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1부-176화 (176/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76화

61. 연습 경기(3)

“이게 뭐야?”

잠시 얼빠진 표정으로 미니맵을 내려보던 모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믿기지가 않았다.

‘플래티넘 원딜에 브론즈 서폿인데…….’

단순히 랭크로 보자면 아몬드와 타코 조합에 밀려선 안 된다.

플래티넘도 그냥 플래티넘이 아니라 플래티넘 1티어다.

무엇보다, 아몬드에 3밴이나 투자하고 미호나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자신 있는 픽을 다 내줘서 이 고생을 하고 있는데.

막상 그 혜택을 받아야 하는 바텀 라인이 밀리면 어쩌자는 건가?

심지어 아몬드는 방금 상점에서 산 캐릭터를 플레이 중인데?

-???

-상점에서 처음 샀다고 안 했냐? ㅋㅋㅋ

-더블킬 ㅋㅋㅋ

-타코의 캐리가 아닐까?

타코 때문인가?

생각해 보니 타코도 가장 자신 있는 픽인 망치 전사 - 울테를 들고 나왔다.

서리 궁수와 망치 전사가 조합이 나쁘지 않다는 건 알고 있던 바다.

‘소총수랑 부두술사가 더 좋은데…….’

그러나 아군의 바텀 조합이 더 좋다.

그럴 수밖에 없다. 밴픽에서 거기에 몰빵을 했으니까.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모솔은 참다못해 팀 마이크 채널로 물었다.

[아…… 죄송합니다.]

[서리 궁수 쏘는 것마다 다 얼려요…… 이거 약간 이상한데?]

[화살이 휘는 거 같은데. 이거 원래 이런가…….]

화살이 휜다……?

만약 모솔이 아몬드에 대해서 전혀 몰랐다면 개소리라고 치부했겠으나.

상대가 아몬드인 이상 그냥 흘려들을 이야기는 아니다.

‘서리 궁수도 실제 물리적인 화살을 쏘는 화신이니까…… 그럴 만도 하지.’

어떤 화신이든 일단 활이라는 매개체를 쓰는 이상, 아몬드의 숙련도는 거의 그대로 적용되는 듯한 모습이다.

‘어색한 게 많을 텐데.’

모솔은 의문이었다.

다 똑같이 활을 쏘는 화신처럼 보이긴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계약자들은 고르는 화신에 따라 체형에도 약간의 변화가 온다.

그도 그럴 게 방패 전사 같은 걸 골랐는데, 본래 키가 작은 계약자라고 해서 방패도 작으면 곤란할 테니까.

그렇기에 적응하기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크게는 키로 인한 시야부터, 작게는 보폭, 오감의 민감도까지…….

정확도에 목숨을 거는 원딜러일수록 이런 게 여간 거슬리는 게 아니다.

모솔의 입장에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적응력이었다.

그야, 그는 몰랐다.

키, 몸무게, 체형…… 겨우 그런 것들은 그간 아몬드가 활을 쏴야만 했을 때 넘어야 했던 장벽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그가 왜 결국 좌절하고, 머릿속으로만 활을 쏘기에 이르렀는지.

떨리는 오른팔로도 얼마나 많은 화살을 쏴대며 다시 복귀하려고 노력했었는지.

모솔로서는 알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망나니 용사를 막을 수 없습니다!]

[더블킬!]

또 패전보가 들려왔다.

[망나니 용사 4 / 0 / 0]

4킬 0데스 0어시스트.

돈과 경험치가 남들의 1.5배는 될법한 스코어다.

[Lv. 6]

아니니 다를까 레벨도 이미 6.

강신기도 익혔을 게 뻔했다.

‘나랑 레벨이 같다니.’

혼자서 경험치를 먹는 미드라이너랑 둘이서 같이 경험치를 먹는 바텀의 원딜러가 레벨이 같다.

이건 게임 좀 볼 줄 아는 사람들은 전부 게임이 터졌다고 할 만한 상황이다.

“하…….”

“꺄하~! 아몬드! 아몬드!”

