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9화 – 헬트리피케이션 (1)
게임 시작과 함께 멤버들은 전초기지로 돌아왔다.
“자, 어제 다들 테크랑 장비 업글 해보셨죠? 저희가 도전과제로 만들어버린 켈베로스 공략 덕분에 포인트가 쌓여있지 않겠습니까.”
“아, 맞네요! 업그레이드 먼저 하고 미션 가야겠구나.”
“이번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지 기대가 되는 구려!”
“그럼 이번에도 각자 원하는 걸로 하고 모이도록 하죠.”
1지역 정복과 더불어 획득한 업그레이드 포인트를 사용해야 했다.
-업그레이드 못 참지 ㅋㅋㅋ
-퍼펙트 숏컷으로 포인트 싹빠라다스 해버렸자너 ㅋㅋㅋ
-절.대.업.글.해
-인자강들이 테크와 장비까지 좋다!?
-아 ㅋㅋ 지옥쉑들 다 뒤져따 ㅋㅋ
시청자들의 호응과 더불어 멤버들은 제각기 흩어져 업그레이드를 진행했다.
“저번에는 제가 속도에 올인을 했었는데요. 이번에는 드론 자체의 동력 상한을 좀 올려볼게요.”
이경복은 가볍게 손을 움직이며 이유를 설명했다.
“방송 보신 의원님들은 아시겠지만, 배리어 드론을 꽤 유용하게 썼잖아요? 근데 자주 충전해야 되는 게 좀 번거롭더라고요.”
-아니 ㅋㅋ 퍼펙트 컨트롤로 최적화했으면서 ㅋㅋㅋ
-킹반인들은 그보다 더 빨리 소모한다구욧!
-자?주
-갓직히 이 형이 업그레이드 해뒀으면 켈베로스도 그냥 잡을 듯
-ㄹㅇㅋㅋ 배터리 유지 됐으면 플라잉 터렛으로 순삭함
-공격용 배리어는 또전드였고?
채팅창도 그의 결정을 적극 지지했다. 이경복은 가볍게 선택을 마쳤다.
“포인트 절반은 남겨둘게요. 디펜스 페이즈 때 미션 보고 또 써야 될 수도 있으니까요. 상황 봐서 터렛도 업그레이드를 해보겠습니다.”
-캬 ㅋㅋ 1일차에 파악 다 끝내버렸쥬?
-전략적 배분 너무 조쿠요?
-겜잘스 수듄 ㅋㅋㅋㅋ
-요거도 실력이 되니까 남겨둔다 이마리야 ㅋㅋㅋ
-진짜 ㅋㅋ 나였으면 바로 올인박았음
-이것이 가진 자의 여유?
시청자들 반응에 이경복은 웃으며 연구소를 나섰다. 그는 다음으로 장비 업그레이드를 위해 정비소를 찾았다.
“어? 이번에는 하나뿐이네요?”
새로 해금된 드론의 종류는 이전과 달리 한 가지였다. 그 이름은 바로 ‘오버클럭 드론’이었다.
-오버클럭이면 그거 아님?
-사양 억지로 높여 쓰는 거 아닌가 ㅋㅋㅋ
-막 과부하 걸고 그런 건가?
-뭐에요!? 저번에는 2개 줬잖아요!
-5252, 엔지니어 푸대접 무냐구!
-여기서 엔지니어 차별이 또?
-이러니까 엔지니어 유저가 없는 아니냐고 ㅋㅋㅋ
시청자들은 그에 아쉬움을 표했다. 하지만 게임을 아는 이들의 입장은 달랐다.
-캬! 드디어 나와버렸고?
-오버클럭이 엔지니어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이마리야
-얼마 없긴 한데 엔지니어 고인물들은 오버클럭 개 잘씀 ㅋㅋ
-킹직히 이거 늅늅이한테 주면 개트롤인데 갓플이라 다를 듯?
-헬선생들 방긋방긋 하는 거 보소 ㅋㅋㅋㅋ
“아, 그렇게 좋은 거예요? 한 번 상세 설명을 좀 볼게요.”
그 반응에 이경복은 흥미를 보이며 눈을 돌렸다. 설명에 첨부된 글자 수가 꽤 많았지만 그는 빠르게 내용을 훑을 수 있었다.
“오… 이게 진짜 보조직으로서 빠질 수 없는 기능이긴 하네요.”
-??????
-벌써 다 읽음?
-속독 능력 무엇?
-눈! 저 눈!
