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473화 (473/491)

473화 - 신입 받아라! (9)

부대 정비까지 끝마친 멤버들은 다시 모였다.

“오, 대장님, 터렛으로 가시기로 하셨구나?”

“네, 새로운 경험이 될 것 같아서.”

“퍼플 경께서는 시야가 넓으시니 위치 선정도 잘하실 것이외다.”

“그쵸, 사부님 하면 또 퍼펙트 아이시잖아요.”

이경복의 터렛을 확인한 멤버들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내 그들은 바로 방어전을 시작하기로 했다.

“아, 컷신이 있네요?”

“감시초소인가?”

“맞습니다. 여기가 이번 방어전의 전선이니까요.”

“흠, 사람들 얼굴이 그리 밝지는 않구려.”

감시초소와 진지에 배치된 NPC 군인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밖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빨리 반격해올 줄이야…”

“젠장, 이것들 지능은 그냥 짐승들 아니었나?”

“서로 다른 종인데 이렇게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이다니 이해가 안 되잖아.”

“여긴 지옥이야. 지구의 상식이 통용될 거라 생각지는 말자고.”

겉으로는 덤덤했지만 담배를 태우는 손이 떨리고 있었다.

“…우리가 방어 시스템 구축 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

“그딴 생각 하지 마. 우리는 군인이라고. 그냥 시키는 대로만 하면 끝이지.”

“젠장, 그게 만약 죽으라는 명령이면? 여긴 어디까지나 ‘감시’초소라고! 그 흔한 터렛 하나 없는!”

감시초소에는 별다른 방어 시설이 없었다. 이름 그대로 적들의 동태를 ‘감시’하기 위한 장소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뭐 어쩔 건데? 도망치기라도 할 거야?”

“다들 진정해. 사령부가 여길 버린 것도 아니잖아? 물자도 보급해줬고 진지까지 만들었어. 방어 시스템도 지금 작업 중인 거 안 보여?”

“그걸 누가 몰라? 그때까지 우리가 살아있느냐가 문제잖아…!”

뒤늦게 사령부 쪽에서 보강 작업을 지시했지만 적들이 그 사정을 이해하고 기다려 줄 리는 만무했다.

-아 이것도 버티는 게 승리조건인가 봄?

-방어 시스템 완성되면 못 뚫나 보네 ㅋㅋㅋ

-이미 퍼지데이라는 시스템이 있습니다만?

-ㄹㅇㅋㅋ 퍼지데이 부대가 나가면 완승이자너 ㅋㅋㅋ

시청자들은 물론 멤버들도 그 대화를 통해 방어전의 목표를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NPC들은 시청자들처럼 여유를 부릴 수 없었다.

“방어선이 무너지면 이미 늦었어. 다들 설명 들었잖아? 헬라포밍이 해제되면 우리 영혼은 지옥에 남게 된다고!”

“…죽으면 지옥 확정이라.”

“쯧, 우리도 그 특수 슈트라는 게 있었다면 좋을 텐데…”

“지금은 군법이 문제가 아니야.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어떻게든 빠지는 게 낫다고.”

그들은 혀를 차며 담배를 털어냈다. 그 암울한 분위기와 함께 멤버들의 시야에 작은 천칭이 나타났다.

“어, 이거 뭐야? 저만 저울 보여요?”

“아뇨, 저도 보입니다.”

“양쪽에 무게추가 있소이다. 군인과 악마로 보이는 구려.”

“이건 뭐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다들 눈치채셨죠?”

군인과 악마 형상의 무게추가 각 저울 위에 있었다. 두 저울은 미동도 없이 수평을 이루고 있었다.

-아 ㅋㅋ 이거 양쪽 진영 사기를 보여주는 거네

-엥? 우리 쪽이 올라가는디요?

-NPC들이 겁먹어서 그런 듯?

-으아니! 시작부터 왜 이래욧!

-시작부터 불공평한 것이고?

시청자들 반응에 지놈이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

“에이, 당연히 불공평하죠. 전쟁이란 게 원래 평등한 조건에서 하는 건 아니잖아요? 하지만 섣부른 판단은 금물입니다. 일단 끝까지 보시죠!”

다들 무슨 말인가 싶은 와중이었다. 갑자기 군인들이 술렁거렸다.

“잠깐, 저길 좀 봐!”

