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75화
61. 연습 경기(2)
모스트 솔리아.
‘솔리아’라는 화신을 모스트(Most, 가장 많이)로 플레이했다는 뜻이었다.
줄여서 모솔.
이게 아마추어 최강 중의 하나, 챌린저 모솔의 아이디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네이밍 센스 덕에, 그는 새로운 시청자가 유입될 때마다 늘 이런 해명을 늘어놔야 했다.
“아니, 모솔 뜻이 모태솔로가 아니라, 모스트 솔리아라니까!?”
-그걸 누가 인정하냐고 새끼야 ㅋㅋㅋㅋ
-꼬우면 니가 국어사전 써ㅋㅋㅋㅋ
-모태솔로 모태솔로 모태솔로 모태솔로
-또 유입들 ㅈㄴ 많아져서 다시 설명해야 하네 ㅋㅋㅋㅋ
-이쯤 되면 그냥 니가 바꿔 모솔새꺄
[그래?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야 모솔 새꺄 ㅋㅋㅋ 이거 모스트 솔리아지?]
“아…….”
-모스트 솔리아라는 뜻입니다만?
-ㅋㅋㅋㅋㅋㅋ엌ㅋㅋ
-가불기ㅋㅋ
-또 모스트 솔리아라고 해봐 모솔 새꺄
모솔(모스트 솔리아)는 이마를 탁 짚으며 화를 식혔다.
“하아. 그래. 인기가 많아져서 그런 거니 참아야지.”
[현재 시청자 2.1천]
인기가 많다고 하기엔 조금 물음표가 붙을 법한 시청자 수였다.
아마추어 챌린저이긴 했지만, 그리 인기는 많지 않았던 모솔이다.
평균 시청자가 1천 아래였다.
그나마 지금 대회 컨텐츠로 시청자가 거의 2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덕분에 1천 원 2천 원 후원이 아닌, 꽤 통 큰 후원을 넣어주는 시청자도 생겼다.
[괜찮아 나도 모솔 님이 5천 원 후원했습니다.]
[이제 연습 경기인데. 그 팀에서 가장 견제되는 사람은?]
“아~! 무려 5천 원~! 후원! 감사합니다!”
모솔은 방송적인 말투로 후원 감사를 전했다.
상당히 목소리가 씩씩하다.
-ㅋㅋㅋ 19살의 텐션
-크 이게 젊음?
-ㅋㅋㅋㅋㅋㅋㅋ커엽 ㅠ
에너지가 넘치는 방송.
이게 모솔 방송의 컨셉이다.
팔팔한 19살이라는 나이와 잘 어울린다.
“가장 견제되는 사람…… 아몬드 님이죠!”
-아몬드?
-딸기슈터가 아니라?
-미호는?
-풍선껌은?
-전자파는?
“전자파 님은 왜요. 출전도 안 하잖아. 그 사람이 출전하면 견제하는 게 아니라 도망쳐야지.”
-ㅋㅋㅋㅋㅋㄹㅇ
-하긴 ㅋㅋㅋ
-전자파 무새들 ㅅㅂ 방 좀 빼!!
-아 모솔 쉑아 어그로 좀 끌리지 마. 초보 티 내면 뒤지는 거야 이제
“아. 저거 어그로야? 하하…….”
이제 막 인기가 생기기 시작한 그는 딱히 뭐가 어그로인지, 아닌지 구분을 하지 못했다.
상현처럼 이런 게임 외적인 부분을 관리해 주는 매니저도 없는 데다가, 채팅창 관리는 대부분 후원을 많이 해준 팬이나, 지인들로 운영되는 그야말로 아마추어였으니까.
[질문봇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근데 님은 프로 안 함? 19살인데]
“아 질문봇 님. 질문 감사합니다. 프로…… 안 해요!”
-ㅋㅋㅋㅋㅋ 고민 0
-엌ㅋㅋㅋ
-해맑아
-집에 돈이 많아 얘는 ㅋㅋ
“돈이랑은 상관없어요. 저는 프로랑 안 맞아요. 그냥 저는 방송하는 게 좋아요. 릴만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대회 얘기나 다시 해.
