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488화 (488/491)

488화 – 헬트리피케이션 (10)

바알세불이 본체를 드러냈다.

파리대왕이라는 별명답게 그 생김새는 거대한 파리의 형태였고, 그 신체 대부분은 금속으로 개조된 상태였다.

-어우;; 겁나 크긴 하네

-진짜 대왕파리네 ㅋㅋㅋㅋㅋ

-오히려 개조된 상태라 거부감이 덜 한 것이고?

-ㄹㅇㅋㅋ 차라리 이게 낫지

-그대로였으면 개징그러웠을듯 ㅎㄷㄷ

-파리쉑 다리에 드릴 단 거 보소 ㅋㅋㅋ

-저 정도 크기면 가드 불가 아님?

-와씨 이클 경 방패로도 한 번 막고 끝나는 거 아니냐?

그 거체와 위협적인 기계 부품들은 시청자들만이 아니라 멤버들을 긴장시키기에도 충분했다.

“어우, 저 드릴에 찍히면 끝이겠는데요?”

“으음, 방어보다는 회피에 집중해야 할 것 같구려.”

“실제로 그럴 수밖에 없⋯ 직접 보시겠네요!”

지놈이 그에 설명하려는 도중 바알세불이 바로 드릴의 쓰임새를 보여주었다.

맹렬히 회전하기 시작한 드릴은 그들이 아니라 천장을 향했다. 격렬한 진동과 함께 바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 이렇게 2페이즈 시작을 알려주네요.”

멤버들이 진입했던 통로가 바위 더미로 막혀버렸다. 그와 함께 본격적인 전투에 돌입했다.

“우아앗! 이, 일단 피해요!”

“그림자를 보고 피하시오!”

“방향 겹치지 않게!”

“오, 이런 공격 패턴이라 슬로우 장판을 1페이즈에 깔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 시작은 낙석을 피하는 것이었다. 멤버들은 신속히 흩어져 떨어지는 바위로부터 벗어났다.

-선 범위공격 뭔데에에에!

-옼ㅋㅋ 그래도 다 잘피하는 것이고?

-그 와중에 퍼교수님 강론 무엇?

-다른 멤버들은 다 바닥 보면서 피하는데 혼자 여유여유고?

-근데 진짜 자폭병들 몰이 사냥 안 했으면 개빡셌을 듯 ㅋㅋ

-ㄹㅇㅋㅋ 패턴 디자인 악랄하네

-킹치만 이미 퍼지데이가 치워버렸자너 ㅋㅋㅋ

안전을 확인한 멤버들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이경복도 바로 드론을 보내 바알세불의 스캔을 시작했다.

그렇게 광선과 플라즈마 칼날 그리고 유탄이 보스에게 쏟아졌지만.

“어우, 진짜 맷집 에바네! 보스라고 아주 그냥!”

“역시 대악마라 불리는 놈이구려!”

“지금 대장님이 스캔 중이시긴 하지만, 딱 봐도 약점이 티가 나죠?”

“머리 말씀하시는 거죠?”

바알세불의 방어력은 상당했다. 멤버들은 직감적으로 개조되지 않은 유일한 부위인 머리가 약점이라 짐작할 수 있었다. 실제로 이경복의 느낌에도 그러했다.

-이건 누가 봐도 머리지 ㅋㅋㅋ

-사실상 오픈북이구요?

-킹직히 이건 개발사가 알려주고 시작한 거자너 ㅋㅋㅋㅋ

-엔지니어 없는 조합도 약점 노리긴 해야 되니까 ㅋㅋ

-어떻게 각만 좀 나오면 되는데 ㅅㅂ

-드릴로 머리가 다 가려짐 ㅋㅋ

문제는 그 약점을 노리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앞다리에 부착된 커다란 드릴에 가로막혀 조준이 여의치 않았다.

“어씨, 저건 또 뭐야!”

“이런! 자폭병을 만들던 드론이오!”

“미리 터트려야 편합니다!”

더욱이 바알세불의 공격패턴은 낙석만이 아니었다. 놈은 몸속에서 부식성 파리 드론을 살포해 멤버들을 노렸다.

“드릴 옵니다! 피하세요!”

“아 진짜! 하나씩만 하지 좀!”

“그나마 다행히 바위를 치워주는 구려!”

“어씨! 죽을 뻔!”

파리를 모티브로 한 악마인 만큼 바알세불의 다리는 여러 개였다. 바닥을 짚은 두 다리 외에도 드러난 드릴만 6개였다.

