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1부-198화 (198/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198화

67. 챌린저의 벽(2)

보통 릴프로에 사람이 많이 몰릴 때는 릴챔스 같은 큰 대회가 있을 때이다.

그 외에는 아무리 릴 관련 최대 커뮤니티라고 해도 평균적인 ‘빅프로’ 게시판의 조회 수가 3만을 넘기진 않는다.

하나, 난트전이 열리는 지금.

릴프로는 마치 릴챔스가 열릴 때처럼 뜨겁게 달궈지고 있었다.

빅프로 게시판의 평균 조회 수는 5만을 육박하기 시작했다.

[겨울 시즌에 볼 경기 없는데 난트전 개꿀 ㅋㅋㅋ]

[고단백 팀 스크림 전승하던데. 얘네 이기는 거 가능?]

[오늘 아몬드 참교육 당하는 날임]

[요즘 아몬드 때문에 실버 새끼들 어깨에 힘들어간 거 마화냐? 앗…… 나 왜…… ‘마’를?]

[다 모르겠고 난 미호가 다시 릴로 와줘서 너무 좋다. 빅 눌러라]

그만큼 이번 난트전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공식 대회도 아니고, 스트리머들이 나오는 대회가 릴챔스와 비슷한 정도의 관심을 받는 건 이례적이다.

아무래도 거물 스트리머들의 대규모 컴백과 무관의 왕이라 불리던 단무지의 은퇴 후 첫 스트리머 대회 데뷔, 현재 최고 핫한 신예 아몬드의 성장 등이 합쳐지면서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었다.

그러니 이번 대회에 참가한 신생 스트리머들은 흔치 않은 기회를 잡은 셈이다.

아몬드 역시도 그런 스트리머 중 하나였다.

릴에서 부족한 인지도를 확실하게 박아넣을 기회가 온 것이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했던가.

노는 몰라도, 물은 엄청나게 들어오고 있었다.

현재 릴프로의 게시판을 보면 확연히 느껴진다.

[아몬드 쉑…… 난 릴까지 잘하는거 못 참는다. 풍선껌이 해주리라 믿는다.]

-아 듣보 새끼 언급 좀 하지 마셈 ㅡㅡ

-느그 주인 홍보는 다른 데 가서 해.

└뭔 개소리야. 이건 릴 얘기 아님? 지금 다 난트전 보는데 지만 못 끼죠?

└ㄹㅇ ㅋㅋㅋ 저 새끼 학교에서도 못 끼고 존나 툴툴거리기만 할 듯

└딱 봐도 쌉파오후라 학교 매점 입구에는 존나 잘 낄듯.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매존낄ㅋㅋㅋㅋㅋㅋㅋ 무쳤누 ㅋㅋㅋㅋ

-견견들 존나 몰려왔누 ㅅㅂ 느그 팬카페 가서 이야기해 ^^

└견견이 설마 견과류견이냐? ㅋㅋㅋㅋ

└견견ㅋㅋㅋㅋㅋㅋ

└견훤도 아니고 견견ㅋㅋㅋㅋ

└분위기 곱창내지 말고 꺼져주세요 ㅠㅠ 제발 한 번만 봐주세요 쿨찐님! ㅠㅠㅠ

└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통 배틀 라지나 킹덤을 위주로 팬층이 형성되어 있던 아몬드였는데.

이젠 릴프로에서도 대놓고 편들어주는 팬들이 많이 생겨났다.

화력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던 중 오후 6시가 되었다.

[시작한다!]

[ㄷㄱㄷㄱㄷㄱㄷㄱ]

[고단백 보러 간당ㅋㅋㅋ]

[그린티이즈백! 오늘은 다르다!]

[난 레드카펫츠]

[오늘 견과류단 처형일이라던데. 맞나요!?]

모든 팀의 공개 스크림이 시작되는 시간.

[현재 시청자 2.2만]

시청자들은 각자가 선호하는 방송으로 아몬드의 방송으로는 약 2.2만의 시청자가 몰려들었다.

