저게 뭐야? 익룡?”
“공중에서!?”
“아, 제가 어렵다고 했잖습니까. ‘애시드 윙’이라는 놈들이에요! 산성액을 뱉으니까 조심하세요!”
지놈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애시드 윙들은 강하하며 녹색 점액을 뱉어냈다.
“우, 우와아아아악!”
“공습이다!”
“다들 피해!”
공병들이 그에 기겁하며 소리를 높였다. 한 박자 늦게 데시벨이 대응사격을 했지만 탄환으로는 점액을 제거할 수 없었다.
“방어는 신경 쓰지 마시고 적을 노리세요!”
그러나 그 점액이 땅에 닿는 일은 없었다. 이경복의 배리어 드론이 빛을 발하며 공격을 차단했다.
-퍼펙트 배리어 ON!
-아닠ㅋㅋㅋ 컨트롤 진짜 미쳤넼ㅋㅋ
-와씨 ㅋㅋ이걸 핀포인트로 막아버리네 ㅋㅋㅋ
-배리어 소모 효율 ㅁㅊㄷㅁㅊㅇ
-낭비가 없다, 그게 퍼펙트잖아?
공격이 차단되자 도망치려던 공병들도 다시 작업에 착수했다.
“어서 서둘러!”
“다들 헬라포머스를 믿으라고!”
“위를 보지 마! 아래만 봐!”
지놈이 그에 미소 지으며 곡사포를 발사했다.
“이야, 역시 대장님이시네! 이클 경, 저희는 싹쓸어다스나 합시다!”
둔중한 포격음과 함께 포탄이 포물선을 그렸다. 그것은 몰려오는 헬하운드 무리 가운데 떨어지며 폭발을 일으켰다.
퍼지는 폭연 속에서 달려 나오는 놈들의 앞에는 날카로운 도끼날이 날아들었다.
“공중은 데시벨 경이 맡아주시구려!”
“물론이죠!”
이클립스가 손도끼를 회수하며 자리를 고수하는 사이 데시벨은 총구를 하늘로 향했다.
연이은 총격에 하늘을 맴돌던 애시드 윙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바로 분업 딱딱 해버리기 ㅋㅋ
-초반에 잠깐 놀랐지만 역시 퍼지데이고?
-아 ㅋㅋ 비행을 하든 말든 숙청은 피할 수 없다 이마리야
-공습차단하니까 완전 편하쥬?
-갓플의 배리어 너무 든든하다아앗!
시청자들은 우위를 보이는 전투 양상에 안도했다. 멤버들 중 여유로운 지놈이 그에 동조했다.
“아니, 나 혹시 몰라서 배터리 소모품 챙겨왔는데. 진짜 대장님이 너무 잘하셔서 쓸 일이 없네. 어떻게 이 와중에 스캔에다가 딜까지 넣으시지?”
이경복은 방어에만 전념하는 게 아니라 레이저 드론으로도 애시드 윙을 견제하고 있었다.
그제야 시청자들도 깨달았다.
-아 ㅋㅋ 하늘이 시뻘개서 티가 안 나네
-드론 캠으로 보면 잘 보임ㅋㅋ
-와 ㅅㅂ 지금 2개 동시 컨트롤 맞음?
-무친ㅋㅋㅋ 눈을 지져버리네ㅋㅋㅋ
-이러면 사실상 2인분 아니냐?
-ㄹㅇㅋㅋ 알고 보니 5인 팀게임이었네 ㅋㅋㅋ
-엔지니어 누가 구리다고 했음?
-손님? 이건 퍼펙트 엔지니어에욧!
이경복은 1인이지만 그의 영향력은 다인분이었다.
* * *
멤버들의 대응에 지뢰 매설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작업 완료!”
“마지막 지뢰 매설 끝났습니다!”
“이제 후퇴해야 합니다!”
마침내 모든 작업이 끝나자 공병들이 신속히 소리를 높였다.
-오잉? 벌써 끝났어?
-아 ㅋㅋ 방해가 없는데 왜 시간이 걸리겠냐고
-서로 합이 너무 잘 맞아버리고?
-빈틈이 하나도 없다, 그게 퍼지데이잖아?
시청자들은 그에 놀라며 흡족해했다. 멤버들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이제 미션 클리어에요!? 아, 아니네. 탈출까지 해야 되는구나!”
“그래도 끝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소이다. 놈들도 도망을 치는구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완전히 사라지고 돌아가면 되겠습니다.”
