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1부-98화 (98/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98화

34. 접전(2)

쿵!

주혁은 책상을 내려치며 벌떡 일어났다.

“……이런 약점이!”

그가 만들어낸 전술에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화살 개수가 지나치게 모자랐다.

단 한 발도 빗나가는 법이 없는 아몬드였으니 망정이지, 다른 궁수였다면 잘 해봐야 너덧 명 죽이고 끝날 정도의 양이었다.

병원 파밍 루트를 선택한 자의 최후다.

“이걸 어떻게 이기지?”

지금껏 무기고 루트를 선택했던 아몬드는 한 번도 화살이 부족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상대가 전설 무기를 갖고 있는 경우도 없었다.

무기고를 털어서 전설 무기 같은 걸 사전에 거의 다 방지해 버리니까.

그런데 이번 적은 전설 무기를 끼고 있었고, 전설 방탄모마저 끼고 있었다.

소위 말하는 ‘1등 각이 세게 잡힌’ 놈이다.

이 게임은 그냥 저놈이 1등을 하는 게 맞았다.

그런데 아몬드도 적당히 2등으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1등과 2등의 차이는 극심하다.

단순히 1등과 2등이 아니었다.

승자와 패자.

최고와 최고가 아닌 자.

‘2등도 잘한 거야!’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이게 주혁이 겪었던 현실이었다.

배틀 라지의 레이팅 점수 역시 그런 현실을 반영해 놨다.

점수가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1등을 못 하면 수많은 저격러가 몰려오는 이 거지 같은 승격전을 3판을 치러야 할 수도 있었다.

그건 정말 끔찍했다.

매치가 반복되면 반복될수록 아몬드의 변화구도 힘을 잃어갈 것이고, 아몬드의 자체 컨디션도 하락할 테고…….

불리해지는 게 한두 개가 아니다.

“이번에 1등 해야 하는데.”

주혁은 불안한 듯 중얼거렸다.

아몬드의 플레이를 보면서 이토록 불안한 적이 있던가?

1 대 1 상황인데 화살이 한 발 남았다니.

심지어 상대는 화살 10발은 맞아야 뻗는 괴물 같은 장비를 들고 있다니.

‘이거 되는 거냐?’

이마에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주혁의 머릿속에서 이 한 판에 걸린 돈에 대한 계산이 이미 끝났기 때문이다.

현재 주혁에겐 이건 단순히 게임 한 판이 아니라, 몇천만 원이 걸린 전쟁이다.

-어. 그런데 저거 타코야끼 아님?

그러던 중, 한 시청자의 채팅이 주혁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지금 대치하고 있는 상대가 유명한 사람인 모양이다.

게임 중에 만나는 유명인은 전부 체크해 둬야 한다.

-타코 형……. 형이 왜 여기서 ㅋㅋ

-타코 쉑 방송 안 켜냐!? ㅋㅋㅋ

-아, 타코임? ㅅㅂ ㅋㅋㅋ

-아바타가 타코네

-그게 뭔데 씹덕들아

주혁도 묻고 싶은 말이다.

그는 얼른 트레비에 타코야끼를 검색해 봤다.

스트리머였다.

그런데 현재 방송 중은 아니었다.

[폐관 수련 중]

공지를 보니 그는 폐관 수련 중이란다.

주혁은 모두위키를 켜고 정보를 추가로 검색해 봤다.

역시나 꽤 많은 항목이 나온다.

팔로워도 아몬드의 두 배 정도 되고, 이력이 화려하다.

과거에 릴(LIL) 프로 경력이 있다.

물론 지금은 퇴물이다.

최근엔 배틀 라지에 재미가 들렸고, 한때 랭킹 50위권 안에 들었었다고 한다.

물론 배틀 라지 실력 역시 지금은 퇴물이다.

이 프로게이머는 ‘머리털을 심으면서’ 실력을 잃었다고…….

“?”

