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1부-54화 (54/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54화

19. 뜻밖의 관심(1)

주혁도 깜짝 놀랐다.

“엥?”

타다닥.

성급하게 키보드를 두들기는 소리.

그는 트리비 네임드 후원자 목록을 찾았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불굴의 투사라는 희한한 닉네임이 뇌리에 남아 있었다.

첫 등장부터 150만 원을 쏘는 사람은 일단 정상적 범주에 포함되진 않는다.

이상한 사람일 수도 있으니 찾아보려는 것이다.

“아.”

네임드 후원자 목록에 역시나 이름이 올라가 있었다.

심지어 앞서 후원한 ‘주도면밀한 책략가’도 함께였다. 이 둘은 10년 전 시대를 풍미했던 전설적인 게임 ‘마나소드 오리진’에서부터 활약했었다고 하는데.

꽤나 역사가 깊은 사람들이다.

어찌 보면 다행이었다. 역사가 이렇게 긴데도 별다른 사건은 없다.

‘괜히 후원해 놓고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이 둘이 한 번이라도 방송에 찾아왔다는 건 호재라고 볼만했다.

물론 단순히 아이디가 같은 것일 수도 있으니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게 좋다.

의미가 남는 건 오로지 결과.

즉, 그들이 후원한 돈뿐이다.

갑자기 입금된 180만 원.

“캬. 보고 계십니까? 박 부장님? 유상현이 돈을 잘 법니다! 이게 가능합니까?! 이게 얼마냐? 어? 대기업 부럽지 않다는 게 정말인 것 같다!”

실제로 대기업을 다니던 주혁이 이렇게 말하니 신빙성이 꽤나 올라간다.

하기야 어지간한 초거대 기업을 가지 않는 이상에야 하루에 200만 원이 떡하니 떨어질 순 없을 것이다.

* * *

아몬드는 갑작스러운 거액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1등을 하고 나서 후원해서 다행이지, 게임 중에 받았다면 아무리 아몬드라도 잠시 집중력이 흐트러졌을 거다.

“화, 화끈한 건 투사 님인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어떻게 리액션을 해야 할지……. 이제 머리에 활 쏘는 것도 못 하는데…….”

-아니ㅋㅋㅋㅋㅋ 머리에 활 쏠 생각부터 하네

-ㅁㅊㅋㅋㅋㅋㅋ

-설마 방종이냐

-30만 원 리액션이 공중제비 돌면서 방종이었음…….

-ㅋㅋㅋㅋㅋㅋ돌겠다

-공중제비 다섯 번?!

배틀 라지는 당연히 오픈 월드 게임이 아닌지라 아무 데나 가서 활을 쏘고 방종을 할 수도 없었다.

아몬드는 잠시 고민했다.

“아……!”

고민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그의 머리에 스친 장소가 하나 있었다.

바로, 대기실.

[대기실에 입장합니다.]

두둥, 두두둥.

배틀 라지 특유의 긴장감 넘치는 북소리와 함께 입장된 대기실.

여기선 잠시나마 마음대로 캐릭터를 움직이면서 놀 수 있었다.

심지어 바닥엔 온갖 아이템들이 널려 있었다.

펑, 펑.

이미 한쪽에서는 온갖 수류탄을 던져대면서 난리가 나고 있었다.

아몬드도 얼른 바닥에 마구 널린 아이템들을 눈으로 훑었다. 그의 눈이 고정된 곳은 당연히 ‘컴파운드 보우’였다.

-아, 설마.

-오, 제발 닥쳐 말포이…….

-미친ㅋㅋㅋ

-아몬드 님!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이유가 뭡니까! 한마디만 해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돌겠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고 있던 시청자들은 이미 미래를 본 것마냥 치를 떨었다.

신규 유입된 시청자들은 의아해할 뿐이다.

-왜들 그래?

-한 판 더 하려는 거 아님?

-호들갑 넘싫…….

그저 아는 놈들끼리 모여서 호들갑을 떤다고 생각해 버린 것이다. 하지만…….

“와. 찾았네요. 그럼 해보겠습니다.”

아몬드가 활을 높이 하늘 위로 치켜들어 버리는 그 순간엔 모두가 이해했다. 그래도 아몬드의 방송을 한 번이라도 봤거나 들어본 사람들은 전부 알 테니까.

-헉. 저 오빠 진짜 하려는 거야?

-ㄷ ㄷ ㄷ

-전설의 ‘그 장면’

-ㅋㅋㅋㅋㅋㅋ

-아니, 방종 리액션 가격 좀 올려요! 형!

