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205화
69. 폭풍 전야(3)
소통이라고 둘러대긴 했지만 광고 때문에 방송을 켰던 아몬드.
그는 슬슬 광고로 넘어가려는 와중에, 이런 질문에 잠시 말문이 막혔다.
[고래고래 님이 무려 10만 원 후원하셨습니다!]
[아몬드님. 옛날에 양궁 하셨다는 말이 돌던데. 진짜에요?]
‘대충 예상은 했지만…….’
이런 질문이 나올 걸 몰랐다면 거짓말이다. 오히려 한편으로는 기다리고 있기까지 했다.
그렇다 보니 당연히 준비된 대답이 있었다.
“아. 그거요. 저도 봤는데요.”
-?? 양궁?
-양궁을 안 했었다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한 수준의 피지컬이긴 하지 ㅋㅋㅋ
-저게 뭔 말임?
-저게 뭔데 씹덕들아 나도 알려줘!
“일단 모르시는 분들이 있으니까. 그 글 좀 보면서 얘기할게요.”
아몬드는 곧장 킹치만으로 접속해서, 이슈글 중 하나를 클릭했다.
양궁 선수의 슈팅 자세와 아몬드의 것을 비교해 놓은 자료였다.
-ㄷㄷㄷ 조물주 강림
-홈그라운드 입성ㅋㅋㅋㅋ
-무친 본인 등판ㅋㅋㅋ
-와 업계 포상 부럽누
“와…… 열심히 분석하셨네요. 확실히 이렇게 두고 보니까 비슷하긴 하네요?”
아몬드는 양궁 자세와 상당히 유사하다는 걸 인정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쓰신 말. ‘아몬드는 킹덤에서 고전식 활을 쓰는데도 불구하고, 현대식 양궁의 자세를 많이 활용하고 있었다…… 이는 오랜 연습으로 인해 쿠세(나쁜 버릇)가 남은 거라고 볼 수 있다……’라고 하셨는데. 이것도 예리하십니다.”
글 자체가 현직 전문가가 쓴 건 아니다 보니, 조금 틀린 주장들이 더러 있긴 했지만. 전체적인 논지는 반박의 여지가 없었다.
중세에나 쓰는 곡궁을 쏘는 주제에 양궁의 자세와 상당히 유사해졌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래서 후에 아몬드가 자세를 바꾼 것이기도 했으니까.
“확실히 개량된 양궁이랑 고전식 곡궁은 차이가 많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최근엔 자세를 많이 바꿨어요.”
양궁을 했던 걸 인정하는 듯한 아몬드의 말.
-와 이거 뭐야 아몬드 진짜 전문가임?
-ㄷㄷ 어쩐지 근본이 있더라
-슈바 ㅋㅋㅋㅋ 양궁 배웠었구낭
“양궁을 배웠던 건 맞습니다.”
아몬드는 꽤 간단하게 그의 과거 이력을 인정했다.
그러자 질문자가 추가 질문을 한다.
[고래고래 님이 무려 10만 원 후원하셨습니다!]
[와! 답변 감사합니다! 그럼 혹시 차현주 님이 팔로우한 것도……?]
“아. 현주랑은 고등학교 때 친구예요.”
-ㄹㅇ?
-차현주가 누군데?
-인터뷰 가격 존나 비싸누 ㅋㅋ
-그게 누구야
-양궁 선수임. 금메달리스트.
[팩트 살인마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정보 간다! 차현주는 올림픽 여자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3년 만에 탈환이라서 이슈가 됐었죠! 참한? 외모와 성격 때문에 며느릿감 1위 먹은 적도 있다고!]
-고마워요 팩트 살인마!
-팩살ㅋㅋㅋ
-아이디가 무서워요!
-ㅋㅋㅋㅋㅋㅋㅋㅋ컨셉 개웃기네
-고마워요! 팩살!
아몬드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모르고 있었는데. 최근에야 알게 됐어요. 엄청 잘나가고 있더라구요.”
-엥? 그걸 이제야 알다니. 어사 아님? ㅋㅋㅋ
-친구 아니네~! ㅋㅋ
-아싸몬드 ㅠㅠ
-아(싸)몬드 ㅋㅋㅋㅋ
-양궁 어쩌다 배웠어요??
