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1부-92화 (92/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92화

32. 스타의 자질(2)

생각해 보면 그렇다.

아몬드의 방송은 소통 시간이 거의 없었다.

일전에 판타지아 채널에 나갔던 빅 이벤트 이후에 썰을 푸는 시간을 갖긴 했지만.

대부분 게임 중에 하는 소통이 전부다.

아몬드의 게임 실력뿐 아니라, 아몬드라는 사람 자체를 좋아하는 시청자들에겐 항상 아쉬울 터.

그런 그들에게 좋은 소식이 도착했다.

[아몬드 님이 ‘모바일 스트리밍’을 시작합니다!]

모바일 스트리밍.

야외 방송이라는 거다.

즉, 게임 방송이 아니라는 뜻.

-와. 진짜 하네?

-근데 왜 모바일?

-먹방하는 거야? 메뉴는 뭐임?

-왤케 뭐가 안 보이냐.

게임을 봤던 시청자들이 전부 다시 찾아와서 채팅창은 금세 시끌벅적해졌다. 그런데 화면이 보이질 않았다.

검은색으로 점철되었을 뿐이었다. 희미하게 목소리만은 들려왔다.

“어. 되는 것 같네.”

약간 건조한 듯한 목소리.

그러나 분명 맑은 여자 목소리였다.

-??? 여자?

-뭐지?

-웬 여자 목소리야 형! 나 미치는 꼴 보고 싶어!?

-위에 무친련ㅋㅋㅋㅋㅋ

-불여시 누구야~~~~!

-그나저나 누구?

-ㄷㄷ 방송사고 아니냐.

-곧 헤으응 들리면 레전드.

“근데 이거 왜…… 안 보이죠?”

“야. 지아야. 손가락 치워야지.”

“아.”

슥.

드디어 카메라에 밝은 빛이 들어오고, 가장 앞에 있던 지아가 노출되어 버렸다.

상현이 모바일 스트리밍을 처음 해봐서 조작 및 촬영을 지아에게 부탁했던 것이다.

-????

-헐 졸예

-커엽당

-누구야? 개이쁘다

-오우!

-누구야아아아! 이 아이유 닮은 여자는!?

-아몬드는 어쨌어!

-엄마! 아몬드는 이제 필요 없어! 엄마! 아몬드는 이제 필요 없어! 엄마! 아몬드는 이제 필요 없어!

휘리릭 올라가는 채팅창을 본 지아의 눈이 커졌다.

그녀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더니, 거의 집어던지듯이 주혁에게 넘겼다.

“여, 여기. 켜졌으니 됐죠?”

“어 근데…… 네가 촬영 안 하냐?”

“아.”

본인이 촬영을 해야 한다는 걸 깜빡했다. 그만큼 부끄러웠다.

“촬영이래 봐야 그냥 네 옆에 세워두기만 해. 삼각대 갖고 왔잖아. 너만 화면에 안 잡히면 되니까.”

‘이미 잡혔는데.’

지아는 꽁한 표정으로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삼각대에 휴대폰을 고정시켰다.

드디어 우여곡절 끝에 아몬드의 얼굴이 등장했다.

주혁과 지아는 건너편에 앉고, 아몬드 홀로 앉은 채였다.

-오빠!!!

-혀어어엉!

-아하아하아하!

-아하~~~

-와, 진짜 먹방 해주셨네 감사감사! (_ _)

상현이 등장하자 휘리릭 올라가는 채팅창.

[현재 시청자 6.7천]

김치찌개를 먹는 걸 구경하는 방치고는 지나치게 많은 숫자다.

이젠 방송에 꽤나 익숙해진 아몬드도 이때만큼은 조금 머뭇거렸다.

‘이거 생각보다 창피한데.’

낯 뜨거웠다.

아무리 스트리머라지만, 밖에서 ‘트하!’ 같은 말을 크게 외치기는 좀…….

여기가 그나마 광고를 받는 음식점이라 할 만했지, 일반적인 음식점이었다면 마음의 준비가 더 필요할 것 같았다.

