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83화
63. 지각 변동(2)
아몬드가 이 판에 큰 변화를 가져올까?
그런 건 섣불리 이야기할 수 없다. 그런 주제임이 틀림없다.
‘대체 무슨 생각들인지.’
분석관 입장에선 킹귤의 발언이 너무 과감하다.
“이 업계라고 표현하셨다는 건…… 프로씬도 당연히 포함인데. 그 정도라 보긴 힘들지 않나요?”
“프로로는 당연히 어렵죠. 하지만 어디 릴 관련 업계가 프로뿐입니까? 스트리머 시장도 엄청난데요.”
“지금 실력 얘기를 하는 거잖아요.”
“저는 스타성을 얘기한 겁니다.”
“크흠…….”
분석관이 빨간 안경을 고쳐 쓰며 심기가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코멘트 3: 화려한 플레이. 그러나 아직 더 봐야 한다.]
익명이었지만, 아몬드에 대해 이런 코멘트를 남긴 게 누구인지, 시청자들은 이때 뻔하게 알 수 있었다.
“실력에 대한 얘기 중인데. 스타성을 포함하면 어쩝니까.”
킹귤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스타성도 현실입니다. 중요합니다. 그리고 거기엔 실력도 포함이거든요.”
“실력도 포함이라구요? 고평가가 너무 심합니다.”
“분석관님 지금 고평가하다가 나중에 욕먹을까 봐 그러시나요? 제가 볼 땐 지금 행동이 미래의 분석관님을 욕먹게 할 것 같은데요?”
“예?”
“저는 제가 매긴 순위도, 아몬드의 팀을 저평가한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일부러 약간 낮게 준 거예요. 여러 의견이 있으니까요. 근데 미래가 그냥 그려집니다.”
“그게 무슨…….”
“이런 댓글이 달리겠죠. 너희는 셋이 모여서 뭐 하는 거냐. 참가자들 랭크만 보고 파워랭킹을 매기는 거면 우리도 하겠다. 백날 분석한다고 모여서 순위 다 틀릴 거면 그냥 고양이한테 시켜…….”
-ㅋㅋㅋㅋㄹㅇ
-회귀자 킹귤;;
-킹언자
-이래서 킹귤 킹귤 하는구나~
-캬 괜히 감귤에서 킹귤로 승급한 게 아니네요!?
분석관의 얼굴이 벌게졌다.
“크흠…….”
“물론 분석관님 말도 일리가 있어요. 다분히 상식적인 선에서.”
-이제 와서 수습하려 하지 마 ㅋㅋㅋ
-포장지 찢어진다~
-줘패놓고 우린 친구??
“아몬드는 아직도 평가가 더 필요한 게 맞습니다. 이제 겨우 한 팀하고 붙어본 사람을 고평가하는 건 사실 말이 안 되죠.”
킹귤이 분석관을 대변해 주려는 듯 말하지만. 아무도 그걸 곧이곧대로 봐주는 사람은 없었다.
-이 새끼 대체 뒤에 얼마나 큰 굴욕을 주려고 벌써 이렇게 밑밥을?
-뒤에 쌍욕이라도 하실 건가요?
-빨간 안경 수난시대 ㄷㄷ
“하지만 느낌이라는 게 있거든요? 저한텐 그게 왔어요. 그리고 전 상식 밖의 일이 일어나길 기원합니다. 스포츠라는 게 그래서 재밌는 거 아닙니까? 한 번도 우리의 예상대로 흘러가는 적이 없잖아요?”
의외로 정상적인 마무리 멘트.
시청자들은 조금 실망했다.
그러나 그 실망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러니까 스포츠라는 건 변수 덩어리입니다. 이걸 이해하고 있는 사람만이 그 변수를 컨트롤 할 수 있죠. 그러니까 제가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것이고…… 제 옆은…… 크흠.”
빨간 안경의 분석관이 찔린다는 듯 심장을 부여잡았다.
