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1부-49화 (49/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49화

17. 하꼬 탈출(2)

순식간에 한 명을 해치우고 파밍을 나선 아몬드.

그의 발걸음이 가벼웠다.

모두가 이미 느끼고 있었지만, 그 스스로도 체감하고 있었다.

‘확실히 다르다.’

첫판을 했던 자신과는 전혀 다른 누군가가 되어 있었다.

마치 두 발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 같았다. 첫날엔 균형을 잡느라 정신이 없다가도 다음 날이 되면 거짓말처럼 능숙하게 타지 않던가.

지금이 딱 그 느낌이었다.

적응을 끝낸 느낌.

다만 아몬드의 실력은 시작점이 이미 상당히 높았기에, 적응을 끝낸 아몬드의 퍼포먼스는 단순히 두 발 자전거를 타는 정도의 수준이 아니었다.

탈 것에 비유하자면 F1 레이서가 된 격이다.

아몬드는 이제 급커브 구간에서도 망설임 한 번 없이 능숙하게 핸들을 꺾을 줄 알았다.

그도 그럴 게.

[아몬드 → 도도리]

[처치하였습니다!]

[91/100]

??푸욱!

처음 죽었던 적에 이어, 한 번 더 아몬드의 공간에 들어오려고 하던 적의 이마 중앙에 화살이 꽂혀 버린다.

이번 사격 역시 아무런 고민도, 망설임도 없이 물 흐르듯이 쏴버린 일격이었다.

털썩.

적은 누가 자신을 쏜 건지도 모른 채 벌러덩 드러누워 버렸다.

아몬드는 적이 쓰러진 걸 확인하고 조용히 활을 다시 내린다.

전혀 초보 티가 나지 않는 베테랑 같은 일련의 동작들.

마치 활시위를 수천, 수만 번은 당겨본 듯한 움직임이다.

-두 번째 판 맞아? 완전 고인물 같은데.

-와, 역시 초반 여포 컴파 보우……

-ㄹㅇ 뚝배기 없을 땐 헤드로 죽이면 쾌감 오짐

-벌써 헤드샷이 두번째?

-뭐여 ㄷㄷ

-아니, 영상이 편집이 아니었단 말야?

-거의 조준도 안 하고 쏘는데. 무친 거 아니누.

새로 온 시청자들은 컴파운드 보우로 2연속 헤드샷을 한 게 신기한 듯했다.

그럴 만했다. 컴파운드 보우라는 무기는 어딘가를 맞힌다는 게 그리 쉽지 않게 설계되어 있으니까. 현실에서 쓰는 컴파운드 보우와 완전히 동일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즉, 총을 쏘는 데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은 절대로 제대로 다룰 수 없다.

물론 반대로 아몬드는 너무나 능숙하게 다룰 수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루비소드 님이 ‘5천 원’ 후원했습니다]

[새로 오신 분들이 뭘 모르네여. 아몬드의 화살은 헤드샷밖에 모릅니다.]

아몬드의 첫 출발부터 지켜봤던 한 시청자가 유입된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ㄹㅇㅋㅋ

-아, 유입들 이해하자고~~ 처음 보면 다 놀래~~

-모르면 걍 ㄹㅇㅋㅋ만 치라고~ 이 쉑들아~

이전부터 보던 시청자들은 덩달아 신이 나서 새로 들어온 신참들을 놀린다.

신참들은 조금 약이 오를 수도 있지만, 어쩌겠는가? 정말로 아몬드에 대해서 잘 모르니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루비소드 님. 간만에 후원 감사합니다. 아. 시청자분들은 신참분들이랑 싸우지들 말아주세요. 전 일단 블루존 어디로 가는지 체크부터 할게요. 30초 뒤에 오거든요.”

아몬드는 게임 실력만 상승한 게 아니었다. 그는 이제 방송을 조율할 줄도 알았다.

후원을 읽으면서, 채팅창 분위기도 파악해서 적절한 의견을 전달한다.

