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1부-93화 (93/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93화

32. 스타의 자질(3)

[아몬드 이 새끼 볼 때마다 마음에 안 드는 점.txt]

좋아하는 세력이 있으면, 싫어하는 세력도 늘 있는 법이다. 그게 영향력을 가진 인간의 숙명이다.

다만, 그래도 안티가 없었으면 하는 게 인간의 마음이니.

‘뭐길래 볼 때마다 마음에 안 드냐…….’

주혁은 조금 초조한 기분으로 그 게시글을 클릭했다. 이제까지 아몬드를 욕하는 글이 이슈 글이 된 적은 없었는데.

대체 무슨 내용일까.

==== ====

아무 세팅도 없는 개구식 캡슐 캠도.

지상파 뺨 후려치는 빡조명에서도.

김치찌개집 개구린 조명으로도.

존나 잘생김 ㅡㅡ

==== ====

첨부된 사진 속에서는 상현이 김치찌개집에서 활짝 웃고 있다.

“허…….”

주혁은 허탈한 숨을 내쉬었다.

‘뭐야. 미친.’

괜히 긴장했네.

보아하니 댓글 반응도 좋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ㄹㅇ

-사진은 왜 첨부해 ㅅㅂ txt 뜻이 뭔지 모르누 ㅋㅋㅋㅋㅋㅋ

└ㄹㅇ 자괴감 오지게 사진은 왜…….

└검은 화면보단 낫지 ㅋ 네 얼굴이 비치는

└나쁜 새끼ㅋㅋㅋㅋㅋ

-‘지상 최악의 스트리머’

-인 ── 싸

-ㄹㅇ 그게 젤 에바야

-편집자도 ㅈㄹ 예쁘더라 ㅅㅂ 다 가진 쉑…….

└ㄹㅇ? 방송에 나옴?

└잠깐 사고로 나옴

-아몬드 오빠 ㅠㅠㅠㅠ 나 죽어어어 ㅠㅠㅠ

주혁의 입꼬리도 덩달아 올라갔다.

그의 시선이 잠시 현재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상현에게 옮겨갔다.

“아. 김치랑 두부요? 네. 고기도 같이. 알겠습니다.”

열심히 시청자들의 주문을 들어주고 있는 상현이 보인다.

주혁의 시선은 그 건너편, 그러니까 자신의 옆에 앉은 지아에게 옮겨갔다.

당분간 카메라를 건드릴 일 없는 그녀는 그저 조용히 식사를 하는 중이다.

‘많이도 먹네.’

저번부터 느꼈지만 지아는 주혁 못지않은 대식가였다.

아몬드 먹는 걸 좋아한다길래, 상현처럼 소식을 즐기는 줄 알았는데. 그녀에게 아몬드는 그냥 귀찮음과 허기를 달래줄 간식일 뿐이었고.

실상은 엄청나게 먹어댄다.

덩치가 거의 2-3배 차이 나는 주혁만큼 먹으니, 그것만으로 말 다 한 셈이다.

사실 지아가 먹방을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지아 자신도 그렇게 느끼고 있는 건지, 입을 오물거리면서도 상현 쪽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주혁은 피식 웃으며 다시 커뮤니티 사이트로 눈길을 돌린다.

* * *

당연한 말이지만, 아몬드의 다이아 챌린지는 수많은 관심을 모았다.

혜성같이 등장한 신입 스트리머가 전자파의 기록을 절반 이상 단축하기 직전인데. 누군들 관심이 없을까?

그런데 지금 그 다이아 챌린지보다 더 관심을 많이 받고 있는 화제가 있었다.

[다이아 승격전 전에 지옥의 김치찌개를 먹는 스트리머가 있다!? 심지어 그게 광고다?!]

바로 아몬드의 먹방이다.

다이아 승격전 바로 직전에 진행한 급조 먹방.

심지어 광고다.

미친 짓이 틀림없긴 했다.

-ㄹㅇㅋㅋ

-자낳천괴

└그게 뭐임?

└자본주의가 낳은 천재 괴물

└역천굌ㅋㅋㅋㅋㅋ 씹

└앜ㅋㅋㅋ

-아니, 그거 광고였냐? ㅅㅂ

-유료 광고 배너 보고 내 눈을 의심했다 ㄹㅇ

-심지어 저거 좀 매운 거라며 ㅋㅋㅋㅋㅋㅋ 어케 하려고 ㅋㅋㅋㅋ

-오강우 김치찌개 저거 광고 지대로네 ㅅㅂ ㅋㅋㅋ

시청자들의 말처럼 광고 효과가 제대로 터진 것 같았다.