“후.”

아몬드는 얕은 숨을 한번 뱉었다.

[게임이 시작됩니다!]

게임은 시작됐다.

* * *

출발은 무난한 게임이었다.

적들은 딱히 특수한 전술을 시험하거나 하진 않았고. 그건 아몬드의 팀도 마찬가지였다.

[미니언이 생성됩니다.]

미니언이 몰려오고, 라인전이 시작되는 단계에서도 흐름은 무난했다.

푹! 푹!

아몬드는 간만에 하는 레이나를 손에 익히면서 적 미니언들을 하나하나 깔끔하게 사살했고.

그건 적도 마찬가지였다. 충전 대기 시간이 있는 란으로 미니언을 하나 흘리지도 않고 완벽히 처리해 내고 있는 적 원딜러 홍차.

이대로 평화롭게 흘러가면 아몬드 쪽이 불리했다.

레이나는 뭔가를 해내야 하는 원딜인 반면에, 란은 사실 가만히만 커도 좋은 원딜이다.

“각 만들어 볼게. 우리가 레이나에 피셔맨이라 먼저 따면 유리하거든.”

상황을 파악한 타코가 앞으로 슬쩍 나아가본다.

상황을 이해하고 있는 건 타코만이 아니었다. 적 역시도 평화로운 구도를 유지해야 함을 알았다.

홍차의 란이 바로 타코를 향해 응수했다.

파직! 퍼엉!

타코는 옆으로 슬쩍 흘리기는 했지만, 접근하진 못했다.

‘다 충전도 안 한 상태로?’

충전을 끝까지 하지 않고 쏘는 홍차의 플레이.

아몬드는 조금 놀랐다.

순간 순간의 판단이 좋아 보였다.

“하아. 란 진짜 까다롭네.”

퉤.

타코도 상대를 인정하는 듯한 말을 하며 침을 뱉었다. 결국 그는 다시 아몬드의 곁으로 돌아왔다.

“다음 각을 보자.”

“다음엔 같이 들어가 보죠.”

“그래.”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 4]

레벨이 4쯤 되었을 때.

딱 이 시기가 레이나의 대미지가 란보다 압도적으로 높게 터져 나올 때이다.

아몬드는 수풀로 쑥 들어가 몸을 숨겼다.

상대도 레이나가 강한 타이밍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주춤하며 뒤로 물러났다.

동시에 레이나를 견제하는 사격을 시작했다. 홍차가 순백의 결정을 수풀 안으로 쏜 것이다.

퍼엉!!

[구르기]

이것만 기다렸다는 듯 아몬드는 순식간에 앞으로 굴러나갔다.

홍차의 공격이 허공에서 터졌고. 아몬드는 다음 수풀로 진입했다.

중간에 수풀이 없는 위험 구간이 있었으나.

수풀만이 흔들릴 뿐. 아몬드의 모습은 적에게 보이지 않았다.

구를 때 발동하는 은신 때문이다.

홍차도 분명 보지는 못했다.

“레몬아! 다음 수풀로 넘어왔을 거야!”

“예이~!”

그러나, 굳이 보지 않더라도 챌린저의 감은 예리하기 그지 없었다.

홍차는 서포터에게 수풀 견제를 명령한 후, 자신은 뒤로 빠졌다.

적의 서포터는 견제형인 ‘부두술사 - 쿠이판’이다.

사거리가 긴 란과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늪지 두꺼비]

케르륵!

레이나의 발밑에 두꺼비가 튀어나오면서 결국 아몬드는 사격을 할 수밖에 없었다.

위치가 드러난 것이다.

푸욱!

두꺼비는 기분 나쁜 내장 따위를 이리저리 흩뿌리며 터져 버렸다.

후두둑……!

〔으…… 진짜 싫어.〕

레이나는 늘 쿠이판만 나오면 오만상을 찌푸리며 불평하곤 했다.