천장을 뚫으며 동시에 머리를 가리는 드릴 이외의 나머지는 멤버들을 향해 덮쳐왔다. 그것들은 떨어진 바위를 파쇄하며 멤버들을 바쁘게 만들었다.

-어우;;; 정신이 없네

-이제보니 1지역 켈베로스가 선녀였고?

-???: 아아, 그 녀석은 우리 중 최약체였지

-아닠ㅋㅋㅋ 켈베로스는 대악마도 아니잖슴ㅋㅋㅋ

-최약체(진짜임)

-튜토 끝나자마자 C DA C!

도저히 차분하게 드릴 사이의 빈틈을 노릴 상황이 아니었다. 그에 시청자들이 난색을 표했지만 이경복의 생각은 달랐다.

“패턴이 어렵지는 않네요. 낙석은 진로 방해용이고 드릴공격도 멈추지만 않으면 쉽게 피할 수 있어요. 메인은 오히려 저 파리드론으로 보입니다.”

“아, 역시 대장님! 바로 맞추셨습니다. 이렇게 도트 딜로 말려 죽이는 느낌이거든요!”

“다행히 별 피해는 없소이다!”

“그 할아버지랑 한 계약 덕분이네요!”

벨페고르와의 계약 덕분에 디버프 효과는 크지 않았다.

-우리 형 선택이 딱이었네 ㅋㅋ

-블랙기업답게 이득만 취해버리기 ㅋㅋㅋ

-킹직히 버티는 건 문제가 없는데 딜링이 문제임

-ㅇㅇ 이건 퍼지데이도 꽤 시간 잡아먹을듯?

-그래도 이 정도면 무난히 클리어 하겠는 것이고?

시청자들도 그에 동의했지만 장기전이 되리라 짐작했다. 바알세불의 정신없는 공격패턴 탓에 멤버들이 실질적으로 공격에 집중을 못 하고 있었다.

“여러분, 작전을 좀 바꾸도록 하죠! 제가 바위를 터트릴 테니까 보스만 집중 공략해주세요!”

그에 지놈이 다른 전략을 제시했다. 파리 드론으로 입는 피해가 미미하니 자신이 바위를 제거해 동선을 확보, 데시벨과 이클립스가 공격에 집중하자는 뜻이었다.

“아, 그렇게만 해주신다면야!”

“바위만 없으면 속도가 조금 느려져도 상관없소이다!”

이에 멤버들이 동의했지만 이경복이 한 마디를 더했다.

“굳이 화력 분산하지 말고 지 대원도 같이 집중해주세요. 바위는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예?”

“사부님이요?”

“아니, 어찌⋯?”

모두의 얼굴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엔지니어가 무슨 수로 낙석을 처리한단 말인가.

하지만 그것도 찰나였다. 멤버들의 표정은 곧 미소로 바뀌었다.

“사부님이 하신다면 방법이 있겠죠!”

“공격을 준비하겠소이다!”

“오케이! 장전 완료!”

그 의문의 해답은 곧 눈으로 보게 될 것이다. 세 사람 모두 경험에 기반한 판단을 내렸다.

이윽고 바알세불이 재차 낙석을 일으켰다. 격렬한 진동이 전해져오자 이경복은 바로 대응에 나섰다.

-오? 배리어 오버클럭?!

-엔지니어니까 당연히 드론 활용이긴 한데 ㅋㅋㅋ

-이걸로 낙석을 막을 수가 있나?

-HOXY 배리어로 붙들기?

-아닠ㅋㅋㅋ 동력 소진되면 의미가 없잖슴ㅋㅋㅋ

-와씨 저렇게 빨리 움직이는데 조종이 되네 ㅋㅋㅋㅋ

시청자들도 궁금해하는 와중 드론이 배리어를 펼쳤다. 그런데 그 배리어의 상태가 예상과 달랐다.

떨어지는 바위에 비하면 한참 모자란 크기의 배리어가 여기저기 자리를 잡지 않나.

그러나 이어지는 결과에 시청자들과 멤버들은 탄성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이걸 어찌?”

“와! 사부님 계산 능력은 정말⋯!”

“아니, 진짜 미쳤네 이건!”

떨어지며 배리어에 부딪친 바위들이 일제히 궤도를 틀었다. 옆으로 튕겨 나간 바위들은 마치 핀볼처럼 서로 부딪치더니 도리어 바알세불 쪽으로 날아들었다.