-150이면 충분하지 뭘 더 올렼ㅋㅋ

-오빠 방송은 1천만 원도 넘는데 ㅠㅠ

-안 대 ㅠㅠㅠㅠ

채팅창에서 우는 사람들까지 있었지만, 아몬드는 확고했다.

‘이건 캐릭터와 신뢰의 문제야.’

스트리머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 둘.

캐릭터 그리고 신뢰.

이 둘이 한 번에 걸린 문제라고, 아몬드는 확신했다.

“자…… 갑니다!”

파앙!

있는 힘껏 쏘아 올린 화살은 하늘 저 너머로 사라졌고, 그사이 아몬드는 공중제비를 무려 3번을 돌았다.

휘리릭─

그리고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트바!”

푹!

그의 정수리에 정확히 꽂힌 화살.

-우오오…….

-근데 왜 세 번임? 다섯 번 아님?

-공중제비 다섯 번 돌아! 다시 해! 공중제비 다섯 번 돌아! 다시 해! 공중제비 다섯 번 돌아! 다시 해! 공중제비 다섯 번 돌아! 다시 해!

-광기, 미친……ㅋㅋㅋ

-쒯ㅋㅋㅋ

-아바 ㅠㅠ

-빠이염!

-낼 또 해요!

방송은 빠르게 종료되지 않았다.

“…….”

두 팔을 들어 올린 채로 그냥 가만히 있게 된 아몬드.

‘뭐, 뭐야?’

주혁과 약속이 되어 있던 부분인데, 주혁이 뭔가 실수를 했나 보다.

아몬드는 자연스럽게 이어나가기 위해서 갑자기 질문에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아. 공중제비가 왜 세 번이냐면 가격이 올랐……?”

피익.

그때서야 방송이 꺼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엇박 방종 미친ㅋㅋㅋㅋㅋ

-뭐냐고 대체 ㅋㅋㅋㅋ

-혹시 이 사람 캡슐이 정상적인 종료가 불가능합니까?

-누가 아몬드 캡슐 후원 좀ㅋㅋㅋㅋ

-돌겠네 ㅋㅋㅋㅋ

-가격이 올라서 세 번이래 ㅋㅋㅋ

-절대로 다섯 번까지는 못 돌아서라고는 안 하네 개웃곀ㅋㅋㅋㅋㅋㅋ

-이제 그럼 방종시키려면 50만 원이냐?

-속보) 공중제비 가격 60% 상승!! 물가 비상!

* * *

치이이익…….

유압기의 압력이 빠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열린 캡슐.

“아오. 머리 아파.”

“야. 미안하다.”

푸핫.

주혁은 미안하다는 말과는 다르게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갑자기 그러니까 어떻게 꺼야 되는지를 모르겠더라. 그래서 그냥 캡슐을…….”

“아, 어쩐지. 이 빌어먹을…….”

상현은 인상을 찌푸리며 욕을 겨우 삼켰다. 그걸 주혁에게 맡긴 내가 병신이다.

“난 샤워 좀.”

“어. 온수 한 시간 전부터 켜 놨다.”

“땡큐.”

달동네에 단독 주택인지라, 온수조차 미리 켜놓지 않으면 잘 나오지 않았다. 특히 지금은 겨울로 접어들고 있었으니까.

* * *

쏴아아아아.

뜨거운 물이 연기를 뿜어내며 몸 곳곳을 녹여주었다.

끈적하게 붙은 땀도 그 따스함에 쓸려 내려갔다. 3일 밤을 새우고 집에 돌아와서 침대에 몸을 던지는 느낌이다.

따스한 온기에 나른하게 침몰되어 버리는 느낌.

‘개인전. 스톤즈치고는 꽤 빡셌지?’

오늘 아무래도 좀 무리를 한 것 같았다.

개인전은 솔쿼드보다도 훨씬 수월할 거라고 여겼는데, 마냥 그렇지만도 않았다.

‘수류탄 맨……. 위험했어.’

특히나 중간에 수류탄을 굴려서 기습해 온 플레이어.

상현이 생각하기에 그는 일반적인 스톤즈 플레이어랑은 궤가 좀 달랐다.

그렇게 정확하고 조용하게 옆자리에 안착하는 수류탄이라니.

쥐도 새도 모르게 죽어버린다는 게 그런 느낌일 거다.

‘더 열심히 하자.’

스톤즈에서조차 완벽하게 압도적이지 못했다.

이래선 다이아 랭크로 갔을 땐 정말 고생할 거 같았다. 그래서 상현은 늘 그렇듯이 스스로에게 다짐을 불어넣었다.

뿌옇게 김이 서린 거울을 보면서.

‘잘하자.’

넌 못해선 안 된다.