주혁은 어이가 없어서 다시 읽어봤다.

진짜였다.

머리카락을 심고 전투력을 잃었다고 한다.

과거 프로 시절.

항상 빌빌대다가, 탈모가 와서 머리칼이 다 빠진 후에 갑자기 정점의 폼을 보여줬던 경력이 있는데.

이때 사람들은 머리칼을 잃고 실력을 얻었다 했었다.

그런데 성공하고 머리칼을 심고 귀신처럼 퇴물이 되었단다.

“푸핫.”

주혁은 심각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웃음이 터졌다.

“이게 뭐야. 미친.”

* * *

현재 아몬드와 대치 중인 올튜버, 타코야끼.

그는 네 발의 화살을 뽑아내며 중얼거렸다.

“헉, 헉……. 개빡세네, 저 새끼.”

솔직히 다 잡은 게임이라고 여겼다.

이건 실력이고 뭐고 그냥 운빨로 이기는 게임이었다.

“하아. 이거 완전 올튜브 각인데. 지에에엔장.”

그는 라이브도 아닌데도, 습관처럼 혼자서 말을 중얼거렸다.

방송을 너무 오래 해서 그렇다.

어찌 됐든 채팅창은 없으니 집중은 훨씬 잘되는 듯했다.

지금만 봐도 다이아 승격전에서 1등을 차지하기 직전이지 않은가?

아니, 거의 1등이라 봐도 된다.

수많은 경험상 이건 1등이 맞다.

그런데…….

뭔가 느낌이 불안했다.

타코야끼는 상대의 정체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몬드, 맞지?’

배틀 라지 스트리머들이라면 요즘 이름은 한번 들어봤을 핫한 놈이다.

직접 플레이를 본 적은 없지만 역대급 미친놈이라고 했었다.

저놈도 오늘 승격전이라고 했던가?

우연찮게도 겹쳐 버렸다.

이걸 운이 좋다고 해야 하나, 나쁘다고 해야 하나.

‘아무리 아몬드여도 거의 다 몰아붙였다.’

타코는 운영형 플레이어다.

‘각’을 보고 나서 움직이는 타입.

적을 서서히 조여서 물자가 말라 버리게 한 뒤, 총질은 마무리 용도로나 쓰는 게 그의 스타일이다.

운영 베테랑의 감각으로 봤을 때, 아몬드는 거의 다 끝났다.

화살도 없고, 부상도 있다. 블루존 밖에서 버틴 시간을 생각하면 의약품도 거의 다 소모했을 터다.

연막탄이나 조명탄도 아까 다 쓴 것 같다.

이제 서서히 사라져 가는 연막들을 흘끔 보며 그는 다시 총을 집어 들었다.

[남은 체력 45%]

여전히 체력은 절반이 남았다. 앞으로 화살을 네 발 더 맞아야 죽는 체력이다.

적의 남은 화살은 단 한 발이었다.

이러는 사이에 더 주울 수도 있지만, 네 발이나 찾긴 어려울 거다.

게다가 타코야끼가 그렇게 두지 않을 생각이다.

‘가자.’

지금이 적기다.

적을 몰아붙여서 총을 쏴서 죽이면 끝날 것이다.

그렇게 판단이 선 타코야끼는 엄폐물에서 슬슬 빠져나왔다.

[30초 후 블루존이 축소됩니다!]

[마지막 블루존입니다!]

이제 블루존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무기고 루트를 택했던 타코야끼는 의약품이 없다. 얼른 뛰어야 했다.

타다다다.

그는 비장한 표정으로 총구를 겨누며 아몬드를 향해 뛰었다.

총을 쏘면서 엄폐물들을 전부 터뜨렸다.

투두두두두두두!!!

나무가 쩍쩍 갈라지며 쓰러지고, 바위들이 클레이모어처럼 터져 나간다. 이게 전설 무기의 힘이다.

‘자. 어디냐.’

