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70화
59. 실버 vs 마스터(3)
시청자 2만.
처음으로 2만을 돌파했다.
이 정도면 일시적으로나마 스트리머 전체에서 상위 10%에 드는 수준이었다.
-베팅하러 왔다 ㅋㅋㅋ
-크. 이 집 방송 할 줄 아네.
-간만이네 포인트 토토
-역배들아 정신이 들어!? 역배들아 정신이 들어!?
딸기슈터, 그리고 타코의 시청자들까지 일부 흡수한 결과였다.
주혁은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이거지.’
예상대로 딸기슈터는 베팅 시스템을 켜지 않았다. 실버인 아몬드에게 질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을 게 뻔한데 그런 짓까지 할 리가 없다.
몸집만 컸지 성격은 소심하다는 게 주혁의 분석이었고, 딱 맞아들었다.
타코야 당연히 베팅을 켜지 못한다.
자신이 직접 뛰는 경기도 아닌데, 베팅을 했다가는 나중에 무슨 문제가 생길지 예측하기가 힘들었다.
여기서 베팅을 켤 수 있는 사람은 딱 하나.
아몬드다.
준비된 멘탈, 그리고 언더독의 위치.
거기에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기세까지.
이 3개의 요소가 합쳐져서 지금의 베팅 판을 만들었다.
13% 대 87%
언뜻 보면 매우 언밸런스해 보이지만, 사실 이런 경기가 베팅에는 최적이다.
어떤게 정배인지, 어떤 게 역배인지 확실히 구분되며, 역배를 걸어도 충분히 승산이 있어 보이는 선은 유지되고 있으니까.
그야말로 불 타기 딱 좋은 구도라는 거다.
-역배 가즈아아아아아!
-실버의 유쾌한 반란 보여줘!!!
-병신 역배충들에게 심판을 내려주시죠! 딸기님!
-마스터를 뭘로 보고 ㅋㅋㅋ 13%나 걸어?
-브실골 새끼들 ㅋㅋㅋ 희망 사항 투영
지금 채팅창 상황이 이렇게 되는 게 그 증거였다.
그리고, 평소엔 베팅 시스템을 켜선 안 된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일단 주혁이 너무 바빠진다.
삭제하고 밴할 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니까.
“그래. 2만이나 들어오는데. 까짓거 다 관리해 주마.”
주혁은 소매를 걷어붙이며 마우스를 잡았다.
그리고, 아몬드의 레이나와 딸기슈터의 독침버니가 마침내 맞닥뜨리는 순간이었다.
-드디어!
-오오오오
-들이박아 아몬드! 원래 그렇잖아! (딸기한테 검)
* * *
“자! 드디어 만났죠?!”
이젠 아예 해설자 모드로 돌변한 타코가 책상을 탁 치며 외쳤다.
“딸기슈터의 모스트 1이 독침 버니인 거 다들 알지? 쟤한테 몇 대 맞다 보면 어느새 독 대미지가 쌓여서 선 채로 죽는다고.”
-딸기 쉑 비겁하게 모스트 1 ㅋㅋㅋㅋ
-저 새끼 ㅋㅋㅋ ㅈㄴ 최선을 다하네 마스터 주제에
-바로 독침버니 ㅋㅋㅋ
딸기슈터의 덩치와 맞지 않는 성격을 대변하듯이, 작고 귀여운 캐릭터인 독침버니는 그의 모스트 1 화신이었다.
가장 많이 플레이했고, 가장 잘하는, 마치 자신의 신체 일부와도 같은 화신이었다.
“걍 아예 기선제압을 하려는 거지 이건.”
-ㄹㅇㅋㅋ 실버 쉑 기강 잡아야제~
-오늘 저녁은 믹스넛츠다 이 말이야!
-오드득! 오드득!
