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1부-87화 (87/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87화

31. 연습한 아몬드(1)

“2주 안에 다이아 달아보겠습니다.”

문제의 이 발언이 시작된 지 1주일째.

그게 바로 오늘이다.

오늘 커뮤니티엔 이런 게시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야, 아몬드 이 개자식 다이아 2주 안에 간다는 거 다 개뻥이었네]

클릭해 보면 대개는 이런 식이다.

==== ====

1주 만에 가겠네 ㅅㅂ

==== ====

-ㅋㅋㅋㅋㅋㄹㅇㅋㅋ

-아몬드 나쁜 자식! 우릴 속였어!

-뤼을 퍽킹 쉿

-ㄹㅇㅋㅋ

-ㅋㅋㅋ진짜 거짓말했네. 이놈.

-혼쭐 좀 나야겠네. 아몬드.

상현에게 꽤나 호의적인 반응.

이외의 게시물들도 얼핏 비슷한 여론이었다.

[1주 만에 다이아 코앞까지 쳐들어간 놈 누구야~!]

[이게 ㄹㅇ 가능하네]

[배치로 플래 3 받은 순간부터 끝난 게임이었나…….]

[아, 난 첨부터 아몬드 믿었다고!!! 여기에 토토라도 걸었어야 함!]

[누구야~! 아몬드에 숏 쳤다가 지금 죽 쑤고 있는 쉑덜~~~!]

당연히 호의적인 여론만 존재하는 건 아니었다. 늘 그렇듯이.

[야 ㅋㅋㅋ 다이아 여정이 여기서부터가 졸라 힘든 건데?]

[ㄹㅇ ㅋㅋㅋ 플래 2, 3은 X밥이고, 1부터가 개빡센데. 뭣도 모르는 놈들이 ㅋㅋㅋ]

[여기서부터 최소 1주 잡아도 안 이상함]

[어차피 지면 다시 롤백인 걸 무슨 이미 다이아 단 것마냥 ㅈㄹ하네 견과류단들]

[내일 ‘그 견과류’ 플래3 갈 예정 ㅋㅋㅋㅋ]

이들은 대체로 전자파의 팬들이거나, 아몬드를 질투하는 자들, 아니면 단순히 그냥 세상에 불만이 많은 자들.

여론의 호불호야 어찌 됐든 이거 하난 확실했다.

아몬드의 다이아를 향한 여정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

현재 아몬드라는 태그를 달고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의 숫자가 수십 개였으니까.

“와…….”

잠에서 깨어나서 커뮤니티의 상황을 확인해 본 아몬드는 나지막이 감탄사를 뱉었다.

자신을 언급하는 수많은 게시글 때문이다.

‘아침 7시인데.’

잠결에 헛것을 보나 싶어서 잠시 이마를 쓸어 올리며 남은 수마를 털어냈다.

흐릿하던 시야가 다시 돌아온다.

[여기서부터 최소 1주 잡아도 안 이상함]

[어차피 지면 다시 롤백인 걸 무슨 이미 다이아 단 것마냥 ㅈㄹ하네 견과류단들]

[내일 ‘그 견과류’ 플래3 갈 예정 ㅋㅋㅋㅋ]

.

.

.

역시나 헛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관심이 뜨겁다.

미친 듯이 뜨겁다.

‘콘텐츠가 좋았나?’

그럴 리가. 상현은 고개를 저었다.

다이아를 향한 여정이라고 거창하게 말했어도 사실 그냥 일반 방송과 다를 게 없다.

누군들 다이아를 목표로 하지 않겠나?

그냥 이기기 위해서 플레이하는 흔한 게임 방송의 연속일 텐데.

이렇게까지 관심이 뜨거울 수 있는 이유는 뭘까?

‘이거 때문이구나.’

게시글 중에 힌트가 있었다.

[오늘 아몬드 해체 분석기 편집본 봄? ㅋㅋ 난 갠적으로 라이브가 더 괜춘]

올튜브 판타지아 채널에 들어가 보니 새로운 영상이 업로드됐다.

