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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1부-143화 (143/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43화

49. 미니언(4)

방송이 잘 흘러가고 있다고 느끼긴 했는데.

‘오. 꽤 많아졌다.’

생각보다 스토리 모드의 새로운 전개가 흥미를 꽤 끌었는지, 시청자들이 꽤나 늘어났다.

-오우 레이나 스토리

-크 간만이네 이거

-와 계정 레벨 2에 레이나 스토리?! 부럽……

-현재 오전 11시. 뉴욕 타임즈 선정 가장 훌륭한 브런치: 아몬드와 레이나

-오. 나 이거 생방으로는 첨 봐. 잼겠당ㅋㅋㅋ

-레이나랑 손깍지 끼고 약속까지 했다는 게 여기냐?

[현재 시청자 7.6천]

처음엔 5천으로 시작했던 아침 방송이 어느새 점심 방송이 되었고, 시청자는 7천가량으로 늘었다.

플레이 타임이 길어져서 약간 피로감이 몰려오고 있었지만, 색다른 시간대에 방송이 잘 풀리고 있어서 기운이 난다.

‘게임만 신경 쓰면 되겠다.’

이 정도면 관심은 꽤나 모았다. 이제 게임에만 몰입해서 플레이하면 알아서 방송도 잘 풀릴 터다.

“1열! 진격 준비!!!”

병사가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로 고함을 내질렀다. 아몬드는 마른침을 삼키며 앞으로 발을 디뎠다.

“너, 약속 지켰네.”

옆에 선 레이나가 어깨를 툭 치며 말을 건다.

“생각보다 용기가 있나 봐.”

“그냥 같이 출격하는 건데 뭐.”

“보통은 1열에 서는 걸 꺼려 해. 아무리 우리 미니언들이 마나가 고파도 말이야.”

레이나는 눈을 흘기며 뒤쪽의 아군 미니언들을 바라본다.

“한심한 놈들.”

그때였다. 그 한심한 놈들이 엄청나게 시끄러워졌다.

“유리아 님!!”

“바트 님! 존경합니다!”

“사랑해요! 유리아!”

“저도 커서 꼭 계약자가 될 거예요!!! 기억해 주세요!!”

계약자들이 다시 지나가는 것이다. 계약자들은 아까 전보다는 조금씩 지친 분위기다. 인사를 받아주지도 않고, 급한 일이 있는 듯이 앞으로 휙휙 지나갔다.

5명이 전부 다 보이지도 않았다. 아까와는 다르게 전투 중이기 때문인 것 같다.

척!

그때, 전방에서 푸른 깃발이 솟아오르며, 기수의 호통이 터져 나왔다.

“1열!! 진겨어어어어억!!!”

1열의 아이들이 동시에 발을 내디뎠다.

쿠웅!

“우아아아아아아!!!”

“간드아아아아아!”

“다 죽여어어어어!!”

쿠구구구……!

땅울림 소리와 함께 대열이 순식간에 앞으로 돌격했다. 레이나가 유독 미친 듯이 앞으로 뛰었다. 궁수인데 왜 저렇게 앞 포지션을 잡는 걸까.

모르겠지만 일단 아몬드도 레이나의 옆으로 뛰었다. 이번 전투에선 옆에 있기로 약속했었으니까.

어쩌면 이 약속이 별 3개 클리어, ‘레이나의 이유’와 관련이 있을지도 몰랐기에 아몬드는 충실히 지켜줄 생각이다.

“저기!”

레이나가 저 멀리에 있는 빨간 깃발을 보고 외쳤다. 그리고 다시 한번 속력을 붙이며 앞으로 뛰어나간다.

타다다닥.

이젠 그녀가 기수보다도 앞이다.

궁수가 저만치 앞서가는데도, 아무도 뭐라 하는 녀석들이 없다.

기리리릭…….

레이나가 활 시위를 당겼다.

팡!

‘어?’

놀라웠다.

그녀는 벌써부터 화살에 마나를 담아냈다. 푸른 기운을 머금은 화살이 적 미니언의 심장에 박혀 버린다.

퍼엉!

