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5화 - 신입 받아라! (11)
예상치 못한 보스, 켈베로스의 출현에도 멤버들은 도전을 감행했다.
그러나 그 도전정신이 무색하게 상황은 모두가 예상했던 대로 흘러갔다.
-와 ㅅㅂ 이건 진짜 심하네
-딜이 들어가고 있긴 함?
-눈금딜 에반데 ㅋㅋㅋㅋㅋ
-밸런스 망겜인 것이고?
-아 이클 경 안드로이드 이제 절반도 안남음;;
-그나마 이클 경 부대라서 버틴 거 ㅋㅋㅋㅋ
-와 이건 아무리 퍼지데이라도 쵸큼⋯
멤버들의 공격에 켈베로스는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았다. 그 반대로 켈베로스의 공격에 안드로이드 부대는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안드로이드의 장비 역시 멤버들의 것과 같아 열악했기 때문이었다.
“조금만 더 버티시오!”
“생각보다 위협적이지는 않네요!”
“안드로이드 없는 게 오히려 낫네!”
그런 상황에도 정작 당사자인 멤버들은 의욕을 잃지 않았다.
“아, 진짜 안드로이드가 동작까지 다 따라와 주면 좀 더 할 만했는데⋯!”
“에이, 그래 봐야 딜이 들어가면 얼마나 들어간다고요!”
“역전의 가능성은 퍼플 경에게 달려 있소이다!”
안드로이드 부대는 잠깐 쓰고 버리는 패였다. 애당초 일반적인 공격으로는 공략할 수 없으리라 예상한 덕이었다.
“거의 다 됐습니다!”
그 기대에 부응하듯 이경복이 답했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쏠렸다.
다만 그 방향은 켈베로스가 있는 쪽이었다.
-마참내!?
-와씨 ㅋㅋ 저기서 진짜 스캔까지 다 해버리네
-켈베로스쉑ㅋㅋㅋ 아직까지 모르쥬?
-등잔 밑 어두워버리기 ㅋㅋㅋ
-그러게 360도로 머리를 돌릴 줄 알았어야지!
-뭔 올빼미냐고 ㅋㅋㅋㅋ
이경복은 보스전을 개시하자마자 드론을 타고 움직였다. 그는 원활한 스캔을 위해 켈베로스의 머리 뒤, 등 쪽에 착지했다.
-이 형 운동신경은 진짜 ㅋㅋㅋ
-켈베로스 로데오 ㅋㅋㅋㅋ
-야씨 ㅋㅋㅋ 이건 로데오로 못 비비지
-ㄹㅇㅋㅋ 걍 버티는 것도 아니고 드론 컨트롤까지 하자너
그 뒤로 멤버들과 켈베로스의 격전이 펼쳐졌음에도 이경복은 여유롭게 자리를 고수하며 스캔을 이어왔다.
“아니, 퍼플 경!”
“어 뭐야?! 어그로가 왜 튀지!?”
“이런! 안드로이드가 이제 없어서 그런가봅니다!”
하지만 그 순조로웠던(?) 작업도 난항에 부딪쳤다. 안드로이드 부대가 모두 사라지면서 켈베로스의 주의가 그에게 돌아온 것이다.
제 등에 탄 인간의 존재를 눈치챈 켈베로스는 거친 몸짓으로 그를 떨어뜨리려 했다.
“아, 마침 잘됐네요.”
이에 다들 경악했지만 이경복은 경쾌하게 웃었다.
“내려갈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는데.”
그는 억지로 버티지 않았다. 오히려 켈베로스의 반동을 이용해 뛰어내리며 손을 움직였다.
스캔 중이던 드론 하나가 그 앞으로 다가와 발판이 될 배리어를 형성했다.
부드럽게 착지를 마친 이경복은 나머지 한 손을 가볍게 돌렸다.
[‘Cerberus’ 분석 완료]
[>해당 개체 크리티컬 포인트 표시]
[>해당 개체에 대한 데미지 +20%]
이윽고 나타난 시스템 메시지에 모두가 환호했다.
“과연 퍼플 경이구려!”
“약점 떴다!”
“캬! 대장님 착지 예술이네.”
-마참내!
-캬 ㅋㅋㅋ 이걸 진짜 해버리네
-와씨 ㅋㅋ 저 덩치를 이렇게 빨리?
-역시 저 사이보그 대가리가 약점이었고?