-또또 어그로 끌려서 휘둘리네 ㅋㅋㅋㅋ
“아. 그래. 대회. 이번 연습 경기에서 가장 견제되는 사람. 아몬드 님이야. 딸기슈터 님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은 다 별로 견제 안 돼요.”
-같은 라인도 아닌데 왜요?
-ㄹㅇ?
-고평가하네…… ㄷㄷ
-이거 아몬드 방에 클립 떠서 들어갈 듯 ㅋㅋ
“그냥 제 생각인데. 음…… 아몬드 님이 님들 생각보다 훨씬 더 잘해요. 아직 보여준 화신도 별로 없잖아. 난 그게 좀 무서워. 그래서 이번 연습 경기 때 안 보여줬던 화신을 좀 꺼내게 만들어야 해.”
-어떻게?
-오 아몬드의 다른 픽 궁금하긴 허네
-보여줄 화신이 없는 거라고는 생각 안 함?ㅋㅋ
-연습 경기에서 그걸 보여주겠음?
“안 보여주면…… 뭐, 우리가 그냥 개바르겠지.”
-자신감 ㄷㄷ
-와
-모솔: 아몬드 제외하면 다 좃밥이다
-크! 이게 19살!?
-만약 져도 그냥 픽 공개 안 하면?
“져도 공개 안 하면? 아몬드 님이 그걸 견딜 수 있을까? 아무리 연습 경기라도 말이야. 그런 분들은 내가 몇 번 봐서 아는데. 지는 거 싫어해.”
-모솔(19): 내가 많이 봐서 안다 ㅋㅋㅋㅋㅋㅋㅋ
-모솔(19) 웃음벨이눜ㅋㅋㅋㅋㅋ
-19년 산 주제에 뭘 봐 보긴 인맠ㅋㅋㅋㅋ
-엌ㅋㅋ
“아씨…… 일단 고! 이제 곧 시작이다.”
* * *
그렇게 시작된 경기의 첫 밴.
레이나.
[밴#1]
[냉혈의 마궁수 - 레이나]
그 밴이 뜬 이후.
타코는 잠시 모솔이 서 있는 쪽을 노려봤다.
피식.
모솔이 타코와 눈이 마주치자 웃어 보인다.
19살의 패기란 게 좋긴 하구나. 타코는 내심 그런 그가 부럽기까지 했다.
“저 자식들. 제대로 붙어보자는 거 같은데?”
타코도 곧장 솔리아를 밴했다.
솔리아는 모솔의 가장 자신 있는 픽이었다.
적은 별로 동요하는 기색도 없었다. 그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두 번째 밴을 눌렀다.
[밴 #2]
[빛의 선율 - 사나]
사나였다.
‘이거…….’
타코와 아몬드의 눈이 마주쳤다.
누가 봐도 아몬드를 견제하는 밴이었다.
아마 다음 밴은 란일 것이다.
“헐. 어떡해. 아몬드 오빠 전부 밴하려나 봐!”
“그런 것 같네.”
“그럼 서브 포지션으로 갈까요?”
“아니. 그건 벌써 보여줄 수 없어.”
이제 연습 첫 경기다.
승패에 연연하기보단, 데이터에 집중해야 한다.
“어차피 져도 돼.”
져도 된다는 타코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으나. 다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든다.
‘실제 경기에선 어쩔 셈이야?’
단 3개의 밴 카드로 완전 봉쇄되는 플레이어가 있다는 건 너무 큰 단점이었다.
타코의 머릿속에서도 똑같은 사고가 흘러가고 있었다.
‘차라리 잘됐어. 어떻게 헤쳐나가는지 보자.’
그는 맨질한 정수리를 탁 치며 말한다.
“아몬드.”
“예.”
“아마 란이 밴 될 거야.”
“그렇겠네요.”
아몬드는 의외로 당황한 눈치는 아니었다.
되려 미호보다도 태연해 보이는 느낌.
뭔가 준비된 게 있나?
“……혹시 나 몰래 연습한 거라도 있어?”
“아뇨.”
뭐야? 그럼 설마 점멸검을 벌써 쓰려는 건가?
