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1부-147화 (147/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47화

50. 레이나의 이유(4)

레이나의 이유는, 동료애.

아몬드가 정답을 맞혔다.

-와! ㅁㅊ 3별 루트 떴다!

-ㄷㄷㄷㄷㄷ

-이걸 진짜 해낸다고?

-근데 전장을 탈출하라는데?

-헐ㅠㅠ 레이나 ㅠㅠㅠ 넘 슬프네

-이게 진짜 된다고?

미니언들은 전부 성인이 안 된 아이들이다.

그중에서도 유독 어린애들이 더러 있었는데. 레이나는 이들을 항상 아꼈고, 챙겨주었다.

레이나가 1열에서 싸우던 이유는, 이 미니언들이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누군가는 1열로 가야 하는데, 자기가 가지 않으면 그들 중 하나가 가게 될 것이므로.

또한 자신의 능력으로 1열에서부터 전투를 승리한다면 뒤의 미니언들은 다치지 않을 수 있으므로.

‘마나 화살도.’

마나 화살에 관한 모순도 여기서 해결된다.

애초에 계약자가 되기 위해 마나를 모은다는 건 거짓말이었던 것이다.

계약자 따위에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그녀는 계약자들을 혐오한다.

단지 그녀는 미니언들을 지킬 생각뿐이었던 것이다.

‘한심한 놈들이라고 한 것도…….’

그러나 그 사실을 계약자들이나 병사들에게 들켜서는 안 됐다. 그랬다가는 끌려가서 기억이 조정되어 버린다. 레이나는 이미 그걸 몇 번씩 겪었던 것 같다.

그래서 평소엔 뒤처지는 미니언들을 한심한 놈들 취급하며 무관심한 행세를 한다. 아니, 거의 멸시하듯이 말한다.

하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고, 춥고 어두운 밤이 되면 그들을 가장 챙겨 주는 건 레이나였다.

플레이어인 아몬드만이 추위도 배고픔도 안 느끼면서 그녀를 관찰했기에 알 수 있었던 사실이지, 다른 미니언들은 추위와 배고픔에 떠느라 그녀의 행동을 보지 못했을 터다.

그렇게, 레이나는 자신의 기억과 동료들을 지켜왔다.

‘그 모든 게 동료들 때문이었다.’

레이나는 잘해왔다. 늘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고, 그녀가 아끼는 아이들은 전투에서 적게 죽었다.

그러나, 그런 그녀도 항상 피할 수 없는 시련이 있었는데.

“흐으윽…… 흑…….”

그건, 자신이 아끼던 미니언들이 적으로 등장해 자신을 죽이려 드는 순간이다.

‘레이나는 모르는 것 같았어.’

레이나는 아군 미니언이 죽으면 적으로 부활한다는 걸 모르는 눈치였다.

레이나뿐 아니라 다른 대개의 미니언들도 모른다.

첫째로는 적 미니언들의 얼굴을 일일이 보면서 싸우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

둘째로는 미니언들끼리 레이나처럼 가깝게 지내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

마지막으로, 레이나만큼 오랜 기간 살아 있는 미니언이 드물다는 점.

이 세 가지 이유로, 유독 레이나만이 적이 사실 아군이었음을 자주 눈치챘을 테고.

아마 레이나는 항상 이 시점에 계약자들에게 걸려 기억을 조작당했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이 전장을 유지하는 미니언으로 살아가겠지.

그렇지만 이번엔 달랐다. 이번엔 아몬드가 있다.

“울지 마. 지금은 참아야 돼.”

아몬드는 그녀의 입을 틀어막으며, 수풀로 끌고 들어갔다.

“아직 계약자들이 보지 못했어. 하지만 더 지속되면 들킬 거야.”

레이나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그녀는 늘 이 시점에 기억이 소거되기 때문에, 자기가 아끼던 미니언들이 설마하니 적으로 등장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을 터다.

“너…….”

아직도 습기로 축축한 목소리로, 레이나는 짜내듯이 말했다.

“넌 알고 있구나.”

레이나의 눈이 아몬드를 올려본다. 깊은 슬픔에 잠겨 있으나, 동시에 저 밑바닥에서부터 슬그머니 희망이 떠오르는 듯한 눈이다.

