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07화
38. 교육 방송(1)
[풍선껌이랑 아몬드 합방 시~~~~작했다!]
[존잼각 아몬드 코치니뮤ㅠㅠㅠ]
[게임 천재 VS 방송 천재 자강두천 시작 ㅋㅋㅋㅋㅋ]
[와! 합방! 와! 아몬드! 와! 풍선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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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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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와 풍선껌의 합방이 시작되자, 커뮤니티에선 역시나 한바탕 난리가 벌어졌다.
역대급 콜라보이기도 했고, 둘의 케미도 기대가 되었지만.
무엇보다 그들을 움직이는 포인트는 이거였다.
[아몬드 드디어 고통받는 걸 보는 거냐?]
[아몬드를 해치울 유일한 빌런, 풍선껌! 출격!]
한 번도 고통받아 본 적 없는 아몬드가 어떻게 고통받을지가 너무나 궁금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이런 코칭 컨셉의 방송은 실제 코칭을 하는 게 아니었다.
사실상 코치가 고통받는 걸 구경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까놓고 말해서 풍선껌을 코치한다고 그가 나아질 리가 없다.
어차피 아몬드가 멱살을 잡고 캐리해야 한다.
트롤 하나를 업고 캐리하는 미친 캐리 능력과 거기서 따라오는 고통.
이 두 가지가 이 합방의 메인 콘텐츠였다.
[오 시작한다!]
시청자들 역시 대강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기에, 고통으로 일그러진 아몬드의 얼굴을 기대하며 방송에 들어갔다.
* * *
시청자들이 뭘 기대하건 간에, 아몬드의 머릿속엔 오직 한 가지 명제뿐이었다.
‘풍선껌을 데리고 이긴다!’
풍선껌.
어떤 면에선 그의 실력은 전설이다.
전설의 3연 낙사, 6탄창 노킬, 자살 샷건 등등…….
전설적인 장면을 수두룩하게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어떻게든 이긴다……!’
지금 그 전설적인 인물과 듀오를 한다는 생각에 아몬드는 기합이 빡 들어가 있었다.
이건 오히려 혼자 하는 것보다도 더 빡셀 예정이다.
‘어떻게 시작할까.’
어떻게 해야 풍선껌도 실력이 오르고 게임도 이길까.
고민하던 그는 자신이 초보 시절에 가장 빠르게 레이팅을 올리던 방식을 기억해 냈다.
역시나 무기고 돌진이다.
이 구간에선 다들 경험이나 피지컬이 부족해서 일단 선빵을 치면 승리가 거의 확정이었다.
‘무기고부터 간다.’
그래서 아몬드는 무기고로 정했다.
그런데 그건 철저히 본인의 기준이었다.
“무, 무기고라뇨? 아몬드 님? 맞아요?”
풍선껌은 풍선 같은 몸을 덜덜 떨면서 경악하고 있었다.
풍선껌에 무기고는 그냥 염라대왕 직행 티켓 같은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거기만큼은 절대 스타팅 포인트로 고르고 싶지 않았다.
그가 선호하는 플레이는 무조건 존버.
존나 버티는 플레이다.
그냥 블루존 운이 따라주길 빌면서 어디 짱박혀서 죽어라 버티는 식이다.
비겁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6탄창 노킬 같은 사건을 일으키는 풍선껌의 실력을 고려하면 현명한 처사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풍선껌 무기고 ㅋㅋㅋ
-풍기고 에반데 ㄹㅇㅋㅋㅋㅋ
-아몬드가 방송을 아네 씹ㅋㅋㅋㅋ
-아몬드 개고통각 ㅋㅋㅋㅋㅋㅋ
채팅창도 풍선껌의 반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신나서 웃고, 풍선껌은 울먹인다는 게 다르긴 하지만, 여튼 원인은 같다.
풍선껌과 무기고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 저기 아몬드 님?”
슬슬 무기고가 다가오자 풍선껌이 더 불안하게 물어봤다.
그러나 아몬드는 별다른 대답이 없었다.
그냥 무기고에 내릴 타이밍만 재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면 헬기 위가 너무 시끄러워서 잘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제 방송 맨날 봤다더니! 거짓말이죠!”
풍선껌이 급기야는 아몬드에게 이렇게 소리를 질렀다.
-엌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미친
-ㄹㅇ 뻥인 듯. 풍선껌 실력을 알면 무기고로 돌진할 이유가 없지
-ㄹㅇㅋㅋ
-엌ㅋㅋㅋㅋㅋ 껌 형 진정해 ㅋㅋㅋ
-ㅅㅂ 개웃기넼ㅋㅋ
풍선껌이 자신의 실력을 왜 모르냐는 듯이 처절하게 비명을 지르는 게 웃겼는지, 채팅창은 ‘ㅋㅋㅋ’로 도배가 되었다.
“갑니다!”
아몬드는 그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기고에 오자 냅다 뛰어내려 버렸다.
