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1부-51화 (51/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51화

18. 뜻밖의 관중(1)

시청자 5천.

단기간에 이런 성과를 만들어낸 건 사실 마케팅의 성공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회사에서 쌓은 경험이 빛을 발했다.

‘이게 바로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다.’

주혁은 마케팅 부서는 아니었으나.

마케팅은 언제나 관심이 있던 분야다.

그래서 그 부서의 과장 선배들과도 늘 친하게 지내곤 했는데.

-노이즈 마케팅은 양날의 검이지. 그런데 잃을 게 없는 놈들에겐 이것만 한 게 없어.

그가 자주 했던 말 중에 하나다.

-힙합신 디스 전을 봐봐. 항상 덜 유명한 쪽한테 유리하거든.

그러니까 아몬드와 운영진의 시비를 가리는 사건은 무조건 아몬드 쪽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 여파가 지금 이렇게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시청자 : 5,391]

일부러 일으킨 노이즈는 아니었지만, 어찌 됐든 노이즈 마케팅의 대성공이었다.

주혁의 분석표에서도 오늘 들어온 시청자들 대부분이 첫 번째 시청이며, 특정 링크를 타고 들어왔음을 볼 수 있었다.

즉, 방송의 체급이 한 번 크게 상승한 셈이다.

‘이제부턴 이걸 어떻게 유지할지가 관건이다.’

주혁의 마우스 포인터가 열심히 사막을 달리고 있는 가상 세계의 아몬드를 향했다.

‘너한테 달렸다.’

지금 5천이 들어왔다고 해서 앞으로도 쭉 이어지리란 보장은 없다.

아니, 오히려 금방 빠질 거품이다.

잠깐의 이슈로 몰린 관심은 늘 그렇다.

그 거품을 어떻게 진짜 자산으로 만들지는 아몬드의 활약에 달려 있었다.

‘넌 충분히 가능하겠지.’

늘 그렇듯.

아몬드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 일을 해낼 것이다.

* * *

주혁의 바람이 닿은 것일까?

4 대 1 싸움을 이겨낸 후로, 아몬드의 기세는 파죽지세였다.

푸욱!

쏜살처럼 날아간 아몬드의 화살이 적의 머리를 꿰뚫어버렸다.

-와, 또 킬!?

-또!

-대체 몇 킬이야.

고작 해봐야 스톤즈 레이팅의 유저들은, 아몬드를 죽일 수 있었던 유일한 기회를 잃어버린 후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자. 이제 시체 파밍할게요.”

게다가 아몬드는 이 레이팅에서 플레이하는 법을 터득해 버렸다.

[멸망한 세계의 농부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파밍 왜 함? 그냥 다 죽이고 뺏으면 되는데!]

[빅팜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이게 파밍을 버린 아몬드다!]

파밍에 집중하지 않고, 그냥 먼저 나서서 다 죽여 버리는 것이다.

충분히 그 정도의 실력 격차가 있었다.

에임 실력은 물론, 게임 센스마저도 여기 레이팅에선 적수가 아예 없었으니까.

슥, 슥.

이젠 꽤 능숙해진 손놀림으로 시체를 뒤져서 얻어낸 아이템.

[구급상자×1]

[붕대×2]

구급상자는 상당히 좋은 아이템이지만, 아몬드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뚝배기를 찾아야 하는데, 없네요.”

구급상자는 이미 2개나 있었다.

현재 그는 방탄모를 구하지 못한 상태였다. 방탄모만 갖춰지면 풀 파밍인데.

그게 안 나오고 있었다.

-여기 레이팅이 구려서 다들 파밍도 제대로 못하고 막 뛰어다니나 봄

-다들 뚝배기가 없어서 ㅋㅋㅋ 오히려 좋은 건가 아님 나쁜 건가.

-아몬드 앞에서 뚝배기 없으면 죽어야지

-12킬 무쳤다.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나쁘다고 해야 할지 뚝배기를 쓴 적은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

덕분에 헤드샷으로 간단히 해치우면서 현재 무려 12킬을 기록하고 있는 아몬드지만.

“뚝배기 좀 찾고 싶다…….”

그는 아무래도 방탄모를 찾는 게 더 좋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서바이벌 게임인데 킬 수가 중요한 건 아니잖나.

[뚝배기 살임마 님이 ‘5천 원’ 후원했습니다.]

[근데 무슨 뚝배기를 사람한테 찾음? 보통 그냥 집을 뒤지지 않음?ㅋㅋㅋㅋ]

-ㄹㅇㅋㅋㅋㅋ

-엌ㅋㅋㅋ 그렇네.