아몬드는 이제 슬슬 숨을 곳이 없다.

그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불길한 소리.

쉬이이익──

‘좌측이었다고?’

타코야끼는 놀랐다. 분명 전방이었는데? 화살이 엉뚱한 곳에서 날아온다.

그러나 상관없다.

어차피 맞아도 안 죽는다.

푹!

조끼 하단에 꽤 큰 충격을 받았으나, 실제로 체력은 10%만이 깎였을 뿐이었다.

‘이제 내가 이겼다.’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는 타코의 아바타.

그러나 잠시 후.

삐이이이이이──

귀에는 폭발 후 들리는 이명만이 가득히 차올랐고.

화면이 새까매졌다.

[2등]

그리고 이런 텍스트만이 떠올랐다.

* * *

쾅!

캡슐의 뚜껑이 휙 열리고 튀어나온 타코야끼는 발작하며 몸을 비틀었다.

“야발! 대체 뭐야!?!”

너무 열이 받아서 벌떡 일어난 바람에 게임과 캡슐 모두 종료되어 버렸다.

“아니 뭐야! 게임 튕긴 거야!? 아니 대체…….”

바보처럼 같은 말만 반복하는 타코.

그는 한참 동안 울분을 토해낸 뒤에서야 다시 보기를 돌려볼 생각을 해냈다.

그는 네 발의 화살이 꽂히는 순간부터 다시 보기를 시청했다.

‘다시 봐도 미친놈이네.’

3인칭으로 돌려보니 아몬드의 실력은 또라이였다.

한 달 만에 미친듯한 유명세를 얻은 이유가 있었다.

이 정도 실력이라면, 동업자들은 시기 질투보다는 경외를 느끼고 만다.

‘하…….’

특히 마지막 화살.

타코야끼조차도 잠시 분노를 잊고 감탄하며 봤다.

“아니, 휘어서 오는 거였어!?”

적이 이동한 게 아니라 화살이 휘는 거였다.

“무친놈.”

퍽.

그는 평소 습관대로 자신의 이마를 때리며 감탄했다.

“어쩐지 분명히 전방 계속 주시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좌측에서 날아오나 했지.”

역시나 습관대로 아무도 안 보는데도 혼잣말을 했다. 방송을 진행한다고 생각하는 거다.

“자. 여기구만.”

그는 좌측에서 날아온 화살이 꽂힌 지점에 영상을 멈췄다.

좌측에서 휘어 들어온 화살을 맞고도 타코는 그냥 진격 중이었다.

안 죽는다는 딜 계산이 됐으니까.

“여기서부터 이상했…… 어?”

타코의 눈이 큼지막해졌다.

그제야 보였다.

마지막에 박힌 화살.

그 화살에 혹이 하나 붙어 있었다.

“이게 무슨…….”

붕대로 칭칭 감아놓은 그것.

분명 수류탄이었다.

“갓겜이네. 자유도 보소. 야발.”

그는 패배를 인정했다.

흐아아아! 그는 아쉬움에 포효를 날리고는, 다시 랭킹 탈환을 위해 캡슐로 들어갔다.

왠지 새로 심은 머리털도 얼마 못 갈 것 같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게임 좃같이 하네.”

극찬을 남겼다.

* * *

[1등]

시청자들은 눈앞에 뜬 숫자를 믿지 못했다.

-???

-아니, 이게 진짜 된다고?

-ㄹㅇ ㅅㅂ 미쳤다

-ㄷ ㄷ ㄷ

-도랏누

-헐 ㅋㅋㅋㅋ

-아니, 뭐야!?

-배틀 라지를 갓겜으로 인정합니다. 자유도 무쳤네여

수많은 채팅이 무수한 갈고리를 거는 중에도 오른쪽 아래에 있는 아몬드의 캠은 미동조차 없었다.

땀에 흠뻑 젖어 있을 뿐이다. 그는 잠시 멍하니 그 숫자를 응시하고 있었다.