[아몬드 해체 분석기 EP.1 - 네! 아몬드입니다!]

[아몬드 해체 분석기 EP.2 - 기록이요? 그게 뭐죠?]

편집본은 생방송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영향력을 지니는데, 일단 찍히는 조회 수부터가 차원이 다르다.

[조회 수 24.1만]

무려 24만.

오늘 아침에 업로드된 영상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화력이다.

아마 이것 때문에 커뮤니티에서 아몬드에 대한 언급이 아침부터 부쩍 늘어난 것이리라.

판타지아 채널의 600만 구독자들에게 아몬드가 소개됐으니까.

-와. 아몬드 몰랐는데, 진짜 장난 없네여

-아몬드? 그는 내가 본 궁수 중에 최고였죠…….

-ㅇ0ㅇ 무쳤다…….

-하연 찡 너무 귀엽자너~

-헐 존잘이다 ㅠㅠ

-아몬드 첨 봤는데 진짜 잘생겼다. 근데 인터뷰가 너무 짧아 ㅠ

-양궁 한 거 편집됐네. 넘 멋있어서 그거 보러 다시 왔는데ㅠㅠ

└2222 헐 나도

└333 엌ㅋㅋㅋ 나돈데 없네

판타지아 구독자 중에서는 아몬드를 처음 보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았다.

아니, 대부분이었다.

아직 아몬드는 ‘게임을 좋아하는 20대 남녀’가 좋아하는 스트리머일 뿐이고, 판타지아의 구독자들은 10대부터 50대까지 분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이들에겐 아몬드는 뉴페이스.

신선한 충격이었다.

[나 오늘 판타지아 보고 아몬드 유입됨 ㅋㅋ]

[판타지아에서 아몬드 첨 봤는데 영상들 재밌더라ㅋㅋㅋ 생각보다 유명한 사람이던데?]

[오. 아몬드 덕들 많아져서 넘 좋아 ㅠㅠ]

[이제 드뎌 영업 안 해도 되는 거냐고 ㅋㅋㅋㅋ]

덕분에 각종 커뮤니티에선 아몬드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표하는 게시글이 늘어났다.

[아몬드가 근데 또 전자파 기록 깨는 거 도전한다며?]

[다이아로 간다던데 2주 안에?]

[1주 안에 가게 생겼다. 아몬드 ㅋㅋㅋ]

타이밍이 공교롭다.

마침 아몬드가 전자파와의 기록 대결로 큰 관심을 받은 지금, 아몬드는 자신의 커리어에서 꽤 중요한 챌린지를 하는 중이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모든 관심이 아몬드의 랭크로 이어졌다.

갑자기 치솟은 관심은 당연히 부담이기도 한데.

‘이 정도 부담도 없으면, 재미없지.’

상현은 그런 부담에 초연했다.

부담이 클수록 돌아오는 환호성도 크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

상상해 보면 짜릿하지 않나?

모든 의구심과 의혹, 질투, 시기가 결국 경외와 환호성으로 바뀔 거라고 생각해 보라.

온몸에 전율이 스친다.

이 짜릿함이 그가 스포츠를 좋아하던 이유였다.

스포츠는 그런 기회가 1년에 한두 번뿐이지만 방송을 시작한 후로는 매번 느낄 수 있었다.

‘방송 체질인가?’

스포츠가 아니라 오히려 방송 체질이 아닌가 진지하게 생각해 볼 정도였다.

‘나 혹시 관종?’

아마 관종 같았다.

정말이지 ‘관심’이란 건 마약이다.

그 마약이 오늘 아침 상현의 몸을 저절로 일으켰다.

아직 오전 8시.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른해야 정상인 시간. 상현의 몸 구석구석엔 신선한 피가 돌고 있다.

아침부터 정신이 번뜩 깨어난다.