질문이 끝없이 이어질 것 같았다.
상현은 이쯤에서 개인사에 대한 썰을 접기로 했다.
“제 개인적인 일에 대해서는 여기까지 말할게요.”
-아아아아아~~
-첫사랑 얘기해 줘요!!!
-아~~ 선생님~~
-우우우우우우
야유 비슷한 것들이 채팅창에 쏟아져 나왔으나, 상현은 무시하기로 했다.
대신 후일을 기약해 주면 될 것이다.
[본인등판 님이 3천 원 후원했습니다.]
[앗! 아몬드 님ㅠㅠ 제가 분석글 올렸던 사람입니다 ㅠㅠ 성덕된 기분이야 ㅠㅠ]
“아. 본인등판 님. 감사합니다. 닉값을 두 번이나 하셨네요.”
-ㅋㅋㅋㅋㄹㅇ
-와 부럽다ㅋㅋㅋ
-성덕 부럽다!
-닉값 필요충분조건 달성 ㄷㄷ
“여튼 개인사에 대한 이야기는, 제가 인터뷰가 예정되어 있거든요? 거기서 말하겠습니다.”
아몬드는 자연스럽게 후에 있을 이벤트에 대한 이야기로 전환했다.
-인터뷰?
-뭔 인터뷰요?
-드디어 전국 데미안 협회와 만나기로 한 겁니까?
-전데협ㅋㅋㅋ
“전데협은 아니구요. 릴 제작사인 폴리스와 인터뷰입니다. 우승하고 나서 그날 인터뷰하기로 했어요.”
시청자들은 처음엔 제대로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정확히는 뇌가 귀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가끔 너무 어이없는 말을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하면 벌어지는 현상이다.
-???
-뭐요?
뒤늦게 알아들은 시청자들이 각자의 반응을 보였다.
[루비소드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우승하실 수 있어요! 멋집니다!]
[수줍은 여포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할 수 있어요!]
“감사합니다. 루비소드 님. 수포 님.”
늘 그렇듯이 아몬드를 응원해 주는 팬들이 있기도 했고.
-우승 인터븈ㅋㅋㅋㅋㅋ
-역대급 김칫국
-김치색 패기 ㅋㅋㅋ
-무친 패기!
-무친쉑은 패기!
김칫국을 마시는 거라고 일침(?)을 놓는 시청자들도 있었다.
장난스러운 후원을 보내는 시청자들도 있었다.
[단무지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저는 이 일을 기억할 것입니다…… 아몬드 님.]
물론 이제 아몬드도 1만 스트리머.
이런 장난에 낚이진 않았다.
“앗. 이거 근데 가짜죠? 천 원 쏘실 리가 없는데.”
하나 완전히 확신하지는 못했는지, 헷갈리는 표정으로 묻는다.
-화들짝ㅋㅋㅋㅋ
-개커엽 ㅠㅠ
-아몬드: 천원은 가짜다.
-찐 아니지 당연히
-순간 찐인 줄 ㅋㅋㅋ
-찐은 맞음. 찐! 따!
-와중에 천 원으로 알아보는 게 개웃기넼ㅋ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니 진짜 단무지는 아닌 것 같아서, 아몬드는 속으로 안도했다.
‘사람들은 당연히 단무지가 우승할 거라고 생각할 텐데.’
말로는 우승이 당연하다는 듯 말했지만, 그도 현실감각은 갖고 있었다.
고단백 팀은 현재 전력상 최강이 분명했다.
‘스크림 전적 13승 5패 중의 2패가 고단백이었지…….’
고단백 팀과는 총 2번의 스크림을 치렀는데.
결과는 전부 패배였다.
바텀은 과거의 실력을 찾아가는 한때 챌린저였던 유저에, 미드는 은퇴한 지 얼마 안 된 프로라니.
밸런스가 안 맞아도 한참 안 맞았다.
벌룬스타즈의 현실적인 목표는 2등으로 하는 게 맞아 보였다.
‘그래도 목표는 1등 해야…….’