-너무 당연하게 말해서 몰랐는데 ㄹㅇ 이상하누 ㅋㅋㅋㅋ

“아. 뚝배기 살……임마 님, 5천 원 감사합니다. 전 그냥 파밍은 안 하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안 나오더라구요. 그냥 쓴 사람을 죽이고 찾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위풍당당 인간 파밍

-아몬드식 파밍

-아몬드류 파밍술

-견과 ‘류’ 파밍술

-ㄹㅇ 뚝배기 살인마누 ㅋㅋ

아몬드의 자신감 넘치는(?) 발언에 채팅창의 스크롤이 마구 위로 올라갔다.

이게 그들이 바라던 천재의 마인드다.

압도적인 실력으로 기본적인 룰 따위 무시하는 쾌감.

“여하튼 그래서 이제 뚝배기가 쓴 사람만 노려볼게요. 안 쓴 사람은 별일 없으면 그냥 보내고.”

아몬드는 자신의 파밍 전술에 대한 각오를 내뱉고 다시 블루존을 체크한 뒤 자리를 옮기기 시작했다.

[하수의 딜레마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그럼 여기 남은 23명 애들은 뚝배기를 쓰고 있는 게 안전한 거야 안 쓰고 있는 게 안전한 거야?]

-죄수도 아니고 하숰ㅋㅋㅋ

-하수는 뭘 해도 딜레마짘ㅋㅋㅋ

-인생 최대 난제 ㅋㅋㅋㅋ

-닥2222

-아몬드의 사냥을 피해라! 그지 깽깽이들아!

“하수 님 후원 감사합니다. 글쎄요. 어? 저기 누구 있네요.”

푸욱!

마치 파리 하나를 잡는 것처럼 쏴 죽여 버리는 모습.

[아몬드 → 성악설]

[처치하였습니다!]

[22/100]

타다당!

갑자기 쓰러진 적은 허공에 총을 몇 발 난사하면서 쓰러져 버렸다.

갑작스러운 충격에 긴장하며 방아쇠에 놓은 검지가 저절로 당겨진 것이다.

“시끄럽게 하고 가네……. 뚝배기도 없는 게.”

아몬드는 무덤덤하게 상대의 요란을 탓하며 걸어갔다.

-미친ㅋㅋㅋㅋ

-아니, 뭐야 방금.

-파리 목숨이누??

-쏴 죽이고 시끄럽다고 하는 거 뭐옄ㅋㅋ

-ㄹㅇ 너무하넼ㅋㅋㅋ

[견과류 인성 님이 ‘5천 원’ 후원했습니다.]

[??? : 아, 아니, 못하는 놈이 죽을 거면 조용히 죽으란 말이야!]

[뚝배기 살임마 님이 ‘5천 원’ 후원했습니다.]

[저…… 5초 전에 뚝배기 안 쓰면 보내준다고 하지 않았나요?]

연이은 타박(?)에 아몬드는 머리를 긁적거렸다.

“아…… 그랬나요?”

하하.

웃으며 파밍을 하는 아몬드.

채팅창은 ‘ㅋㅋㅋ’로 도배가 되었다.

‘근데 오늘 유난히 후원이 많네.’

아몬드는 상대의 가방을 뒤져 에너지 드링크 몇 개를 꺼내면서 생각했다.

아몬드는 게임 방송인지라 그리 후원 빈도가 높은 편은 아니었다.

그건 도토리묵의 방송도 마찬가지다. 시청자 수에 비하면 후원 비율은 매우 낮다. 그게 게임 방송의 특징이다.

‘?!’

그래서 잠시 채팅창 하단을 살펴본 아몬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 뭐야!?’

표정 관리를 못 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터무니없는 숫자다.

[현재 시청자 : 5,549]

5천 5백이 넘는 시청자의 수.

‘5천이 넘으면 제대로 전업 스트리머가 가능하다는데……. 심지어 월 7~800 정도의 수익으로…….’

주혁이 했던 말이 귓가에 아른거린다.

그간 회사에서 받던 연봉과 야근, 그리고 접대 등등의 순간들도 휙휙 지나갔다.

‘우와…….’

아몬드의 입꼬리가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움찔거렸다.

표정 관리를 하려는 아몬드와 웃고 싶어 죽겠는 아몬드.

‘괜히 봤다.’

역시나 방송 중엔 시청자 수를 확인 안 하는 게 좋다.

아몬드는 그렇게 생각하며 애써 태연하게 다시 게임을 집중하려 했다.

그게 약간의 틈이었을까?

데구르르.

묘한 소리가 들려오더니, 어느새 바로 옆에서 빤히 아몬드를 쳐다보고 있는 수류탄 하나.

‘안녕?’

마치 이런 안부 인사를 전하는 것 같은 모습이다.

아몬드의 동공이 콩알만큼 쪼그라들었다.

‘?!’

판단해야 했다.

아주 짧은 순간에.

대체 언제 던져진 거지?

언제 핀이 뽑힌 수류탄일까?

저걸 달린다고 피할 수 있을까?

발로 차야 할까?

애매한 거리다.

발로 차러 가다가 죽지 않을까?

아니면──

‘그거다.’

