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8화
3. 아몬드가 누구야?(3)
활동하는 사람 수는 적지만, 게시글의 양은 여느 중견 게임 커뮤니티 못지않은 커뮤니티.
가성비가 좋은 커뮤니티.
맨날 아는 얼굴인 커뮤니티.
킹덤 에이지의 커뮤니티인 ‘킹치만’(*‘킹 에이지 얘기만’의 준말)의 이야기다.
게임이 고일 대로 고여 버린 터라, 사실상 정보 공유는 뒷전이고 대부분 게임 관련된 잡담뿐이었다.
물론 그게 킹치만의 진정한 재미이긴 했다.
그 재미에 종합 게임 스트리머이자, 소위 말하는 대기업 스트리머인 ‘도토리묵’은 가끔씩 킹치만을 들르곤 한다.
내 얘기는 없나, 생각하며 턱을 괴고 게시판을 쭉 내리던 그는 유독 오늘 많이 언급되는 이야기를 발견한다.
“……아몬드?”
아몬드란 말이 굉장히 많이 보인다.
[아몬드 ㄹㅇ이었음]
[아몬드인지 땅콩인지 ㅅㅂ 개쩜]
[지금 방송 중인데. 와서 보셈.]
킹덤 에이지를 하는 또 다른 병신 스트리머가 있다니.
그도 킹덤 에이지를 참 좋아하지만, 워낙 비인기 게임이라 결국 종합 게임 스트리머로 갈아탄 지 오래였다.
도토리묵은 반가운 마음 반, 동정심 반으로 그 게시글 중 하나를 클릭한다.
그 게시글에는 영상이 하나 링크되어 있었는데. 썸네일에서 아몬드는 활을 들고 있었다.
“……활? 활 챌린지 하나?”
영상을 보기도 전부터 그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하. 또 다른 변태의 등장이구만.”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입은 웃고 있었다. 자신의 동료를 발견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그는 얼른 영상을 클릭한다.
영상은 웃고 있던 그의 입꼬리를 단번에 제자리로 돌려주기에 충분한 충격이었다.
첫 장면부터가 압권이었다.
“……뭐?”
영상 속의 아몬드라는 사람은 마적 이벤트가 시작하자마자 단번에 대장 ‘부르카’의 머리통을 꿰뚫어버렸다.
“이, 이게 뭐야?”
도토리묵은 그 부분을 다시 돌려봐야 했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제대로 파악이 되질 않았다.
피유웅……!
화살이 날아가고, 부르카는 날아오는 화살에 반응조차 못 했다.
푹!
그냥 즉사였다.
“……이럴 순 없는데.”
헤드샷을 맞으면 즉사라고 보통 알고 있지만. 완전히 ‘즉시’는 아니다. 조금의 텀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아몬드는 부르카라는 엘리트 몹을 즉사시켰다.
단순한 헤드샷이 아니었다.
“퍼펙트샷…… 인가?”
퍼펙트샷.
헤드샷 판정보다 상위 판정이다.
킹덤 에이지에선 급소를 맞추면 바로 죽는다고 알려져 있으나.
보스급 적의 경우에는 급소에 저런 화살 하나 꽂는다고 바로 죽지는 않는다.
그런 그들조차 한 방에 보낼 수 있는 게 바로 퍼펙트샷이다.
이 퍼펙트 샷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이 게임의 숨은 요소다.
고인물 가득한 이 커뮤니티에서조차 언급이 몇 번 된 적이 없다.
그도 그럴 게 언급할 필요가 없다. 그런 판정은 영원히 뜨질 않으니까!
그야말로 극악의 난이도다.
일단 화살이 그 대상을 향해 처음 발사된 것이어야 하며, 풀 차지로 당겨야만 한다. 또한 차징 시간이 길어서도 안 되고, 알려져 있기론 1.5초 안에 발사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어려운 점은 타깃.
그냥 급소가 아니라, 급소의 정중앙을 맞혀야 한다.
그 작은 부분 중에서도 더 작은 지점을 노려야 한다는 말이다.
말이 안 되는 조건이다.
그런데 그게 말이 안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라도 하듯이 영상 속의 화살은 또 다른 마적의 급소 정중앙에 구멍을 내버린다.
푹!
“또…….”
또 퍼펙트샷이었다.
이어진 모든 슈팅도 전부 동일했다.
대체 어떻게 된 걸까?
이딴 게 가능한 인간이 있다는 건 믿기지가 않았다.
“핵?”
