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6화
3. 아몬드가 누구야?(1)
나온 지 오래된 패키지 게임.
이런 종류의 게임들이 시간이 지나면 늘 그렇듯이 엄청난 마니아들이 생겨나곤 하는데.
킹덤 에이지 역시 유독 그 팬층이 두터운 게임이다.
아무리 다 회차 플레이를 해도 그 특유의 현실감과 난이도 때문에 질리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애초에 시작부터 진절머리를 내며 떨어져 나가는 플레이어도 많다. 아니, 거의 대부분이다. 그러니 고인물들만을 위한 게임이다.
커뮤니티 역시도 성격이 비슷했다.
이용자는 크게 없다만 소수 정예.
숫자는 몇 없지만, 게시글 트래픽은 여타 중박 게임의 커뮤니티하고도 맞먹는 수준.
그들은 오로지 이 킹덤 에이지만을 잘하기 위해 정보를 교환하고, 공부하는 열정적 게이머들이 대부분이었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늘 올라오는 글의 패턴은 거기서 거기였고 올리는 게시자도 다 아는 자들이었다.
그러니 이런 신선한 게시글이 눈길을 끄는 것은 당연하리라.
[오늘 나 이상한 방송 봄. 개초짜가 로만한테 칭찬받음.]
개초짜. 로만의 칭찬.
이 두 가지 단어만 해도 조회 수를 마법처럼 늘려주는 단어였다.
이런 도발적인 게시글의 제목을 보고 들어오지 않을 킹덤 에이지 유저는 없었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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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상 보셈.
진짜임. 밑에는 그 사람 캡슐 신체 정보.
로만이 극찬하고 감. 게다가 두목 도망가는 컷 신 안 나오고 그냥 죽어버림 시발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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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글의 내용은 간단했다.
상현이 산적 두목을 한 번에 죽여서 컷 신마저 사라졌다는 것.
거기에 뉴비 킬러 독설가 로만의 칭찬을 받아냈다는 것이다.
첨부 자료도 있었다.
상현의 영상을 따서 올리고, 그 밑에는 그의 방송 세부 정보란에서 살펴볼 수 있는 신체 정보를 첨부해 놨다.
한마디로 뜬소문이 아니라 증거가 있는 말이었다.
-ㄹㅇ 보나마나 낚시인 줄 알았는데.
-뭐야. 시발 낚시 영상인 줄 알았는데. 왜 진짜냐 이거.
-이왜진……?
대체로 반응은 굉장히 놀랍다는 쪽이었다. 혹은 아예 믿지 못하는 자들도 많았다.
-아니 계정 생성이 어제라고?!
└주작 아니냐?
└주작이지. ㅅㅂ 어그로 한두 번 보나. 유입이네.
└위엣 놈은 영상 안 봤누…….
-활 챌린지 하는 고인물 아녀? 부계정 아니냐고!!
└부계정ㅋㅋㅋㅋ 캡슐엨ㅋㅋㅋ
└암~ 부계정이지. 육신 하나 새로 파면 되는데. 그게 뭐가 어려움 ㅋㅋ
└ㄹㅇㅋㅋ
다들 게임을 오랫동안 플레이했고, 자신의 플레이에 자신이 있던 자들이라, 믿지 못하는 자들도 다수다.
그러나 영상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캡슐 시대에선 계정을 속일 수도 없었다. 자신의 지문, 홍채, 뼈대 등등 모든 신체 구조가 곧 신분의 인증이었다.
더군다나 스트리머의 경우에는 그 신체 계정의 생성 일도 표시가 된다.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아몬드? 쳐도 안 나오는데. 뭐임.
-ㄹㅇ 대체 어디서 방송하냐. 요즘은 다 트레비 아닌가?
└트레비는 탄산수고요 ㅂㅅ아.
-화면 보니까 트리비 맞는데. ㄹㅇ 어딨누.