-NOㅏ몬드. 동참하세요. 레이나랑 키스한 새끼 뭐하러 응원하죠? 한국인이면 제발 동참하세요
“아. 그러고 보니 아몬드가 주캐인 레이나를 꺼내 들었죠? 나도 이건 처음 봐. 사실 연습 때 하도 안 해서 이제 주캐 아닌 줄 알았는데.”
레이나.
타코 입장에선 소문만 무성한 아몬드의 주캐였다.
1주일간의 게임에서 한 번도 꺼내지 않았던.
“아무리 주캐라도 1주일 만에 처음하는 거면 확실히 불안하긴 하죠?”
뿌우──
뿔나팔 소리와 함께 미니언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둘은 천천히 미니언을 죽여가기 시작했다. 만나자마자 싸움을 시작하진 않으려는 모양이다.
나락 결투 모드라고 해도 미니언 파밍은 중요했다.
이젠 아몬드도 그 사실을 알기에 함부로 달려들지 않는다.
피융! 피융!
가벼운 동작으로 활을 당겼다.
탕! 탕!
산들산들거리며 대충 쏘는 것 같은 화살도, 전부 미니언들의 타깃으로 완벽하게 안착했다.
퍼엉! 펑!
-와씨 뭐냐?
-cs 먹는 거 귀신이네
-미니언 멸시하던 거 버릇 고쳤네 ㄷㄷ
-혼자 몰래 연습했나??
침착하게 미니언들의 타깃을 터뜨리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는 아몬드를 보며 시청자들은 벌써부터 은근한 불안감을 느꼈다.
딸기슈터에게 건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레이나 아직 살아 있네
-ㅋㅋㅋㅋ정배들 덜덜 떠는 것 봐
-뭔가 움직임 자체가 다른데? 내가 하던 거랑 같은 레이나 맞냐?
고랭커들은, 주력 화신을 잡으면 사소한 움직임 하나까지도 달라진다.
마치 몸이 몇 배는 더 가벼워진 것처럼 원래라면 피하지 못할 스킬도 피해내고, 맞히지 못했어야 할 스킬은 욱여넣는다.
그런 어떤 알 수 없는 ‘기세’라는게 그들에겐 있다.
그런데 그게 지금 아몬드에게도 느껴지고 있었다.
〔간만인데도, 꽤 하네.〕
무려 1주일 만에 다시 하는 화신인데도 말이다.
-일편단심 레이나…….
-레이나 속지 마 ㅠㅠ 이 새낀 양아치야!
-아몬드는 사나를 더 좋아한다고!
-정보) 아몬드는 킹덤보다 망나니 용사를 더 좋아하고, 레이나보다 사나를 더 좋아한다
레이나마저 인정한 아몬드의 최적화된 움직임.
스스로도 느끼고 있었다.
‘확실히…… 감각이 돌아오고 있어.’
가장 처음에 손을 댔던 화신이라 그런가, 몇 번 당겨보니 금세 감이 왔다.
그렇게 평화로운 미니언 파밍이 잠시 지속되는 중.
딸기슈터가 한 발 앞으로 다가왔다.
‘온다.’
사거리는 둘이 같았다.
서로의 사거리가 겹쳐지는 그 순간, 아마 결판이 날 터다.
푹, 푹…….
독침으로 미니언들을 하나둘 해치우면서 천천히 접근해 오는 딸기슈터.
짧은 다리가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사거리 안팎으로 줄타기를 한다.
레이나의 표적이 생겼다가, 사라졌다가를 반복한다.
확실히 마스터. 움직임에 빈틈이 없다.
그러던 중, 독침 버니의 볼이 크게 부풀었다.
“!”
아몬드는 저게 어떤 전조인지 알고 있었다.
[실명침]
팡!!!
“어! 딸기의 실명침!! 싸움이 시작됐어요!”
일반 독침보다 사거리가 조금 더 긴 실명침. 독침 버니의 스킬이다.
상대의 사거리 감각을 무뎌지게 한뒤 기습적으로 쏘는 실명침은 1 대 1에서 치명적이다.
