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80화
62. 몰랐던 과거(4)
룬스타그램(Rune-stagram).
20년을 훌쩍 넘기는 기간 동안 이어져 온 꽤나 유서 깊은 SNS 플랫폼이다.
주로 사진을 올리는 것부터 시작해서 짧은 영상, 직접 소통이 가능한 다이렉트 메시지(DM), 라이브 방송 등…….
개인과 개인 간의 소통보단 주로 유명인과 직접적인 소통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
셀럽들이 시스템의 주축이 되다 보니, 사실 광고 전광판으로 전락했다는 평도 많으나.
여전히 셀럽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기에 이보다 적절한 플랫폼은 없었다.
거기에 얼마 전, 디스월드와 연동하여 팔로워들과 가상 팬미팅까지 진행할 수 있게 되었으니.
주춤하던 인기가 다시 치솟아 올랐다.
주혁이 괜히 룬스타그램을 소통 창구로 고른 게 아닌 셈이다.
‘그간 활동하던 곳과 성격이 또 다른 곳이라는 것도 큰 장점이지.’
팬들과 소통하기 좋다는 이유뿐 아니라, 룬스타그램은 올튜브나 트리비 같은 곳과는 또 다른 층의 사람들이 사용한다는 것도 주요했다.
예를 들어 트리비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패션 브랜드의 광고를 받을 수는 없다.
그러나 룬스타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패션 브랜드, 뷰티 광고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룬스타에서 게임 광고를 받을 수는 없다.
이렇듯, 각 플랫폼마다 잘 들어오는 광고가 따로 있다.
당연한 일이다.
사용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다르니까.
‘아몬드는 패션 브랜드, 게임, 심지어 식품 광고까지 다 소화해야 하니까. 지금부터 넓혀둬야지.’
이 모든 종류의 광고를 전부 소화시키겠다는 주혁의 포부가 지금 아몬드의 룬스타그램 계정에 꾹꾹 담긴 셈이다.
‘반응이 와야 할 텐데.’
물론 이런 포부나 비젼도 실제로 이뤄지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을 터.
일단 오늘 첫발을 내디딘 게시물 업로드가 어떤 반응인지 봐야 할 것이다.
“흠…….”
주혁은 긴장한 채로 올라간 계속 새로 고침을 눌러댔다.
댓글이 하나, 둘 달리기 시작했다.
셋, 넷…….
그리고 다섯.
다섯 개가 끝이었다.
진성 팬들이야 알림 설정까지 해서 바로 와준 모양이다만, 나머지는 아직 알지도 못하는 것 같았다.
하기야 3천의 팔로워가 있다지만, 그들이 모두 룬스타만 보고 있는 건 아니니까.
‘내가 실수했나?’
별다른 반응이 없는 게시물을 보며 주혁은 조금은 초조했다.
트리비 올튜브에서 잘 먹혔다고 룬스타에서도 반응이 좋으리란 법은 없다. 이 셋은 전부 성향이 다른 플랫폼이다. 룬스타에선 또다시 신입인 셈이니까 긴장이 될 수밖에…….
‘그렇지만 분명 아몬드의 사생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많을 거야. 통계에 따르면 그런 유형인 게 분명한데…….’
주혁은 자신이 분석한 시청자 연령, 성별, 취향 분포도를 믿었다.
아몬드에겐 룬스타 팬층이 충분하다.
아니, 오히려 이후엔 룬스타가 더 어울릴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며 기다리길 약 1시간.
‘어?’
반응이 오기 시작한다.
-와 아몬드 ㅊㅋ
-계정 개설함?
-헐 진짜네. ㅋㅋㅋㅋ
-낚시가 아니었다니.
말투로 보아 누군가가 커뮤니티 어딘가에 홍보를 해준 모양이다.
주혁은 이제 능숙한 게 상황을 알아차리고, 아몬드 룬스타를 검색해서 커뮤니티 글을 찾아낸다.