‘된 거야?’

그도 될지 안 될지 확실하지 않던 전략이었다.

붕대로 화살에 수류탄을 달아서 쏜다니.

현실이라면 절대로 불가능하다. 수류탄 같은 무게를 매달아 쏘면, 날아가긴 하겠으나 정확도는 말할 것도 없고 사거리도 1/10 수준으로 감소할 터다.

그럼에도 아몬드가 이 전략을 쓴 이유.

‘수류탄의 무게가 안 느껴져서 해봤는데…….’

그건 인 게임에서 수류탄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배틀 라지 수류탄은 물리적 무게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던질 때 포물선만큼은 현실과 거의 비슷하나, 무게까지 구현되진 않았다.

만약 실제 무게를 그대로 구현하면 유저에게 너무 어려워지기 때문에 총기들도 대부분 훨씬 가볍거나 거의 무게가 없다.

어쨌거나 아몬드는 이런 정보를 정확히 알진 못했고.

단순히 감으로, 오로지 이 경우의 수만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여 감행했던 것인데…….

‘됐어!’

그게 돼버렸다.

순간적으로 발휘해 낸 기지가 통했다.

[1등]

이 텍스트가 정확하게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그가 해냈다고.

“하…… 하하…….”

땀으로 번들거리는 그의 붉은 입술에서 웃음 섞인 한숨이 새어 나왔다.

그리고 이내, 그는 방송 중 처음으로 활짝 웃었다.

빛이 나는 미소였다.

땀에 푹 절어서 말이 아닌 얼굴이었으나, 그래서 더 눈부신 미소였다.

아직 승급은 아니었으나 그런 것 따위는 중요치 않았다.

‘이거 재밌다.’

그는 이 일에 진정으로 재미를 느꼈다.

진짜 고수와 치열한 경쟁을 할 수 있다는 건, 그리고 거기서 승리한다는 건.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이들이 무려 1, 2만 명이나 된다는 건…….

-아들! 공부 열심히 해서 아몬드가 돼야 한다? 아들! 공부 열심히 해서 아몬드가 돼야 한다? 아들! 공부 열심히 해서 아몬드가 돼야 한다?

-엄마 나 커서 호두라도 될래요! 엄마 나 커서 호두라도 될래요! 엄마 나 커서 호두라도 될래요!

-아몬드! 그만 잘해! 아몬드! 그만 잘해!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

-무쳤냐고 아몬드! 무쳤냐고 아몬드! 무쳤냐고 아몬드! 무쳤냐고 아몬드! 무쳤냐고 아몬드!

-날 가져요 아몬드! 날 가져요 아몬드! 날 가져요 아몬드! 날 가져요 아몬드!

-아몬드! 내 딸과 결혼해도 좋네! 아몬드! 내 딸과 결혼해도 좋네! 아몬드! 내 딸과 결혼해도 좋네!

.

.

.

이 많은 사람의 환호, 열광, 그들이 연호하는 이름.

그게 전부 아몬드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건.

이로 말할 수 없는 쾌감이 있었다.

특히나 이번 승격전은 그가 오랜 기간 준비하고 연습했던 경기였다. 모든 노력을 쏟아부어서 쟁취해 내는 결과란, 너무나 달콤했다.

아하하하.

웃음이 절로 흘러나왔다.

왜 기쁜 건지, 이게 무슨 감정인지.

알기 힘들었다.

단 걸 먹으면 기분이 좋은 건 당연했다.

아몬드는 그냥 단전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웃음을 토해내고 있을 뿐이었다.

아마 이 행복이 지나가고 나면, 그때를 추억하면서 그때야 이게 무슨 감정인지 말할 수 있게 될까?

눈에 맺혔던 투명한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쓱.

소매로 흐르는 땀을 닦아낸 후.

아몬드는 다시 큐를 돌렸다.

“막판 가죠.”

이제 다이아가 코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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