그런 짧은 생각을 갖고 있다면 희망이 없었다.
타코는 아몬드의 생각을 한 번 더 떠봤다.
“그럼 어쩔 거야?”
선택권을 넘겨보는 타코.
그러는 사이에, 적은 ‘순백의 저격술사 - 란’을 밴했다.
-와 아몬드 3밴 ㅋㅋㅋㅋ
-아몬드 ‘밴’
-저격밴 ‘멈춰’
-이거 뭐냨ㅋㅋㅋ 연습 경기 맞음?
-다른 픽 할 줄 아는 거 있는지 구경해 보겠다 이거지.
“음…… 잠시만요.”
아몬드는 그렇게 말하며 허공 한구석을 바라봤다.
바라보는 타코는 긴장감에 마른침을 삼켰다.
표정만 봐서는 뭔 고민을 하는지 알기 힘든 사람이라, 불안해진다.
“이거 좋아 보이더라구요.”
[서리 궁수 - 레온]
다행히 아몬드가 고른 건 전혀 다른 화신이었다.
‘잠깐…….’
저건 아몬드의 교류의 장에서도 본 적 없는 화신이다.
‘저 자식 설마…… 방금 상점에서 사온 거야!?’
타코는 자신의 채팅창을 흘끔 봤다.
현재 팀 매치 이벤트로 인해, 시스템상 트리비에서 채팅창을 합쳐놓은 상황이다.
-견과류 쉑 ㅋㅋㅋ 방금 상점에서 샀어 ㅋㅋㅋ
-왘ㅋㅋㅋㅋ
-무친놈. 무친 퍼포먼스!
-전북 익산 한식 맛집보다 잘 무친넘!
허.
타코는 아몬드의 과감함에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눈이 마주치긴 했으나, ‘점멸검 할 순 없잖아요.’라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릴 뿐이다.
타코는 당황했지만, 동시에 기대가 됐다.
‘이거 진짜 대단한 놈이네. 여러모로.’
과연 저 녀석이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는지.
한번 보고 싶다.
“오케이. 서리 궁수. 좋았고. 이거 준비 열심히 한 픽이잖아? 좋아 좋아.”
-구라치지 맠ㅋㅋㅋㅋ
-아니 ㅋㅋㅋ 방금 상점에서 산 거 너도 봤잖아!
-읔ㅋㅋㅋㅋ
-있지도 않은 화신을 어케 연습했나요!?
-육신 하나 더 파서 연습했답니다. 그만 멈춰주세요! 릴프로 회원님들!
타코를 제외한, 미호, 딸기, 풍선껌은 모두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으나.
어찌 됐든 경기는 시작됐다.
[경기가 시작됩니다!]
* * *
‘전격 마법사 - 카이자드’를 고른 모솔은 흥미롭다는 듯 웃었다.
“오. 서리 궁수? 역시 활을 쓰는 화신을 고집하네. 이거 제 예상이 맞겠는데요?”
이제 서리 궁수를 제외하면, 활을 쓰는 화신은 없다.
아몬드는 활을 쓰는 화신만 4개를 다룰 줄 아는 것이다.
‘이러면 다음번엔 우리가 먼저 뺏어오면 그만이지.’
3밴을 때리고 먼저 뺏어온다.
아니면 서리 궁수를 강제해서 카운터를 친다. 밴 픽에서 선택권은 많았다.
“이 팀이 왜 평가가 박한지 알겠네요. 이미 밴픽에서 이기고 들어가는 게 너무 커요.”
-ㄹㅇㅋㅋ
-아몬드 픽 지켜주려다가 자기들 픽도 좀 꼬이는 느낌?
-거의 다 카운터 침 지금.
아몬드를 견제하느라, 다른 플레이어들의 주력 캐릭터는 전부 풀렸지만, 구태여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이건 테스트다.
아몬드를 완전 봉쇄할 수 있는가에 대한.
“자. 우리팀!”
“예!”
그는 성소에 모여서 팀을 불러모아 기합을 한번 불어넣었다.
“미드 터뜨릴 테니까! 다들 화이팅 합시다! 화이팅!”
