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0화 – 이건 몰랐지? (2)
늦은 밤, 게임 커뮤니티 헬라포머스 메타.
이곳 역시 해외 커뮤니티와 비슷하게 헬라포머스의 업데이트 주기에 맞추어 게이머들이 반짝 모이는 장소였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오늘 방송 보고 게임 지른 헬붕이 개추 ㅋㅋㅋ]
[드론 컨트롤 되는 거 맞음? 그냥 막 날아가는데?]
[야씨 ㅋㅋ 전부 다 엔지니어 고르면 어쩌자는 건데 ㅋㅋ]
[피지컬 안 되면 차라리 뱅가드 해라 ㅋㅋㅋ]
[늅늅이는 걍 마크맨부터 하는 게 좋은 덧?]
게시글이 우후죽순 올라오고 있었다. 전부 퍼지데이 방송으로 새로이 유입된 사람들로 북적이는 덕이었다.
이에 기존 커뮤니티에 상주하던 고인물들은 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일단 팁게부터 정독하고 찍먹 추천]
[엔지니어는 진성 헬붕이인 나도 늅늅이임 ㅋㅋㅋㅋ]
[당신이 퍼플이 아니라면 퍼펙트 엔지니어가 되는 방법은 없습니다^^]
[나도 퍼펙트 버프 받고 싶다아아아!]
[플탐 500시간 넘어도 엔지니어는 응애에요!]
수많은 사람들이 엔지니어를 희망했지만 고인물 중에서도 엔지니어는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에 그들은 다른 방향으로 뉴비들을 가이드 해주었다.
[팁게 가면 리딧 발 팁글 다 번역해뒀으니까 필독 좀!]
[킹직히 플레이 스타일이 달라서 직업군 추천은 못하게 씀]
[ㄹㅇㅋㅋ 테크 올리는 거에 따라서 또 달라지니까]
[팀원모집 게시판 잘 보고 ㄱㄱ]
[진짜 ㅋㅋ 제발 팀 구하고 시작해!]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이었지만 바로 전달되지는 않았다. 뉴비들이 그 조언의 이유를 깨달은 건 조금 시간이 지난 뒤였다.
[아니 ㅅㅂ 뱅가드 없으면 개빡센데?]
[와씨 ㅋㅋㅋ 엔지니어 왜 빠지는지 바로 실감함]
[아틸러리 둘로 기버리니까 팀킬 미쳤네 ㅋㅋㅋㅋㅋㅋㅋ]
[랜덤매칭하니까 바로 터짐 ㅋㅋㅋㅋ]
[국제 서버로 하니까 좀 낫긴 한데 말이 안 통함ㅠ]
대다수가 방송에서 봤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경험을 했다. 서로 잘 알고 있던 퍼지데이 멤버들과 달리 생소한 사람들과 매칭이 잡히기 때문이었다.
돌아온 이들의 하소연에 고인물들은 안타까움을 숨기지 않았다.
[팀 구하고 가는 게 오히려 시간절약임 ㅋㅋ]
[원래 코옵에서 가장 힘든 게 멀쩡한 팀 만드는 거여 ㅋㅋㅋ]
[여기서 직업군 별로 팀 짜고 들어가는 게 편함]
[영어 되는 헬붕이는 리딧가서 구하면 더 좋음 ㅋㅋㅋ]
이미 자신들도 경험했던 일들이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팀 구인 게시판에 글이 늘어나는 걸 보며 뒤늦게나마 안도하며 뉴비들을 위해 게시글을 올렸다.
[오늘 해외특파원 왜 안 옴?]
[헬붕이들 심심해한다구욧!]
[아닠ㅋㅋ 너희들이 갔다오라곸ㅋㅋ]
적절한 팀을 꾸리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고인물들도 마냥 기다리는 게 심심했기에 해외 커뮤니티의 이슈나 반응을 번역해서 구경하는 게 일종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리딧> 천조국 리액션 무엇?]
그중에서도 뉴비들이 관심을 가지는 주제는 당연 퍼지데이였다.
[해외특파원 헬붕이다
오늘은 응애들 많이 왔다고 힘 좀 썼다
일단 베스트 위주로 뽑았는데 저쪽도 다 퍼지데이 얘기밖에 없음ㅋㅋㅋㅋ
응애들은 보고 양심껏 개추 ㅇㅋ?