갑옷이 파괴되며 놈은 단번에 쓰러졌다.

그리고 레이나를 향해 쏘아지는 적들의 화살은, 뒤로 구르며 흘려냈다.

적군은 레이나에게 주의가 끌리면서 아군 창병들의 진격을 신경 쓰지 못했고.

쿠웅──!

막상 근접에서 부딪히는 싸움에서 순간적으로 밀려 버렸다.

아군의 전선이 밀고 들어가는 그림이 나와 버렸다.

이래서 레이나가 가장 먼저 달려나간 것 같다.

“좋았어! 레이나!”

“크아! 레이나 역시 최고다!”

아군 미니언들도 그녀의 공로를 아는지 저렇게 외쳤다.

레이나는 그들에게 씩 웃어준 후, 다시 활시위를 당겼다.

파지직.

역시나 마나가 담긴 화살이었다.

어떻게 하는 걸까. 나도 마나는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뭔가 새로운 기술을 배운 것 같다.]

갑자기 눈 앞에 떠오른 텍스트.

새로운 기술?

방금 레이나의 마나 화살을 말하는 것 같았다.

[마나 화살]

[정신을 집중해 내면 쏠 수 있을 것 같다. 화살이 빨라지며 갑옷을 쉽게 뚫을 수 있는 듯 보인다.]

[마나 소모 1]

-???

-오 뭐야!?

-이런 게 있어??

-헐.

-레이나랑 약속해야만 나오나 봐 쩐다!

-ㄷㄷㄷ 이게 아몬드지!

이 역시도 뭔가 새로운 발견이었던 걸까, 시청자들이 흥분했다.

앞에서 레이나와 붙어 있기로 약속한 것에서부터 여러 가지로 변수가 나오고 있는 것 같았다.

‘좋은데.’

스트리머로서는 이보다 좋은 호재는 없을 터다. 분명 그런데, 이상하게 찝찝한 기분이다.

‘뭔가 이상하긴 해.’

아몬드는 그렇게 생각하며 마나 화살을 한번 당겨보기로 했다.

스토리 모드는 1인 게임이기에 인지 동작으로 스킬이 나가지 않는다. 사고 인지 방식이었다. 그냥 쓰고자 하면 써진다. 플레이어의 사고를 방해하는 다른 플레이어가 없기 때문에 가능했다.

파직!

화살 끝에 푸른 기운이 서린다. 계약자로서 쏘던 만큼의 파괴력은 아니었다. 쏘기 전부터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파앙!!!

“컥!”

미니언의 싸구려 갑옷을 부수기엔 이 정도면 충분했다.

옆에 있던 레이나가 놀란 눈으로 바라본다.

“무슨……!?”

“앞에 봐.”

아몬드는 레이나에게 달려오는 미니언 창병 하나를 쐈다.

펑!

그의 머리는 푸른 불길로 반파되어 쓰러졌다.

레이나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자기보다 더 나은 궁수를 본 것에 대한 분노와 방심하고 말았다는 부끄러움이 밀려온다.

“말도 안 돼…….”

아몬드는 레이나가 하지 못하는 장기들도 여럿 부릴 줄 알았다.

손깍지에 한 번에 4개의 화살을 걸고, 차례로 4연사를 한다든가.

아군과 딱 붙어서 싸우고 있는 미니언을, 휘어지는 화살로 정확히 요격해 낸다든가.

파바바방!

수많은 미니언이 허무하게 그의 앞에서 쓰러진다.

“어…… 어떻게…….”

레이나도 열심히 쏘고는 있었지만. 쏠 때마다 죽어나는 건 미니언보단 그녀의 자존심이었다.

-레이나 동공지진

-사스케를 처음 만난 록리의 눈동자.

-화신도 아니고 미니언 시절 레이나로는 아몬드에 못 비비지.

-커브샷 보고 눈 뒤집어지넼ㅋㅋㅋㅋㅋ

-레이나 트수행ㅋㅋㅋㅋㅋ

-10분 뒤 레이나 : 엄마! 나 커서 아몬드가 될래요!!!