주혁은 만족스럽다.

-광고는 일단 이미 성공인듯ㅋㅋㅋㅋㅋ

-진짜 맛있게 먹긴 하네 ㅋㅋㅋ

-ㄹㅇ 개성공이지 다이아 승격전 전에도 먹고 싶은 김치찌개가 있다?!

└아, 당연하지 ㅋㅋㅋ 오강우는 그거 먹으려고 지옥에서 만 년 뻐겼는데 엌ㅋㅋㅋ

└……얘는 뭔 소리임? 그 아재 그냥 김치찌개 장인인데?

└모름. 그냥 다른 세계 사람인 듯;;

* * *

이런 커뮤니티 반응을 살피던 사람은 비단 주혁뿐만이 아니었다.

오 실장도 보고 있었다.

“이거 역시 될 놈이네.”

푸하하하.

오 실장은 통통 배를 튕기며 웃어댔다. 아무리 야근 중이라지만 회사에서 개인 방송을 보면서 이렇게 웃고 있다니. 아마 그런 회사는 펑크뿐일 거다.

“실장님. 왜요?”

옆에서 일하던 부하직원이 물었다.

“아. 아몬드 있잖아. 광고 처음 받았거든? 우리 쪽이랑은 관련 없는 거.”

“아…….”

“근데 진짜 기깔나게 뽑네. 다이아 승격전 전에 가서 김치찌개를 먹어줄 거라고 누가 생각해.”

“와. 그 신기록 도전 다이아 챌린지 전에요?”

부하직원도 은근슬쩍 보고 싶어 끼어들자, 오 실장은 신나서 보여줬다.

화면에서는 정말 아몬드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김치찌개를 흡입하고 있었다.

[현재 시청자 8.9천]

심지어 시청자 수도 게임을 할 때와 거의 비슷한 수준. 승격전이 아니었다면 평소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이다.

“시청자 수도 장난 아니네? 와…… 근데 이게 왜 좋으세요?”

“왜 좋냐니?”

“그야…… 전 저희 회사 광고가 아닌 게 아쉽네요. 근데 실장님은 너무 좋아하시길래…….”

“아쉬워?”

오 실장이 쓱 돌아보며 물었다. 부하직원은 흠칫해서 고개를 끄덕인다.

뭔가 잘못 말한 건가?

“……예, 예. 아, 아쉽지 않으세요? 저희 광고가 이렇게 갔으면 대박일 텐데. 물론 저희는 게임 유통사니까 먹방은 안 되지만…….”

“그래! 바로 그거야! 그래서 지금 이게 좋은 거야.”

오 실장이 턱턱 그의 등을 두들겼다.

“예?”

“뭔 예? 야. 그 아쉬움을 우리만 느끼겠냐고. 우리한테 광고를 맡겨야 하는 게임 회사들도 지금 다 똑같이 느끼고 있을 거 아니냐?”

오 실장은 애절한 표정을 연기했다.

“아~ 이 타이밍에 들어가는 광고가 우리 거였다면! 승격전 전에 몸풀기용으로 플레이하는 간단한 캐주얼 게임, 모바일 게임 광고가 들어갔다면!”

그 혼신의 연기 덕분일까, 부하직원은 바로 이해했다.

“아!”

“그러니까 앞으로 우리 쪽에서 단가를 더 세게 불러도, 아마 할 의향이 생기겠지? 그럼 우리도 좋고, 아몬드도 좋지. 게임사 쪽은…… 뭐 잘 모르겠고. 크하하하!”

광고를 잘해준다.

이건 스트리머로서 가질 자질 중에서 가장 경제적으로 유리한 자질이었다.

잘나가는 스트리머들 중에서도, 광고를 잘 받을 수 있는 유형과 아닌 유형으로 갈린다.

무슨 대단한 논란이 있거나 이미지에 문제가 없어도 광고를 잘 못 받는 스트리머들이 있다.

그들은 광고를 효과적으로 배치하고, 조율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근데 있잖아.”

“예?”

“넌 이거 누구 머리에서 나온 것 같냐.”

“……머리에서 나왔다기보단 그냥 한 거 아닌가요?”

“이런 미친 짓을 그냥 해? 아몬드가 그렇게 막무가내 타입은 아니거든. 게임할 때 말고는 그냥 무난하게 가는 편이야.”

“음…… 그럼…….”

“매니저 아닐까?”

“아. 그분!”

“이게 단순 미친 짓이 아니고, 미친것과 강렬한 광고, 그 어떤 사이에 있는 적절한 선을 타고 있잖아.”

“그렇죠.”