<-퍼지데이의 활약은 문자 그대로 전설적! 이런 플레이는 진짜 처음이라고?>
<-개발자가 직접 찾아갔다기에 바이럴 마케팅인 줄 알았지. 그런데 이제 보니 안 찾아갈 수가 없었네!>
<-퍼지데이 크루가 정말 궁금해서 큐글링을 좀 해봤어. 너희들은 믿을 수 없을 거야. ‘데시벨’은 헬라포머스 플레이와 함께 가입을 했다고! 하루 만에 이렇게 잘 맞다니? 무슨 마법이라도 쓴 거야?>
<-큐글링 실력이 형편없네! 다른 세 사람도 다 함께 게임을 플레이 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다른 멤버들과 모두 접점이 있는 건 ‘퍼플’ 뿐이야!>
<-아하! 드디어 답을 알았네! 퍼지데이의 핵심은 ‘퍼플’이었어! 그의 보조가 모든 걸 매끄럽게 만들었던 거야. 젠장! 이름 그대로 퍼펙트 엔지니어잖아!>
일단 이정도인데 ㅋㅋㅋ
이건 에피타이저고 메인은 따로 글 파겠음]
글쓴이의 바람대로였을까.
해당 글은 수많은 추천과 함께 초고속으로 베스트에 등극했다. 댓글이 쌓이는 건 그 다음이었다.
[-월클은 역시 월클인 것이고?]
[-오? 진짜 그르네? 퍼지데이 4인 코옵은 이게 첨이고?]
[-ㄹㅇㅋㅋ 메탈펀치는 사실 개인전이자너]
[-미스틱리그 때는 데학원생이 없었으니께 ㅋㅋㅋ]
[-생각해보니까 4명 다 처음 합 맞춘 건데 ㅋㅋㅋㅋㅋㅋ]
[-첫트인데 다회차같다? 퍼펙트 상식이쥬?]
[-크루 전체에 퍼펙트 상식적용 ㅎㄷㄷ]
[-온 세상이 퍼펙트 상식이다!]
그리 모두가 즐거워하는 와중 예고했던 2번째 게시글이 올라왔다.
[<리딧> 리더보드 ㅁㅊㄷㅁㅊㅇ]
그 제목은 퍼지데이의 팬인 뉴비들은 물론 고인물들 조차 바로 확인하게 만들었다.
[와씨 ㅋㅋㅋ 진짜 대박이네
(사진)
순위 보임?
1지역에서 팀 순위가 5천대인 것도 레전드였는데 ㅋㅋㅋㅋㅋ
2지역 끝나니까 세계 947위 ㅋㅋㅋㅋ
자릿수가 달라졌음ㅋㅋㅋㅋ
천조국 성님덜 지금 개깜놀ㅋㅋㅋㅋㅋ
<-무슨…? 시스템 오류 아니지? 2지역 공략 끝났는데 1000위권 내 진입이 가능하다고?>
<-이건 무척 충격적인데? 잠깐, 퍼지데이는 연계미션까지 했잖아? 거기서도 소모품을 사용하지 않았지. 거기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을 거야!>
<-총감독관과의 전투도 뺄 수 없지! 2페이즈를 완전히 생략했잖아? 바로 클리어로 처리 됐으니까 분명 2페이즈의 피해량과 시간 점수를 최고로 받았을 거야!>
<-맙소사, 다들 방어전에서 퍼지데이가 뭘 보여줬는지 기억하지? 2지역에서도 NPC 피해가 하나도 없었잖아! 그건 마이너스가 하나도 없었다는 뜻이야!>
<-이런 일이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다니? 바알세불과의 보스전도 엄청났잖아? 부식액 피해를 전혀 받지 않았으니까 점수가 높을 수밖에 없어!>
<-좋아, 이제야 알겠어. 퍼지데이는 진짜 ‘헬라포머스’야. 지옥을 정복하기 위한 특수부대 말이지! 마이너스는 없고 오로지 플러스뿐이니까!>
바로 게말콘 박고 검산하더니 납득해버림ㅋㅋㅋㅋㅋ
내가 리딧에서 렉카하던 글 중에 가장 개쩌는 글이었닼ㅋㅋㅋ]
2지역 공략과 더불어 갱신된 퍼지데이의 세계 순위가 3자리 숫자대로 진입했다는 소식이었다.
이 사실에 기뻐하지 않을 사람이 없었다.
[-바로 월클 증명해버리깈ㅋ]
[-뭐예요? 왜 진짜 월클이에요!?]
[-스코어 하면 또 갓플이거등요?]
[-ㄹㅇㅋㅋ 이미 하이스코어 협회에서 킹정받은 부분이구요?]
[-???: 어서와 PPL은 처음이지?]
