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1부-111화 (111/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11화

38. 교육 방송(5)

축축하게 젖은 공기와 끈적한 땅.

걸어 다니는 것만으로도 피곤함이 밀려오는 지형인 늪지대 숲.

인간에겐 더없이 지옥 같은 장소이지만.

짹, 짹, 짹!

째액!

하늘을 나는 새들에겐 둥지를 틀고, 아이를 키우기 최적인 곳이었다.

어미 새들은 습기 가득한 대지에서 마음 놓고 몸을 드러내 놓은 지렁이들을 부리로 잡아 아기 새들에게 먹이로 내어주고 있었다.

그 순간.

타앙──

강렬한 총성이 조류들의 연약한 고막을 뒤흔들었다.

푸드드덕!

순식간에 깃털이 사방으로 날리며, 어미 새가 날아올랐고, 아기 새들의 먹이는 어디론가 튀어 나가버렸다.

사아아아악!

나무에 앉아 있던 수많은 새들이 일제히 날아오르며 나무가 크게 흔들렸다.

[풍선껌 → toalf98]

[처치하였습니다!]

[41/100]

“예아쓰!”

요란한 새 지저귐 소리 사이로 풍선껌의 더 요란한 기합이 들려온다.

풍선껌은 주먹을 불끈 쥐고 기뻐하고 있었다.

아까 전 무기고에서 쩔쩔매던 그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의 자신감이었다.

-실시간 급상승! 풍선껌의 자신감!

-안1스택ㅋㅋㅋ

-자신감 이즈 업!

-ㅋㅋㅋㅋㅋ커엽

통통한 주먹을 쥐어 보이며 기뻐하는 모습.

시청자들도 그가 자신감이 붙고 있다는 걸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자. 이제 의약품 파밍하러 가죠.”

적들은 모두 죽었고, 이제 파밍할 일만 남았다.

* * *

아몬드는 풍선껌에게 의약품을 내밀며 말했다.

“자. 보셨죠? 무기고 스타트는 의약품 이렇게 파밍하는 거예요.”

-????

-예?

-그건 파밍이 아닌데여……?

채팅창엔 수많은 갈고리가 걸렸다.

그러나 풍선껌은 반응이 달랐다.

“……여러분.”

풍선껌은 아몬드가 내민 구급상자를 내려다보며 시청자들에게 진지한 표정으로 어떤 각오를 내뱉었다.

“전 커서 아몬드가 되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엌ㅋㅋㅋ

-이제 40인데 언제 돼요 ㅋㅋㅋ

-풍선껌(40) 장래희망 아몬드

-형은 호두 정도가 더 어울려~~^^

그 다짐이 효과가 있었던 걸까?

아니면 풍선껌의 자신감을 올려 주고자 했던 아몬드의 교육이 빛을 발한 걸까.

이후부터 둘은 파죽지세로 적들을 처치하며 결국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다.

[와! 축하해요!]

[1등]

풍선껌은 0.4%라는 극악의 승률을 뚫어내고 결국 1등을 차지했다.

-안 돼애애ㅠㅠㅠㅠ

-0.04 돌려내! 0.04 돌려내! 0.04 돌려내! 0.04 돌려내! 0.04 돌려내! 0.04 돌려내!

-아니, 우리 풍선껌 어딨어!

-풍선껌을 돌려놔 아몬드 이 악마야!

-이게 나라냐!? 풍선껌이 1등이라니.

-진짜 믿을 수가 없다 ㅋㅋㅋㅋㅋ

* * *

“후아!”

대기실로 돌아온 풍선껌이 마치 참았던 숨을 뱉듯이 탄성을 질렀다.

“제, 제가 1등을 했어요! 여러분! 그것도 살아 있는 채로!”

풍선껌이 스쿼드의 캐리를 받아서 1등을 한 경험이 없는 건 아니었다만, 살아 있는 채로는 오늘이 처음이었다.

배틀 라지는 아무리 스쿼드 플레이라고 해도 자신이 살아 있지 않으면 1등으로 쳐주지 않는다.

