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1부-142화 (142/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42화

49. 미니언(3)

푹!

아몬드가 쏜 화살이 적 미니언의 머리에 적중했다.

여기는 실제 릴처럼 ‘체력바’라는 게 존재하진 않는 모양이다.

털썩.

머리에 활을 맞으면, 그저 그대로 죽어버렸다.

활시위를 당긴 손끝에 전율이 느껴졌다.

간만에 느껴보는 현실감이다.

-캬! 역시 첫 발부터 헤드샷!

-간만에 보는 깔끔한 헤드샷이군요 지금 당장에라도 배틀 라지로 복귀하시죠

-아니 근데 스토리 있고, 솔로 게임이고, 활 당기면 킹덤과 다른 게 뭐죠?! 킹덤으로 오시죠.

-WHO 선정 1급 맹독성 물질 : 아몬드의 화살.

시청자들도 간만에 보는 헤드샷에 즐거워했다.

다만 아몬드의 옆에서 같이 달리던 아이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

“뭐, 뭐야?”

“방금…… 우리 쪽에서 쏜 거야?”

단 한 발의 사격으로 저 멀리 있는 미니언을 죽여 버린 게, 그들에겐 신기한 것이다.

‘어……?’

와중에, 아몬드는 다른 이유로 신기해하고 있었다.

우우웅……!

적 미니언을 죽이자, 뭔가 푸른 기운 같은 것이 그에게 깃든 것이다.

‘마나?’

아무래도 마나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이런 텍스트가 떠오른다.

[마나 1 획득]

[신비한 힘이 느껴진다.]

[아직 무언가 마법적인 일을 하기엔 부족해 보인다.]

여기선 미니언을 죽이면 골드 대신 마나가 들어오는 구조였다.

모으면 강해질 수도 있다. 설명을 보니, 마나를 하나둘 모으면 마법을 쓸 수 있을 만큼의 마나를 얻는 걸지도 모른다.

아니면 계약자가 된다거나.

‘계약자가 되는 것 같다.’

마법도 마법이지만, 이 마나를 많이 모으면 계약자가 되는 것 같았다.

분위기가 그랬다.

지금 이 어린 아이들이 상대를 죽이기 위해 열을 올리며, ‘난 계약자가 될 거야!’라고 외치는 것도, 레이나가 1열로 뛰어나간 것도.

아무래도 계약자가 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적 미니언을 최대한 많이 죽여서.

“우, 우리 궁수가 더 잘한다!”

“죽여어어어어!”

“뛰어!!!”

“크아아아아아!”

단 한 명을 죽였을 뿐인데, 투구를 피해서 뚫고 간 헤드샷이라 그런 건지, 아니면 적의 화살은 엉뚱한 곳으로 떨어져서 그런 건지, 아군의 사기가 엄청나게 상승했다.

투두두두두……!

8열에 속한 모든 아이들이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적 미니언들도 뛰었다.

대지가 흔들릴 정도의 숫자가 라인 중앙에서 부딪혔다.

쿠웅!

카앙!

퍽!

주먹으로 패거나, 창을 찔러넣거나, 실수로 아군의 머리를 칼로 베는 경우까지 있었다.

난장판이다.

아군, 적군이 서로 뒤엉켜서 마구 구르기까지 했다.

“끄아아악!”

“크억!”

“크아아아아!”

피아를 식별할 방법이라고는, 어깨에 두른 망토의 색깔.

적군은 빨간색이고, 아군은 파란색이다.

그마저도 순식간에 전부 이리저리 찢어졌으나.

어쨌든 아몬드는 그걸 보고 활을 당겨야 했다.

그는 손깍지에 4발의 화살이 집어 들었다.

순식간에 한발이 활시위에 걸리더니, 팡!

공기가 찢겨나가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화살이 날았다.

푹!

“커억!”

수많은 아군들의 사이를 날아들어 간 화살이 적군의 이마를 꿰뚫었다.

또 마나가 흘러들어왔다.

아몬드는 곧바로 다시 활을 당겼다.

푹!

역시나 미니언 하나가 쓰러진다.

그다음, 다음 화살도.

푹! 푹!

