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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1부-203화 (203/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203화

69. 폭풍 전야(1)

타다다다닥!

뒤쪽에서 무섭게 다가오는 발소리를 듣고, 홍차의 팔에 소름이 쫙 끼쳤다.

“뭐야! 왜 저리 빨라!?”

-ㅋㅋㅋㅋ 스택을 봐라

-챠크라 4스택ㅋㅋㅋㅋ

-초코송이한테 물어봐

초코송이를 죽일 때마다 닌자의 직감이 달성되었다.

덕분에 지금 아몬드는 원래의 닌자보다 40%가량 더 빠르다.

안 그래도 빠른 닌자가 40%가량 더 빨라졌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저 속도에 갑자기 대처하기란 무리다.

스릉.

도검이 뽑혀 나오면서, 빛이 번쩍이더니.

촤아악!

레몬이 뒤로 누웠다.

시뻘건 피가 솟구쳐 시야를 어지럽게 가렸다.

‘죽었어?’

[아군이 당했습니다!]

홍차의 물음에 답하기라도 하듯 울려 퍼지는 음성.

‘이런. 미친. 저 속도를 저렇게 컨트롤한다고?’

어이없는 속도와 정확도다.

기릭.

불만을 터뜨리면서도, 홍차는 활시위를 당겼다.

그녀의 눈이 매섭게 아몬드의 움직임을 따라갔다.

단 한 번의 움직임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눈을 부릅떴다.

파앗.

그 순간 모든 게 느릿하게 흘러갔다.

파앙……!

활시위가 놓이며, 아몬드의 예상 경로를 향해 화살이 날았다.

‘맞았다.’

저렇게 빠른 암살자류 화신에겐 서리 궁수가 쥐약이다.

하체 쪽을 얼려 버리면 아무것도 못 한다.

화살은 그녀가 노린 대로 정확히 아몬드의 다리 쪽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화살도.

파앙!

정확히 다음 경로로 쏘아진다.

연이어 두 발을 맞은 아몬드는 다리가 얼어붙어 제 발에 걸려 넘어질 터다.

타악!

“?”

그러나,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카가가가강!

‘저걸 쳐내?!’

아몬드가 화살을 쳐냈다. 도검으로 쳐내는 건 분명 한계가 있을 텐데.

믿을 수 없는 반사신경이다.

아까 전엔 분명 저 정도는 아니었는데.

‘손이 바뀌었어.’

왼손에 들고 있던 도검이 지금은 오른손이다.

설마 저것 때문에……?

그때.

아몬드가 바닥을 강하게 박찼다.

쿵!

바닥이 쩍 갈라진 후.

아몬드의 신형이 홍차를 향해 쏘아졌다.

휘이이잉!

‘너무 빠르다.’

그 속도는 홍차의 예상을 한참이나 벗어나고 있었다.

이미 챠크라의 총량이 50%나 증가했기에, 닌자의 속도 역시 50%가량 빨라진 것이다.

홍차는 얼른 다시 활시위를 당겼으나.

펑!

[챠크라 방출 모드]

아몬드가 이번엔 손바닥을 펼쳐서 화살을 튕겨낸다.

챠크라를 이용한 기술이다.

챠크라의 출력이, 화살의 속력과 맞먹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 말은, 그 출력으로 날아오는 아몬드도 그만큼 빠르다는 뜻.

홍차의 머리칼이 강풍에 휘날리더니.

──촤아아아악!

어느새 도검이 급소를 한 움큼 베어버렸다.

홍차의 몸이 휘청인다.

당혹스럽다.

‘뭐야……?’

상대의 속도 때문만은 아니다.

‘피하려 했는데?’

그녀는 프레임 사이로 공격을 흘리려 했다. 그런데 먹히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그녀가 어디로 이동할지 알고 그곳을 베고 있었다.

‘읽혔어.’

읽힌 지는 사실 꽤 되었다.

1경기에서 홍차가 아몬드에게 맞은 횟수는 3회.

‘그게 우연이 아니었구나.’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예측샷 정도는 누구나 하니까.

그런데 지금 보니 아니다.

방금의 베기 공격은 활쏘기와는 다르게 기회가 딱 한 번이었다.

