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1부-68화 (68/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68화

24. 해체 분석기(3)

“아, 아니…… 저건.”

오 실장은 감탄하다 못해, 짝짝짝 박수를 쳤다.

“뭐야, 대체? 와…….”

분명 흔히 올림픽 시즌마다 보던 양궁이었다. 한국인들에겐 익숙하다면 익숙한 장면이다.

푹!

그런데 화살이 하나하나, 아주 당연하다는 듯 제 집처럼 정중앙으로 꽂혀들어갈 때.

이건 ‘결이 다르다’라는 확신이 들었다.

‘천재…….’

일전에 김주혁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사실 유상현이 양궁 천재라고. 그 말을 안 믿었던 건 아니다. 선수권 최연소 우승이면 확실히 천재겠지.

수학 올림피아드 최연소 우승 역시 천재는 천재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그에 대해 크게 의미 부여를 하던가?

뉴스에서 대대적으로 떠들던가?

아주 잠깐 언급되고 얼굴도 안 나온 채 지나고 보면 그냥 뇌가 빨리 자란 똘똘한 친구 정도였던 적이 대다수다.

오히려 어른이 되면 지능이 떨어져 있는 경우들도 많다.

스포츠 천재들도 마찬가지다.

어느 순간 재능은 다 죽어 있고, 평범한 선수가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오 실장은 무의식적으로 그런 부류와 상현을 동일선상에 뒀던 것 같았다.

오 실장이 비관적이어서가 아니다. 세상 좀 살아본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법하다. 경험이란 데이터가 있으니까.

다만 상현이 그런 데이터에는 들어맞지 않는 인물이었을 뿐이다.

논외.

예외 대상.

이레귤러.

범인의 사고 범주에서 아득히 벗어난 그런 존재.

“저게 진짜 천재네.”

그는 진짜 천재다.

그 천재성에 불평하는 감독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 아니, 이게 이러면 안 되는데? 너무 현실 같아서 겜돌이는 적응을 못 하고 허우적대는…… 그런 그림이 나와야 하는데. 허…….”

“그게 광고 전략이었어요?”

“그렇지. 그간 다른 게임 환경들보다 훨씬 더 압도적으로 현실감이 드는 시스템이니까! 그게 강조되려면 게임에서 잘하던 놈이! 못해야 된다고!”

“하이고. 어쩝니까. 망해서.”

오 실장이 장난삼아 면박을 주자,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빌어먹을. 이 무슨…….”

그러나 감독 성격을 잘 아는 오 실장의 눈엔 보였다.

‘감독도 마음에 든 모양인데.’

감독도 지금 아몬드라는 스트리머에게 빠져들었다.

그의 눈은 본래 방송 화면 전체를 훑어야 했으나, 지금은 아몬드라는 인물에게 고정되어 있다.

아마 흥미를 느끼고 있는 듯했다.

“근데 희한하게 방송은 흥하네. 끙…….”

자신이 준비한 플롯을 다 망쳐놓고도, 방송은 흥하게 만드는 저 이상한 존재에 대해서.

감독은 멋이 나게 기른 희끗희끗한 머리를 넘기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이거 끝나면 다른 방송도 한번…… 고민해 봅세.”

그에 오 실장이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누가 나가준답니까?”

* * *

그렇게 모두가 아몬드에게 시선이 고정되어 감탄을 마지않는 와중에 주혁만은 아몬드를 보고 있지 않았다.

첫 발을 쏘는 장면을 보고 바로 확신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올 10점이 나오겠구나.

그렇다면 매니저인 자신은 차라리 커뮤니티 반응들을 읽어두는 게 좋을 거라는 계산이다.

“어디 보자…….”

아재 같은 중얼거림과 함께 휙휙 올라가는 스크롤.

[실시간 아몬드 ㄹㅇ 양궁 선수 빙의 ㅋㅋㅋ]

[아니, 아무리 게임에서 활을 잘 쏴도 진짜 양궁은 에바 아니냐? ㄹㅇ 프로들의 싸움인데]

[그니까 ㅋㅋㅋㅋ]

현시점은 아직 이런 식이다.

[왜 게임 잘하는 사람 데려다가 진짜 활 쏘냐.]

주혁도 동의한다.

이런 깜짝 테스트가 있는 건 그도 사전에 전달받지 못했다. 흔히 ‘방송국 놈들…….’이란 말이 괜한 게 아니구나. 다시 한번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운이 좋았다.

‘오히려 이쪽이 전문이거든.’

그쪽에서 깜짝 테스트를 준비한 건 사실 아몬드를 위한 서프라이즈 생일 파티나 다름없었다.

아예 밥 떠먹으라고 7첩 9첩 반상, 진수성찬을 차려놓은 셈이다.

양궁 세트장이 등장했을 때. 주혁은 입꼬리가 승천하려는 걸 막느라 광대 운동을 빡세게 해야 했다.

푹!

