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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1부-126화 (126/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26화

44. 노말대전(3)

어깨가 축 늘어진 채 걷고 있는 정글러.

그의 화신은 ‘광기의 도끼 - 무라트’이다.

“하아. 별일이 다 있네 진짜.”

무라트는 특유의 빠른 몬스터 사냥으로 본래라면 지금쯤 레벨이 3은 되었어야 하지만, 이제서야 겨우 레벨 2를 찍었다.

원인은 지금 혼자서 바텀에 내려가 있는 아군 원딜러 ‘망나니 용사’ 때문이다.

갑자기 레이나를 꼴픽하더니, 무라트가 먹어야 할 몬스터까지 지가 처먹어 버렸다.

도대체 어떻게 한 건지 모르겠는데, 버그에 가까운 속도로 레이나의 타깃을 빠르게 터뜨려서 회색 늑대 중 제일 큰 녀석을 죽여 버렸다.

‘진짜 뭐였지?’

실버 랭크를 갖고 있는 유저로서, 그렇게 빠르게 타깃을 터뜨리는 놈은 처음이었다.

근데 그 자식 계정은 레벨 1이었다.

대체 무슨 일인지 알 수가 없다.

설마 그게 재능이라는 걸까?

‘에이.’

아무리 그래도 그런 수준의 괴물 같은 레이나는 어떤 영상에서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전자파라면 모를까…….

“정글러님. 저는 이만 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함께 정글을 돌아주던 서포터가 말했다.

“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저 아직 레벨 2인데! 당신네 원딜러가 제 몬스터 뺏어갔잖아요!”

“그래서 레벨 2 찍어드렸잖아요. 이대로 2 대 1로 더 두면 바텀 라인까지 터져요.”

“하아.”

정글러, 무라트는 암담했다.

이래서는 적 정글러보다 레벨링이 한참 모자랄 것이다.

벌써부터 동료인 탑 라이너 새끼가 욕하는 게 귀에 환청처럼 아른거린다.

‘우리 정글러는…… 그게 없나?’

생각만 해도 벌써 스트레스가 몰려온다.

그는 분노를 담아 내뱉었다.

“바텀 갱을 가나 봐라. 씹…….”

“하하…….”

서포터는 그냥 웃어넘기며 뒤돌아섰다.

별수 없었다.

‘얼른 가지 않으면 죽을 거야.’

아까의 그 레이나는 계정 레벨이 1이었다.

완전 생초보라는 뜻이다.

늑대를 이상할 정도로 빠르게 잡긴했지만, 게임 경험은 어쨌든 전무한 인간이니. 2 대 1 압박을 당하다가 금세 죽을 거다.

“그럼 갑니다. 갱킹은 오든 말든 알아서 하시…… 엉?”

걸어가던 서포터가 멈칫했다.

[퍼스트 블러드(First Blood)!]

[망나니 용사 → 도비오비]

망나니 용사?

그거 아까 그 레이나 아니던가?

혼자서 갔던 그 원딜러?

“어? 아까 그 원딜러 아냐? 어떻게 혼자서 킬을 땄지?!”

정글러 무라트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본인이 더 흥분한 것 같았다.

“허…… 그러게요? 저쪽에서 던지는 건가…….”

[더블킬!]

[망나니 용사 → 데에엥]

“?”

“……?”

정글러와 서포터, 둘은 잠시 서로를 마주 봤다.

2 대 1로 싸웠는데 1이 2를 죽여버렸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이게 대체 뭐야?”

“뭐지…… 부계정 같은 게 있을 리도 없고…….”

“버그 사용자인가? 아이디부터 망나니인 게 뭔가 그럴 것 같잖아.”

“흐음…… 그러게요.”

둘은 이해할 수 없는 이 사태를 이해하려 좀 더 생각해 봤지만, 실제로 보지도 않은 현상을 이해하는 건 무리였다.

그냥 할 일이나 이어가야 했다.

“맞다. 야. 나, 나 정글링 좀만 더 도와줘. 바텀 어차피 이겼잖아.”

“……알겠습니다.”

서포터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바텀을 가 봐야 남은 적이 없다.

* * *

자신의 서포터가 죽은 게 분했던 걸까?

상대 원딜러는 무턱대고 분노에 차서 뛰어들었다.

놈은 총을 쏘는 부류의 원딜러로 흔히 ‘폭주족’이라 불리는 화신 ‘폴’이었다.

폴은 특유의 싸구려 빛깔 금발을 휘날리며 뛰어와 샷건을 난사했다.

아니, 난사하려 했다만…….

그전에 아몬드의 사거리 들어가자마자 모든 타깃이 다 터져 나가서 죽어버렸다.

[더블킬!]

“뭐야. 죽었네.”

앞서 죽은 부두술사보다도 훨씬 더 간단하게 죽었다.