꿀꺽.

어찌 됐든 상현은, 아니, 아몬드는 해야만 했다.

그것이…… 스트리머니까!

“트하!”

-ㅋㅋㅋㅋㅋㅋ

-아하!

-아하아하!

-오빠 부끄럽죠?ㅎㅎㅎㅎ

-창피해하는 거 커여워 ㅠㅠ

-아까 여자는 누구?

-하이하이

그래도 인사를 건네자, 시청자들은 역시나 좋아한다.

“지금 김치찌개 먹으러 왔습니다.”

그렇게 말하자, 지아가 자연스럽게 김치찌개 집의 간판을 보여줬다.

-억ㅋㅋㅋ

-만 년 전통? 정신 나간 이름이네 ㅋㅋㅋ

-저거 요즘 많이 생기던데

-전통 인플레 뭔데 씹ㅋㅋㅋㅋㅋ

-전통력 인플레 ㅋㅋㅋㅋㅋ엌ㅋㅋ

-60년? 우린 만 년이다!

-고조선 김치찌개누 ㅋㅋㅋㅋ

“네. 저희 집 근처에도 생긴 지 얼마 안 됐어요. 근데 이거 광고입니다.”

갑작스러운 발언에 시청자들은 갈고리(?)를 난사했다.

-????

-??

-엥?

[심슨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아니. 우릴 속였어! 이건 광고잖아!]

반응이 좋지 않은 걸까?

상현은 아직 헷갈렸다. 반응이 안 좋아도 별수 없다. 어차피 언젠가 어떤 광고든 진행하게 될 테니까.

“네. 광고입니다. 제의가 왔었어요.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침 먹방도 할 겸 그냥 받았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아니 ㅋㅋㅋ 무슨 광고를 그렇게 받아 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이런 자낳괴 쉑

-자본주의식 견과류…….

-ㅋㅋㅋㅋㅋ엌ㅋㅋ

-개쿨하네 ㅅㅂㅋㅋㅋ

-먹방해야 돼서 광고 받는 남자…… 캬!

[시시해서 죽고 싶어졌다 님이 ‘3천 원’ 후원했습니다.]

[아. 배고파서 그냥 광고 받고 싶어졌다.]

“배고파서 받은 건 아닌데…… 여기 맛있어요.”

밈을 이해하지 못한 상현이 변명하듯이 덧붙였다. 그게 시청자들에게 반응이 좋았다.

-ㅋㅋㅋㅋ엌ㅋㅋ

-저거 장난이에요

-시시해서 죽고 싶어졌다 모름?

-ㄹㅇㅋㅋ

[루비소드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와! 광고! 월클! 축하해요! 먹방도 해줘서 감사합니다!]

[가지볶음 님이 ‘5천 원’ 후원했습니다.]

[헐 ㅠㅠ 이제 왔는데, 진짜 먹방 해주시네 ㅠㅠ 감사합니다!]

[광기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형! 아까 그 여자 누구야?! 나 미치는 꼴 보고 싶어!?]

“감사합니다. 루비소드, 가지볶음 님. 그리고…… 광기 님. 이미 미치신 것 같은데…… 그 여자분은 올튜브 편집자입니다. 같이 식사하게 됐어요. 집이 근처라서요.”

-이미 미치신ㅋㅋㅋㅋㅋ

-엌ㅋㅋㅋㅋ

-컨셉 도랏맨

-헐 편집자! 존예네요!

-이럴 수가 편집자구나

-휴. 안심.

-난 또 ^~^

[광기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그냥 편집자 맞아!? 어!?]

-진짜 광기 ㅋㅋㅋㅋㅋㅋ

-도라이 쉑 ㅋㅋㅋㅋ

-그만해 ㅅㅂ

-ㄹㅇ 닉값하네.

“광기 님. 잠시 무인도 좀 갔다 올게요. 광기 좀 식히고 오세요.”

상현이 씩 웃으며 그렇게 말하자, 주혁이 자신의 휴대폰에서 뭔가를 건드렸다.