미니언들의 이마에 정확히 꽂혀들어 가며 쓰러졌다.

“후…….”

아몬드는 촬영장에서 제대로 쏘지 못했던 활에 대한 한이라도 풀려는 듯, 연이어서 화살을 계속해서 쏘아댔고.

마치 정해진 운명인 듯 화살들은 미니언들을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와…….”

옆에 있던 다른 궁수 녀석이 부러운 듯 쳐다본다.

“너, 넌 누구야? 오늘 처음 보는데.”

사격에 집중하고 있던 아몬드는 대충 대답한다.

“아몬드.”

-크…… 간단명료!

-“활”

-형님. 여기 사람들은 아몬드가 뭔지 모릅니다!

-그게 뭔데!

궁수는 아몬드의 간단한 대답에도 개의치 않고 눈을 반짝였다.

“이름이 아몬드구나. 대단하다.”

-아몬드, 이름이 대단하다!

-이름이 대단ㅋㅋㅋㅋ

-아몬드가 이름인 게 대단하긴 해 ㅋㅋㅋ

이 소년은 이름이 대단하다고 한 건 아닐 테지만, 시청자들은 부러 그렇게 알아들으며 놀려댔다.

“난 테오라고 해.”

소년은 자신을 테오라고 소개했으나, 아몬드는 듣지 못했다. 활을 쏘는 데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활시위는 정신없이 요동쳤으며, 화살 통의 화살은 점차 줄어들어 갔다. 그리고 마침내 화살 통이 텅텅 비어버렸을 때.

어느새 적진엔 미니언이 거의 보이지 않게 되었다.

[현재 마나 20]

[아직 뭔가를 하기엔 미미한 수치다.]

30명의 미니언 중에 20명을 순식간에 죽여 버렸다. 놀라운 명중률이었다. 아군이 놀라며 웅성댔다.

“저, 전멸했어?”

“한 열이 다 죽었어……!”

그런 와중에도 아몬드는 그저 덤덤하게 떨어진 화살을 주우러 다녔다.

이게 만약 릴의 공성전과 같다면 어차피 다음 미니언들이 또 나올 것이다. 그전에 화살을 충전해야 했다.

‘몇 개 없네.’

그런데 떨어진 화살 중엔 멀쩡한 게 없었다.

“야. 너. 테오라고 했나.”

“어…… 어? 어. 맞아. 나 테오.”

“네 화살 좀 나 줘.”

“뭐? 하지만 난 이제 얼마 없는데…… 이걸 주면…….”

“어차피 잘 쏘지도 못하잖아. 그냥 내가 쏘는 게 낫지.”

-엌ㅋㅋㅋㅋㅋㅋ

-너무하네 씹ㅋㅋㅋㅋㅋ

-맞는 말이긴 하짘ㅋㅋㅋㅋ

테오도 잠시 고민하더니 납득한 모양인지 화살 통을 전부 넘겨주었다.

“자, 잘 쏴야 해.”

아몬드는 대답도 없이 화살 통을 둘러맸다. 다음 미니언들이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다시 활을 들고 적 미니언들을 조준했고, 활시위를 튕기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화살 통 안의 화살이 사라져간다. 덩달아 적군도.

“와, 와…….”

테오가 입을 쩍 벌리고 놀라는 중에,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가 뒤통수를 강타했다.

“어이!!! 거기 미니언!!! 굉장한데!!!”

소리로 때려 맞는다는 게 이런 기분일지도 몰랐다.

뒤를 돌아보니 일반인보다 훨씬 더 큰 몸집이 나타났다. 은은하게 빛나는 후광을 보아하니 이자는 계약자였다. 아까 행진할 때 봤던 자다.

“……계약자?”

퍽.

이번엔 소리가 아니라 정말 손으로 뒤통수를 맞았다.

“하하!! 실력만큼이나 건방지네! 계약자‘님’이지, 님!”

“계, 계약자님.”

“그래! 미니언. 수고했다. 이제 포탑을 때려라!!! 나도 진격하지!!!”

쿵──

계약자가 진각을 밟으며 튀어 나갔다. 타오르는 빛이 되어 적 포탑에 온몸을 부딪혔다.

콰아앙!!!