-나 글쓴이인데. 쟤 완전 초짜라 그러고 보니 방송 이름도 그냥 자동생성이었음. 무슨 코드 번호 같은 거 ㅋㅋㅋ 링크 남겨둠. 타고 가셈. (링크)
└와 ㅋㅋㅋㅋ 방송 이름도 안 정했던 거임? ㅋㅋㅋ
└어케 보면 븅신이넼ㅋㅋㅋ
뜨끔.
커뮤니티를 살펴보던 상현은 멈칫했다.
“아…… 이럴 수가.”
그도 그제야 알았다. 방송 명을 정하지도 않은 채로 그냥 냅다 켰다는 걸.
“다행이다. 링크 걸어줘서.”
다행히 글쓴이가 댓글에 링크를 추가로 남겨줬다. 이러면 충분히 홍보효과가 되리라.
그는 가슴을 쓸어내린 뒤 다음 반응을 살폈다.
-아니, 그만큼 생초보라는 건데……. 대체 어케 했누……. 시발.
-두목 잡는 거. 활 챌린지 하던 전자파도 못 하던 거 아님?
└어? 글고 보니 전자파가 두목을 활로 잡아야 한다고 했던 거 같긴 해. 저 새끼 올 패링 판정이라.
└활도 완벽한 타이밍에 제대로 조져야 한다 했음.
└전파 피지컬로도 안 되는 걸 슈발 어제 계정 만든 새끼가 하냐.
└전파쉑…… 한창 활 챌린지 하다가 걍 이 겜 안 하잖아.
└전파는 너무 월클이지……. 이런 똥겜 하기엔.
전자파라는 사람과 상현이 비교되고 있었다.
‘전자파……?’
상현은 그 희한한 이름을 가진 스트리머를 막상 알진 못했다. 그는 풍선껌 방송만 봤으니까.
‘얼추 기억나는 거 같기도.’
하나 한번 실력파 방송을 찾아볼 때, 상위 랭킹에 있던 이름이 언뜻 기억이 나긴 했다. 프로게이머 출신이라고 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누군가 썼던 이런 말이 생각났다.
-고전파, 도파, 다음은 전자파지.
약 20년 전 한 시대를 풍미했던 고전파와 도파. 이 둘에 대해서는 게임에 관심 없던 상현도 잘 알고 있었다.
국어사전에 등재된 최초 순수 한글 사자성어 ‘자강두천’의 어원이 저 둘의 웅장한 대결이었다고 학교에서 배우기까지 했다.
자강두천의 고전파와 도파.
시대를 풍미한 그런 둘과 비견되는 자가 지금의 전자파다.
“헐.”
그리고 그 전자파와 지금 자신이 비견되고 있었다.
물론 그 비견에 대해 이견을 가진 세력이 꽤 크긴 했지만.
-전자파가 어디 개 이름이야?
-이젠 어디나 전자파를 붙이넼ㅋㅋ
-아오. 그냥ㅋㅋㅋㅋ
-근데 진짜긴 하잖아. 저거 전자파가 못했던 거 맞는데?
-야. 전자파가 애초에 패키지 게임 안 좋아하는 거 모름?
└좋아하든 안 좋아하든 쟤가 한 거 못한 건 팩트.
└팩트) 니 인생은 아무도 안 좋아함.
-아 또 전갈들 존내 몰려오네.
-거의 볼드모트여ㅋㅋㅋㅋ 이름 말하면 ㅈ돼
상현은 커뮤니티 창을 꺼버렸다.
“우워…….”
벌써부터 이 업계 최고위급과 비견된다니.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나, 그는 태생이 스포츠맨이다.
이런 부담을 즐기는 편이다.
“쩐다.”
상현은 순수하게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그때였다.
띠리리리링.
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김주혁]
김주혁이다. 그러고 보니 감사 인사도 제대로 못 했는데, 잘됐다 생각하며 상현은 주혁의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어. 방송은 잘했냐?”