그것이 아름다운 승률 유지의 비결이었는데.

아몬드는 끝까지 풍선껌을 살려서 1등을 시켜 버렸다.

“와아아아!”

풍선껌은 살아서 1등을 한 게 너무나 오랜만이었기에 고래고래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지만.

[풍풍풍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 : 버스가 안 된다구요? 그럼 비행기를 타면 되죠! 와하하하!]

-마리 풍뜨아네뜨 씹ㅋㅋㅋㅋㅋ

-풍뜨아네틐ㅋㅋㅋㅋㅋ

-ㄹㅇ 버스 기사가 아니라 파일럿을 데려와 버렸누 ㅠㅠ

-아 보잉 747 전세기 달달하구요~~~

-퍼스트클래스급 탑승감…….

아무도 풍선껌이 잘해서 1등을 했다고는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풍풍풍 님. 그 물음표가 설마 저는 아니죠? 와하하하!”

물론 풍선껌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이런 취급은 너무 익숙한 데다가, 실제로 이건 아몬드가 머리채와 멱살을 동시에 잡고 캐리한 경기다.

그가 한 거라고는 그냥 아주 안전한 타이밍 때 저격총을 한 번씩 쏴서 맞힌 게 다였다.

[천사 님이 ‘5천 원’ 후원했습니다.]

[아냐 풍선껌도 잘했어~ 저격총 한 방에 맞힌 게 몇 번이었는데]

“아이고 감사합니다. 천사 님. 닉값하시네요. 맞는 말씀이구요.”

-ㅋㅋㅋㅋ 간신 쳐내

-ㄹㅇ 천사네

-ㅋㅋㅋㅋ이건 솔직히 멕이는 거 아님?

-그만큼 잘하신다는 거지…….

[맞다맞아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아이고 맞습니다. 풍선껌 님도 잘하셨어요! 그러니까 솔로 랭크로 브론즈 켠왕 어떻습니까?]

“어? 왜 도네 프로그램이 고장 났나? 왜 소리가 안 나오죠? 글씨도 안 나오고…….”

풍선껌은 혼신의 연기로 마지막 후원을 무시했다. 솔랭 브론즈 켠왕이라니. 아마 72시간을 퍼부어도 안 될 거다.

“자. 여러분!”

짝!

그는 시청자들을 환기하기 위해 박수를 한 번 쳤다.

그리고 그 손은 이내 옆에 있는 아몬드의 아바타를 가리켰다.

“그나저나 우리 아몬드 선생님께도 박수 한번 쳐주시죠!? 정말 어이가 없을 정도의 실력을 보여주셨습니다!”

-짝짝짝

-(극한의 환호)

-애초에 아몬드 님한테만 박수를 치고 있었는데여?ㅋㅋㅋㅋㅋ

-아몬드 오늘 쩔었다 ㄹㅇ ㅋㅋㅋ

풍선껌 역시 아몬드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크. 감사합니다. 선생님. 1등을 할 줄은 몰랐습니다. 그것도 살아서 1등을 하다니. 너무 좋네요.”

아몬드는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풍선껌 님 생각보다는 못하지 않으시네요.”

“그렇죠?!”

풍선껌은 마치 엄마에게 일러바치는 어린아이처럼 채팅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놈들은 근데 맨날 저한테 뭐라 한다니까요!?”

-그야 개모타니까!

-개.모.태.

-우욱! 아몬드 간신이냐? 쳐내!

“그간 제대로 플레이를 하는 법을 모르셔서 그런 것 같아요.”

“들었냐!? 내가 제대로 안 해서 그렇대!”

-우우우우우

-ㅗㅗㅗㅗㅗ

-개모태 개모태 개모태

-안 들려~~~

시청자들은 무시했지만, 풍선껌은 신이 나서 아몬드에게 더 캐물었다.

“제가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하면 어디로 갈 수 있을까요? 선생님.”

“음…….”

“골드……?”

잘한다고 했으니 골드는 가겠지.

거기서 더 욕심을 부린다면 플래티넘도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런 기대를 품으며 풍선껌이 재차 묻는다.