-놀라는 레이나 너무 커여운 거 아니냐고 ㅠㅠ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려는 꼴이었다. 아몬드를 따라 연사를 하려던 레이나. 그녀의 화살은 무리한 연사로 몇 발이 빗나가기까지 했다.

물론, 그럼에도 명중률은 9할이었다. 이 둘의 경쟁에 새우등이 터지는 건 적 미니언들.

“미, 밀린다!”

“제기랄! 계약자도 아직 없는데! 이렇게나 밀리다니!”

“컥!”

“막아! 포탑까지 내어주면 끝이다아!”

“바, 방패병!!”

레드 팀의 방패병들이 부랴부랴 몸을 던져 전선을 밀어보려 하지만. 아몬드의 푸른 화살 세례에 순식간에 쓰러진다.

방패를 돌아서 옆구리에 화살을 쑤셔 넣는 그의 기이한 커브샷 덕이다.

“뭐야. 오늘도 우리 미니언들이 이기네?”

뒤쪽에서 들려온 여자의 목소리.

빛나는 후광을 보니, 계약자였다. 현재 마궁수의 화신과 계약한 유리아라는 여자다.

파지지지직……!

유리아가 새하얀 활을 당기며 중얼거린다.

“여기 포탑도 금방이겠어.”

퍼어어엉!!

한 번에 기를 모아 강력한 대미지를 주는 방식이었는지. 미니언들이 한 발당 열댓씩 쓰러진다.

“으아아악!”

“크헉.”

말 그대로 파도에 휩쓸리듯이, 쓸려나갔다.

“뭐야! 우리 미니언들 왜 이렇게 밀렸어!?”

적 계약자도 부랴부랴 도착해서 막아보려 했으나.

“자, 전부 돌격!”

유리아의 명령에 블루팀 모든 미니언들이 일제히 포탑을 향해 돌격하고, 유리아가 적 계약자를 견제하자 포탑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적 계약자는 결국 도망가야 했다.

한바탕의 전투가 끝이 났다.

“이봐, 너.”

유리아가 아몬드를 툭 건드렸다.

“예.”

“제법 잘 쏘더라.”

레이나의 시선이 따갑게 박히는 게 느껴진다.

“감사합니다.”

“다음엔 미드로 와. 2차까지 밀었으니, 이제 성소 앞의 두 개의 탑만 없애면 끝이야.”

“……여긴 미드가 아닌가요?”

“여긴 탑이야. 레드…… 아니, 타란의 포로로 온 지 얼마 안 된 모양이네. 그것도 모르다니.”

“예.”

“그럼에도 재능이 넘치는구나.”

유리아는 허리를 숙여 아몬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녀의 하얀 금발이 귓가를 간지럽혔다.

“넌 절대 죽지 마. 그럼 골치 아플 거 같거든.”

무어라 대답하기도 전.

[시간이 흐릅니다.]

시간이 흘러 버렸다.

* * *

다시 베이스캠프의 모닥불 앞이었다.

아마 본진은 아니고, 게임에서 정글에 해당되는 숲의 어느 지역이다. 저 멀리에 방금 무너뜨린 적의 탑 2차 포탑의 폐허가 보이니까.

“하아. 시체 치우는 게 더 힘든 것 같아.”

“그러게…….”

듣자 하니, 넘어간 장면 사이에 아몬드와 미니언들은 시체를 치운 모양이다.

‘그 꼴을 또 안 봐서 다행이군.’

아몬드는 자신이 플레이어라 다행이라 여기며 모닥불 근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다른 아이들은 아몬드를 경외하기 때문에, 그가 오면 절로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는 보급으로 나온 돌멩이 같은 빵을 씹어 먹는 척만 하며, 눈은 레이나를 유심히 관찰했다.

아까부터 이상하다고 느낀 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심한 놈들이라면서.’

레이나는 지금 장작을 캐서 다른 미니언들에게 모닥불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그녀는 담요가 없이 비닐 우의뿐이지만, 다른 더 어린 미니언들에게 담요를 건네주고 있었다. 모닥불의 가장 중앙은 언제나 가장 약하고 어린 미니언들의 차지였다.