부두술사를 죽일 때 쌓아둔 12콤보 덕이다.

지금 마궁 데미안은, 한 발 한 발이 샷건이었다.

-갑자기 둘 다 죽었네?

-?!?

-바, 방금 제가 뭘 본 거죠?

-?????

-와 무쳤다 ㄹㅇ

-레이나 좃사기캐네 ㅅㅂ

-장래희망 : 아몬드의 땀 수건

-개쩐다

-피지컬 시발 ㅋㅋㅋㅋ

-??? : 2 대 1? 죽일 놈이 2명이란 뜻인가?

-미쳐 버렸다! 아몬드! 미쳐 버렸다! 아몬드! 미쳐 버렸다! 아몬드!

-엄마아아아아! 아몬드!!! 엄마아아아아! 아몬드!!! 엄마아아아아! 아몬드!!! 엄마아아아아! 아몬드!!!

수많은 채팅이 쇄도했다.

첫 판부터 2 대 1을 이겨 버렸다.

버티기만 해도 잘하는 거였는데, 둘 다 죽여 버리기까지 했다.

레이나도 이번 플레이는 완전히 인정해 버렸다.

〔역시 내 계약자야.〕

그녀는 더 이상 아몬드의 재능을 부정할 근거를 찾지 못했다.

방금의 플레이로 모든 게 증명되어 버렸다.

-갑자기 ‘내’ 계약자 행 ㅋㅋㅋㅋ

-우덜 계약자 ㅋㅋㅋㅋ

-레이나 태세변환 뭐냐고 ㅋㅋㅋ

-‘냉혈’의 마궁수 ㅇㄷ?

-이게…… 인싸식 냉혈이냐?

그래서일까.

후원도 연달아서 쏟아졌다.

[JHL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제가 뭘 본 거죠……?]

[미대오빠 님이 5천 원 후원했습니다.]

[헐! 역시 아몬드ㅠㅠㅠ 너무 잘해!]

[루비소드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알았냐? 이게 아몬드다! 릴 새끼들아!]

[킹치만 협회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이게 킹덤의 활이다! 이 그지 깽깽이들아!]

연속으로 터지는 4개의 후원.

아마 릴을 시작하고 가장 많이 터지는 순간이었다.

“낙타 님, 미대 님, 루비 님, 킹치만 님 후원 감사합니다. 근데 이건 레이나의 활입니다.”

-이건 레이나 활ㅋㅋㅋㅋㅋ

-맞긴하짘ㅋㅋㅋ 엌ㅋㅋㅋㅋ

-하긴 킹덤 활은 아니지 아무리 좋게 봐돜ㅋㅋㅋ

-킹덤 새끼들은 아몬드를 지들이 키웠네 아주ㅋ

-킹덤 무새들 ㅈㄴ 웃곀ㅋㅋ

한층 활발해진 채팅창.

아몬드는 내심 안도했다.

‘시청자들이 좀 늘었어…….’

[현재 시청자 8.1천]

금세 시청자가 8천 권으로 접어들었고. 후원자 목록에서 보지 못했던 이름들도 보였다. 새로 유입된 시청자들이란 뜻이다. 즉, 릴을 보기 위해 들어온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건 아주 좋은 신호다.

종합 게임 스트리머에게, 다양한 게임 시청층은 선택이 아닌 필수니까.

“저, 저 녀석이 우리 계약자님을 죽였다!”

“죽여어!”

병사들에게 어그로가 끌렸다.

그들은 평소엔 저들끼리 싸우지만, 계약자를 건드리면 저렇게 반응했다.

아몬드는 자신을 공격하러 오는 적 병사들을 가볍게 활로 전부 처리했다.

계약자들도 타깃만 연속으로 맞히면 순식간에 죽는데, 병사들쯤이야 쓸어버릴 수도 있었다.

‘돈이 많이 모였네.’

병사들까지 죽이니 돈이 어느 정도 모였다.

아몬드는 적들의 부활 시간을 확인했다.

5초 정도 남았다.

얼른 본진에 가서 아이템을 사 와야한다.

“전 이제 본진으로 돌아가서, 아이템 좀 살게요.”

귀환을 할 때는 비전투 상태로 서서 합장을 하면 된다.

그러면 알아서 스킬이 발동된다.

[귀환]

우우웅……!

약 5초에 걸쳐서 진행되는 공간 전이.

이때 적에게 방해를 당하면 귀환은 끊기고 만다.

“…….”

그러나 아몬드의 근처엔 어떤 적도 없었다.

이미 다 죽었다.

* * *

쿵.

다시 돌아온 본진.

여기서 아몬드는 레이나가 추천하는 아이템을 구비했고.

“어? 원딜러님!”

서포터를 만났다.

“아. 서포터님. 오셨군요.”

아몬드는 반갑게 인사했다. 저 서포터는 조금 괜찮은 인간 같았다.