[-이번 PPL은 퍼지데이 플레이 로그네 ㅋㅋㅋㅋㅋ]
[-즉.시.박.제]
다 같이 즐거운 분위기였지만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퍼지데이의 방송과 현실의 격차에 뉴비들은 허탈함을 느꼈다.
[코옵 게임은 시작 자체가 어렵네…]
[킹직히 플탐보다 대기 시간이 더 긴 듯 ㅋㅋㅋ]
[현실 친구가 있어야 좀 재미있게 할 듯?]
[야씨 ㅋㅋ 같이 할 친구가 있으면 이미 달리고 있짘ㅋㅋ]
[아싸 헬붕이를 배려해주세요ㅠ]
[솔플은 진짜 팀 가챠네 ㅎㄷㄷ]
[어차피 게임도 얼마 못했는데 환불할까?]
[난 퍼지데이 방송 좀 더 봐보고 결정할 거임 ㅋㅋㅋ]
시작부터 느껴지는 진입장벽에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고인물들은 그에 반박할 수 없었다.
이미 그들 역시 경험했던 일이기에 공감하는 바가 더 많기 때문이었다.
[안 맞으면 안 하는 게 맞음ㅋㅋ]
[전세계 헬붕이들이 겪는 일이다 이마리야]
[헬라포머스가 진짜 제대로 하면 꿀잼이긴 한데…]
[다른 코옵겜도 다 사람이 문제임ㅋㅋㅋㅋ]
협력은 결국 사람이 중요했다.
* * *
한편, 헬라포머스 개발사.
대표들이 모인 회의실의 분위기는 무척이나 밝았다.
“정말 믿을 수가 없어! 퍼지데이 방송은 지금까지 내가 수립한 모든 마케팅 전략보다 더 월등한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평소라면 널 위로해줬겠지만 이번에는 동의할 수밖에 없겠어. 트라이에서만 10만 명이라니?! 정말 꿈을 꾸는 것 같군!”
“친구들, 내가 말했잖아! 퍼지데이 플레이를 기반으로 한 도전과제가 제대로 먹혔어!”
트라이 플랫폼은 게임 별로 총 시청자 숫자를 집계해주었다. 그 중 헬라포머스 카테고리의 시청자 숫자가 전세계 10만 명을 돌파했다.
“20배, 무려 20배라고! 퍼지데이 방송 전에는 평균 5천 명이었던 시청자가 10만 명이라니? 대학에서 배웠던 모든 마케팅 이론들이 쓰레기처럼 느껴지는군.”
“진정해, 친구. 이례적이라는 건 우리 모두 다 알잖아? 네가 비싼 돈 주고 배운 그 이론들은 아직 유효하다고. 퍼지데이가 워낙 특별할 따름이지.”
“맞아. 데이터를 분석한 네가 더 잘 알잖아? 10만 명 중에 무려 5만 명이 한국인이라고! 물론 모두다 퍼지데이의 시청자는 아니지만 영향은 확실하지!”
퍼지데이가 헬라포머스 방송을 시작하자 바로 후발주자들이 나타났다.
해외에서는 퍼지데이 도전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한국에서는 이슈 하나하나가 소중한 소규모 스트리머들이 합심해 헬라포머스 방송을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국제적인 영향력도 대단하지만 퍼지데이는 특히 한국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지니고 있어.”
“그래, 단 하루 사이에 한국에서만 우리 게임이 판매량이 2만이 넘게 증가했으니까.”
“퍼지데이 그 자체가 살아있는 마케팅인 셈이지.”
대표들은 그에 실소를 흘렸다.
하지만 이내 모두의 얼굴이 굳었다.
“그런데 그 중에 40%가 이미 환불을 신청했고.”
“설문에 답변한 환불이유는 다들 확인해봤지? 물론 안 봐도 알고 있겠지만 말이야.”
“쯧, 또 팀 매칭 문제로군.”
한 회사를 함께 이끌어나가는 대표들이었지만 항상 의견이 같은 건 아니었다.
플레이어들로부터 꾸준히 피드백이 들어오는 매칭 문제에 대한 의견은 특히 그러했다.
“이제 고집을 꺾을 때가 됐어. 실제 고객들이 말해주고 있잖아? 매칭 시스템을 직업군 별로 바꿔야 할 때야. 그래야만 신규 플레이어들을 잡아둘 수 있다고.”
“네 의견이 그대로라면 내 답도 달라지지 않아. 직업군 매칭은 게임의 메타를 고착화시키고 수명을 깎아먹는다고. 직업군 조합을 구상하는 것도 재미의 일환이야.”
