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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1부-131화 (131/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31화

46. 망나니 용사(2)

역시는 역시일까?

정말 우연히 마주한 첫 글을 보고 주혁은 손을 떨었다.

[아몬드 이 듣보 새끼 ㅋㅋㅋㅋㅋㅋㅋ]

시작부터 이런 글이라니.

하긴, 멀쩡한 사람도 릴 랭크전을 한 달만 하면 돌아버린다는데.

커뮤니티까지 와서 공략을 찾아보는 골수 유저들은 어떻겠는가?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 몇 없을 거다.

아니, 제정신이 아닐 때만 여기 올 터다.

주혁은 어찌 됐든 확인하기로 했다.

어차피 매니저인 자신이 먼저 보는 게 낫다. 상현이 본다면 아닌 척해도 멘탈에 조금씩은 타격이 있을 거다.

==== ====

누구냐? ㅅㅂ 왤케 잘함?

레이나 존나 잘하던데 ㄹㅇ.

==== ====

“아…… 씨.”

낚여 버렸다.

커뮤니티를 이젠 꽤 했다고 생각했는데도. 주혁은 이런 것에 아직 내성이 없다.

-ㅇㄱㄹㅇㅋㅋ

-여기에 이런 글 싸지 마라 어그로 개 꼬인다

-아몬드? 걔 배라 스트리머 아니냐?

└최근에 릴로 전향함

└아 ㄹㅇ? 종겜스였냐? ㄷㄷ 근데 배라 기록을 세운 거였어? 무친놈이네

-배라31에서 사찰 나오셨네 ㅡㅡ 글 내려 새끼야

-계정레벨?: 1 / 승수?: 1 / 랭크?: 언랭 / 실력?: 월클???

└이 쉑 ㅈㄴ 웃기눜ㅋㅋㅋㅋㅋㅋㅋ

└이 댓 때문에 빅 누름.ㅋㅋㅋㅋ

└빅으로 꺼져~!

-아몬드 님 여기서 이러면 안 됩니다.

-아몬드 님 AK텔레콤 쓰시는구나~ ㅎㅎ

-레이나 실력은 제대로 보려면 호송전은 해봐야지 ㅉㅉ

주혁은 머리를 쓸어넘기며 쓴웃음을 지었다.

“반응이 참…….”

게시글 내용까지는 좋았는데, 댓글은 사납다.

하긴 아직 아몬드를 대놓고 칭찬하기엔 그가 보여준 게 별로 없다.

달랑 노말 전장 한 번 플레이한 게 전부니까.

그것도 호송전, 공성전, 생존전 중 공성 전장.

그러니까 아직 릴의 콘텐츠 중 20% 정도도 경험하지 못한 것이다.

릴 유저들은 색안경을 쓰고 볼 수밖에 없긴 했다.

[아몬드 레이나 재능 쩌는 거 솔직히 인정해 줘야지.]

[애초에 노말이고 나발이고, 유저 상대로 저 정도 퍼포먼스를 본 적이 없는데 ㅋㅋㅋ 포텐이란 걸 볼 줄도 모르는 새끼들]

[하여간 릴 하는 새끼들이 젤 악질이지. 용팔이단도 다 여기서 나왔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글이라도 몇 개씩 올라온다는 게 되레 고무적인 일이다.

-대체 언랭 새끼를 왜 빰? 시발 랭크 올리고 오라고 ㅋㅋㅋㅋㅋ

└하여간 빅프로 ㅅㄲ들 텃세 ㅉㅉ

-배라31 지들도 스톤즈 시절에 존나 무시했잖아 그땐 심지어 하꼬여서 더 무시당했는데 ㅋㅋㅋ

└커뮤 소속감 느끼는 ㅄ

-배라 새끼들 아몬드 얼굴 보고 질투해서 정지시킨 거 유명하지 않음? 어딜 릴프로에 비벼 씹ㅋㅋㅋ

└커뮤 소속감 느끼는 ㅄ2

└소속감은 니가 느끼는 것 같고, 그때 0패 패작러로 존나 유명한 영상 지금도 있는데 ㅋㅋㅋ

└ㄹㅇㅋㅋ 그거 떡하니 아몬드 채널의 ‘인.기.동.영.상.’인데 ㅋㅋㅋㅋ

‘생각해 보니 그렇네.’

