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1부-81화 (81/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81화

29. 팬서비스(1)

[플래티넘 Ⅱ]

눈부신 빛으로 빛나는 휘장.

“오…… 승급했네요.”

다이아 랭크까지는 단 두 계단이 남은 셈이다. 2주 안에 가기로 한 뒤로, 아직 1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인데도.

-오멘

-오오오오오…….

-와, 진짜 해버렸네 ㅋㅋㅋㅋ

-아몬드 진짜 다이아 가겠는데?

-일단 전자파 기록 하나 더 깨지는 건 거의 확실할 듯.

-저격러 달고도 이렇게 하는 거면 ㄹㅇ 말 다 했지.

-장난 아니다 진짜 ㅋㅋㅋ

-전자파가 그때 좀 더 열심히 했었으면 좋았을걸…….

-전자파는 ㄹㅇ 요즘 뭐 함? 활동 걍 안 하나? 이 건방진 견과류에게 참교육을 시키란 말야!

2주 안에 다이아를 간다. 이 선언이 처음 나왔을 때는 모두가 의심했었다.

심지어 아몬드의 팬들도, 그저 귀여운 패기 정도로 인식했을 뿐이다.

당시엔 고작 해봐야 이제 2판 플레이한 완전한 초짜였으니까.

그런데 이젠 아몬드가 다이아 랭크에 도달하는 게 기정사실처럼 되어버렸다.

전자파의 한 달 기록이 깨지는 것도 기정사실이 되어버렸다.

대체 얼마나 큰 격차로 깨지냐의 문제일 뿐이었다.

“여러분. 오늘 목표는 이뤘으니, 이제 가 보겠습니다.”

-???

-헐.

-아몬드 다이아 안 가?! 아몬드 다이아 안 가?! 아몬드 다이아 안가?! 아몬드 다이아 안 가?!

-오우, 왜요!

-ㅠㅠㅠㅠ 아바

-트바ㅠㅠㅠ

채팅창은 눈물바다가 되어버린다.

[안 돼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다이아로 간다는 거지?]

[루비소드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건강 챙기세여~]

[가지볶음 님이 ‘5천 원’ 후원했습니다.]

[화이팅]

아쉽지만, 아몬드는 방송을 꺼야 했다.

건강상의 문제도 있으니까.

“감사합니다. 루비소드 님. 가지볶음 님. 이만 가 볼게요! 트바!”

* * *

치이익──

익숙한 유압기 소리와 함께 캡슐 뚜껑이 열렸다.

땀으로 축축해진 아몬드가 좀비처럼 걸어나왔다.

‘파워 슈트 입고 날아다니다가, 현실로 돌아오니까 무슨 무거운 구속복 입은 것 같네.’

오늘 유독 그가 피곤해 보이는 건 다름 아닌 파워 슈트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방송도 일찍 종료했다.

‘내가 몰입도가 너무 높았나?’

나만 문제일까?

아몬드는 이게 자신만 겪는 현상인지 의문이었다. 만약 모두가 이런 일을 겪는다면, 분명 말이 돌 텐데. 이런 비슷한 현상에 대해서조차 들은 적이 없다.

주혁이 따라붙어서 말을 건다.

“오늘 빡셌냐? 초반엔 몰라도, 후반엔 아예 다 쓸어버리던데?”

평소보다 더 지쳐 보인다는 걸 눈치챈 것 같았다. 하긴 원래 방송을 종료하려던 시점보다 앞당겼으니, 바로 알 수 있을 터다.

“아…… 아무래도 앞에 그 저격러들 상대하는 게 좀 힘들었던 듯.”

간단히 대답한 상현은 곧장 샤워하러 화장실로 향했다.

“아, 그래. 그 저격러들 신고 먹여 놓을게.”

샤워하는 와중에 들릴 것 같진 않았지만, 일단 주혁은 그렇게 외쳤다.

“커뮤니티에 있더라.”

주혁은 커뮤니티 사이트를 다시 접속했다.

배라 31이라 불리는 배틀 라지에서는 가장 큰 커뮤니티였다.

‘……뭐야?’

주혁의 눈이 커다래졌다.

분명 1시간 전에 접속했을 땐 이렇지 않았는데.

‘방송 방금 끝났는데?’

