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의 신들린 게임방송-491화 (491/491)

491화 – 이건 몰랐지? (3)

처음제당 외식업체본부, ‘처음푸드타운’의 사옥.

처음제당은 대기업답게 계열사를 운영하고 있었고, 그중에서도 외식업체는 여러 브랜드를 운영했다.

다양한 종류의 레스토랑부터 카페는 물론, 베이커리 브랜드인 ‘쥬르드팡’도 그중 하나였다.

“아니, 퍼플이라는 사람이 그렇게 유명한 인플루언서예요?”

미팅을 준비하는 쥬르드팡의 직원들이 이경복에 대해 잘 모르는 것도 그런 이유였다.

“찾아보니까 최근 게임 쪽에서는 유명세가 대단하더라고요.”

“제가 건너건너 들었는데 식품사업부에서는 꽤 좋게 보고 있다네요.”

퍼지데이 뒤풀이 당시 박주호와 명함을 교환한 사람들은 외식업체가 아닌 식품사업부 직원들이었다.

정작 미팅을 준비하는 직원들은 방송을 본 적도 없었고, 게임 쪽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도 아니었다.

“뭐… 윗선에서 추진한 거니까 생각이 있겠죠.”

“그래도 확실히 콜라보 성과가 대단한가 봐요. 몰랐는데 바로 전에 오로라 그룹이랑 한 것도 엄청 나던데요?”

“아, 그거 저는 뉴스에서 봤어요! 무슨 팝업스토어가 뉴스까지 나오나 했는데 이분이시더라고요.”

직원들은 회의감을 느끼면서도 스스로를 납득시켰다. 일단 업무지시가 내려왔으니 진행을 해야 하지 않겠나.

“흠, 큐튜브 구독자수도 250만이시니까 화제성은 충분하겠네요.”

“아, 맞아. 큐튜브 영상 좀 찾아봤는데 마스크가 준수하시더라고요. 젊은 친구들이 좋아할 만하다는 느낌?”

“에이, 그건 딴 얘기죠. 어차피 제품에는 앵무새 캐릭터만 들어가잖아요.”

그리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회의실 문에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니 팀 막내인 신입 직원이 주춤거리며 들어왔다.

“저, 안내데스크에서 퍼플 님이 오셨다고 연락이 와서요.”

“그래요?”

“이야, 시간을 딱 맞추셨네.”

직원들이 그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자 신입이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괘, 괜찮으면 제가 마중 나가도 될까요?”

“마중이요?”

“아니, 엘리베이터만 타면 되는데…”

“에이, 마중 나간다고 나쁠 건 없죠. 다녀오세요.”

“헐! 감사합니다!”

직원들로서는 왜 그러나 싶었지만 신입 직원은 눈에 띄게 기뻐했다.

“저렇게 좋아할 일인가?”

“확실히 젊은 친구들한테 먹히는 게 있나 봐요.”

“자, 저희는 준비하죠.”

그녀가 사라지자 남은 직원들이 실소를 흘렸다.

* * *

한편, 사옥 1층 로비.

이경복과 박주호, 그리고 퍼그말리온은 안내 직원이 내어준 방문증을 패용했다.

“담당 직원이 내려오신다니 잠시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확실히 외식기업이라는 느낌이 나네요.”

“아, 그러게요. 보통 회사에는 1층에 식당이 없죠?”

세 사람은 여유롭게 로비를 둘러보았다. 외식사업본부인 만큼 자사의 브랜드 가게가 입점해 있었다.

둘러보던 그들의 눈을 사로잡은 건 단연 쥬르드팡이었다.

“이야, 빵 냄새 좋다.”

“이번에 계약하면 여기에 퍼무새 빵이 들어온다는 거죠?”

“그렇게 생각하니 신기하긴 합니다. 물론 계약이 잘 됐을 때의 이야기입니다만.”

“야, 잘 되는 게 아니라 잘하는 거지.”

그리 세 사람이 가볍게 잡담을 나누는 와중이었다. 이경복은 뒤쪽에서 유독 강하게 느껴지는 화사한 기운에 절로 고개를 돌렸다.