“저들이 그…?”

“헬라포머스 특수부대다…!”

“확실히 엄청나군.”

화면 속 멤버들이 안드로이드 부대를 이끌고 나타났다. 군인들의 표정이 그에 조금씩 밝아졌다.

“단 4명으로, 어떤 지원도 없이 전초기지 구역을 확보했다고 들었어.”

“말 그대로 지옥행인데 정말 대단한 용기였지.”

“이 감시초소를 지은 공병 녀석들한테 들었는데, 헬라포머스가 자기 목숨을 구해줬다더라.”

“아! 그건 나도 들었어. 헬하운드 무리에 헬비스트까지 있었는데 사상자가 1명도 없었다던데?”

“그게 문제야? 모두 탈출시키고 헬 스위퍼까지 제거 했다고 사령부에서도 공지를 했었잖아!”

언제 암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냐는 듯 그들은 흥분한 목소리로 떠들었다. 그와 함께 군인 쪽 저울 위에 무게추가 늘어나며 다시 수평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래, 맞아! 사령부에서는 이번 방어전도 안심하라고 했지. 지뢰를 이미 설치해뒀다고.”

“그것도 헬라포머스 부대 덕분이라고 했어. 그 작업에 투입된 공병들 중에 다친 사람 하나 없었잖아?”

“그때 나타난 괴물들까지 싹 다 처리해버렸다던데?”

“맙소사, 이정도면 헬라포머스가 오히려 괴물인 거 아니야?”

“괴물은 너 생긴 게 괴물이지.”

“뭐? 이 자식이 진짜…!”

군인들은 이제 농담마저 던지며 웃음을 흘렸다. 저울에 추가 더욱 더해지며 처음과는 완전히 반대로 기울어졌다.

이에 시청자들은 지놈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야씨 ㅋㅋㅋ 여기서 니얼굴을 시전하넼ㅋㅋ

-퍼지데이 부대 업적이 소문이 다 나버렸고?

-킹직히 이거는 모를 수가 없짘ㅋㅋㅋ

-아 ㅋㅋ 미션 결과가 여기서도 반영되는 거였네

-불공평(유리)

-지옥 쪽에 불공평한 거였냐곸ㅋㅋㅋ

-사탄 : 밸런스 왜 이럼?

-사탄도 킹리둥절해버리기 ㅋㅋㅋ

멤버들도 그에 웃음을 흘렸다.

“아, 이래서 미션을 잘 수행해야 하는 거네요?”

“기사라면 마땅히 해야 할 일이지만, 전략적으로도 중요한 임무였소이다.”

“아니, 전 지놈 님이 불공평하다기에 뭔가 했네. 또 속을 뻔했잖아요!”

“에헤이, 또 그렇게 몰아가신다. 저는 그냥 스포 방지를 위해 말을 안 한 거예요!”

그 사이 헬라포머스 부대가 초소에 가까워지자 누군가 소리를 높였다.

“우리의 희망, 헬라포머스!”

“헬라포머스 만세!”

“인류를 위하여!”

외침은 이내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비단 군인들만이 아니라 채팅창에도 그 말이 도배됐다.

-ㅎㄹㅍㅁㅅ!

-포 디 맨카인드!

-아닠ㅋㅋㅋ 너무 부담주는 거 아니냐곸ㅋㅋㅋㅋ

-킹치만 믿음직스럽쥬?

-ㄹㅇㅋㅋ 나였으면 도돌이표 쌉가능이지

이경복은 그 반응에 웃으며 멤버들을 격려했다.

“자, 그럼 기대에 부응해봅시다.”

실망은 퍼지데이와 가장 거리가 먼 단어였다.

*       *       *

컷신이 끝나고 조작이 가능해지자 지놈은 바로 말을 꺼냈다.

“전체적인 오더는 퍼대장님이 해주시는 걸로?”

“음, 찬성이오.”

“실력으로나 상황으로나 사부님이 하시는 게 맞죠!”

다른 멤버들이 바로 동조했고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건 부대가 없는 갓플이 해야지 ㅋㅋㅋ

-게다가 데카코어라서 여유여유다 이마리야

-우리 형이 또 한 전략 하그등요?

-아 ㅋㅋ 빅픽쳐하면 갓플이자너

-대장이 지시를 내린다, 그게 상식이잖아?