“으, 으아! 저, 저도 일단 갑니다! 예? 여러분! 이거 제 탓 아닙니다!”
풍선껌은 지더라도 내 탓하지 말라며 시청자들에게 신신당부를 하고는 같이 뛰어내렸다.
마치 거대한 풍선이 추락하는 것 같아서 그것만으로도 우스꽝스러운 풍경이었다.
* * *
쿵.
아몬드가 먼저 무기고에 착지했고.
쿠구궁…….
뒤이어 데굴데굴 구르면서 풍선껌이 착지(?)했다.
“허억…… 허억……. 아, 아니, 내가 착지도 못하는 게 아니라, 이거 갑자기 따라서 뛰느라고.”
풍선껌은 일어나자마자 곧바로 변명을 시작했다.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아몬드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ㅋㅋㅋ
-표정 뭐누 ㅋㅋㅋ 개웃기네
‘실력은 이미 알지.’
풍선껌의 실력에 대해 별 기대는 안 한다.
단지 이번에 코치로 오게 된 만큼 ‘그만의 방식’으로 그를 성장시킬 생각뿐이었다.
“꼭 이기지 않아도 돼요. 그냥 제 방식대로 한번 해보는 거예요. 그리고 싸우는 것도 계속 해야 늘죠. 매번 피하다 보면 정작 중요할 때 못 싸우잖아요.”
“아. 다, 다 계획이 있으셨군요? 선생님.”
-아몬드 넌 다 계획이 있구나?
-오 뭐야 그냥 냅다 내린 게 아니었음?
-ㄹㅇㅋㅋ
아몬드는 나름대로 계획이 있었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인정해 주지 않는 모습이다.
[가지튀김 님이 ‘3천 원’ 후원했습니다.]
[사실 그냥 냅다 무기고로 내린 후 변명 중인 아몬드입니다]
[아몬드의 계획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그냥 풍선껌을 먼저 죽인 후, 자신이 1등해서 멱살 캐리할 예정]
“가지 님, 아몬드 계획 님 후원 감사합니다. 그런데 그런 거 아니라니까요? 진짜로 가르치려는 건데…….”
“뭐, 뭐가요? 뭐가 아닌데? 나도 알려줘요.”
풍선껌은 불안해 보이는 눈빛이다.
-엌ㅋㅋㅋ 풍선껌 졸커
-아재가 저렇게 커여울 수가 있다니 ㅋㅋㅋ
-왤케 불안해하냐고 ㅋㅋㅋㅋ
-거의 실제 전쟁터인 줄
‘역시 불안해하네.’
아몬드는 풍선껌의 실력을 간과하고 무기고로 온 게 아니었다.
무기고야말로 풍선껌에게 부족한 교전 능력을 키우기 위한 최적의 장소였다.
그는 특히나 풍선껌 방송의 애청자였기 때문에 풍선껌이 교전을 못 하는 이유를 알고 있는데.
그게 단순히 에임이 좋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에임이 구리다기엔 풍선껌은 저격 총을 곧잘 다루는 걸로도 유명하다.
그가 게임을 못하는 이유는 겁쟁이라서 그렇다.
적들이 가까이 오면 패닉이 와서 에임이 마구 흔들리고, 판단이 이상해진다.
그런 걸 치료하기엔 무기고만 한 곳이 없었다.
무조건 상대와 거의 붙어서 싸워야 하니까.
“자. 무기고에선 칼이나 활만 씁니다. 1층에는 그런 것밖에 없어요.”
“예? 지, 지금 가요?”
“지금도 늦었어요. 얼른!”
타다다닥.
아몬드가 선두로 달리고, 풍선껌의 아바타도 뒤뚱거리면서 뛰었다.
-뛰는 것만 봐도 개그네 ㅅㅂ ㅋㅋㅋ
-무친 재능ㅋㅋㅋㅋ
-아 ㅋㅋ 이게 재능이지
* * *
풀 다이브식 게임에서 겁이 많은 사람들이 게임 플레이에 불편을 겪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았다.
훨씬 현실성이 떨어지는 VR 게임도 공포 게임은 심의에서 걸러지는 경우가 많은데.
풀 다이브는 오죽하겠는가?
그런데 풍선껌은 유독 심했다.
“으, 으아아아!”
캉!
그의 주변으로 칼이 하나 날아들자, 그는 냅다 비명을 질렀다.
특유의 과몰입식 플레이가 또 도진 것이다.
사실 이 과몰입이 그의 방송의 매력이기도 했기 때문에 완전히 제거할 필요는 없었다.
다만 게임 플레이를 제 실력대로 할 수 있을 정도는 돼야 했다.
“괜찮습니다!”
캉!
날아오는 칼 하나를 쳐내면서 아몬드가 외쳤다.
스톤즈 구간에서는 무기고 1층에서부터 접전이 치열했다.
사실 여기선 서로 싸우지 않고 넘어가는 게 득인데, 이들은 그런 미래를 생각하면서 플레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카앙!