“이런 걸 정확히 알고 있을 놈이, 딱 그놈 같단 말이야.”

“확실히 그 친구 촉이 있어 보이긴 했습니다. 실장님도 자주 말씀하셔서 그런가…….”

오 실장은 아몬드 이상으로 김주혁을 좋아했다. 뭔가 그냥 마음에 드는 인간이다. 사회생활을 오래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 그래. 그놈은 촉이 있어. 촉.”

쓰읍.

오 실장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그놈 펑크에서 일할 생각은 없겠지?’

* * *

“후아. 배부르네.”

상현은 잔뜩 부른 배를 두들기면서 찌개집을 나왔다.

“괜찮겠냐? 게임해야 하는데.”

주혁이 걱정되어 묻는다.

그는 평소에 상현이 소식한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별수 없지. 광고하는데 적게 먹어서 되겠냐.”

“……그건 그렇긴 하지.”

“게임은 문제없을 거야. 자신이 있어. 오늘 컨디션 좋거든. 맛도 있었고.”

확실히 그래 보이긴 했다.

오늘의 아몬드는 달랐다. 그래서 주혁도 그게 진정한 스타의 자질이라고 생각했었지.

“너 오늘 다이아 승격전…… 뭐 해야 하는지 알지?”

주혁이 확인하듯이 되묻는다.

그들은 승격전을 위해 따로 준비한 전략이 있었던 것이다.

“알지. 그걸 얼마나 연습했는데.”

아몬드는 활 쏘는 기술만 연습한 게 아니었다. 그간 주혁과 계속 ‘공부’해 오던 게 있었다.

“좋아. 소중한 첫 광고도 김치찌개로 되어버렸는데. 그거라도 계획대로 해야지.”

“대체 첫 광고를 뭐로 하려고 했는데?”

“그건 비밀이다.”

주혁이 킬킬대며 고개를 저었다.

참나. 상현은 궁금하지도 않다는 듯, 똑같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느새 계단을 꽤 많이 올라왔나 보다.

“전 가 볼게요.”

지아가 인사를 한다. 그녀의 집에 다 도착한 것이다.

“벌써 다 왔구나.”

“아. 그래.”

서로 간단히 인사를 하고, 마저 올라가려는 순간.

“아몬드.”

“?”

지아가 상현을 불러 세웠다.

“화이팅.”

상현을 향해 조그만 주먹을 쥐어 보이는 지아.

그녀는 그렇게만 말하고 얼른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

상현은 물끄러미 그 닫힌 문을 응시했다. 이내 고개를 돌려 다시 계단을 밟았다.

피식.

그의 입가엔 기분 좋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 * *

숨 막히게 올라가는 채팅창.

-아하아하아하!

-드디어 메인 디쉬~!

-키야 다이아 승격전!

-아하! 아하!

-오늘 아하를 몇 번 하냐 ㅋㅋㅋㅋ

-오늘 방송 개혜자다

-ㄹㅇ 오늘 방송 안 본 사람은 인절손

다이아 승격전을 위한 방송을 켰기 때문이다.

시청자는 엄청나게 몰린 상태다.

일단 방제의 어그로부터가 말이 안 되는 수준이다.

[전자파 기록 깨러 갑니다. 아몬드, 다이아몬드로 진화!]

[Beating JJP’s Record. Almond → Diamond!]

심지어 영어 제목도 있다.

아몬드를 난생처음 보는 인간이라 할지라도, 전자파를 알던 사람이면 화들짝 놀라서 들어올 법한 제목이다.

주혁이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그 결과는──

[현재 시청자 1.3만]

순간 화력으로 1만이 넘는 수준의 시청자가 몰려들고 있었다.

-와아아아아 가즈아아아아!

-오빠오빠오빠오빠 사랑해!

-Beating JJP? Way too BS!

-오멘! 오멘! 오멘!

-아몬드 피똥 싸라!

-진짜 깨냐 ㄷㄷ

-와. 사람 미쳤누.

-시청자 수 뭐임 ㅋㅋㅋ 거의 중견 넘겼넹

-so rude…….

-JJP record? lol

-어그로 때문에 외국인들 잔뜩 뿔남ㅋㅋㅋㅋ

-어그로가 아니라 진짠데 어캄

한국인은 물론이고, 약 7%가량의 외국인들이 첨부되어 있었다.

대부분 전자파 기록을 네가 어떻게 깨냐 묻는 사정을 모르는 외국인들이지만.

“바로 가겠습니다.’

아몬드는 신경 쓰지 않고 곧바로 게임을 시작했다.

어차피 승격전을 본다면 저런 말을 할 수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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