“호, 혹시 퍼플, 퍼플 님이신가요…?!”

떨리는 목소리와 커다랗게 변한 눈동자, 그것은 직원이 아니라 영락없는 팬의 모습이었다.

이경복은 그에 미소로 화답했다.

“네, 맞습니다.”

“헙! 대박! 진짜 퍼펙트 보스 그대로시네요…!”

“예? 아, 감사합니다.”

“아니…! 그, 실례했습니다. 안내, 안내해드릴게요!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그녀는 횡설수설하더니 종종걸음으로 앞장섰다. 이경복이 머쓱한 표정으로 다른 두 사람을 돌아보았다.

“…저는 저분 심정 충분히 이해해요.”

퍼그말리온은 고개를 주억거렸고 박주호는 눈을 내리깐 채 입을 가리고 있었다. 하지만 어깨의 떨림은 가릴 수 없었다.

그렇게 세 사람이 엘리베이터에 오르고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 이번 콜라보 잘 성사됐으면 좋겠어요.”

신입 직원이 머뭇거리다가 작게 입을 열었다.

“어, 제가 직원이라 그런 게 아니라요. 퍼플 오피스에 갔을 때 정말 좋았어서요…”

“아, 오셨었어요? 방문 감사드립니다.”

이경복의 감사에 신입 직원은 연신 고개만 끄덕였다. 이윽고 엘리베이터가 멈추자 그녀는 정중히 회의실로 안내를 마쳤다.

“파이팅…!”

마지막으로 들릴 듯 말 듯 한 응원과 함께 그녀는 자리로 돌아갔다. 다른 사람들은 못 들었지만 이경복은 들을 수 있었다.

“아, 어서 오십시오!”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시는 데 불편함은 없으셨나 모르겠네요.”

회의실에서 대기하던 직원들의 환대가 이어졌다. 그에 이경복은 가볍게 인사를 받았다.

‘역시 좀 그러네.’

직원들로부터 느껴지는 기운은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전의 다른 계약 자리와 비교하면 분명히 달랐다.

‘그래도 이 정도는 제안 받았을 때부터 예상했으니까.’

이경복은 마음을 다잡았다.

팀 퍼펙트 회의에서 콜라보 제안 이야기가 나왔던 시점부터 직감을 했던 바였다.

자신이 바꾸고자 하면 바꿀 수 있었다.

‘지금부터가 중요해.’

그렇게 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 미팅은 본론으로 진입했다.

“메일로도 전달 드렸지만 방송에서 나왔던 퍼무새 빵을 상품화하고자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번 콜라보 기획에 관한 홀로그램 문서가 각자의 눈앞에 나타났다.

메일과 다른 점은 바로 눈에 띄었다.

“어…”

“흐음…”

“…여기 첨부된 사진이 퍼무새 빵 디자인인 거죠?”

메일에는 방송 중 화면을 캡쳐했지만 지금은 쥬르드팡에서 디자인한 빵의 실물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 디자인을 본 세 사람은 서로 눈빛을 나누었다.

“퍼무새라기보다는 그냥 앵무새를 본뜬 느낌이 드네요.”

“앵무새 빵이라고 하면 이해는 되는데…”

“예상 밖이긴 합니다.”

이경복이 대표로 그 감상을 입 밖으로 꺼냈다. 이윽고 다른 두 사람도 고개를 주억거리자 직원이 바로 설명했다.

“아마 퍼플 님 쪽에서 더 잘 아시겠지만, 퍼무새의 디자인 자체는 ‘에이지 오브 오션스’라는 게임에 귀속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도 가급적 캐릭터를 그대로 제품으로 옮기고 싶지만 저작권 이슈가 있어서요.”

“제빵의 용이성을 위해서도 디자인을 단순화시킬 필요가 있긴 합니다.”

당연하게도 사측에서 일부러 디자인을 망치려고 한 건 아니었다. 매장에서 직접 구워야 하는 만큼 디자인이 지나치게 복잡하면 곤란했다.

“그거야 그렇긴 한데…”

“흠, 좀 아쉬운 면이 있긴 합니다.”