순간 핵을 의심했으나. 바보 같은 의심이다. 어떤 병신이 이런 망겜에 굳이 핵까지 쓴단 말인가. 심지어 사람들이랑 경쟁하는 게임도 아닌데.
“핵이 아니면 뭔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도 되나? 미쳤네.”
도토리묵은 저도 모르게 정답에 거의 근접했지만, 본인은 알지 못했다.
“대체 누구지.”
그는 아몬드라는 자가 궁금해졌다.
게임 경력은 몇 년인지, 얼마나 많은 연습을 한 건지. 노하우는 뭔지…….
사이트에 ‘아몬드’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해본 후.
“이런, 미친.”
그는 자괴감에 빠지고 말았다.
몇 번을 더 확인해 봤지만, 명확한 증거들이 너무 많았다.
실시간으로 방송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도 모두 그 증인이었다.
“처, 처, 처음 해본다고!?”
도토리묵의 눈에는 공포감이 깃들었다.
질투? 시기? 그런 것들도 어디까지나 만만해 보이는 놈이 나보다 잘나갈 때 느끼는 감정이다.
지금 그는 ‘경외’를 느끼고 있었다.
세상 둘도 없는 천재 앞에서.
“X, X발, 나도 봐야겠다.”
그는 곧 방송을 켜야 하는 시간이었으나, 부르카가 화살 한 방에 죽는 그 순간부터 그런 건 머릿속에서 싹 지워진 지 오래였다.
그는 홀린 듯이 아몬드를 관람하기 위해 자신의 캡슐 안으로 들어갔고, 트리비에 아몬드라는 이름을 친다.
아직 아까 봤던 그 마적 전투 신이었다.
다만, 조금은 달랐다.
‘뭐야 이건?’
마적들과 싸우는 게 아니라, 마적들을 따라가면서 사냥하고 있었다.
* * *
“추격해라! 전부 잡아 죽여라!!”
로만의 우렁찬 고함과 함께, 용병단 전체가 앞으로 내달렸다.
“우아아아아!”
“죽여어어!”
아몬드 역시 쏜살같이 말을 몰았다.
바람이 그를 이리저리 치고 흔들었으나, 아몬드는 와중에도 침착하게 활을 조준했다.
“아몬드! 자네 말을 타면서도 활을 쏠 생각인가?”
로만이 따라붙으며 다그쳤다.
그도 아몬드의 실력을 충분히 알지만, 달리는 말 위에서 활을 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얘기였다.
달릴 땐 어지간하면 창이나 검을 쓰는 게 유리했다. 그러면 말의 속도도 파괴력으로 전환시킬 수 있고, 여러모로 유리했다.
“달릴 때는 창이나 둔기같이 내려치는 무기가 유리하네.”
그러나 아몬드는 다른 무기를 쓸 생각이 없었다.
“전 괜찮습니다.”
아몬드는 그대로 활을 쓰겠다고 의견을 표명했다. 이상할 정도의 집착이었다.
‘난 활 쏘는 게 재밌는 건데.’
10년간 활을 제대로 못 잡아봤으니 미련이 남았을 수밖에.
문제는 로만은 전혀 부하들의 의견을 받아주는 자가 아니라는 점인데.
그마저도 아몬드에겐 예외였다.
“알았네. 자네라면 할 수 있겠지.”
그는 아몬드의 의견을 수락했다.
-저거 로만 맞음?
-이름만 로만 아님?
-와, 어이없네. 나한텐 침 뱉는 짝녀가 인싸 남 앞에서 살랑대는 느낌.
-비유 무쳤눜ㅋㅋㅋㅋ
졸지에 살랑거리는 짝녀가 되어버린 로만.
그러나 로만은 굳건하게 아몬드를 믿으며 앞으로 말을 달렸다.
-근데 말 달리면서 쏘는 거 힘들 텐데…….
-ㄹㅇ.
-장점도 별로 없고.
‘그건 그래.’
상현도 동감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상현은 말을 타본 적이 없다.
위아래로 격하게 흔들리는 와중에 과연 제대로 쏠 수 있을까?
그도 의문이다.
그러나 자신이 없진 않았다.
‘어차피 움직이는 타깃을 쏘는 것도 게임을 하면서 처음 해본 거잖아. 이것도 금방 할 수 있어.’
어차피 게임이란 건 다 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었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이.
그는 그렇게 되새기며 자신 있게 화살을 노킹한다.
기리릭.
활시위가 쭈욱 잡아당겨지며, 상현의 눈은 도망가는 마적 하나를 쫓는다.