[아몬드 룬스타 오픈했는데 첫 피드 보셈ㅋㅋㅋ]
조회 수가 2천가량 찍힌 이 게시글. 아마 이게 원인이다.
-???
-아몬드 먹는 아몬드 ㅋㅋㅋㅋ
-졸 커엽누 ㅋㅋㅋ
-광고 중인가?
-진짜 아몬드 광고하는 거야?
-그린 다이아몬드??? ㄹㅇ 광고?
-이 와중에 에임 실력 실화?
게시물의 내용은, 아몬드를 하늘 높이 던지면서 하나씩 받아먹는 영상이었다. 아몬드 룬스타에 게재된 영상이다.
탁, 탁, 탁.
던지는 족족 입으로 골인하는 아몬드들.
-와 근데 되게 높이 던진닼ㅋㅋㅋ
-아몬드는 병신짓을 해도 뭔가 달랔ㅋㅋㅋ
-이게 광고임???
-뭔가 사고 싶긴 하네 ㅅㅂㅋㅋㅋ
-아니 이 쉑 방송은 안 하고 뭐 하누
와중에 신기한 점은 아몬드를 던지는 정도가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사람들의 3~4배는 높이 올라갔다.
그런데도 전부 입으로 안착한다.
-현실에서도 에임력 뒤지네ㅋㅋㅋ
-와 잘생기면 뭘 해도 멋있어 보이냐? ㅂㄷㅂㄷ
-섹시하다……
그에 대해서 실제로도 피지컬이 좋다거나, 멋있다거나, 심지어는 섹시하다는 평까지 얹어졌다.
-룬스타 어디임?
-다른 것도 올라옴?
-룬스타 링크 좀
댓글을 보니 자연스럽게 아몬드의 룬스타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상태.
-헉. 나 팔로우 해놨었는데. 올라왔구나?? 당장 보러 간당ㅋㅋㅋ
-디엠 1차로 보내면 답장해 주나?
-나도 링크 좀 ㅠㅠㅠ
커뮤니티에서 영상을 본 유저들이 추가로 팔로우를 한다거나, 팔로우를 해놓고 안 보고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고 있다.
‘좋아.’
주혁은 안도했다.
-아 사장! 문이나 열어!
-방송 안 할 거면 룬스타 피드라도 더 올리란 말야!
-이게 끝임? 이거 무친놈이네 진짜 ㅋㅋㅋㅋ 고작 하나 올린 게 광고냐!?
-견(犬)과류 클라쓰 ㄷㄷ
-오빠 디엠 보내도 돼요?
-어이. 아몬드. 지금 딱 한 번 말한다. 미호랑 맞팔하면 뒤진다.
상당히 뜨거운 반응.
[팔로워 3천]
[팔로워 5천]
[팔로워 7천]
.
.
.
점점 치솟는 팔로워 수처럼 주혁의 입꼬리도 올라갔다.
자신의 분석이 맞아들어갈 때의 쾌감. 경험해 보지 않은 자는 이해 못 하리라.
‘역시!’
그의 시청층 분석은 틀리지 않았다.
상현의 사생활에 조금 더 가까워지고 싶어 하는 수요는 높았던 것이다.
상현이 옆에서 툭툭 치며 말한다.
“와. 야. 팔로워 벌써 1만이야.”
상현 역시 자신의 폰으로 계속 팔로워가 늘어나는 걸 확인하고 있었던 것이다.
[팔로워 8천]
거의 천 단위로 늘어나고 있다.
[팔로워 9천]
어느새 1만에서 천이 부족한 상태.
그리고 결국은…….
[팔로워 1만]
“와…….”
상현은 결국 1만이 된 팔로워를 보며 입을 떡 벌렸다.
올튜브 구독자가 늘 때랑은 느낌이 또 달랐다. 올튜브 구독은 올튜브 영상을 보기 위해서 구독하는 것이다.
반면 룬스타나 여타 다른 개인 SNS는 나라는 사람을 보기 위해 팔로우하는 것이 아닌가?