1등을 노리는 건 순전히 아몬드의 욕심이다.
“여튼 아셨죠? 우승 인터뷰 때 말해드릴게요.”
아몬드는 여차저차 이 화제도 정리하고, 이제 본론으로 들어갔다.
“제가 저번에 50만 원 후원을 받았는데. 리액션을 못 했더라구요. 그래서 이번에!”
척.
아몬드는 휴대폰을 들어 보였다.
“망나니 용사에서 한번 리액션을 시도해 볼까 합니다! 재밌겠죠?!”
이제 광고를 시작할 생각이다.
* * *
갑자기 시작된 광고에 채팅창 스크롤이 마구 올라가기 시작했다.
-돈을 받고 하는 리액션이 또 돈을 받는 거라고!?
-스트리머를 하면 돈이 복사가 된다고! 스트리머를 하면 돈이 복사가 된다고! 스트리머를 하면 돈이 복사가 된다고!
-월급을 줬더니 고맙다며 다른 데서 받은 월급을 자랑하는 무친놈!
-ㅋㅋㅋㅋㅋㅋㅋㅋㅁㅊ 진짜 해?
-왜 안 하나 했다.
-미호랑 합방 가나요?
“합방은 못 할 것 같은데요. 이거 완전 혼자 하는 게임이던데.”
‘망나니 용사 키우기’ 줄여서 ‘망용키’는 철저하리만치 양상형 모바일 게임의 전철을 그대로 따르고 있었다.
이런 게임들의 특징은 같이 해도 별로 좋을 게 없단 것이다.
상대로 만나서 싸울 때나 의미가 있을 터다.
아몬드는 폰을 컴퓨터와 연동시켜서, 모바일 게임 화면을 켰다.
“그냥 혼자 시작할게요.”
캐릭터를 고르는 화면이 나왔다.
“자. 이거 보세요. 아몬드 캐릭터입니다.”
캐릭터는 유료와 무료로 나누어졌는데. 당연히 아몬드 캐릭터는 유료였다.
“들어가자마자 이걸 사시면 돼요.”
-아니자나 이 쉑키야 ㅋㅋㅋ
-강매 ㅋㅋㅋㅋ
-제대로 가르쳐 인마 ㅋㅋㅋ
“그러면 이렇게 숏다리 상태인 제가 나옵니다. 머리가 엄청 크네요. 리액션 하기 좋아 보입니다. 대충 쏴도 맞을 것 같아요.”
-자기 머리가 큰 걸 보고 과녁이 크다고 좋아하는 스트리머…….
-광고 시작하니까 텐션 폭발하눜ㅋㅋㅋ
-나 이렇게 말 많이 하는 아몬드 첨 봐…… 설레…… 맨날 광고해……!
아몬드는 유료 캐릭터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3성이었다.
[아몬드 ★★★]
궁수 포지션을 담당하는 캐릭터였는데. 3성들 중에서도 나름대로 능력치가 괜찮았다.
“이 게임 특징이 이제, 여기 캐릭터들이 인공지능이 엄청 뛰어나거든요. 저희가 할 건 얘네한테 물자 지원하고 간단한 지시를 하는 거밖에 없어요.”
게임은 단순히 아몬드 혼자가 아니라, 여러 명의 동료들을 모으면서 진행되는데.
특이한 점은 인공지능이 굉장히 뛰어나다는 것이다.
이들은 실제 살아 있는 사람처럼 동료 간의 불화가 발생할 수도 있고, 환경이 갖춰지지 않으면 전투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이거 물자 지원이 굉장히 중요한데요. 저는 지금 보석을 지원받아서 빠르게 한번 주변 건물을 지어볼게요.”
예를 들어, 전투원들을 위한 식량이 충분하지 않으면 전투원들이 힘을 내지 못한다.
“전투원들만 중요한 게 아니거든요? 그래서 이런 요리사 캐릭터도 사야 해요. 이름처럼 이 용사들은 성격이 망나니라, 이런 복지가 안 되어 있으면 성격이 나빠집니다.”
짤랑.
아몬드는 곧장 요리사를 구매해서 적당한 위치에 배치해 놨다.