“플레……?”

-말이 되는 소리를 하십시오 휴먼

-속보) 풍선껌 드디어 미침

-양심 ㅇㄷ? ㅋㅋㅋㅋ

-아몬드가 듀오로 다 해줘도 플래는 못 갈 듯ㅋㅋ

“근데 얼마나 열심히 하냐에 따라 다를 것 같은데요?”

“엄청! 엄청 열심히 하면요? 완전 프로처럼 매일 연습하고 뼈 빠지게!”

“아. 그 정도면…….”

풍선껌은 자극적인 말이 나오길 기대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브론즈 정도는 갈 것 같습니다.’

잠시의 정적.

“……?”

원하는 대로 자극적인 대답이 나오긴 했는데…….

풍선껌은 마치 뇌진탕에 걸린 사람처럼 멍하니 있었다.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프로처럼 연습해도 브론즠ㅋㅋㅋㅋ

-록──리

-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

-풍선껌 표정 레전드

-뼈 빠져도 브론즈 ㅋㅋㅋㅋ

-뼈 빠 브 ㅋㅋㅋㅋㅋㅋ

훗날 이 클립은 ‘뼈빠브’라고 불리게 되며, 풍선껌이 잘난 척할 때마다 두고두고 쓰이게 된다.

* * *

날카로운 눈매, 정갈하고 세련된 검은 안경, 턱수염이 잘 정리된 묵직한 턱.

척 보기에도 웃음기라곤 없어 보이는 이 건조한 남자는, 풍선껌의 매니저 ‘박성태’다.

“으하핫!”

그런 그가 간만에 폭소를 터뜨렸다.

“브론즈라니.”

발언 자체가 엄청 웃기다기보단, 정말 진심을 담아서 말하는 저 아몬드의 태도가 웃겼다.

한 치의 거짓도 섞지 않은 게 느껴지는 발언이었다.

그야말로 순수한 대미지.

트루 대미지다.

“그냥 골드 정도 간다고 해도 될법한데. 재밌네.”

박성태는 웃느라 잠시 흘러내린 안경을 고쳐 썼다.

“괜한 걱정이었군.”

사실 박성태는 오늘 방송에 대해 걱정이 많았었다.

아몬드의 실력에 대한 걱정은 아니다.

그의 실력은 상수였다.

변수는 그의 짧은 경력.

‘사고가 일어나면 대처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경력이 짧으면 여러 사건에 대처하는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오로지 라이브로만 방송하는 스트리머 시장에선 그 대처 능력이 떨어지면, 위험성이 확 올라간다.

아몬드를 코치로 내세우는 콘텐츠 자체는 흥행 보증 수표 같은 거였지만, 대성공할 것 같냐고 묻는다면 박성태의 대답은 NO였다.

그런데…….

“그 생각을 바꿔 버리네.”

이번 방송을 보고 박성태의 생각이 바뀌었다.

아몬드는 단순히 게임만 잘하는 게 아니라, 방송적으로 노련했다.

그는 게임을 캐리하면서도 독선적이지 않았다.

풍선껌에게도 계속 기회를 줬다.

이 방송 콘텐츠의 주제를 항상 머리에 넣고 있었다.

이건 이기는 방송이 아니라, ‘풍선껌을 이길 수 있게 하는’ 방송이다.

아몬드는 그 점을 절대 간과하지 않았다.

쉽게 갈 수 있는 순간에도, 늘 풍선껌의 기량 상승을 위해서 기회를 남겨뒀다.

‘포지션도 좋았고.’

오늘 방송을 보는 내내 마음이 편안했다.

그 이유는 아몬드가 포지션을 잘 숙지하고 있어서다.

난 게스트고, 풍선껌이 호스트다.

이 개념을 잘 이행했다.

게스트로 초대된 사람이 가끔 호스트보다 말을 많이 하거나, 존재감을 더 뽐내려고 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신입일수록 열정이 넘치거나 건방져서 더러 그렇게들 행동한다. 그게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나중에 다시 보기를 돌려보고 이불킥을 하게 된다.