실제로 망할 뻔했던 게임을 정글러를 도와주면서 살려낸 게 저 녀석이다.

“예. 아까 더블킬 따시길래 그냥 정글러 좀 더 도와드렸습니다.”

“잘하셨어요.”

“이젠 같이 가셔야죠.”

“예.”

“근데 아까 어떻게 하신 거예요?”

“예?”

“아니, 갑자기 늑대를 순식간에 잡질 않나, 더블킬까지 내셨잖아요. 적들이 던진 건가요?”

던져?

순간 무슨 말인가 생각하다가, 서포터가 지금 큰 오해를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

저 사람은 아몬드가 순전히 피지컬로 2 대 1 싸움을 이겨낸 거라고 생각하기 힘든 것이다.

그야 아몬드의 계정 레벨은 1이니까.

“뭐…… 적이 실수했습니다. 제가 혼자라고 방심했나 봐요.”

아몬드는 굳이 설명하기보단 그냥 이렇게 설명하고는 다시 바텀 라인으로 향했다.

“아. 포탑 다이브를 했나 보네요.”

포탑 다이브란, 적의 포탑이 건재한 와중에 그 보호를 받고 있는 적 계약자를 죽이기 위해 뛰어드는 것을 말한다.

포탑의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실수했다간 전멸한다.

“예. 뭐 그거 비슷한 거 했어요.”

-엌ㅋㅋㅋㅋ 비슷한 거 하긴 했지 아몬드 다이브

-ㄹㅇ ㅋㅋ 아몬드한테 깝치는 게 다이브지 뭐야~~

-서포터 놈 상상도 못 하는 거 개커엽네

-후에 방송을 본 서포터 포즈 : ㄴㅇㄱ

서포터는 쉽게 납득했다.

아무리 초보라도, 무리한 다이브를 하는 적을 둘 죽이는 건 어렵진 않은 일이다.

“그렇구나.”

“예. 운이 좋았죠.”

“고생하셨어요. 이제부터는 훨씬 편할 거예요! 바텀으로 갑시다!”

서포터는 싱글벙글 웃으며 아몬드와 함께 바텀으로 뛰었다.

잠시 후.

* * *

[더블킬!]

순식간에 앞구르기를 하며 적 둘을 도륙해 버리는 아몬드.

“에, 엥?!”

그 압도적인 피지컬을 본 서포터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다, 다이브해서 죽인 거라면서요?”

“하하…… 포탑이나 깨죠.”

“아, 아니, 정체가 뭐세요?”

“포탑부터 깨고요~”

-ㅋㅋㅋㅋ너무해ㅋㅋㅋ

-설명 좀 해줘ㅋㅋㅋ

-서포터 말 걸고 싶어 하는 거같음ㅋㅋㅋ

-그저 비즈니스…….

-그저 돈이냐 아몬드!?

두 번이나 자리를 완전히 비워 버린 적의 두 바텀 때문에, 바텀의 첫 번째 포탑은 순식간에 제거되었다.

콰광……!

[첫 번째 포탑 제거!]

[추가 골드가 지급됩니다.]

[레벨 업!]

덕분에 화신의 레벨이 6이 되었다.

이제 ‘강신’을 쓸 수 있는 레벨이었다.

* * *

“아니, 씨발 그럼 갱킹을 해주든가!”

한편, 적의 본진에선 한바탕 싸움이 일어나고 있었다.

“미친 놈들이 2 대 1 싸움에서도 져놓고 직접 가 보라고? 어? 내가 백정이냐? 그딴 라인에 가게?”

라인 전체를 케어해야 하는 정글러와 아까 2번 연속 죽고 포탑까지 내어준 바텀 듀오 둘이 싸우고 있었다.

“네가 걔를 봐야 이딴 말을 못 하니까 그렇지!”

“지랄하지 마, 인마. 레이나한테 두 명이 두 번이나 솔킬을 따여놓고 할 말이 있어?! 어?”

“그러니까 갱을 오라고! 혼자 깝치는데 왜 안 와! 걔 실력이 진짜 미쳤다고! 버그 수준이야!”

“염~ 병! 그럼 네가 갱을 갈 수 있는 라인을 만들든가! 가면 시체만 둘 있는데 나더러 장례라도 지내라는 거냐?!”

거기에 방금 귀환한 탑 라이너까지 끼어들었다.

“캬~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정글러님. 이 병신들 라인에 갈 바엔 저한테 오시죠.”

탑은 팀의 승리엔 관심도 없고 자기 라인전을 이기고자 정글을 탑으로 부르고 있었다.

아무도 부두술사와 폭주족의 고충은 이해해 주지 않았다.

부들부들…….

이 바텀 듀오는 정말로 억울했다.

‘그 새끼가 진짜 괴물이라고! 미리 막아야 된다고!’

‘아무도 안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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