그를 쿠이판은 알기라도 하듯이, 꼭 이렇게 말한다.

“으하하하! 어때!? 햇반 마렵지?! 엉?”

-쿠이판 쉑들은 왜 다 저럼ㅋㅋㅋㅋ

-영혼이 쿠이판화 되어버리는 거냐!?

-한국인은 밥이지!

-ㄷㄷ 햇반 홍보대사

시청자들은 쿠이판의 유쾌한 플레이에 웃고 떠들었으나, 아몬드는 살벌한 눈으로 타깃을 노리고 있었다.

“!”

실실 웃고 있던 쿠이판의 얼굴이 굳었다.

타악!

레이나가 갑자기 그에게 돌진했기 때문이다.

“어…… 어!?”

우웨에에에엑!

쿠이판은 토하면서 뒤로 도망가는 스킬을 썼으나.

사삭!

레이나의 왼발이 땅을 박차더니.

“!?”

무슨 영문인지 그 공격이 그냥 통과되어 버린다.

‘미친…… 프레임 사이로 피하면서 오는 거야?’

쿠이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 기술을 저렇게 자연스럽게 쓰다니. 홍차보다도 부드럽게 움직인다.

〔20개면 될까?〕

레이나의 질문이, 쿠이판에겐 사형선고로 들렸다.

우우웅……!

푸른색의 타깃이 그의 몸 곳곳에 떠올랐다.

‘무슨 타깃을 이렇게 만들어!?’

쿠이판은 자기 몸에 푸르딩딩한 것들이 잔뜩 떠오른 것 자체에 극심한 공포를 느끼고, 뒤돌아서 뛰었다.

“홍차! 홍차 언니!”

도움을 청하는 레몬.

아니나 다를까, 이미 란의 마나 결정이 날아오고 있다.

콰아아아앙──

‘됐다!’

저걸 맞으면 약간은 뒤로 밀려난다.

그 틈에 도망치면 된다.

‘살았──’

그러나 그건 안일한 생각이었다.

푸른 빛의 벼락이 스치는 듯하더니.

퍼버버벙!

순식간에 4콤보가 쿠이판의 등에 적중했다.

“커헉!”

란의 마나 결정이 날아오는 그 짧은 순간에 4발의 화살을 욱여넣은 것이다.

괴물 같은 연사였다.

[체력 60%]

40%의 체력이 거덜났다.

안 그래도 체력이 약한 쿠이판, 그리고 상대적으로 대미지 절정인 4레벨의 레이나.

이젠 3발만 더 맞아도 죽는다.

‘그래도 란의 결정이 맞으면……!’

마지막 희망은 란의 마나 결정이 레이나를 강타하는 것.

콰광!!!

밝은 빛이 레이나를 감싸면서 타올랐다.

“으히이~ 살았다! 언니 고마워~!!”

쿠이판은 신나서 홍차에게로 뛰어갔으나.

“야! 뒤!”

휘익!

레이나가 피어오르는 연기에서 빠져나와, 마저 활을 당겼다.

“어딜 가.”

3연사 정도야, 아몬드에겐 숨쉬듯이 쉬웠다.

퍼버벙!

[7콤보!]

무려 7콤보를 달성한 4레벨의 레이나가 쏘는 화살은, 한 발 한발이 살기가 가득했다.

털썩……!

[퍼스트 블러드(First Blood)!]

* * *

조준점을 노려보던 홍차의 눈이 흔들렸다.

‘저 자식…… 저게 무슨 골드야?’

알고는 있었다.

평범한 골드 플레이어가 아니라는 거. 실버 시절부터 그린티를 이기고, 예전 유명 아마추어였던 백숙과도 비등비등한 경기를 펼쳤다.

‘그렇다고 해도 말이지…… 상식이란 게 있는 건데.’

홍차는 아몬드가 골드라는 점보다, 이제 릴을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된 뉴비라는 점이 소름이 끼쳤다.

‘빌어먹을.’