상현의 방송이 끝난 지 5분이나 지났을까?

1위) 오늘자 아몬드 파워 슈트 플레이

2위) 아몬드 ‘단 한 판’ 플래 2 달성!

3위) 미호, 아몬드에 대한 발언

4위) 미호 오늘 의상 ㄷㄷ

5위) 풍선껌, 다시 배틀 라지 메인 게임으로! 승률 갱신! 0.04% → 0.03%

.

.

.

이슈 글에 벌써부터 ‘아몬드’ 이 세 글자가 꽤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눈에 들어오는 글이 하나 있었다.

‘풍선껌. 다시 시작했구나.’

종합 게임 스트리머인 풍선껌은 종목이 계속 바뀐다. 한 게임을 클리어하면 다음 게임으로 옮겨가는 식인데.

끝이 없는 온라인 게임의 경우, 그 시즌의 메인 게임을 정해서 플레이한다.

예전에 아몬드와 만났을 때는, 배틀 라지가 이번 시즌 메인 게임은 아니었다.

그냥 단발성 이벤트였다.

이미 저번 분기 메인 온라인 게임이 배틀 라지였기 때문에, 다시 메인 게임이 될 확률이 낮아 보인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그런데 이번 분기 메인 게임이 배틀 라지로 결정이 난 모양이다.

‘매니저님이 허튼 소리한 게 아니네.’

주혁은 이에 대해 미리 귀띔을 받은 적이 있다.

일전에 풍선껌 매니저 박성태에게 연락이 왔었다.

「이번 분기도 배틀 라지를 메인으로 갈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아몬드와의 만남이 자연스레 성사되려면 그게 좋겠죠.」

그는 이미 아몬드와 만날 것을 전제로 깔고 있었다. 과외 해주기 포맷의 특성상, 다이아 랭크를 달아야만 가능한 일이었는데.

「다이아 랭크를 다는 건 정해진 미래 아닙니까? 기록을 깨냐 못 깨냐의 문제지.」

박성태는 아몬드가 다이아를 간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사람 볼 줄 아네.’

주혁은 씩 웃으며 마우스 스크롤을 계속 내렸다.

“아. 찾았다.”

드디어 원하던 글을 찾았다.

[오늘 아몬드 방송 저격러 목록 ㅋㅋㅋㅋ]

누군가 친절하게 목록까지 만들어주신 게시글.

주혁은 그들의 아이디를 긁어서 메모장에 붙여놓았다.

한 번 큐가 겹쳤다고 이들을 신고 먹일 수는 없었지만, 여러 번 반복됐을 시엔 어떻게든 정지를 먹이겠다는 의지였다.

“그나저나 이놈들, 여론 싹 바뀌었네. 거참.”

피식.

저격러들을 찾으려고 게시글을 읽다 보니 웃음이 나왔다.

[아몬드가 다이아 언제 도착할까? 8일? 9일?]

[전자파 기록 2배 차로 박살 나기 1주일 전 ㅋㅋ]

[전자파도 이제 한물갔지 씹ㅋㅋㅋㅋ]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몬드는 전자파를 절대 못 넘는다는 둥, 어불성설이라는 말이 많았는데.

이젠 얼마나 큰 격차로 전자파를 이기느냐가 주요 관심사다.

전자파를 옹호하는 사람은 ‘틀딱’ 혹은 ‘퇴물’ 취급을 받고 있었다.

* * *

샤워를 마치니 개운했다.

“후아.”

탁, 탁.

수건으로 대충 물기를 털어낸 후, 머리에 걸쳤다.

냉장고를 열어 달달한 인스턴트 과일 푸딩 하나를 섭취했다.

당분이 필요한 것 같아서다.

“우움.”

만족스러운 맛이 난다.

간식도 먹으니 컨디션이 꽤 회복됐다.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 오후 6시네.’

회사였다면 저녁 식사 후에 야근 준비를 할 시간인데, 지금은 하루 일과가 끝나버렸다.

승급전을 단 한 판으로 마무리 지어서 그렇다.

‘이게 실력 겜이지.’

상현은 홀가분한 기분으로 침대에 누웠다.

파워 슈트고 뭐고, 할 일 다 하고 침대에 누웠을 때만큼 몸이 가벼울까?