-고건 맞짘ㅋㅋㅋㅋ

이경복도 그에 웃으며 수긍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다들 잘 부탁할게요.”

그는 바로 미니맵을 열고 위치를 짚어주었다.

“일단 적 주요 침입 경로는 저희가 지뢰를 매설했던 협곡입니다. 그런데 양쪽에 또 샛길 같은 게 있어요. 아마 이쪽에서도 소규모로 적습이 올 것 같습니다.”

그가 가볍게 손가락을 움직이자 미니맵에 지놈과 이클립스의 아이콘이 표기됐다.

“두 분은 협곡을 맡아주세요. 아마 이쪽에서 헬비스트 같은 대형 괴물들이 같이 올 겁니다. 샛길 쪽으로는 들어올 수 있는 크기가 아니니 이쪽은 헬하운드만 나오겠죠.”

“음음, 알겠소이다.”

“옛썰! 여기에 시즈 박겠습니다!”

두 사람의 대답에 그는 데시벨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번에는 데시벨 님이 바쁘게 움직여주셔야겠습니다.”

“제가요?”

“예, 샛길도 샛길인데 애시드 윙이 또 있잖아요? 공중대응에도 신경을 써주셔야 할 거예요.”

“아, 넵! 지시만 내려주십쇼!”

“네, 데시벨님은 여기 중앙에서 대기하다가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걸로 하죠.”

-깔끔하니 조쿠욘?

-정리 바로바로 되는 거 보소 ㅋㅋ

-결국 또 바빠진 데학원생 ㅋㅋㅋㅋㅋ

-아아, 그것이 데학원생이니까(끄덕)

-제발 현실 고증을 멈춰주세욧!

-그 와중에 추놈 시즈 박고 꿀빠네 ㅋㅋㅋ

-아옼ㅋㅋ 필요한 건 아는데 왜 심술나지?

-그저 희생하시는 이클 경ㅠㅠㅠ

시청자들도 그 지시에 만족했다. 멤버들이 바로 지정된 장소로 이동했고, 이경복도 바로 드론을 띄웠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투 개시의 신호가 터졌다.

“대장님! 지뢰 폭발입니다!”

“생각보다 화력이 강하구려!”

매설해둔 지뢰가 폭발하며 거대한 폭음과 함께 땅이 흔들렸다. 그 효과는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명백했다.

-캬 ㅋㅋㅋ 빨간점들 싹 지워지는 거 보소 ㅋㅋㅋㅋ

-이게 진짜 트랩이지 ㅋㅋㅋ

-공병들 살린 보람이 있었고?

-가장 어려운 미션이었는데 이 정도는 당연한 거 아님?(진짜모름)

-기선제압 ㅁㅊㄷㅁㅊㅇ

이경복은 그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바로 지시를 전달했다.

“이클 경, 지 대원 근접 보호 말고 부스트로 입구를 틀어막으세요. 지 대원은 선 유탄 발사 후 시즈 모드로 전환합니다.”

“맡겨주시오!”

“아, 마침 저도 그렇게 하려고 했습니다!”

두 사람의 부대는 바로 교전을 개시했다. 이경복은 드론을 컨트롤하며 데시벨에게 지시를 이어갔다.

“양쪽 샛길에서 별동대 확인. 제가 우측을 맡겠습니다.”

“네?! 사부님 혼자서요? 아, 괜찮겠구나. 바로 이동하겠슴다!”

“예. 우측에서는 거기까지 드론 탐색 범위가 안 닿으니 현장판단은 맡기겠습니다.”

-아 ㅋㅋ 지금 누굴 걱정하시냐구요

-데눈나 바로 퍼펙트 상식 탑재해버렸쥬?

-타워디펜스 ON!

-괴물쉑들 갓플 지금 간다 ㅋㅋ 딱 대라 ㅋㅋㅋ

이경복은 도착과 동시에 이번 방어전에서 새로 지급받은 서류 가방 형태의 건설용 로봇을 던졌다.

이어 가방이 펼쳐지며 개틀링 터렛의 홀로그램 청사진이 투사되며 건설이 시작됐다.

“여기서 그냥 끝나기를 기다려도 되지만 건설시간을 앞당길 수도 있다고 했거든요!”

이경복은 드론을 조종했다. 청사진에 표기되는 지점을 실제로 찾아 스캔하면 건설이 더 빨라졌다.

