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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1부-138화 (138/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38화

48. 레이나(1)

“음? 청년. 원래 둘이 왔었나?”

순대국을 가져다주는 아줌마는 희한한 눈으로 주혁과 지아를 쳐다봤다.

“아뇨. 우연히 아는 사람 만나서 같이 앉았습니다.”

아줌마는 씩 웃으며 주혁의 등을 두들겼다.

뭔가 느끼한 눈빛인데.

주혁은 최대한 신경 쓰지 않으며 지아에게 하던 말을 마저 했다.

“여튼. 수익 잘 나왔더라. 고맙다. 이건 내가 살게.”

“아뇨. 제가 더 돈 많이 버는데. 그냥 제가 살게요.”

“…….”

맞다.

이제 지아가 더 잘 버는구나.

주혁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지아는 그 얼굴을 보고 피식 웃더니 재차 물었다.

“그냥 주혁쓰가 사든가요.”

“……됐어. 네가 사.”

주혁은 특에 사리까지 추가할 걸 그랬다고 생각하며 국밥을 마구 퍼먹었다.

밥 먹으면서 떠든 주제는 자연스레 아몬드에 관한 것이다.

“아니, 그 자식은 어떻게 그것만 먹지?”

아몬드와 같이 살면서 딱히 불편한 건 없었지만, 먹는 문제만큼은 정말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먹을 땐 또 잘 먹던데. 이거 무슨 양궁에서 하는 정신 수련의 일종인가?”

“그럴 리가요…….”

“아오. 나도 얼른 다른 스트리머 하나 더 구하든가 해야지.”

“왜 스트리머를 더 구해요. 내가 돈 더 벌어서 그런가.”

“에라이! 너까지 왜 그러냐! 그래야 좀 더 바빠져서 이런 거에 일일이 짜증 안 나잖아.”

“돈 더 벌려고 그러네. 그렇게 나한테 국밥을 사 주고 싶은가 봐.”

“으아아! 그냥 밥이나 먹자!”

주혁은 그 이후로 한동안 국밥을 처치하듯이 먹어댔다.

“아…… 근데, 저 고민이 있어요.”

“음? 고민?”

지아가 고민이 있다는 식으로 말을 걸어온 건 처음이었기 때문에 주혁이 의아하게 쳐다봤다.

‘뭐지? 그때 그 남자?’

일전에 지아의 문 앞에서 기다리던 남자.

이상하게 신경 쓰였다. 이 동네 집들이 워낙 위험한 데다가, 지아는 누가 봐도 제 몸 하나 지키지 못할 체구의 여자였다.

게다가 요즘 전남친이라는 것들이 가끔 뉴스에 나오기도 하니까…….

“편집하려는데, 릴을 제가 모르더라구요.”

“……아.”

맥이 탁 풀렸다.

그러나, 그 직후 곧바로 긴장감이 팍 조여왔다.

‘어? 미친. 그러고 보니 나도 몰라…….’

생각해 보니 주혁도 릴에 대해서 아는 게 별로 없었다.

릴은 처음엔 그냥저냥 플레이하기 쉬운데, 막상 하나하나 파고들라치면 굉장히 난이도가 높은 게임이다.

특히, 공성전은 그중에서도 최고 난이도를 자랑한다.

“호송전이랑, 생존전은 전에 많이 봤었는데. 사실 공성전은 취향이 아니라, 안 봤거든요.”

“그 둘은 알아? 아, 너도 겜방 많이 봤었지.”

“네. 저 큰 손 출신인데.”

그러고 보니 그랬다.

서지아라는 이름으로 거액을 후원한 적이 있었지.

그 이후로 주혁은 물론 상현도 항상 궁금했다.

생활이 그리 좋지 못했는데, 무슨 생각으로 그 돈을 투척해 버린 건지.

‘나중에 묻자.’

왠지 묻기 꺼려지는 질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릴 공부를 좀 하긴 해야겠네. 특히 넌 편집을 해야 하니까.”