“톰. 이리와. 거긴 너무 춥잖아.”

“하, 하지만 레이나. 넌?”

“난 괜찮아. 너보다 크니까. 추위도 덜 타거든.”

“정말?”

“응. 이리와. 와서 이거 먹어.”

그녀는 톰이라는 가장 작은 미니언에게 유일한 식량인 돌같이 딱딱한 빵도 나눠주고 있었다.

‘마나를 얻고 싶다면서. 계약자가 될 거라면서.’

암만 봐도 이상하다.

아몬드가 그녀를 이상하게 느낀 건, 저런 이타적 행동 때문만은 아니다. 마나 화살을 쏘고부터이다.

‘지금 뭐 하는 거지?’

마나 화살을 쏘면 마나가 1 소모된다. 미니언을 하나 죽이면 1 차오른다. 마나 화살로 미니언을 죽여봐야 영원히 마나가 차지 않는다.

계약자가 되려면 마나가 많아야 될 텐데. 레이나처럼 매번 마나 화살을 쏴서는 절대 계약자가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왜?

왜 그렇게 열심히 싸울까.

‘이게 레이나의 이유인가?’

어쩌면 이 모순이 별 3개 클리어의 힌트일지도 모른다.

시청자들도 아몬드와 비슷한 생각인 듯했다.

-근데 왜 마나 화살 쏨? 마나 안 모음? 아몬드야 어차피 플레이어지만 레이나가 이상함

-애들한테 잘해주는 거 $(*@(

-마나 화살 쏘는 거 자체가 아몬드가 처음인데. 이거 &*(@*@()#

-ㅈㄴ 궁금하네

-50만 원 겟하나요?

-데협찡 지금 덜덜 떨고 있을 듯 ㅋㅋㅋㅋㅋ

-지금 거의 70만 원인데? 어느 호구가 또 얹었냨ㅋㅋㅋㅋ

-와 씨 나 방금 스포 필터로 내가 정답 말한 거 알았음ㅋㅋ

9천 명의 시청자가 한마디씩 추론을 던지다 보니, 그중 정답도 있는 모양이다.

시청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이 루트의 엔딩이 궁금해서일 거다.

아몬드는 이때가 기회라고 느꼈다.

“잠깐 밥 먹고 오겠습니다.”

아까부터 꼬르륵거리는 배를 채울 기회.

-야 이 &@#^@

-개 같은 놈이 또 *(@!??$

-와 이게 스트리머지!

-ㅂㄷㅂㄷ

저건 스포일러 필터가 아니었다. 아마 너무 심한 욕설 필터링이다.

-미션 안 해!? 미션 안 해!? 미션 안 해!? 미션 안 해!?

-미션 버려? 미션 버려? 미션 버려? 미션 버려?

미션으로 협박하는 시청자들도 있었다.

하나 소용이 없었다.

이미 생각해 둔 거다.

“미션은 24시간 제한이던데요.”

피식.

아몬드가 그렇게 말하고는 방송을 정지해 뒀다.

-미션에 시간제한 누가 24시간으로 했냐 ㅋㅋㅋ 아오 3시간으로 해버려!!!

-데협 새낔ㅋㅋㅋㅋ 무야호네 ㅅㅂ 대체 얼만큼 자신이 있던 거여. 24시간을 제한 걸었누

-아…… 또 암넷식 편집 들어가는 거냐고 아몬드!!!

-광고라도 안 트는 게 어디임ㅋㅋㅋ

-“암넷 선정 가장 탐나는 PD : 아몬드”

그 말을 하는 순간. 마이크에서 멀찍이 이런 말이 들려왔다.

“아. 여러분. 광고 하나 틀고 갈게요.”

그가 재생한 광고는 망나니 용사의 1차 티져 광고였다.

다름 아닌 본인이 등장하는.

* * *

[초보자 Tip : 각자의 라인에서 계약자들은 서로를 견제하며 미니언을 제거합니다. 이 행위를 보통 라인전이라고 합니다. 라인을 지켜주는 포탑이 사라지면 라인전은 대개 끝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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