그 이유를 들은 팀원들은 씁쓸해하면서도 수긍했다. 반면 이경복은 잠시 눈을 굴리더니 되물었다.

“저희 쪽에서 디자인을 맡게 되면 계약 조건을 좀 더 협의할 수 있을까요?”

“…예?”

“직접 디자인을?”

그에 다들 놀라자 이경복이 차분한 목소리로 이유를 밝혔다.

“말씀해주신 이유에는 공감합니다. 하지만 현재 이 디자인은 팬 분들께서 아는 퍼무새와 괴리감이 너무 심해요. 단순화시킨다고 해도 특징을 살릴 수 있을 텐데, 그런 부분이 없어서 무척 아쉽습니다.”

표현은 정중하지만 어투는 강했다. 이경복이 느끼기에 이 디자인에는 고민한 흔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 말에 놀란 직원들의 시선이 한 곳으로 몰렸다. 그 시선에 제품 개발 담당 직원은 마른침을 삼켰다.

‘그냥 앵무새면 되는 거 아닌가?’

실제로 앵무새라는 데만 신경 써서 지시를 내렸기 때문이었다. 이경복이 정확히 그 사실을 짚어내니 정곡을 찔린 기분이었다.

“어, 그건 지금 당장 답변을 드리기 어려운 사항입니다. 디자인을 준비해주신다면 무척이나 감사한 일이지만, 어떤 디자인이 될지, 실제로 사용하게 될지는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

담당 직원은 놀랐지만 곧 정석적인 대답을 꺼낼 수 있었다.

“예, 저도 이해합니다. 일단 디자인 쪽 관련해서는 재고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다행히 이경복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직원들은 빠르게 눈빛을 나누더니 입가에 미소를 장착했다.

“디자인도 정말 중요한 부분이지만 그래도 음식은 맛이 핵심이죠.”

“저희가 견본을 준비해뒀으니 한 번 시식을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보기 좋아도 맛이 없으면 식품으로서 가치가 없었다.

* * *

팀원들은 준비된 퍼무새 빵을 음미했다. 식사가 아닌 평가인 바, 세 사람 모두 신중히 맛을 느꼈다.

“퍼플 님의 대표 컬러이자 퍼무새의 깃털 색인 보라색을 어떻게 구현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네, 여러 재료를 검토한 결과 지금 드시는 자색고구마와 블루베리가 가장 적합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내부적으로 저희 직원들이 평가를 했는데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옆에서 직원들이 제품에 대한 설명을 곁들였다. 이내 시식을 끝낸 세 사람은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맛이 좋긴 하네요. 맛만 보면 기대 이상입니다.”

“아, 진짜요. 고구마라고 해서 약간 목이 막힐 줄 알았는데 의외로 부드럽게 넘어갔어요.”

“블루베리도 식감이 괜찮고 양도 적당한 게 가볍게 먹기 좋아 보입니다.”

호평이 나오자 직원들은 그제야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아유, 물론입니다. 이게 견본이라고 재료를 더 넣은 것도 아니거든요.”

“자색고구마나 블루베리 모두 정량 지켜서 나갈 겁니다. 지금 느끼신 그대로요.”

하지만 그 미소는 오래가지 않았다. 박주호가 입가를 닦아내고는 바로 질문을 던진 덕이었다.

“가격은 어느 정도로 책정하셨습니까?”

“예? 아…”

직원들은 잠시 눈치를 보다가 이내 헛기침을 흘렀다.

“크흠, 일단은 4,500원으로 잡았습니다.”

“이거 하나예요?”

“예, 두 제품 가격은 동일합니다.”

“아니, 저는 콜라보임을 감안해도 3천 원이면 되겠다 생각했는데…”

이경복도 퍼그말리온도 눈이 크게 뜨였다. 생각보다 너무 높은 가격이지 않나.

“그게, 이것도 다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저희 본사만이 아니라 가맹점주님들께도 이익이 돌아가야 하거든요.”

“거기에 콜라보 상품은 따로 패키징이 들어가서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게 됩니다.”

“그렇죠. 그리고 아무래도 기간 한정 상품이니까 대량생산이 힘들어서 단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해 못 할 이유는 아니었다.