그녀는 힘겹게 입술을 움직여 속삭였다. 혹여나 누가 들을까. 정말 작은 소리로.

“우, 우리의 기억이 계속 제거된다는 걸…….”

“그래. 맞아.”

“그리고 쟤네들이 적으로 나올 거라는 것도…… 아, 알고 있었던 것 같아.”

“맞아.”

“흐으으윽…….”

레이나는 다시 울음을 참지 못했다. 그녀의 두 팔이 아몬드를 꼭 부여잡았다. 어딘가에라도 기대야만 살 것 같았다.

“나, 난 그냥 추측만 하고 있었어…… 난 왜 모를까?”

“항상 이때 들켰을 테니까.”

“넌 어떻게 알았어?”

설명 못 할 건 없지만, 지금 설명하기엔 길다.

“지금은 일단 전장을 마무리해야 해.”

“……응.”

처음 게임이 시작되고, 생존만을 우선으로 움직이던 아몬드가 아니었다.

[레이나의 이유(★★★) 클리어 루트를 발견했습니다.]

[레이나를 이 전장에서 탈출시켜라!]

그에겐 확실한 목적이 부여됐다.

이제 아몬드는 레이나와 탈출하는 것에 전념할 것이다.

“레이나. 전장을 이기고 나면, 아마 시간이 좀 더 생길 거야. 그때 이야기하도록 해.”

“알았어.”

레이나도 이쯤 되어서는 정신을 다시 부여잡았다.

“절대 들키지 마. 내가 대신 다 쏴줄 테니까.”

“…….”

레이나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넌…… 괜찮아? 테오랑…….”

아몬드가 레이나의 어깨를 세게 붙잡았다. 정신을 차리라는 듯.

“난 괜찮아. 난 안 들킬 수 있어.”

확신, 자신감에 찬 아몬드의 말.

“그리고 아이들은 걱정 마. 죽으면 다시 우리 편으로 부활할 뿐이야.”

고작 미니언 주제에…….

저렇게 말하니 안심이 되는 기분이었다.

레이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 * *

레이나를 안정시킨 이후로 전투가 몇 번 더 반복됐으나.

결국 승리는 블루팀의 것이었다.

적의 성소는 빛을 잃었고, 적 계약자들은 더 이상 죽어도 새로 태어나지 못했다.

“우와아아아아아!!”

“이겼다아아!”

계약자들은 물론 미니언들도 크게 기뻐했다.

“잘했다! 미니언들!”

철괴 바트가 폐허가 된 적의 성소에 올라가 외쳤다.

“제군들의 피와 땀으로 승리해 냈다!”

말은 저렇게 하지만, 이 승리로 인해 미니언들이 뭘 받게 되는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아마 아무것도 없겠지.

그러고 보니 알지 못했다.

이 승리 뒤에 어떻게 흘러가는지.

[시간이 지납니다.]

그 순간 갑자기 시간이 흘러갔다.

[Loading……]

흔치 않게 로딩이 시작됐다.

그만큼 뭔가 준비해야 할 게 많다는 걸까?

아몬드는 이 틈에 잠시 시청자들과 소통을 했다.

“원래는 여기서 스토리 끝이죠?”

-ㅇㅇㅇ 맞음

-원래는 여기서 그냥 스토리 모드 끝남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이제 탈출 계획 세워야 하는 듯!

-와 근데 여기서 어케 탈출하는데. 어디로 가야 하는 줄 알고?

“탈출을 어떻게 하는 건지 감이 안 잡히네요.”

-ㄹㅇ전장을 어케 탈출하란 거여

-아무 정보가 없네

-그래도 탈출하라는 건 알려줘서 어디냐 ㅋㅋㅋ

-와 ㄹㅇ 자유도가 높은 건지 불친절한 건짘ㅋㅋㅋ

방송으로 레이나 3별 클리어가 송출되는 건 처음이었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누군가는 클리어했다더라 같은 이야기는 많았지만. 막상 영상으로 노출된 적이 없다.

-근데 이거 사실상 아몬드가 최초 아님?

-3별 클리어는 소문만 있고 실체가 없음

-그냥 최초일 듯.

-이따가 업적 보면 나올걸?