상현은 곧바로 어딘가로 걸어간다.

캡슐이다.

“어……? 야. 바로 하게?”

먼저 일어났던 주혁이 놀라서 물었지만, 상현은 대답이 없었다.

다른 건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다.

뚜벅뚜벅 홀린 듯이 캡슐로 향했다.

‘오늘 다이아를 간다.’

이런 다짐을 하는 순간, 있을 리 없는 관중들의 환호성이 환청처럼 귓가에 울린다.

치이이익?

캡슐 뚜껑이 열리고, 상현은 익숙한 동작으로 안에 몸을 욱여넣었다.

[훈련 튜토리얼]

[가상 자유 훈련]

방송 대신 실행된 건 훈련 튜토리얼이다.

방송은 똑같이 오후 3시에 켜질 것이다.

‘시간은 충분해.’

현재 오전 8시.

점심시간까지는 약 5시간 남았다.

나름대로 긴 시간이다.

그는 이 시간을 전부 활용해서, 오늘 게임을 위한 감각을 최정상으로 만들어놓을 생각이다.

오랫동안 게임 플레이를 할 수 없다고 했던 의사의 말이 뇌리를 스쳤다.

그 의사의 말 때문에, 그간 상현은 방송을 오래 하기 위해서 연습은 접어뒀었다.

그러나──

‘오늘은…….’

오늘만은 상관없다.

느낌이 왔다.

오늘 그의 몸은 하루 종일도 캡슐에서 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앞에 훈련을 가볍게 진행해도, 충분히 뒤의 스케줄을 감당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원동력은 아마도 수많은 관중이다.

그것도 새로 유입된 관중들.

이제 막 아몬드를 알아가는, 그의 실력을 궁금해하는.

만약 내가 해낸다면, 그들이 어떤 모습으로 환호해 줄지.

그 상상 속의 순간이 상현의 엔진을 마구 돌렸다.

쿵. 쿵.

진동하는 심장 박동과 함께 그는 훈련을 시작했다.

* * *

[올튜브와 연결됩니다.]

가상 자유 훈련은 다른 앱과 연동해서 훈련할 수 있었다.

가장 자주 쓰는 게 ‘웨폰 마스터’라는 무기 샘플을 주는 확장 프로그램이고, 그다음이 올튜브다.

누군가의 영상을 보고 따라 할 생각이다.

[진짜 전쟁에서 쓰던 궁술]

이런 제목의 오래된 영상이 재생됐다.

오래전, 상현이 보고 반했던 그 영상이었다.

본래 양궁의 기법에 변주를 주는 식으로 플레이했다면, 이젠 본격적으로 이 궁술을 익힐 생각이었다.

‘스포츠적인 양궁 궁술로는 한계가 있어.’

확실히 느꼈다.

전쟁에는 전쟁에 맞는 궁술이 필요했다.

오랜 기간 배웠던 양궁의 자세나 폼이 조금씩 바뀌겠지만, 상현은 어찌 됐든 활을 쏘기만 하면 되었다. 그게 전쟁 속의 활이든, 양궁이든.

상황에 맞는 것을 선택해서 쏘는 게 중요한 것이지, 자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진 않았다.

파앙! 팡!

영상 속 남자가 담벼락을 뛰어내리면서 화살을 순식간에 박아 넣는다.

상현은 그것을 따라서 손 모양부터 조심스레 하나하나 바꿔 잡아 보았다.

확실히 스포츠 활과는 디테일이 많이 달랐다.

렌즈까지 요격할 수 있는 정확도보다는, 빠르고 신속하게 적의 급소 ‘근처라도’ 노린다는 전략이었다.

일단 화살이 박히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니까.

파아앙! 팡!

상현 역시 그를 따라 가상의 벽을 뛰어내리며 활을 쐈다.

체공 시간 안에 4발이 전부 날아간다.

이전보다 속사에서는 압도적이다.

그러나 과녁을 확인한 상현의 표정이 좋지 않다.