그러자, 그 시청자는 밴을 당했다. 하루 정지였다.

-유료 밴ㅋㅋㅋㅋㅋ

-엌ㅋㅋㅋ

-헐 밴 ㅋ

-편집자 보호해 주는 아몬드 섹시해 ㅠㅠ

-아몬드 이제 프로 스트리머자너 캬~~

확실히 아몬드는 이제 능숙했다.

야외 방송 때문에 창피했던 건 아주 스쳐 가듯 잠시뿐이었고. 방송을 시작하자 그는 여느 때의 아몬드였다.

주혁은 그런 상현의 모습을 보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이게 아몬드지.’

이게 유상현의 힘이다. 그는 중요한 순간에 해내는 능력을 갖고 있다.

지금 이 방송은 첫 먹방이자, 소통 방송 그리고 심지어 첫 광고까지 곁들여진 방송이다.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엄청난 부담이었을 터다.

일전에 회사 피티 팀에서 사고가 났을 때도 저 녀석이 나섰었지.

신입뿐 아니라 5년 차 선배도 벌벌 떨 때, 저놈만은 멀쩡했다. 자기 말로는 엄청 긴장했다고 하지만 전혀 그래 보이지 않았었지.

주혁은 확신했다.

다른 것들보다도 이게 아몬드가 스타가 될 수 있는 이유라고.

연예계든, 게임계든.

스타는 ‘해내는 인간’이다. 모든 악재와 부담이 자신을 향할 때 가장 빛을 뿜으며 해내는 인간.

그게 스타다.

“구천 지옥 찌개 납시오!”

찌개가 나왔다. 일전에 아몬드에게 사인을 받았던, 이주현 직원이 서빙을 해줬다.

상당히 밝은 성격이었는데. 그녀는 방송에 노출되는 건 부끄러운지 아니면 사장이 입을 막았는지 오늘은 별다른 말이 없다.

-와 구천 지옥 찌개 ㅋㅋㅋㅋㅋ

-네이밍씹ㅋㅋㅋㅋ

-9천 원이라서 구천 지옥이라고~~~

-ㄹㅇ 지옥 같은 가격이네여……

“더 싼 메뉴도 있어요. 666찌개였나? 6600원인데, 그건 아쉽게도 낙지가 없습니다.”

상현은 뜨거운 김치찌개를 호호 불어 먹으면서도, 나름대로 메뉴 설명을 해줬다.

-캬! 프로 광고 모델!

-형 광고 잘한당ㅋㅋㅋ

-666찌개 ㅁㅊㅋㅋㅋㅋ

-아니 왜 컨셉이 지옥이냐고 ㅋㅋㅋ

-ㄹㅇ 지옥 같은 컨셉이네여

-낙지가 있냐 없냐로 지옥이냐 아니냐가 갈립니까?! ㅋㅋㅋㅋㅋㅋ

-그야…… 그것이 촉수니까……

“컨셉은 지옥이지만. 맛은 천국입니다.”

-캬!

-자본주의 멘트 에반뎈ㅋㅋㅋ

-외워왔냐!? ㅋㅋㅋㅋ

-이게 캐피탈리즘이다!

-방금 받은 광고라며 ㅅㅂㅋㅋㅋㅋㅋ

-보고 있나? 김정은? 이게 자유시장 경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ㅋㅋㅋ 아몬드 님이 저런다는 게 개웃기넼ㅋㅋ

정색하는 얼굴로 ‘맛은 천국입니다’라고 하는 상현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걸까.

이 영상은 후에 클립으로도 떠돌아다닌다.

[지아몬드 님이 ‘2천 원’ 후원했습니다.]

[형, 지아 님 먹는 것도 보여줘!]

-으디서 2천 원으로 지아 님 얼굴을 보려 하냐!

-말이 좀 이상하다?

-ㅁㅊㅋㅋㅋ 말이 뭔가 이상한데?

“아. 지아 님은 방송 노출 싫어하세요. 아까는 사고입니다.”