이경복은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괜찮으시면 저희끼리 이야기를 좀 해도 될까요?”

“아, 예. 비어있는 회의실을 쓰시면 됩니다.”

세 사람은 자리를 이동했다.

이경복은 짧게 숨을 내뱉고는 두 사람을 돌아봤다.

“다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퍼그말리온은 머뭇거렸지만 박주호는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가격이 높은 건 사실이지. 하지만 제안 자체는 나쁠 거 없다고 봐.”

“매니저 님?”

“사측에서 비용 부담을 줄이려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굿즈 성격이 강한 만큼 매일 사 먹는 것도 아니고, 팬들이라면 충분히 부담할 가격이라고 봅니다.”

그 대답에 퍼그말리온은 조심스럽게 그러나 확실히 의견을 피력했다.

“저는, 이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시청자분들이 기대하는 퍼무새 빵과는 너무 달라요. 거기에 가격까지 비싸다면…”

“평가가 좋지는 않겠군요.”

“네. 실망이 클 거예요. 아, 물론 시청자분들은 퍼플 님이 아니라 쥬르드팡 쪽에 실망하실 겁니다.”

두 사람의 의견을 들은 이경복은 굳은 얼굴로 머리를 쓸어 넘겼다.

“퍼그말리온 님.”

“네?”

“지금 제품 디자인 보신 것보다 더 나은 디자인으로 바꾸실 수 있을까요?”

그녀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할 수 있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 디자인은 퍼무새를 아예 모르는 사람이 한 디자인이니까요. 차라리 팬카페에 올라온 팬아트가 더 캐릭터에 어울릴 정도예요.”

내심 불만이 쌓였는지 말이 빠르게 쏟아져 나왔다. 그에 이경복은 미소를 지으며 동의했다.

“좋습니다. 역시 이대로는 받아들일 수 없어요. 비용 절감이 필요한 건 맞지만, 이대로는 팬들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상황이야.”

“기업은 원래 그래. 대기업은 더 그렇고. 바꾸기는 힘들 거다.”

박주호의 말에 이경복은 웃음 지었다.

“그래, 그러니까 양보하게 만들어야지.”

그의 결정에 두 사람도 따라 미소를 지었다.

“지금 바로 가겠다는 거로군.”

“아으… 괜히 떨리네요. 저분들이 저희 팀에서 낸 아이디어를 받아들이실지…”

메일로 제안을 받았을 때부터 팀원들은 여러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애초에 팀 퍼펙트는 쥬르드팡의 제안 그대로 계약을 체결할 생각이 없었다.

세 사람은 정리를 마치고 다시 회의실로 돌아왔다.

“오, 빨리 돌아오셨네요.”

“디자인 쪽은 시안을 전달해주시면 저희 쪽에서 검토를…”

직원들은 미팅이 마무리 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세 사람이 다시 자리를 잡자 곧 눈을 동그랗게 떴다.

“준비해주신 제안서 잘 봤습니다. 저희도 하나 준비한 게 있습니다.”

“준비요?”

박주호는 바로 홀로그램 문서를 띄웠다. 다시 자리에 앉던 직원들은 문서를 확인하고 헛숨을 들이켰다.

“원래 사용하시던 서식이 편하실 것 같아 메일로 주신 문서 양식을 활용했습니다.”

“모처럼 제안해주신 기회인데 퍼무새 빵 하나만으로는 아쉬울 것 같아서요. 저희 쪽에서도 아이디어를 하나 준비해왔습니다.”

문서에는 팀 퍼펙트가 회의를 통해 준비한 새로운 콜라보 제품의 시안이 첨부되어 있었다.

물론 직접 제빵을 한 게 아니라 퍼그말리온이 모델링을 한 걸 캡쳐한 사진이었다.

“게살을 넣었으니까 대게 빵인가? 아니, 근데 왜 모양이…?”

말 모양 빵 속에 꽉 찬 게살.

퍼무새 빵에 버금갈 정도로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제품.

“이거…! 그 게말콘이라는 거 아닌가요?”

“아, 게가 말이 된다는 컨셉이구나!”

바로 게말콘 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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