그걸 아무 망설임도 없이 왼쪽으로 틀어서 베었다.

확신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짓이다.

‘이게 뭐야. 날 공부하기라도 한 거야?’

소름이 끼쳤다.

완전히 발가벗겨진 기분이었다.

반면, 아몬드는 보람을 느낀다.

‘쓸모가 있어.’

열심히 분석하길 잘했다.

그리 생각하며, 아몬드는 다시 한번 베기 위해 발을 박찬다.

홍차 역시 얼른 발을 박차며, 어떻게든 아몬드의 돌진을 피해내려 했으나.

“또……!?”

또 읽혔다. 습관이란 게 무섭다.

번뜩이는 은빛의 도검이 턱밑을 지났다.

붉은 실루엣이 반짝이며 반사됐다.

촤악!

[체력 5%]

체력이 거의 거덜 났다.

‘제길!’

도검은 연이어 그녀를 한 번 더 베고 들었다.

이번에 맞으면 끝이다.

후웅!

홍차가 이를 악물었다.

습관을 이겨내고, 다른 패턴을 구사해야 했다.

스스슥……!

허리가 팽팽하게 휘어버리면서, 도검의 일격 스쳐 간다. 겨우 피해낸 거다.

‘이번엔 피했다!’

푸하!

거친 숨을 토하며, 다시 자세를 잡은 홍차는 미친 듯이 발을 박차고 뛰었다.

[야 미친 죽겠어! 언제 와?!]

[거의 다 왔어요! 좀만……!]

[잡히겠……]

정글러를 부르면서 뒤로 계속해서 화살을 쏘아 댔다.

파앙! 파앙! 파앙!

뛰면서 쏘는데도 불구하고 깔끔하게 이어지는 연사.

무려 4~5발의 화살이 잇따라 공기를 가르며 날았다.

‘오지 마!’

막히는 한이 있더라도, 조금이라도 상대를 제지할 수 있을 터다.

그러나 상대가 너무 빨랐다.

휘이이이익!

아몬드의 신형이 앞을 가로막았다.

갑자기 코앞에 나타난 아몬드의 얼굴. 홍차는 당황하여 얼굴이 시뻘게졌다.

아몬드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잡았다.”

푸욱!

그녀의 심장을 관통하는 도검.

[사망]

털썩.

홍차의 시야가 휙 아래로 쓰러져 버렸다.

꽝꽝 얼어붙은 아몬드의 오른팔이 올려다보인다.

그곳엔 화살이 서너 발씩 박혀 있었다.

‘아…….’

팔 하나를 방패로 희생하면서 달려온 것이었다.

‘한 팔로 전부 막았구나.’

아몬드는 어차피 살 생각이 없었으니.

“홍차아아아!!”

그제야 뛰어든 정글러가 아몬드의 머리를 후려갈겼다.

퍼억──

아몬드는 맞은 방향 그대로 날아가며 널브러졌다.

아몬드도 죽은 것이다.

그러나 홍차는 직감했다.

‘한동안 커뮤니티는 보지 말자.’

이 게임은 졌다고.

* * *

[승리]

결국, 상대는 게임 시작 20여 분 만에 항복을 선언했고.

이날, 레드카펫츠 VS 벌룬스타즈의 대결은 벌룬스타즈의 2 대 0 완승이었다.

비록 결과는 완승이었지만, 타코의 피드백은 꽤 오랜 시간 이어졌다.

모든 피드백을 다 들은 이후, 캡슐에서 빠져나오니 시간은 오후 9시였다.

치이이익──

“후우.”

유압기 소리와 함께 등장한 아몬드는 간만에 땀에 푹 절은 모습이었다.

“수고했다.”

주혁이 하얀 수건을 던져주었다.

툭.

상현은 수건으로 가볍게 머리를 털고, 캡슐 안쪽을 닦아내었다.

축축한 감촉이 전해져 온다.

‘오늘은 계속 양손 플레이를 해서 그런가.’

상대가 상대였던 만큼, 아몬드는 오늘 그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했다.

그는 축축한 하얀티를 벗어 빨래통에 던지며 주혁에게 물었다.

“오늘 반응은 어때.”