“그렇죠. 그래서 아마 좀 늦어질 수도 있어요.”

“음…….”

주혁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 보니 아몬드도 릴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그게 컨셉에 더 맞긴 하지만.

본인이 왜 이긴지도 모르고 이겨서는 상위 랭크로 가지 못할 거다.

“아예 셋이 모여서 한번 공부를 해야 하나.”

“오…… 좋은것 같기도.”

그때, 지아가 멈칫하며 휴대폰을 들여다봤다.

“어. 근데 아몬드 지금 방송 중.”

“어? 아침부터?”

지아가 폰을 내밀어서 보니 진짜였다.

심지어 켜 놓은 지 조금 된 것 같았다.

[오늘도 배워갑니다~ 모닝 릴!]

아재 말투가 물씬 묻어나오는 제목이다. 아몬드에게 방제를 아몬드에게 맡기면 늘 이렇게 된다.

근데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현재 벌어지는 상황이 흥미롭다.

-아니, 레이나한테 뭔 짓을 한 겁니까 형님!

-누나아아아ㅏ 돌아와아아!

-누나 가지 마 ㅠㅠ

-분명 친밀도 개높지 않았음?

-높은 데서 떨어지면 아픈 법이지 ㅎㅎ 꼴좋다 인싸쉑…….

화신이 응답을 제대로 하지 않는단다.

“……레이나가 안 골라져?”

* * *

[화신, 레이나는 당신과 함께할 생각이 없다고 합니다.]

“……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몬드 개당황

-이렇게까지 놀란 건 거의 첨 아님?

-크 인싸쉑도 차이긴 하는구나~~~

-얼굴 믿고 깝치더니 꼴좋구나 아몬드! 얼굴 믿고 깝치더니 꼴좋구나 아몬드! 얼굴 믿고 깝치더니 꼴좋구나 아몬드!

온갖 조롱이 몰려오는 채팅창.

와중에도 아몬드는 최대한 머리를 굴려 이 상황을 빨리 파악해 내려 했다.

‘화신이 안 골라지는 사태가 나한테만 벌어지는 건 아닌가 보네.’

꼴좋다는 채팅이 주류이고, 왜 안 골라지는지 놀라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오히려 올 게 왔다는 식의 채팅이 더 많다.

즉, 예측 가능한 일이었다.

‘그럼 버그나 뭐 심각한 일은 아니지…….’

충분히 조율 가능한 일이다.

다만, 지금 당장의 문제가 있다.

게임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

“어이, 거기 원딜러 하신다면서요. 왜 안 골라요?”

한참 가만히 있으니 옆의 팀원이 묻는다.

“아…… 레이나가 안 골라져요.”

“레이나?”

일단 레이나라는 이름을 듣고 인상을 팍 구기는 팀원, 그리고 그 옆의 다른 팀원들도 웅성댄다.

‘뭔 레이나.’

‘아오. 안 골라져서 다행.’

‘하…….’

레이나의 인식이 이렇다.

그러나, 아몬드에겐 딱히 상관이 없었다.

어차피 못 고르니까!

“그냥 다른 거 고르세요.”

“그게…… 없는데요?”

“예?”

“화신이 레이나뿐인데.”

“아니…….”

팀원은 그의 계정 레벨을 그제야 확인한다.

“레벨 2네? 그럼 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시나요?”

혹시 이 팀원들이 뭔가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푸하하하! 레이나가 당신이 마음에 안 드나 보지, 뭔 방법이 있겠어!?”

“레이나한테 뭔 짓이라도 한 거야? 꼴좋다 레이나추우웅~~~”

역시…….

릴에서 뭔 도움을 받는다는 거 자체가 아주 잘못된 생각이었음을 다시 체감한다.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릴의 좌우명이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엌ㅋㅋㅋㅋㅋㅋ 릴에서 뭘 물어보면 되겠냐고 이 뉴비야…….