룬스타 팔로워야말로 순수한 ‘인지도’인 것이다.
‘내가 이렇게 인기가 많은가……?’
늘어나는 팔로워 수를 보면서 상현은 새삼 자신의 인기를 체감했다.
팔로워가 1만 5천쯤 채워졌을 무렵.
띠링. 띠링.
상현은 아까부터 울리던 알림의 정체를 알게 됐다.
DM(Direct Message)이었다.
[형! 한 번만 대답해 줘!]
[형님. 존경합니다.]
[오빠ㅠㅠ 너무 잘생겼어요 ㅠㅠ]
[촬영지 어디에요? 넘 예뻐!]
[오빠 저 한 번만 만나주면 안 돼요? 저 근처인데. 제발요.]
팬들이 직접 메시지를 보내는 경우가 이렇게 많았던가?
“디엠은 어지간하면 답하지 마. 알아서 잘하겠지만.”
주혁이 다가와서 바로 조언한다. 상현도 왜인지 알 것 같아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감독이 둘을 불러들였다.
“대강 완성이 됐습니다. 와서 한번 봐주세요!”
* * *
광고 영상은 처음 찍었을 때보다 모든 면에서 더 나아져 있었다.
특히 색감이 상당히 좋았다.
한숨을 내쉴 땐 잿빛의 칙칙함이 잘 표현되어 있었고, 아몬드를 하나둘 털어 넣을 땐 화면에 청량감이 있었다.
어떻게 손을 쓴 건진 모르지만, 주혁의 사나운 표정이나 눈살을 찌푸리는 장면 따위도 상당히 리얼하게 잡혀 있었다. 아침 드라마를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전체적인 감성, 분위기는 일본 버블 경제 시절, 7~80년대 느낌.
‘좋은데?’
상현은 생각보다 B급처럼 뽑히지 않은 화면에 감탄했다.
이런 걸 이렇게 즉석에서 만들어낼 수 있다니.
이 촬영 팀이 다시 보이는 순간이었다.
역시 아성의 계열사인 최강 기획인 걸까?
“저는 좋은 것 같습니다. 제가 판단할 문제는 아니지만요.”
“아, 모델분도 마음에 드셔야지. 뭔 말이에요.”
하하. 사람 좋게 웃는 감독.
일전에 봤던 판타지아의 감독과는 조금 다른 스타일 같았다.
판타지아에서 봤던 감독은 흔히 영화나 매체에 나오는 독선적이고 예술적인 이미지였다면, 이 감독은 좀 더 협조적이고 유연하다.
“마음에 드셨다니. 기분이 좋네요. 이거보다 조금 더 만져서 나올 겁니다. 당연한 거지만. 거의 한 1시간 정도 안에 작업한 거니까요.”
연신 고개를 끄덕이던 중, 상현이 불현듯 뭔가 생각난 듯 말을 꺼냈다.
“아, 혹시 이거 제 룬스타에 올려도 될까요?”
“아, 이거 원본 그 자체를요?”
“아뇨. 메이킹 필름처럼, 그냥 제가 이걸 찍어서요.”
아몬드는 벌써 새로운 SNS에 완전히 적응한 듯한 모습이었다.
“아, 요즘 그렇게들 많이 하시죠. 광고주님께서 좋아하실 것 같은데요?”
* * *
그날 아몬드의 룬스타 계정엔 하나의 영상이 더 업로드됐다.
==== ====
광고 촬영 2 매니저도 같이 촬영ㅋㅋ
#그린다이아몬드 #광고 #아몬드
==== ====
15초 정도의 짧은 영상이었지만.
그래서 더욱이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기엔 적절했다.
-와 뭐야?
-저 옆에 사람은 누구?
└매니저라잖아
└와 ㄹㅇ? 매니저 왤케 훤칠하누?
일단 바로 옆에 등장하는 매니저, 주혁에 대한 궁금증이 컸고.
-이거 ㄹㅇ 광고임?