아몬드는 그렇게 대답하며 지아의 눈치를 잠시 살폈다. 혹여나 불편해할까 봐.

그러나 오산이었다.

‘저 녀석…… 은근히 뿌듯해하고 있잖아!?’

지아는 은근히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내가 좀 먹히나 보네? 같은 느낌으로.

하지만 카메라에 비추는 건 더 이상 싫다고 분명히 밝혔다. 고개를 획획 저으면서.

[가지볶음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낙지 먹어줘! 낙지!]

“아. 낙지. 낙지 좋죠.”

상현은 뒤이어 들어온 후원에 낙지를 집어 들어 가위로 잘랐다. 낙지가 떨어지며 국물이 튀었다. 약간 허둥대는 모습이다.

그런 모습을 보며 주혁은 참 신기하단 듯 그를 보고 있었다.

‘방송이 무섭긴 하다.’

저놈 처음 신입 사원으로 왔을 때, 고기도 잘 안 잘랐던 걸 분명 기억하는데.

스스로 가위를 들고 낙지를 급하게 자르고 있다니.

이 또한 스타의 자질인가?

“쫄깃하네요!”

낙지를 베어 문 상현이 웃으며 말했다.

‘너 먹는 거 별로 안 좋아하잖아…….’

주혁은 슬슬 어이가 없었다.

“이게 김치, 두부, 낙지, 돼지고기. 이렇게 한 번에 먹는 게 아주 좋습니다.”

광고 안 받았으면 어떡할 뻔했냐.

야외 방송이 창피하다고 할 땐 언제고, 아예 CF를 찍고 있는 듯한 상현에게서 잠시 시선을 거두고.

주혁은 커뮤니티 반응을 살폈다.

‘움짤 좀 올라왔나?’

오늘도 그래도 슈퍼 플레이 좀 했는데. 움짤들 좀 많이 올라오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었다.

그런데──

“……?”

움짤이 올라오긴 했다.

그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움짤이었지만.

‘벌써?’

* * *

배틀 라지에서 가장 큰 커뮤니티.

배라 31에는 이런 글이 이슈 글 순위권에 들어 있었다.

[낙지 먹는 견과류 쉑…….]

내용을 들어가 보면 말 그대로 낙지를 먹고 있는 아몬드다.

방금 전에 낙지를 먹으면서 ‘쫄깃하네요!’라고 외치는 장면이었다.

물론 움짤이라 소리는 없다.

-와, 뭐냐 아몬드 먹방을 함???

-이게 머선129!!!!

-아니 이왜진……ㅋㅋㅋㅋㅋ

-짤 내용이 진짜였다니. 난 대머리 캐릭터 화살로 두들겨 패는 아몬드일 줄 ㅋㅋㅋㅋ

-제목만 보고 순간 전탈협 나오는 줄 알았는데. 진짜 낙지 먹고 있네.

└전국 탈모 협회는 낙지 먹어도 나옴

-전국 탈모 협회입니다. 비극을 멈춰 주세요

└ㄹㅇ이네 ㅅㅂㅋㅋㅋ

└엌ㅋㅋㅋㅋ

-근데 이게 왜 배라 이야기냐 ㅅㅂ ㅋㅋㅋㅋ

└ㄹㅇ 아몬드 팬 페이지 다됐네

└박수를 치며 똥을 싸라, 그럼 유명해질 것이다.

└아몬드 커엽잖어~~~

└간만에 실력으로만 조지는 스트리머자너~~ “봐줘!”

└“봐줘!”

놀라웠다.

낙지를 먹는 아몬드가 이슈 글까지 올라간다니.

‘이게 그 똥만 싸도 박수 쳐준다는 그거냐?’

주혁은 김 서린 안경을 다시 고쳐 쓰며 다른 이슈 글을 더 살펴봤다.

그런데 이런 글도 있었다.

[아몬드 이 새끼 볼 때마다 마음에 안 드는 점.txt]

역시 소통은 양날의 검인가? 라는 생각과 함께 주혁은 그 게시글을 클릭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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