“……윽.”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엌ㅋㅋㅋㅋㅋ
-빨간 안경 ㅠㅠ
-쒯…… 빌드업 무쳤다
-킹귤 쉑 ㅋㅋㅋㅋ
-다시 제주도로 돌아가 킹귤! 다시 제주도로 돌아가 킹귤! 다시 제주도로 돌아가 킹귤!
킹귤은 씩 한번 웃고는 제대로 마무리했다.
“그러니까 제가 볼 땐 이 팀 좀 더 높아도 돼요. 전 미래에 욕먹기 싫어서 미리 보험 듭니다.”
“하. 그게 보험이라구요? 보험은 제가 들고 있는 거죠.”
“그거 보험이 아니라, 비트코인 아닌가요?”
“참내. 오늘 경기 한번 봅시다. 그럼.”
“오. 그럼. 오늘 경기 같이 관전하실래요?”
“좋습니다.”
“근데 오늘 경기는 저번에 붙은 ‘솔로이즈백’보다도 더 순위가 낮은데. 괜찮으시겠어요? 아몬드가 더 활약하기 쉽잖아요.”
“오늘 ‘그린티배깅’이죠? 바텀의 랭크는 오히려 더 높습니다. 아몬드에 대한 평가가 주일 테니 상관없죠.”
“와. 여러분! 즉석 컨텐츠! 보셨습니까!? 우리…….”
핑.
이쯤에서 상현은 화면을 꺼버렸다.
“음.”
왜 나를 가지고들 저러는지.
예상했던 것 이상의 관심을 받고 있었다. 그놈의 VNS 수치가 뭐라고…….
‘아니지. 그 수치 때문이 아니라……’
VNS 수치 자체는 별다른 이슈거리가 아닐 거다.
그 여자와 비슷한 수준의 수치를 가졌기 때문이다.
비슷한 수준의 수치를 가진 이유는 아마도 같은 고통을 겪었기 때문이다.
상현의 눈이 휴대폰 화면으로 향했다.
전자파의 계정 화면이 띄워져 있는 화면이다.
600만의 팔로워, 게시물은 지난 2년간 하나도 올라오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어제보다 팔로워가 늘었다.
이 업계에서 전자파라는 이름값이 이 정도다.
그건 풍선껌의 디스월드 채널에 가서도 충분히 체감할 수 있었다.
오후 5시. 연습을 시작할 시간이 와서 디스월드로 들어간 아몬드는 가자마자 기자들(?)의 취재세례를 받아야 했다.
“오빠! 전자파 님이랑 무슨 사이에요?”
“아몬드 님! 전자파 님 실제로 보셨어요?”
“와…… 형님. 부럽습니다.”
미호와 풍선껌 그리고 딸기슈터까지 달려들어서 그에게 전자파가 팔로우한 사건에 대해서 묻고 있었다. 그런데 의외로 타코만은 침착했다.
“야. 야. 사생활 캐묻지 마!”
되려 이렇게 미호와 딸기슈터를 제지하기까지 했다. 사실 전 프로였던 타코는 전자파를 실제로 만나봤을 텐데.
더 궁금하지 않을까?
왜 나만 팔로우했는지.
“크흠. 별 사이는 아니고. 그냥…… 운이 좋았어요.”
“에에에에?!”
풍선껌은 일본 3류 예능 패널 같은 소리를 내며 데굴데굴 굴렀다.
“어이어이. 아몬드 님. 그런 거짓말은 안 먹힌다구!”
“꺄하하! 오빠 굴러다니지 마!”
풍선껌은 정말 24시간이 광대인 사람이다. 딱히 시청자가 보는 것도 아닌데 저런 텐션이라니.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예요…….”
아몬드가 그렇게까지 말하자 다들 그냥 유야무야 넘어가 주었다.
“아. 나도 전자파 팔로우 받고 싶다. 아. 오빠 저랑 맞팔 하셨어요?”
“……맞팔?”
맞팔.
서로 팔로우 되어있는 상태를 말한다.