정말 기분이 좋았다.

늘 그렇듯이 그는 누워서 휴대폰을 바라봤다. 올튜브 영상을 이것저것 맛보다가, 결국 커뮤니티 반응을 확인했다.

“……오.”

최근 배라 31에서 가장 핫한 스트리머는 누가 봐도 아몬드였다.

이슈글에 아몬드란 단어로 도배가 되어 있다.

비록 가상의 공간이었지만, 날 아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는 건 가슴이 뛰는 일이다.

태생이 관심 종자인 상현에겐 더더욱 흥분되는 일이다.

‘반응 좋은데?’

더군다나 오늘 반응은 그간 봤던 여론 중에서 최고조였다.

[저격러들 머리 뿌수고 승급 ㄷㄷ 개간지]

[ㄹㅇ 이런 상남자식 승급은 처음이다]

[야만전사 아몬드…….]

일단 초반 전투에서 저격러들을 화끈하게 해치운 게 꽤나 좋은 호응을 얻고 있었다.

[아몬드 5 대 1 짤.gif]

5 대 1로 싸웠다는 움짤 하나가 상당한 관심을 받고 있었다.

‘……5 대 1?’

상현은 갸우뚱했다.

그게 5 대 1이었던가? 최대로 잡아도 4명이었던 것 같은데.

들어가 보니, 처음 칼을 던졌던 상대와 황금 고블린까지 포함된 5 대 1이었다.

“에이. 이건 1 대 1이지.”

상현은 피식 거리며 자신의 움짤을 돌려본다.

처음엔 1 대 1이다.

그 한 명이 처리된 후, 갑자기 3명이 달려든다.

그 3 대 1 장면은 본인이 봐도 만족스러웠다. 액션 영화를 방불케 하는 단검 액션이었다.

움짤인지라 소리가 없는 게 아쉬울 정도.

-와 십ㅋㅋㅋㅋ

-당장 보러 간다

-이걸 생방으로 못 보다니. 인생 절반 손해…….

-난 올튜브 올라오면 봐야지. 그거가 더 쩔어 ㅋㅋㅋ

└ㄹㅇ 아몬드는 올튜브 편집자 빨도 좀 있지

└편집자 이름이 서지아임? 어케 앎?

└예전에는 팬 페이지로 활동하던 사람임. 아몬드 팬 서지아

“……아니. 지아 님 이름까지 아네.”

황당할 정도로 높은 관심도다. 기분이 묘하다.

아몬드는 다음 글로 넘어간다.

[잰──슨! ㅋㅋㅋㅋㅋㅋ 이 미친 쉑ㅋㅋㅋㅋ]

[잰슨 졸라 웃기네 ㅅㅂ ㅋㅋㅋㅋ]

[와, 저거 ㄹㅇ 방송의 신이 도와줌 ㅋㅋㅋㅋ 잰슨 ㅅㅂ ㅋㅋㅋ]

파워 슈트를 입었던 잰슨이 웃겼다는 글들이 많다.

“오?”

저격러라고 해서 꼭 방송을 해치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저격러를 상대하다가 흥한 방송이 더 많긴 했다.

특히 전설적인 ‘오비도비’는 스트리머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었다.

아마 잰슨도 그런 의미에서 방송의 흥행에 꽤나 도움을 주는 캐릭터 같았다.

‘웃기긴 했어.’

아몬드도 돌이켜 생각하면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 나올 정도니 말 다 했다.

파워 슈트를 입은 열렬한 아몬드의 팬이라니.

지금 생각하면 우스꽝스럽다.

[잰슨 영상 가져왔다! 사운드 필수!]

이 글이 유난히 추천 수를 많이 받았다. 아마 잰슨에 대해서 궁금해하던 차에 영상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영상에선 ‘엄마, 나 커서 아몬드가 될래요!’ 등의 대사를 외치며 달려드는 잰슨이 보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 광기

-이걸 생방으로 못 보다니 미친 ㅋㅋㅋㅋㅋ

-아, 존나 아쉽네. 이거 올튜브 올라오겠지? ㅋㅋㅋㅋㅋㅋ

-왘ㅋㅋㅋ 미친

-파워 슈트까지 입으니까 진짜 미친놈 같네.