한숨과 환호성이 미드에서 교차했다.

미호는 가만히 모솔을 틀어막고만 있어도 게임을 이기는 상황이다.

그녀는 혀를 낼름 내밀어 보이며 도발해댔다.

얄밉기 그지없었다만, 이게 릴이란 게임이다.

원래 개같은 게임이다.

모솔은 최대한 도발을 무시하며 팀 교신을 지속했다.

[별수 없다. 우리는 미드 총공 갑시다. 제가 지금 미호보다 1레벨 높습니다.]

[오키.]

[라져.]

탑과 정글에서 오케이 싸인이 왔다.

바텀의 서포터와 원딜은 침묵했다. 당연했다. 그들은 지금 아몬드와 타코를 틀어막는 것만 해도 벅차다. 어디를 도울 형편이 아니었다.

‘셋이면 충분해.’

그는 앞에서 신난 표정을 지어 보이는 미호를 향해 전의를 불태웠다.

[아…… 저기…… 모솔아. 아몬드랑 타코가 안 보인다? 왠지 불길한데?]

‘뭐?’

제길. 위험했다.

어디로 왔을지는 보나 마나 뻔했다.

‘나잖아?!’

모솔은 등을 돌려 뛰었다.

위험했다.

그때였다.

휘둥그레진 그의 눈앞으로, 은빛 화살이 휙 스쳐 갔다

매서운 한기가 전신을 엄습한다.

쿠구구구구……!

거대한 빙하 산맥이 화살의 경로를 따라 치솟았다.

쿵!

모솔의 이마가 딱딱한 빙산에 부딪힌다.

지나갈 수가 없다.

‘……레온의 강신기!’

서리 궁수 레온의 강신기다.

자신의 화살의 경로를 따라 빙산을 생성해서, 진영을 갈라놓는 것이다.

강신을 발동한 후 30초간 딱 2번.

화살의 경로마다 저런 빙산이 생긴다.

저런 식으로 경로를 막는 데도 쓰이지만, 저걸 정통으로 맞으면…….

‘또 온다!’

──쾅!

이번엔 빙산이 정확히 그의 발밑에서 치솟았다.

“커헉!”

위로 붕 떠버린 모솔.

그의 세상이 뒤집혔다.

파르르 떨리는 눈동자가 천천히 돌아가며 누군가를 찾아낸다.

좌측 수풀에서 그를 조준하고 있는 남성.

아몬드다.

역시 아몬드가 미드까지 올라온 것이다.

아몬드가 활시위를 다시 한번 당긴다.

팡!!

순식간에 놓아진 화살이 날아온다.

‘제길!’

공중에 몸이 붕 뜬 채로, 모솔은 급하게 인을 맺었다.

파지직!

전격이 화살을 지져서 처냈다.

그러나 아몬드가 쏜 화살은 무려 세 발이었다.

눈으로 보기엔 한 발 같았는데.

‘2개 더 있어?!’

퍽! 퍽!

나머지 화살이 전부 머리에 적중했다.

서리 궁수의 화살은 같은 부위를 정확하게 두 번 맞히면 얼어붙게 만드는데.

다리가 얼면 넘어지고, 팔이 얼면 무장이 해제되며, 머리가 얼면 기절한다.

[기절 2초]

쿵!

모솔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채로 바닥에 떨어져 나뒹굴었다.

다행히 아직 죽진 않았지만, 서큐버스가 달려들어 그 희망마저도 깨졌다.

“꺄하하하하!”

퍼어억! 퍼억!

핑크빛 마기가 그를 연속으로 강타했다.

[매혹]

[대상을 향해 천천히 다가갑니다.]

모솔이 멍하니 미호를 바라보며 헤벌쭉 웃는 동안.

미호와 아몬드의 모든 공격이 일제히 퍼부어졌고.

마지막엔 타코의 망치가 그의 머리를 박살 냈다.

퍼억!

“챌린저…… 컷!”

타코의 외침과 함께 모솔의 시야가 깜깜해졌다.

[사망]

굴욕적인 데스였다.