지인끼리는 웬만하면 맞팔을 하는 게 예의이지만…….
‘까먹었어.’
그런 개념 자체를 잊고 있던 아몬드.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 까먹었다.”
“헐…… 저는 팔로우했는데.”
그랬었나?
아몬드는 순식간에 너무 많은 팔로우 요청이 와서 알지 못했다.
그걸 따로 구별하는 법이 있는 걸까? 원체 SNS랑은 담쌓고 살던 인생이라 알 수 없다.
‘가난한 사람은 그런 거 해봐야 슬프기만 하니까.’
SNS는 재미도 있고 순기능도 있지만, 상류층의 인생을 좋지 않은 방법으로 경험해 버리게 되는 단점도 있다.
그들의 노력과 과정은 룬스타 피드에 올라오지 않는다.
그저 결과로 얻은 럭셔리만 보여질 뿐이다.
그걸 가난한 처지에 놓인 사람이 본다면, 나도 열심히 해야지라는 마음은 별로 들지 않는다.
그저 아예 다른 세상 사람들이라 여기거나, 신세의 처량함을 탓할 수밖에 없다.
“아!”
짝.
미호는 아몬드의 표정이 조금 침침해지자, 화제를 전환하려는 듯 박수를 쳤다.
“그러고 보니 아몬드 오빠 덕에 저희 랭킹이 올랐네요! 보셨어요?”
대화를 더 이어가려는 찰나.
타코가 할 말이 있는지 큰소리를 내었다.
“아몬드 얘기 나온 김에 말할게.”
타코가 하려는 말은 앞으로의 계획과 관련이 있었다.
“저번 경기를 이긴 건 그쪽 팀이 밴픽을 그지같이 해서야.”
“헉. 그렇게까지요?”
“물론 그게 아몬드 덕분이지만. 그래도 그렇지 너무 별로였어. 그리고!”
타코는 이게 가장 중요한 얘기라는 듯 손을 치켜들었다.
“연습 경기다.”
그렇다. 지금은 연습 단계다.
연습 경기의 승패와 파워랭킹. 지금이야 중요해 보이지, 전부 부질없다. 실전에서 잘해야 의미가 있다.
적들도 그걸 고려해서 전략을 짠다.
아마 연습을 하기 위한 무리수를 뒀을 거고, 그걸 우리 쪽이 잘 받아먹은 것뿐일 터.
“어제 솔로이즈백 팀은 꽤 방심했어. 실전에서도 그런 운이 따라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마. 우리 랭킹이 3계단이나 오른 이상, 모두 주시하고 있을 테니까.”
“근데 타코야. 오늘 연습 경기 팀은 우리보다 파워랭킹이 낮은데? 걱정할 거 있나?”
풍선껌이 데구르르 굴러와서 물었다.
“당연하죠. 우리도 파워랭킹이 우리보다 더 높은 애들을 이겼잖아요? 그리고 이기고 지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구요. 우리가 뭘 배웠는지가 중요합니다.”
“흠. 그건 그렇네.”
“우리가 저번 경기로 얻은 거?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게 현실이었다.
연습 경기를 이겼다고 좋아라 했지만, 사실 연습 경기는 이기려고 하는 게 아니다.
뭔가를 얻어내려고 하는 거다.
근데 얻은 게 별로 없었다.
“아몬드가 서리 궁수도 쓸 수 있게 됐다는 것 정도 얻은 건가요? 사실 아몬드의 서리 궁수 플레이…… 숙련도가 너무 낮았어요. 얼음 타기 스킬은 아예 사용하지도 않았다구요. 물론 그걸 사용하지도 않고 이긴 것도 어찌 보면 대단하지만…….”
‘그런 게 있었어?’
아몬드는 괜히 찔려서 머리를 긁적였다.
미처 알지 못했다. 새로운 화신을 선택해서 싸우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다른 전략을 씁니다.”
“다른 전략?”