-적어도 한국은 최초일 듯. 한국놈들은 똥캐 스토리에 관심이 없거든ㅋㅋㅋ

이렇듯, 시청자들 중에서도 사실 아몬드가 최초인 게 아니냔 말도 많았다. 그러니 시청자들도 이 뒷내용을 알 리가 만무했다.

아무도 걸어가지 않은 길.

아마 어려울 게 뻔했다.

“일단 2트 한다고 생각하고 되는 대로 해볼게요.”

그는 두 번 정도는 시도해 본다고 생각하고 덤비기로 했다. 그런데 그것도 마음처럼 될 것 같진 않았다.

[이건 못 참지 님이 미션을 등록했습니다.]

[1트 별3 클리어 시 50만 원]

새로운 미션이 등록됐다.

1트, 즉 첫 번째 시도 안에 클리어하면 50만 원을 준다는 미션.

-와 미션 무쳤네 오늘 ㅋㅋㅋ

-여기서 50을 더 얹어?

-켠왕 미션도 현재 200만 원인뎈ㅋㅋㅋ

-왜 다들 이미 아몬드가 50만 원을 번 것처럼 이야기하죠? 1트 클리어인데

뿐만 아니라, 이전에 걸려 있던 미션금도 상당히 금액이 높아졌다.

[미션 : 별 3개 클리어 켠왕 성공]

[195만 원]

어느새 모인 미션금이 195만 원이다. 50만 원으로 시작한 게 사람들이 한 푼 두 푼 얹다 보니 저렇게 됐다.

“와. 이건 못 참지 님. 감사합니다. 그럼 1트에 해보도록 노력해 볼게요.”

-아깐 노력 안 하려 했냐?

-ㅋㅋㅋㅋㅋ 5초 전 아몬드 : 2트한다고 생각하고 갈게요~

-50만 원은 못 참지 ㅅㅂ ㅋㅋㅋ

-와 아몬드 오늘 미션금 장난 없네

-겜방은 이럴 때 한번 터져주는 거지 뭐 ㅋㅋㅋ

채팅에서는 또 돈에 혹하는 아몬드를 조롱하는 사이, 로딩이 다 끝났다.

“아몬드.”

그의 앞엔 어느새 거구의 병사가 험악한 표정을 짓고 서 있었다.

“뭐 하는 거지? 무기를 내놓으라고 했다.”

척.

그가 재촉하듯이 손을 내밀었다.

‘무기? 아…… 그러고 보니.’

전장이 시작될 때나 받고, 나중엔 반납하는 시스템이었다.

‘이러면 어떻게 탈출하나.’

무기도 없이 전장을 탈출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지만 일단 아몬드는 순순히 활을 내어주었다.

“……멍하니 있지 말고, 장작이라도 패와라.”

“예에.”

마치 회사 다니던 시절처럼 대충 대답한 그는, 무기들이 어디로 향하는지 끝까지 눈을 떼지 않고 지켜봤다.

‘무기고로 가는구나.’

무기고로 들고 가는 것 같았다. 전쟁 중일 땐 활짝 열어놓고 그 안에서 휴식까지 취하지만.

철컹─

이젠 무기고는 두꺼운 쇠사슬과 자물쇠로 잠겨 버렸다.

“다음 전쟁 때까지 깔끔하게 치워놓도록.”

병사는 그리 명령하고는 사라졌고, 기본적인 감시만 하는 병사들 몇만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뭣들 하냐. 장작을 패오고, 시체를 치우고, 수풀은 다시 세워라!”

정말 이상했다.

이런 전쟁이 어딨단 말인가. 전쟁을 해서 이겼으면 그 땅을 차지하고 군인들은 다음 목적지로 가든가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전장을 다시 정비해 놓는다?

이건 마치 군대에서 모의 전투 훈련 후, 훈련장을 치우는 것과 비슷한 짓이었다.

‘여기 전쟁터가 아니라…….’

어쩌면 여긴 계약자들 훈련을 위한 모의 훈련장이다.

‘훈련장이라면, 그리 크지 않을 거야. 탈출할 수 있어.’

어쩌면 탈출이 그리 어렵지 않을 수 있다.