[부활 대기 시간 : 20초]

적들 중 가장 잘하는 모솔이 이른 시간에 아웃되어 버렸다.

게임은 여기서 아몬드 팀 쪽으로 크게 기운다.

만약 해설가가 있었다면, 여기서 게임이 터졌다고 말했으리라고, 타코는 생각했다.

‘끝났군.’

그의 머릿속에선 이미 이 게임은 끝난 게임이다.

앞으로 그가 생각하는 대로만 운영해 내면 변수는 없었다.

게임 시작 10분 만에 벌어진 일이다.

‘바로 옆에서 보니까 더 괴물이야.’

타코는 아몬드를 돌아보며 아까의 라인전을 되새겼다.

아몬드의 바로 옆에서 서포터로서 보좌하는 오늘, 그는 아몬드의 플레이를 가장 잘 체감할 수 있었다.

‘처음 하는 화신이 이 정도라니…….’

처음 하는 티가 아예 나지 않았던 건 아니다.

서리 궁수 스킬의 매커니즘을 이해 못 하는 듯 보였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원딜의 근본이 무엇인가?

어찌 됐든 적을 맞히는 것.

그 근본에서 아몬드를 따라올 인재는 거의 없었다.

그는 어떤 상황, 어떤 자세, 어떤 타깃이라도 어떻게든 맞혀낸다.

그야말로 기이할 정도의 에임 능력이었다.

“타코님? 이제 뭐 하나요.”

“아. 미드 밉시다. 미드.”

물론 아직 릴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진 않으나.

‘그래서 나 같은 서포터가 붙는 거잖아.’

보좌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아몬드라는 카드는 그야말로 조커다.

* * *

퍼엉!

결국 터져 버린 ‘솔로 이즈백’의 성소.

‘와…… 정신 없었다.’

아몬드는 그제야 긴장을 놓고는 활을 든 손을 축 늘어뜨렸다.

[승리]

이 두 글자를 보고서야 안심이 된 것이다.

‘팀 게임이라는 게 장난이 아니구나.’

그간 개인 스포츠만 플레이해왔던, 그리고 솔로 게임만 해왔던 아몬드에게는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다.

각자 손발을 맞춰가면서, 화려한 스킬과 공격이 연계로 딱딱 맞아들어갈 때의 쾌감이란…….

단순히 혼자서 생존하고, 스토리를 깰 때와 비교해서 자극의 정도가 너무 달랐다.

한평생 평양냉면만 먹다가, 춘천 막국수를 입에 처음 대본 듯한 느낌.

이 대회의 경험은 아몬드의 뇌리엔 그 정도로 강렬하게 자리 잡았다.

이게 팀 게임이라는 거구나.

「쌍현. 닌 다 좋은데. ‘조직력’이 없다 아이가? 니 혼자 잘났다고 뛰가면 뭐하나!? 상대는 11명인데! 니가 패스 딱딱 맞을 때 그 쾌감을 느껴바야 하는데.」

「형…… 저는 양궁 선수인데요.」

「우짜라고 새끼야! 지금은 축구한다 아이가?」

이게 그 선배가 말했던 조직력인가?

고작 5명이 싸우는 게임에서 11명이 뛰는 축구를 비교할 순 없겠지만.

‘이제 조금은 팀 게임이란 걸 할 수 있는 걸지도.’

그 선배의 말이 틀린 건 없었다.

“첫 팀 게임. 어땠어.”

타코가 다가와서 그의 어깨에 손을 짚었다.

“재밌었습니다.”

상현은 씩 웃으며 그리 대답했다.

팀 게임은 재밌었다.

“다음 경기도 잘해보자고. 아까 잘했어.”

두 번째 게임에서 모솔은 아몬드 3밴을 포기했다.

‘적이 선픽이라…….’

3밴을 해도 어차피 서리 궁수를 가져가서 게임을 터뜨리는데.

소용이 없다. 서리 궁수마저도 우리가 픽해서 뺏어와야 그나마 가망이 있지만.