-?????

-와씨 ㅋㅋㅋ 개빨리 찾는다 진짜 ㅋㅋㅋㅋ

-아니 ㅋㅋㅋ 뭐 나타났다가 바로 사라지네 ㅋㅋㅋㅋ

-3D 모델인데 저게 한 눈에 들어온다고?

-퍼펙트 아이가 또?

-반응속도 뭔데에에에!

-사실 이게 원래 건설 속도인 건?

-ㅇㅇ 갓플한테는 이게 기본 속도임

-아니 ㅋㅋ 이거 앞당겨도 최소 3분은 걸리는 건뎈ㅋㅋㅋ

터렛의 완성은 30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 이경복은 완성된 터렛을 이리저리 살피며 파악했다.

헬하운드 별동대가 나타난 건 그 이후였다.

“자, 그럼 어디 성능 좀 볼까요?”

이경복이 가볍게 운을 뗀 순간 헬하운드가 으르렁거리며 덤벼들었다. 하지만 그 습격은 무의미했다.

-키이이잉 소리 너무 좋쿠요?

-갈갈갈갈갈갈!

-캬 ㅋㅋㅋ 이게 화력이지!

-아니 생각보다 너무 센데?

-오토 타겟이라 편하기까지 하네 ㅋㅋㅋ

-엔지니어 사람들이 많이 안한다고 너무 버프해준 거 아님? ㅋㅋ

터렛이 뿌리는 화망에 헬하운드는 빠르게 쓰러졌다. 시청자들은 그 모습에 즐거워했지만 이경복은 살짝 눈가를 찌푸렸다.

“으음, 그렇게 좋은 건 아닌 것 같은데… 반응속도가 좀 느리지 않나요?”

그의 말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번졌다. 이경복은 대신 손을 움직여 터렛의 조종체계를 바꾸었다.

“후발대는 제가 수동으로 처리해보겠습니다. 이게 아이트래킹도 지원을 해주더라고요. 사격이야 자동이니까 문제없을 겁니다.”

설정을 마치자 아래로 향해있던 총구가 다시 올라왔다. 그리고 이경복의 시선을 따라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또 다른 무리가 도착한 순간 시청자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

-아닠ㅋㅋㅋㅋ 미쳤냐고ㅋㅋㅋㅋ

-터렛으로 또샷또킬이 된다고?

-한 번에 크리티컬 포인트를 다 잡아냈다!?

-와 ㅅㅂ 진짜 끊어치기 예술이네

-이게 어떻게 개틀링?

총성은 연이어 들려왔지만 그 횟수는 적들의 숫자를 넘지 않았다. 그 정확도는 물론 조준 속도도 자동 사격에 비해 월등했다.

“아, 이거 이상하게 재미있네요. 눈에서 레이저가 나가는 느낌입니다. 다들 어릴 때 그런 상상해보신 적 있지 않나요?”

그 광경에 경탄하는 시청자들과 달리 이경복은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그에 시청자들도 따라 웃었다.

-형? 형은 진짜 레이저가 나가는 것 같아!

-보면 죽는다니깐!

-이정도면 사실상 병기는 터렛이 아니라 갓플 아니냐?

-엘리미네이터 생물버전 ㅎㄷㄷ

-Aㅏ! 과학기술의 진보는 아직 멀었구나!

다만 이유는 조금 달랐다.

*       *       *

전투 양상은 순조로웠다.

멤버들은 각기 제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다.

-와 ㅋㅋ 이클 경 부대는 한 걸음도 안 물러서네

-이게 그 입구막기인가 그거냐?

-아닠ㅋㅋ 그건 자동문이잖슴

-???: 이랏샤이마세!

-불신만이 남은 유즈맵 ㅋㅋㅋㅋ

-추놈은 이클 경 믿고 빵빵 쏴대네ㅋㅋㅋ

-대충 조준하고 쏴도 다 죽음

-책임 없는 쾌락 ㅎㄷㄷ

-킹부러! 혼자서 재미보고!

협곡 상황은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이클립스 때문에 앞에서 나아가지 못하니 뒤에 갇혀버린 적들은 포격에서 벗어날 도리가 없었다.

“아니, 물론 재미있긴 한데! 이게 보기보다 바쁘거든요? 이거 멈추면 이클 경한테 부담이잖아! 저도 지금 진심으로 노력하는 겁니다!”