물론 놈은 바로 드릴로 날아오는 바위를 박살 냈지만 상관없었다. 덕분에 멤버들 모두 여유롭게 공격에 집중할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캬 ㅋㅋㅋㅋ 이거지ㅋㅋㅋ

-아닠ㅋㅋㅋ 저걸 어떻게 핀볼처럼ㅋㅋㅋㅋ

-방어는 최선의 공격이다, 그게 상식이잖아?

-갓플류 태극권!

-바적바 메타 ㅁㅊㄷㅁㅊㅇ

-공격패턴(자해)

-이제야 딜 좀 들어가넼ㅋㅋ

-5252, 퍼펙트숏컷 또 해버릴 셈이냐구웃!

시청자들도 그에 환호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메시지에 다들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Baal-Zebul’ 분석 완료]

[>해당 개체 크리티컬 포인트 표시]

[>해당 개체에 대한 데미지 +50%]

멤버들이 공격을 집중하는 와중 이경복도 구경만 하는 게 아니었다. 오버클럭된 드론이 고속으로 스캔을 마쳤다.

“와! 50%?! 이제야 좀 쏘는 맛이 나네요!

“음, 역시 머리가 약점이었구려!”

“대장님이 놈의 손을 묶어버린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운 좋으면 맞출 수 있을 겁니다!”

모두가 예상했던 대로 머리가 약점이었다. 다들 그에 만족하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찐 보스전은 버프 낭낭하게 들어가네 ㅋㅋㅋ

-킹직히 보스 스캔은 개빡센데 이정도는 해줘야지 ㅋㅋ

-???: 쉬운데요?

-퍼펙트 스탠다드는 나가 있어!

-약점 알아도 노리기 빡센 건 여전하네 ㅋㅋㅋ

-그래도 이대로만 가면 낙승임

-ㄹㅇㅋㅋ 바로 숏컷이자너

멤버들의 생각도 시청자들과 비슷했다.

“이제부터는 저희 몫이네요!”

“음! 최대한 약점을 노려보면 되겠소이다!”

“낙석은 대장님이 다 맡아주실 테니 올인해보죠!”

여기서 더 이상 상황이 좋아질 수는 없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섣부른 판단이었다.

“저 드릴, 방해되니까 떼어버리죠?”

이경복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 * *

멤버들은 이경복의 지시를 기다리며 긴장했다.

“햐, 이게 진짜로 되나?”

“사부님 생각대로라면 될 테니까요!”

“소인과 경들만 잘한다면⋯!”

그 모습에 이경복은 웃으며 손을 움직였다.

“아니, 한번 해보고 안 되면 또 하면 되죠. 무슨 횟수가 정해진 것도 아닌데.”

-맞말이긴 한데 ㅋㅋㅋㅋㅋ

-형? 형이니까 할 수 있는 말이 아닐까?

-애당초 다른 사람들은 기회조차 못 만든다구욧!

-리트(개빡셈)

-근데 또 갓플은 첫트 전문가자넠ㅋㅋㅋㅋ

그 사이 바알세불의 공격패턴이 이어졌다. 이경복은 능숙히 바위를 되돌려 보냈고, 또 다시 바알세불은 바위를 처리하느라 손이 묶였다.

드릴에 파쇄 되는 바위 파편 사이로 파리 드론들이 쏟아져 나왔다.

“다들 스탠바이 해주시고!”

그것이 이경복이 노렸던 기회였다. 오버클럭된 드론이 고속으로 날아오며 배리어를 형성했다.

그 형태는 또 한 번 달라졌다. 둥글게 말린 배리어가 파리 드론들을 쓸어 담기 시작했다.

-무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WA! 플라잉 불도저!

-아니;;; 어떻게 파편이 하나도 안 섞임?

-이정도면 진짜 되겠는데?

-???: 이제는 말이 됨

-ㄹㅇㅋㅋ 그것도 첫트로 끝낼덧ㅋㅋㅋ

-퍼지데이가 리트할 거라 믿은 흑우 없제?

시청자들은 경탄과 동시에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이경복이 설명한 대로의 상황이 펼쳐진 덕분이었다.

“자, 준비하시고⋯”

이경복은 여유롭고 유려한 손짓으로 드론을 이끌었다. 고속 이동과 배리어에 밀려 쌓인 드론들이 까맣게 덩어리처럼 뭉쳤다.

그는 그대로 바알세불의 드릴 관절부에 드론을 밀어붙였다.

“지 대원, 쏘세요!”

“지스코 출동!”

