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1부-159화 (159/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59화

56. 준비 시작(2)

시청자 1.5만.

이건 기록이었다.

심지어 지금 시간이 애매한 5시라는 걸 고려하면 2만까지 갈 포텐이 마련된 셈이다.

‘아무래도 대회가 궁금해서 몰려온건가.’

가끔 이슈가 생기면 이렇게 방송 시작에만 우르르 몰려왔다가, 원하는 대답을 듣고 다시 우르르 빠지는 경우가 있다.

아니나 다를까, 시작부터 후원이 터졌다.

[악성데협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아니, 릴 업적이라곤 레이나 첫키스 도둑질한 거밖에 없는데 어떻게 대회를 나가나요!?]

[오만 님이 5천 원 후원했습니다.]

[정말 대회 나가나요??]

[루비 소드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와 대회! 대박!]

전부 대회 소식에 관련된 후원이었다.

“악성데협 님. 감사합니다. 업적…… 그거 비슷한 게 맞긴 하네요. 루비소드 님도 감사합니다.”

-아 그건 업적 맞지 ㅋㅋㅋ

-아몬드: 레이나랑 키스한 건 업적 맞다.

-업적이 아니라 모두의 적. 데엠~!

[기뤠기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이번 대회 목표가 뭔가요!?]

“일단 목표는 당연히 대회 우승입니다.”

-캬~!

-이게 아몬드지

-이게 호두지.

-이게 피넛이지.

[기뤠기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이번에 단무지 님 참가하시는뎅. 이길 수 있나요?]

“……단무지가 누군데요.”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ㅁㅊ ㅋㅋㅋㅋ

-기뤠기넘 이거 기사 따가려고 물어봤냐?

-단무지 모르심?

단무지는 은퇴한 프로들 중 현재 가장 폼이 좋은 사람이었다.

애초에 은퇴를 고작해 봐야 5개월 전에 했으니, 사실상 현역에 가까운 인간이다.

프로 시절에도 괴물에 가까운 역량을 보여줬었기에, 그의 팀은 단연 이번 대회의 우승 후보다.

[기뤠기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도토리묵 님 있는 팀!]

“아…… 그렇군요.”

-관심 없는 아몬드.

-???: 단무지는 모르겠고 짜장면 먹고 싶네

-텐션 어쩔 거야!

-기레기 쳐내!!

“단무지님이 좀 잘하시는 분인가 본데. 어찌 됐든 전 제 연습만 하면 되죠. 뭐. 일단은 30레벨 찍기가 지금은 젤 중요합니다.”

-목표가 대회 우승인데 30레벨 찍기 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 레벨 30찍으러 가면서 무슨 우승이야 ㅋㅋㅋ 개웃기네

-헬스 1일 차: 저 근육 괴물 되면 어쩌죠? ㅠㅠ

-커엽ㅋㅋㅋㅋ

비웃는 채팅은 예상했다.

아몬드는 가볍게 웃어넘기며 말을 이었다.

“오늘은 새로운 화신을 할 거예요. 대회에선 여러 개 쓸 줄 알아야 한다더라구요. 이제 코인도 꽤 생겼으니 살 수 있겠죠.”

-오오오오

-드디어!

-레이나 버린다고?!

새로운 화신을 쓴다는 말에, 채팅창은 한바탕 난리가 벌어졌다.

‘사람이 많으니, 난리도 더 심하네.’

-레이나 버려?!

-와 무친넘…….

-레이나 평생 책임지는 거 아니었나요!? 이거 나무위키 논란 목록에 띄울 겁니다!

-나쁜 남자 아몬드…….

-견과류 쉑아 호두를 박살 내버린다!! 당장 레이나 골라!!!

-하 데협들 ㅈㄴ 많네 ㅋㅋㅋㅋㅋ

-나만 레이나 벌써 그립냐 ㅠㅠ

아몬드는 저도 모르게 자신의 입술을 만지작거렸으나, 이내 고개를 젓는다.

‘별수 없지.’

레이나는 성능 평가가 하위에서 거의 1등을 달리는 녀석이다.