“친구들, 잠깐 진정하고…”
중재하려던 대표는 다른 두 사람의 표정을 확인하고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안 보여? 그 재미를 느끼기도 전에 플레이어들이 떠나잖아! 캐주얼한 플레이로 먼저 정착을 시켜야 된다고!”
“뭘 모르는 소리. 게임이 쉬워지면 그만큼 쉽게 게임을 떠나게 될 뿐이야. 그리고 우리 게임은 로그라이트 장르라고! 죽으면서 배우는 게임이라는 걸 아직도 몰라?”
“맙소사, 왜 이해를 못하는 거야? 지금 매칭 시스템으로는 그 잘난 ‘죽음’조차 경험하기 힘들다는 거잖아!”
“어렵게 얻어야만 소중함을 느끼지. 그건 사람도 마찬가지야. 매칭 시스템의 불편함이 오히려 팀의 결속을 강화시킨다고! 팀을 구하기가 쉬워지면 탈주도 쉬워져!”
헬라포머스를 개발한 이래로 대표들 사이에서 매번 부딪쳐온 주제였다. 결국 결론은 나지 않고 대표들 간의 감정의 골만 깊어지는 화제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약간 달랐다.
“둘 다 반영하자.”
그간 중립을 지켜왔던 대표의 말에 다른 두 사람의 눈이 홱 돌아갔다.
“뭐라고?”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야. 캐주얼한 플레이와 매칭시스템 유지. 둘 다 하자고.”
돌아온 대답에도 의문이 더욱 커졌다. 둘 중 하나로 결정하기 힘들어서 문제가 아닌가.
“자, 지금 문제가 뭐야? 뉴비들이 매칭에서 피로감을 느끼는 게 원인이잖아?”
“…그렇지.”
“그런데 매칭 자체는 잘 되잖아? 중요한 건 사람들이 협력이 잘 되는 팀에 들어가고 싶어 한다는 거지. 그럼 그렇게 만들어주자고.”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그게 가능하다고?”
의문은 더욱 커져 갔다. 그게 됐다면 왜 언쟁을 벌였겠나.
“캐주얼 플레이, 거기서 바라는 게 뭐야? 경험이잖아. 플레이어들이 일단 성취감을 누리는 게 목표란 말이야. 그게 꼭 직접경험이어야 할까?”
“무슨 뜻이야?”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해도 괜찮다는 거지. 이번 퍼지데이 방송을 보고 한국에서 구매량이 치솟은 것처럼 말이지.”
그는 자신 있게 말했다. 그의 발상은 퍼지데이 방송으로부터 시작됐다.
“스트리머 모드를 추가하자.”
“방송용을?”
“그래! 방어전에 한정해서 NPC 군인들로 참가하게 하는 거야. 이미 협력을 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조연으로나마 게임을 경험하게 만드는 거지.”
그의 아이디어에 다른 대표들이 눈을 번뜩였다.
“이미 생성된 게임에 접속을 한다? 확실히 그러면 매칭 피로도가 없어지겠지. NPC를 대체하는 거라면 기존 시스템을 유지해도 충분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스트리머와 함께 플레이할 기회라면 아무도 마다하지 않겠지. 스크린 너머에서 보는 것과 실제 옆에서 보는 건 또 다른 경험일 테고.”
“바로 그거지! 스트리머들 입장에서도 꽤 새로운 경험이 될 거야. NPC가 아니라 실제 사람이니 복합적인 명령도 수행할 수 있고, 어쩌면 말을 듣지 않을 수도 있지. 다양한 변수가 추가되니 장면도 풍성해지겠지.”
세 대표는 조금 전까지 언성을 높인 게 거짓말이었다는 듯이 서로 웃으며 눈빛을 나누었다.
“스트리머 모드 추가는 어렵지 않나? 만약 된다면 환불 비율이 대폭 감소할 거야. 오히려 스트리머와 함께하기 위해서 게임을 사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도 있고.”
“개발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아. 트라이 연계 시스템이야 이미 구축되어 있고, 상시 접속도 아니고 방어전 한정이니까. 매칭도 NPC로 대상을 수정하기만 하면 충분해. 하지만 당장 가능한 건 아니야.”
“대충 시기를 알려줄 수는 없어? 지금 당장 파급력이 큰 건 퍼지데이 방송이잖아. 퍼지데이의 마지막 방어전 전까지만 준비 되면 그때 공개를 하고 싶은데.”
대표들은 확신하고 있었다.