지놈은 능청스럽게 멘트를 던지며 유탄을 연달아 발사했다. 이윽고 이경복이 타이밍을 맞춰 배리어를 해제하자 폭발이 일어났다.

배리어가 해제되자 빠져나가려던 파리 드론들이 한꺼번에 터져 부식액으로 드릴의 관절부를 뒤덮었다.

“사부님, 지금이죠!?”

“퍼플 경, 지시를!”

대기하던 두 사람은 바로 자신들의 차례라는 걸 직감했다. 관절부가 부식되면서 구멍이 숭숭 뚫렸기 때문이었다.

“자, 이제 버프 챙기시고!”

어느새 회수된 오버클럭 드론이 순서대로 이클립스와 데시벨에게 붙었다.

“소인에게 맡겨주시구려!”

이클립스는 미늘창을 굳게 쥐고 휘두르며 플라즈마 사출 모듈을 눌렀다. 시리도록 푸른 플라즈마의 칼날이 너절해진 관절부를 베어냈다.

결국 잘려나간 드릴이 굉음을 내며 바닥에 부딪쳤고 가려져 있던 바알세불의 머리가 드러났다.

“풀 차징!”

차징 라이플 총구에 응축된 광구가 최대치까지 불어나자 데시벨은 활짝 웃으며 방아쇠를 당겼다.

시야가 일순간 완전히 빛으로 덮일 정도의 광선이 머리를 직격했다.

질퍽거리는 소리와 함께 바알세불의 머리가 사라졌다. 그 머리가 있던 자리에는 검은 피가 울컥울컥 솟아날 따름이었다.

이윽고 그 거체가 힘없이 옆으로 기울어 쓰러지며 둔중한 소음을 내고 나서야 시청자들은 성공을 실감했다.

-파리쉑 카뜨!

-파리로 파리를 잡았구요?

-와앀ㅋㅋ 진짜 이게 되넼ㅋㅋ

-(게말콘)(게말콘)(게말콘)(게말콘)

-이게 진짜 코옵이지! 이게 진짜 코옵이지! 이게 진짜 코옵이지!

-퍼펙트 연계 개 지렸닼ㅋㅋㅋㅋ

-각이 없으면 만들면 된다, 그게 공략이잖아?

-킹직히 퍼지데이만큼 호흡 맞출 수 없으면 하지 마라 ㅋㅋ

-ㄹㅇㅋㅋ 이건 황새파티만 할 수 있다구웃!

-갓직히 드릴 자르기 도전과제 만들어줘야 된다 ㅋㅋㅋ

-퍼지데이 닉값 너무 잘 했고?

-대악마고 뭐고 다 숙청해버린다 이마리야 ㅋㅋㅋ

격동하는 채팅창처럼 멤버들도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크으, 우리 대장님부터 제가 딱 스타트를 끊고! 예? 그리고 바로 두 분이 연격을 촥촥! 캬하!”

“와⋯! 이거 손맛 진짜 끝내주네요! 막 총구가 부들부들 떨리는데⋯!”

“아주 호쾌했소이다, 데시벨 경! 소인은 혹시라도 어긋날까 어찌나 긴장이 되던지⋯”

이경복은 그에 웃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실패하면 또 어때요. 기회는 또 만들면 되는 거죠. 그게 보조가 하는 일 아닙니까.”

그 한마디에 멤버들 전부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 그렇죠. 사부님이 뒷받침을 딱 해주시는데!”

“확실히 퍼플 경이 뒤에 있다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지는구려.”

“크으, 우리 대장님은 그냥 존재 자체가 버프라니까.”

이경복과 함께한다는 사실 만으로 심리적인 안정이 되기 때문이었다.

* * *

바알세불이 죽고 난 후 스토리 컷신이 시작됐다. 컷신 속 멤버들은 재차 확인사살을 하고 바위로 막힌 통로를 뚫고 있었다.

“어? 뭔가 소리 나지 않았어요?”

“소인도 들었소. 뭔가 사락사락하는 느낌이오만.”

-오? 벨페고르 온 듯?

-대왕파리 잘 처리했는지 보러 온 건가?

-엥? 휠체어 소리가 아닌 것인디요?

-안 타고 왔을 수도 있지 ㅋㅋ

-ㄹㅇㅋㅋ 그 할배 다리 못 쓰는 게 아니라 움직이기 귀찮아서 타는 거자넠ㅋㅋㅋ

그런데 도중 인기척이 느껴졌다. 시청자들은 벨페고르인가 싶었지만 이경복의 직감은 달랐다.