안타깝게도 대회용으로는 쓰기 힘들다는 말이 많았다.

주혁의 의견도 비슷했다.

「레이나 말고 다른 화신도 최소 3개는 더 연습해야 해. 너를 3밴 해도 하나는 남아야 하니까.」

그가 대회에 대해서 리서치해 보고 들려준 말이, 대회에선 ‘밴(Ban, 금지)’이라는 걸 하는데.

어떤 특정 화신을 쓰지 못하게 해버리는 제도라고 한다.

이는 성능이 좋은 특정 화신이 반복해서 활용되는 걸 막기 위한 제도다.

만약 이 밴을 레이나에 활용하면 상대 팀도 우리 팀도 레이나를 쓰지 못하게 된다.

즉, 1만 년 동안 레이나만 연습해서 마왕이라고 불릴 법한 실력을 쌓는다고 해도, 대회에선 그냥 ‘밴’ 한 번에 아무 힘도 못 쓸 수도 있다.

그러니까 하나의 화신만 주구장창 연습한 소위 ‘장인’들은 대회에선 힘을 못 쓴다.

아몬드가 지금 그런 상황이다.

그는 레이나밖에 해본 경험이 없으니까.

“저 다른 화신 연습해야 돼요. 안 그러면 팀원들한테 욕먹습니다.”

-레이나로 다 뿌수라고 ㅠㅠ

-그녀의 처음이 당신에겐 아무렇지도 않은 겁니까?

-금태양 쉑…….

-연습해야 하긴 함. 하지만 레이나는 이 일을 기억할 것임.

“그러니까 지금 상점으로 가겠습니다.”

상점은 도서관의 형태를 띄고 있었다.

그곳을 관리하는 주인은 거대한 고양이다.

“어서 오시게! 계약자여!”

“화신을 좀 보러 왔어요.”

“화신은 이쪽이네!”

고양이가 앞발로 가리킨 곳으로 들어가니, 수많은 책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저게 다 화신들의 전설이 적힌 전기(傳記)였다.

저기서 마음에 드는 화신의 책을 펼치면 된다.

하나, 일일이 먼지 묻은 책 커버를 확인하며 무슨 책인지 확인할 수는 없는 법.

우웅……!

가까이 가니 편리하게도 텍스트가 떠오른다.

[도끼 광전사 - 무라트]

[부두술사 - 쿠이판]

[전격 마법사 - 케이자드]

익숙한 이름들이 몇몇 보였다.

그들과 관련된 전설도 몇 줄 읽어보니 꽤나 흥미롭다.

하나, 그는 구입할 화신이 정해져 있었다.

“사나는 어딨지.”

그는 사나를 사고 싶었다.

‘저기 있다.’

[사나 - 빛의 선율]

책의 첫장엔, 사나를 그려낸 일러스트가 있었는데, 아름답기 짝이 없었다.

레이나가 인간의 아름다움이었다면, 사나는 꼭 다른 세상에서 온 존재 같았다.

새하얀 피부에 은발, 그리고 신비로운 적안. 갑주 대신 나풀거리는 하얀 예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것이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와 같았다.

괜히 성녀라고 불리우던 것이 아니다.

-크 사나가 갑이지

-레이나! 컷!

-ㄷㄷ

-무친놈들 ㅋㅋㅋㅋ 태세 전환 보소

-난 레이나가 더 좋아! 난 레이나가 더 좋아!

사나의 일러스트가 방송 화면에 잡히자 채팅에선 또 한바탕 난리가 일어났다.

레이나 파와 사나 파가 갈려서 싸움을 벌이는 것이다.

물론 진지하게 임하는 사람은 없고, 그냥 재미로 투닥거리는 것일 터니 아몬드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이걸로 할게요.”

“호오? 사나?”

고양이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빛의 선율. 사나. 훌륭한 화신이지. 정말 훌륭해…….”

얼굴이 붉어지는 고양이.

-저 자식 뭐가 훌륭하다고 하는 거냐?

-성능이죠? 성능?