퍼지데이의 방송을 통하면 그 홍보효과는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맞출 수 있을 거야. 아니, 맞춰야지. 이건 우리 게임 계에 있어 역사적인 이벤트가 될 수 있어!”
개발을 맡은 대표는 의욕을 내비쳤다.
“그 많은 사람들이 다 같이 싸운다? 젠장, 협력 게임의 궁극점이잖아!”
“바로 그거지!”
“좋았어, 개발 진척상황을 보고 퍼지데이에 보낼 제안서를 준비하도록 하지.”
대표들도 그 장면을 보고 싶기 때문이었다.
* * *
다음날, 팀 퍼펙트 회의.
이경복은 도통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와, 진짜예요? 진짜 퍼그말리온 님이 만드신 거라고요?”
퍼그말리온이 몰래 준비한 메카퍼무새의 디자인이 그 앞에 홀로그램으로 투사됐다.
그 디자인 자체도 훌륭했지만.
“아니, 진짜 모션이 너무 자연스러운데?”
기존의 야구공 같았던 드론과 달리 ‘새’의 형태였기에 모션이 추가되어야 했다.
그런데 메카퍼무새는 마치 살아있는 새처럼 자연스럽게 날갯짓을 하고 있었다.
“햐, 진짜 다시 봐도 대박이네.”
“그러니까요. 그때는 움직이는 버전은 아니었는데.”
“장인은 역시 다르시다니까.”
“에이, 아니에요. 그냥 프랜차이즈 테일 때 모드 준비한 게 좀 도움이 됐어요.”
팀원들도 칭찬을 아끼지 않자 그녀는 쑥스러워하면서도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와, 대체 언제 이런 엄청난 걸 준비하신 거예요?”
“아, 헬라포머스로 컨텐츠 정하셨을 때부터요. 그때부터 조금씩 해봤어요.”
“아니, 대박이다 진짜.”
이경복이 거듭 감탄을 표하자 팀원들도 웃음을 터트렸다.
“인마가 이 정도로 좋아할 정도면 오늘 시청자들 난리 나겠네.”
“아유, 이건 백퍼센트죠!”
“시청자들이 방송 끝나자마자 바로 모드 공유해달라고 할 걸요? 저는 거기에 전 재산도 걸 수 있을 듯.”
“이걸로 내기를 하기에는 반대에 걸 사람이 없을 것 같은데요.”
이경복은 그에 웃음 짓다가 이내 눈을 굴렸다.
“이거 저희만 알고 있는 거죠?”“네? 아, 그렇죠.”
“그럼 우리 크루 멤버들한테도 비밀로 하죠. 지금 저처럼 서프라이즈를 당해봐야 리액션이 확실할 것 같습니다.”
그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하자 팀원들이 슬쩍 눈빛을 나누었다.
‘경복아, 그 멤버들이 또 서프라이즈를 준비 중이다.’
‘이거 또 아시면 놀라시겠지?’
‘사장님은 놀래키는 맛이 있다니까.’
‘퍼플 님께는 뭔가 미안하지만… 그래도 기뻐하실 테니까…!’
‘보아하니 비밀이 누설 될 가능성은 없겠군.’
밤 사이 지놈 쪽에서 전해져 온 퍼지데이 팀 회식에 관한 이야기를 박주호가 공유했었다.
팀원들로서는 메카퍼무새로 멤버들을 놀래킬 생각에 신난 이경복을 보며 미소가 지어질 따름이었다.
“좋습니다. 그럼 회의는 여기서 끝내면 될 것 같고요. 아, 근데 이럴 줄 알았으면 미팅 일정을 좀 미룰 걸 그랬네요.”
그 사이 이경복이 퍼그말리온을 보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일정을요?”
“네. 디자인하신다고 피곤하셨을 텐데…”
“아뇨! 저 컨디션 완전 좋아요! 메카퍼무새는 제가 좋아서 짬짬이 준비한 거고, 오히려 저는 미팅에 제가 참석하는 게 영광인걸요.”
그녀가 적극 손을 내저었다. 이경복도 그에 안심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가셔야죠.”
처음제당에서 제안한 ‘퍼무새 빵’과 관련한 미팅이 예정되어 있었다. 이경복은 박주호만이 아니라 퍼그말리온도 그 자리에 대동하기로 했다.
“먹는 거긴 해도 콜라보 제품이고 굿즈잖아요? 그 디자인을 아무한테나 맡길 수야 없습니다.”
이유는 하나였다.
“이번 퍼무새 빵 기획은 저희가 주도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