이번 게임은 아몬드 팀이 선픽이다. 그러면 서리 궁수를 먼저 가져갈 게 뻔했다.

‘미호의 서큐버스나, 타코 망치 전사도 골 아팠지.’

게다가 아몬드만 3밴을 때리니, 다른 고랭크 플레이어들의 주력 화신이 마음껏 풀린다는 게 문제였다.

하나 모솔의 고민은 사실 다 의미 없었다.

[패배]

이래도 저래도 모두 아몬드의 승리였다.

‘이럴 수가…….’

[타코야끼 : 3판 2선이니까, 여기까지 할게요. 수고하셨습니다.]

두 판을 내리 져버렸다.

팀원들을 볼 면목이 없다.

* * *

다시 디스 월드로 돌아온 아몬드의 팀은 오늘 연습 경기 승리를 축하하는 말을 서로 건넬 뿐, 별다른 피드백은 없었다.

코치인 타코야끼 역시 마찬가지였다.

“모자란 점은 당연히 있어요. 하지만, 오늘은 첫 승리이기도 하고, 그냥 넘어갈게요. 현재 우리 수준에서는 최고로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첫 번째 연습 게임은 마무리 되었다.

첫 게임이라 긴장 반 설렘 반으로 뜨겁게 뛰던 마음도 어느정도 진정되었다.

하나 시청자들의 열기는 아직 그대로였다.

-아몬드 상점픽 승리 실화냐??? ㅋㅋㅋㅋ

-돌았누 ㄹㅇㅋㅋ

-모솔 밴픽 대굴욕 ㅋㅋㅋㅋㅋㅋ

오늘 일에 대한 이야깃거리가 많이 남은 상태였다.

그러니 방송이 종료돼도,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글을 쓰는 것이다.

[오늘 연습 경기 봤냐?]

[발룬 스타즈 연습 경기가 ㄹㅈㄷ]

[고단백팀보다 더 꿀잼 ㅋㅋ]

보통은 연습 경기로 그리 호들갑 떨진 않지만, 오늘 꽤나 신기한 일이 첫 경기에 일어나지 않았던가?

[아몬드 오늘 연습 경기에서 상점픽함 ㅋㅋㅋ]

상점픽.

대기실에서 상점을 열어 구입 후 바로 픽하는 것을 말한다.

아몬드가 오늘 첫 경기에서 서리 궁수를 구입했던 게 바로 상점픽이다.

그 상점픽으로 연습 경기를 캐리한 영상이 오늘 커뮤니티에 떠돌아다녔다.

[아몬드 상점픽으로 캐리.gif]

-상점픽한테 5킬 상납 ㅋㅋㅋㅋ

-이래도 아몬드 안 좋아해?! 이래도 아몬드 안 좋아해!?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

-여러분 한국인이면 아몬드 보지 맙시다 ㅠㅠ 제바류ㅠㅠ NOㅏ몬드

└이 새낀 아몬드한테 처맞았누?

└드립이잖아 ㅄ아

└드립 아닌데? 레이나랑 키스한 새끼를 왜 봄

-레이나 입술 도둑! 레이나 입술 도둑! 레이나 입술 도둑! 레이나 입술 도둑!

└레입도 ㅋㅋㅋㅋㅋ

└레. 입. 도. ㅋㅋㅋ씹ㅋㅋㅋ

다음 날.

아몬드에 관련된 게시글 두어 개가 ‘빅프로’에 게재되었고.

아몬드의 시청자 수는 다시 한번 크게 성장하려는 듯 꿈틀거렸다.

-아몬드 방송 시작 언제냐?

-오늘도 연습함?

-나도 오늘 봐야겠다

-레이나는 진짜 배울 만한 듯.

단순히 재미에 빠진 팬들뿐 아니라, 그의 플레이를 학구적으로 배우려는 지망생들까지 몰려든 것이다.

이렇듯, 연습 경기치고는 꽤나 뜨거운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공지가 올라왔다.

[공지. 오늘 병원 진료, 촬영 스케줄 문제로 휴방]

오늘은 아몬드 시리얼 광고를 찍으러 가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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