-확실히 좀 튄다 했다 ㅋㅋㅋ
켈베로스의 약점은 3개의 머리 중, 유일하게 금속으로 개조된 머리였다. 이를 확인한 멤버들은 더 길게 웃지 못했다.
“아, 역시 저기 딜이 더 안 박히네⋯”
“아무래도 가죽이 아닌 금속이니 말이외다.”
“제 유탄이 좀 낫긴 한데 시간이 꽤 걸리겠네요.”
데시벨이 즉각 약점에 사격을 가했지만 피해는 미미했다. 지놈이 이동하며 그녀와 합류하는 사이 다른 사람들은 날아드는 화염 숨결을 피해냈다.
“이것 참, 한 손이라도 더 거들어야 할 상황에 소인이 짐이 되는 구려.”
“이클 경?”
이클립스가 그에 씁쓸해하자 이경복이 의아해했다.
“소인의 손도끼는 저 강적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오. 그나마 이 방패로 불길이라도 막겠소만, 그 범위마저 넓지 않으니⋯”
-뱅가드가 원딜 위주는 아니긴 해서
-아 버그 아니고 제대로 스텝 밟았으면 괜찮은데⋯
-이거 이클 경은 한창 심심할 듯?
-지금 딜량으로 잡으려면 어쩔 수 없자너
-이러면 그냥 정상루트 타는 게 낫지 않슴?
-갓플 말대로 좋은 추억 될 수 있긴 한데 상황이 좀 안좋긴 해;;
-빠른 리가는게 더 좋은 추억일수도?
이클립스는 답답함에 한 말이었지만 그로인해 시청자들도 의견이 분분해졌다.
그들이 원하는 건 다 같이 합심해 보스를 처리하는 모습이었고, 멤버 중 누구 하나가 소외되는 걸 보고자 한 게 아니기 때문이었다.
‘이런! 분위기가 좀 이상하게 됐는데.’
‘아, 그러면 리트하시려나?’
‘내가 괜한 말을⋯!’
달라진 채팅창 분위기에 멤버들이 제각기 고민하는 와중이었다. 이경복은 그 가운데 미소를 잃지 않았다.
“공략에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모두가 도와주신다면 말이죠.”
그의 말에 모두의 이목이 집중됐다. 오래 걸리지 않는다니 다른 방법이 있단 말인가?
이경복은 그 시선에 멋쩍게 웃으며 답했다.
“다만 보조직으로서 미안한 부탁을 드려야겠습니다.”
“미안하다니 그게 무슨 말이오?”
“대장님이 부탁이요?”
“보조직이 왜요?”
멤버들이 제각기 의문을 표하자 그가 자신 있게 말했다.
“이번에는 여러분이 절 보조해주셔야겠어요.”
때로는 보조직도 보조를 받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 * *
켈베로스가 큰 소리로 울음을 뱉었다.
그러나 이전과 달리 그것은 경고나 위협의 의미가 아니었다.
-캬 ㅋㅋㅋ 체력 줄어드는 거 보소
-크리티컬 너무 조쿠요?
-ㄹㅇㅋㅋ 이게 진짜 딜링이지!
-켈베로스쉑 약점 너무 아프쥬?
-퍼지데이 앞에서는 켈베로스도 깨갱거린다 이마리야
-코이츠www 켈베로스가 아니라 깨베로스가 되어버리는www
전혀 줄지 않던 켈베로스의 체력이 눈에 띄게 깎여나가고 있었다. 시청자들은 그 비결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집 터렛 성능 확실하네 ㅋㅋ
-인류의 과학기술 맛 좀 보아라!
-뚜다다다다다!
-화력! 더 많은 화력!
멤버들의 장비는 기본적인 능력치가 낮았지만 방어전에서 쓰이는 터렛은 달랐다.
비전투직인 엔지니어의 기여도를 위해 만든 만큼 화력 자체는 준수하게 설정됐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보스전에 바로 터렛을 꺼내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와, 사부님 말대로 어그로 진짜 확실하네요!”
“이거 처음부터 꺼냈으면 바로 박살났을 겁니다!”
기본적으로 터렛은 설치하면 움직이지 못한다. 켈베로스가 유일하게 유의미한 피해를 주는 터렛을 가만히 놔둘 리가 없었다.
물론 이경복은 이미 터렛과 배리어 드론을 조합해 비행병기로 활용할 수 있었지만.
-ㄹㅇㅋㅋ 그냥 썼으면 순삭이지
-고정형이 이게 문제라니깐!