홍차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이래선 안 된다. 란은 장거리 포격수인 만큼, 약간의 떨림도 큰 각으로 벌어져 버리기에 치명적이다.

〔손이 떨리고 있습니다. 계약자. 몸이 괜찮으신 겁니까?〕

홍차에 깃든 란이 이렇게 물어볼 정도였다.

“괜찮아. 잠깐 긴장돼서…….”

-ㄷㄷㄷ 홍차를 긴장하게 하는 아몬드!

-그린티도 떨지 못하게 하는 홍차를 아몬드가!? 앗…… 이, 이건……!

-사실상 레몬 줘패고 싶어서 부르르 떨고 있다는 게 학계의 정설~

-아몬드 얼굴 보고 긴장한 거지? 너?

-아몬드 레이나가 개쩔긴 한다. 저게 킬각이누?

“닥쳐 얘들아. 진짜 다 밴 때리기 전에.”

-합!

-갈!

-ㄷㄷㄷ 저희 집 고양이가 키보드 워리어라서요 ㅈㅅㅈㅅ

-칼춤 한번 가즈아아아!

홍차는 신경질적으로 머리칼을 넘긴 후. 다시 손을 고쳐 잡았다.

“와! 개나이스! 아몬드! 진짜 미쳤는데!?”

그녀의 눈은 타코의 칭찬을 받고 있는 아몬드를 향했다.

‘그나저나 아까 어떻게 된 거지. 왜 뒤로 안 밀려난 거야?’

아까 일어났던 일을 분석하려 하는 것이다.

분명 란의 순백의 결정은 풀충전으로 때리면 약간의 밀림 현상이 있다.

이건 레벨이 높아질수록 더 강해져서, 4레벨의 란이라면 추격을 저지하기에 충분한 넉백(Knock Back, 밀림 현상)이 들어간다.

‘설마…….’

아까 쿠이판의 ‘토하고 구르기’도 깔끔하게 피했던 걸로 미뤄봤을 때.

설마하는 그게 맞는 것 같았다.

순간 가속을 일으켜서 프레임을 건너뛰게 하면서 피한 것이다.

‘란의 공격은 범위 대미지라서 그걸로도 못 피하는데.’

란이 괜히 고랭크에서 사랑받는 픽이 아니다.

그의 공격은 충전을 충분히 했을 시 공격 범위가 꽤 커서. 저런 잡기술로 피할 수 없었다.

피한 뒤에도 공격 범위 안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대미지는 입은 건가.’

그녀는 다시 아몬드의 체력을 살폈다.

[체력 80%]

25%가 깎였었고. 지금은 포션을 먹어서 20%만 깎인 상태다.

분명 공격을 맞긴 맞았다는 거다.

‘넉백만 피했다는 거야? 그것밖에 없잖아.’

결론은 대미지와 넉백 현상 중에, 넉백 현상만 피했다는 것이다.

대미지가 들어가는 순간은 버티고, 그 이후 란의 순백의 마나 폭발이 상대를 밀어내는 그 순간을 피한 것이다.

그거라면 프레임을 정밀하게 스킵해 내면 가능할 수도 있다.

물론 이론상 그렇다는 것이다.

대미지와 넉백은 거의 0.01초의 차이를 두고 발생하기 때문에.

정말 딱 한 프레임 차이에 불과했다.

그걸 구분해서, 본인이 골라서 맞은 것이다.

‘뭐 저딴 게 다 있어?’

피지컬이 좋다 좋다 얘기는 들었지만. 이건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수준이 아닌가?

홍차는 입술을 짓씹었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미호 더블킬!]

‘큰일이네.’

미드가 고전 중이다.

하긴, 바텀이 캐리해야 하는 경기에서 가장 먼저 서포터가 죽는 사고가 터졌다.

나머지 라인이 터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정신 똑바로 차리자.’

홍차는 이번 게임에서 자신의 한계를 시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다짐하듯이, 시청자들에게도 말했다.

“상대가 챌린저라고 생각하고 플레이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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