-그린다이아몬드 시리얼 나 맨날 먹는딩…… 대박쓰……
-그래서 뒤에 어케 되는 건데 ㅋㅋㅋ 매니저한테 한 대 맞게 생겼는데 지금으로선?
-이름 아몬드로 안 지었으면 어쩔 뻔했누 ㅋㅋㅋ
-헐 광고 풀버전 보고 싶어요!
광고 내용에 대한 궁금증도 상당했다.
대체로 평가는 매우 긍정적이었다.
-헐 오피스 컨셉 ㅈㄴ 잘 어울린다
-뭔데 슈트 찰떡이냐
-매니저님 뭔데 연기 잘하냐 ㅋㅋㅋㅋ
-아몬드 님 매니저랑 엄청 친한가 보다. 자연스러워 너무 ㅋㅋㅋ
-근데 매니저 진짜로 아몬드 먹는 거 극혐하는 것 같은데? 연기가 아닌 듯 ㅋㅋㅋㅋ
상현과 주혁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이상하리만치 잘 어울리는 오피스룩이 호평을 받고 있었다.
그야 당연했다.
그들이 지난 5년간 맨날 하던 짓에서 상현이 아몬드를 먹는 게 추가된 것뿐이니까.
[팔로워 2.7만]
그사이 팔로워는 또 늘어나고, 어느새 3만 가까이 다가갔다.
-와 형 팔로워 늘어나는 속도 미쳤다
-“ALL-RAGA”
-솔직히 이런 것보다 셀카 하나 올리면 끝장납니다 형님.
└그건 치트키라 못 쓰게 막음. 룬스타에서.
-오빠 라방도 하실 거예요?
└트리비에서 방송하는 사람이 뭐하러 룬스타 라방을 하누 ㅋㅋㅋㅋ
└그건 또 느낌이 다르니까 ㅋㅋ
└이 새끼 아몬드 유입이네 ㅋㅋㅋ 아몬드 100퍼 여기에 광고밖에 안 올림 ㅋㅋㅋㅋㅋㅋ
└아몬드 : (뜨끔)
-헐 아몬드 님 제 취향을 완전 돌려놓으셨어요. 전 원래 아몬드 님 좋아했는데, 지금도 아몬드 님 좋아해요. 360도 돌려놓으셨어요!ㅠㅠㅠ
└ㅋㅋㅋㅋㅋㅋ
└주접이 시작됐다 ㅅㅂㅋㅋㅋㅋ
└공중제비냐? ㅋㅋㅋㅋㅋ
띠링. 띠링.
수도 없이 울리는 댓글 알림, 그리고 만 개 가까이 찍히는 하트.
‘와…….’
SNS의 맛이란 이런 걸까.
상현은 이게 정말 ‘유명세’라는 거구나. 그 어느 때보다 더 크게 체감되었다.
그 어느 때보다 팬들과 가까이 있게 된 것 같았다.
그렇게 멍하니 올라오는 댓글들을 보던 중.
-헐. 전자파가 팔로우했어!
이런 댓글을 발견했다.
└와 진짜네
└둘이 친한가? 저번에 댓글도 달아주던데
└그만큼 아몬드가 좋으시다는 거지~
└개부럽네
전자파가 날 팔로우?
아몬드도 모르는 걸 팬들이 먼저 알고 있다.
어찌 됐든 상현은 팔로우 목록을 뒤져봤다.
JJP_Lovey
아무래도 이게 전자파의 아이디 같았다.
‘러비?’
그녀의 본명이 최사랑이란 걸 알고 있는 상현은 바로 알 수 있었다.
전자파의 계정을 클릭해 본다.
그는 팔로워 수에 어이가 없어 입을 떡 벌렸다.
[팔로워 617만]
‘600만……?’
전 세계에서 유명하단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게이머가 이런 팔로워 수를 갖는 건 너무나 이례적인 일이다.
‘난리 좀 나겠는데.’
600만 팔로워를 가진 세계 최고 선수가 팔로우를 했으니.
아마 이곳저곳에서 말이 나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