찰나에 마음을 정한 아몬드는 활을 꺼내 들고 뒤로 구른다.

* * *

풍선껌 저격수.

이런 말이 트리비에서는 밈처럼 떠돌아다닌다.

게임을 못 하는데 인기는 많은 스트리머인 풍선껌을 저격해서 계속 괴롭히는 사람들을 말하는 거다.

그들 중 악질인 자들은 일부러 패작을 해서 레이팅을 낮춰놓고 기다린다.

“아. 풍선껌 어디 있냐……. 방송 보니까 이 근처던데.”

귀찮음이 잔뜩 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풍스나’라는 심상치 않은 아이디를 가진 이 유저도 같은 부류이다.

그는 풍선껌을 알게 모르게 도와주면서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희망 고문을 하다가 그를 죽여 버리는 악질 저격수였다.

그런 짓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출중하긴 했다. 본래 레이팅은 다이아 상위권이니까.

일전에 아몬드가 만났던 팀 ‘월요일조아’보다도 조금 더 실력이 좋은 셈이다. 그들은 대체로 다이아 중위권 유저였다.

‘저건가?’

그런 그가 기척을 느끼고, 몸을 숨겼다.

일반적인 이 레이팅대의 유저와는 차원이 다른 감각과 반응 속도였다.

타다다당!

아니나 다를까 금세 울려 퍼지는 총소리.

‘뭐지?’

그런데 총소리가 짧다.

벌써 죽은 건가?

날이 선 눈빛으로 주변을 짧게 훑어본 그는 파밍을 하고 있는 아몬드를 발견한다.

‘풍선껌은 아니네. 그럼 처리해야지.’

그는 아몬드의 아이템을 살폈다.

컴파운드 보우에 방탄조끼. 그리고 뚝배기는 없다.

‘수류탄 한 방에 가겠는데?’

풍스나는 조용히 수류탄을 꺼내 들고, 이빨로 핀을 조심스레 뽑았다.

팅.

정말 미세하게 울리는 쇳소리.

조용히 수류탄을 굴려서 적을 암살해 버리는 건 그의 특기 중 하나였다.

‘풍선껌 님 말고는 다 죽어야지.’

그는 마치 달걀을 다루듯이 수류탄을 꺼내 든 뒤, 조심스레 안전 손잡이를 놓은 채로 쥐었다.

이 상태면 10초 뒤면 터진다.

‘1…… 2…… 3…….’

자기 손에서 터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능숙하게 이겨내고, 4초에 굴렸다.

‘4!’

데구르르르.

일반적인 수류탄보다 훨씬 적은 소음으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2초 정도 남겠구나.’

적에게 판단할 시간은 단 2초다.

그것도 수류탄을 제 때에 발견했을 경우에만.

발로 차기도 애매하고, 뒤로 가기에도 늦은 정도의 거리에 정확히 안착한 수류탄.

탁.

그걸 2초 남겨두고 발견한들, 이 레이팅의 유저가 뭘 어쩌겠는가?

‘끝났…….’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아니, 그보다도 더 빠르게 적은 휙 돌아서 뒤로 몸을 날렸다.

‘뭐야?’

예상을 뛰어넘는 반응 속도였다.

아몬드 딴에는 다른 생각을 하다가 늦은 것이지만, 그게 풍스나의 눈엔 예측에 가까운 반속으로 보였다.

‘그래 봐야 못 피해. 아니, 피한다고 해도 대미지가 상당할 테니, 마무리만 하면 돼.’

물론 저렇게 반응해도 완전히 수류탄을 피하기란 무리다.

그게 풍스나의 노련함이다.

그런데…….

“!?”

팅!

갑자기 수류탄이 한 번 더 튕기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다시 역방향으로 날아오르는 게 아닌가?

‘미친, 화살로……?!’

화살을 교묘한 각도로 쏴서, 수류탄을 쳐 올린 것이다.

수류탄을 직접 맞히면 폭발해 버릴 테고, 조금만 빗나가도 아무 효과도 없을 텐데.

그 수많은 확률을 뚫어내고 정확하게 단 하나의 경우의 수로 수류탄의 하부 45도 지점을 화살이 빗겨가며 가격한 것이다.

심지어 뒤로 구르면서 쏜 화살로.

슈웅.

결국 수류탄은 축구공처럼 튀어 올라 다시 풍스나에게 날아오고 있었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0.2초였다.

“개X발. 이거 버그…….”

퍼어어어어어어엉!

욕조차 다 마치지 못하고 풍스나는 뒤로 튕겨 나가 벽에 꼬라 박혔다.

쿵!

“컥!”

엄청난 충격으로 시야가 흐릿해진 와중에 이런 말소리가 들려온다.

“오. 얘는 뚝배기가 있네요.”

“뭐??”

푹!

무어라 말하려던 그의 목젖에 화살이 대못처럼 박혔다.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