-아니 ㅋㅋㅋ 나 이제 3줄 정도 읽었는데 ㅋㅋㅋ
-빨리 요약해줘잉!
시청자들의 요청에 이경복은 웃으며 말을 골랐다.
“음, 그러니까 오버클럭은 쉽게 말하자면 증폭제 같은 겁니다. 예를 들면, 이 드론을 다른 멤버들 슈트에 부착하면 스탯이 증가하는 거죠.”
그는 배리어 드론 하나를 기계에 넣고 부품을 교체하며 설명을 이어갔다.
“물론 여기에도 동력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단순히 스탯만 올리는 게 아니고, 에너지를 쓰는 장비가 있으면 그 출력도 높아진다고 하네요.”
-아 ㅋㅋ 버프 계열이였구연?
-쉬운 설명 추 ㅋㅋㅋㅋ
-퍼슨트 조아따 ㅋㅋㅋ
-서포터한테 스탯 뻥튀기는 국룰이지 ㅋㅋㅋㅋ
-이클 경 무기가 플라즈마 아닌가? 그것도 증폭되는 거?
-옼ㅋㅋㅋ 이클 경 완전 펌핑 될듯ㅋㅋㅋ
-이클무쌍 보여주나욬ㅋㅋ
시청자들이 그에 이해하고 즐거워했다. 이경복은 개조된 오버클럭 드론을 챙기며 결정을 마쳤다.
“그럼 이렇게! 배리어 하나, 오버클럭 하나로 가보겠습니다.”
정비를 마친 이경복은 다시 로비로 향했다. 이내 속속들이 멤버들이 도착해 상황을 공유했다.
“소인은 이번에도 속도를 올렸소이다. 덕분에 부스트가 2번까지 충전되었소.”
그 시작은 이클립스였다. 그는 이내 제 방패를 내보이며 말을 이었다.
“장비는 방패를 강화했소이다. 이전에는 막을 때 방패 표면에 전류를 흘렸소만, 이제는 전격을 방출할 수 있게 개조했소.”
“오, 그거 아주 좋은 선택입니다. 데미지 자체는 높지 않은데 이게 또 확률적으로 마비 효과가 있거든요? CC기가 중요한 건 의원님들도 다 아시죠?”
-CC기는 개추지 ㅋㅋㅋ
-어그로 끌고 전격방출 각?
-이거 완전 전기 낚시 아니냐 ㅋㅋㅋ
-아닠ㅋㅋ 그건 위법이잖슴!
-아 ㅋㅋ 지옥놈들한테는 해당 안 된다고
지놈이 그 선택을 칭찬하자 채팅창도 적극 공감했다. 이를 살피던 그는 헛기침을 하며 주의를 모았다.
“크흠, 바로 그겁니다! 저도 비슷한 선택을 했다는 말씀! 냉동탄에 이어 해금된 2번째 특수탄, 바로 ‘EMP’입니다!”
-????
-EMP면 기계 멈추는 그거?
-아옼ㅋㅋ 자기도 CC기 골라서 밑밥 깐 거였네 ㅋㅋㅋ
-킹부러! 이클 경한테 묻어 갈라고!
-즉.시.추.함
채팅창의 놀림에 지놈은 당당하게 턱을 치켜들었다.
“에헤이, 다 좋다는 거지 뭘 묻어갑니까! 아무튼, EMP가 지옥에서 뭔 소용이 있겠냐 싶지만 말이죠. 스토리로나 켈베로스의 모습으로나 확인하셨죠? 적들도 기계를 쓴단 말이죠? 그런 장치들을 무력화시킬 수 있습니다.”
“오, 엄청 유용하네요!”
“그렇다니까요? 아, 근데 이게 하나 단점이 또 있습니다. 저희 슈트도 기계라서 영향을 받거든요.”
그 설명에 멤버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놈은 그에 빠르게 손을 내저었다.
“아니, 물론 제가 조준을 잘할 겁니다. 근데 아무래도 전방에서는 이클 경이 영향권에 자주 노출될 거란 말이죠? 그래도 제가 쓰기 전에 바로바로 소리 칠 테니까 걱정은 마시고.”
-추놈플래그 바로 섰쥬?
-딱 봐도 통수각이자넠ㅋㅋㅋ
-사실 이클 경 제끼고 대리 자리 노리는 거 아님?
-블랙기업이 여기서?
-???: 이클 경만 없으면 내가 승진이다!
-권모술수가 난무한다 이마리야
기다렸다는 듯 몰아가는 채팅에 지놈은 혀를 찼다.