이미 요리사를 위한 부엌은 만들어놓은 상태였다. 그랬더니, 요리사가 재료들을 꺼내면서 요리를 시작했다.
게임 속 아몬드는 그걸 먹더니 활짝 웃는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만족도가 높아지면 전투 능력이 훨씬 좋아진대요.”
그 뒤로 아몬드는 자신의 아바타를 차례차례 다음 스테이지로 진격시켰다.
스테이지 1.
처음은 단순히 고블린 하나를 죽이는 거였지만, 그다음부터는 점점 숫자가 불어났다.
스테이지 2, 3, 4 지나갈수록, 더 강한 몬스터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숏다리 아몬드는 몬스터들과 혈투를 벌이며 고전했다.
스테이지 8쯤이었을까?
푹!
아몬드의 머리에 다크 엘프의 화살이 박히면서 사망했다.
“아. 이거 실수 아니죠? 리액션입니다.”
아몬드는 능청스럽게 이게 리액션이라고 주장했다.
-???
-미친ㅋㅋㅋㅋ
-ㄹㅇ 도랏다 ㅋㅋㅋㅋㅋ
-이렇게 대충 넘어간다고?! ㅋㅋㅋㅋㅋ
“자. 아몬드에게 또 다른 전투원 동료가 필요합니다. 그럼 우리는 보석이 필요하고…….”
아몬드는 처음치고는 나름 능숙하게 광고를 쭉 진행했다.
그래도 나름대로 스테이지 25까지 깨는 성의를 보였다. 참고로 풍선껌은 15스테이지에서 계속 죽어서 그만뒀다.
망용키 광고 방송을 마친 이후.
“아. 그리고 제가 촬영한 광고가 나왔더라구요.”
또 광고였다.
“아몬드 스낵 광고입니다. 이거 맛있어요.”
-또 광고라고!?
-국립국어원 “견과류의 견은 개 견 자가 맞아”
-오 근데 나 보고 싶어 ㅋㅋ
결국 아몬드는 아몬드 광고까지 틀어버렸다.
이틀 전에 완성이 되어서 보내진 영상이었다.
노을 지는 오피스의 옥상을 배경으로 시작한 영상.
-와 광고 때깔 좋네
-ㄹㅇ 프로 광고네
-캬
-무슨 피로회복제 광고 같누
시작부터도 반응이 좋았지만.
우적. 우적.
화가 난 표정으로 아몬드를 따라 씹어 삼키는 주혁의 표정에서 가장 반응이 좋았다.
-엌ㅋㅋㅋㅋㅋ
-녀석이 날 강퇴시킨 녀석인가? 기억해 두겠다…….
-매니저 열일하넼ㅋㅋㅋ
-저건 ㄹㅇ 찐텐인데?
-ㅋㅋㅋㅋ엌ㅋㅋ
-매니저 불땅해 ㅠㅠ
아몬드도 피식 웃으며 맞장구쳤다.
“주혁이가 연기를 잘하더라구요.”
* * *
한참 아몬드의 방송이 진행되는 와중.
단무지도 방송을 진행 중이었다.
그 역시도 게임 방송이 아니라, 내일 있을 대회에 대한 이야기를 푸는 소통 방송이었다.
그러던 중.
띠링!
[짬뽕몬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영상 후원) 아몬드 방금 발언ㅋㅋ]
그에게 영상 후원이 들어왔다.
틀어보니 아몬드가 인터뷰에 대해서 말하는 클립이었다.
「릴 제작사인 폴리스와 인터뷰입니다. 우승하고 나서 그날 인터뷰하기로 했어요. 개인사는 그때 풀게요.」
우승 인터뷰를 하겠다는 패기를 담은 발언.
“아. 아몬드 님이시구나.”
단무지는 프로답게 별로 동요하는 기색은 없었다.
“개인사는 영원히 안 풀겠다는 말이죠? 제가 프라이버시 확실하게 지켜드릴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크 맥이기 프로
-릴챔스 트레시 토킹에 비하면 껌이제~
-단무지! 단무지! 단무지!
단무지가 아몬드의 도발을 가볍게 받아넘기고, 다음 날이 왔다.
리그의 첫째 날이다.