“저걸 맞으면 실명이 돼서 시야가 안 보이거든요?! 그러면 사실 원딜 싸움에선 끝이라고 봐야죠!”
독침은 화살보단 대미지가 약하지만 빠르다.
쉬이익!
바람을 잘라내며 날아오는 침이 무서운 소리를 낸다.
일반적인 플레이어는 도저히 반응할 수 없는 속도다.
그러나──
“어?! 레이나가 없어졌어! 아몬드 언제 반응했죠?”
아몬드는 이미 몸을 던져 구른 뒤였다.
‘뭐?’
딸기슈터는 일순간 당황했다.
‘어떻게 반응했지?’
일단 실명침을 맞혀놓고 일방적인 딜 교환을 하는 게 독침 버니의 기본이다.
그 말은, 이건 피할 수 있는 종류의 기습이 아니란 뜻이다.
‘적어도 그마 이상은 돼야 반응하는 건데…… 게다가 어디로 갔어?!’
심지어 레이나가 눈앞에서 사라졌다. 은신기술 같은 게 있을 리가 없는데?
딸기슈터는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타코는 알고 있는 듯했다.
“아, 이게 그건가?! 아몬드의 레이나만 있다는 구르기 시에 1초 은신!!”
-레이나랑 키스하고 받은 더러운 기술ㅋㅋㅋㅋ
-아 이게 보상임? ㄷㄷ하네
-와 좃사기누 ㅋㅌㅋ
파앙!
푸른 망토로 감싸인 신형이 드러남과 동시에 쏘아지는 화살.
푸른 빛이 미니언들의 머리 사이로 파고들어 날았다.
도착지는, 독침버니의 귀 위에 그려진 타깃.
퍼엉──!
“컥!”
귓가에서 푸른 불꽃이 튀어 올랐다.
그뿐이 아니다.
〔타겟팅(Targeting)〕
레이나의 음성과 함께 수많은 타깃이 몸에 생성되었다.
딸기슈터는 당황했다.
‘이, 이렇게나 많이 뽑는다고?’
보통의 레이나와는 뭔가 달라도 아주 달랐다.
그는 위협을 느끼고 얼른 다시 독침에 바람을 불어넣었다.
후우!
작은 깃이 파르르 떨리며, 허공을 자를 듯이 날아간다.
피잉──
목표지점은 아몬드의 콧잔등.
그 순간, 아몬드의 오른손도 푸른 마력의 활시위를 놓았다.
푸른 화살도 허공을 빠르게 내달렸다.
──팅!
“?!”
독침은 허공에서 푸른 스파크와 함께 사라졌다.
“아아아아── 나왔죠?! 아몬드의 특장기! 투사체 튕겨내는 거! 아니, 근데 이게 저런 독침에도 된다고?!”
-저게 보여?!
-허
-무쳤다
-정배들아 정신이 들어?! 너흰 끝이야! ㅋㅋㅋㅋ
딸기슈터는 뒤통수를 망치로 한 대 후려 맞은 듯했다.
‘이…… 이게 뭐야.’
아몬드의 장기가 저런 기교 플레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 독침까지도 튕길 수 있다고는 생각 못 했다.
‘나도 연습했거든.’
아몬드는 씩 웃으며 푸른 스파크로 타오르는 활시위를 당겼다.
상대의 주 캐릭터가 독침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
틈날 때마다 지아에게 독침버니를 시켜서 연습하곤 했다.
파앙!!
그의 화살이 날았다.
독침버니는 아직 쏠 채비도 못 한 상태다. 독침 버니는 움직이면서 아주 수월하게 쏠 수 있는 반면, 연사 능력에선 당연히 활보다 밀린다.
특히 그게 아몬드의 활이라면…….
펑!
독침버니의 눈알에 그려졌던 타깃이 터져 버렸다.
거기서 다시 하나 더.
연이어 날아간 화살이 다시 복부의 타깃을 터뜨려 태웠다.
콰앙!
푸른 마력이 한 번 더 폭발을 일으켰다.