주혁은 어느새 잊고 있었는데.

배틀 라지도 처음 시작할 땐 커뮤니티 반응이 장난이 아니었다.

허위 신고가 쌓여서 게임을 정지당할 정도였다.

얼마나 많이 신고가 들어갔으면 확인도 제대로 안 하고 정지를 시켰었다.

결국 똑같은 놈들이다.

그러니까 언젠간 여기도 지금의 배틀 라지처럼 될 것이다.

‘언젠간 아몬드를 인정하겠지.’

릴은 쉽지 않은 게임이라 그날이 언제 올지는 모르지만, 결국은 그날이 올 것이다. 주혁은 그렇게 믿었다.

그리고 그는 아몬드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게시글들을 -몇 안 되지만- 하나둘 캡처했다.

[아몬드 근데 열심히 하는 것 같아서 보기 좋지 않음? 방송 시간이 짧긴 한데, 맨날 땀 주룩주룩 흘리잖아.]

[나 다이아인데 아몬드 레이나 순수 실력은 ㅆㅅㅌㅊ 맞음. 호송전 해보면 확실히 보일듯!]

[아몬드가 언젠가 릴도 먹는다! 견과류단은 정수리를 걸고 맹세한다!]

[아몬드 화이팅!]

순수한 응원글, 긍정적인 평가글, 동정심 등등.

어찌 됐든 보면 힘이 될 만한 것들이다.

주혁은 이걸 ‘아몬드 응원’ 폴더를 만들어 넣어뒀다.

사실 상현의 멘탈이 무너지면 보여주려고 모으는 건데, 그 새끼는 무적이라 무너지질 않는다.

‘오히려 내가 돌려보지…….’

주혁은 다소 무안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폴더 이름을 주혁 응원으로 바꿔야 할지 고민했다.

‘그나저나 오늘 뭐 재밌는 이슈라도 있나?’

이내 주혁은 굳이 아몬드에 관한 내용이 아니더라도 오늘 어떤 일이 있었나, ‘빅’ 게시판으로 향했다.

대충 대회에 관한 내용이 절반이 넘고, 화신 패치에 관한 내용이 조금 보인다. 어떤 화신이 너무 너프를 먹어서 쓸 수가 없어졌다나…….

스트리머 관련 이야기는 딱히 없다.

그런데…….

[레이나 VS 발키리 강신 대전. 이거 보여주려고 어그로끌었다……gif]

“……어?”

이거 설마, 아몬드인가?

주혁이 안경을 고쳐 썼다.

검색했을 때는 안 나왔는데?

* * *

다음 날. 오전 5시.

판타지아의 회의실에선, 오늘 있을 촬영 일정 때문에 비상이었다.

“카메라 3번!”

“예!”

“카메라 2번!”

“예!”

“조명 1!”

“예!”

하나, 하나, 전부 숫자를 매겨가며 확인하는 과정.

조금 후에 있을 촬영에 실수가 없게 모든 걸 정비하는 시간이었다.

“야! 너 정신 못 차려 이 새끼야!? 너 부르잖아!”

“죄, 죄송합니다!”

“하아…….”

고함을 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 한 번의 촬영을 위해 여태 모든 프로젝트가 달려왔으니.

당연히 긴장의 끈이 팽팽하게 당겨져 있다.

혼나는 쪽도, 땀을 쭉 빼며 쩔쩔맬 뿐, 별다른 불만은 없어 보인다.

현장을 지휘하는 고 팀장은 습관처럼 펜을 귀에 꽂으며 소리쳤다.

“자. 촬영팀은 포지션 문제없고. 오늘 추가적으로 일정이 하나 더 생긴 거 전부 전달받았지?”

직원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다만 표정이 별로 좋진 못했다.

“쓰리디 작업이 추가돼서, 현장에 쓰리디 팀이 왔다. 쓰리디? 어디에요!”

“여기요~”

세트장 한편에서 도란도란 앉아 있는 직원들이 손을 들었다.