“화이팅!”
팀원들이 각자의 포지션으로 달려가는 순간.
[정보사냥꾼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아몬드 서리 궁수 방금 상점에서 산 거라는데? ㅋㅋㅋㅋㅋㅋㅋ 무친 도발]
어이없는 정보를 듣게 됐다.
“뭐……?”
아무리 연습 경기라지만, 방금 상점에서 산 화신을 플레이하는 건 솔로 랭크에서도 미친 짓이다.
마우스 키보드로 게임하던 시절에는 손가락만 적응하면 됐다지만, 가상 현실에선 모든 신체가 적응해야 한다.
크게는 스킬, 평타 사거리, 시야 전부 영향을 미치며 사소하게는 오감의 민감도, 보폭까지도 어색한 경우가 태반이다.
“그게 정말이라면…… 혼내줘야죠.”
모솔은 어색한 미소를 띠며 그렇게 대답하긴 했지만.
입술이 미세하게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이미 심리전에서 지고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뭐야. 우릴 무시하는 거야?’
정말 픽할 게 없었을 뿐인데, 이게 명백한 도발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혈기왕성한 19살이니, 작은 도발에도 피가 끓었다.
“미드부터 박살 냅니다.”
미드는 ‘서큐버스 - 시트리’였다. 미호의 모스트 1이다.
단순히 모스트 1이 아니라 인생캐라고 불릴 법한 화신이라 몸스트 1이란 말까지 있는 화신이다.
몸이 기억하는 모스트라는 뜻.
“꺄하하!”
서큐버스는 특유의 웃음소리와 함께 현란하게 미니언 사이를 움직이며 모솔의 공격을 피했는데.
챌린저 대 플래티넘의 싸움치고는 전혀 일방적이지 않았다. 너무 팽팽했다.
-모솔 하드카운텈ㅋㅋㅋㅋ
-모솔이 서큐버스를 어케 이김ㅋㅋㅋㅋ
-아 동정은 못이기지 ㅋㅋㅋ 오바야 ㅋㅋㅋ
‘제, 제기랄 쳐다볼 수가 없잖아.’
여기엔 꽤나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는데. 미호의 실제 모습이 그대로 구현된 아바타에 서큐버스 화신의 코스튬이 덮어씌워진 모습이 19살의 모솔에겐 상대하기가 너무 버거웠던 것이다.
쳐다볼 수가 없으면서 동시에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퍼억!
서큐버스의 마기를 정통으로 맞아버렸다.
-딜교환 발리냐 ㅋㅋㅋㅋ
-야! 정신 차려!
-모솔아 정신이 들어!?
-미호 모스트 밴을 안 한 잘못이지 ㅋㅋㅋ
-이래도 모스트 솔리아의 약자가 맞죠?!
빠득.
모솔은 입술을 깨물었다.
‘생각보다 잘해.’
단순히 현혹적인 모습 때문이 아니라, 실력도 상당했다.
아무리 랭크가 낮아도 가장 잘하는 화신을 내어주는 건 실수였다.
그만큼 릴에선 잘 다루는 화신과 그렇지 않은 화신 사이의 갭이 컸다.
‘정신 차려.’
그렇다 해도 모솔은 챌린저다.
모든 랭크의 정점.
아마추어 최강 50인 중 하나.
그가 슬슬 반격에 들어갔다.
휘리릭.
눈이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인을 맺는 모습.
순식간에 시전된 스킬이 손끝에서 방출되었다.
파지지직!
푸른 전격이 능숙하게 요리조리 미니언을 피해가며 미호를 향해 꽂혔다.
“끄윽!”
눈 깜짝하는 새에 체력이 또 같아졌다.
‘자, 이제 하루 종일 버티기만 해봐.’
모솔은 입꼬리를 올리며 다음 스킬을 시전했다.
미호는 역시 상대가 안 됐다.
‘여기서 다 터뜨리고…….’
그렇게 승기를 쉽게 잡아가나 싶었는데.
[망나니 용사! 더블킬!]
전장의 가장 남측.
바텀 라인에서 어이없는 소식이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