격하게 진동하는 말 위에서조차, 상현의 릴리즈(Release)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활시위를 놓는 그의 손은 미동도 않았다.
이 흔들림 없는 오른손을 지난 10년간 얼마나 상상했던가.
피융!
활은 똑바로 목표물을 향해 날아가 꽂힌다.
푹!
“끄어억!”
마적의 목이 꼬챙이에 꿰뚫려 버렸다. 말 위에서 화살이 꽂혔으니, 낙마하는 건 당연했다.
이히이잉!
그다음은 뒤에 따라오는 다른 마적들이 알아서 밟아 죽여줬다.
‘목에 맞았네. 머리 쪽을 노린 건데.’
타깃이 위아래로 흔들리다 보니, 아무래도 그 박자까지 맞춰야 정확히 맞힐 수 있을 듯했다.
-와아!
-미쳤냐고!
-무쳤다!
-기마 궁술 쒯!
-양놈들아 봐라! 이게 조선의 활이다!
시청자들은 목을 꿰뚫은 화살이 정확히 명중했다고 생각했다. 사실 목을 맞으나, 뒤통수를 맞으나 죽는 건 매한가지니 말이다.
‘이걸로는 안 돼.’
하지만 상현은 만족하지 못했다. 완벽하게 맞히고 싶었다.
흔히들 천재들은 기준이 높다 하잖나?
상현도 그와 같은 것이다.
스스로를 몰아붙여 성취하는 걸 좋아했다. 상현은 태생이 맹수였다. 자신이 프로인 일에 있어서 타협이란 없었다.
상현은 말을 더 빠르게 몰았다.
“히랴!”
다그닥! 다그닥!
말의 등이 더 격하게 위아래로 격동했다.
‘박자를 몸에 새겨야 돼.’
상현은 몸의 흔들림을 말의 흔들리는 박자를 맞추기 시작했다. 위로 치솟을 때 그의 몸도 솟고, 아래로 내려올 때 그의 몸도 내려간다.
그러던 어느 순간.
상현은 숨을 머금고 맹수 같은 눈을 빛냈다.
‘지금!’
기리릭.
순식간에 풀 드로우로 당겨진 활시위.
파앙!!!
화살은 미약한 포물선을 그리며…….
푸욱!
가장 선두에서 도망치던 마적의 머리 정중앙을 깔끔하게 꿰뚫어버렸다.
-와아아!
-아까보다 더 쩌는데?
이히이잉……!
가장 선두의 말이 엎어지자, 도망가던 마적들의 대열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피융! 피융!
상현은 계속해 따라가며 활을 쏴댔고, 그의 화살은 전부 같은 위치에 꽂혔다.
바로 머리의 정중앙.
말 위에서 곧바로 시체가 된 마적들이 하나둘 쓰러져 내린다.
“죽여라아아!”
“우아아아아!”
촤악! 촤악!
덕분에 거리를 다 따라잡은 용병단은 거칠게 칼과 창을 휘두르며 마적들을 해치웠다.
이때부턴 사냥도 아닌 학살이었다.
“자네는 신이 내린 궁수군!”
로만이 상현에게 외친 말이다.
그 외 다른 용병들도 한마디씩 외쳤다.
“이럴 수가, 이런 활 솜씨는 태어나서 처음이야!”
“로빈 훗의 부활 아닌가?”
“눈으로 보고도 못 믿겠군.”
하나같이 본래라면 신참을 갈구기 바빴을 못된 고참들이었다.
-와…… 자괴감.
-ㅋㅋㅋㅋ 짝녀 효과.
-어이어이. 선배들…… 그런 모습도 있는 거였냐구…….
그 고참들은 지금은 그저 마술 쇼를 본 어린애같이 상현을 올려다보며 찬양 일색이다.
-장난 없다. 진짜 대박.
-이런 인재가 킹덤 에이지에 나타나다니. 오졌다.
물론 채팅창도 상황이 다르진 않았다.
거기에 하나 더.
상현이 놀랄 만한 상황이 벌어진다.
“음?”
띠링.
[도토리묵 님이 ‘10만 원’ 후원했습니다.]
[올 퍼펙트 샷……. 실화냐?]
방송 시작 후 받는 첫 후원이었다.
무려 10만 원어치의 후원.
-어?
-형이 왜 여기서 나와……?
-찐임? 진짜 도토리묵이여?
-오진다 ㅋㅋㅋㅋㅋ
-방송 켜라 묵 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