“에헤이, 세계관 섞지들 마시고! 그리고 아주 나쁘게 볼 게 아니라 이게 또 생존기로 볼 수도 있거든요? 만약 이클 경이 포위됐다? 그때 딱 제가 EMP로 전부 마비시키고! 어? 우리 데시벨 님이 편하게 싹쓸어다스 하면 된다니까요!”
“아, 그러니까 제가 뒤처리를 해라?”
“아잇! 데시벨 님, 왜 그러세요! 표현을 또 그렇게 하시면 의원님들 오해하시지!”
-데눈나한테 미루려는 거 딱 걸려버리기 ㅋㅋㅋㅋ
-카운터 바로 꽂히는 거 개웃기넼ㅋㅋㅋ
-우리 데학원생은 일감 받는 거 민감하다구욧!
-엌ㅋㅋㅋ 과연 오해일까?
-또놈 추 너야?
-형? 제발 그만 꿀 빨아!
채팅창 가득한 웃음에 데시벨은 내심 뿌듯해했다. 그녀 스스로 생각해도 좋은 리액션이지 않았나.
“흠흠, 뭐 저도 지놈 님이랑 판단이 크게 다르지는 않았어요. 켈베로스처럼 기계를 쓰는 악마들이 나올 것 같아서 저도 특수탄을 챙겼거든요!”
“아, 마크맨도 특수탄이 있어요?”
“물론이죠, 사부님! 바로 이 철갑탄임다!”
데시벨은 색이 다른 탄창을 꺼내 들어보였다.
“이름 그대로 철갑을 잘 뚫는다고 하더라고요. 아, 이것만 있었으면 켈베로스도 좀 쉽게 잡았을 텐데…! 뭐, 지금이라도 쓸 수 있으니 다행이죠.”
“음,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제 차례네요.”
이경복은 오버클럭 드론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그에 이클립스와 지놈은 기뻐했지만 데시벨은 아차 싶은 표정이었다.
“헐? 그냥 총은 안 돼요?! 아, 진짜! 이럴 줄 알았으면 철갑탄 말고 광선총으로 할 걸…!”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미 포인트 다 써버렸쥬?
-시벨아, 또 속냐!(아님)
-시작부터 과학 증명 뭔뎈ㅋㅋㅋ
ㅋ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있는ㅋㅋㅋㅋ
-???: 네가 선택한 철갑탄이다!
-데깡버 ㅁㅊㄷㅁㅊㅇ
그녀의 말에 시청자들은 물론 멤버들도 웃음을 흘렸다.
“자, 그럼 미션 받으러 가봅시다!”
* * *
멤버들이 브리핑 룸에 들어서자 방 전체가 어두워진다.
“어? 뭐야!?”
뭔가 싶은 와중 홀로그램이 투사되며 정복을 갖춰 입은 사람들이 나타났다.
<‘U.E’로부터 헬라포머스에 전달합니다. 먼저 이번 켈베로스와의 전투에서 보여주신 여러분의 노고에 깊이 감사를 드리겠습니다.>
“오, 의회가 보낸 메시지네요.”
그들은 스토리 컷신에서 나온 대표의원들이었다.
<현재 저희 측도 지옥에서 발전한 기술문명의 존재를 확인, 지옥에 떨어진 과학자들의 이적행위를 인지하였습니다. 이번 사안에 대한 심각성을 확인, 저희 의회는 보다 공격적인 헬라포밍 전략을 수립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음! 인류의 배신자를 용서할 수는 없소이다.”
그와 함께 홀로그램이 전환되며 죽은 켈베로스의 사체가 나타났다.
<켈베로스의 사체를 회수한 덕분에 지옥의 악마와 과학자들이 사용하는 광물, 헬 메탈을 분석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 과학자들의 노력 덕분에 광물이 묻혀있는 광산의 위치도 알아낼 수 있었죠.>
“아, 마지막 컷신에서 이어지는 내용이구나.”
이윽고 홀로그램은 1지역에서 봤던 것과 유사한 지도로 바뀌었다.
<이에 의회와 사령부는 지옥의 자원 보급을 단절시키고 해당 광물을 활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를 위해 광산을 점령하는 게 시급한 상황입니다.>
“이유는 다들 아실 겁니다. 광산도 헬라포밍을 해야 채굴할 수 있거든요.”
지놈의 첨언과 함께 홀로그램은 다시 대표 의원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다시 한 번 더 어려운 부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헬라포머스 부대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에, 인류를 대표하여 감사와 더불어 무운을 빌겠습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메시지가 종료됐다. 이윽고 배경이 뒤바뀌며 멤버들이 미션에 돌입했다.