-ㅋㅋㅋㅋㅋㅋ 아 이게 릴이지

-저 새끼들 개신났네 ㅋㅋㅋㅋ

그래도 누군가는 아몬드에게 제대로 된 조언을 해줬다.

“그거 친밀도가 나락으로 가면 그렇게 되거든요……? 근데 레이나는 잘 오르지도 않지만, 잘 내려가지도 않는데. 희한하네…….”

친밀도 때문에 게임을 못 한다고?

아몬드는 당황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냥 닷지 좀!”

“닷지합니다~”

닷지(Dodge)란, 게임 대기 시간 중에 나가버리는 걸 뜻한다.

안 좋은 조합이나, 팀원을 피하기(Dodge, 피하다) 위해 나가는 것에서 시작된 말인데.

요즘은 그냥 대기창 중에 나가는 걸 전부 닷지라고 한다.

지금 아몬드가 그걸 해야 한다.

“……닷지하세요. 님. 화신 없으면 어차피 닷지되는데.”

“맞아. 시간 아까워.”

닷지하면 약 10분간 게임을 할 수 없다.

무분별한 닷지를 막기 위한 시스템이다.

“후. 알겠습니다.”

* * *

결국 아몬드는 게임을 취소하고 나가버렸다.

[대기 중에 게임을 취소하였습니다.]

[10분간 다시 대전을 하실 수 없습니다.]

“레이나가 안 골라지는데. 어쩌라구요.”

아몬드는 마치 시스템과 대화를 하려는 듯 받아쳤지만.

당연히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ㅋㅋㅋㅋㅋㅋㅋ커엽

-누구한테 하는 말임?

-으쭤롸규여~

-ㅋㅋㅋㅋ열 받았나 봄

“레이나랑 친밀도 어떻게 다시 회복하죠?”

-글쎼여~

-킹쎄여

-모르겠는데여?!

-레이나는 당신에게 드릴 수 없습니다. 아몬드 님. 세상을 그렇게 다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하셨습니까?!

시청자들은 알려줄 생각이 없었다.

‘상점에서 새로 살려고 해도 돈도 없고…….’

새로운 화신을 살 수도 없었다. 튜토리얼 한 판에 노말 대전 한 판을 승리한 아몬드의 계정에 돈이 있을 리가 없었다.

현질을 해서라도 사야 하나 싶었으나, 릴은 스킨 제외하고는 전부 게임 머니, 그러니까 ‘노오력’으로 구매해야 한다.

‘돈을 벌려면 게임을 해야 하는데, 게임을 할 수가 없다니…… 이렇게 만들었을 리가 없는데?’

릴은 아주 오랫동안 최고의 인기를 영위해온 게임이다.

이렇게 허술하게 만들었을 리가 없었다.

‘시청자들의 반응도 그래. 별로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 안 하고, 그냥 날 놀리기만 하잖아.’

이게 이상한 일이었다면 시청자들이 아몬드보다 더 놀라서 이것저것 찾아봤겠지만. 그런 분위기는 아니다.

그냥 뉴비를 놀리는 중이다.

언제까지고 놀리진 않을 터다. 기다리면 답을 알려주겠지만, 아몬드는 더 빠르게 답을 받고자 했다.

“어쩔 수 없네요.”

그는 종합 게임 스트리머다.

굳이 릴을 계속 할 필요는 없었다.

“이 기회에 그냥 킹덤 에이지 로제니타 루트를──”

그가 가장 인기 없고 매니악한 게임인 킹덤을 언급하는 순간.

띠링.

[데미안 협회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그간의 정을 봐서 특별히 알려드리죠. 화신 관리 창에 가서 레이나 짱과 ‘교류’를 선택하시죠.]

[릴충신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똥겜은 봐주세요! 화신과 교류할 수 있는 컨텐츠가 있습니다. 거기로 가세요!]

[정수리에서 견과류가 님이 2만 원 후원했습니다!]