‘적은 아닌데 우리편이라고 하기도 좀⋯’

적의나 선의처럼 명확히 구분되는 느낌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 존재감 자체는 상당했다.

이윽고 화면에 그 당사자가 나타났다. 그는 악마가 아니라 창백한 피부와 중성적인 외모의 천사였다.

“어? 천사? 지옥에 천사가 있어요?!”

“아니, 날개와 고리가 검은색인 걸 보니 일종의 타락천사 같구려.”

-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옥에 있는 타락천사? 이건 무적권이쥬?

-???: 거부할 수 없는 너의 마력은~

-할배요 ㅠ 요즘 누가 그 노래를 안다고

-아닠ㅋㅋ 수능금지곡은 알짘ㅋㅋㅋ

시청자들은 바로 그 정체를 눈치챘다.

“인간들의 잠재력은 여전히 놀랍군요.”

컷신 속 멤버들이 즉각 무기를 겨누었지만 그는 차분히 말을 이었다. 그 목소리 역시 외모와 맞게 중성적이었다.

“제 이름은 루시퍼, 당신들에게 해를 끼치려 찾아온 건 아닙니다.”

타락천사, 루시퍼는 그리 말하며 죽은 바알세불의 시체로 시선을 돌렸다.

“보시는 것처럼 저는 이 변질된 악마들과는 다릅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지요.”

이내 루시퍼는 깊이 숨을 내쉬었다. 그는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본래 지옥은 이런 곳이 아니었습니다. 악마들이 지옥에 떨어진 인간들의 과학기술을 활용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됩니다. 이에 저는 다른 대악마들과도 대적하는 입장이지요.”

-벨페고르랑 유사한 케이스인듯?

-귀차니즘에 이은 순혈주의 등장!

-정.통.악.마

-???: 과학기술? 인정할 수 없어!

-???: 이런 건 악마가 아니야!

-타락천사가 악마의 원조이긴 하지 ㅋㅋㅋ

-러다이트가 아니라 헬다이트 운동가였고?

-헬다이트는 또 뭔ㅋㅋ

시청자들이 그 말에 웃음을 흘렸다. 그 사이 루시퍼는 마저 설명을 이어갔다.

“지옥을 이대로 놔둘 수는 없습니다. 적의 적은 아군이라고도 하지 않습니까? 저 역시 대악마들을 몰아내길 원하지요.”

루시퍼는 손을 뻗었다.

그에 컷신 속 멤버들이 흠칫했지만 곧 바알세불의 시체가 빛의 입자로 해체되어 사라졌다.

“허나, 대악마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기에 방법이 없었습니다. 저 역시 바알세불이 죽은 뒤에야 이곳을 찾을 수 있었지요.”

이어 루시퍼는 가볍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와 더불어 퇴로를 막고 있던 바위 더미가 마치 깃털처럼 부유하더니 그 손가락을 따라 옆으로 날아갔다.

“지옥은 이미 제 모습을 잃었고 대악마들은 변질되었습니다. 대악마들을 처리할 방법은 공교롭게도 인간들이 가진 과학 기술뿐이군요. 헬라포밍이라 하던가요? 오직 그 기술만이 대악마의 영역을 지워버릴 수 있습니다.”

멤버들과 시청자들 모두 그 대사에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오? 이거 그거죠?!”

“헬라포밍 영역 숫자에 따라 보스가 약화되는 이야기 같구려.”

“아, 이게 그냥 시스템이 아니라 게임 설정에 녹아 있네요.”

“그렇죠! 개발사가 또 이런 디테일을 챙기거든요!”

-오ㅋㅋㅋ 난 그냥 난이도 조절 시스템인줄ㅋㅋㅋㅋ

-잘 만든 게임들은 이렇게 설정에 녹여낼 줄 안다니깐!

-괜히 헬라포머스가 코옵 대표 겜이 아니지 ㅋㅋㅋ

-???: 크윽! 퍼펙트 버그만 예상했었어도⋯!

-킹직히 그걸 누가 예상하냐곸ㅋㅋㅋ

다들 만족하는 와중 루시퍼는 한 발 옆으로 물러서서 길을 비켜주었다.

“악마들이 과학기술을 이용하는 건 인류에게도 경계해야 할 일이지요. 지옥에 떨어진 과학자들에게 징벌이 아닌 자유를 준 건 바로 질투의 대악마, 리바이어던입니다.”

마침내 루시퍼는 찾아온 이유를 밝혔다.

“그를 제거해주십시오. 제가 그의 연구소를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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