-ㄹㅇㅋㅋ

-유입한테 텃세 부리지 마라, 아몬드 형 날아올라야 하니까.

-유입이 많아야 좋지 ㄹㅇㅋㅋㅋ

이렇게 사전에 미리 갈등을 차단해 버리면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수긍한다.

갈등이 심화되고 나서 진정시키려 하면 절대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미 감정이 격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는 풍선껌 방송을 늘 시청하면서 터득한 노하우다.

“블루존 위치는 늘 그렇듯이 별로 유리하지 않고요. 조금 많이, 음…… 한 4키로 정도는 달려야겠네요.”

-와 블루존 위치 ㅋㅋㅋ

-역대급 노운ㅋㅋ

-이것도 ㄹㅇ 실력이다.

이제 겨우 두 판째이긴 하지만, 아몬드는 운이 좋은 적이 없었다.

솔쿼드 사건부터 시작해서, 블루존 위치는 항상 맨 끝에서 끝이었다.

[가지볶음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그래도 파밍은 하고 가 형. 초반 블루존은 안 아파.]

“아. 가지볶음 님. 후원 감사합니다. 그럴까요? 저번에 해보니까 후반에 의약품이 중요하더라구요.”

아몬드는 피드백을 받아들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게임 운영면에서는 아직 부족한 게 많으니까.

최대한 수용적인 자세로 가는 것이다.

아몬드는 이젠 텅 비어버린 집으로 들어가서 서랍을 열어보기 시작했다.

[진통제×1]

[에너지 드링크×1]

진통제와 에너지 드링크를 얻었다.

“오.”

그러던 중, 후반에도 꽤 유용한 아이템을 하나 얻었다.

[구급상자×1]

체력의 30%가량을 회복시켜 주는 의약품이었다. 그리고 그 옆엔 멋들어진 총신을 자랑하는 더블 배럴 샷건이 있었다.

-근데 ㄹㅇ 총 안 씀?

-정말 총 안 줍나요!

-더블 배럴 엄청 좋은디

아몬드도 채팅을 읽었다. 그리고 더블 배럴 샷건을 바라봤다.

한참을 응시하던 그는 고개를 까딱거린다.

-

뭐야 렉 걸림?

-저기요? 똑똑!

-이분 왜 갑자기 기절한 거죠?ㅋㅋㅋ

‘음. 어쩌지.’

또다시 찾아온 선택의 시련.

그러나 이번엔 조금 다른 시련이다. 이젠 아몬드는 무조건 활을 쓰고 싶었다.

이미 첫판을 통해 자신감도 얻었고, 이제 와서 총을 쓰라고 한들 오히려 더 못해질 거다.

다만 어떻게 시청자들을 설득하느냐가 문제다.

누가 봐도 더 좋은 총을 두고 활을 고집한다면 분명 답답해하는 자들이 생길 터다.

그래서 아몬드는 머리를 긁적이며 마침내 입을 뗐다.

“아…… 총이요? 그런 거…… 제 눈엔 안 보이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앜ㅋㅋ 그래서 한참 본 거구나 ㅋㅋㅋ

-오우, 맞지. 아몬드 눈엔 뵈는 게 없지

-아몬드는 아가야. 눈에 뵈는 게 없어

-이걸 이렇게 지나간다고?!

-방송 천재……ㄷㄷ

씨익.

시청자 반응에 아몬드는 미소를 한번 띠고는 다음 파밍 장소로 향했다.

-헐. 진짜 대존잘.

-아몬드! 얼굴 믿고 나대냐!?

-웃어…… 한없이 웃어…….

-시력이 안 좋으시지만 잘생겨서 봐줄게요, 오빠(덜렁)

아몬드는 얼굴로 막무가내식 판단을 용서받았다.

효과는 굉장했다!

* * *

파밍을 마친 후.

그는 소량의 붕대와 에너지 드링크를 얻었다. 역시나 방탄조끼나 방탄모는 없었다.