“자, 방금 들으셔서 아시겠지만 2지역의 배경은 광산입니다. 보다시피 1지역보다 협소하고 어둡거든요? 그만큼 난이도가 또 높아졌습니다.”
지놈이 기다렸다는 듯 설명했다. 멤버들은 물론 시청자들도 그들을 따라 장소를 확인했다.
“아으, 갑자기 시작해서 놀랬네…”
“1지역도 헬라포밍이 첫 미션이었죠.”
“흠, 그때처럼 섬멸이 목표인 것 같소이다.”
-아 첫 미션이라 투표는 안 하는거?
-일단 헬라포밍 해야 되잖슴!
-무친;; 진짜 어둡네
-1지역도 안개가 끼긴 했는데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ㅋㅋㅋ
-갑자기 분위기 곰보겜 ㅋㅋ
낯선 환경에 다들 긴장했지만 그 반응은 오래가지 않았다.
-엌ㅋㅋㅋㅋㅋ 어두워도 전혀 문제가 없고?
-역시 갓플이다 이마리야
-스캔으로 주변 정보 싹빠라다스 해버렸자너 ㅋㅋㅋ
-곰보겜에서 동굴탐험으로 바뀐 거시고?
-순식간에 편안해져버리기 ㅋㅋㅋㅋ
이경복이 바로 드론을 날려 스캔을 시작한 덕분이었다.
“와, 미니맵 밝아지는 속도 봐.”
“오히려 장소가 협소해서 스캔이 더 빠른 것 같소이다.”
“아니, 아니지! 이건 대장님이라서 그런 거죠! 누가 어둠 속에서 저렇게 드론을 잘 날려요!?”
수긍하는 멤버들을 보며 지놈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투로 말했다. 멤버들 주변이야 슈트에서 나오는 빛 덕분에 밝혀졌다지만 그 앞은 완연한 어둠이 아닌가.
“그냥 장애물 보이면 피하면 되는 건데요?”
“아니, 대장님 그게…! 어후, 하여간 전부 다 퍼펙트 상식에 절여졌구만…”
지놈이 체념했다는 듯 말하자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엌ㅋㅋㅋ 맞네 ㅋㅋㅋㅋㅋ
-생각해보니 어려운 게 맞았고?
-아 ㅋㅋ 갓플한테는 너무 쉬운 일이라고욬ㅋㅋㅋㅋㅋ
-뭐야? 별거 아니네(별거임)
-킹반인들은 찔끔찔끔 날렸을 듯 ㅋㅋㅋㅋㅋ
-이미 퍼라포밍이 다 끝나버렸다구욬ㅋㅋㅋ
그렇게 장소와는 다르게 밝은 분위기 속에서 멤버들은 앞으로 나아갔다.
이경복이 스캔으로 미리 지형을 다 파악해둔 덕분에 진행 속도는 느리지 않았다.
그렇게 나아가기를 얼마간, 멤버들은 일순간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멈추어 섰다.
“어? 뭐지? 적인가요?”
“뭔가 다르구려. 빨간 점이 아니라 회색 점이외다.”
“저는 스포 안 되게 일단 입 다물게요.”
미니맵에 점이 찍혔기 때문이었다. 다만 그 색이 달랐다.
“드론 시야에 잡히는 건 사람입니다.”
이윽고 이경복이 말해주자 다들 어리둥절했다.
-????????
-악마 아니고?
-설마 매드 사이언티스트들?
-적이니까 붉은 색으로 나와야 되는 거 아님?
-어뜨케 된 겨 어뜨케 된 겨?
채팅창에도 연신 물음표가 올라오는 와중 이경복은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음, 조금 더 가보죠.”
“알겠소이다.”
“혹시 적일지도 모르니까 조심스럽게 가 봐요.”
멤버들은 이전보다 발소리를 죽이며 다가갔다. 이윽고 통로를 따라 들려오는 소리에 의문이 해소됐다.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쇳소리에 다들 그 정체를 직감했다.
“아, 광부인가보다…!”
“일단 악마는 아닌 것 같소이다.”
아니나 다를까, 조금 더 들어가니 희미한 등 아래로 초췌한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족쇄에 묶이고 곡괭이를 든 사람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광석을 내리 찍고 있었다.
“아니, 광부가 아니라 이 정도면 노예 아니에요? 미니맵 표시도 회색이고, 혹시 구출해야 되는 건가?”
“흠… 소인은 구출은 반대요.”