연습 게임이지만 어찌 됐든 챌린저를 이겨 버렸다. 이에 대해 사람들이 어떻게 말하는지 궁금하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일 터다.

주혁은 대답 대신 엄지를 먼저 치켜세운다.

“아주 좋은데? 네 얘기가 상당히 많이 나온다.”

“그래?”

“어. 연습 엄청 하더니. 보람이 있다.”

상현도 그 말에 혹해서 다가가 모니터를 함께 본다.

주혁은 상현이 보기 편하라고, ‘아몬드’ 등의 키워드 검색을 해준 뒤. 모니터를 넘겼다.

“……와 씨.”

기대보다도 많은 언급에, 상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거 릴프로 맞아?”

“그래.”

상현은 믿기지 않는 듯 다시 한번 물었다.

그간 릴프로에서는 이런 수준의 관심을 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거 봐.”

주혁이 창의 구석을 가리킨다.

5위) 아몬드

릴프로의 검색어 순위였다.

그중 5위가 아몬드다.

* * *

벌룬스타즈와 레드카펫츠.

두 팀의 전력을 비교해 보면, 사실 어느 쪽이 이겨도 별로 이상하지 않은 수준이었다.

레드카펫츠는 바텀의 티어가 매우 높긴 하지만, 나머지 라인이 눈물이 나올 정도로 부실하며, 벌룬 스타즈는 실버였던 아몬드가 딸기슈터의 주포지션을 밀어내면서 이도 저도 아닌 팀으로 평가받고 있었으니까.

팽팽하다.

그랬기에 ‘릴프로’에서 양측의 우세를 점치는 과정은 더 치열했다.

[난 벌룬스타즈가 이길 거라고 봄]

[좀 아는 놈들은 다 레드카펫츠 응원하지]

[팩트) 릴알못 새끼들이나 아몬드 좋아함]

결국, 결과는 벌룬스타즈의 승리였다.

특히나 주목받은 건, 1경기보단 2경기였는데.

당연히, 서브 포지션이 처음 쓰이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아몬드 미드로 쓰는 거 진짜 하는데?]

[이거 뭐냐. 실화야? 아몬드 미드 상점픽? ㅋㅋㅋㅋ]

[와 이건 멘탈 좀 깨지겠네. 상대]

[심지어 닌자!?]

거기에 상점픽까지 곁들여져, 엄청난 어그로를 완성했다.

그 픽 대상이 폭풍 닌자인 건 화룡점정이라 할 만하다.

-초코송이 개털리네 ㅋㅋㅋ

-아니 이렇게까지?

-와 이건ㅋㅋㅋ

-닌자의 직감! 대체 얼마나 올려주려고!

-아니 아몬드 닌자 ㅈㄹ 잘하네???

그런데 심지어 시작부터 상대를 압도하더니.

게임을 이겨 버렸다.

-이걸 이긴다고????

-와 상점픽 닌자한테 지네 ㅋㅋㅋ

-ㅅㅂ 때려치워라 초코송이야…….

상대편의 허접함을 욕하는 것이 처음의 기조였으나.

[아몬드 닌자 플레이 세부 분석]

[프레임 사이로 피하는 아몬드의 닌자]

[오른손에 흑염룡을 봉인한 아몬드]

하나, 둘 분석 글이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여론이 바뀌었다.

-와 저기서 프레임 끊으면서 홍차 빙결 화살 다 피하는 거 레전드네

-흡착 방출 전환도 ㅈㄴ 빠르다

-오른손 쓰기 시작하니까 수리검 정확도 미쳤네ㄷㄷ

-흑염룡이 깨어났다! 흑염룡이 깨어났다!

당연히 실버 상대로 플레이한 닌자를 인정할 수 없다는 댓글들도 꽤 있었지만.

처음보단 여론이 나았다.

게다가 닌자가 아닌, 레이나 플레이는 완전히 호의적인 반응뿐이었다.

[아몬드의 근본 레이나 무빙]

[란 공격의 대미지, 넉백 골라서 피하는 레이나]

[프레임 끊기 장인 아몬드 레이나]

이런 게시글이 올라오고, 우르르 박히는 댓글들.

-와 ㅋㅋㅋㅋ 넉백만 피하고, 대미지만 피하고 자유롭게 골라서 피한다는 거야????