지놈은 장난스럽게 항변하면서 웃음을 흘렸다.

“아, 근데 이거 생각보다 너무 쉽게 풀리네. NPC들이 뭐 나설 필요도 없어. 완전 우리 퍼지데이 부대의 독무대 아닙니까?”

-ㄹㅇㅋㅋ 이대로 낙승할덧?

-뭐 구멍이 있어야 좀 흘리지 이건 ㅋㅋㅋ

-4명 다 너무 잘해버리고?

-사실상 이긴 거나 다름 없자너 ㅋㅋㅋ

시청자들도 그에 동감하며 마음을 놓으려는 찰나였다.

“애시드 윙 옵니다! 데시벨 님, 협곡 쪽으로!”

이경복의 새로운 지시가 떨어졌다. 공중에서 나타난 적들에 대한 대응이 필요했다.

지놈과 시청자들은 순간 놀랐지만 그 발 빠른 대처에 안심했다. 데시벨이 곤란해 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어, 사부님! 이쪽도 지금 대응중이에요! 여기는 어떡하죠!?”

애시드 윙은 한 곳에만 나타난 게 아니었다. 데시벨의 발이 묶였다는 사실에 채팅창이 술렁였다.

-빨리 잡고 가면 안 되나?

-날아다니니까 입구막기 영향이 없잖슴!

-그럼 시간 못 맞추겠는디요?

-데눈나가 조금만 남겨두면 NPC들이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아니 근데 좌측 비워두면 점마들이 그쪽으로 갈 수 있자너

-아 맞네 ㅅㅂ 날아다니니까 그냥 뚫고 가면 되겠구나

날아다니는 적들은 지형의 제약을 받지 않았다. 그렇다고 자리를 고수하자니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어씨, 지금 시즈 모드 풀어야 되나?”

“지놈 경, 기다리시오! 따로 호위를 붙여주겠소이다!”

“아! 손도끼로! 아니, 잠깐! 근데 병력 빼면 버티실 수 있습니까!?”

“포격으로 얼마나 처리하느냐에 따라 다르지 않겠소이까!”

“어씨, 이거 되나 모르겠네.”

지놈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클립스처럼 그의 부대원도 투척도끼로 무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정거리와 안드로이드의 실력으로 처리가 가능할지 미지수였다.

잘못하면 이도저도 아니게 되어 대번에 전선이 밀릴 수도 있었다.

“다들 그대로 싸우세요! 제가 맡겠습니다!”

“사부님?”

“대장님이요!?”

“그 무슨…?”

그리 혼란스러운 와중 이경복의 목소리가 들렸다. 멤버들은 그에 의아해했다.

개중 그나마 여유 있는 지놈이 먼저 상황을 파악했다.

“뭐야? 대장님 협곡을 뚫고 오시는데?!”

미니맵에 표시되는 이경복의 동선이 이상했다. 분명 높은 절벽인 지형을 그대로 관통해 다가오고 있지 않나.

“아니, 지금 거짓말하실… 어? 진짜네!?”

“퍼플 경!?”

다른 멤버들이 그에 놀라자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들이 설명하기도 전에 이경복이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정비할 때는 비행 터렛인 줄 알았는데ㅋㅋㅋ

-아 ㅋㅋ 나도 타야 된다곸ㅋㅋ

-조종거리 때문에 어쩔 수 없음^^

-그런 것 치고는 이 형 너무 재미있어 하는데요?

-이거 해보려고 기다렸자너 ㅋㅋㅋㅋㅋ

-의원님^^ 눈치 챙기세요^^

-이게 타워디펜스? 내가 알던 타워디펜스는 대체?

-5252, 고정관념을 버리라구웃!

-뭐예요? 왜 진짜 고정을 안 해요?!

드론 배리어에 터렛을 실은 건 물론 그 역시 직접 올라타 협곡을 넘어왔다.

“와, 대장님 진짜…!”

“정말 터무니없구려!”

“아니, 뭔데요?! 나도 알려줘요!”

멤버들의 반응에 채팅창에 웃음이 가득해졌다.

-데눈나 혼자 모르는 거 개 웃기넼ㅋㅋㅋㅋ

-블랙부대 수듄ㅋㅋㅋㅋㅋ

-원래 대학원생은 교수가 뭘 하는 지 모른다 이마리야

-여기서 또 고증이?