‘정리하면서 레이나랑 접촉해 보자.’

청소하는 시간을 이용한다면, 레이나와 어떻게든 계획을 짜볼 수 있을 것 같았다.

* * *

레이나는 수풀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녀도 아몬드가 오길 한참 기다린 것인지, 계속 고개를 빼꼼 내밀고 두리번거리는 게 보였다.

그녀는 아몬드를 발견하자, 티 나지 않게 계속 그를 쳐다보며 눈을 깜빡였다.

아몬드도 자연스럽게 시체를 끌고 가면서 은근슬쩍 그 수풀로 들어갔다.

“아몬드.”

레이나는 그가 오자마자 다짜고짜 수풀로 확 끌어당겨 완전히 몸을 숨겼다.

-연애 “멈춰!”

-형님. 어른 레이나는 몰라도 어린 레이나는 못 참습니다.

-포돌이: 선 넘네…….

-빌어먹을 아몬드 쉑! 그 손 놓아라!

-와…… 나, 나도 스토리 모드 하고 싶다 ㅠ

-ㅋㅋㅋㅋㅋ 손은 레이나가 잡았는데 욕은 왜 아몬드가 먹누 ㅋㅋㅋ

레이나는 거짓말을 파악하고 싶은 듯, 눈을 똑바로 맞추며 물었다.

“어떻게 알게 된 거야? 어디까지 아는 거야? 이젠 정확히 말해줘.”

아몬드야 당연히 레이나를 속일 생각이 없었기에, 그가 봤던 것, 추측하고 있는 것을 다 말했다.

“하아…… 그렇구나.”

레이나는 별로 놀란 표정은 아니었다.

그녀도 이미 추측하던 것들이 있었으니까.

“절망스럽다는 건…… 이럴 때 쓰는 말 같네.”

레이나가 아몬드를 보며 중얼거렸다.

자신의 감정에 동조해 달라는 것 같지만.

아몬드는 아무런 말도 못 했다.

그는 애초에 절망을 느낄 정도로 이 세계에 오래 있지 않았다.

“탈출하자. 레이나. 여기서 나갈 수 있어.”

대신 그가 할 수 있는 건, 레이나와 여기서 나가는 것.

놀랄 수도 있다고 여겼지만 그녀는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레이나는 되려 이런 말까지 했다.

“네가 나타나고 희망이 생겼어.”

“……?”

“난 이미 탈출 루트를 어느 정도 파악해 뒀거든.”

슥.

레이나가 딱 봐도 어렵게 구한 게 뻔한 양피지 같은 것에 새겨놓은 지도를 슬쩍 꺼내 보여준다.

-와 레이나 ㅈㄴ 똑똑하네

-레동여지도 ㅋㅋ

-이걸 레이나가? 이러면 생각보다 쉬운가 본데요?

레이나가 루트를 알고 있다.

그렇다면 생각보단 훨씬 수월해질 듯하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아몬드의 머리를 스친다.

‘그러면 왜 그간 탈출에 실패했지?’

지도는 빠진 곳 없이 완벽했다.

레이나의 기억도 유지되고 있다.

그러면 왜?

“다만 어려운 일이 하나 있어.”

레이나가 지도 끄트머리 어느 한 곳을 가리킨다.

‘문’이라고 쓰여 있는 곳 바깥. 커다란 빨간 점.

그녀는 아몬드의 손을 잡으며 덧붙였다.

“네가…… 아니, 우리가 계약자를 죽여야 돼.”

문을 지키고 있는 빨간 점은 계약자였다.

‘이래서 못 나갔구나.’

-누가 봐도 아몬드가 죽여야 하죠?

-급하게 우리로 수정하는 거 뭐옄ㅋㅋㅋ

-조별과제 on!

-익숙한 캠퍼스의 향기가……

-그나저나 레이나 이제 걸핏하면 손잡는데 이거 버그 아닌가요?

-레이나 탈출시켜줘 ㅠㅠㅠ 견과류 쉑아

* * *

[초보자 Tip : 탑, 미드, 바텀별로 미니언은 주기적으로 계속 적진을 향해 돌진합니다. 그들을 이용해 포탑을 제거하고, 적의 성소를 탈환해 승리를 거머쥐세요!]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