그의 목소리만큼이나 요란한 기술이다.

-바트다!

-철괴 바트 ㅋㅋㅋ

-상남자 캐릭ㅋㅋㅋ 여기서도 똑같누 ㅋㅋㅋ

저 계약자가 쓰는 화신은 철괴 ‘바트’라는 녀석인가 보다.

“뭣들 하냐!!! 달려들어! 포탑을 때려라!!!”

바트는 온몸으로 포탑과 혈투를 벌이면서, 미니언들에게 명령했다.

게임에선 미니언들이 포탑을 대신 맞아주는데, 여긴 그래도 계약자들이 맞아주는 모양이다.

파지지지직!

포탑에서 쏘는 마력 에너지가 바트의 몸을 용접하듯이 때려댔으나. 그는 무슨 기술을 쓴 것인지 멀쩡했다.

“우리도 가자!”

“쏴!”

“부숴어어어!”

포탑이라고 하면, 미니언들에겐 철천지 원수. 저 포탑에 희생된 동료가 몇이던가. 아군 미니언들이 함성을 내지르며 달려가기 시작했다.

창과 칼이 포탑을 마구 찌르고 베었다. 본래라면 저런 공격으로 건물을 무너뜨린다는 건 어불성설이지만. 이 게임 속 포탑은 쩌저적 갈라지기 시작한다.

결국,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돌덩이가 되어 무너져내렸다.

쿠구구궁……!

“좋았어!!!”

바트는 그렇게 외치더니 적의 포탑이 사라진 자리에 깃발을 꽂았다.

“와아아아아아아!!!”

모든 미니언들이 소리를 질렀다.

마치 끝났다는 듯이.

“살았어! 우리 살았다!”

실제 공성전은 여기서 2차 포탑을 밀고 성소까지 무너뜨려야 끝이 나지만, 이 전장에선 여기서 전투가 끝나는 모양이다. 아무래도 현실성을 고려한 것 같았다.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

갑자기 한 소년이 그의 이름을 열창하기 시작했다. 아까 이름을 알려줬던 그 녀석이다.

“아몬드?”

“그게 뭐야.”

다른 미니언들이 웅성거리자, 소년이 재차 외쳤다.

“이 녀석의 이름이야! 아몬드래!”

그제서야 모든 미니언들이 외친다.

“아까 이 녀석이 적들을 거의 다 죽였어! 활로!”

“아! 그게 너구나?”

“와아아!”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

시청자들도 덩달아 신나서 채팅창을 도배했다.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

-ㅋㅋㅋㅋ 저 미니언 놈들도 우리랑 다를 게 없눜ㅋㅋㅋㅋ

-전장의 트수들ㅋㅋㅋㅋ

-엄마 나 커서 아몬드가 될래요! 엄마 나 커서 아몬드가 될래요! 엄마 나 커서 아몬드가 될래요!

-견과류 협회 선정 가장 강한 견과류: 아몬드 견과류 협회 선정 가장 강한 견과류: 아몬드 견과류 협회 선정 가장 강한 견과류: 아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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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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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양쪽에서 낯뜨거운 연호를 받으며, 첫번째 전투는 마무리됐다. 생각보다 빠르게.

[시간이 흐릅니다.]

장면은 순식간에 넘어가서, 어느새 아몬드는 아까의 그 창고 같은 곳에 앉아 있었다.

“어. 뭐야. 너 살아 있었나.”

레이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역시나 레이나는 살아 있었다. 1열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너야말로 1열이었는데. 어떻게 살았지? 보이지도 않던데.”

“난 탑으로 갔어. 넌 8열이었으니 아마 미드로 갔을 테고.”

전부 같은 공격로로 가는 게 아니라 번갈아가며 진격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레이나를 볼 수가 없었다.

“탑이라고 해도 사정은 같잖아. 어떻게 살아남은 거지?”

“그냥 잘.”

-와 진짜 애는 애네 ㅋㅋㅋ

-말하는 거 봐 ㅋㅋㅋ

-아오 ㅋㅋㅋㅋㅋ

-저 어린 코쟁이에게 조선식 교육이 필요해 보입니다. 형님.