그 순간, 아몬드의 활이 하나둘 과녁에 들어가기 시작한다.

‘역시. 이제 오겠구나.’

슬슬 커뮤니티에서 입질이 올 거다.

[뭐임????]

[야 저거 진짜 현실이랑 똑같다며 시X]

[판타지아 마케팅 대실패! ㅋㅋㅋㅋㅋㅋ]

[왜 게임에서 잘 쏘는 애가 현실에서도 잘 쏘죠?]

[우리 가상현실이 이렇게 다릅니다! 라고 하고 싶었겠지만 아몬드의 실력은 똑같네 ㅋㅋㅋㅋㅋㅋ]

[우오…… 근데 저거 ㄹㅇ 현실이랑 구분 안 돼서 국회에서도 아직 논의 중이라던데. 진짜 활을 개 잘 쏘는 사람인 거 아님?]

[판타지아가 하는 말 다 개뻥인 듯ㅋㅋㅋㅋ]

이걸 판타지아 마케팅 실패라고 보는 축도 있었고, 아몬드의 활 실력이 현실에서도 굉장한 거라고 보는 축도 있었다.

어느 쪽이든 글 리젠 속도는 엄청나게 올라갔고, 관심은 있는 대로 다 끌어모았다.

[현재 시청자 5.2만]

판타지아 채널의 명성에도 누가 되지 않을 정도의 많은 시청자들도 모여들었다.

푹!

마지막 화살까지 정중앙에 명중하자.

세트장은 무너져 내려 버렸다.

[판타지아 빤스러운ㅋㅋㅋㅋ]

[아니, 뭐얔ㅋㅋ 이게 끝?]

[와 아몬드 클라쓰 지린다 진짴ㅋㅋㅋ]

[판타지아는 아몬드한테 몇 번을 털리냐]

[내가 봤을 때 아몬드 이 새끼는 판타지아 주식 숏쳤음]

유하연이 다급하게 커버친다.

“여러분. 아까는 재미 삼아 준비한 테스트였던 거, 다 아시죠?”

빠르게 다음 테스트로 넘어가려는 거다.

당황한 스태프들과는 다르게, 주혁의 입꼬리에서는 실실 웃음이 새어 나왔다.

‘좋았다. 아몬드.’

이제 다음 테스트만 잘하면 된다.

다음 테스트는 활과 관련이 없다. 상식적으로 아몬드가 잘할 만한 구석은 없는 테스트.

하지만 주혁은 알고 있었다.

‘잘하겠지.’

그는 아몬드의 훈련 튜토리얼 점수를 알고 있고. 그의 매드무비를 몇 번씩 돌려보면서 분석했던 인간이다. 누구보다 아몬드의 실력을 잘 안다.

현실에서 유상현의 재능은 분명 활을 잘 쏘는 것이다.

그러나, 게임에서의 아몬드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뭔가가 더 있는 놈이다.

“이번 테스트는 ‘살아남아라!’입니다!”

-와아아아아아아!

-ㅋㅋㅋㅋㅋ

-아 이거 또 함? ㅋㅋ 개꿀잼인데

-오 이걸 아몬드한테?

-이거 ㅈㄴ 예전에 전자파가 나와서 했던거 아님?

-와 ㅋㅋㅋㅋㅋㅋ 역시 해분기다!

* * *

‘살아남아라!’라는 이름의 테스트.

상현도 사전에 공지 받았던 테스트였다.

‘이게 그 전자파가 기록을 세웠다는 테스트인가?’

상현은 확 뒤바뀐 가상 공간을 돌아봤다.

텅 비어 있는 훈련 공간, 이곳 저곳 상현을 둘러싸고 있는 무기들.

‘좀 더 쏘고 싶은데. 아쉽네.’

양궁 세트장이 사라져서 조금은 아쉬웠다.

그래도 일단 테스트가 더 중요하니까, 상현은 쭉 주변을 둘러보며 체크했다.

저 멀리에 기묘한 대포처럼 생긴 것들이 보인다.

땅뿐만이 아니라, 공중에도 떠 있다.

아마 저기서 칼이나 도끼 같은 게 날라올 거다.

그 외에도 많은 함정이 기다리고 있다. 다만, 모든 함정과 공격은 약간의 복선을 두고 실행된다.

발사음이라든가, 색깔 변화라든가 등등.

그 종류는 다 다르겠지만, 어쨌든 전조현상은 있을 것이다.

이런 것들을 전부 피하면서 최대한 오래 살아남으면 된다.

“아몬드 님! 어떠신가요? 초현실 가상 공간 모드가 종료된 게 느껴지시나요?”

유하연이 말을 붙인다.

아무래도 광고를 위한 질문 같았다. 그런데 의미 없는 질문은 아니었다.

상현은 자신의 오른손을 내려보며 생각했다.

‘확실히 이제 좀 게임 같네.’

아까처럼 완전한 현실감은 사라진 상태였다. 이젠 그가 알던 평소의 캡슐 게임의 퀄리티였다.