팀장이 그들에게 남자 얼굴이 띄워진 홀로그램을 들이밀며 외쳤다.

“이 아몬드라는 분. 후반에 갑자기 결정된 분이라, 아직 생체 코드를 안 넘겨주셨거든요. 홍채랑 지문으로 바로 코드 따시고, 디자인 작업 들어가 주세요.”

“예~!”

“이게 캐릭터들이랑 같이 상호 작용으로 촬영하는 파트가 있어서 그 자리에서 같이 해주셔야 합니다.”

“예~!”

“쓰리디뿐만이 아니야. 촬영도 한명 분이 더 늘어났고, 단독 콘티도 다 그저께 들어갔을 거야. 확인됐지?”

“예~!”

직원들은 나름 힘차게 대답하긴 했으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아니, 일정도 빡빡한데. 갑자기 추가 인원?’

‘너무 늦게 정한 거 아냐?’

‘쟨 누군데…….’

‘아몬드 특혜 같은데.’

‘펑크에서 이번에 미는 애래.’

직원들의 그런 불만을, 고 팀장이라고 모르지 않았다.

아몬드의 합류는 그 경위가 어찌 됐든, 귀찮은 요소가 되어버렸다.

‘오 실장 그 자식……. 거 빨리 확정 좀 하지.’

그도 직원들 눈치를 보며 작업하고 싶진 않았다. 이런 상황 자체가 현장 노동자에겐 정말 고역이다.

임원 놈들이야 그냥 고개 한번 까딱이면 된다지만.

“좋습니다. 그럼 잠깐 휴식하고, 뒤에 장비 점검 해볼게요.”

고 팀장은 귀에 끼워놨던 펜으로 스케줄 표에 줄을 찍찍 그었다. 이미 진행된 것들을 그어가며 지우는 것이다.

그의 깔끔한 스케줄 표에는, 마치 옥에 티처럼 빨간 글씨로 추가된 일정이 뒤에 적혀 있다.

‘아몬드 캐릭터 현장 작업.’

이걸 현장에서 같이 한다는 생각을 한 임원 놈이 누구인지, 진짜 머리채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 자식이 누구길래 이렇게 급하게 결정을 하나…….”

팀장은 다시 한번 아몬드의 얼굴을 살폈다.

그간 못 보던 얼굴이다.

한참 아몬드를 쳐다보던 팀장은 중얼거렸다.

“……잘생기긴 했네. 허.”

다행히 카메라 앞에서 어색할 인상은 아니다.

딱 배우나 모델을 할 상이라고 할까? 빛과 그림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목구비에, 그러면서도 너무 서구적이지 않고 적당히 동양적 부드러움이 있다.

한마디로 인상이 좋다.

성격이 어떨지는 아직 모르지만. 시각적인 효과를 다루는 촬영자 입장에선 일단 합격점이었다.

“근데 모바일 게임 하는 사람들이 이런 애들…… 좋아하나? 시청자가 압도적이라서 파급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흠…….”

그건 그거고, 여전히 이 광고에 왜 뽑았는지는 모르겠는 놈이다.

풍선껌은 전형적인 아재들의 친근감을 불러일으키는 캐릭터에다가 평균 시청자 5-6만에 달하는 대기업이다.

미호는 말할 것도 없이 남성 유저들의 지갑을 여는 원픽이 될 터다.

근데 아몬드는 좀 애매해 보였다.

시청자도 아직 1만을 안정시키지 못했으며, 찾아보니 어제는 9천으로 마무리했다.

어지간한 직장인 뺨 후려칠 정도로 벌겠지만, 이런 광고에 넣을 정도냐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다.

“음. 일단 전 30대 중반 남성으로서, 열부터 받는데요. 너무 잘생겨서요.”

옆에 있던 동료 과장이 슥 끼어들었다.

“……정말?”

“장난이고요. 이미지는 왠지 2-30대 남자들이 잘 따를 것 같아요. 여자들도 물론 좋아하고. 두루두루 대중적일 것 같은데…… 나이대가 문제죠.”

“그렇지? 아무래도…… 모바일 게임은 아재들이 많이 하니까.”

“그렇죠.”