미션이 끝나가기 때문인지 적들이 뒤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다들 안도하는 와중 이경복만 눈을 껌뻑였다.
“음, 그냥 보내는 것보다는 다 잡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데요.”
이대로 돌아가도 미션은 성공이었다. 하지만 직감적으로 적들을 전부 처리하는 게 더 좋다는 느낌이 들었다.
“퍼플 경, 추격을 하겠다는 거요?”
“아니, 대장님. 지상은 그렇다 쳐도 애시드 윙은 어쩌시려고요?”
“어⋯ 제가 웬만하면 사부님 말씀에는 따르는데요. 사정권에서 벗어나 버리면 방법이 없지 않나요?”
반면 멤버들은 그에 조심스럽게 거절의견을 내비쳤다. 지상의 적들이라면 모를까 하늘을 나는 애시드 윙을 잡을 도리가 없지 않나.
“물론 방법이야 있죠.”
“⋯네?”
“안 된다고 생각하면 없지만 된다고 생각하면 또 있습니다. 이건 우리 의원님들도 알아두시면 좋을 것 같네요.”
-??????
-방법이 있다고요?
-뭐지? 대체 무엇을 암시하는 것이지?
-퍼펙트 씽크빅이 또?
-퍼교수님 강의 ON!
-갓플류 꿀팁 나오나욬ㅋㅋㅋ
시청자들은 그에 의아해하면서도 기대를 내비쳤다. 이경복은 바로 지시를 내렸다
“지상은 이클 경과 지대원에게 맡기겠습니다. 데시벨 님은 제 말만 잘 따라주세요. 거리가 멀어지니까, 설명은 가면서 드리겠습니다.”
멤버들이 그에 눈빛을 교환하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넵, 사부님! 분부만 내려주십쇼!”
“뭐, 어차피 다 이긴 마당인데 안 될 거 없죠!”
“알겠소이다. 퍼플 경의 생각이 궁금하기도 하구려!”
채팅창도 그에 적극 공감했다.
이에 멤버들이 출발하자 오히려 당황한 건 공병들이었다.
“어, 어딜 가시는 겁니까!?”
“그쪽 방향이 아닙니다!”
“일단 따라가야 해!”
공병들을 꼬리에 달고 추격전이 시작됐다. 시청자들은 그 모습에 웃음을 흘렸다.
-아닠ㅋㅋㅋ 이거 맞아?
-인류가 쫓고 괴물들이 도망친다, 그게 헬라포밍이잖아?
-NPC 당황잼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어처구니 없긴 할듯 ㅋㅋ
-싹쓸어다스 해야 된다구웃!
지상은 이클립스와 지놈의 공격으로 문제가 없었다. 이경복은 애시드 윙과의 거리를 가늠하고 미소를 지었다.
“데시벨 님, 사정권에 오면 맞추실 수 있죠?”
“네? 아! 물론입니다! 사부님이 알려주신 사격술인데요!”
“좋습니다.”
그녀의 당찬 대답에 이경복은 손을 움직였다. 배리어 드론이 그녀 앞으로 날아왔다.
이경복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날개가 없다고 못 나는 건 아니잖아요?”
“네?”
데시벨은 뭔 소린가 싶었지만 곧 그의 말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타세요.”
우웅하는 진동과 함께 드론 위에 평탄한 배리어가 형성되는 게 아닌가.
“⋯설마 여기에요?”
데시벨의 눈이 더욱 커졌다.
이해는 했지만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다.
“퍼플 경?”
“어, 데시벨 님 파이팅!”
그 제안은 지상의 적을 처리하던 이클립스와 지놈마저도 순간 눈을 돌릴 정도였다.
“아니, 진짜요!?”
“예, 간단하죠? 우리 의원 님들도 다 따라하실 수 있는 방법입니다.”
당연하게도 지켜보던 시청자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휴먼의 드론화 ㅎㄷㄷ
-형? 우리는 전투병력이 아니야!
-ㄹㅇㅋㅋ 절대 안 따라하지
-이것은 데눈나의 몫으로 남기겠습니다^^
-킹러분이 아니라 데학원생이 할 일이쥬?
-드론을 준비한다 > 데학원생을 태운다 > 애시드 윙을 잡는다
-WA! 쓰리 스텝!
-이거 완전 냉장고에 코끼리 넣는 법 아니냐 ㅋㅋㅋ
-제발 데학원생 굴리는 걸 멈춰주세요 ㅠㅠㅠ
-데눈나 난다요!?
다만 시청자들은 당사자가 아니라 흥미진진할 따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