└아니 저게 말이 됨???

└넉백이랑 대미지 사이에 0.01초 정도 텀이 있다고 함 ㅋㅋㅋ

└0.01초는 에바같은데 ㅋㅋ 0.1초 아님?

-저렇게까지 움직일 수 있으니까 닌자를 처음해도 ㅈㄴ 잘한 거네. 숙련되면 어떻게 될지 ㅈㄴ 무섭다! 아몬드!

-레이나와 결혼해도 좋네! 아몬드! 레이나와 결혼해도 좋네! 아몬드! 레이나와 결혼해도 좋네! 아몬드!

└그걸 왜 니가 정해 씹……ㅠㅠ

└데협 검거

닌자에 대한 반응이 6:4 정도로, 6만큼의 유저들이 인정하는 분위기였다면.

레이나는 9:1 정도로 압도적인 반응이었다.

-레이나는 이제 그냥 아몬드 거라고 하는 게 맞네.

└이미 옛날부터 아몬드 거였지……

└입술을 가져갔으니……

└평생 책임져!

-간만에 꺼내서 잘 못 할 줄 알았는데. 그냥 서로 한 몸이네

└레이나와 한 몸……ㄷㄷㄷ

└ㅁㅊ ㅋㅋㅋ

-레이나는 인정! 닌자는 모르겠다 솔직히 ㅋㅋ

-지금 우리는 아몬드의 시대에 살고 있다! 지금 우리는 아몬드의 시대에 살고 있다!

피식.

샤워를 마치고, 잠자리에 누워서까지 커뮤니티 글들을 보던 상현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한때, 그러니까 한 10년 전.

유상현의 시대가 온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작디작은 그들만의 리그.

양궁판에서의 말이었지만, 어찌 됐든 그 말은 어린 상현의 심장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지금은 아몬드의 시대…….”

그런데 지금은 아몬드의 시대가 온다고 한다.

유상현의 시대는 아쉽게 놓쳤지만.

아몬드의 시대는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자.

상현은 눈꺼풀이 스르르 감기는 중에도, 그렇게 다짐했다.

이날 그의 꿈에선, 소연이 손을 맞잡으며 연신 이렇게 말했다.

「괜찮아.」

잠든 상현의 입가에 미소가 서서히 번졌다.

* * *

시간이 흘렀다.

모든 연습 경기가 다 끝났다.

이제 대회 시작 하루 전.

“자. 내일이면 난트전 리그가 시작되죠?”

정식으로 복장을 갖춰 입은 킹귤.

그리고 언제나처럼 점잖은 표정의 빨간 안경, 분석관이 데스크에 앉아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렇습니다. 그전에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것들이 많은데요.”

“예. 일단 파워랭킹 순위에 정말 큰 변동이 있었죠?”

그러면서 킹귤은 화면 한구석에 뜬 차트를 가리켰다.

“가장 큰 변동이 있었던 팀을 한번 먼저 소개해 볼까 합니다.”

총 16개의 팀이 차트에 주루룩 나열되어 있었다. 하나하나 쓸어내려 가던 킹귤의 손이 가운데에서 멈춘다.

[7위] [벌룬 스타즈]

무려 7위에 랭크된 모습이다.

시작은 15위였는데 말이다.

“벌룬 스타즈입니다!”

“이야 몇 계단이나 상승했죠?”

“8계단이죠? 그러면 거의 절반의 팀을 재낀 거예요.”

연습 기간 내 스크림 성적 13승 5패.

처음 받았던 기대에 비하면 엄청난 성적이었다.

“역시나 이 팀의 주목할 선수도 봐야겠죠.”

“이 선수도 평가가 상당히 바뀌었습니다.”

“연습 기간 내에 솔로 랭크가 다이아몬드로 폭등했습니다. 평가가 바뀔 만하죠.”

“동감합니다. 그럼 볼까요?”

==== ====

[주목할 선수]

닉네임 : 아몬드 (망나니 용사)

평가 : S

티어 : 실버 (현 다이아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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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룬스타즈의 주목할 선수는 역시나 아몬드였다.

처음 연습 경기가 시작할 때와는 많은 게 달라진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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