3콤보를 맞혔을 때 나오는 마력 피폭이다.
순식간에 터져 나온 대미지에 딸기슈터는 반사적으로, 토하듯이 독침을 내뱉었다. 이제야 장전이 하나 된 것이다.
‘내가 1개 쏠 때 대체 몇 개를 쏘는 거야!?’
딸기슈터도 장전속도가 굉장히 빠른 플레이어인데. 아몬드의 레이나에 비하면 1/3뿐이 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스윽.
아몬드는 또 몸을 굴려 시야에서 사라졌다.
독침은 또 허공을 갈라, 애꿎은 미니언의 눈에 들어갔다.
푹.
“이런……!”
독침 버니의 눈이 커다래졌다.
그는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것이다. 레이나가 어디로 이동했는지……!
그는 얼른 뒤로 돌아 포탑 쪽으로 뛰었으나.
반응이 늦었다.
팟!
그의 바로 뒤에서 나타난 아몬드가 팽팽하게 당겨놓은 활시위를 놓았다.
퍼어엉!
뒤뒷통수의 타깃이 터져 나갔다.
“컥!”
아몬드는 앞으로 굴러서 상대 쪽으로 붙은 것이다.
“아! 아몬드 지금 앞으로 굴렀죠?! 이 말은……!”
킬 각이라는 뜻이다.
적어도 아몬드의 눈에는.
퍼버벙!
푸른 타깃이 연이어, 무력하게, 맥락도 없이 터지기 시작했다.
독침버니는 반항조차 제대로 못 하고 허공에 침을 난사했다.
제대로 노리고 쏘는 모양새가 아니었다. 강한 충격에 이리저리 주먹을 휘두르는 권투 선수. 딱 그 꼴이었다.
펑!
퍼벙!
퍼버버벙!!
반면 아몬드의 공격은 죄다 꽂힌다.
그는 네모난 링 위에서, 점점 구석으로 몰리는 중이다.
“수, 순식간에 17콤보!! 이러면 대미지가 장난이 아닌데?!”
원딜러 중 그나마 체력이 높은 독침버니는 조금 더 버티긴 했으나.
말 그대로 시간의 문제일 뿐.
이내, 푸른 불길로 산화해 버렸다.
-와아아아아아!!!
-뒤졌다! 정배 씹새들!
-역배 만세! 역배 만세!
-아몬드 ㅠㅠㅠ 진짜 존멋 미쳤나바!
-실버가 마스터를 ㅅㅂ ㅋㅋㅋ
.
.
.
나락 결투전은 한 번 죽으면 끝나는 룰이다.
이 경기는 아몬드의 승이었다.
3판 2선.
이제 아몬드가 이기기까지 한 판 남았다.
“와…… 이거 딸기 멘탈 좀 털렸겠는데?”
타코는 흥미롭다는 듯이 웃었다.
-ㄹㅇㅋㅋ
-와 ㅋㅋㅋㅋ
-이걸 아몬드가 이기네?
-지렸다 레이나 ㅅㅂ
-은신 좃사기 아님?!
은신. 그렇다.
이번 레이나는 그런 변수가 있었다.
“딸기가 은신을 생각 못 해서 방심한 것 같죠? 그렇다면 다음 경기는 아몬드에게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1 대 1은 같은 화신을 연달아 고를 수 없거든요! 아…… 그나저나 지금 시청자들 반응이 너무 뜨거운데요? 진정하세요.”
-ㅋㅋㅋㅋㄹㅇ
-베팅해서 그래 ㅅㅂ ㅋㅋㅋ
-무친넘들ㅋㅋㅋ
커뮤니티에선 그리고 채팅창에선, 아몬드가 한 판을 이긴 것만으로도 아주 뜨겁게 불타고 있었다.
그 와중에 다음 경기가 시작됐다.
“어찌 됐든 경기는 계속됩니다! 딸기슈터! 제발 채팅창이랑 커뮤니티 댓글 보지 마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