아몬드는 또다시 날아오는 칼을 쳐내고, 적들에게 돌진했다.
“따라와요!”
“에, 예!?”
따라오라는 그 말이 풍선껌에게는 하락하는 비트코인에 같이 들어가자는 말로 들렸다.
‘제기랄!’
그러나 별수 없었다. 그렇다고 따라가지 않았다가는 아무런 보호도 못 받고 여기서 죽을 게 뻔했다.
그는 눈을 질끈 감고 칼을 하나 쥐고 따라 들어갔다.
촤악!
통쾌하게까지 느껴지는 절삭음이 들려왔다.
실눈을 떠봤다.
시뻘건 피가 흩뿌려지며 한 놈이 쓰러지고 있었다.
아몬드가 이리저리 움직이며 칼을 더 휘두르자, 몇 명이 추가로 더 쓰러졌다.
[아몬드 → 알리오몰리오]
[처치하였습니다!]
[98/100]
[아몬드 → 아구아구]
[더블킬!]
[97/100]
순식간에 더블킬이다.
어떤 놈은 팔만 떨어져 나가면서 바로 무력화되어 버렸다.
아몬드는 그를 발로 차며 그냥 뒤로 넘겨 버렸고. 그 반 시체가 된 유저는 풍선껌 앞에 굴러왔다.
“죽여요!”
아몬드가 풍선껌을 슬쩍 돌아보며 외쳤다.
그는 이미 다른 플레이어와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
풍선껌도 곧바로 반응했다. 이렇게 떠먹여 주는데도 킬을 못하면 난 사람이 아니지!
푹!
“끄억!”
그러나 그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의 칼은 또 어깻죽지만 찔렀을 뿐, 급소가 아니었다.
-오우…….
-칼 에임마저ㅋㅋㅋㅋ
-역시! 이게 풍선껌이지!
-하…… 진짜 킹부러 이러는 거 아님? ㅋㅋㅋ
이럴 수가.
풍선껌 자신도 놀라웠다.
칼은 그냥 휘두르면 대충 원하는 대로 가서 맞는 거 아니었나?
몰랐다. 이렇게 생각처럼 안 움직이는지.
칼전을 많이 해봤어야 알지.
턱!
그때 쓰러져 있던 놈이 멀쩡한 팔로 풍선껌의 얼굴을 붙잡았다.
“제, 젠장.”
풍선껌은 얼른 다시 칼을 뽑아서 놈의 이마에 정확하게 박아 넣었다.
[풍선껌 → 류대협s]
[처치하였습니다!]
[96/100]
킬을 해냈다.
거의 그의 게임 인생에서 최초의 칼전 킬이었다. 놀랍게도 그 많은 판수를 하는 동안 처음이었다.
그는 적과 가까이 붙는 것 자체를 무서워했으니 당연히 칼전은 피했던 것이다.
“워! 벼, 별거 아니네!”
그러는 사이 아몬드가 이미 대여섯 명의 목을 베어냈다.
당연하게도, 스톤즈 유저들은 아몬드의 칼전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는 다이아 승격전에서도 무기고 칼전으로 저격러들을 다 죽였던 괴물이다.
스톤즈에서 칼 한 자루로 적들을 학살하는 모습은 배틀 라지가 무협 무쌍 게임으로 바뀐 것 같은 착각마저 불러일으켰다.
“근데 여러분…… 아몬드는 활이 전문 아닌가요?”
풍선껌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자신이 이제 겨우 한 명을 처리할 때, 아몬드는 벌써 무기고에 몰려온 불쌍한 불나방들 중 절반은 태워 버렸다.
팀 창을 열어보니 이미 11킬이었다.
그런데 전문이라던 활은 아직 찾지도 못한 상황이다.
-그냥 게임 자체를 잘함 ㅋㅋ
-활이 전문이긴 함. 제육 전문 백반집 같은 거 아니겠음?
-전자파랑 ‘살아남아라’ 챌린지 동점인데 말 다 했죠
-와 오진다 난 오늘 첨 보는뎅 ㅋㅋㅋ
그때였다.
후웅!
풍선껌을 향해 칼이 날아들었다.
아몬드의 거리는 멀었고, 칼은 머리로 돌진 중이다.
“어엇……!?”
카앙!
눈앞에서 뭐가 번쩍하면서 칼이 튕겨 나갔다.
“괜찮죠?”
아몬드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히익…….”
풍선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몬드가 칼을 날려서 날아오던 칼을 쳐내준 것이다.
‘이거 같은 인간 맞아?’
막상 같은 팀을 해보니 배로 실감 났다.
아몬드의 압도적인 실력이.
-와 미친ㅋㅋㅋㅋ
-지렸다
-풍선껌 채널에 눈호강이라니 이게 웬 말이냐 ㅋㅋㅋㅋ
-달다 달아
-아몬드 고통받는 거 보러왔는데 그저 빛만 보고 갑니다…….
-압도적이네 ㄹ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