-ㅋㅋㅋㅋㅋㅋㅋㅈ냥이쉑

-쟤 수컷이었어? 헐…… 내, 내 마음 물어내!!!

“한데 코인은 있나? 사나의 전설은 꽤나 비싼데.”

[8,900 코인 필요]

[현재 20,000 코인 보유]

돈은 충분했다.

“네. 주세요.”

“호오? 격이 낮은 계약자인데. 저렇게나 많은 코인이 있군? 하나─”

고양이는 도톰한 검지를 들어 보였다.

“사나는 오로지 코인만을 쫓는 그런 화신은 아니라네. 그녀는 평화를 사랑한다구.”

갑자기 이게 뭔 말인지 몰라, 아몬드는 가만히 있었다.

“사나는 다른 화신들과의 불화를 원치 않네. 아마 자네가 다른 화신들과 관계가 원만한지를 볼 것이야.”

고양이가 부담스럽게 거대한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다.

“즉! 자네와 화신들의 평균적인 친밀도가 높아야 한단 말이지! 하나…….”

“?”

“자네처럼 격이 낮은 계약자라면, 볼 것도 없긴 하지. 다른 화신을 염두에 두는 게 좋을 걸세.”

고양이는 씩 웃으며 발톱 하나를 아몬드의 머리에 콕 찝었다.

우웅!

푸른 빛이 그를 감싸기 시작했다.

-대단한 건 사나인데 자랑은 고양이가 하누 ㅋㅋㅋ

-버는 건 인간이고 먹는 건 고양이.

-ㅈ냥이 쉑 왜 지가 기고만장한 거냐.

-???: 킹덤이었으면 말도 못했을 놈이…….

“친밀도가 50은 넘어야만 사나가 움…… 엥?”

그가 뭘 봤는지는, 아몬드로선 뻔했다.

그가 가진 화신은 레이나 하나뿐이고.

레이나는 친밀도 50은 물론이고, 100을 넘어 신뢰도라는 항목으로 넘어간 상태다.

“자, 자네…… 최초의 업적을 가진 계약자였군!!”

턱.

고양이가 깜작 놀라며 뒤로 펄쩍 뛴다.

-ㅋㅋㅋㅋㅋㅋㅋ리액션킹

-알아 모셔라 인마

-드디어 레이나의 첫키스 상대라는 걸 알아버린 고양이

-암살을 조심하세요. 아몬드 님. 저 새끼도 데협일 수도 있습니다.

-사나가 취향인 걸 보면 레이나를 좋아하는 건 아닐 듯ㅋㅋㅋ

“왜 진작 말하지 않았지?”

“말하면 뭐가 좋은데요?”

“자네 정도로 화신과의 관계가 긴밀한 계약자라면, 사나는 대가를 받지 않고 계약을 진행할 것이라네!”

그 순간, 사나의 책이 빛나기 시작했다.

“오…….”

-오…….

-오멘…….

-옼ㅋㅋㅋ

-간만에 오멘.

-와 사나가 공짜라니

-ㄷㄷ 부럽

-아니 이게 말이 됨? 레이나랑 키스했다고 사나가 공짜라니?

쿠웅!

굉음이 울려 퍼지더니.

하늘 위에 하얀 빛이 일렁거렸다.

파지지지직──

이내, 화신 사나의 형상이 빚어지기 시작했다.

하얀 광풍에 머리가 휘날리는, 그녀의 자태는 그야말로 신화 속의 여신.

그중에서도 분명 선역(善役)의 여신임이 틀림없었다.

〔반가워요. 계약자.〕

하얀 손을 내밀며 싱긋 웃는 사나.

아몬드는 그녀의 손을 맞잡았다.

[화신, 사나와의 계약에 성공했습니다.]

[교류의 장에서 그녀와 대화할 수 있습니다.]

[전장에서 그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코스튬 제한이 해제되었습니다.]

[퀘스트 ‘첫 구매’를 완료하였습니다.]

.

.

.

각종 해금 사항이 떠오르고, 사나는 공간에서 사라져 버렸다.

“더 구매하실 게 있는가?”