훨씬 더 좋은 걸 경험하고 나서인지, 진짜로 느낌이 많이 달랐다.

불편한 쪽으로.

“예. 이건 그냥 게임 같네요. 아까에 비하면.”

“그쵸? 어렸을 때 보던 CG 영화들을 어른이 되고 나서 보면 민망할 정도로 별로인 경우들이 있잖아요? 판타지아의 초현실 가상 공간이 그 정도의 격차랍니다!”

너무나 광고스러운 멘트에 시청자들이 반발한다.

-뭐야. 속였어 이건 광고잖아!

-ㅋㅋㅋㅋㅋㅋ 눈나 고생한다…….

-ㅋㅋㅋㅋ광고 아웃!

-그냥 광고 시간에 광고를 틀어 판타지아 개 쉐들아!

-근데 아몬드 표정 보면 ㄹㅇ 같긴 해 ㅋㅋㅋ

-대충 구현된 그래픽만 봐도 클라스 다르긴 하지.

“자~ 현실과의 격차는 격차고! 여튼 이제 그 악명 높은 테스트! 살아남아라! 를 시작해 볼 건데. 각오 한마디?”

넘겨지는 마이크에, 아몬드는 잠시 고민했다.

이걸 사실대로 말해야 하는 건지 아닌지 잠시 판단이 서지 않아서다.

“그대로 말하나요?”

“그럼요!”

“쉬울 것 같네요.”

“!?”

유하연의 놀란 표정과 함께 시청자들이 즐거워하는 채팅들이 올라온다.

-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아몬드

-와 도발 장인 ㅋㅋㅋㅋㅋ

-자신감 원툴 ㅋㅋㅋㅋ

-이게 아몬드지!

각오라고 하면 보통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정도가 튀어나온다.

심지어 전자파의 아성을 생각한다면, ‘제가 전자파보단 한참 못하지만 열심히는 해보겠습니다!’가 정석이다.

그런데 이런 대답이 나오다니.

시청자들의 흥미가 끓어오르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유하연은 마른 입술을 핥으며 추가로 질문했다.

“살아남아라 테스트에 대해서 아시나요?”

“예. 당연히…… 보고 오라고 하셨잖아요.”

-유하연: 아니, 그걸 말하면 어떡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방송 파괴자 ㅋㅋㅋㅋㅋ

-으엌ㅋㅋㅋ

-뭐야 시청자를 기만한 거냐 판타지아!?

-아몬드가 일부러 맥이네 하연찡ㅋㅋㅋ

유하연은 적잖이 당황한 얼굴이 되었다.

“아하하하하!”

특유의 극화체 웃음으로 상황을 모면하고 있었다.

“아몬드 님 그럼 혹시 전자파 님의 영상도 보셨나요?”

“예.”

“그걸 봤는데, 쉬워 보이셨다. 이 말씀?”

-몰아가네 ㅋㅋㅋㅋ

-미끼를 던지는 유하연.

-낚시질 ㅋㅋㅋㅋ

-낚시왕 유하연

-유하연이 원하는 대답: 전자파 좃밥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방송 천재

-솔직히 테스트보다 이 둘의 자강두천이 더 꿀잼

-방송 천재 vs 궁술 천재

질문을 하긴 했지만, 유하연도 이 대목에선 마른침을 삼켰다.

전자파의 아성에 도전한다는 건 정말 살 떨리는 일이다.

설마 그렇게 말할까?

유하연은 당연히 상현이 뒤로 뺄 줄 알았다.

그런데?

“예. 그 점수보단 높게 나올 것 같습니다.”

두둥!

일순간 이런 효과음이 귀에서 들려온 것 같았다.

-헐ㅋㅋㅋㅋㅋ

-트래쉬 토크 장인

-쒯!! 진짜 말해버렸냐구!

-와우 ㅋㅋㅋ

-???: 배치로 골드 1 받은 좃밥은 제가 이깁니다.

-헉ㅋㅋㅋㅋㅋㅋ

-도리어 유하연이 당황

-너무 정답을 말해서 물어본 사람이 당황ㅋㅋㅋㅋ

-대놓고 미끼를 물어서 낚싯줄이 뜯겼습니다!

-물고기가 당당함!

“와…… 어, 엄청난 자신감인데요? 그럼 한번 시작해 보겠습니다아! 살아남아라! 테스트! 온!!!”

촤악.

모든 조명이 꺼진 후.

유하연의 아바타는 저 하늘 위로 날아갔다.

남은 건 아몬드의 아바타뿐이었다.

시커먼 어둠에서 그에게 보이는 거라고는 이런 글씨뿐이었다.

[테스트가 5초 후에 시작됩니다.]

[5]

[4]

.

.

.

[1]

파앗!

환한 조명이 다시 켜진 뒤.

후웅──

갑자기 저 멀리서 살벌한 도끼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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