‘아몬드는 게스트로서 흐름을 어떻게 타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평소 풍선껌 방송을 많이 봐서 그런가?’

아몬드는 철저하게 진행을 풍선껌에게 맡겼고, 자신은 코치 역할에만 집중했다.

방송 욕심이 없어서가 아니다. 방송 이해도가 높은 것이다.

‘사회생활을 좀 해봤다더니 확실히 다르네.’

사회 한번 안 나가보고 게임만 해온 몇몇 스트리머들과는 확실히 사람이 달랐다.

박성태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까부터 오고 있는 메시지를 쳐다본다.

[펑크 오 실장 : 그래서 할 거야? 말 거야? 난 하면 좋을 것 같던데]

원래는 오늘까지는 보류하려고 했던 답변이다.

박성태는 메시지를 쓰기 위해 타자를 누르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의 엄지가 전화 아이콘을 터치했다.

“아. 오 실장님. 그거 하죠.”

* * *

아몬드와 풍선껌은 그 뒤로 계속 게임을 진행했다.

놀랍게도 그 당일, 아몬드와 풍선껌은 브론즈로 승격했다.

-와! 풍선껌 우승!

-미친 이걸 이렇게 빨리?!

-돌았다

-역시 배치로 플래 3 받은 놈은 다르네 ㅅㅂ

-와 근데 껌 형 ㄹㅇ 실력이 좀 늘은 듯?

그들의 성적은 너무나 파괴적이어서, 인공 지능 러비가 순식간에 그들을 브론즈로 보내버렸다.

브론즈 5티어도 아니고, 한 번에 4티어에 안착해 버렸다.

풍선껌이 실력에 자신감이 붙고, 아몬드도 풍선껌을 데리고 다니는 상황에 점점 더 적응하게 되면서 달성하게 된 쾌거였다.

“와…… 여러분! 저 어디 뼈 하나 빠진 곳 없는지 확인 좀!”

풍선껌은 뼈 빠지게 노력해야 브론즈라고 했던 발언을 기억하고 우스갯소리로 말했다.

자조적인 농담이지만 표정은 더할 나위 없이 기뻐 보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 너무 재밌었어요!”

“예. 저도 함께해서 영광이었습니다. 풍선껌 님의 팬으로서요.”

“혹시 저 실버까지도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양심 어디 갔누!!

-누구야! 종량제 봉투에 가득 채워서 양심 내다 버린 놈 누구야!

-엌ㅋㅋㅋㅋ

풍선껌의 철면피 같은 질문에 시청자들은 성을 냈다.

그러나 그들의 분노는 금세 해소됐다.

“아뇨. 그건 너무 욕심 같아요.”

-엌ㅋㅋㅋㅋㅋ

-쏘는 건 활인데, 성격은 칼이누

-ㅅㅂㅋㅋㅋㅋ ㅋㅋㅋ

-아몬드 : 풍선껌에게 실버는 과분.

“아……! 아쉽네요. 와하하!”

이렇듯 아몬드의 첫 코칭은 성공적이었다.

처음 기획과는 조금 다른 의미로.

-어? 근데 이거 아몬드가 고통받는 거 보는 콘텐츠 아녔냐?

-아몬드 고통 어디 감 ㅠㅠ ㅋㅋㅋ

-ㅋㅋㅋㅋ 게임 천재 VS 방송 천재 어디 갔어 ㅋㅋ

-어디 가긴 게임 천재가 이겼지 ㅅㅂㅋㅋㅋ

-어이…… 풍선껌의 「방송」을 이기다니. 제법인데?

-호오. 이것도 버티는가? 「방송」 500배 ㄱㄱ!

그리고 방송을 마치기 직전.

풍선껌이 특별한 제안을 하나 던졌다.

“아몬드 님. 릴(LIL)도 혹시 좀 하세요?”

“아. 그건 한 번도 안 해봤어요…….”

“오. 그럼 다음에 저랑 하실래요?”

“예?”

“듀오 어때요! 이번엔 제가 가르쳐 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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