-드론에 태운다고 해도 오래 못 쓰쥬?
-비행병기로 썼으면 아마 절반도 못 때리고 추락할듯 ㅋㅋㅋ
문제는 지속시간이었다.
켈베로스의 체력과 방어력을 고려하면 배리어 잔량이 버티질 못했다.
이에 이경복은 터렛을 움직일 수 있으며 제한 시간도 없는 방법을 택했다.
“이클 경! 아직 여유로우시죠!?”
“물론이외다!”
해결책은 바로 이클립스였다.
그는 무장을 해제하고 직접 터렛을 짊어진 채 뛰어다니고 있었다. 육중한 뱅가드 슈트의 소유자 였기에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클 경! 이클 경! 이클 경!
-역시나 기적의 이라클⋯!
-너무 블랙기업 다운 발상이고?
-비행병기가 아니라 기동병기로 만들어버리기 ㅋㅋㅋ
-기동병기가 기사가 움직인다고 해서 기동병기죠?
-ㅔ
-야앀ㅋㅋ기동병기 ㅇㅈㄹㅋㅋㅋ
당연하게도 켈베로스는 터렛을, 이클립스를 집요하게 노렸다.
“어림없지!”
그는 자신을 노리는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부스트로 피했지만, 기본적인 이동속도가 너무 느렸다. 터렛을 짊어지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윽고 켈베로스가 재차 그에게 추격타를 가했지만 아무도 불안해하지 않았다.
“지놈 경!”
-멍때리지 말고 빨리!
-얼른 쏘라구!
-지금이니!?
-빨리 집중햇!
대신 시청자들은 지놈을 재촉했다.
“핫하! 우수대원 나가신다!”
이클립스와 일정 거리를 두며 따라오던 지놈은 바로 냉동탄을 발사했다.
그 목표는 켈베로스가 아니라 이클립스의 앞쪽이었다.
-아옼ㅋㅋ 그놈의 우수대원ㅋㅋ
-팩트)진짜 우수한 사람은 본인 입으로 우수하다고 하지 않는다
-빙판 잘 깔아서 봐준다 진짜 ㅋㅋㅋ
-스무스하게 미끄러져 버러기 ㅋㅋㅋ
켈베로스의 이빨이 허공을 물었다. 이클립스가 몸을 숙이며 체중을 실어 빙판에 미끄러진 덕이었다.
마치 곡예와 같은 플레이에 시청자들 모두 즐거워했다.
-햐 ㅋㅋ 저 와중에 터렛 조준 정확한 거 보소
-진짜 어떻게 저렇게 일점사를 하지?
-아아, 이것은 퍼펙트 아이트래킹이라는 것이다
-갓플의 에임은 세계제이이이이이일!
터렛의 조준은 정확히 약점을 노리고 있었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놀라운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경복이 아이트래킹으로 터렛을 조종하면서도 동시에 켈베로스의 공격권을 피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이트래킹 중에는 터렛 시야로 바뀌기 때문에 피하지 못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그는 달랐다.
“사부님! 브레스예요! 따라오세요!”
“알았어요!”
그의 곁에서 데시벨이 사격을 가하며 가이드를 해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경복의 시각은 터렛에 집중하고 있지만, 청각을 비롯한 다른 감각은 그녀를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앞을 못보는 사람의 무브먼트?
-와 ㅋㅋ 저거 소리 듣고 따라가는 게 진짜 되넼ㅋㅋ
-데카코어 보유자라서 가능한 일이다 이마리야
-데눈나도 바로바로 잘 알려주자너 ㅋㅋㅋ
-설리번이 아니라 데리번이었고?
-이게 서포터의 플레이? 내가 알던 서포터는 대체?
-보조직이 보조를 받는다, 그게 상식이잖아?
-진짴ㅋㅋ 무친 사람들ㅋㅋㅋㅋ
-퍼지데이 독점 컨텐츠 ㅁㅊㄷㅁㅊㅇ!
아찔한 광경이 연이어 나왔지만 시청자들은 즐겁게 볼 수 있었다.
그 집요한 사격 끝에 켈베로스의 체력은 바닥을 보였다. 그와 더불어 머리를 감싸고 있던 금속 장갑이 파손되며 그 내부가 드러났다.
“아니, 저게 뭐야!?”
데시벨이 장전을 하며 눈을 찌푸렸다. 마치 혈관처럼 뒤엉킨 회로가 뒤엉켜 두뇌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마지막이구려!”
“오케이! 드디어 막타다!”