처음 구급상자를 얻었던 것을 빼면 이렇다 할 대단한 아이템을 얻지 못한 것이다.

“혹시 아이템을 찾는 것도 무슨 방법이 있는 건가요?”

-앜ㅋㅋㅋㅋㅋ

-그런 ㄱ ㅓ 없는데요. 그냥 운이 없는 건데요

-ㅋㅋㅋㅋㅋㅋ개커엽

-진짜 저렇게 의심할 만도 해ㅋㅋㅋ

아몬드는 진심으로 궁금해서 물어봤던 거지만, 돌아오는 건 웃음과 조롱뿐.

‘제길…….’

결국 자신이 파밍 운이 없다는 걸 인정해야만 했다.

“괜찮습니다. 활이 있으면 됐죠.”

아몬드는 그렇게 자신을 위로했다.

아니나 다를까 곧바로 놀리는 후원이 들어온다.

[불꽃남자 님이 ‘5천 원’ 후원했습니다.]

[??? : 이 화살과 바람만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어]

흔히 말하는 오타쿠 목소리로 읽어지는 후원 내용.

이 화솰과~ 바뢈만 있다~면 어뒤든 가알 수 있어어…….

“불꽃남자 님 감사합니다. 어딜 가는 거랑은 별로 상관없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따 꽃보다 남자 안 보셨나ㅋㅋㅋ

-그거 안 봐도 아는 드립인데

-ㅋㅋㅋㅋㅋ미친 아이디 또라이

-지후 선배!

-하얀 천과 바람만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어(쌉진지)

아몬드도 사실 아는 밈이었다.

다만 지금은 이런 거에 일일이 반응할 때가 아니었다.

[블루존이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쿠우웅??

별 수확도 없이 블루존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다음부턴 그냥 파밍하지 말아야겠다.’

이번 일로 아몬드는 한 번 더 성장했다. 파밍하면서 몸을 숨기고 적들이 죽는 걸 기다리는 플레이는, 그와는 전혀 맞지 않았다.

그는 먼저 움직여서, 고지를 점령하고 적을 소탕하는 게 더 체질에 맞았다.

-뛰어! 뛰어!

-자, 마라톤 갑시다~

-ㅋㅋㅋㅋㅋ 그래도 구급통 하나 얻어서 다행

타다다닥.

아몬드는 온 힘을 다해 뛰었다.

블루존이 무서운 속도로 주변을 잡아먹어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허억. 허억.”

파지직……!

블루존으로 인해 아몬드의 뒷머리가 곤두섰다. 그 정도로 블루존은 이미 가까이 와 있었고, 결국 그를 지나쳐 버렸다.

[유독 성분이 있는 공기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얼른 이동하세요!]

체력이 조금씩 깎여나가기 시작한다. 물론 처음 줄어드는 블루존은 그리 강한 편이 아니다.

체력이 5초당 1%씩 줄어들기 때문에 시간상 굉장히 여유가 있는 편이다.

꿀꺽.

심지어 아몬드는 진통제마저 들이켠다.

‘이러면 조금 더 버티겠지.’

덕분에 체력이 더 튼튼하게 받쳐줬다. 그는 안심하고 다시 뛰기 시작했다.

‘늦게 들어가니까 오히려 좀 더 안전할 수도.’

아예 블루존보다 늦게 들어가 버리면 더 안전한 경우도 있다. 블루존 바깥은 뿌연 안개로 인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건 꽤나 안일한 생각이었다.

지금 아몬드는 이제 겨우 두 판째인 초보이고, 그가 매칭되는 사람들 역시 전부 초짜이거나 게임을 더럽게 못 한다.

한마디로, 블루존 시간에 맞춰서 알아서 이동하는 사람들도 몇 명 없다는 것이다.

‘뭐, 뭐야……?’

일전에 월요일조아 같은 엘리트 스쿼드와 혈전을 치렀던 아몬드의 눈엔 정말 ‘트롤’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플레이를 보여주는 플레이어들이 한가득했다.