“네. 이럴 때 테스트해 봐야죠. 여러 가지. 연습 경기잖아요. 말 그대로. 아몬드 말고 다른 캐리도 키워야죠.”
각 경기에는 그 경기의 에이스가 있다.
이들을 캐리(Carry)라고 부른다. 그 게임을 짊어지고 끌고 가는 역할이라는 뜻이다.
가장 이상적인 팀은 5명이 모두 캐리 역할이 가능한 팀이다.
그러나 그건 이론상의 가능일 뿐이다.
예전 전자파가 있던 그 CK Entus라면 모를까.
‘두세 명이라도 있으면 그 팀은 성공이지.’
캐리 역할을 3명이서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전략의 다양성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그래서 오늘 아몬드가 아닌 다른 사람이 캐리하는 전략을 써보려 한다.
“오늘 우리는 너한테 몰아줄 거야.”
타코의 손이 정확히 미호를 가리켰다.
“……네?”
미호는 정말 나야?라는 듯한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그녀의 주변엔 그녀뿐이다.
“네 서큐버스는 챌린저인 모솔 상대로도 꽤 호각이었잖아. 오늘은 네 위주로 전술을 짜볼 테니 한번 잘해봐.”
“그건 걔가 모솔이라 서큐한테 약한 거잖아요!”
“뭔 헛소리야. 일단 오늘은 네 중심으로 짤 테니까. 그런 줄 알아.”
“헐.”
정작 미호 본인은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지만 별수 없었다.
‘오늘이 그나마 기회다.’
오늘 연습 경기 상대는 랭킹 15위 자리를 대신 가져간 ‘그린티배깅’이라는 팀이다.
챌린저는 없고, 마스터가 가장 높은 점수대이며 전 프로 선수도 없다.
상당히 만만한 팀이란 거다.
모래주머니 몇 개쯤은 짊어지고도 이길 수 있다.
사실 져도 상관없다. 어쨌든 연습 경기니까.
그래서인지 타코는 여기서 모래주머니를 하나 더 추가할 생각이다.
“아몬드 님.”
“예?”
“잠시 이쪽으로.”
타코는 아몬드를 따로 불러 개인 채널로 이야기했다.
“한 손으로 써야만 플레이타임이 늘어나는 거 지금도 마찬가지야?”
“네.”
“그럼 오늘 한 손으로 해.”
* * *
오후 5시 50분.
킹귤의 팔로워들에게 알림이 울렸다.
[킹귤 님이 스트리밍을 시작합니다.]
-오 뭐야 오늘 방송 두 번 해?
-ㄷㄷ 아까 분석관이랑 말한 게 진짜였냐?
-이 쪼잔한 새끼 진짜 보러 왔넼ㅋㅋㅋㅋ
-은근 속 좁다! 킹귤!
시청자들은 킹귤이 지나가는 말로 ‘오늘 같이 관전하실래요?’라고 물은 걸 실제로 실행할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밥들 잘 먹고 오셨나요?”
킹귤이 씩 웃으며 캠의 각도를 조절했다.
카메라에 3명을 담느라 조금 멀리 떨어뜨려 놨던 것을 이제 1인 방송용으로 바꾼 것이다.
-킹귤 님. 진짜 오셨네요!?
-킹귤! 킹귤! 킹귤!
“아. 물론이죠. 제가 빈말하는 거 봤습니까?”
-네! 네! 네!
-빈귤! 빈귤! 빈귤!
“아몬드가 있는 팀 관전하기로 했잖아요. 당연히 약속 지킵니다.”
-달라졌다! 킹귤!
-올해는 다르다!?
비아냥대는 시청자들을 웃어넘기며 킹귤이 관전을 시작했다.
‘오늘 팀은 바텀이 강한데…….’
아몬드는 오늘 직접적으로 마스터 원딜러와 싸우게 된다.
1 대 1이 아니라, 진짜 릴 공성전의 룰로 한 판 붙게 되는 거다.
‘과연 그게 될까.’
아몬드를 호평했던 킹귤도 그것만은 장담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