아몬드는 돈이 한참 더 남아버렸기에, 다른 화신을 조금 더 구경할까했지만.

“다음에 올게요.”

일단 사나를 플레이해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 * *

모든 화신은 처음 구매하면 튜토리얼부터 해보는 게 정석이다.

하나 아몬드의 시청자들은 그런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튜토리얼부터하면 ㅈ 떼야지

-튜토하면 ㄹㅇ 믹스넛츠 중에서 피넛만 사라지는 거임

-ㅅㅂ놈들ㅋㅋㅋ 지들은 튜토리얼 10판 하고 랭크 돌릴 새끼들

-돈이라도 내고 ㅈㄹ해라

튜토리얼의 지루함을 보고 싶지 않은지, 그들은 노말대전부터 속행하기를 원했다.

아마 아몬드가 미숙한 화신을 했다가 탈탈 털리고 욕을 잔뜩 먹는 걸 바라는 것 같았다.

[손큰콜로니 님이 미션을 등록했습니다.]

[미션 : 튜토 없이 사나 첫판 1승]

[금액 : 20만 원]

-ㄷㄷㄷ 노말 1승에 20만 원을 태워?

-첫판 1승 20만 원 와

-손큰콜로니 님 아직도 있었네

-성좌다! 성좌!

“손큰콜로니 님. 제안이란 걸 할 줄 아시네요. 알겠습니다.”

아몬드는 장난스레 다른 시청자들에게 눈치를 주며 노말 대전을 속행했다.

-자본에 절여진 호두.

-피넛 삭제 ㄲㅂ

-돈몬드…….

-님 그렇게 돈 좋아하면 정수리에 화살 과녁 생김

마지막 채팅을 친 시청자는 밴을 당했다.

띠링.

[타코야끼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개념밴 ㄱㅅ합니다. 탈모인을 농담 소재로 쓰지 말아주세요!]

-헐 타코 찐임?

-ㄷㄷ 타코야끼

-왜 이런 귀한 곳에 누추한 분이?

[타코야끼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아몬드 님의 연습을 지켜보러 왔습니다. 아니, 그의 ‘열정…’을 보러왔달까요? 그나저나 사나라……. 저 랭크 솔로 플레이에선 약한 화신인데. 한번 보겠습니다.]

-저 문어쉑 컨셉은 여전하네 ㅋㅋㅋ

-타코쉑아…….

-ㅋㅋㅋㅋㅋㅋ님의 두피 열이라면 뭐…… 열정을 논할 만하죠

-열정의 대머리 ㄷㄷ

“타코 님이 저 피드백해 주신대요. 그것도 컨텐츠로 방송 중이니까, 볼 사람들은 보세요.”

아몬드는 간단한 설명을 곁들였고, 그사이 노말 큐가 잡혔다.

[팀원을 모두 찾았습니다.]

[대기실로 이동합니다.]

대기실로 이동 후.

“…….”

5인 사이에 흐르는 잠시의 침묵.

‘웬일로 별일이 없네.’

늘 노말 큐를 잡으면 싸움이 일어났었는데. 오늘은 운이 좋았다.

“어디 가실래요.”

“바텀, 원딜요.”

아몬드는 잽싸게 원딜 포지션을 골랐다.

속전속행으로 나머지 포지션들도 정해졌다.

-와 오늘은 평화롭네

-이게 사나의 축복입니다.

-ㅋㅋㅋㅋ아무도 욕하는 놈이 없으니 기분이 이상하누.

“원딜님. 뭐 고르십니까?”

아몬드를 보좌하게 될 서포터 유저가 질문했다.

“저 사나요.”

“아. 그럼 공격적인 서포터 해야겠네요.”

“……네, 네.”

아몬드는 뭔 말인지 모르지만, 일단 그냥 아는 척 대답하며 사나를 골랐다.

〔평화를 위해, 때로는 싸워야 하죠.〕

사나는 기계적인 대사와 함께 아몬드에게 깃들었다.

그런데…….

〔……칫.〕

사나의 목소리가 아닌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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