“덕분에 잘했다.”
“그래? 다행이네. 사장님이 좀 걱정하시던데.”
“괜찮아. 잘 구동되는 거 같아.”
“시청자는 좀 와?”
“어……. 마지막엔 한 20명 정도까지 봤어.”
“이, 이십 명!? 뭐야. 첫날에?”
주혁이 하도 크게 소리를 질러서 상현은 움찔했다.
“어……. 게임을 잘 골랐거든.”
“이야. 재능 넘치네. 여기 왜 다녔냐.”
“낙하산으로 대기업에 꽂아준다는데. 누가 안 다녀.”
“씹새끼…….”
“하여튼 다음에 술이라도 살게. 나 방송해야 돼.”
“어? 지금 점심인데? 너 저녁 방송하잖아.”
“점심 저녁이 어디 있어. 난 이제 이게 직업인데.”
“회사에선 점심에도 저녁에도 일 안 하더니. 알았다.”
툭.
주혁은 어이없어하며 전화를 끊었다.
“참나…….”
투덜거리는 듯한 그의 입은 그러나 웃고 있었다.
‘열심히 하니까 다행이네.’
말로는 타박했지만, 유상현은 굉장히 성실한 편이다. 그게 이 게임 방송 업계에서도 잘 발현되고 있다니, 주혁은 만족스러웠다.
“아.”
흐뭇하게 웃던 그는 머리를 긁적였다.
“뭐 말했어야 하는데…… 까먹었네.”
분명 캡슐방 사장이 뭔가를 전달해 달라고 했었는데. 갑자기 안부 전화처럼 되어버렸다.
‘그게 뭐였지……?’
주혁은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보며 고민했지만 쉽게 떠오르진 않았다.
신체 최적화 어쩌고 관련이었던 것 같은데. 주혁 역시 캡슐 게임과는 거리가 먼 인간이라, 이해할 수 없는 용어였다.
“김 대리!”
과장의 고함소리에, 주혁은 고민하던 건 다 잊고 뛰어가 버렸다.
“예!”
“이거 봐. 너 지금 밥이 넘어가냐? 네 부사수가 이렇…….”
‘개 같은 놈…….’
* * *
오드득. 오드득.
상현은 간식 겸 비상식량으로 쟁여둔 아몬드를 입에 털어 넣으며 캡슐을 가동시켰다.
밥을 제대로 먹고 싶었지만, 그럴 시간도 아까웠다. 아니, 정확히는 오늘 커뮤니티 반응 때문에 밥이 넘어가질 않았다.
심장이 두근대고 계속 에너지가 솟구쳤다.
밥이 필요가 없었다. 관심이 곧 그에겐 밥이었다.
꿀꺽꿀꺽.
그래도 허기는 달래야 하기에 우유를 들이켠다.
아몬드를 먹고 우유를 먹으면 배 안에서 천천히 불어서 나중엔 배가 꽤 부르다.
나름대로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을 전부 챙기는 식사법이기도하다. 그가 한참 돈이 없을 때 자주 쓰던 방법이었다.
“가 볼까.”
입가에 흰 자국을 슥 닦으며, 상현은 캡슐 안으로 들어섰다.
[스트리밍을 시작합니다.]
어제와 같이 스트리밍을 시작했다.
그리고 놀라운 숫자가 눈앞에 표시됐다.
[현재 시청자 : 189명]
“……뭐?!”
상현은 입을 떡 벌렸다.
-오. 아몬드 왔네.
-뭐야. 방송 저녁에 하는 거 아녔음?
-개이득이네.
-옼ㅋㅋㅋ 알림 설정 하자마자 오다니.
-이제 진짜 보면 알듯.
-아몬드 하이.
-하이 하이.
갑자기 눈에 띄게 늘어난 시청자와 채팅.
‘이 정도야?’
그 작은 커뮤니티의 화력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