그 전뇌(電腦)를 파괴하면 끝이라는 걸 모두가 직감했다.
그리고 그 ‘모두’에는 켈베로스 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런⋯! 다들 조심해요!”
이경복이 한 박자 먼저 위협을 감지했다. 이전과는 달리 3개의 머리 모두에서 화염숨결이 쏟아지며 필드 전체를 뒤덮었다.
회피가 불가능한 광역기술이었다.
‘방패를⋯!’
다급히 방패를 빼든 이클립스는 순간 갈등했다. 모두를 지킬 수는 없다.
터렛과 지놈,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그리고 그 결정에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지놈 경!”
부스트 발동과 더불어 지놈 앞으로 달려간 그는 방패를 세웠다.
“뒤로 와요!”
“우아아앗!”
이경복도 바로 터렛과 연결을 끊고 배리어를 전개해 데시벨을 지켜냈다.
거센 화염불길이 삽시간에 시야를 뒤덮었다.
-어뜨케 된 겨 어뜨케 된 겨!?
-바이탈 전부 살았음!
-아 ㅁㅊ 터렛 날아갔네
-터렛짱! 기억할게!
-x를 눌러 조의를 표하십시오 ㅠㅠ
-이제 막타만 치면 된다!
-가즈아아아아!
시청자들은 터렛을 잃었음에 탄식했지만 클리어를 의심치 않았다. 멤버들은 모두 멀쩡하지 않나.
“이제 좀 죽어어어!”
“이거나 먹어라!”
데시벨과 지놈은 곧장 전뇌를 노렸다. 하지만 켈베로스는 앞발을 들어 제 약점을 가렸다.
아쉽게도 터렛이 아닌 무기로는 그 방어를 뚫기 어려워보였다.
“으음, 사격 각이 안 나오네요.”
“이런⋯! 또 화염숨결이오!”
켈베로스의 복부가 붉게 빛났다. 화염숨결을 내뱉기 전의 전조증상이었다.
-막판에 사기패턴 뭔데에에에!
-아니 ㅅㅂ 이러면 데눈나 난다요도 못하잖슴!
-여기까지 왔는데 막힌다고?
-아 진짜 ㅅㅂ 장비만 업글했어도!
-버그망겜 퉤퉤!
채팅창에 성난 말들이 차오르려는 순간 이경복이 눈을 굴렸다.
“두 사람 제 지시에 따라 쏘세요! 대신 데시벨 님은 제 드론만 노리시고!”
“예?”
“드론을요!?”
지놈과 데시벨은 동시에 눈이 크게 뜨였으나 약속이라도 한 듯 무기를 들었다.
이경복이라면 뭔가 방법이 있으리란 믿음이 있었다.
“쏴요!”
이경복은 드론을 높이 띄우며 말했다. 소총과 유탄발사기가 동시에 불을 뿜었다.
발사된 유탄이 켈베로스의 앞발에 부딪치며 폭발했고, 그와 함께 켈베로스의 눈이 지놈에게 돌아간 순간.
‘지금이야!’
데시벨이 쏜 총알이 연달아 드론 격돌했다. 그러나 드론은 파괴되지 않았다.
그 대신 드론의 아래쪽에 형성된 배리어를 맞고 튕겨 나갔다. 그렇게 궤도를 튼 도탄은 정확히 앞발의 틈 사이로 들어갔다.
-???????
-뭐임?
-주거써?
-갑자기?
-이거도 버그임?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차올랐다. 켈베로스의 머리에서 스파크가 터지더니 거체가 고꾸라졌다.
“와, 미쳤다. 사부님 정말 대박이에요! 아니, 이걸 어떻게 하시지?”
가장 먼저 그 상황을 알아차린 건 드론을 노리고 있던 데시벨이었다.
그녀는 어리둥절해하는 멤버들과 시청자들에게 자신이 본 것을 설명했다.
“배리어에 도탄이요?! 그걸로 맞췄다고요!?”
“맙소사⋯ 퍼플 경의 경지는 여전히 아득하구려.”
-ㅔ?
-아니 그 상황에서 탄도를 계산했다고?
-무친ㅋㅋㅋ 나 진심 소름돋음
-아 ㅋㅋㅋ 진짜 이래서 생방을 꼭 봐야 된다니깐!
-또전드 나와버리기 ㅋㅋㅋㅋ
-(게말콘)(게말콘)(게말콘)
-혀엉? 누가 배리어를 그렇게 써!?