-오멘!

└오──멘.

└오……멘.

└오멘.

└ㅅㅂㅋㅋㅋㅋㅋ

-ㄹㅇ 예능의 신이 도왔다

└그래도 저격러는 저격러임.

아몬드는 마지막에 직접 댓글을 하나 달고는, 다른 글로 옮겨갔다.

잰슨을 용서해 줄 생각은 없었다.

[머저리 5형제 박살 낼 때 개멋있었던 점]

머저리 5형제?

그게 뭔가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또 푸핫, 웃음이 터진다.

자신을 저격한 5명을 머저리 5형제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 ====

2층으로 칼 찍으면서 올라갈 때.

진짜 개멋있었지 않음? ㅠㅠ

무슨 스릴러 영화 주인공 보는 줄!

==== ====

이런 별거 아닌 내용이었다.

이런 게 추천을 이렇게 많이 받다니. 신기했다.

-맞아 ㅠㅠ

-222222

-진짜 그게 될 거라고 상상도 못했다 ㅋㅋㅋ

└ㄹㅇㅋㅋ

└그거 시청자가 훈수해 줬잖아!

-시청자 의견 받아서 그렇게 한 거잖아! 스윗 아몬드!

-와 누가 움짤 좀 쪄와 봐. 다시보기에서 찾기 넘 어렵…….

그런데도 댓글이 많이 달린다. 아몬드에 관한 글이라면 기본적으로 댓글이 많다.

그런데──

‘음?’

아몬드는 거기서 새로운 정보를 하나 접한다.

-그거 훈수해 준 ‘파파파’라는 사람 전자파 아니냐?

└뭔 개소리야 ㅋㅋㅋㅋ

└???

└아니, 진짜로. 파파파 전자파 트리비 닉이라니까? 서브이긴 한데, 진짜야. 내가 골수팬이라서 알고 있음.

└ㅈㄹ ㄴㄴ

└전자파가 거기에 훈수를 해주고 있겠냐 ㅋㅋㅋ

전자파라고?

마음 편히 누워 있던 상현은 몸을 일으켰다.

파파파라는 닉네임을 듣는 순간 갑자기 스쳐 가는 채팅들이 있었다.

‘……뭐지?’

별것 아닌 유언비어 댓글일 수도 있지만, 상현은 왠지 모르게 제대로 확인하고 싶어졌다.

그는 휴대폰으로 트리비 계정을 접속해서 채팅 로그를 살폈다.

-칼로 찍으면서 올라가셈.

-칼로 찍으면…… 아, 후원해야겠네.

-오. 굳.

-활 휘는 거 뭐냐? ㄷㄷ 이건 첨 보네.

-파워 슈트 있으면 그냥 자기장 밖에서 천천히 조여가면서 다 죽이면 됨.

-이제부턴 다 쓸어버리셈!

……평범하다면 평범한 채팅 로그다.

“이상한데.”

그런데 느낌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하나하나 전부 맞는 말이었다.

그가 하는 모든 말이, 전부 그 상황에선 최선의 판단이었다.

적어도 아몬드가 보기엔 그랬다.

몇 번 좋은 판단을 할 수는 있어도, 일반 시청자가 매번 이런 채팅만 친다는 게 가능한가?

똑똑?

그때 주혁이 방문을 두들긴다.

“어. 왜.”

“야. 오늘 간만에 나가서 먹자.”

“어? 어디서?”

“김치찌개 땡기는데, 새로운 체인점 하나 생겼더라.”

“웬일로 체인점에 가냐.”

“거기서 너한테 광고 제안했었길래, 맛이 좋나 보려고.”

“아…… 그 만 년 전통인가 하는 거기?”

“그래. 거기.”

푸하하.

만 년 전통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수식어에 주혁이 웃는다.

시간을 보니 저녁 6시 40분.

어차피 식사를 할 시간이었다.

“아…… 오키.”

“소주도 한잔 콜?”

“콜.”

간만의 외식이었다.

일적인 것 외에는 나간 일이 없었는데, 아마 주혁이 이사 오고 치킨 회식을 한 이후로 처음이다.

‘맛있겠다.’

치킨의 맥주도 좋지만, 김치찌개에 소주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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