[교류하세요!!!!]

.

.

.

수많은 후원이 쏟아졌다.

“아. 그렇군요. 진즉 말씀하시지.”

-수금 박사 아몬드;

-제가 아직도 아몬드로 보입니까? 이건 다이아입니다만?

-방송 천재 아몬드;

-나쁜 넘들 ㅠㅠ 킹덤 왜 못 하게 하냐고 ㅠㅠㅠ

-ㅋㅋㅋㅋ 똥겜 “멈춰”

-킹덤 틀어막는 거 실화냐고 ㅋㅋㅋㅋ

[킹치만 협회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너무하네요! 님들!]

“킹치만 협회 님. 감사합니다. 킹덤 언젠간 할 거예요. 진짜루요.”

아몬드는 그리 대답한 후.

[교류]를 터치하여 이동했다.

-야 이 쓰레기야 ㅋㅋㅋ

-언젠가 : 사이버펑크 시대에

-ㅋㅋㅋㅋㅋ바~~로 ‘교류’

* * *

교류 모드.

자신이 소유한 화신들과 선물을 주고 받거나, 소통할 수 있는 컨텐츠였다.

인게임 플레이 외에도, 이곳에서 화신과의 친밀도를 쌓을 수 있었다.

[교류의 장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깎아지른 절벽 아래, 우렁차게 떨어지는 폭포와 우거진 수목들 속에 숨겨진 광장.

교류의 장이었다.

숲의 엘프들이 머물며 노닐 것 같은 그곳에, 지금은 딱 한 명의 여자만이 앉아 있다.

그녀는 멍하니 폭포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몬드는 그녀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레이나.”

아몬드가 부르자, 천천히 돌아보는 레이나.

그녀의 푸른 눈동자가 오늘따라 더 시리다.

“여기까진 무슨 일이지?”

말투가 다시 처음처럼 차가웠다.

친밀도가 내려간 걸까? 확인해 봤다.

[친밀도 : 0]

친밀도는 100점이 만점이다.

이렇게까지 급격하게 떨어진다니. 시청자들이 레이나에 대해 말하던 사실이 진짜인 모양이다. 성격이 만만치 않다는 것 말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친밀도 “0”

-엌ㅋㅋㅋㅋ

-아~~ 인싸쉑 꼴좋당~~

-근데 이거 그냥 교류 한 번도 안 하면 원래 0 아니냐?

레이나의 온갖 편애를 받던 아몬드가 친밀도 0을 선고받자 다들 폭소했다.

[일단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일단 말 걸어보세요. 말로 풀어야 해요. 레이나는 선물 같은 것도 안 먹힘.]

선물, 승리, 액티비티 등등…… 화신들과 친밀도를 쌓는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레이나는 그중 대화로만 풀 수 있는 모양이다.

“레이나. 전장에는 갈 생각이 없는거야?”

“그 얘기 하러 온 거라면 그만둬. 난 싫으니까.”

레이나는 매정하게 아몬드의 말을 딱 잘랐다.

-ㅋㅋㅋㅋㅋㅋ 칼차단.

-아이 시원해! 이게 냉혈의 마궁수지!

-대화로 풀 수 있다는 건 이론상 가능 같은 거임ㅋㅋㅋㅋㅋ

-그냥 시간이 약입니당

시청자들은 예상했던 반응에 신이 나서 떠들었다.

[데협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ㅉㅉ 방금 후원하신 분. 머글이라 잘 모르시나 본데, 레이나 짜응은 대화로 친밀도 올리기 겁나 어렵습니다. 그냥 시간이 지나야 합니다.]

우스꽝스러운 오타쿠 남자의 목소리로 들려오는 후원까지.

모두가 다 시간이 지나야 하지, 대화로는 당장 올릴수는 없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야 한다고?’

아몬드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친밀도 : 30]

방금 한마디 걸었는데 친밀도가 30이나 올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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