“이번 게임은 좀 젊게 가나 보지. 뭐.”

고 팀장은 그냥 그렇게 넘겨 버렸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았고, 그건 응어리처럼 맺혀 그의 인내심을 계속 갉아먹었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 * *

“후아. 이제야 대충 각이 나오네.”

동선, 작업 순서를 리허설 해본 후, 고 팀장은 만족한 듯 끄덕였다. 이제야 일 준비가 끝났다.

“아직 1시간 남았으니. 각자 알아서 쉽시다.”

“예~”

준비가 예정보다 일찍 끝났다.

고 팀장은 세트장을 떠나 잠시 담배를 가지러 위층으로 향했다.

한참 일하는 사람들로 여기저기 북적이고 있는 사내. 어디선가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망나니 용사가 릴프로 실검에 올랐다고!?”

실검?

이제 막 촬영을 시작하는 게임인데 실검에 오른다면, 보통 안좋은 이슈인 경우가 많았다.

고 팀장도 게임 흥행과 무관하진 않은 사람이다. 그는 배 한쪽이 서늘해지는 감각을 느꼈다.

“예! 이, 이거…….”

“이…….”

그들은 흥분한 표정으로 마구 떠들더니, 이내 환하게 웃기 시작했다.

다행히 좋은 소식인 것 같았다.

고 팀장은 안심했다.

그런데 실검에 왜 오른 걸까?

그쪽으로 가서 물었다.

“무슨 소리입니까? 실검이라니.”

기획 부장은 그의 질문을 제대로 듣지 못한 것 같았다. 얼굴이 벌개져 흥분한 채로 계속 떠들었다.

“이거 대박인데? 10위야! 어제저녁엔 15위였대. 미처 못 봤었나 봐!”

잠깐 반짝해서 오르는 경우는 있지만.

어제부터 유지됐다면 나름 의미가 있다. 이러면 더 궁금해진다.

고 팀장은 재차 물었다.

“대체 뭐 때문에 그래요?”

“어? 고 팀장. 언제 왔어?”

부장은 그제야 그의 존재를 눈치챘다.

“담배나 가지러 잠깐 왔다가 소리가 다 들려서요.”

“아. 그렇게 시끄러웠나? 으하하! 자네도 이거 봐.”

기획 부장은 호쾌하게 웃으며 휴대폰 화면을 들이밀었다.

[레이나 VS 발키리 강신 대전. 이거 보여주려고 어그로끌었다……gif]

이런 제목의 게시물이 떠 있었다.

예전에 유행하던 한 유명 애니메이션에 관한 밈이었는데.

이게 화근이라는 거 같다.

==== ====

레이나와 발키리의 강신 대전 실화냐?

진짜세계관 최강자들의 싸움이다……. 그 찐따 같던 레이나가 맞나? 진짜 레이나는 전설이다…….

==== ====

이런 글 밑에는 한 움짤이 추가되어 있었는데.

발키리의 칼날비를 레이나가 활로 일일이 다 쳐내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고 팀장은 잠시 안경을 고쳐 썼다.

영상을 다 본 후.

그의 감상평은 이거였다.

“이거 짜고 치는 거 아닙니까?”

주작 의심.

그 정도로 말이 안 됐다.

“저도 한때 릴 유저였는데. 말 안 되는 것 같은데요.”

“아냐, 인마. 방송에서 나온 거거든.”

“방송요?”

“여길 봐.”

톡, 톡.

그가 두드린 화면에, 레이나의 아이디가 떠올라 있다.

[망나니 용사]

[마궁수 - 레이나]

[Lv.7]

“……엥?!”

푸하하하!

고 팀장은 마구 웃어댔다.

“이거 완전 운빨 터졌네!”

이런 우연이 있나.

하필 아이디가 망나니 용사라니.

“……어휴, 인마. 이게 운빨이겠냐?”

“예?”

“이거 원본이다. 봐라.”

이게 운빨이 아니면 대체 뭐야?

갸우뚱하던 고팀장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화면 하단에 방금까지 고깝게 보던 인물의 얼굴이 박혀 있었던 것이다.

‘아몬드……?’

아몬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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