* * *

따뜻한 샤워를 마치고, 약간의 허기를 달래러 찬장을 뒤지고 있을 무렵.

주혁에게서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상현. 풍선껌이 유명한 사람이냐?”

“어. 그렇지. 내가 맨날 보던 사람인데.”

“그 사람이 네 방송에 있었단다.”

“뭐……?”

휙?

이때만큼은 늘 침착한 상현도 화들짝 놀랐다.

‘풍선껌이? 내 방송을?’

상현이 퇴근 후에 늘 스트레스 푸는 용으로 보던 풍선껌의 방송.

항상 큰 위안이 돼주었던 스트리머이자, 아몬드의 롤 모델 같은 사람이다. 물론 실력을 제외하고.

‘그 사람이 날 본다고?’

주혁이 고개를 끄덕인다.

“3명 남았을 때 너 쏘던 스나이퍼 있잖아. 그게 풍선껌인가 본데?”

“진짜???”

어쩐지 진짜 못하더라니.

“어. 진짜야. 이거 봐.”

우웅.

주혁이 띄워놓은 홀로그램에 풍선껌의 방송 클립이 떠다닌다.

통통한 인상의 남자가 소리를 지르고 있다.

-와, 저 미친 활맨!

-아, 그래. 아까 그 활맨 뭐지? 관전 좀 볼게요.

-와, 무슨 활을 저렇게 쏘죠? 대단한데? 뭐요? 이제 두 판 해본 사람이라고? 뻥치지 마세요, 여러분.

저 ‘활맨’이란 단어가 가르치는 사람은 당연히 아몬드다.

“……지, 진짜네? 심지어 관전도 했어?”

상현은 다시 봐도 믿기지가 않은지 눈을 껌벅거렸다.

“5만 명이 봤다. 무려.”

“…….”

5만 명이 봤구나. 대단하네.

이런 말이 나올 법도 했지만, 상현의 머릿속에선 지금 그런 게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진짜 풍선껌이 내 방송을 봤어.’

고된 회사생활을 늘 위로해 줬던 스트리머. 늘 푸근하고 안락한 친구가 되어줬던 스트리머.

그의 영향으로 상현 역시 스트리머가 된 것이다.

지금의 아몬드가 있게 해준 존재였다.

‘풍선껌이…….’

울컥하는 것이 올라왔다.

주혁이 알면 왜 또 오버하고 그러냐고 할 테니 얼른 시선을 돌린다.

“야. 어디 가? 오늘 커뮤 반응 안…….”

“침대에 누워서 볼게. 어차피 둘이서 뭐 할 것도 아니잖아.”

상현은 이미 뒤로 돈 채다.

“아…… 어, 그래.”

주혁도 뭔가 묘한 분위기를 감지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커뮤니티 반응 쩌는데…….’

그는 아쉬웠지만 굳이 상현을 붙잡진 않았다. 대신 조용히 뒷정리를 했다.

팅.

홀로그램들이 꺼지면서, 거실엔 어둠이 내려앉았다.

이내 각자의 방문이 닫혔다.

찰칵.

* * *

포근한 침대에 누운 상현은 휴대폰을 들고 커뮤니티의 반응을 확인했다.

우선 풍선껌을 검색했다.

아무래도 풍선껌과의 의도치 않은 합방은 꽤나 이슈가 되었을 것 같았으니까.

‘음……?’

그런데 오히려 그 이슈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

‘별거 아닌 건가?’

풍선껌의 스트리머 경력이 꽤나 많다 보니, 이런 일이 특별한 건 아니다.

충분히 관심이 없을 만했다.

상현에게만 특별한 의미였을 수도…….

‘쳇.’

알아주길 바라는 것도 아니고, 자신에게만 특별해도 충분하지만 그래도 괜히 서운한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풍선껌과의 만남이 좀 더 이슈가 되면 좋았을걸.

상현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며 다른 여론을 살폈다.

커뮤니티 ‘배라31’의 이슈 글 차트로 들어갔다.

최근 이슈가 됐던 글들을 차트로 줄 세워놓은 것이다.

‘음?’

그런데 그 내용들이 이상했다.

혹시 지금 꿈을 꾸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1위) 아몬드의 무친 플레이

2위) 풍스나 털어버린 아몬드 플레이

3위) 아몬드 VS 풍스나 수류탄 페이백 서비스.gif

4위) 오늘 자 랜뽀 의상

5위) 미쳤냐고 아몬드! 4 대 1 드리블 ㅋㅋㅋㅋ

6위) 아몬드 4 대 1 드리블 미친ㅋㅋㅋ

7위) 아몬드 단 한 판! 활약 모음!

차트 거의 전부가 아몬드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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