“그러는 넌 어떻게 살았지? 시체도 제대로 못 옮기는게.”

“나도 잘.”

어린애처럼 구는 레이나에게, 아몬드도 똑같이 대했다. 어차피 이 게임에서 아몬드는 소년이다. 그 역할에 충실한 게 시청자들에게 보는 재미도 있을 터다.

-엌ㅋㅋㅋㅋㅋㅋ

-아몬드, 초딩 연기 절정!

-???님은 왜 애죠?

-응애! 나 아기 아몬드!

-아몬드 님. 언제부터 땅콩이 되셨습니까.

피식.

레이나가 조소를 띠었다.

“보나 마나 그냥 뒤에서 숨어서 아무것도 안 했구나?”

“그렇게 도발한다고 알려줄 것 같냐.”

“…….”

아몬드가 넘어가지 않자, 레이나는 인상을 구겼다.

“알려줄 수 없겠지. 뒤에 숨어서 아무 데나 활을 쏘고 그냥 목숨이나 챙겼을 테니까.”

“응. 안 알려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초딩 연기 실화냐? ㅋㅋㅋㅋ

-아몬드 님! 이거 연기죠!? 구분이 안 갑니다!

-몰입도 200%

-형 아바타가 중딩쯤은 되어 보이는데. 왜 초딩 연기로 해!

“이…….”

레이나의 볼이 빨개졌다. 화가 나서 그런 건지, 자신의 의도가 들켜서 부끄러워진 건지 구분이 안 갔다.

“어차피 다른 애들한테 물어보면 금방이야.”

레이나는 그렇게 말하며 휙 뒤돌아 가버렸다.

다른 애들한테 물어본다고? 그거야 바라던 바다.

레이나가 붙잡고 물어보는 8열의 아이들마다 할 대답은 정해져 있었으니까.

“오 아몬드? 그는 내 평생 본 최고의 궁수였지…….”

“아몬드 오늘 완전 유리아였어!”

“아몬드? 오늘 난리도 아니었지! 혼자서 적 미니언 두 웨이브를 다 쓸어버렸는데!?”

레이나는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자, 어깨를 부들부들 떨었다.

“거…… 거짓말!”

어렸을 때나 커서나 원하는 답이 정해진 채로 질문을 하는 건 똑같은 모양이다. 레이나는 다시 뒤돌아서 아몬드에게 성큼성큼 다가와 말했다.

“너, 내일은 나랑 같은 열에 서.

“왜?”

“누가 위인지 가려야 하니까.”

거 참 독한 녀석이다.

아몬드가 가만히 있자, 레이나가 재촉한다.

“약속이다.”

그녀가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아몬드도 일단은 새끼손가락을 걸며 수락했다. 그제야 레이나는 뒤돌아서 다시 모닥불 쪽으로 사라졌다.

-이런 식으로 진행되냐 원래?

-레이나보다 활을 잘 쏴야 열리는 루트인가 보다 ㅅㅂㅋㅋㅋ

-와 레이나랑 새끼손가락 걸기……! 부럽!

이런 전개는 보통 일어나지 않는 모양이다. 아몬드는 약속을 하기 잘했다고 느꼈다. 새로운 루트와 전개는 언제나 방송을 흥하게 해주니까.

‘별 3개 클리어만 잘하면, 성공적이겠다.’

방송적으로, 스토리 모드의 흐름이 좋았다. 이제 별 3개 클리어만 신경 쓰면 올튜브 영상까지 제대로 뽑힐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던 도중.

[시간이 흐릅니다.]

장면이 넘어갔다.

“미니어어어언!!! 집하아아아압!!!”

다시 전투가 시작됐다.

아몬드는 약속대로 레이나의 옆에 붙어서 전장으로 달려나갔다. 이번엔 그녀와 함께 1열이다. 그리고 적의 포탑은 얼마 남지 않았다.

대체 레이나는 1열에서 어떻게 살아남은 건지, 레이나의 이유란 게 뭔지, 이 스토리 모드란 게 왜 있는 건지.

여러 궁금증이 이번에 해결될 것 같다.

* * *

[초보자 Tip : 공성전에선, 적군의 모든 포탑을 부수고 성소를 부수면 승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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