-???: 배리어는 공격용이에요 (실제로 한말)
-뭐예요? 왜 진짜에요!?
-갓플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게 상식이잖아?
-이거지! 이게 퍼지데이지!
멤버들은 물론 채팅창에도 경탄이 가득해졌다. 이경복이 그에 담담히 미소지으며 손을 내저었다.
“오늘 여러 번 말하는 것 같은데, 이 멤버니까 믿고 한 거예요.”
그에 다들 흡족해하는 와중 갑자기 화면이 암전됐다. 그제야 다들 상황을 인지했다.
-아 맞네 이거 버그였지!?
-게임 멈춘 거?
-무친;;; 설마 여기서?
-진행불가임?
-제발 클리어 인정 좀 ㅠㅠㅠ
-이것은 인정협회도 킹정하는 부분이구요?
-방송 중이라서 영상 남긴 했자너 ㅋㅋㅋ
다행히 채팅창의 우려가 무색하게 화면은 바로 전초기지로 전환됐다.
“예쓰! 넘어갔다! 됐어요 이거! 클리어 컷신입니다!”
“아, 다행이다⋯! 안 됐으면 진짜 속상할 뻔!”
“위업은 잊히지 않는 법이구려!”
지놈이 목소리를 높이며 설명했다. 이에 다들 안도하자 이경복이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자, 그럼 컷신에 집중해볼까요?”
“아니, 대장님 그게 다예요?”
“와⋯ 진짜 아무렇지 않으신 것 같아요. 사부님 멘탈도 존경스럽습니다.”
이경복은 그에 웃음으로 화답했다. 이미 잘될 거라 알고 있었으니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
* * *
전초기지에는 켈베로스의 시신이 실려왔다.
“이게 그 헬라포머스 특수부대가 상대했다는⋯?”
“보고만 들었을 때는 오히려 과대포장이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보니 오히려 과소평가된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어허! 으디 헬라포머스를 의심해!
-근데 퍼지데이가 보여준 방법이면 믿기는 힘들듯 ㅋㅋㅋ
-ㄹㅇㅋㅋ 누가 그런 식으로 잡냐고
-과학자들도 게말콘 쓸 줄 알아버리기 ㅋㅋㅋ
과학자들은 그 시신을 조사하고 있었다. 다들 그 거체에 질린 표정이었다.
“지옥에는 괴물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 개조방식은 대체⋯”
“이건 여지없이 과학기술의 산물입니다!”
“설마⋯ 지옥에도 기술문명이 존재한다는 겁니까?”
“눈앞에 증거가 있으니 부정할 수가 없어요.”
과학자들은 켈베로스의 머리, 그 안에 든 전뇌를 중점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그 노력이 빛을 보았다.
“블랙박스, 블랙박스 데이터를 찾았습니다!”
“오오! 드디어 단서가 나왔군요!”
“완전 복구는 불가능했지만 일부 영상 데이터를 복원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확인해봅시다.”
모두가 모인 와중 홀로그램 영상이 재생됐다. 이내 여기저기서 헛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건 대체⋯?”
“사람? 사람이야?”
“맙소사⋯”
영상에 나타난 건 악마나 괴물도 아닌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마치 실험실 같은 장소에서 여러 괴물들을 연구하고 있었다.
<개조 연구 진척도는 좀 어떤가?>
<아, 오셨습니까. 보다시피 아주 순조롭습니다. 조만간 충실히 문지기 역할을 수행할 것입니다.>
도중 화면에 뿔이 달린 악마가 나타났다. 악마는 연구원의 대답에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아주 잘하고 있어. 속도가 정말 빠르군.>
<물론입니다. 이곳에는 그 머저리 같은 윤리나 제약 같은 게 없으니까요. 과학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없으니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 지옥에서는 자네들이 하고 싶은 대로 전부 할 수 있지. 언제든 필요한 게 있으면 말만 하라고. 여기서는 실험체라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아, 이런 켈베로스가 일어났군요.>
이내 화면이 떨리더니 곧 영상이 끊어졌다. 홀로그램 너머 놀란 과학자들의 얼굴이 보였다.
과학의 길을 걷는 사람들이 모두 선한 건 아니었다.
“오, 이런 맙소사⋯”
“지옥의 잠재력을 깨달은 건 우리들만이 아니었군요⋯”
“미친 과학자들이 지옥을 발전시키고 있었어요!”
비윤리적인 매드 사이언티스트들이 악마와 결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