“으, 으아악!”

진통제를 먹지도 못해서 온갖 소리를 다 지르면서 달려가는 1인, 아몬드보다도 한참 뒤에서 뛰어가고 있는 1인,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다가 바위에 부딪혀 넘어져 버리는 1인.

콰아앙??

오토바이의 폭발음이 신호가 된 듯, 이 낙오자들은 서로를 향해 총을 겨누기 시작했다.

‘미친 설마……?’

초보인 아몬드도 여기선 서로 싸우는 게 전혀 이득이 없다는 걸 알고 있는데.

이 사람들은 그런 걸 신경 쓰지 않는 모양이다.

“씨, 씨발 오지 마!”

가장 선두에서 달리는 한 명이 갑자기 권총을 뒤로 겨눴다.

아몬드보다는 앞에 있는 누군가가 억울한 듯 외친다.

“아니! 여기서 싸우면 어떡해!?”

“닥쳐 인마!”

타앙! 탕!

척.

그에 맞춰 상대도 라이플을 꺼내들 고, 몸을 굴리며 연사했다.

투두두두둥!

그와 동시에 옆쪽에서도 총성이 들여오며 도탄이 빗발친다.

티디디딩!

“……!”

아몬드는 튕겨 나오는 탄알들을 피해서 잠시 멈출 수밖에 없었다.

‘해보자는 건가?’

그가 이를 까득 물며 활을 꺼내 들었다.

당연히 시청자들은 환호했다.

-미친 대환장 파티 ㅋㅋㅋㅋ

-와, 여기가 스톤즈구나…….

-미친ㅋㅋㅋㅋㅋ

-완전 또라이넼ㅋㅋㅋ

-이게 배틀로얄이지ㅋㅋㅋ

-이게 맛이지. 키야 ㅋㅋㅋ

배틀 라지의 특성상 고수들의 게임에선 초반에 거의 총질이 없다.

다들 서로의 위험성을 자각하고 있고, 점수를 위해서 최대한 보수적인 플레이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긴 달랐다.

여긴 진흙탕이다.

여긴 똥통이다.

기리리릭──

활시위를 팽팽하게 당기며 아몬드가 읊조렸다.

“똥통에서는 똥통의 룰을 따라야죠.”

파앙!

컴파운드 보우의 도르래가 고속으로 회전하며, 화살이 가장 선두의 권총잡이를 향해 날았다.

“어, 화…….”

──푸욱!

‘활을 써?’라고 물으려던 플레이어는 그대로 미간 사이에 화살을 선물 받고 드러누웠다.

“!”

그제야 다른 플레이어들이 아몬드를 주목했다.

그가 든 무기라고는 컴파운드 보우뿐이니, 애초에 견제 대상도 아니었는데.

‘뭐야.’

‘화살을 저렇게 맞혀?’

‘그것도 최고 속도로 뛰면서?’

‘X발 존나 무섭잖아.’

‘쟤부터…….’

이젠 모두가 눈짓으로 서로에게 전달하고 있었다.

‘죽여야 해!’

철컥──

4개의 총구가 아몬드를 향해서 겨눠졌다.

사뭇 살벌한 상황이지만.

“뭔가 익숙한 구도네요.”

피식.

아몬드는 조소를 흘릴 뿐이었다.

-캬 또 솔쿼드네.

-무수한 악수 요청……

-또 4 대 1이냐?! ㅋㅋㅋㅋ

-이거 개인전 매치 맞지?

-아 개웃곀ㅋㅋㅋ 개막장 트롤쉑들

아직 미소가 채 가시지 않은 그의 입에 화살이 하나 물렸다. 그리고 다음 화살은 활시위에 바로 노킹됐다.

그게 다른 사람들의 총알 장전 속도보다도 빠를 정도로 기계적인 움직임이었다.

타아앙!

파앙!

적들의 총성과 바람을 찢어 가르는 화살의 파공음이 동시에 울렸다.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