한 뼘씩 어긋나서 꽂혀 있다.

제대로 정중앙에 맞은 건 한 발뿐. 나머진 그 근처에 꽂혔다.

정확도가 떨어진다고 말하기엔 그래 봐야 한 뼘 정도의 차이.

이는 본래 속사를 위해선 버리고 가야 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상현은 정확도를 쉽게 포기하고 싶진 않았다. 단순히 직업병 탓도 있지만.

현실과 다르게 배틀 라지에서의 활은 정확하게 머리나 기타 급소를 맞히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그러니 정확도를 포기해서는 아무것도 안 되리라.

어떻게 속사를 편하게 하면서도, 정확도도 높일 수 있을까.

상현은 잠시 고민했다.

‘이렇게 하면 어떤가…….’

상현은 영상 속 남자의 파지법을 직감적으로 조금 바꿔본다.

양궁의 궁술과 전쟁 궁술을 합쳐 본 것이다.

본래 양극단에 있는 것들을 합친다고 장점 두 개가 서로 살아나진 않는다.

뜨거우면서 차가운 커피 따위는 존재할 수 없었다.

“후우.”

상현은 잠시 심호흡 후.

가상의 벽을 향해 뛰어올랐다.

몸이 붕 떠오르고 이젠 꽤 숙달된 속사법이 발현된다.

피이잉! 피융! 핑!

활시위에서 전해지는, 조금은 다른 느낌의 울림.

“!”

착지한 후 과녁을 확인한 상현이 씩 웃는다.

“좋네.”

뜨거움과 차가움은 몰라도, 빠름과 정확함은 공존할 수 있는 모양이다.

“다음은 커브샷인가.”

만족을 느낀 그는 잠시 쉬는 것도 없이 바로 다음 영상을 틀었다.

* * *

훈련이 끝난 후.

치이이익──

캡슐 뚜껑이 열렸다.

“……야. 지금 벌써 무리해서 되겠냐?”

땀에 전 상현을 보면서 주혁이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상현은 시계를 확인했다. 오후 1시다. 아침조차 먹지 않고 달렸다.

“밥이나 먹자.”

그는 우선 욕실로 가서 샤워를 마친 후, 게걸스럽게 밥을 해치워 먹었다.

“……와. 오늘 진짜 많이 먹는다?”

평소엔 소식하는 편인 아몬드인데.

오늘은 느낌이 아예 달랐다.

‘뭐지. 왠지 모르게 지친 기색이 없네.’

사실상 이미 스트리밍 하루 스케줄만큼의 시간을 훈련으로 써버렸는데.

아몬드는 지친 기색이 없었다.

이게 서너 시간만 게임 해도 쓰러져 자던 그 녀석이 맞나?

“후아. 잠깐 소화 시키고 들어간다.”

아몬드는 스트레칭을 시작했고.

이윽고 오후 3시가 되었을 때.

[스트리밍이 시작됩니다!]

정확하게 방송이 켜졌다.

-와. 방송 켰다!!!

-오늘 가냐!? 다이아!?

-다이‘아몬드’ 가즈아아아아!

-다이아몬드…… 그 또한 아몬드지요.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

-사랑해요, 아몬드!

-와! 나 생방 첨ㅎㅎ 오늘 다이아 가면 레전든데

-꺄!

-으……. 오후 3시네, 또. 아직 회산데 ㅠㅠ

-이럴 줄 알고 20년 전부터 차곡차곡 백수의 삶을 준비해온 나…….

순식간에 올라가는 채팅창의 스크롤.

척 보기에도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었다는 게 느껴졌다.

아몬드는 천천히 인트로 음악이 끝나길 기다렸다.

두둥…….

잠시 후, 마지막 드럼 소리가 울린 후.

“드디어 1주일째입니다.”

아몬드는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오늘 한번 제대로 달려볼게요.”

[현재 시청자 9.3천]

그는 이제 9천의 시청자와 함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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