“네?”
데시벨이 안쓰러워 한 말에 이클립스가 바로 반대했다. 이에 그녀는 물론 시청자들도 놀랐다.
기사도의 화신인 그가 이런 반응을 보일 줄이야?
“이곳은 지옥이요. 저들의 행색이 초라하다 한들, 역시 지옥에 떨어진 죄인이 아니겠소?”
이어지는 그의 설명에 이경복은 바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헬 스위퍼가 나왔을 때 기억하시죠? 패러사이트 이블을 생각하면 악령도 주의해야 하니까요.”
비단 이전의 사례 때문만은 아니었다. 실제로 저들에게서 느껴지는 불쾌감은 악인을 볼 때에 가까웠다.
“어, 그런가? 으음, 두 분이 그러시다면야…”
데시벨은 그에 긍정하면서도 긴가민가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자 그녀는 두 사람의 말이 옳다는 걸 깨달았다.
“이런 제기랄, 이러다가 뒤지겠네!”
“재미없는 농담은 그만 둬. 이미 뒤진 마당인데 뭘 또 뒤져?”
“빌어먹을,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크게 지르고 오는 건데.”
“무슨 죄를 지었다고 했지? 보이스피싱이었나?”
“저 자식은 완전 잡범이야. 나처럼 폰지 사기 정도는 해주면 덜 억울했지.”
“나는 스캠 코인으로 재미 좀 봤었는데, 아마 그 멍청이들은 아직도 내가 숨겨둔 재산을 못 찾았을 걸?”
죄인들은 노동이 지루했는지 전생의 자신의 죄를 업적처럼 자랑하기 시작했다.
“아오…”
데시벨은 그에 짧게 탄식했다. 잠깐이나마 그들을 동정한 자신의 모습이 우스웠기 때문이었다.
-데또속ㅋㅋㅋㅋㅋㅋ
-여지없이 과학증명ㅋㅋㅋㅋ
-데눈나가 착하긴 햌ㅋㅋㅋ
-사실상 마더 데레사자너ㅋㅋㅋ
-마더 데레사 ㅋㅋㅋ 무쳤냐곸ㅋㅋㅋ
-지옥에는 죄인들 뿐이다, 그게 상식이잖아?
시청자들이 그에 놀리기까지 하자 그녀는 더욱 미간을 찌푸렸다.
“에이씨, 그래도 죄값 치르고 있으니까 죽일 필요는 없겠네요.”
그러나 이어 들려온 죄인들의 대화에 데시벨조차 마음을 바꾸어야 했다.
“지옥이 있을 줄 알았으면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거 다 해 볼 걸 그랬어.”
“그러니까! 괜히 돈만 만지다가 이 꼴이잖아.”
“내가 듣기로는 새로 들어온 연쇄살인범은 바로 악마로 스카우트 됐다던데?”
죄인들은 오히려 더 큰 죄를 짓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생전에 지은 죄가 크면 죗값을 치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악마가 될 기회를 얻기 때문이었다.
“염병, 이렇게 계속 노예처럼 부려 먹히느니 실험체나 됐으면 좋겠네.”
“그런데 그거 완전 도박이잖아?”
“도박이 낫지! 어쨌든 지금 신세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 아냐? 성공하면 악마도 될 수 있다고!”
“그것도 아무나 하나? 일단 할당량부터 채우고 감독관한테 잘 말 좀 해보자고.”
그들은 낄낄거리며 웃음을 흘렸다.
“어우, 입 다물고 있느라 혼났네. 들으셨다시피 이런 설정입니다.”
“…싹 다 처리하죠.”
“동감이외다.”
“만장일치네요.”
그 대화에 멤버들은 서로를 보며 눈빛을 나누었다. 그리고 의견을 모은 건 네 사람만이 아니었다.
-으윽? 이게 지옥?
-지옥에 떨어진 이유를 바로 알아버리고?
-데눈나를 화나게 할 정도면 뭨ㅋㅋㅋ
-데피셜 싹쓸어다스 ㅋㅋㅋㅋㅋ
-오히려 살려두면 적군이 되겠넼ㅋㅋㅋㅋ
-노 머시! 노 머시! 노 머시!
-회색으로 표기된 건 그냥 전투능력이 없어서 그런 듯 ㅋㅋ
-퍼지데이가 아주 찰떡이었다 이마리야 ㅋㅋㅋ
-숙청! 결코 다시 숙청!
죄인들의 운명은 숙청 뿐.
시청자들도 하나 같이 의견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