-온 세상이 고증이다!

이경복도 그에 웃고는 가볍게 손을 움직였다.

“배리어 잔량 생각해서 빨리 끝내겠습니다.”

그 맞은편에서 애시드 윙 무리가 나타났다. 놈들은 뜻밖의 적에 놀란 듯 했지만 곧바로 적의를 드러냈다.

애시드 윙들은 거친 날갯짓과 함께 산성액을 산탄처럼 쏟아냈다.

-무친 회피기동 ㅋㅋㅋㅋ

-퍼펙트 아이 ON!

-아니;; 지금 터렛 시야 아님?

-와 저기서 피할 구멍이 보이네

-드론 컨트롤로 이게 되네

-와씨 ㅋㅋㅋ 직접 피하라고 해도 못 피하겠다

이경복은 산성액 세례를 가뿐하게 피해내며 반격까지 감행했다. 터렛의 총열이 돌아가며 탄환을 흩뿌렸다.

그러나 한 번에 정리될 숫자가 아니었다.

“조금 더 집중할게요.”

애시드 윙이 흩어지며 이경복을 포위했다. 이어 사방에서 날아드는 산성액에 완전히 갇혀버린 판국이었지만.

‘길을 만들어야겠네.’

삽시간에 수집된 정보가 정렬되며 활로가 열렸다. 파악이 끝나자마자 그의 손이 유려하게 움직였다.

-으아!

-살았어!?

-???????

-뭐임? 갑자기 산성액이 왜 사라짐?

-엌ㅋㅋㅋ 이걸 사네 ㅋㅋㅋ

-와 ㅅㅂ 배리어로 막았음 ㅎㄷㄷ

-아니 그 순간에 배리어 컨트롤까지 한 거?

포위 공격의 일부를 배리어로 막아내 탈출로를 확보하는 건 물론 적들의 뒤까지 잡았다.

이에 애시드 윙들이 몸을 돌렸을 때 볼 수 있던 건 제각기 앞에 나타난 한 발의 탄환뿐이었다.

“정리 끝났습니다.”

이윽고 그의 입에서 나온 담담한 한 마디에 채팅창이 빠르게 솟구쳤다.

-퍼펙트 컨트롤 뭔데에에에에!

-진짜 드론이랑 배리어에 터렛 컨트롤 3박자 딱딱 맞는 거 보소 ㅋㅋ

-이게 삼합인가 그거 맞죠?

-퍼펙트 삼합 ㅅㅂㅋㅋㅋㅋㅋㅋ

-아니 진짜 이게 어떻게 됨?

-(게말콘)(게말콘)(게말콘)

-솔로 싹쓸어다스 개머시써!

-아 ㅋㅋ 안드로이드 왜 씀? 갓플 하나면 되는데 ㅋㅋㅋㅋ

시청자들의 감탄과 더불어 멤버들도 웃음을 흘렸다.

“정말, 퍼플 경은 매번 경이롭구려!”

“아니, 진짜! 누가 이렇게 엔지니어를 해요!?”

“벌써요!? 그것도 혼자서요?! 진심? 아니, 저는 지금 제 부대 이끌고도 아직 잡고 있는데?! 아무리 사부님이라도 이거 완전 밸붕이잖아요!”

특히나 같은 적을 상대한 데시벨의 반응이 강했다. 시청자들은 그에 곧 깨달았다.

이 전투는 시작부터 평등한 싸움이 아니었다.

-이게 진짜 불공평이지 ㅋㅋㅋ

-ㄹㅇㅋㅋ 처음부터 저울이 기울어진 이유가 있다니깐!

-이정도면 사실상 미션 전부 실패해도 우리 쪽이 더 기울었을 듯 ㅋㅋㅋ

-이제 보니 가장 무거운 추가 따로 있었쥬?

-갓플이 인류의 편이다, 그걸로 충분하잖아?

-진짜 ㅋㅋ 이거 보고 어떻게 사기가 떨어짐?

-이정도면 이 형이 사기 그 자체 아니냐?

-갓플 실력이 사기긴 해 ㅋㅋㅋ

-그 사기냐고 ㅋㅋㅋㅋ

이경복의 존재 자체가 그 이유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